도서관 옆집에서 살기

   
박은진. 박진형
ǻ
인물과사상사
   
12000
2015�� 01��



■ 책 소개

 

우리는 도서관에서 행복을 만났다!
우리 가족의 행복한 독서 성장기


박은진, 박진형 부부는 2012년 겨울, 전세 만료를 두 달 남겨두고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 주인의 연락을 받았다. 지음이네 가족은 이사를 계획했다. 단독주택으로 갈까, 아파트로 갈까? 마트 가까운 곳으로 갈까, 부동산 가격이 오를 만한 아파트로 갈까? 결국 지음이네 가족은 ‘도서관 옆집’으로 결정했다. 도서관 옆집으로 이사를 간 것은 오직 책을 읽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처음부터 도서관 옆집에 사는 것은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내와 남편은 아이들에게 강요하듯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부모의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고, 로봇이나 RC카를 조립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자신들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도서관에 같이 가서 재미있게 놀고 책도 한두 권씩 읽어주기, 아이가 책에 재미를 붙이고 혼자서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기를 통해 부모는 아이들에게 독서와 도서관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어린 시절 책에 대한 즐거운 경험은 독서를 평생 습관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음이네 가족이 도서관과 함께한 3년의 기록이 담긴, 행복한 독서 성장기이다.


■ 저자 박은진, 박진형
박진형, 박은진 부부는 국어 교사다. 풋풋하게 연애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두 아이가 곁에 있다. 우리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서 도서관 옆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이곳에 살면서 가족과 도서관, 배움과 성장, 가치와 철학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남편 박진형은 대전외국어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경기도 분당에 있는 낙생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e-NIE 튜터, 경기도교육청 독서토론논술 교육지원단, EBS 국어 영역 강의검수와 EDRB(EBS클립뱅크) 콘텐츠 연구활동 등을 했다. 최근에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을 집필해 아이들에게 ‘고전문학 연애학개론’을 알려주었고, 충남 아산에 있는 작은 집을 기부해 아산시장의 표창장을 받았다.
 
■ 차례
프롤로그 - 도서관은 햇빛이다

 

1. 도서관 옆 우리 집
도서관 옆집으로 이사 가다 chr(124)_pipe 우리 가족의 작은 날개를 펴다 chr(124)_pipe 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 chr(124)_pipe 도서관 가기 싫어하는 아이 chr(124)_pipe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자 chr(124)_pipe 재미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chr(124)_pipe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다 chr(124)_pipe 도서관에서 노는 방법 chr(124)_pipe 책 읽는 습관 chr(124)_pipe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자 chr(124)_pipe 어떤 책을 읽을까 chr(124)_pipe 학습만화만 읽는 아이

 

2. 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란다 chr(124)_pipe 도서관 가는 길에서도 아이는 자란다 chr(124)_pipe 도서관에는 문화가 있다 chr(124)_pipe 책 읽는 부모 chr(124)_pipe 행복한 도서관 나들이 chr(124)_pipe 아이는 책과 함께 잠든다 chr(124)_pipe 독서통장과 명예의 전당 chr(124)_pipe “독서왕은 그러는 거 아니야” chr(124)_pipe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곳 chr(124)_pipe 도서관에 가면 생활비가 절약된다 chr(124)_pipe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3. 우리는 북밀리다
식탁 문화를 바꾸다 chr(124)_pipe 가족 독서 모임을 시작하다 chr(124)_pipe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chr(124)_pipe 책은 가족을 묶는 매개체다 chr(124)_pipe 아이를 현명하게 혼내는 법 chr(124)_pipe 북밀리가 탄생하다 chr(124)_pipe 가족 특별법을 제정하다 chr(124)_pipe “형아야! 책 읽어줘” chr(124)_pipe 글 읽기에서 글 쓰기로


4. 우리는 도서관에서 행복을 만났다
Book-Free, Wifi-Free chr(124)_pipe 지식의 숲에서 chr(124)_pipe 가족을 위한 최고의 재테크 chr(124)_pipe 흐릿한 잉크가 오래간다 chr(124)_pipe 도서관은 미래를 향한 출발역이다 chr(124)_pipe 밤의 도서관에서 사색하기 chr(124)_pipe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 chr(124)_pipe 남을 배려하다 chr(124)_pipe 우리는 도서관에서 산다


에필로그 - 가족의 꿈을 찾아서 




도서관 옆집에서 살기


도서관 옆 우리 집

도서관 옆집으로 이사 가다

얼마 전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세 만료 두 달을 앞두고 전세 보증금을 4,000만 원 올려달란다. 세입자로 살면서 전세 만료 전 집주인 눈치 살피면서 사는 것도 싫고, 올린 전세금을 대출받느니 차라리 내 집 장만해서 이사 걱정 없이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디로 이사 가야 할지를 고민해보았다. 단독주택보다는 아직은 아파트가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는 데에 서로 동의했다. 또 맞벌이라 각자 직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역은 지금 사는 곳과 같은 데로 정해졌다.


그 다음으로 고려할 요소가 뭐가 있을까? 가족으로 맺어진 후 처음으로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다. 여러 생각이 오가는데 결론이 나질 않는다. 이럴 땐 밥이 답이다. 집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볶음밥을 먹는다. 그런데 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지음이가 엄마 가방 속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매달 집으로 배달되는 아이챌린지 『호비』였다. 밥이 나오기까지 몇 분 동안이라도 책을 보려는 여섯 살 소년의 영특함이여!


그래, 도서관이다. 우리는 도서관 옆으로 간다. 밥을 먹고 인터넷에서 지도를 검색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 총 두 군데의 도서관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오래된 시립도서관. 근처에 아파트도 없고 골목길 안쪽이라 교통도 불편했다. 두 번째는 2010년 6월에 개관한 도서관이다. 깔끔한 자동식 문을 지나면 1층에는 유아와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2층에는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책과 잡지들이 비치되어 있다. 3층에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다목적홀과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이 있다. 도서관 맞은편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고, 바로 옆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여기다! 더 따질 게 없었다. 당장 부동산으로 갔다.


세 군데 정도의 집을 보았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아파트였다. 며칠간 고민한 후 우리는 결심했다. 그리고 얼마 후 새집을 갖게 되었다. 아파트 1층이었다. 집 거실에서 도서관 입구까지는 도보로 2분. 말 그대로 도서관 옆집이다. 물론 이 집으로 정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부동산에 계약하러 가는 날 아내가 말했다.


“자기야,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을 하면 다음 날 책이 오는데, 이사 비용에 부동산 중개료에 아이 유치원을 옮기면서 드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그냥 집에서 책을 사서 보는 게 더 싼 거 아닐까? 왜 꼭 도서관 옆으로 이사를 가야 해?”

“당신은 집에서 시간 있을 때 책을 봐?”

“글쎄. 안 그런데.”

“그럼, 보통 뭘 하는데?”

“아이들 보지. 아니면 인터넷 하거나 텔레비전도 보고.”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에 책을 보면 되잖아.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도서관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데……. 게다가 아이들도 도서관 가면 되고.”


나는 계속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나, 어렸을 때 시장 옆에 살았거든. 생선가게에서 얼린 동태를 탁탁 치는 모습을 자주 보았어. 그래서 나도 그러고 놀았지. 어느 날 내가 쪼그려 앉아 막대기로 땅을 탁탁 치는 모습을 부모님이 보고 왜 저러나 궁금해하다가 뭔지 알아차리고 바로 대전으로 이사를 갔다고 하더라고.”


시장은 활기가 넘쳐서 좋긴 하지만 책을 읽는 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는 ‘맹모삼천지교’라는 한자성어. 처음에 맹자네가 시장 근처에 살았더니, 맹자가 장사꾼을 흉내내고, 다음엔 무덤 옆으로 이사 갔더니 곡소리를 내며 놀고, 서당 옆으로 이사를 갔더니 열심히 글을 읽고 공부를 하더라는 이야기.


도서관 옆으로 이사를 간 것은 책을 읽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이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도서관 옆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자

도서관 옆으로 이사를 왔을 때 이사 비용과 대출금이 아까워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곧장 실행에 옮긴 사람은 남편이었다. 남편은 저녁을 먹고, 늦은 밤에 도서관을 가기도 하고, 여러 권의 책을 빌려와서 집에서 읽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을 제외한 가족들은 처음에 도서관 옆집에 적응하지 못했다. 가장 큰 방해물은 바로 텔레비전. 저녁을 먹고 잠깐 텔레비전을 켜는데, 남편의 잔소리가 들렸다.


“도서관 가서 책 좀 빌려와서 읽지 그래?”

‘아, 나는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힘들다고.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편안한 소파와 텔레비전이거든.’ 갑자기 텔레비전도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픈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텔레비전 앞에 아이들이 앉아 있으면 엄마는 편하지만 아이는 책 읽기과 멀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남편과의 논의 끝에 가급적 텔레비전 시청은 줄이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미루어두었던 한음이의 도서관 나들이를 계획했다. 퇴근하는 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한음이를 데리고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엄마, 집 아니야?”

한음이가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한음아, 오늘은 엄마랑 도서관 가자.”


한음이는 소풍을 간다고 생각하는지 신이 난 것 같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참담한 실패였다. 엄마와 도서관에 처음 온 한음이는 신이 나서 신발을 내팽개치고 뛰어다녔다. 저만치 뛰어가는 아이를 향해서 나는 크게 소리쳤다.

“한음아, 이리 와. 엄마가 책 읽어줄게.”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한음이는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을 달리듯 질주했다. 한음이의 소리를 듣고 책 읽기를 중단한 다른 엄마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한음아, 여기서는 이렇게 시끄럽게 하면 안 돼.”

처음 몇 장은 듣든가 싶더니 한음이는 바로 엄마의 품에서 빠져나가 다시 도서관을 질주했다.


당연하게도 어린아이는 도서관이 어떤 공간인지 알지 못한다. 아이에게 유아 도서관은 알록달록한 책장 가득 책이 꽂혀 있고, 푹신한 소파가 곳곳에 즐비한 새로운 놀이공간일 뿐이다. 탐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가만히 앉아 있지도 못하고 도서관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하지만 엄마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다는 욕심에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주고 싶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아이는 도서관 곳곳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 엄마는 아이가 뛰어다니면 다른 사람들한테 방해도 되고,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책을 안 읽나’ 하는 생각에 아이에게 실망을 한다. 겨우 세 살 먹은 아이에게. 결국 호기심 넘치는 아이에게 엄마는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처음 오게 되면 이렇게 누구나 실패할 확률이 높다.


어린아이와 처음 시도하는 도서관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다면 욕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여기는 책을 읽는 공간이야. 조용히 해야 해.”

이렇게 아이한테 말하며 손을 입 앞에 갖다 댄다. 아이는 엄마를 따라 고사리 같은 손을 입 앞에 대면서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이해한다.

“한음아, 여기는 색깔이 예쁘지? 노란색, 빨간색, 한음이 옷이랑 같은 파란색도 있네. 그리고 책이 많네.”

이렇게 아이와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도서관 곳곳을 돌아다닌다. 도착하자마자 책을 꺼내드는 것보다 아이가 호기심을 풀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와 엄마의 따뜻한 교감을 위한 과정이지,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밑거름이 아니다. 아이가 도서관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엄마의 따뜻한 품 안에서 고요히 책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면 충분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겠다는 생각은 곱게 접어서 집에 두고 도서관 나들이는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도서관에는 문화가 있다

모든 책을 구입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도 되고 도서관에 자주 가서 보려는 마음도 있었기에 정말 꼭 구입하고 싶은 책만 사게 된다. 사람들은 집에 서재를 차려 놓고 아이의 책을 많이 사주면 좋다고 하지만, 나는 책을 사는 것보다 읽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집의 서재는 바로 옆에 있지 않은가.


도서관은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니다. 문화가 있고 배움이 있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문화강좌나 전시회, 초청강연회, 공연 등이 열렸다. 그것들은 정기적으로 도서관 게시판에 공지되어 있다. 어느 날 문화강좌 수강생 모집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유아미술 표현놀이’, ‘종이&점토 공예’, ‘퍼니뮤직-영어동요’, ‘초등미술’, ‘쉽게 풀어가는 우리 역사’, ‘책 읽는 피노키오’, ‘북아트’, ‘독서감상화 그리기’ 등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었다. 수강 비용도 2~3만원 내외로 부담이 없었다. 아이는 따로 학원에 보내지 않았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교실에서 항공 과학이나 로봇 조립 등을 배웠는데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 역시 유익해 보였다.


“지음아, 뭐 배우고 싶은 거 있어?”

아이에게 의견을 묻고 배울 만한 것을 함께 골라 보았다. 그중 눈에 띈 것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왁자지껄 도서관-문학놀이를 품다’였다.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과 놀이를 결합한 문화 활동으로 마지막에는 작품 발표회도 예정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반과 고학년 반이 있었고, 약 3개월 간 매주 토요일 12시부터 3시까지 도서관 평생학습실에서 진행되었다. 인원은 15명 내외로 참가 비용은 무료였다.


수업이 시작되고 아이는 매주 토요일 꼬박꼬박 참석했다. 어느 날엔 점토로 코끼리와 기린을 만들어 오기도 했고, 또 어느 날엔 하얀 스케치북에 가족들의 얼굴을 가득 그려오기도 했다. 또 다른 날엔 하늘색 바탕에 누워 있는 아기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 시를 써오기도 했다. 어떤 날은 만화를 그려오기도 했다. 처음 참가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이라 내심 걱정도 했지만,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했다. 그것은 나와 아내에게도 큰 행운이었다.


지음이가 그렸던 그림과 글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며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로서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가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흐뭇했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도서관이 고마웠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도서관에서 하는 강연회와 전시회 등에 참여했다. 근처 피아노학원에서 연주회를 할 때 가서 듣기도 하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책을 쓴 저자가 강연회를 할 때 직접 가서 들어보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체험과 문화를 경험하며 자라고 있었다.


도서관에 가면 생활비가 절약된다

우리 집은 아파트 1층인데다 베란다를 확장해서 겨울에는 다른 집보다 춥다. 난방을 최소로 하지만 도시가스 요금이 20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묘책으로 거실 유리창에 뽁뽁이를 붙이고, 수면양말을 신고 내복을 입는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은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는 거다. 집에 사람이 없으니 보일러를 안 틀어 난방비도 줄고, 아이들과 책도 읽고,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니 돈이 굳는 효과도 있다.


여름에도 더위를 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도서관 나들이다. 우리 집 거실에는 에어컨이 없고, 안방에만 남편이 대학시절 하숙할 때부터 쓰던 작은 에어컨이 있다. 이 작은 에어컨의 활용 비율도 높지 않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자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틀지 않는다. 마트에 가면 시원하지만 밥을 사 먹고, 구경을 하면서 물건을 구입하게 되어 배보다 배꼽이 크다.


우리는 무료로 시원함을 즐길 수 있는 도서관으로 피서를 간다. 도서관 피서는 교통체증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또, 피서지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바가지요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1층 어린이 도서관은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지내기에 적당하다. 알뜰한 주부라면 도서관만 잘 활용해도 난방비와 냉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도서관 옆집에 살면 사교육비도 절약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문화센터는 도서관보다 다양한 강좌가 개설된다. 하지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도서관에는 때에 맞는, 저렴하거나 무료인 강의들이 개설된다. 아이의 연령과 관심을 고려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정말로 유용하다.



우리는 북밀리다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게임도 룰이 있어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법이다. 가모[가족독서모임]를 해나가면서 게임처럼 나름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첫째, 어떤 것도 좋다. 책 선정에 딱히 구애받을 것은 없다. 내가 처음 선정한 책은 칼 필레머가 쓴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었다. 이 책에는 일흔 살 이상 노인 1,000여 명의 인생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다. 책에는 삶의 정수가 담긴 훌륭한 말이 가득했지만, 그중 4장 ‘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 :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이 가장 와 닿았다.


아이들은 나를 성숙하게 하고, 도전하게 하고, 변화하게 만들어. 나도 세 아이가 있다네. 그 아이들은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모두 다르고 전혀 예측할 수 없지. 아이들 없는 내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어. 가능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즐기게. 잘만 하면 그 아이들도 자신을 닮은 아이들의 부모가 되지 않겠나!


가모 시간 역시 자유로웠다. 짧으면 10분, 길면 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오늘이 그날이다’ 싶은 느낌이 있으면 시간이 훌쩍 지나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딱히 시간을 정해놓지 않아 시작하고 마치는 것 역시 부담이 없었다.


둘째, 아빠나 엄마가 먼저 시작한다. 처음에 아이가 시작하면 머뭇거리거나 부끄러워한다. 공식적인 것도 아니고 가족끼리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아이는 괜히 부담스러워한다. 어떤 책을 읽었고, 작가는 누구고, 내용은 어떻고, 내가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어디고, 그 부분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들이 앞으로 나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길 바라는지 등 이야기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몇 번 하다 보면 그런 이야기를 옆에서 듣던 아이도 비슷한 형식에 맞춰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꺼낸다.


아이가 이야기 도중에 머뭇거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절대 강요하지 말자. 말 안 해도 된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던져도 좋다. 바로 ‘왜’와 ‘만약에’다. 이런 질문들은 “응”, “아니”와 같은 단답식으로 대답하기 어렵다. 모두 문장 형식으로 답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는 아이가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책이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키우고 상상력을 기르는 멋진 도구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그 후에는 ‘왜’와 ‘만약에’를 활용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셋째, 재미있어야 한다. 모든 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재미에 있다. 가모는 돈을 버는 영리 행위도 아니고 억지로 참여해야 하는 의무교육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재미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아이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가족 간의 심리적 거리를 물리적 거리보다 가깝게 만든다. 얼굴은 맞대고 있지만, 마음은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행복을 만났다

Book-Free, Wifi-Free

우리 집은 공중파 채널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텔레비전이 그다지 재미없다. 그래서 지음이는 저녁에 EBS에서 하는 <보니하니> 정도만 본다. 텔레비전을 본 다음에는 반드시 전원을 꺼야 한다. 가끔 책을 읽기 귀찮아질 때도 있다.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 때도 있다. ‘안 돼. 내가 그러면 아이들도 똑같이 나를 따라할 거야’ 하는 생각에 꾹 참는다. 학습은 모방이다. 엄마는 책을 읽지 않는데, 아이가 책을 잘 읽을 리가 없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집 인터넷 안 된다.”

“뭐? 업무도 해야 하고 검색도 해야 하는데, 어디서 하란 말이야?”

“도서관 있잖아. 2분이면 가는데 거기 가서 하면 되잖아. 집에서 쓸데없이 인터넷 하는 시간도 엄청나게 많아.”

처음 인터넷을 정지했다는 남편의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의지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이들 표현대로 멘붕이 왔다.

‘아, 연수도 들어야 하고, 인터넷 쇼핑도 해야 하는데 어쩌자고 인터넷을 끊었을까?’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협상을 시도했다.

“여보, 우리 그냥 남들처럼 살면 안 될까? 인터넷 신규로 가입하면 현금도 준다는데 인터넷은 그냥 하자.”

“인터넷 필요하면 도서관에 가서 하면 된다니까. 일단 해보자.”


남편의 단호한 태도에 나도 인터넷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3학년 때부터는 지음이가 돌봄 교실을 다닐 수 없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혹시 인터넷 하는 재미에 빠질 수 있겠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그래, 남자아이가 둘이나 되는데, 인터넷은 안 되겠어. 득보다는 해가 많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 집은 Book-free, Wifi-free. 앞의 free는 자유롭다는 의미고, 뒤의 free는 Tax-free처럼 ‘~이 없는(without)’의 의미다. 책은 자유롭고 인터넷은 없는 집이라는 뜻이다. 집에 인터넷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안 뒤로 지음이는 아이로보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두 아이가 인터넷과 게임에서 멀어져 있다는 사실은 다른 부모들에게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집에 와서 밥을 못할 때가 많아 외식을 하러 나가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동영상을 계속 틀어주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만 그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컴퓨터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으면 엄마는 편하다. 그 편한 방법을 두고, 책을 읽어주는 것은 시험 점수를 잘 받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면의 힘은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고,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서로 대화하고 생각하면서 기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념’이라는 공익광고를 보면서 스마트폰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남는 시간에 독서를 하는 가족으로 변할 수 있다. 아이들이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다고 혼내지 말고, 도움이 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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