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말하다

   
칼럼 매캔(역: 윤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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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북스
   
14000
2014�� 09��



■ 책 소개 


에세이, 단편 그리고 충고까지 세계적 작가들이 ‘남자’를 말한다! 


「에스콰이어」 자유기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컬럼 매캔은 세계적인 작가 80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남자가 되는가(How to be a man). 작가들로부터 단편 소설, 에세이, 충고의 말 등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고, 그에 대한 결과가 바로 이 『남자를 말하다』이다. 


『속죄』의 이언 매큐언, 『연을 쫓는 아이』의 할레드 호세이니, 『악마의 시』의 살만 루시디, 『세월』의 마이클 커닝햄 등 80명의 문학가가 감동적이고, 미소를 짓게 하고, 그리고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저자 칼럼 매캔 

매캔은 「에스콰이어」 자유기고가이자 네러티브 4 창립자이며 베스트셀러 작가다. 장편소설 『빛의 이편』 『졸리』 『댄서』 『송독』과 평단의 환호를 받은 두 권의 단편집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30개 언어로 출판되었다. 칼럼 매캔은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의 최종심사 명단에 올랐었으며, 그레이스 왕비 추모 모나코 문학상에서는 아일랜드 펀드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2003년 「에스콰이어」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명석한" 작가로 지명되었으며, 2005년 그의 단편 영화 <이 나라의 모든 것은 반드시&&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 역자 윤민경 

성신여자대학교에서 교육학 및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현재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캠퍼스에서 교육행정 및 정책학을 공부하고 있다. 전공 이외에도 문학과 번역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은 좋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위로받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 차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 | 라비 알라메딘(Rabih Alameddine) | 커트 앤더슨(Kurt Andersen) | 조디 엔젤(Jodi Angel) | 테일러 앤트림(Taylor Antrim) | 엠. 씨. 암스트롱(M.C. Armstrong) | 댄 배리(Dan Barry) | 지오콘다 벨리(Gioconda Belli) | 존 버거(John Berger) | 이미 블룸(Amy Bloom) | 대럴 부케(Darrell Bourque) | 존 보인(John Boyne) | 제임스 리 버크(James Lee Burke) | 가브리엘 번(Gabriel Byrne) | 아이프릭 캠벨(Aifric Campbell) | 론 칼슨(Ron Carlson) | 빌 쳉(Bill Cheng) | 스캇 체셔(Scott Cheshire) | 에드 콘론(Ed Conlon) | 슬로안 크로슬리(Sloane Crosley) | 마이클 커닝햄(Michael Cunningham) | 로디 도일(Roddy Doyle) | 제니퍼 드보(Jennifer Debois) | 제프 다이어(Geoff Dyer) | 벤 파운틴(Ben Fountain) | 아사프 가브론(Assaf Gavron) | 데이비드 길버트(David Gilbert) | 알렉스 길버리(Alex Gilvarry) | 립 고리비치(Philip Gourevitch) | 앤드류 션 그리어(Andrew Sean Greer) | 모흐신 하미드(Mohsin Hamid) | 런 히스콕(Alan Heathcock) | 알렉산다르 헤몬(Aleksandar Hemon) | 조 헨리(Joe Henry) |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 브론웬 허루즈커(Bronwen Hruska) | 말론 제임스(Marlon James) | 브렛 앤서니 존스튼(Bret Anthony Johnston) | 랜덜 케난(Randall Kenan) | 에트가 케렛(Etgar Keret) | 윌리엄 키트릿지(William Kittredge) | 닉 래어드(Nick Laird) | 엘리노어 립만(Elinor Lipman) | 바네사만코(Vanessa Manko) | 아야나 매시스(Ayana Mathis) | 칼럼 매캔(Colum McCann) | 이안 매큐언(Ian McEwan) | 패트릭 맥그레스(Patrick McGrath) | 존 맥그리거(Jon McGregor) | 안토니오 몬다(Antonio Monda) | 로버트 무니(Robert Mooney) | 리즈 무어(Liz Moore) | 디나 나예리(Dina Nayeri) | 테이아 오브레트(Tea Obreht) | 에드나 오브라이언(Edna O"Brien) | 조셉 오코너(Joseph O"Connor) | 매리 오말리(Mary O"Malley) | 마이클 파커(Michael Parker) | 벤자민 퍼시(Benjamin Percy) | 제이슨 포터(Jason Porter) | 론 래쉬(Ron Rash) |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 | 존 번햄 슈워츠(John Burnham Schwartz) | 모나 심슨(Mona Simpson) | 제시카 소퍼(Jessica Soffer) | 롭 스필만(Rob Spillman) | 매트 서멜(Matt Sumell) | 마닐 수리(Manil Suri) | 니엘 토데이(Daniel Torday) | 모니크 쯔엉(Monique Truong) | 루이스 알베르토 유레아(Luise Alberto Urrea) |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즈(Juan Gabriel Vàsquez) | 다니엘 월리스(Daniel Wallace) | 제스 월터(Jess Walter) | 조쉬 웨일(Josh Weil) | 테리 템페스트 윌리암스(Terry Tempest Williams) | 존 레이(John Wray) | 티파니 야니크(Tiphanie Yanique) | 마리오 알베르토 잠브라노(Mario Alberto Zambrano)

 




남자를 말하다


라비 알라메딘(Rabih Alameddine)

지난밤, 당신의 심장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난 후, 어딜 가나 나에게는 당신의 모습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렸지요. 미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자꾸만 당신이 보입니다. 접시를 차곡차곡 식기 건조대에 올려놓는 당신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당신을 불렀지요. 당신은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당신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더군요. 다른 누군가와 당신을 혼동한 적은 없었습니다. 혹여 군중 속 누군가를 보며 어쩌면 당신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절대 없었습니다. 


집 복도에서도 당신을 봤습니다. 우리가 이스탄불에서 가지고 온 램프가 그 복도를 비추고 있었지요. 우리는 아주 오래 전에 이스탄불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1987년쯤일 거예요. 질병이 우리를 덮치기 직전까지 그곳에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병은 우리 안의 많은 것을 파괴했지요. 기억나나요? 당신의 혀를 허옇게 덮던 그 질병 말입니다. 당신도 나도 그 병을 끔찍이도 싫어했고 하루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길 원했지만 도무지 손 쓸 방법이 없었지요.


나는 살아 있는 동안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었어요.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오랫동안 당신만 생각하지 못한 탓에 당신이 나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아 죄책감에 괴로워했지요. 그런데도 당신은 다시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 준 것입니다.


당신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네가 내 가슴에 기대어 잠에 들 때 참 행복했단다.라는 당신의 말에 나는 아버지 가슴 털 때문에 간지러워 쉽게 잠들 수 없었는걸요.하고 대답했지요. 당신이 떠난 지 참 오래되었지만 나는 계속 살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젯밤 침대 베개에 귀를 댈 때마다 당신의 심장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번만 더, 제발. 한 번 더. 한 번만 당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이 심장도 당신과 함께 잠들기 전까진 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댄 배리(Dan Barry)

아버지는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목소리를 높여 다시 물었다. "네게 이런 짓을 한 놈이 누구지?" "아버지는 이해 못 해요." 내가 말했다. 눈두덩은 부풀어 올랐고, 이마는 까졌다. 교구학교의 흰 교복 셔츠는 풀과 진흙, 그리고 피로 얼룩져 있었다. 하긴 언제나 그랬다. "아버지는 이해 못한다니까요." 나는 반복해서 말했다. "어떤 녀석이냐?" "뾰족 귀라고, 아니…" 나는 말문을 열었다. "로날드 카핀스키에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라." 아버지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저는 평소와 같이 버스에서 내리려고 했어요. 그러자 갑자기 퍽! 하고는 카핀스키가 뒤에서 나를 덮치는 거예요. 그 녀석이 주먹을 휘두르고 울고 괴성을 지르더라고요. 그리고 이번에는 제가 그 녀석 위로 올라탔어요. 그러나 녀석은 멈추지 않았어요. 그래서 녀석이 멈출 때까지 때렸어요." "손을 내밀어보렴." 손가락 마디마디가 벌겋게 부어 있고 살이 까져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얼음주머니를 내 눈 위에 재빨리 올려놓았다. 아버지의 빈 잔에 술을 한 잔 새로 채우고선 어머니는 나와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영문을 몰랐다.


어머니는 차 열쇠를 꼽았지만, 시동을 켜진 않았다. "나한테 다시 말해보렴" 나는 조금 전과 똑같이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로날드의 뾰족 귀를 놀려댔는지. "그 딱한 아이가 왜 널 갑자기 공격한 거지?" "제가 그 녀석의 이름을 불렀거든요." "뭐라고 불렀는데?" "뾰족 귀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는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 우리는 그랜드대로 언덕 위에 지어진 붉은 색과 흰 색 벽돌로 된 집 앞에 멈춰 섰다.


나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절대 안 돼요." 질끈 감은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났다. "난 못 해요." 나는 울어서 눈앞이 흐려진 채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오직 한사람. 나를 바라보는 눈빛. 나를 꿰뚫어보는 그 눈빛. 나는 한 번 더 말했다. "제발요." 어머니는 몸을 숙여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이것이 우리의 방식이었다.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차에서 내려 카핀스키의 집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마이클 커닝햄(Michael Cunningham)

몇 년 전, 나는 벅 엔젤이라는 이름의 사내를 만났다. 그는 원래 여자였다. 물론 지금이야 트랜스젠더를 만나기 쉽지만, 그 당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트랜스젠더 같지 않게 그는 남성이 되기로 선택했지만 여성의 중요 기능은 그대로 유지했다. 벅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뉴욕에서 일 년에 한 번 밤새 열리는 블랙파티의 특별출연자였다. 셀 수 없이 수많은 무리가 파티에 참석했다. 그중 대부분은 남성 게이들이었다.


나는 우연히 벅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가 몹시 궁금했다. 친구 중 하나가 건너건너 그와 안면이 있다는 것을 듣고 내심 기뻤다. 나는 친구를 통해 무대 뒤편에서 그와 인사를 나눌 기회를 잡았다. 그는 확실히 남성 게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때 예쁜 소녀였다(물론 그에 대해 구글로 검색해보았다). 만약 당신이 그를 만난다면 그가 여자였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그는 말 그대로 잘 생기고, 완벽한 몸매에, 친근하지만 남자 게이 그 자체였다.


한 생명체로서 우리는 자아 발견을 갈구한다. 롱 아일랜드에서 학교 교사이자 때때로는 저널리스트로도 일하던 월트 휘트먼은 30대 중반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마가리타 카르멘 칸시노. 그녀는 브루클린 출신의 히스패닉 소녀였다. 머리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뒤 리타 헤이워스로 이름을 바꿨다. 바싹 마르고 인물도 없던 파로크 불사라는 어릴 적에는 노래에 특출 난 소질이 없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잔지바(Zansibar)를 떠나 런던의 한 예술학교에 입학한 뒤 그곳에서 밴드를 꾸려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되었다.


이들이 이룬 것은 단지 흉내 내기가 아닌 완전한 변신이다. 자신이 갈망하고 창조하고자 했던 인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켜 나갔을 것이다. 자신의 신체뿐 아니라 본성까지도 말이다. 더는 마가리타 카르멘 칸시노도, 파로크 불사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빛바랜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은 마치 자신들의 먼 조상처럼 아득해 보인다. 


블랙 파티에서의 그날 밤, 나는 군중 속에서 벅을 향해 환호성을 보냈다. 그날 밤은 자아의 재발견 그 자체였다. 남자가 된 어린 소녀 벅 엔젤 말이다. 당신도 처음에는 확신하지 못하고 주저했겠지만 점점 인정하게 될 것이다. 남자답다는 것은 선천적인 것도, 후천적인 것도 아니라는 벅의 주장을 말이다. 벅이야 말로 진정한 남성성의 증거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이것은 당신의 자아를 관통하게 될 확신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간으로서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인 것일까.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나는 그녀가 받기 전에 휴대폰을 낚아챘다. 상대편은 전화를 잘못 건 것 같다고 말했다. "아니, 제대로 걸었어. 이건 조니의 휴대폰이 맞아. 도대체 누구지?" "전 레이라고 합니다." 그가 말했다. "만나서 반갑군, 레이." 나는 아내를 노려봤다. "우리 애들 엄마에게 무슨 용무가 있어서 전화를 한 거지?" 그러자 아내는 내 손에서 재빨리 휴대폰을 낚아챘다. 나는 아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기다렸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샤워할 때 발견했어요." 그녀가 겨우 말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미 몇 번 검사를 받았어요." 조니는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그제야 나는 이해가 되었다.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한참이나 걸렸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아내는 내가 처음부터 틀린 질문이라도 한 듯이 나를 바라봤다. "설마 의사가 그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 단어를 차마 입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조니." 내가 말했다.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만약……." 아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웨이드, 당신은 아직도 어린애군요."


다음 날, 딸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나서 나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간호사가 아내의 이름을 부를 때까지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여성 아홉 명 중 한 명이 걸리는 병이라고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났다. 땅이 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내가 나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며칠 후 나는 다시 칸다하르로 복귀했다.


아내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는 나를 배웅하러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나와 줬을 때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조니,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아이들이 떠올랐다. 나와 아이들 곁에 아내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결혼식 첫날 밤, 즐거움에 취해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을 마셔대던 내 모습. 무대에서 꿈을 꾸기엔 너무 늦었을 때(When I Grow Too Old to Dream)를 부르는 조니의 모습을 생각했다.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 해봐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말론 제임스(Marlon James)

언젠가 내가 죽으면, 오직 내 여자만이 내 관을 움직일 수 있게 해라. 대신 바퀴가 달린 수레에 올려놓아 여자들이 실제로 나르는 것이 아니라 밀기만 하면 되도록 해야 한다. 여자에게 사랑 받는 방법은 이렇다. 그녀에게 못난이라고 부르면서 한편으로는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브랜디처럼 달콤하다고 말해주는 것이다(잠깐, 당신 아직 어린 소년인데다가 브랜디를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것은 아니겠지?).


열심히 공부하되 빌어먹을 변호사만큼은 되지는 마라. 반드시 옆집 딸에게 키스를 해서 당신 어머니가 적어도 자기 아들이 게이는 아닐 거라 안심할 수 있도록 해라. 아키 열매를 요리하는 법을 배워라. 그렇지 않으면, 여자가 섣부르게 요리하다 씨를 제거하지 않아 당신이 먹고 독이 오를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게를 요리하는 법을 배워라. 아니면 여자가 물이 간 지 오래된 것으로 요리할 수 있다. 셔츠를 세탁하는 법을 배우되 다림질은 꼭 여자에게 맡겨라.


잘 들어라. 이번엔 여자에게 버림받지 않는 방법이다. 출근은 일찍 하고 퇴근은 늦게 해라. 대신 옷장에 지갑을 놔두고 절대 돈이 얼마 들어 있었는지 세지 마라. 이건 아들을 낳는 방법이다. 일요일, 화요일, 또는 목요일에 시도해라. 절대 월요일에는 하지 마라. 자칫하면 딸이 태어나 너를 평생 증오하는 여자로 클지도 모른다.


길거리 여자를 만나지 마라. 그녀는 모든 남자의 여자 친구일 것이다. 고무재질의 의상은 입지 마라. 흑인을 죽이러 가는 것처럼 보인다. 백인 영화를 보지 마라. 만약에 봐야 하는 상황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존 웨인, 아니면 러쉬 라 루(40~50년대 서부영화 주인공)의 영화를 봐라.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막노동을 하는 여자 친구를 어머니에게 소개하여 어머니 가슴이 무너지게 하지 마라.



에트가 케렛(Etgar Keret)

아들 레브는 내가 우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불평한다. 아들에게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 또한 그런 내 자신이 불편했다. "아버지가 울지 않는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에요." 레브는 작은 손을 내 팔 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마치 나의 불편함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난 그냥 단지 이해하고 싶을 뿐이에요. 엄마는 우는데 왜 아빠는 울지 않는지 말이에요."


나는 아들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당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울렸다. 영화며, 이야기, 심지어 인생까지도 말이다. 길거리의 구걸하는 사람들이나, 뛰어다니는 고양이 그리고 낡아서 해진 슬리퍼만 봐도 눈물이 솟아올랐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생일에 어린이용 책을 선물로 주었는데 울지 않는 법을 설명해주는 책이었다. 


주인공이 눈물이 왈칵 나오려고 할 때마다 상상의 친구는 주인공에게 노래를 하거나, 공을 차거나, 춤을 춰보라고 했다. 나는 그 책을 아마 50번 정도는 읽었을 것이다. 마침내 울지 않는 것에 능숙해질 때까지 책의 내용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이제는 그 연습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도무지 멈추는 방법을 모를 정도까지 되어 버렸다.


레브는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질문했다. "그럼, 어릴 때 아빠는 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대신 노래를 불렀다는 거예요?" "아니, 아빠는 노래를 잘 못해. 그래서 울고 싶을 때마다 주로 누군가를 때리곤 했단다."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것 참 이상하네요." 레브는 골똘히 생각하면서 말했다. "난 행복할 때 누군가를 때리는데." 이런 대화를 하자니 어쩐지 간식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거실에 조용히 앉아 냉장고에서 꺼내온 치즈 스틱을 야금야금 먹어 치웠다.



존 맥그리거(Jon McGregor)

그들이 이별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그 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미나가 이어졌다. 초대강사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들 중 몇 명은 이야기를 시작할 때 연단을 꼭 잡은 채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부분 군인이었다. 과학자들이나 그 외 사람들은 꿋꿋이 감정을 유지하는 듯 보였다. 그들은 군인보다는 확실히 객관적이었다.


이라크 전에 참전했던 한 하사는 임무가 끝나갈수록 요즘 젊은 군인들이 얼마나 스마트폰과 화상채팅에 중독되는지를 말해주었다. 연락 수단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언급했다. 요즘 젊은 군인들이 집을 떠난다는 것에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문제도 지적했다. 그것은 임무수행에서 집중력을 흐리게 하는 위험요인이라고 했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임무를 정확히 설명해준 사람이 없었다. 세미나는 그런 식으로 약간씩 주제에서 빗나갔다. 그 어떤 강사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 중 몇 명은 고작 몇 달간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모두 집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는 조언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가 들은 조언은 화상이나 음성통화가 1,700일 동안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임무수행을 위해 떠나기 전 개인적으로 작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했다. 참모총장은 우리에게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마치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본 사람 같았다. 임무를 수행하기가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곧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는 대부분의 사람은 해보지 못한 작별 인사를 가족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똑바로 일어서서는 가족이 있는 방을 늠름하게 빠져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서류를 정리하고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적재 구역으로 향했다.



안토니오 몬다(Antonio Monda)

아들은 나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이 없어도 나는 아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그 나이 정도가 되면 아들은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폭력적으로 굴고 아버지를 조롱하고 부끄럽게 하며 모욕하려 든다. 몇 권의 책을 통해 나는 이런 모든 것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 자신도 내 아버지에게 똑같이 굴었기 때문에 더욱더 아들의 상황을 잘 안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를 조롱하고 모욕감을 주던 당시 아버지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용서를 구할 그 어떤 기회도 얻지 못했다. 살면서 나는 언제나 이 고통을 계속 품고 살아간다. 마지막 날 저녁 식사 직전까지도 나는 아버지가 하는 말에는 뭐든지 반대로 했다. 그것이 내가 의사소통하는 방식이었고 어른이 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그때의 내가 미치도록 밉다.


원래부터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남자로 거듭하는 방식을 감히 내가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가만히 자신에게 물어본다. 어째서 사랑에는 갈등이 필요한지 말이다. 어째서 사랑은 증오의 가면을 써야만 하는지. 그리고 어째서 고통이 뒤따라야 하는지. 나는 내 아들에게 고통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와 이야기 하자고 말하고 싶다.


내 아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대화할 때 아버지는 그저 남자가 되는 법을 설명해주려고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이 아버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우리 세대의 의사소통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정확한 의사소통 하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 자신 또한 먼저 남자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어쩌면 현실에서 우리는 절대 진정한 남자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리오 알베르토 잠브라노(Mario Alberto Zambrano)

아버지는 셔츠에 온통 검댕이를 묻힌 채로 집에 돌아오곤 했다. 나는 아버지가 퇴근 후 부엌 싱크대에서 손가락 마디마디를 깨끗이 문질러 닦던 모습을 기억한다. 어느 날, 아버지는 어디서 큰 상이라도 받은 것 같은 환한 미소를 띠며 집에 오셨다. 창고관리 책임자로 승진하셨다고 했다. 현장에서 철재를 다루던 이전 일보다는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다음날 아침,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양복과 서류가방을 새로 사기 위해 외출을 했다.


아버지는 머빈 양복점에서 네이비블루 색의 양복을 입어봤다.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리면서 "아빠, 정말 멋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양말 속 발가락을 꿈틀꿈틀 움직이며 좀처럼 미소를 감추질 못했다. 다음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승진하지 못하셨단다." 어머니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아버지가 승진하지 못한 것은 회사 사람들 변덕 때문이라고 했다. 아니면 아버지의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일지도 몰랐다. "행동을 조심하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평상시처럼 행동해야 해." 어머니는 신신당부했다. 이제 곧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나는 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고 깨어 있었다. 그러나 대신 방에 잠자코 있었다. 아버지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부러 잠든 척했다.


주말에 나는 실바스와 빙고를 하며 놀고 있었다. 아버지는 생전 하지 않던 일을 했다. 빙고 놀이에 참여한 것이다. 게임의 규칙은 이랬다. 누군가 상대에게 게임시작을 알리면서 카드를 내보이길 요구한다. 그럼 그 사람은 힌트가 담긴 노래를 불러야 한다. 아버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는 턱을 자랑스러운 듯 높게 들고 가슴을 활짝 펴고 있었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그저 아버지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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