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손글씨와 감성사진, 시로 쓴 에세이!
사랑 때문에 비슷한 마음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시로 쓴 감성 에세이와 손글씨, 감성 사진으로 구성된 ‘Sentimental Book!’이다. 20대는 기쁨으로, 30대는 아픔으로, 40대는 그리움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지고 반대로 이별이 가까워지면 사랑이 가까워진다. 사랑으로 생긴 이 기막힌 마음병을 이겨낸 마지막은 항상 그 아픔과 싸워 더욱 아름다워졌다는 것이다. 사랑에 힘이 들 때, 사랑에 좌절할 때,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고 싶을 때에 펼쳐볼 만한 귀한 책이다.
■ 사진·손글씨 김효정(밤삼킨별)
전 세계를 다니는 여행 사진작가, 따뜻한 손글씨로 감성을 나누는 캘리그라퍼, 월드비전과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일하는 재능 기부자, 훈의 아내이자 민n정 두 딸의 엄마로 보통의 아줌마, 종점다방의 다방님에 숨어 살며 부엉이 중독자로 여전히 감수성 충만한 여자이다. 이런 모든 것을 ‘밤삼킨별’이란 필명에 녹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글, 손글씨, 감성사진, 강연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표현해왔다. 스무 살부터 꿈꾸던 자신만을 공간을 찾아 나서서, 직장생활 10년을 거치고 전 세계를 여행하다가 마침내 카페 ‘마켓 밤삼킨별’을 마련했다.
■ 차례
001 가까운 사랑, 먼 이별
002 제 눈물로 제 뿌리를 파헤치는 사랑
003 삼백 예순 다섯 날, 눈 내려라
004 까짓것, 이제 별거 아닌 것들만 이루면 돼요
005 늦게 찾아온 기쁨은 그만큼 늦게 떠난다
006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까닭
007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하여
008 어린아이처럼 죄 짓고 싶다
009 사랑에 대한 공부
010 말더듬이 소년이 부르는 노래
011 사랑은 이별로 끝나지 않는다
012 동물도 꿈을 꿀까요?
013 눈물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
014 예따! 너 가져라!
015 내소사 가는 길
016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준다
017 내 외로움을 증명하기 위하여
018 독한 놈!
019 외롭게 똥을 누는 남자
020 거짓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미워한다는 것
021 귀 기울여 보세요
022 아프지 않은 사랑
023 착하게 사랑하지 못한 나를 나무라다
024 뒤늦은 연애편지
025 ㅅ ㄹ ㅎ ㅇ
026 쩡, 쩡, 쩡, ‘빈 울림의 사랑’
027 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
028 이별을 깨끗이 인정하다
029 낡음의 평화
030 밤기차
031 막바지 사랑법
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
가까운 사랑, 먼 이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곁에는 매일매일 따라 다니는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그림자는 항상 곁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는 그림자에게 잘해 주었고, 그림자는 말없이 그의 곁을 지켰습니다.
어느 날 질투 많은 바람이 그의 곁을 지나며 말했습니다.
"왜 그림자에게 잘해 주세요?"
"그림자는 항상 내 곁에 있어 주기 때문이지."
그 사람이 대답하자, 바람은 시큰둥하게 말했습니다. "핏, 아니에요. 그림자는 당신이 기쁘고 밝은 날에만 잘 보이지, 어둡고 추울 때에는 당신 곁에 있지 않았다고요."
생각해보니 그가 힘들고, 슬프고, 어두울 때에 그림자는 항상 보이지 않았던 거예요. 그 사람은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그림자에게 말했습니다.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말고 가버려!"
그 한마디에 그림자는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 후로 그는 바람과 함께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것도 잠시, 바람은 그저 그에게 스쳐갈 뿐이었습니다. 혼자가 되어 버린 그는 다시 그림자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멀리 있어야
아름다움을 깨닫습니다.
이별한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지요.
"그림자야 어디 있니? 다시 와줄 순 없을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림자는 조용히 다가와 그의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그림자가 말했습니다. "난 항상 당신 곁에 있었답니다. 다만 어두울 때는 당신이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힘들고 슬프고 어두울 때는 난 당신에게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당신이 볼 수가 없었나 봐요."
손에 닿을 수 없이
멀리 있는 것들은
모두 한때
내 몸 속에 스미도록
가까웠던 것들입니다.
무지개 같은 사랑도,
별처럼 빛나던 희망도,
벼랑에 피는 꽃처럼
아찔했던 젊은 날의 방황도.
기억하세요.
혼자가 아니란 것을.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보이지 않을 뿐이란 것을.
까짓것, 이제 별거 아닌 것들만 이루면 돼요
지금 힘드시지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둡지요? 그럴 때일수록 처음 출근했던 옛날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신이 출근하면서 들어가는 그 문을 열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했나요. 얼마나 아픈 세월을 보냈나요.
그 시간과 아픔을 생각하니, 어때요?
조금 더 살만하지요?
지금 당신이
아침에 열고 들어가는 문은,
한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넘을 수 없는 벽도 열었는데
까짓것,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 거예요.
불교에서는 사람의 인연을 겁(劫)이라는 단위로 설명합니다. 하늘에 있는 선녀가 천 년에 한 번씩 목욕을 하러 땅으로 내려옵니다. 연못 근처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천 년에 한 번 선녀가 내려올 때마다 그 바위에 선녀의 옷깃이 스칩니다. 그 커다란 바위가 선녀의 날개옷에 스쳐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1겁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옷깃을 한 번 스치는 것은 500겁의 인연이 쌓여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부부는 7000겁, 부모 자식은 8000겁의 인연이라고 하고요. 상상으로도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이지요. 그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인연은 상상할 수 없는 기적이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에서 산다는 것,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도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이지요. 사람으로 태어나 지금의 내 나라, 내 가족, 내 사랑, 내 아이를 만나고 또 무엇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자체는 더더욱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입니다.
그래서 지금 힘들다는 것도 기적이지요. 그 불가능도 헤쳐 나왔으니 까짓것, 이제 별거 아닌 것들만 이루면 되지 않겠어요. 돈 버는 것, 건강하는 것, 성공하는 것, 당신은 지금 당신이 이룬 기적보다 쉬운 것들에 도전하고 있는 거예요. 마음속으로 거짓 없이 소리치세요.
"다 잘 될 거야!"가 아니라
"다 잘 될 줄 알았어."
"곧 좋은 날이 올 거야!"가 아니라
"지금이 좋은 날이야!"
늦게 찾아온 기쁨은 그만큼 늦게 떠난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진짜 이유를 아세요?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진짜 이유는
거북이의 경쟁 상대는
토끼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거북이의 경쟁 상대는
자신의 느린 걸음과 결승점이었습니다.
토끼는 거북이가 경쟁 상대였기 때문에
거북이가 한참이나 뒤떨어지자,
자만하고 방심하게 되어
잠까지 자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거북이의 경쟁 상대는
자신의 느린 걸음과 결승점이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부자가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아주 특별한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모두 포기하고 싶은 횟수와 비례하지요.
토끼에게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없었지만
거북이에게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수천 번이었겠지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을수록
속울음이 많아지고,
속울음이 많은 사람일수록
아름다워집니다.
가난한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음은
그 외로움과 슬픔을 묵묵히 이겨낸
먼 훗날입니다.
그대에게 약속한 빛나는 열매들,
그 곳으로 가는 발걸음이
느리다고 핀잔주지 마세요.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지 마세요.
내 늦은 사랑이
언젠가 그대에게 도달하듯
내 느린 걸음도
언젠가 결승점에 도달할 거니까요.
늦게 찾아온 기쁨은
그만큼 늦게 떠난다는 사실을
신앙처럼 믿으니까요.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하여
사랑은 어떻게 단련될까요? 부질없는 기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사랑은 어려워진다는 것이 해답입니다. 사랑하면 기대하게 되고 기대가 높을수록 상대를 그 기대와 비교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높아진 기대 때문에 사랑이 상처를 입게 되지요.
자주 꺾이고,
자주 실패하고,
자주 절망하는
외로운 말들 속에
사랑과 기대가
앞자리에 놓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꿈과 희망이 먼 훗날에 이루어진다면, 기대는 바로 눈앞의 현실입니다. 서로의 감정이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이지요. 부질없이 기대하지 않기 위해 작은 기대를 귀하게 여기고 키워야지요. 작은 기대는 꿈과 희망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기대라는 작은 씨앗이 자주 상처받고 발아가 되기 전에 숨을 눌러 버린다면 꿈과 희망은 없습니다. 거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작은 기대 하나 저버린다고
사랑까지야 무너지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죄 짓고 싶다
하루만큼 더 늙어진 얼굴로, 하루만큼 글썽임이 지워진 얼굴로 평화롭게 잘 살고 있습니다.
누구는 내 얼굴에서 순결하지 못한 죄를 읽고 가고, 누구는 몹쓸 생각에 빠진 은밀한 눈빛을 읽고 갑니다. 그러면 나는 더 괴로운 얼굴로 술에 취합니다. 술에 취하지 않는 날이 아득합니다.
설렘이 없는 사랑이
끝장난 사랑이라면
설렘이 없는 삶도
끝장난 것입니다.
소풍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는 아이처럼 착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늙어가고 마음속의 글썽임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작은 상처에도 크게 아파하고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 때는 죄가 무서웠고 내 속의 착한 바람들이 내가 저지른 죄로써 꺾일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내 삶이 더러워질수록 세상 한 구석 더럽히고 싶었습니다. 나 한 사람 더러워짐으로써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바람들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제는 삶이 나를 속이면 슬퍼하고 분노하고 싶습니다.
현실은 항상 슬픈 것이 아니라 항상 행복이면 싶습니다.
젊은 날에는 가난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젊은 날이 어둡지 않아도 별을 낳을 수 있습니다.
죄에 익숙해진 얼굴, 상처로 마음이 단련될수록 그 옛날 어린 죄인처럼 사소하게 다시 죄짓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슬퍼하고 분노해야 할 대상이 나임을, 깨끗이 인정합니다.
죄송합니다.
죄 짓고 싶습니다.
풀처럼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고 싶습니다.
기어이, 결코, 마침내, 끝끝내
풀처럼 지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준다
몇 해 전, 여수에 있는 향일암에 갔었습니다. 향일암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 집채만 한 바위 두 개 사이로 난 바위굴을 지나야 합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위굴을 지나고 나서야 만나는 향일암의 절경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지요.
향일암의 꼭대기는 거북의 등처럼 무늬가 새겨 있는 돌거북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 돌거북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틈에서 우연히 조그마한 깡통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깡통은 많이 부식되었지만, 그 속에는 아직 읽을 수 있는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많이 하던 10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 쓰기는 아닌 것 같고 분명, 어떤 연인들이 사랑의 마음을 편지로 남겨 둔 것 같았습니다.
이름 모를 연인들이 남겨 놓은 사랑의 맹세가 나를 충분히 슬프게 했습니다. 나는 그 때 사랑에 지쳐 있었고, 상처 입은 짐승은 언젠가는 꼭 다른 짐승에게 상처를 준다는 말을 머릿속에 심어 넣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것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은 꼭 다시 다른 이에게 사랑으로 상처를 줍니다.
젊은 날의 사랑이 얼마나 은혜로운지 깨우치는 것은 먼 훗날입니다. 내 사랑 피카소를 쓴 피카소의 젊은 날의 연인도 이런 말로 피카소를 회상했었지요.
"처음 피카소가 그림 공부를 위해 파리로 왔을 때 그는 젊었고, 열정적이었으며, 가난하였다. 그가 유명해지면서 나를 떠났지만, 그 후 많은 여인들이 피카소의 곁에 있었지만, 그들은 젊은 날의 피카소를 알지 못하리라. 그들이 나보다 피카소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젊고, 가난하고, 열정적이었던 젊은 날의 피카소는 나 외에는 아무도 기억할 수 없으리라."
남도 끝자락에 있는 향일암이라는 조그마한 암자의 바위틈에서 발견한 어떤 연인들의 편지에는 상처가 없었습니다. 상처받지 않는 연인들의 맹세가 태양 같이 태양 같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준다는 말을 믿습니다.
뒤늦은 연애편지
술에 흠뻑 취해도 아침이면 거뜬히 일어나던, 무모해 보이더라도 불꽃처럼 도전하던, 첫눈 내리던 날 만나자는 약속 때문에 달음질치던, 이제 그런 날들은 다시는 안 오겠지요.
그 젊은 날을 보내고 조금은 늙은, 조금은 철이 든 사내가 작은 용기를 내어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그대가 내 사랑을 알지 못하는 것이
더 괴로운 일인 줄 알기에
이제야, 용기를 냅니다.
그대가 나를 깨끗이 잊은 후에야 알았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해 줄 수 있었던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눈길을 잡아끄는
화려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빛나는 열매가 아니었습니다.
그대가 나라는 생각,
그렇게 쉬운 것이었지요.
세월이 흐른 후
조금은 늙은, 조금은 철이 든 사내가
그대 엄마의 첫째 딸에게 보내는
뒤늦은 연애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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