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배우다

   
무무(역자: 양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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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수요일
   
13000
2012�� 09��



■ 책 소개

아름다운 인생, 그보다 더 아름다운사랑에 관한 이야기!

우리들의 삶과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진심어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프로이트의 가슴 아픈 사랑에서 까르띠에 가(家)의 영원한 사랑, 어느 무명씨의아름다운 작별 이야기와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 밀란 쿤데라, 셰익스피어, 버트런드 러셀, 칼 마르크스 등에게 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사랑의아포리즘, 그리고 사랑에 관한 유쾌한 농담, 촌철살인 잠언,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지난 이별을 위로하고 현재의 사랑을 축복하며 사랑을냉소하고 의심하는 이들에게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북돋아준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12년 현재 여러 나라에서 10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 저자 무무
무무는 필명. 서른두 살. 에세이스트. 이 책 『사랑을 배우다』로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의 책은 현재까지 1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언론 및 기타 매체와인터뷰를 일체 하지 않고, 오직 글로 독자들과 교감하는 은둔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대표작으로는 『내려놓기』『살아 있음이 행복이다』『내 인생에바쁘다고 말하지 않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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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양성희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였고, 북경사범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내 편이 아니라도 적을 만들지 마라』『인생철학51강』『대국굴기』『채근담』『도시를 읽다』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89년 동안의 사랑 | 세상의 모든 사랑을 당신에게 줄 수 없다면 | 어떻게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 운명은 언제나 수많은 ‘만약’을 남긴다 |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 | 사랑의72계단 | 아무도 모르게 | 사랑의 법칙을 거스르지 마라 | 사랑은 지나간다 | 난 다른 꿈속에서 당신을 잊어간다 | 이 마음, 시간이 지나면추억이 될까? | 청춘의 한가운데서 만나지 않길 다행이야 

2부 
무라카미 하루키 | G. 파커 | 톨스토이 | 쉬즈모 | 괴테 | F. 비용 |장샤오시엔 | A. 모루아 | O. W. 홈스 | R. 렘브케 | 셰익스피어 | 헤르만 헤세 | 에우리피데스 | 쇼펜하우어 | 소크라테스 |밀란 쿤데라 | 헤겔 | J. R. 키플링 | 오스카 와일드 | 칼 마르크스 | 키에르케고르 | 버트런드 러셀 
3부 
어느 노스님의 사랑 이야기 | 미안한마음과 그리운 마음 | 사랑, 우리가 기적이라 부르는 일에 대하여 | 그대를 만나기 위해 | 갖지 못한 것과 잃어버린 것 | 운명의 나무가병들어 갈 때 | 이게 바로 나의 행복이니까 | 사랑은 레몬차처럼 |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이상적인 거리 | 여전히 변치 않고 있을까? |사랑은 지켜주는 것 | 이별 | 유혹 | 신발을 고르듯이 사랑하라 |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 마지막 편지 
4부 
5+5+90=100 | 우리는 누구의반쪽도 아니다 | 모든 사람은 사랑 앞에 평등하다 | 연꽃 | 호리병 | 조용한 사랑 | 캐스 달리 | 걱정 | 진심과 관심 그리고 약간의용서와 이해 | 허기와 욕심 | 신사와 소녀 | 아버지의 비밀 | 사라진 영수증 | 어떤 유서 | 아빠, 사랑해요! | 결혼 | 하루 세 끼의사랑 | 세상에서 가장 날 사랑해준 사람 

에필로그





사랑을 배우다


운명은 언제나 수많은 만약을 남긴다

1918년 여름, 종군기자 신분으로 참전한 남자는 전우들과 함께 포탄 연기가 자욱한 이탈리아 전선 어딘가에 있었다. 이때 남자는 열여덟 살 앳된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적군의 공습을 피하지 못해 다리에 큰 부상을 당했다.


얼마 뒤 다리 상처가 세균에 감염돼 고름이 차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모든 상황이 열악했기 때문에 담당 의사는 다리를 절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간호사인 여자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아직 어린 청년에게 평생 한쪽 다리 없이 살아가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남자의 다리를 지키기 위해 두 시간마다 정성껏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랐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다행히 남자는 목발을 짚고 병실을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여자는 남자와 마주칠 때마다 "꼬맹이, 이제 고향에 돌아가서 여자 친구랑 춤을 출 수 있을 거야"라고 놀렸다. 남자는 여자의 눈을 보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난 고향에 있는 여자애들이랑 춤을 추고 싶지 않아요. 내가 춤을 춘다면 오직 당신하고만 출 거예요."


여자는 남자보다 일곱 살이나 많았다. 하지만 남자는 고집스럽게 여자를 쫓아다녔고 그녀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후, 여자는 다른 부대로 이동하게 됐다. 남자의 다리도 거의 다 나아가고 있었다. 여자는 급하게 떠나느라 남자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사라졌다. 여자는 편지와 함께 끼고 있던 반지를 남겨놓았다.


목발을 짚은 남자가 여자 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재회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왈츠 선율 속에서 두 사람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새벽 해가 뜨자마자 우렁찬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반대 방향 기차를 타야 했다. 여자는 포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이탈리아 전선에 남았고 남자는 머나 먼 미국으로 돌아갔다.


귀국 후 남자는 열심히 여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늘 여자의 안부를 걱정했고, 두 사람이 미래를 함께 할 집을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의 답장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그녀는 이별을 통보했다. 여자는 이탈리아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오랫동안 그녀를 사모해온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약혼식 날, 약혼자와 손을 맞잡고 왈츠를 추던 여자는 갑자기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허름한 여관방에서 남자와 왈츠를 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순간 여자는 남자에 대한 사랑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날 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짐을 꾸려 이탈리아를 떠났다. 그리고 남자가 묘사했던 것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워룬 호수로 찾아갔다. 이제 여자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사랑해."


그러나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난날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놓고 각자의 인생으로 돌아갔다. 워룬 호수에서 이별한 후로 두 사람은 영원히 재회하지 못했다. 남자는 평생 네 번 결혼했고 예순두 살의 어느 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야기 속 남자는 다름 아닌 어니스트 헤밍웨이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여자의 이름은 아그네스 폰 쿠로보스키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옛사랑을 잊지 못하다가 서른여섯 살에 결혼했다. 아그네스는 국제적십자에서 일하면서 간호사 최고의 영예인 나이팅게일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회고록에 이렇게 기록했다.


지난 70여 년 간 그는 가장 깊은 사랑이었다. 우리는 그 후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난 70년 동안 줄곧 그를 떠올렸다. 만약 그때 그 사람이 날 받아줬더라면, 나중에라도 다시 날 쫓아왔더라면 우리 운명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운명은 언제나 수많은 만약을 남기는 법이다.


아무도 모르게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소년은 직접 종이학 천 마리를 접어 소녀의 집으로 보냈다. 그 안에 "종이학 천 마리에 내 모든 마음을 담아 보낸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넣었다. 소년과 소녀는 매일 매일 첫사랑의 달콤함과 행복을 만끽했다.


어느덧 소년과 소녀는 어른이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의 마음은 남자로부터 멀어졌다.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꿈에 그리던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여자는 남자와 헤어지면서 "우린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해. 여자에게 결혼은 새로운 인생의 기회야. 난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어. 넌 너무 가난해서 너와의 미래가 도저히 그려지지 않아"라고 말했다.


남자는 여자가 프랑스로 떠난 후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사를 하고 뭘 하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남자는 자신의 노력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에 성공해 많은 돈을 벌었지만 마음이 늘 허전했다. 남자는 오래전 그녀를 여전히 그리워했다.


비 내리는 어느 날, 남자는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낯익은 노부부를 발견했다. 노부부가 여자의 부모임을 알아차린 남자는 몰래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남자는 우연인 것처럼 노부부 앞에 나타나 성공한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남자는 천천히 차를 몰아 노부부를 따라갔다. 잠시 후 남자에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몰려왔다. 노부부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공원묘지였다. 곧이어 남자는 묘비 위에 놓은 도자기 액자 안에서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발견했다. 작은 무덤 옆에는 가느다란 철사에 꿰어놓은 종이학 몇 마리가 보였다.


남자는 여자의 부모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됐다. 여자는 다른 남자와 파리로 떠난 것이 아니라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여자는 착하고 능력 있는 남자가 반드시 성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의 인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의 곁을 떠난 것이었다. 그리고 여자는 언젠가 남자가 자기 무덤에 찾아올 때, 몇 마리라도 좋으니 종이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계절마다 여러 가지 꽃이 피고 진다. 때로는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시들어버린다.


지금 지구상에는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인생의 동반자가 약 2만 명 있다.

그 중 첫 번째 상대를 만나 서로 깊이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 신뢰하는 사이로 발전한다면,

그 후에 만나는 이상적인 상대는 평범한 친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상대와 깊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기 전이라면

두 번째, 세 번째 이상적인 상대가 나타났을 때

쉽게 감정이 흔들리고 변한다.

그 수많은 이상형 후보 중 한 명과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해야

비로소 행복이 시작되고 방황을 끝낼 수 있다.

- 조지 버나드 쇼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상대방의 마음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사랑이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

- 톨스토이


훌륭한 사랑은

격렬한 욕망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완전하고도

영속적인 조화에 있다.

- A. 모루아


행복은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다.

삶에 최선을 다할 때,

목표를 향해 전진할 때,

목표에 모든 열정을 쏟아

결과를 얻는 그 순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 소크라테스


젊은 시절의 시간은

현재와 현재에 잠식당하는

미래뿐이었다.

나이가 든 후의 시간은

과거와 과거에 잠식당한

현재뿐이다.

- 밀란 쿤데라


어느 노스님의 사랑 이야기

한 노스님이 절 앞뜰에 국화 3줄기를 심었다. 3년 후 가을, 앞뜰은 온통 국화꽃으로 가득 찼고 국화 향기가 산 아래 마을까지 퍼져나갔다. 절을 찾은 사람마다 "정말 아름다워요"라며 정원에 감탄했다.


어느 날 마을 사람 한 명이 노스님에게 자기 집 화단에 심을 국화 몇 줄기를 달라고 했다. 노스님은 줄기가 가장 튼튼한 국화를 직접 골라 그에게 나눠주었다. 소문이 났고 사람들이 너도 나도 국화 줄기를 달라며 노스님을 찾아왔다. 노스님은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며칠 뒤 노스님이 만든 국화 정원에는 국화 한 송이 남아 있지 않았다. 국화꽃이 없으니 앞뜰은 빛을 잃은 세상처럼 적막했다.


늦가을 황혼녘 황량한 앞뜰을 바라보던 제자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안타까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 탐스러운 국화와 국화 향기가 가득했는데……."


노스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자를 다독였다.

"잘 생각해보아라. 이제 곧 더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 3년이 지나면 마을 전체가 국화 향기로 가득할 게야."


노스님은 다시 제자에게 일렀다.

"아름답고 좋은 것은 함께 나눠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내가 가진 것이 사라지겠지만 마음은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지."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

두 사람의 관계는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6년 동안 두 사람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며 보낸 시간이 가장 많았고, 한때 사랑의 감정을 키우기도 했다. 함께 차를 마시고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6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그 6년 동안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연인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물론 6년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사람이 북적이는 서점 입구에서 시끌벅적한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몇 번 마주쳤지만 두 사람은 평온한 미소로 감정을 억누른 채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그들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봄날 오랜만에 열린 동창회에서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이날 여자는 평생 마음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람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우정의 꽃을 피우기로 했다. 사실 남녀 사이는 아주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우정이 사랑이 되는 경우는 아주 흔한 일이지만, 반대로 사랑이 우정이 되기란 세월을 거스르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주로 음식점에서 만났다. 시내에 있는 여러 음식점을 돌아다녔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한결 같았다. 식사를 하고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일상을 이야기하다보면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금방 두세 시간이 흘렀다. 사실 두 사람은 입맛이 좀 달랐다. 하지만 커피만큼은 두 사람 모두 좋아했다. 여자는 커피를 저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 이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아니겠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친구는 함께 커피를 마시기에 가장 좋은 친구가 틀림없어.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이 얼마간 쌓였을 때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가장 이상적인 거리는 귓속말이 들릴 만큼 밀착된 상태가 아닐지도 몰라. 이렇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는 것일지도 몰라.


신발을 고르듯이

우리는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청춘의 한가운데서 인생의 반려자를 찾아야 해. 그건 신발을 고르는 거랑 비슷해. 신발은 디자인도 재질도 정말 다양하지. 예쁜 것이 너무 많아서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야. 디자인은 예쁘지만 재질이 별로인 구두는 몇 번 신으면 금방 망가져버려. 촌스럽지만 튼튼하고 편한 구두도 있지.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구두 가게 한쪽 구석에 쳐 박혀 있는 먼지 쌓인 재고 구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손님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그 구두는 한번 만져보기도 힘들어. 일단 크게 심호흡을 하고 강하게 입김을 불어서 먼지를 날려버려야 해. 그러면 그 구두의 진면목이 드러나지. 처음엔 스타일이 살지 않아 싫었는데 신을수록 편안한 신발이지. 길을 지나다 보면 구두 가게 쇼윈도 안에 온갖 화려한 디자인과 갖가지 색상의 신상품들이 일 년 내내 넘쳐나지만 난 눈길조차 주지 않아. 이 세상이 이 구두만큼 나한테 잘 맞는 구두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거든. 그러다보니 당연히 이 구두를 점점 더 아끼게 됐지. 더러워지면 바로 먼지를 닦아내고 깨끗해질 때까지 문질러. 물에 젖으면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원래 모양을 잡아줘야 해. 시간이 지날수록 광택이 사라지니까 주기적으로 구두약을 발라주고 반짝반짝 광이 날 때까지 문질러줘야 해. 구두를 평생 신으려면 이 정도 수고는 해야지!


5+5+90=100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매일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행복한 일 한 가지를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만약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사각사각 눈 밟는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나무 태우는 냄새도 맡을 수 없고, 사랑이 담긴 아름다운 눈빛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인생은 자극적인 순간이 5%, 고통스러운 순간이 5%, 나머지 90%는 무미건조한 시간이다. 우리는 5%의 자극을 위해 5%의 고통을 이겨내고 나머지 90%의 시간을 보낸다.


언젠가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면, 난 사랑하는 연인과 그 평범한 90%의 시간을 오래 오래 함께 할 것이다. 그 담담한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에…….


진심과 관심 그리고 약간의 용서와 이해

사람들은 사랑할 수 없을 때, 사랑할 자격을 잃었을 때야 비로소 간절하게 사랑하고 싶어 한다.


A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를 갖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탓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일이 많아 바빴지만 A를 아끼고 배려했다. 아내를 위해 늘 콧노래를 부르며 분주하게 약재를 준비하고 약을 달였다. 그러는 동안 A는 리모컨으로 드라마 채널을 찾아다니며 남의 이야기에 웃고 운다. 부부는 늘 이런 모습이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1년이 지나고 또 10년이 지나갔다.


A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게 행복한 결혼일까?


A는 생각보다 빨리 답을 찾았다. 고등학교 동창 Y를 다시 만났기 때문이었다. 옛날 기억은 거의 없었다. 친했는지 아닌지조차도 분명치 않았다. 희미한 기억 덕분에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었다. 그래서 A는 Y가 전화를 걸어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손에 힘이 풀려 들고 있던 약그릇을 놓치고 말았다. 엎어진 한약이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A는 꽃향기 가득한 청춘의 봄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말할 수 없는 기쁨이 고스란히 나타나 A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붉고 화사하게 빛났다. 그 날 밤 여느 때처럼 약을 준비하던 남편은 "당신 얼굴이 많이 좋아졌어. 이제 곧 약을 끊어도 되겠는 걸"이라며 좋아했다.


당연히 A의 생각은 달랐다. A는 사랑이야말로 평생 여자를 아름답게 해주는 명약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시간은 꽤나 오랜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Y는 A에게 "이런 바보, 남편한테 잘 해. 널 가장 행복하게 해줄 사람은 네 남편뿐이야"라고 말하며 A를 비웃었다. A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남편은 짧은 메모를 남기고 떠난 후였다.


지금까지 난 정성을 다하면 창백한 당신 얼굴에 혈색을 되찾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어. 당신 얼굴을 복숭아처럼 빛나게 해줄 수도 없으니 난 당신 곁을 떠날 수밖에 없어.


이날 이후 A는 혼자만의 외롭고 고독한 삶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집안 정리를 하던 A는 서랍 안쪽에서 두꺼운 일기장을 발견했다. 남편이 10년 동안 A에게 달여준 한약의 처방전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일기장 위로 A의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너무나 잔잔해 지루한 호수 같은 삶이라도, 그 호수에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진심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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