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윤영무
ǻ
브리즈
   
11800
2008�� 10��



■ 책 소개
4년 전『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를통해 이 시대 新장남 행복학을 펼쳤던 방송기자 윤영무. 이번에는 『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장남"이라는 사회적위치에서 겪는 삶의 아픔을 진솔하게 고백했다면,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 남자" 전체에 눈을 돌려 따듯한 위로를 보낸다. 지금, 삶이 고달프지않은 대한민국 남자는 없다. 불안한 경제는 직장에서 설 자리를 위협하고, 가족들의 무관심은 인생을 더욱 헛헛하게 만든다. 이 책 『대한민국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아들이자 남편, 그리고 아버지로 살아가는 고개 숙인 한국 남자들의 애환을 이야기한다. 

 


앞만 보며 달려가다 어느 날 문득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조각배처럼 느끼는 이 시대남자들의 참모습은 열심히 사는 것엔 능숙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엔 서툴다. 지난날들이 그저 시행착오의 반복이었으며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없다는 사실에 막막한 대한민국 남자들의 이야기는 가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평범한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로 살아온 경험의 범주에서세상 남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한다. 동시에 이 같은 불안과 고통을 경험삼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숨겨진 가치를 찾는 방법에 대해알려준다.


■ 저자 윤영무
195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건국대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2년 MBC 기자로 들어가 20년째 방송기자로 일해왔으며, 2007년 현재MBC 보도국 정보과학부 전문기자로 있다. 1997년 MBC 뉴스데스크의 "1원의 경제학"으로 한국방송대상 기자상을, 이듬해 눈 높이 뉴스보도로한국언론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1원의 경제학』『돈을 캐다』『디지털 스파크』『내 인생을 바꾼 선물』 등이있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가기
남자들,아프다
위기의 남자들
한국남 매혈기
아빠도 뿔났다!
남자도 때로는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남자는 돈 버는기계다?
달콤 쌉쌀한 형벌
단 하루를 살아도 대접 받고 싶다
아버지를 찾습니다
548일 남장 체험
남자는 화풀이대상이 아니다
엄친아만 있나, 내친아도 있다
남자 인생의 7단계
당신은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기발한 자살여행
가끔은 나도 달콤한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꽃미남? 아니, 꽃중년!
남자는 술로 운다
남자들의 도피처는없다!


2부 남자들, 새로운 삶의 문을 두드리다
일상으로부터의외도
나는 누구에게 사랑받고 있는가?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즐거운 인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생의 틈새를 발견하는법
모든 것에 몰입하라, 반드시 결과가 따를 것이다
세상은 원대한 꿈을 가진 자를 원한다
돈보다 사람을 벌어라
여자는남자의 미래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사랑받는 남자의 비결
남자가 살아가는 이유
유언장 따윈 절대로 만들지마라!
나 자신을 감추지 마라
감동은 결코 사람을 배반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대화하라
나만의 길을 찾아라
행복할 수없다면 이혼하지 마라
존경받는 남자의 조건
아버지라는 순한 짐승
남자라면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에필로그




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가기
남자들, 아프다

지금의 성인남성이라면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관심과 기대, 보호 속에서 자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전통적 유교사상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남은 ‘권력’과 ‘자기애’에 대한 정당성이라는 무기를 손에 쥔 것만 같았다. 좋은 것은 모두 아버지와 아들의 몫이었던 것에 익숙한 우리의 어머니들 역시 그런 식으로 아들을, 즉 남자를 대하고 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과 여자들이 변했다.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그들에게 경제 성장과 함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치와 권리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억눌러 온 남성 중심의 사상을 부정하고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주장해 온 결과 남녀고용평등법, 호주제 폐지 등 가시적 변화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지금의 남자와 여자를 비교해 보면, 오랜 시간 뒤처져 있던 여성들이 부지런히 공부해 20장 정도의 진도를 나간 데 비해 기득권자였던 남성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공부해 7~8장 정도의 진도에서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확연히 대비된다. 그에 따라 이 땅의 여성들은 날로 권력이 커졌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유지해 오던 남성들의 권위는 처참하게 무너져갔다. 여성의 상승곡선과 남성의 하강곡선이 드디어 만나는 순간까지 온 것이다. 이제 여자들은 더 이상 울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다.


그러나 남자들을 보라. 그들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 여전히 남자이기 때문에 아파도 참아야 하며,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남자라서 군대에 가야 했고, 그래서 여자친구와 이별한다. 남자라서 데이트 비용을 내야 하며, 돈이 많아야 하고, 집을 장만해야 한다. 그리고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를 도와주고 보살펴야 한다. 주어진 모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남자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저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는 사이 자연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가족들은 서서히 그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세상과 주변이 원하는 대로의 인생을 위해 노력해 왔건만 남자에게 남는 것은 소외감뿐이다. 이들은 자신을 어느 날 문득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조각배처럼 느낀다.


지금 대한민국 남자들은 아프다. 지금, 대한민국 남자들은 복잡하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알고 있던 남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면 여기저기서 남녀평등을 외치며 달려든다. 반대로 그런 기세에 눌려버리면, 그때부터 남자답지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어느 순간 기댈 곳을 잃어버린 서글픈 대한민국 남자들에게는 자기 고백을 받아들이고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남자가 쉽게 넘어질 수 없는 이유는 남자라는 이유 하나뿐이다. 게다가 이곳은 수천 년 동안 드높던 대장부의 위세가 사라지고 ‘남성들의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가 높은 대한민국이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산다는 것은 어떤 인생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있는 대한민국 남자여, 그대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엄친아만 있나, 내친아도 있다
며칠 전 TV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봤다. ‘엄친아 선발대회’가 그것이다. ‘엄친아’란 ‘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이다. 엄마들이 잔소리할 때 늘 자신의 친구 아들은 잘났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서 비롯된 유행어란다. “엄마 친구 아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들어갔다던데, 넌 이게 뭐니?” “엄마 친구 아들은 졸업도 하기 전에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자랑하더라.” “엄마 친구 아들은 벌써 사장 자리에 올라서 돈을 엄청 번댄다!” 이 비교대상은 엄친아뿐 아니라 엄친딸(엄마 친구 딸), 아친아(아빠 친구 아들)까지 만들었고, 최근엔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연봉이 높고 아내에게 자상하며 얼굴까지 잘생긴, 부족한 남편의 정반대에 있는 남편을 가리킨다고 하니 이 땅의 남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 엄친아, 부친남 모두 모든 면에서 완벽해, 한국 남자들의 인생을 고달프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사실 엄친아적인 존재는 우리 남자들 사이에도 있다. 특별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 늘 비교하거나 비교당하는 그들은 바로 내친아, 즉 ‘내 친구 아내’다. 내가 결혼할 때만해도 최고의 신부감은 살림 잘하고 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는 여자였다. 특히 5형제의 맏이인 나는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을 아내로 맞이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변화로는 요즘엔 부인과 맞벌이한다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사실이다. 결혼 전에는 맞벌이 부부라 하면 ‘치사한 녀석’이라거나 ‘비인간적인 놈’이라고 생각했다. 남자가 뭐가 모자라서 여자에게 돈을 벌게 하냐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언제부턴가 맞벌이를 하는 친구들의 생활이 더 윤택하고 여유 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가정을 꾸리고 식구들을 부양하는 것은 남자의 책임이다. 남자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대학교에 들어갔고, 번듯한 직장에도 취직했다.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려 주어진 길대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원칙대로라면 나는 제 역할을 다한 남자여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내 인생은 늘 무언가 모자랐고 그것을 위해 더 달려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 혼자 벌어서는 아이들 교육을 만족스럽게 시키기 어렵다.


나는 아내가 동창회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가끔은 어떻게 하면 동창회에 가지 못하게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싶은 마음은 알고 있다. 나도 동창들과 술 한잔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곤 하니까. 그런데 아내가 동창회에 다녀오면 우리 부부 사이에는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진다. 아내의 친구들이 늘어놓은 남편 자랑 때문이다. 돈도 잘 벌고, 아이들 유학도 보내주는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 이야기를 들으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든다. 그 부끄러움은 엉뚱하게도 화를 내는 것으로 내 입을 탈출한다. 그렇게 부부싸움은 시작된다.


사실 여자들만 남편 자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들도 은근히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다. 요즘은 든든한 직장을 가진 아내가 가장 부러움을 받는 대상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우리 남자들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야 업종을 바꾸거나 더 좋은 직장으로 요리조리 잘 움직이지만, 마땅히 갈 곳 없는 중년 남자들은 정년까지 버티기도 힘들다. 이럴 때 능력을 갖춘 내친아(내 친구 아내)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 아내가 내 친구 아내처럼 능력 있는 여자였으면….’ 남자도 가끔은 ‘내친아’를 꿈꾸며 모든 걸 던져버리는 상상을 한다. 입맛만 다시며 상상으로 끝내지만 말이다. 물론 나도 부인 친구 남편인 ‘부친남’ 선발대회에 나갈 수 있는 실력은 안 된다. 그래도 내 가족을 생각하는 것은 세상 누구보다 자신 있다.


대한민국 땅에서 아들, 남편, 아버지라는 1인 3역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 이들을 누구누구와 비교하기보다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로 만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남자들, 새로운 삶의 문을 두드리다
인생의 틈새를 발견하는 법

링컨 대통령은 내가 인간으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은 남자라면 그의 자서전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학벌이 약해서 걱정인가? 그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에 거뜬히 당선되지 않았느냐고? 그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지명되기 전까지 10여 차례의 지방의원선거, 상하의원선거에서 모두 낙방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손질했고,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 선거에 졌음에도 이긴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초라한 모습을 보이면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어요. 난 도전하고 또 도전할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였다며 공격하는 경쟁 후보에게는 “정말 고맙습니다. 저의 아픈 곳을 찔러주셔서”란 대답으로 솔직함을 드러냈다. 링컨은 어떤 것이든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이는 그의 단점을 장점으로 변화시켰다. 늘 도전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인생의 틈새를 발견한 것이다. 그의 부인은 질투심이 많고 불평과 비난을 일삼기로 유명했다. 그녀는 링컨이 가볍게 걷지 못하며 품위 없이 움직인다고 불평했고 링컨의 귀가 못생겼다며 짜증을 냈다. 또 코가 바르지 않다고 비난하는 동시에 아랫입술이 튀어나왔고, 손과 발은 너무 크며 머리는 너무 작다고 잔소리했다. 그러나 링컨은 결코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백악관 시절, 화가 난 영부인이 링컨을 빗자루로 때리면서 쫓아온 일이 있었다. 건물 밖까지 도착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링컨을 쫓아왔다. 비서와 보좌관들이 보는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빗자루를 휘둘렀다. 드디어 대통령이 화를 낼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은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링컨은 정중히 부인의 빗자루를 뺏었다. 그러고는 “빗자루를 가지고 마당을 쓸어야지 대통령을 쓸면 되나요”란 말로 아내를 진정시켰다. 그의 유머는 부인의 화를 가라앉혔다.


경제가 불황인 와중에도 성공한 사람은 늘 있게 마련이고, 새롭게 주목을 받는 사람이 탄생한다. 인생의 틈새를 찾아낸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해 그 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들은 국가나 회사 또는 처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훌륭한 남자’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찾은 ‘행복한 남자’가 된다. 공자와 같은 성인도 주역을 100번 이상 읽어서 가죽표지가 닳았다고 한다. 남자라면 자신 있는 한 분야를 완전히 섭렵하고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이야기를 보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조금 철이 드니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면 조금 더 빨리 성공할 것 같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면 경쟁에서 뒤쳐질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나보다 지위가 높고, 똑똑한 사람들은 결코 내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심정으로 배려하면, 그는 금세 내 사람이 된다. 자기를 인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무슨 일이든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틈새에서 내 편을 만드는 방법이다.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누구라도 배울 점 한 가지는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현미경으로 사람을 보는 습관을 갖자. 남들은 보지 못하는 상대방의 장점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남자가 살아가는 이유
온가족이 모였던 지난 추석에 형제들끼리 술자리를 가졌다. 아무리 형제지간이라도 남자 다섯이 모이면 화제는 으레 일에 대한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막내가 어느 조명기사의 강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독일에서 온 그는 한 회사에서 30년 이상 일을 했는데 ‘어떻게 하면 일의 능률을 높이는 조명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을 목표로 그 일에 매진하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분야에 종사해 온 직장인이 많은 일본의 예를 들면서 일꾼이 아니라 전문가를 키우는 그 나라의 직장 분위기를 부러워했다.


나는 운 좋게 방송국에 입사해 수십 년을 전문 기자로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승진하지 못하거나 보직이 없으면 능력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 때문에, 능력 계발은커녕 스트레스만 받다가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은 어떻게든 고쳐야만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우리 형제에게 “남자는 무조건 출세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한다.


현대그룹의 전설 고 정주영 회장은 직원들의 존재감을 일깨워주는, 다시 말해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는 작업현장에 가면 직원들을 불러 앉혀 놓고 양동이에 부은 막걸리를 함께 퍼마셨다. 자신이 먼저 두 손으로 막걸리 잔을 잡고 벌컥벌컥 들이켠 다음 잔을 돌리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우리 한번 해보자! 당신들이라면 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만세를 외쳤다. 어느 날은 그가 단양의 시멘트 공장에 새벽열차를 타고 내려와 직원들을 불러 놓고 말했다. “시멘트라는 게 알고 보면 돌가루를 갈아 만드는 것이 아닌가. 돌가루가 시멘트가 되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돌을 가는 것만큼 세상에서 쉬운 일이 어디 있겠나. 내 인생에서 시멘트만큼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당신들은 복 받은 사람이다. 널린 게 시멘트 자원 아닌가?” 회장의 말 한 마디에 직원들은 먼지 날리는 공장의 노동자에서 노다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됐다. 리더는 이처럼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면서 자신감을 심어주고,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요즘에는 그런 경영자가 드물다.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지 알고 싶은가. 바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산다. 회사는 직원들을 프로로 만들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남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본인의 책임도 있겠지만, 한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주지 않는 우리 사회와 우리 조직의 책임도 크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사회는 남자를 지키게 하고, 슬프게 만든다. 우리 남자들은 위로 받을 곳이 없다. 남자라서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 하고, 강해야 한다. 남들처럼 출세를 해야 하고, 돈도 벌어와야 한다. 남들 앞에서는 똑똑해야 하고,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일본의 한 디지털 카메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의 연구원 중에 말을 더듬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상사가 그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야. 자네가 말을 더듬는 것은 똑똑한 머리를 말이 못 따라가기 때문이지. 그러니 더 열심히 일해 주게!” 단점을 감싸주는 상사의 한 마디에 ‘내가 정말 그렇게 머리가 좋단 말이지?’ 하고 용기가 솟은 그는 상사를 존경하게 되었다.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했다. 그는 목숨을 바칠 듯이 일을 했는데 회사의 분위기란 그렇게 되어야 한다.


여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하지만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남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나를 알아주고 믿어주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남자가 살아가는 이유다.


남자라면 명심해야 할 몇 가지
회사에서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다. 한 달 동안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 오랜만에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요즘에는 술 한잔 마음 편하게 터놓고 마실 친구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것도 더 어렵게 느껴진다. 내 나이가 되면 다른 사람이 사주는 밥을 먹어 보고 싶다. 남이 사주는 따뜻한 밥 한 끼가 내 존재감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다.


회사에 같이 입사한 동기, 고등학교 동창 등 주변 사람을 살펴보니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들이 꽤 있었다. 내가 누군가보다 더 오래 살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고 슬프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지만, 나는 정말이지 멋지게 살고 싶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산 흔적을 남겨놓고 싶어진다. 최근 북경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면서, 내 일처럼 감동했고 또 기뻐했다. 그런 가운데 단 몇 초만에 경기결과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내 인생이 그처럼 치열하고 극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내면세계만큼은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남자, 아버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공감을 이끌어내고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쓰다 보니 내 마음에 차지 않는 뒤죽박죽인 글이 되었지만, 내가 꼭 실천하리라 다짐했던 ‘남자라면 명심해야 할 몇 가지 격언’을 소개하고 싶다.


1. 자기가 그만한 힘이 없으면서도 커다란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만하다. 또 자기의 가치를 실제보다 적게 생각하는 사람은 비굴하다. - 아리스토텔레스
2. 하느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고 겸손한 자에게는 은혜를 주신다 <신약성서>
3. 겸양하라! 진실로 겸양하라! 왜냐하면 그대는 아직 위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실로 겸양은 자기완성의 토대이다. - 톨스토이
4. 사람에게는 그다지 많은 결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거만한 태도를 고쳐라! 그러면 많은 결점이 저절로 고쳐지리라.
5. 즐거움에 찬 얼굴은 한 접시의 물로도 연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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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어떤 경우든 자신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기계는 리모트 컨트롤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통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술, 나약함,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나는 아직 그 방법이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어렴풋하게나마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음을 느낀다. 지갑이 비었다고 걱정하면 주파수는 늘 빈 지갑만 떠올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갑은 계속 비어 있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지갑이 비어서 큰돈이 들어올 공간이 생겼구나!” 하면서 두툼한 지갑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면 반드시 돈이 굴러 들어올 것이다. 누가 내 곁을 떠나면,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한다. “얼마나 좋은 사람이 생기려고 그(녀)가 떠나는가?” 남자가 고개를 떨구고 구두코를 바라보며 걸어서는 안 된다. 존경 받을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깨를 펴고 시선을 똑바로 보고 당당하게 걸어가라. 대한민국 남자는 자신감으로 살아간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