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이든 10년, 20년을 산 부부이든 이 땅의 모든 부부들은 소통의 어려움으로 서로상처를 안고 사는 것이 현실이며, 부부 사이에 행복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서로에 대한 작동법부터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저자 이병준
1966년 경상남도 안의에서출생하였다.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레크리에이션 리더로 활동하다가 결혼 후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결혼 생활에서생기는 아픔과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백석대 상담대학원에서 가정사역상담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백석대 상담학 박사과정 코스웍을 마치고 논문을남겨두고 있다. 사)지구촌가정훈련원에서 5년 동안 부부상담, 부부치료, 힐링센터를 맡아오다 상담센터가 동네약국처럼 사람들 속에 가까이 있기를희망하여, 또 상담사들이 쉽게 개소할 수 있는 상담센터의 모델을 만들고자 안양 평촌에 펀패밀리 가족상담센터를 열었다. 현재 가족상담전문가,부부캠프 강사, 부부세미나 강사 및 조인스 펀아카데미 전임교수,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외래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상담센터와 함께 시작한살림교회의 담임목사이며 아내 박희진과 희재, 어진, 유진 다섯 식구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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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Intro 사용하시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사용 전 꼭 읽어보세요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서비스를 의뢰해야 할때
Part1 서비스를 의뢰하기 전에_이럴 땐 고장이 아닙니다
1. 남의 편이라서 남편
2. 버럭남편
3. 밥만 찾고 TV만 보고
4. 사람인지 짐승인지!
5. 돈 이야기만하면 돈다
6. 제발 말 좀 하고 살자!
7. 노는 건 젬병이
8. 말마다 뻥
9. 여자를 능가하는 잔소리꾼
10. 나만 문제고 자긴 아무 문제 없다구?
11. 영원한 어린아이
12. 금방 또 싫증 났어?
13. 소심하고비겁해요
14. 니네 엄마하고 살지 왜 나랑 결혼했어?
15. 살수록 수수께끼
Part2 남편, 이렇게 사용하세요
1. 남편, 내편 만들기
2. 무기를 확인하라
3. 연료를 가득 채운 뒤 가동시키자
4. 나는야 "흡입"한다
5. 내가 만드는 국경일,"남편의 날"
6. 따뜻한 가슴으로 말문 열기
7. 호모 루덴스 -"유희하는 인간"
8. 뻥도 현실로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
9. 나는 살려내는 전문가 - "살림이스트"
10. 20:80의 법칙
11. 엄마의 따뜻한 젖가슴
12. 유머를 가진스토리텔러
13. 통과의례
14. "여자"라는 마스터 키
15. 마음의 소리를 듣는 동시통역사
남편 사용 설명서
서비스를 의뢰하기 전에 - 이럴 땐 고장이 아닙니다
제발 말 좀 하고 살자!
부부 사이에 논쟁을 하면서 죽어도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을 대할 때면 자폐증이 의심된다며 답답증을 호소해 오는 아내들을 많이 본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자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 아니다. 자폐란 스스로(自) 닫았다(閉), 스스로 문을 닫고 고립되어 있다는 뜻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요인으로는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외부의 상처(trauma)를 받았을 때 마음의 문을 닫음으로써 더 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생존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때 가장 큰 마음의 정서가 일종의 ‘거절감’인데, 거절감은 사람을 분노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애완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이유 중에 하나도 거절감과 관계가 있다. 즉 사람과 관계할 때는 늘 거절감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애완동물은 거절감을 안겨주지 않는다. 늘 나를 반겨주고 나를 좋아하고 충성을 다하는 변함없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곁에 두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폐가 생성되는 데 어린시절의 무반응이란 거절감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가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미소반응이나 옹알이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인데 이때 눈을 맞춰주지 않거나 옹알이에 무반응하게 되면 아이는 거절감의 상처를 받게 된다. 무반응이라는 거절감에 물리적인 학대까지 받게 되면 아이는 거절감의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문을 닫고 자신만의 세계속에 머물러 버린다. 이렇게 되면 신체적인 ‘발육’은 지속될지라도 심리적 ‘발달’은 자폐상태에 머물러 버리는 것이다. 말러라는 학자는 심각한 형태의 아동정신증을 이런 관점에서 해석했는데, 유아기 자폐증은 발달의 자폐단계에서 고착된 병리이며, 정신분열증은 공생단계에서 고착된 병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 사이에는 배우자가 자신에게 반응해 주지 않거나, 폭언 및 물리적인 폭력을 쓰는 경우 무의식적이고 즉각적인 방어체제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밖에서 아무리 난리를 피우고 말을 하라고 재촉해도 묵묵부답, 무반응으로 일관한다.
자폐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점은 좋은 자극이 오더라도 받지 못해 더 고립되고 관계적 영양결핍에 걸린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상황 속에만 머물게 되어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느라 외부에서 오는 다른 사람의 칭찬과 인정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다 주변인들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거나 호의를 베풀어도 그대로 받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평가절하한다. 이것을 교류분석(TA, transactional analysis)에서는 ‘에누리(discount)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게 평가해도 스스로 깎아내려 버리니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은 사랑받는 통로가 커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반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오히려 사랑이 더 필요한 데도 그나마 오는 사랑마저 스스로 막아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특히 사람들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이뤄가지 못할 때 혼자만의 세계로 물러나는 습성, 즉 자폐성향을 여성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안전한 사랑을 위해서 자기 자신하고만 친밀함을 누리려고 하는 것이다. 또, 내향적이고 소극적일수록 더 큰 자폐성향을 보인다. 물론, 건강한 사람도 자폐성향을 가지고 있다. 외부로부터 좋지 않는 자극을 받게 되면 뒤로 물러서기도 한다. 심리상담에서는 이것을 ‘퇴행’이라고 하는데, 어린시절로 잠시 돌아가서 자폐상태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건강한 사람은 다시 정상생활로 돌아오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퇴행상태, 즉 자폐상태에 계속 머물게 되고 결국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 관계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는 이유, 자폐성향을 보이는 이유 중의 또 하나가 ‘우울’이다. ‘우울’ 역시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계속으로 나가지 않고 고립된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특성이 있다. 과거에는 남성이 우울증에서 예외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오히려 최근에는 여성보다 우울증 지수가 더 높아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남성의 우울이 여성보다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남자는 우울해서는 안 된다는 집단무의식이 있어서 우울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뿐이지 결코 우울에서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집단무의식이란 칼 융이 사용했던 용어로 한 사회 구성원들의 내면에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생각을 말하는데, “남자는 우울해서는 안 돼.”라는 의식을 한두 사람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대부분의 남성들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건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이라면 반드시 ‘절대고독’의 문제를 겪게 되어 있다. 이것은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표현했던 인간의 본질이다.
고독은 인생의 오후가 되면 더욱 심해진다. 그래서 남성들도 폐경기(male menopause)를 겪게 된다. 폐경기라는 말은 이제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50세를 전후한 남자들의 경우, 그 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 때 의미와 보람이 있다면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노을은 춥고 배고픈 저녁시간을 맞이하는 두려움의 상징이 되고 만다. 이때쯤이면 “사람은 밥만으로는 살 수 없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 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어 가치와 의미라는 물음 앞에서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성실히 살아야 한다.
말을 하지 못하고, 우울에 빠져 있는 남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일이다. 말을 못하는 자폐상태라면 이런 환경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보면 된다. 답답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깝고 불쌍한 대상이란 점을 한 번 더 생각해주기 바란다.
영원한 어린아이
“엄마! 아빠가 엄마보다 두 살 적지?”
“그래 맞어. 엄마가 연상이야.”
“근데 왜 아빠는 엄마보다 나이가 적은데 반말을 하고, 엄마는 아빠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많은 데도 꼬박 꼬박 높임말을 써?”
“그건 말이야… 안 그러면 쟤 삐쳐!”
삐침의 대명사는 여성이다. 정말일까? 사실은 남성들도 잘 삐친다. 여성이 삐칠 때와 남성이 삐칠 때는 다른 차원이다.
삐침을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는 잘 정돈된 모습과 달변이나 유머로 포장하는 것이 있다. 가면 즉, 페르소나(Persona)가 잘 발달된 사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심리적인 자각이 일어나서 자신이 실망하는 이유를 알고 그 마음을 유머나 다른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삶의 고수가 아니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삐친다.
삐침쟁이의 특징 중 한가지는 명확한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확한 정보를 주면 거기에 맞도록 응대할 수 있을 텐데, 지레짐작으로 판단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믿고 단정짓는 습성까지 가세해 아내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대개 삐침의 실체를 확인한 아내들은 “기가 차서!”, “언제 어른 될래?”, “삐칠 걸 삐쳐야지?” 등등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삐침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퇴행으로 표현하는 소극적 대응방식에 불과하다.
아내가 남편에게 원하는 것들은 단순하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에게 기대하는 몫은 다양하다. 따뜻한 밥과 포근한 잠자리 그리고 편안함을 제공해 주는 것에서 절대적인 엄마의 손을 기대한다. 또는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젖을 빨다가 잠이 드는 행복한 아이가 되기를 기대하며 풍만한 젖가슴을 요구한다. 이 요구는 결혼 이후 자녀를 출산한 뒤에도 줄어들지 않아서 아내가 아이에게 온통 신경을 쓰게 되면 남편은 은근히 화를 내며 삐치게 된다. 엄마를 다른 아이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아내가 볼 땐 영원한 이기주의자에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또 어떨 때는 친구의 역할을 요구한다. 자신이 외로울 때면 언제든지 대화상대가 되어주고 언제든지 요구만 하면 흔쾌히 달려나와 주는 술친구를 기대한다. 남자들이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수직관계를 내려놓고 수평관계에 접어든다는 말이다. 아내를 수평의 자리에 놓고 싶은 것이다.
지구의 문화권에서 대부분 집단무의식은 남자가 우위에 있다고 가르쳐 왔고 대한민국 역시 유교문화의 깊은 뿌리가 박혀 있어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해서 살다가 아내가 우위에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 때부터 아내는 은근히 두려운 존재가 된다. 그럴 때 남편은 위에서 내려와 친구처럼 곁에 있어주는 그런 대상을 원한다. 그리고 가끔은 농염한 자태를 뽐내는 여인이기를 원한다. 섹시한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성생활을 할 때는 깜빡 죽이는 요부를 기대한다. 또 부지런한 여인을 꿈꾼다. 온 집안을 부지런히 쓸고 닦고 하며 집안을 빛내는 그런 역할이다.
거기에 탁월한 경영가, 사업가가 되어서 집안경제를 일으켜 주기를 바라는 은근한 기대가 있기도 하다. 꼬리가 아홉 개라는 말을 누가 만들어 냈을까? 모르긴 해도 여자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말 같지는 않다. 많은 역할을 기대하는 남성들이 만든 용어가 아닐까?
남자들은 다양한 욕구버튼이 있어서 언제 이 버튼을 누르고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여인들은 당황하게 된다. 남편의 요구와 아내의 응대가 초점이 맞지 않을 때 사정없이 삐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이 삐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남편, 이렇게 사용하세요
무기를 확인하라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부부는 지구상에 아무도 없으며 행복한 가정도 반드시 부부싸움을 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부부싸움은 정상적인 의사소통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사는 부부라면 정말 완벽한 찰떡궁합이거나 평생을 ‘신혼기’로 사는 부부다. 그런데 이때의 ‘신혼기’란 한 사람은 ‘신’나고, 한 사람은 ‘혼’나는 결혼관계를 말한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의 부부도 반드시 부부싸움을 하는데, 이런 부부의 다른 점은 싸움을 위한 싸움에서 그치지 않고 배우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회로 만든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부싸움이라는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부일수록 부부관계는 소원하다고도 볼 수 있다. 애정이 없기에 싸울 일도 없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부부가 싸울 때 사용하는 무기는 어떨까? 버럭남편의 무기는 전형적인 직사포다. 완전버럭의 직사포는 언제 어디서든 장전과 사격이 가능하다. 반버럭의 직사포는 집에서만 작동되고 밖에 나가면 작동되지 않는다. 못버럭의 직사포는 집에서든 밖에서든 작동되지 않다가 어쩌다 작동하려고 하면 자체로 폭발하는 경우도 있다.
버럭남편들의 직사포는 쏘면 똑바로 날아간다. 장전의 속도가 빨라 연속해서 쏘아댈 수 있기에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연속해서 사용할 때 쉽게 열을 받기에 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단점이다. 반면 아내는 곡사포다. 직사포만큼 연속해 쏘지 못하기 때문에 근거리보다는 원거리에서 더 효과적이다. 조준시간이 직사포보다 많이 걸리지만 정조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남편이라는 성은 워낙 강하고 견고해서 직사포 포탄을 아무리 맞아도 끄떡 않지만 하늘 쪽은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에 곡사포탄을 맞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고전무기로 비유하자면 남편은 창검술에 뛰어나 근접한 싸움에서 승세를 잡을 수 있다. 아내는 궁술에 뛰어나 근접한 싸움보다는 원거리 싸움에 유리하다. 남편이 칼을 뽑아 들었다면 아내는 일단 그곳에서 도망쳐야 한다. 먼저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난 다음 창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남편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 활을 쏘면 백발백중이다. 즉, 버럭버럭 화내는 남편과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사과를 받아내려면 물고 늘어지지 말라는 얘기다. 말이 통하지 않을수록, 시시비비가 명백히 드러나게 되는데, 자신이 불리해질수록 남편은 창검을 더 크게 휘두르게 된다. 억울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거나, 억지를 부릴 때도 안전거리와 사정거리를 확보하기까지는 참아야 한다. 집에 돌아가 단 둘이 있을 때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그때도 남편이 화를 발끈 내면 어떡하죠? 그 사람은 듣지 않아요.”라고 아내들이 반문한다. 화를 내거나 듣지 않는 것은 남편의 몫이다. 나는 내 마음만 전하면 된다.
“여보, 아까 그 일은 이러이러 했구요. 그래서 제 마음은 이래요.”하고 전하라. 그때쯤이면 남편은 감정적인 요인들이 사라지고 이성이 활동을 할 때라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혹시 수긍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걱정하지 말라. 내가 쏘아놓은 곡사포탄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지금 회귀점을 돌아 곧 남편의 성에 떨어져 반응이 올 것이니….
직사포가 직유라면 곡사포는 은유, 비유다. 비유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조용히 깨닫게 하는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은유는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담아놓은 것으로, 여성이 지닌 풍부한 감성에서 시작된다. 여성은 은유의 귀재다. 동시에 은유는 그림언어다. 그림언어란 상황을 머리 속에 정확히 그리도록 하는 작업이다. 그림언어를 사용하게 될 때 사람은 무장해제 상태가 되고 경청하게 된다.
완전버럭의 남편이라면 조용하고 차분한 언어로 마음을 전달하라. “여보! 당신이 화를 버럭버럭 낼 때 제 마음은 늘 살얼음 같아 깨질까 두렵고 늘 차가운 느낌이 들어요. 화가 나더라도 잠시만 호흡을 가다듬고 참아주시면 고맙겠어요.”
반버럭의 남편이라면 “여보, 당신은 늘 시한폭탄 같아요. 밖은 그냥 시계인데 안에는 폭약이 들어있는 시한폭탄 말이에요. 밖의 일로 화를 낼 일이 있으면 밖에서 화를 내시면 좋겠어요.”
못버럭의 남편이라면 “여보, 당신은 전원 빠진 기계 같아요.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작동을 하지 않아요. 전기코드를 꽂으셔야죠. 마음을 표현하세요. 화를 내도 좋으니 얼마든지 표현해 보세요.”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어떤 것이든 내가 표현을 하면 상대방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믿자. 관계를 깨뜨리지 않는 건강한 표현법을 사용한다면 금상첨화다. 버럭남편에게도 적절한 표현을 해주어야 한다. 참고만 있는 것은 창검을 휘두를 때 방패도 없이 그냥 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나는 살려내는 전문가 - 살림이스트
‘살림’의 어원은 ‘살리다(生)’에서 생겨난 말이다. 미국 유니온신학교 현경 교수는 <미래에서 온 편지>에서 ‘살림’을 이렇게 표현했다.
살림은 한국 여성이 매일 하는 가정일을 일컬음. 예를 들면 나무하기, 물 긷기, 음식하기, 빨래하기, 베 짜기, 아이 키우기, 병간호, 노인 돌보기, 꽃?나무 가꾸기, 우물 지키기, 소?닭?개 키우기 그리고 집의 영(靈)들을 돌보기 등. 살림은 또한 망가지는 것(냄비, 신발, 그리고 가슴 등)을 고치는 일을 일컬으며, 한국 사람들이 “저 여자 살림꾼이네” 하고 말하면 그것은 그 여성이 모든 것을 살아나게 하는 기술, 예술, 전문성이 있음을 말함.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을 배부르고 행복하게 먹이는 것, 가족의 평화, 건강, 풍요함을 끌어내는 것(이 때의 가족은 모든 종류의 생명을 포용하는 큰 가족개념을 의미), 아름다운 삶의 환경을 만드는 일 등.
여성의 손은 무엇이든 닿기만 하면 살려내는 마이다스의 손이다. 청소와 설거지는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다. 깨끗하게 하는 것을 고상한 단어로 ‘정화시킨다’고 한다. 집을 치운다는 표현보다 집을 정리 정돈한다, 정화한다는 표현을 쓰면 어떨까? 청소하는 시간을 마음을 정화하는 수련의 시간으로 삼는다면 집은 수련장이 되는 셈이다.
청소는 수련의 기본이요, 우주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다. 청소하는 모습만 보고도 그가 성숙한 사람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청소하는 것을 가볍게 여기거나, 미루거나, 남들에게 떠넘기는 사람은 미성숙한 사람이다. 사는 환경은 물론 마음까지 늘 청결하게 해야 한다. 깨끗한 것은 더 유지하고 더러운 것을 분리시키고 걸레질을 해서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쾌적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다른 분의 집을 방문할 때 그 집안의 신발이 어떻게 놓여있는지만 보고도 집안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작은 일 하나가 그렇게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의 특징 중 한 가지는 가꾸지도 않고 주변을 청소하지도 않는 것이다. 무력감은 전형적인 분노의 표현이며 수동적 공격성이다. 무력함과 게으름 그리고 미루는 행동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는 마음을 다스려주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생활패턴을 바꿔 청소부터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우울증이 찾아올 시간도 없다. 부지런한 사람은 더 부지런하게 되어 있고, 게으른 사람은 점점 더 게을러지게 되어 있다.
정돈이 잘 된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남편들은 집이 늘 깨끗하고 청결하기를 원한다. 집을 치우고 정돈하는 일은 아이들도 좋아하는 영역이다. 처음에는 싫어하는 표정을 보이더라도 막상 시작하면 열심히 거들고 참여한다. 집안의 행사가 될 수 있고 온 식구들이 일체감을 경험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정기적인 대청소 한 번씩 해보면 어떨까? 청소하는 것을 허드렛일이나 잡다한 일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여기지 마라. 온 우주를 정화하고 있나니…. 아내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신나게 하고 있다면 남편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까지 행복하게 된다. 살림(生)의 기운이 온가족에게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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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손을 가진 내가 온 집안을 깨끗하게 하자. 화분에는 식물이 생기 있게 자라고 수족관 속의 물고기도 활기 있게 자라게 하고, 생동감이 넘치도록 하자. 집 안은 항상 좋은 향내가 나도록 해서 집에만 들어오면 살맛이 나도록 하자. 분명히 기억하자. 아내는 살려내는 전문가, 살림이스트인 것을. 그리고 전문가는 남들에게도 많은 유익을 주지만, 전문성을 발휘함으로써 충분히 자기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