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이벤트 와인으로 인기 있는 보졸레 누보 이야기, 샴페인 이야기, 포도 품종에대한 이야기, 와인잔에 대한 생각, 요리와의 마리아주, 신대륙 와인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외에도 앙리 자이에의 와인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방법, 르루아 여사와 DRC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방법 등 실속 정보가 팁으로 제공된다.
와인전도사로서의 역할도 빼놓지 않아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와인 베스트 15, 선물용으로좋은 와인 베스트 20, 연인과 함께 즐기면 더욱 의미 있는 와인 베스트 15 등 와인을 선택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상황별 가이드가부록으로 수록되었다.
■ 저자 아기다다시(亞樹直)
동생인 아기 다다시 B와 콤비를 이뤄 만화 『신의 물방울』을 고단샤 「코믹 모닝」지를 통해 연재하고있다. 이들 남매의 작품은 이외에도 다수가 있다. 현재 고단샤의 소년 잡지 「소년 매거진」에서 호평 연재 중인 ‘시바토라’와 대히트 한‘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등이 있다.
또 아기 콤비로서의 활동 이외에도 개인적으로는 여성지에서의 만화 원작 및 르포 기사 게재등 정열적으로 활동을 펴고 있다. 또 아기 다다시 B는 소설가로서도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7년 봄 일본에서 간행된 소설『리인카네이션 연예윤회』는 아기 다다시라는 이름으로 한국어판이 조만간 간행될 예정이다.
■ 감수 이준혁
영국 공인 기관 WSET Advanced Certificate Sommelier 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고려대학교·경성대학교·동부산대학·경남정보대학·동명전문대학·동의공업대학 등 관광계열학과 와인 강의 및 특강을 했다. 현대 백화점 문화센터 와인강의 및 조선호텔·롯데호텔·그랜드 호텔·파라다이스 호텔·메리어트 호텔 등 호텔 와인 강의를 하였고, 중앙Sunday 신의 물방울 작가 아기다다시와 와인 칼럼 연재를, 동아일보 와인 칼럼과 바 앤 다이닝 와인 칼럼 등을 기고했다. 현재 신동와인 소믈리에다.
■ 차례
프롤로그
Wine Story 1
모든 와인은 하나의작은 기적이다. ‘일상의 마법’이다. 조는 그렇게 불렀다. 보잘것없는 물질이 꿈을 빚어내는 재료로 변하는 것.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연금술._소설 ‘블랙베리 와인’
“천하의 파커 씨도 모를 때가 있어요”
Wine Tip 파커가 살려낸 프랑스 기사 ‘샤토 라스콩브’
하우스 와인의 ‘천국’에 가다
Wine Tip 와인 테이스팅 종합편
제 아무리 로마네 콩티라도 과음은 금물
Wine Tip 부르고뉴 추천 생산자 2
와인 글라스의 기본은 실용성
Wine Tip 슈발 블랑 61년산과 플라스틱 와인잔
섹시한 메를로(?) 순수한 피노 누아르(?)
글래머 진판델, 신세대 소비뇽 블랑
Wine Story 2
나는 오래된 것은모두 좋다. 오래된 친구, 오랜 세월, 오래된 관습, 오래된 책, 오래된 와인. _올리버 골드스미스
“보졸레 누보가 왔어요!”
Wine Tip 주목받는 보졸레 누보 생산자
와인으로 ‘슬픔이여 안녕’
Wine Tip 천사도 시기한 샴페인의 황제, 크뤼그
지구 온난화와 부르고뉴 와인의 전설
Wine Tip 앙리 자이에 와인을 저렴하게맛보는 방법
천지인으로 빚은 마법의 와인
나폴레옹의 연인 ‘주브레 샹베르탱’
Wine Tip 와인과 치즈의 만남
초콜릿 같은 흙을 맛보다
Wine Story 3
좋은 와인을 만드는것은 기술이고, 고급 와인을 만드는 것은 예술이다. _로버트 몬다비
이탈리아 와인의 르네상스가 온다
Wine Tip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왕의 선물‘폰타나프레다’
떠오르는 보석 칠레 와인
Wine Tip 미국 컬트 와인
소믈리에와 스크류 캡
Wine Tip 세계 와인 생산자들의 엘도라도, 호주
일본 와인의 역사
Wine Tip 일본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떼려야 뗄 수 없는 와인과 요리
Wine Tip 와인과 대중 음식의 궁합
책 속 부록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운명의 와인을 찾아라
이현세, 아기다다시를 만나다
쉽게 풀어쓴 와인 용어
와인의 기쁨
Wine Story 1
모든 와인은 하나의 작은 기적이다. 일상의 마법이다. 조는 그렇게 불렀다. 보잘것없는 물질이 꿈을 빚어내는 재료로 변하는 것.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연금술. _ 소설 블랙베리 와인
▶ 하우스 와인의 천국에 가다
레스토랑에서 풀 보틀(한 병 단위)로 와인을 주문하면 소믈리에(와인 시음 전문가)가 형식적으로 시음을 권한다. 하지만 그것은 와인 맛이 변했는지 여부를 손님에게 확인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에 맛이 없어도 다른 와인으로 바꿀 수가 없다.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시키는 경우 하우스 와인을 와인잔으로 마실 것인가, 아니면 리스트에 있는 와인을 병째 마실 것인가(반 병 단위인 하프를 비치해 두는 곳도 있지만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둘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평소부터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패턴을 깨는 획기적인 와인점을 발견했다.
도쿄의 미나토구 니시아자부에 있는 비노 델라 파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소개해 준 모 출판사의 편집자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다루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괜찮은 레스토랑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이곳에는 와인 리스트가 없다. 기본적으로 음식과 와인 주문을 매니저이자 소믈리에인 나이토 씨에게 일임하며, 놀랍게도 모든 와인은 글라스로 나온다.
나이토는 본인에게는 실례되는 표현인지 모르지만 붙임성 있는 타입은 아니다. 무섭게 생긴 얼굴에 낮은 목소리, 게다가 말수도 적어서 다가가기 힘들다. 하지만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조예는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와인 마니아인 혼마 초스케도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가 제안한 코스 음식에 맞춰 나오는 이탈리아 각지의 와인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음식과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레스토랑에는 600종의 이탈리안 와인이 갖춰져 있는데,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 와인에서 유명한 것까지 7~8종류를 와인잔으로 즐겼다.
이 레스토랑이 와인잔에 와인을 내놓을 수 있는 까닭은 손님이 아니라 소믈리에 나이토가 와인 선택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와인을 아는 소믈리에가 있으면 이러한 방식으로 손님이 여러 종류의 와인을 즐길 수 있게끔 배려할 수 있다. 결국 나는 나오는 와인마다 맛있어서 취하도록 마시고 말았다. 그 때의 감상을 적은 메모를 다시 읽어보니 글씨까지 취해 있다. 와인 마니아에게 고맙기 그지없는 이러한 레스토랑이 한국에도 생겼으면 한다.
얼마 전 한국의 레스토랑과 백화점 와인점에 갔을 때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이 있다면 하프 보틀 와인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프 보틀은 일반 와인병의 절반 용량인 375ml로 대부분 가격도 거의 절반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 와인점은 하프 보틀 천국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마을 단위 와인부터 보르도 특급 와인까지 대부분 하프 보틀 와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나 『신의 물방울』애독자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개인적으로 부르고뉴 와인을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와인 만화를 그리면서, 그리고 와인 애호가라고 남들에게 말하는 사람이 마냥 부르고뉴 와인 타령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다양한 와인을 마시며 그 맛에 감탄하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역시 나에게 내재된 와인 성향은 브르고뉴 와인인 것 같다. 혼자 마실 때 하프 보틀도 많을 때가 있다. 이때는 생수병에 옮긴 후 닫아 놓으면 3~4일은 거뜬하게 간다. 가끔씩 두세 명이 함께 와인을 마실 때도 하프 보틀이 좋다.
하프 보틀의 단점을 꼽으라면 장기 숙성에 있어서 풀 보틀 와인에 밀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드 빈티지 와인의 가격을 보면 같은 와인이라도 하프 보틀보다는 풀 보틀 와인이 비싸고, 풀 보틀 와인보다는 1.5리터를 담는 매그넘 와인이 더 비싸다. 매그넘 와인보다 더 큰 와인병으로는 더블 매그넘으로 3리터를 담는다.
와인을 혼자 마시는 것이 청승맞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하프 보틀로 지금껏 자신이 밟아본 인생, 아니면 오늘 하루라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Wine Story 2
나는 오래된 것은 모두 좋다. 오래된 친구, 오랜 세월, 오래된 관습, 오래된 책, 오래된 와인._ 올리버 골드스미스
▶ 나폴레옹의 연인 주브레 샹베르탱
와인의 매력 중 하나는 끊임없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와인에는 와인 자체가 가진 맛이나 품질뿐 아니라 세계사는 물론 다양한 위인들의 삶이 함께 얽혀 있다. 대표적인 와인이 바로 부르고뉴 주브레 샹베르탱 마을의 와인이다. 주브레 샹베르탱 마을의 와인들은 그 자체의 맛이나 마을의 역사보다는 나폴레옹이 편애한 와인으로 더 유명하다. 아직도 프랑스 일부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점에서 샹베르탱 와인을 주세요가 아니라 나폴레옹 와인을 주세요라고 주문한다고 한다.
나폴레옹 황제는 생전에 다른 와인들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주브레 샹베르탱(Geverey Chambertin)와인을 물에 희석시켜 병입한 후 5~6년 뒤에 마시는 것을 선호했다. 특히 자신이 마시는 와인 병에는 N을 새겨 놓고 원정을 나갈 때마다 싣고 다녔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를 침공했다가 추위와 식량 기근으로 퇴각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프러시아군(Cossacks)과 자신의 기병대에 의해 그의 와인 셀러를 도둑 맞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시장에는 러시아로부터 귀환하다(returned from Russia)라는 문구를 붙인 가짜 ’샹베르탱‘ 와인이 범람했다.
샹베르탱은 이런 나폴레옹의 사랑 때문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품질과 맛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극찬을 받아왔다. 나 역시 샹베르탱을 무척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필립 샤를로탱 파리조라는 모던하고 세련된 부르고뉴 와인을 만드는 인기 있는 생산자의 샹베르탱을 좋아한다. 그의 와인은 향기로운 과일 맛과 적당한 농후함, 그리고 고상함이 장점으로 우리 남매의 와인 셀러에도 다양한 와인이 진열되어 있다.
파리조의 주브레 샹레르탱 V.V 2002년산을 발매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마셨다. 위대한 빈티지답게 풍부한 과일 맛이 가득하고 우아하며 고혹적인 와인이었다. 인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2006년 가을 손님이 찾아왔을 때 이걸 대접하면 기뻐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개를 열었다. 이게 웬일인가. 이때 마신 주브레 샹베르탱은 2년 전에 마신 것과 완전히 다른 와인이었다. 상한 것도 아닌데 심심한 맛으로 변해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와인이 잠들어 있는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있은 뒤로 나는 2002년산 부르고뉴 와인들을 한동안 봉인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마실 시기를 맞이한 1990년대 후반 부르고뉴 와인들을 신나게 열었다. 그러다 2002년산 부르고뉴 와인의 봉인을 푼 것이 올해 여름이다. 젊은 와인은 대략 1년에서 1년 반 사이의 주기로 자고 깨기를 반복한다기에 슬슬 깨어날 시기일 것 같아 시험 삼아 마셔본 것이다. 마개를 연 것은 비교적 단단한 뮈네레 지부르 클로 드 부조 2002년 산. 와인을 조심조심 마셔봤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긋 웃고 있었다. 위대한 2002년 부르고뉴가 드디어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우리는 기뻐서 잔뜩 사들인 2002년산 부르고뉴를 차례차례 열었다. 그러던 중에 남동생과 작업을 하면서 프레더릭 에스모낭이 특급와인 샹베르탱 2001년산을 마셨다. 나폴레옹이 사랑했다는 이 특급 와인은 남성적인 맛이 특징인데, 어쩐지 펀치가 부족해서 허전했다.
이것 참 갈수록 태산이다. 이처럼 와인은 인생을 바꿔 놓을 정도로 심오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제멋대로에 속 썩이는 음료이기도 하다.
Wine Story 3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은 기술이고, 고급 와인을 만드는 것은 예술이다._로버트 몬다이
▶ 떼려야 뗄 수 없는 와인과 요리
와인을 즐길 때 와인 등급처럼 까다로운 지식까지는 굳이 알 필요가 없다. 하지만 와인의 복잡한 맛을 확인하기 위한 미각과 화려하고 다양한 향을 찾기 위한 후각은 평소에 단련해 둘 필요가 있다. 미각과 후각 중 특히 미각에 관해서는 우리 남매도 어지간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 남매가 어릴 때만 해도 일보에는 아직 패스트푸드가 상륙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께서 음식에 까다로운 분이라 어린아이였지만 제법 미식가다운 식생활을 했다. 할아버지께서 좋아한 곳은 1960년대 일본에서는 상당히 진귀한 정통 프랑스 음식점이었다. 가게의 이름은 코코뱅(닭요리)으로 어린 닭의 레드 와인 조림, 디아볼로 소스 닭구이, 향초香草 구이 등 닭요리를 중심으로 공들인 프랑스 요리를 내놨다. 할아버지는 음식은 진짜를 먹어야 한단다라고 말씀하시며 열 살도 되지 않은 때부터 우리 남매를 곧잘 이 가게에 데려가 주셨다.
가게는 차분한 분위기였고 작업장인 주방의 문은 늘 굳게 닫혀 있었는데, 딱 한 번 그 안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조리사는 금발의 프랑스인이었다. 당시에는 외국인 셰프를 둔 가게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 마음에도 굉장하다며 놀랐던 것이 기억난다.
어른이 된 뒤에도 일류 프랑스 요리를 종종 맛보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처럼 순순하게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듯한 감동을 받는 일은 이제 없다. 또한 어린 시절에 그처럼 근사한 맛을 경험한 덕분에 지금 우리 남매는 와인이 가진 복잡함과 심오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러한 맛의 원체험(原體驗)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천지인의 관점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 그리고 스페인 요리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먼저 프랑스 요리는 소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소스는 사람이 만든다. 굽고 조리고 튀기는 조리 역시 사람이 한다. 그래서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탈리아 요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람의 힘과 소재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스페인 요리는 소재 그대로다. 갓 수확한 것을 살짝 쪄서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서 먹는, 그런 소재를 살린 요리다. 자연 그대로의 색채가 강한 셈이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 손을 거쳐서 식탁 위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와인이 이들의 어떤 요리보다 자연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와인과 음식의 궁합은 어떻게 판단할까. 일반 사람들이 와인과 요리의 궁합을 볼 때 가장 잘 알고 있는 공식이 바로 ‘레드 와인=육류, 화이트 와인=생선‘이다. 하지만 이 공식은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을 때가 많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료나 소스의 색깔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스테이크처럼 무겁고 검붉은 소스가 들어가는 음식엔 묽직한 레드 와인이 좋고, 연어 훈제나 생선회처럼 소스가 거의 없고 흰 색깔인 요리에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반대로 진한 소스로 졸인 생선요리엔 레드 와인이, 연한 소스의 닭고기 요리나 닭 가슴살 같은 지방분이 적은 담백한 고기에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닭고기뿐만 아니라 담백하고 지방이 없는 고기에는 대부분 오크통 숙성을 거친 강한 향의 화이트 와인이 좋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칠레에서 오크통 숙성을 거친 샤르도네가 제격이다. 이들 지역의 샤르도네 와인은 다른 나라의 샤르도네 와인에 비해 맛이 묵직하고 힘 있는 산미가 특징으로 육류와도 흥미로운 조화를 이룬다.
가벼운 느낌의 고기 요리에는 가벼운 레드 와인이 좋다. 돼지고기 요리 중 소스나 향신료를 많이 쓰지 않은 것은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된 가벼운 맛의 레드 와인이나 부르고뉴 와인 중 낮은 등급의 부르고뉴 루주같은 와인이 잘 맞는다. 개성이 강한 쇠고기나 오리고기, 멧돼지 고기 등은 강한 레드 와인이 어울린다. 생선이나 조개 요리는 재료 색깔을 떠나 화이트 와인과 잘 맞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입증된 이야기다. 화이트 와인에 포함된 유기산과 알코올이 결합되면 알코올 이상의 살균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선회와 화이트 와인은 절묘한 궁합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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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와인과 요리에는 궁합이 있을지라도 모두가 개인차가 있고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다. 같은 음식과 와인이 제공되는 모임에서도 나는 궁합이 맞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궁합이 안 맞는 일이 부지기수다. 오히려 스스로 여러 가지 조합을 시도해 보고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나는 낫토나 된장과는 와인이 절대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마저도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