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프랜시스 타폰
암허스트 대학에서 종교학 명예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다가 사표를 내고 이후 60개국 이상을 걷기 시작했다. 기업체,관공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여행을 통해 발견한 삶의 교훈과 지혜를 강의하고 있으며 컨설턴트, 생활상담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 역자 홍은택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 <글로벌저널리스트&&의 프로듀서로 일했다. 미국에서 돌아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편집국장으로 지냈으며 현재는 네이버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역서로는 『102분』『천천히 달려라』『리틀 비트와 함께한 여섯 번의여름』『나를 부르는 숲』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일상에서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다
첫 번째 원칙. 인생의 숲 깊은 곳에서 오직 너만의 길을 가라
두 번째 원칙. 거친황야에 우뚝 솟은 정상의 열병을 조심하라
세 번째 원칙. 차가운 바위 그늘에 숨겨진 열정의 씨앗을 캐내라
네 번째 원칙. 오래된낙엽 밑에서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발견하라
다섯 번째 원칙. 위대한 진실을 찾는다면 가장 단순한 진리를 살펴봐라
여섯 번째원칙. 숲에서 만난 낯선 여행자에게 배려라는 마법을 행하라
일곱 번째 원칙.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임을 기억하라
에필로그 - 길이 끝난 곳에서 다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옮긴이의 글
너만의 길을 가라
인생의 숲 깊은 곳에서 오직 너만의 길을 가라
AT 출발지인 캐터딘 산 꼭대기에 서서 3,489킬로미터 떨어진 조지아 주 스프링어 산이 보이나 목을 빼고 둘러봤다. 보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려고 했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다 밟으면서 거기까지 걷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확실히 그레이하운드 장거리 버스를 타는 게 훨씬 쉬운 방법일 것이다.
6월 26일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아주 가끔씩 미풍이 불었다. 캐터딘 정상에는 바람이 잠잠해서 벌레도 몇 마리 날아다녔다. 캐터딘 산의 완벽한 기상 조건에서 사방 80킬로미터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가장 먼 곳까지 걸어간다고 해도 전체 트레일의 2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퍼뜩 머릿속을 스쳤다. 분명 사색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너무 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매혹적인 기점인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북쪽 끝을 찍고 심호흡을 한 번한 다음 또박또박 남쪽을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트레일에 오른 지 둘째 날 처음으로 노보(노스바운더의 줄임말)를 만났다. 수염이 텁수룩하고 헝클어진 차림새로 호수 옆에서 쉬는 남자였다. 단호한 눈빛으로 보건대 조지아 주에서부터 온 것 같았다. 그에게서 풍기는 악취가 내 추측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피로가 가득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캐터딘 산은 어때요?” “험해요. 대부분의 짐을 관리소에 맡기고 가면 한결 수월할 거예요. 어차피 내려올 때 관리소로 돌아와야 하니까요. 험난한 코스라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가는 게 좋을 거예요.” 내 대답에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박했다. “오, 아니에요. 가방을 비롯해 모든 장비들을 조지아 주에서부터 지고 왔어요. 캐터딘 산꼭대기까지 가지고 갈 거예요.” 이런 고집불통에 융통성 없는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고 한 듯 그가 덧붙였다.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하이킹을 하는 거예요.”
그는 이 말만을 남기고 등에 진 짐을 추켜올리고 웃음을 지으며 떠나갔다. 그의 말에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이것은 애팔래치안 순례자들이 지닌 핵심적인 신념이었다. 정말로 무얼 의미하는 걸까. 트레일 밖에서의 삶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을까? ‘자신만의 하이킹을 하라’는 말은 남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조언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신이 즐기는 방식으로 하이킹을 하라는 뜻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잘 새겨들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은 당신이 내려야 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T의 기본 신조가 종주 하이커들에게는 잘 통하지만, 트레일 밖의 인생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걸으면서 깊이 생각한 끝에 인생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종주 하이커들은 자신만의 하이킹을 하라는 신념을 하이킹 이전이나 이후에도 적용시킨다. 트레일 이름이 ‘반갑습니다! 앤’인 하이커는 AT가 삶에서 어떻게 변곡점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게 뭔가?” “보지 않으셔도 사직서라는 걸 아실 텐데요.” “그럼 어디 가서 누구랑 일할 건가?” “어디에서 누구하고도 일하지 않을 건데요.” “웃기는 소리 말게. 어디로 가나?” “걸으러 가는데요.” “걸어?” “네. 걸어요.”
사직서를 제출한 날 상관과 나눈 대화였다. 21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같은 업무를 11년 동안 계속해온 뒤 이제는 ‘걸으러 간다’고 했으니 미친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탄탄한 직장과 넉넉한 퇴직연금을 걷어차고 나와서, 또 진정 사랑하는 집을 떠나서 걸으러 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절대로 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충족감은커녕 좌절감만 느끼는 지루하고 혐오스런 일자리를 누가 지키고 싶겠는가?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절대로 안 그럴 것이다.
내 계획을 들은 친구나 가족, 동료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왜?” 그들은 아직도 묻는다. 왜 직장을 버리고 집을 떠나느냐가 아니라, 왜 14개 주를 가로질러 3,489킬로미터나 걸으려는 거냐고 묻는 것이었다.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고 싶고, 할 수 있기 때문이야”라고밖에 할 수 없어서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안정감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2년 전 어느 날, 나 자신이 직장생활을 풍자한 인기 만화인 딜버트 만화 속으로 끌려들어간 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 관심도 없는 일을 하고, 좁은 사무실에서, 역시나 충족감을 못 느끼고 좌절한 것처럼 보이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에 조용히 말려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온통 지루함뿐이라니! 변화가 필요했다. 아주 커다란 변화가,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필요했다.
‘반갑습니다! 앤’은 자신의 직업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의 하이킹을 즐기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첫 단추가 AT였다.
종주 하이커들은 남들이 하라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어떤 것을 해야 자신이 즐거울지를 알고 그대로 한다. 그저 사회가 기대하는 대로 하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사람은 인생의 핵심을 놓치고 사는 것이다. 순례자의 목적은 인생을 지금 즐기는 것이지 은퇴 이후로 미루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목적은 삶을 즐기는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말은 이렇게 한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 3,489킬로미터나 걸어야 했단 말이야? 이봐, 나는 오늘 아침에 빨래하면서도 그걸 알아냈는데!”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정말로 인생을 완전히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넘어야 할 도전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다.
차가운 바위 그늘에 숨겨진 열정의 씨앗을 캐내라
작고 단단한 체구에 팔에는 온통 문신을 한 남자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는 중이었다. 덜컹거리는 자동차에 올라타자마자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나는 정육칼 수집광입니다.” 나는 침을 꿀떡 삼키며 순간 이렇게 말할 뻔했다. “저기, 여기서 내릴게요. 고마워요, 선생님. 남은 8킬로미터는 걸어가죠, 뭐.” 그러나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게 기다렸다.
종주 하이커들은 히치하이킹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다. 종주 하이커들이 겨우 1킬로미터 거리를 얻어 타고 간다면 다들 놀랄 것이다. “3,489킬로미터를 걷잖아요. 1.2킬로미터쯤 더 걷는 게 뭐 어때서요?” 모르는 소리. 1.2킬로미터는 엄청나다. 그 논리를 뒤집으면 다음과 같다. 나는 3,489킬로미터를 걷는다. 하지만 트레일을 종주하는 데 필요한 거리말고는 단 1킬로미터도 더 걷고 싶지 않다. AT 전 구간을 종주하는 것은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아니다. 종주 하이커가 올라야 하는 오르막은 75만 8,245킬로미터다. 에베레스트 산을 해발 고도 0에서부터 16번 올라가는 거리와 맞먹는다. 1.2킬로미터가 별것 아니게 보이는 이유는 어디든 차를 타고 가는 데 익숙한 터라 차의 관점에서 거리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1.2킬로미터가 갑자기 부담스런 거리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종주 하이커들은 엄지손가락을 15분간 들고 서 있을지언정 걸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운전자의 모습을 하고 악마가 나타날 수도 있다. 내게는 지금 나를 태우고 가면서 정육칼 수집이 취미라고 하는 이 아저씨가 그 악마일지도 모른다. 나는 차라리 8킬로미터를 걷고 싶었다. 그러나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대개는 마음씨가 착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속는 셈치고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결국 그는 내가 트레일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착했다.
나는 트레일로 돌아가서 이 꾸밈없는 아저씨의 취미를 곰곰이 생각했다. 정육칼에 대한 그의 열정은 하이킹에 임하는 내 자세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걷기를 열정적으로 즐긴다. 빨리 걷거나 공격적으로 걷는다는 뜻은 아니다. 소나무 향기를 맡으려 하고, 시냇물 소리나 발 밑의 땅기운을 느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남들은 지루하고 괴로워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끊임없이 자연에 매혹되는 것이 즐겁다. 정육칼 수집가처럼 나도 나 자신의 열정을 발견했으며, 그것을 정열적으로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AT 순례 중에 배운 세 번째 원칙은 여기에서 떠올랐다.
열정적으로 하이킹할 수 없다면 다른 트레일을 찾아내라. 지루하게 노력만 쏟아 부으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열정을 추구하라. 이것이 인생을 누리는 세 번째 핵심 요소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내지 않았다면 인생을 제대로 살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AT를 하이킹하면서 열정을 추구하려는 생각은 있지만 정작 자신의 열정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많은 AT 하이커들은 이 모험을 하는 동안 답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AT 종주는 열정을 발견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당장 그 열정을 추구할 수 있는지 조언까지 해준다. 열정을 추구하려 할 때 생기는 걱정과 두려움에 맞서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우선 열정을 가지고 하이킹을 해야 하는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대체로 사람들은 날아오는 청구서를 지불하고 조금이나마 저축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일한다. 직업은 단지 생계 수단이다. 노랫말처럼 모두 주말을 위해 일한다. 그런데도 그냥 뭐든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직업은 그냥 직업일 뿐일까? 일주일에 겨우 40시간밖에 안 된다고 넘어갈 일일까? 자, 천천히 분석해 보자.
일주일은 168시간이다. 40시간은 4분의 1에 해당한다. 나머지 75퍼센트의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한다면 25퍼센트 정도의 시간은 희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깊이 생각해 보자. 인생에서 3분의 1 정도는 의식하지 못하고 보내는 시간들이다. 하루에 평균 8시간을 잔다고 한다면 말이다. 여기에서 잠자는 시간은 계산하지 말자. 이 시간을 제외한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은 매주 112시간밖에 안 된다. 주당 40시간이면 깨어 있는 시간의 35퍼센트,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일하는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출퇴근 시간도 감안해야 한다. 직장까지 30분 거리에 산다면 왕복 1시간, 일주일이면 5시간이다. 이제 일하는 시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배우자나 친구들에게 직장에서 느낀 좌절감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보낼 것이므로, 5시간을 보태서 일하는 시간을 주당 50시간으로 계산하자. 깨어 있는 시간이 112시간밖에 안 되니까 주말을 포함해 깨어 있는 시간의 45퍼센트를 일에 바친다는 뜻이다.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하루 종일 일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60시간을 일한다. 단지 빚 안지고 수입 지출을 맞추기 위해 두세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80시간은 일할 것이다. 당신이 일중독자라면 인생의 80퍼센트를 일에 바치는 셈이다.
직업은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졌을 것이다. 소중한 인생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일에 바치고 있기 때문에 싫어하는 일에 종사하는 것은 완전한 낭비다. 임종을 앞두고서 ‘내 인생에서 45~80퍼센트를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썼구나’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보다 더 나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있으면 한 번 얘기해 보라.
당신은 보수가 좋은 직업, 사랑스런 가족, 좋은 친구들이 있으며 여유로운 휴가를 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업에서 충만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을 제대로 누린다고 할 수 있을까? 삶의 절반 이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에 낭비했다면 과연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주말로, 혹은 은퇴 이후로 미룬다. 문제는 우리가 언제 저 세상으로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든 살까지 살 거라고 믿기 때문에 서른세 살에 암 진단을 받으면 혼비백산할 것이다. 환생을 믿지 않는다면 인생을 바로잡을 기회는 한 번뿐이다. 오늘 당장 해야 한다.
이 모든 현실에서 벗어나 열정을 가지고 하이킹하기까지는 세 가지 기본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열정의 대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할 수 있는 의지를 모으는 것이다.
오래된 낙엽 밑에서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발견하라
32도나 되는 8월 기온은 불타는 듯했고 다음날은 37도를 넘어설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너무나 후텁지근해서 자는 동안에도 땀이 줄줄 흘렀고 몸을 식히기 위해 한밤중에 머리에 찬물을 끼얹어야 했다. 우리는 맨해튼의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가는 메트로 노스 기차의 할렘 라인을 타고 행복하게 불지옥을 벗어났다. 상쾌한 기차 여행은 숲에서부터 문명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데려다놓았다.
나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6주간의 하이킹을 통해 최대로 각성돼 있는 내 감각에 과부하가 걸렸다. 지난 몇 주 동안 나뭇가지의 작은 소리, 새의 부드러운 노래, 비의 상쾌한 냄새 그리고 일출의 부드러운 색깔 등을 느낄 만큼 감각이 민감해진 상태인데 사이렌 소리, 지하철이 끽끽대는 소리, 번쩍거리는 타임 스퀘어의 불빛 그리고 수백만 명이 내는 시끄러운 소리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스릴도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일회용 업그레이드였다. 우리는 황제처럼 먹었다. 미술관을 두 군데 갔고, 브로드웨이 쇼를 봤고, 유명한 곳들을 구경했다. 맨해튼에 머물면서 활력을 되찾은 덕에 금세 트레일을 다시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뉴저지 주 115킬로미터를 걸었고, 펜실베이니아, 내가 부르는 이름으로는 바위베니아 주의 370킬로미터 바윗길을 정복하겠다는 열망에 들떠 있었다. 발 디딜 곳을 신경 써야 할 때가 아니면 황야의 경치를 감상했다. 그러나 동물을 보고 싶다면 하이킹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미처 보기도 전에 동물들이 도망가 버리기 때문이다. 황야에 대한 생각과 뉴욕에 대한 생각이 내 마음속에 나란히 자리 잡으며 의아해졌다.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드는가. 왜 우리는 그렇게 거대한 대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가. 왜 푸른 어치새는 고층 건물이나 지하철 그리고 공중 폭격 미사일을 건설하지 않는가.”
정교한 개념에 대해 소통하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엄청난 능력으로 인해 인간이 다른 동물을 능가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썩 잘해온 이유는 방대한 지식을 후손에게 빨리 넘겨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배울 줄 안다. 많은 동물들이 자손들에게 나는 방법, 집 짓는 방법, 멍청한 인간들에게 음식을 얻기 위해 귀엽게 굴면서 구걸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줄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은 인간만큼 방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지 못한다. 의사소통을 하고 페타바이트 용량의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뇌의 능력 때문에 인간이 그렇게 특별한 것이다. 그러한 장점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게 해야 인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우리의 모든 지식이 반드시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지렛대로 삼을수록 잘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트레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혜의 핵심이다.
인생을 최대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만 배우려 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이렇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아직도 동굴에서 약탈자들을 피해 살면서 세상을 어떻게 접수할지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핵심은 인류로서나 개인으로서 빠른 진보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와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것이다. 아무거나 당신이 잘하는 일을 떠올려보라. 다른 사람들이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통해 배우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잘할 수 있을까? 유명 프로팀 벤치에 앉아 있는 후보 선수도 50년 전이었다면 스타플레이어가 되었을 것이다. 과거에 활동한 선수들의 동작, 훈련 방식, 기술 등을 모두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생을 풍요롭게 살려면 지하실에서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가능한 한 높은 층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이 따르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면서 그들이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보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배우는 능력은 인류가 가진 경쟁력이다. 그것을 활용하자.
당신이 추구하는 열정이 무엇이건 간에 거기에 축적되어 있는 지식을 통해 배워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면 육아 서적을 모두 읽어라. 어느 하나만 믿지 말고 여러 가지 견해를 읽어서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갖도록 노력하라. 그러면 당신의 정신은 이 지식들을 흡수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견고한 계획을 세울 것이다. 더불어 부주의로 인한 실수와 비생산적인 행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실수에는 틀림없이 대가가 따른다. 그것은 당신의 인생을 뒤엎어버리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해결책은 막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막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숲에서 만난 낯선 여행자에게 배려라는 마법을 행하라
‘갠더(Gander)라는 하이커에게 내가 종주하는 동안 들은 이야기 가운데 가장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트레일에서 벌어지는 친절에 대한 이야기였다. 갠더는 여행의 끝을 160킬로미터쯤 남겨둔 그레이트 스모키 산 국립공원에서 만났다. 우리는 모닥불 주위에 모여앉아 갠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갠더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은 뉴햄프셔 주의 워싱턴 산에서 출발해 조지아 주까지 갈 뿐 종주 하이커는 아니라고 밝혔다. 보통 사람들은 14개 주 중에서 한 주 반 개쯤 건너뛴 게 뭐 대수냐며 그를 종주 하이커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종주 하이커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종주 하이커라고 부르는 데 별로 관대하지 않다. 게다가 갠더가 건너뛴 곳은 가장 힘든 코스인 메인 주 전체와 두 번째로 힘든 코스인 뉴햄프셔 주 절반이었다. 갠더는 이 두 개 주를 건너뜀으로써 가장 험한 580킬로미터, 길이로는 트레일의 17퍼센트를 피해갔다. 어쨌든 갠더는 종주 하이커라고 우긴 적이 없으므로 아무도 그에게 불평하지 않았다.
갠더는 험한 구간을 빼먹었다지만 모닥불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굉장한 행운을 경험한 사내였다. 어느 날 중간 보급이 필요해서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서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할머니가 그를 마을까지 태워다주었다. 할머니는 갠더가 얼마나 걸었는지 듣더니 샤워도 하고, 가정식 요리도 먹고, 빨래도 하고, 진짜 침대에서 자라고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이런 너그러운 초대는 흔치 않은 매우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처음 듣는 선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갠더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다음날 할머니는 갠더를 트레일까지 데려다주고는 고맙다고 수백만 번은 머리를 조아리는 갠더에게 말했다. “여기 40달러예요. 필요할 거예요.” 갠더가 놀라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게 너무 친절하셨어요. 더 이상은 받을 수 없어요.” “그러지 말고 받아요.” “아니에요, 감사하지만 돈이 모자라지 않아요. 정말로 안 필요해요. 그리고 이미 저에게 너무 잘해주셨잖아요.” 할머니가 낙담해서 말했다. “좋아요. 할 수 없죠.”
갠더는 차에서 내려 어제까지만 해도 생면부지 남이던 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조지아 주까지 가는 여행에 행운이 깃들길 빌고는 차를 출발하면서 40달러를 갠더 쪽으로 던지고 가버렸다. 20달러짜리 지폐 두 장이 그의 발 앞으로 굴러왔다. 그가 알아차렸을 즈음엔 할머니의 자동차는 이미 멀리 가고 없었다. 부스럭거리는 나뭇잎만 남긴 채.
종주 하이커들은 갠더가 겪은 일을 일컬어 ‘트레일 마법’이라고 부른다. 트레일 마법은 종주 하이커에게 낯선 사람들이 베풀어주는 사심 없는 행동이다.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들은 트레일 천사라고 부른다. 트레일 천사는 온갖 종류의 트레일 마법을 부린다.
?하이커들을 차에 태워서 마을까지 데려다준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음식을 차려준다.
?하이커들이 마실 수 있도록 시원한 샘물에 음료수를 담가둔다.
?하이커들이 전화를 하거나 소포를 배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으로 하이커들을 초대한다.
?발마사지를 해준다.
갠더가 겪은 일은 AT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트레일 마법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사실 트레일 마법은 너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마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AT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인 것이다. AT 주변 산에 있는 마을들은 유대가 돈독한 공동체이고, AT 하이커뿐만 아니라 서로서로 잘 챙겨준다.
갠더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나는 모닥불이 깜부기불로 바뀌며 은하수를 향해 희미한 연기를 피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AT는 나에게 또 다른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스모키 산의 어느 추운 밤에 트레일 마법을 행하는 일이 인생을 최대한 누리는 여섯 번째 원칙임을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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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