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윤기윤
맑은 고을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현재 「산소마을」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마음 안에 존재하는 산소같은 마을이다. 산소마을에서 만들어지는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온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산소마을」의 인터넷 주소는www.o2vill.com이다.
■ 차례
산소편지o2vill-letter
작은 약속 / 회상의 문 / 어머니의 허리 / 흙 길 / 흔적 痕迹 / 러너스 하이 / 할머니들의소풍 / 잃어버린 길 / 벨러스트 킬 / 삶이란? / 남편의 선물 / 그들만의 소리 / 따뜻한 돌 / 물고기의 유리창 / 돼지는 하늘을 볼 수없다 / 아름다운 회항 回航 / 달콤한 고통 / 찻잔 / 어린 왕자 / 인생의 3할 타자 / 톨게이트 / 뒷걸음 / 아이의 세상 / 아빠 걱정/ 다툼 / 주인 잃은 놀이터 / 숨 쉬는 돌 / 아버지의 마음 / 금강산 기행 / 번데기 할머니 / 행복한 정전 / 꿩고기 / 긴 바지 단 /반음 半音 / 밥 한 그릇 / 진정한 친구 / 왜 자꾸만 일어나니? / 자전거 배우기 / 아버지의 품
그림편지illustration-letter
첫눈 / 어머니의 사랑 / 사랑한다는 것은 / 콩나물 물주기 / 로켓 / 퍼팅 / 예방주사 / 마음으로 보는 풍경 / 겨울의 창 窓 / 맑은 물 / 사과 꽃향기 / 낡은 성경책 / 아빠의 달님 / 비단벌레 / 희생 번트sacrifice bunt / 당신의 안테나 / 눈사람 / 가족이란? / 빨래판 / 비에 젖은 달 / 블랙박스 / 시절은 변해도 / 사랑한다는것은 Ⅱ / 아파트 우편함 / 화장실 추억 / 아들의 소포 / 상처 난 공이 더 멀리 난다 / 광어이야기 / 좋아서 하는 일 / 맨소래담 /아빠 의자
포토편지 Photo-letter
벙어리장갑/ 빨간 우체통 / 동그라미 / 인연 / 작은 등대 / 낙서 / 아내의 무덤 / 어린 시절의 운동장 / 새벽 별 / 3번 버스 좌석 / 비누이야기 / 돌담 / 계단 / 다리미 / 흔적 / 그네 / 단속 카메라 / 아기 돼지 삼형제 / 공중전화 / 화무십일홍 / 귀빠진 날 / 저녁 창/ 담쟁이 / 감나무 / 한여름 밤의 꿈 / 가위손
산소편지
산소편지
러너스 하이
마라토너들이 긴 42.195km의 마라톤 코스를 쉬지 않고 달리면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여행자처럼 달콤한 휴식을 누릴 때가 있습니다. 마라토너들은 그것을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고 부릅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해서 한 5분간 달리면 서서히 호흡이 가빠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뇌에서는 그만 멈추고 휴식을 취하라고 우리 몸에게 명령합니다. 하지만 뇌의 명령을 어기고 계속해서 휴식 없이 30분 여분을 달리기 시작하면서 피로감이 사라지고 새 힘이 솟아나게 됩니다. 그 힘으로 마라토너들은 먼 길을 완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건은 너무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그 러너스 하이에 이르는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을 조금은 힘겹다고 느낄 때, 멈추지 말고 이겨 내면 마음의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삶이란?
강물은 도대체 어디로 흐르는가. 바람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 한강 백사장에 가면 문득 강물이 어느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인지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잔잔하던 강물은 금방 거칠게 일렁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 강물이 흘러가는지 쉽게 구별해낼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평안하기만 한 삶은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목적성을 상실하고 하루하루 무료하게 습관적으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닥치게 되면 평온하던 삶은 그 위기를 극복하려고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목표는 더욱 뚜렷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삶은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림 편지
사랑하는 것은Ⅰ
나는 비행기를 탈 땐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창 쪽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탈 때는 창 쪽을 양보합니다.
"나는 비행기 바깥 풍경보다도 그 풍경을 바라보는 당신의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가족이란?
서울에서 근무하는 아빠는 아이랑 놀아 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엄마 역시 학교 선생님인 까닭에 학교에서 돌아와도 아무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민이는 아무도 반겨주는 이가 없는 빈 집이 싫습니다. 민이가 제일 부러운 친구는 바로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반갑게 맞이해 주는 가족이 있는 녀석들입니다.
토요일 늦은 저녁, 오랜만에 아파트 앞 놀이터로 온 식구가 다 모여 산책을 합니다. 한쪽에서는 아빠와 엄마가 달빛에 배드민턴을 하고, 민이는 형과 재미있게 공놀이를 합니다.
바람이 시원한 나무 벤치에 온 가족이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던 가족들에게 민이는 문득 얼굴을 붉히며 말합니다.
"아빠, 이런 것이 바로 가족이야."
사랑한다는 것은 Ⅱ
어느 날 그녀는 두 명의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인지라 그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마음 속으로 두 명의 남자 모두에게 호감이 갔지만, 누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청혼한 두 명의 남자에게 각기 다른 한 날을 정해 놀이동산을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그곳을 다녀와서 그녀는 청혼한 남자 중 한 명을 선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놀이동산을 다녀온 후에 청혼한 한 남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놀이동산에서 무얼 보았나요?"
그러자 첫 번째 남자는 기억력이 무척 좋은지 놀이동산 입구부터 시작해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함께 갔던 장소며 놀이 기구의 모든 종류를 자신 있게 설명했습니다.
여인은 두 번째 청혼한 남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놀이동산에서 무얼 보았나요?"
그러자 두 번째 남자는 몹시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기만 했습니다.
"저… 저는 별로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글쎄요, 뭘 보았더라? 죄송합니다. 전 당신의 모습밖에는 잘 생각이 안납니다."
여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두 번째 남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사랑은 오직 한 곳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사랑일 것입니다. 주변이 아무리 화려하다고 할지라도 사랑하는 이의 모습보다 더 눈부신 존재는 없으니까요.
포토편지
벙어리장갑
다섯 손가락 중 유독 엄지손가락만
홀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벙어리장갑….
엄지손가락도 나머지 네 손가락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겨울 바람이 쌩쌩 불어오면 엄지손가락은
혼자서 모진 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엄지손가락에게 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입니다.
하지만 외롭다고 춥다고 엄지손가락을 빼 버리면 벙어리장갑은 손의 기능을 잃어버리기에 꾹꾹 참고 견디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흔적(痕迹)
아내는 결혼 첫해에는 틈만 나면 처갓집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방문하는 횟수가 줄더니 요즈음에는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가더군요. 무엇이 발걸음을 뜸하게 하였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 아내에게 물어보았지요. 한참을 생각하던 아내는 문득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그 까닭을 말해주었습니다.
"그곳은 내 지나온 시간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죠.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며 그리워하던 것들을 거기만 가면 고스란히 만지고 느낄 수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서서히 내 손때 묻은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내 흔적들이 없어져 가고 있는 셈이었죠. 내가 쓰던 침대며, 책상… 언제나 잠잘 때 덮던 이불, 하다못해 사소한 물건들도 다 애틋하고 추억이 서린 것들인데 조금씩 사라지고 없어졌어요. 대신 그 흔적들이 어디로 이동중인지 나는 알았죠."
빙긋이 웃는 아내의 얼굴에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보이더군요. 삶의 터전을 자연스레 옮기는 일… 아내는 그 의미를 알아 가고 있었던 거지요. 지난 시간도 소중하지만 이제 만들어 가야 할 삶의 자리를 보듬는 것 또한 먼 시간에 대한 흔적을 아름답게 쌓아 나가는 것이 될테니까요.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