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역사상 최초로 ‘노화’ 문제에 직면한 인간
이를 풀기 위한 도전과 분투의 흥미진진한 여정!
이전 세대가 결핵이나 소아마비, 전염병에 무릎을 꿇었던 것과는 달리, 이 ‘신노년층’은 노인병 묵시록의 네 기수라 불리는 심장병, 암, 당뇨,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졌으며, 대부분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병, 그 외 잡다한 불편사항들로 인해 약물 치료를 받는다. 인생 후반기의 수십 년을 환자로 산다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수면 위로 올라온 ‘노화’ 문제를 풀기 위해 인류의 끊임없는 도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과정을 탐사한 『스프링 치킨』을 통해 저자는 당신의 절대수명을 늘리기 위한 또는 당신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신비의 묘약이 무엇인지 그 힌트를 전해 줄 것이다.
■ 저자 빌 기퍼드
특출한 운동선수들과 최첨단 건강 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 베테랑 기자이다. 성장기의 대부분을 워싱턴 D.C.에서 보낸 뒤, 대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전설적인「워싱턴 시티 페이퍼」기자가 되어, 급여로 맥주와 쌀, 콩을 받았다.
이어서 필라델피아로 거주지를 옮겨「필라델피아」지에서 몇 년간 일했다. 그 뒤 I─95 도로를 따라 더 북쪽으로 올라가 뉴욕으로 가서「멘스 저널」의 특집부장, 그리고 이어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명인‘무임소 편집자’로 일했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던「아웃사이더」지에 프리랜서로 글을 싣기 시작해,「바이사이클링」 「와이어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슬레이트」를 비롯해「베스트 아메리칸 스포츠라이팅」 같은 다른 매체에도 글을 기고했다. 그의 첫 저서인『레디어드』는 18세기의 탐험가이자 작가, 기업가에 향락가인 존 레디어드의 전기이다.
■ 역자 이병무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십 년간의 편집자 생활을 거쳐 지금은 번역과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알라산의 사자들』『끊어지지 않는 사슬: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한 번 해도 될까요?』『수도원에 간 CEO』가 있다.
■ 차례
Prologue 불로장생의 묘약
Chapter1 두 형제 - 왜 사람마다 노화의 정도가 다른가?
Chapter2 노화의 시대 - 수명에 한계가 있을까?
Chapter3 청춘의 샘 - 주사기로 영생을 얻을 수 있는가?
Chapter4 당신의 벗, 쇠락 - 인간 대 시간
Chapter5 노력 없이도 108세까지 사는 법-100세 넘게 사는 사람들은 여러분이나 나와는 다른 사람들일까?
Chapter6 문제의 핵심 - 골칫거리인 인간의 심장
Chapter7 대머리와 백발 - 노화의 진화
Chapter8 세포의 일생 - 노화는 우리의 세포에서 시작된다
Chapter9 필과 지방의 대결 - 지방은 어떻게 사람을 늙게 하며, 한 남자는 그것을 어떻게 물리쳤는가?
Chapter10 영원을 향한 장대높이뛰기 - 빨리 달리고 천천히 늙기
Chapter11 영생을 위한 절식 - 적게 먹으면 더 오래 사는가?
Chapter12 고난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 스트레스와 그 밖의 이로운 것들
Chapter13 빠르게 앞으로 가기 - 절식, 스트레스 그리고 암
Chapter14 누가 내 열쇠를 옮겼을까? - 젊은 피가 늙은 뇌를 구할 수 있는가?
Epilogue 죽음의 죽음, 노화는 제거될 수 있을까?
부록 -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것들
감사의 말
주 및 참고문헌
스프링 치킨
두 형제
왜 사람마다 노화의 정도가 다른가?
겉보기에는 거의 세대가 다른 분들처럼 보이긴 하지만, 레너드 외할아버지는 에머슨 큰외할아버지보다 겨우 17개월이 어릴 뿐으로, 두 분이 태어나신 1914~15년 무렵의 올곧은 중서부 프로테스탄트들 사이에서는 자칫 수치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는 적은 나이 차이다. 두 분은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고 태어나 똑같이 길러진 쌍둥이나 진배없다. 하지만 두 분의 운명은 그렇게 다를 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 이미지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얼마 어리지도 않은 동생이 큰 파도를 타고 넘는 동안 현관 앞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에머슨 큰외할아버지의 모습 말이다. 그날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에머슨 큰외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하셨고, 결국 그 병으로 정신이 파괴되어 얼마 후 어느 요양소에서 74세를 일기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한편, 우리 외할아버지의 은퇴 계획은 샌디에이고 북쪽의 산 속에 있는 작은 감귤 과수원을 사서, 70대를 넘길 때까지 이주민 일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었다. 86세의 나이에 사소한 감염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외할아버지는 여전히 더욱더 강건해지고 계셨다.
청춘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궁금한 것이 많았다. 시간은 어떻게 우리를 탈바꿈시키는가? 40대 중반의 내 자아는 10대 때의 내 자아와 어떻게 다를까? 40대에서 70대 사이에는 무엇이 변하게 되는가?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노화라는 이 보이지 않는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노화란 어느 정도까지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어느 정도가 운명이나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노화가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발견하는 중이다. 다시 말해, 사실상 조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얼마나 잘 나이 드는가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여러분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노년의 대표적인 질병 중 두 가지-심혈관 질환과 당뇨병-는 대개 피할 수 있으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원상회복될 수도 있다. 세 번째 질병인 무시무시한 알츠하이머병은 50퍼센트까지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어떤 유전자들은 극단적인 장수나 건강함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는 것을 알며, 수백 개의 그와 같은 유전자들이 조만간 더 발견될 예정이다. 심지어 그중 일부는 이미 연구 진행 중인 합성 약물로 활성화나 복제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은 아니다. 그저 나가서 잠깐 조깅을 하거나, 한두 끼를 건너뛰는 것만으로도 우리 생체에 내장된 주요 장수 촉진 메커니즘이 지금 당장 활성화될 수 있다.
노력 없이도 108세까지 사는 법
100세 넘게 사는 사람들은 여러분이나 나와는 다른 사람들일까?
10년 넘게 니르 바질레이는 뉴욕 지역에 거주하는 아슈케나지 유대인들 중 100세 넘게 사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는 주목할 만한 결론을 이끌어 냈다. 그는 500명이 넘는 유대인 노인들(나이가 95세 이상이라야 자격이 있었다)을 자신의 독창적인 노화연구에 참여시켰다. 우리는 이들을 할머니라는 뜻을 지닌 이디시어 단어를 써서 슈퍼버베라고 부를 것이다.
바질레이가 이들을 연구한 것은, 이들이 강한 문화적 정체성과 아슈케나지 안에서 족내혼을 하는 오랜 역사를 지나고 있어서, 서로 간의 유전자가 비교적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100세까지 사는 사람들을 우리와 구별해 주는 장수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장수 여부를 결정하는 데서 유전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우리가 유전자의 존재를 알게 된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논란이 벌어졌다. 덴마크 쌍둥이에 대한 연구에서는 장수는 20퍼센트만이 유전되고 80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그것은 약 85세까지 사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 나이를 넘어서까지 살 때는 유전이 전면으로 나와서, 더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열쇠의 50퍼센트는 쥐게 된다.
애초에 바질레이는 그의 슈퍼버베들이 완벽한 게놈을 갖고 있어서, 그들의 유전자들이 장수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발달해 질병에서 유전자가 행하는 역할에 대해 더 많은 것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반대가 진실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그의 팀은 44명의 100세인들의 게놈 서열을 분석한 결과, 거의 모두가 심장 질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끔찍한 질환을 촉진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유전자 변이체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런 병이 발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완벽한 유전자가 아니라 보호성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 이 유전자들이 노년에 흔히 나타나는 질병들이 발병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 틀림없다고 바질레이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유전자에 목표를 맞추기로 했다. 그의 100세인들이 혈액 상태가 너무나 양호하고 심장도 완벽할 정도로 건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콜레스테롤 처리와 관련 있는 분자인 CETP라고 불리는 물질을 억제하는 특정한 유전자 변이체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의 핵심
골칫거리인 인간의 심장
빌 본을 방문하고 3개월 뒤, 나는 최소한 4개 국어로 투덜거리는 10명도 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틈에 끼어 뉴저지 주 포트리의 어느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내가 여기 온 것은 네이션 레보위츠라는 젊은 심장 전문의를 만나 전체적인 콜레스테롤의 문제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심장병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의 많은 부분은 유명한 프레이밍햄 연구에서 나왔는데, 이 연구는 블래스트의 심장 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매사추세츠 프레이밍햄에서 여러 세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50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다른 4가지 요인들-비만, 당뇨, 고혈압, 흡연-과 함께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심장마비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 바로 이 프레이밍햄 연구였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내 LDL 콜레스테롤(즉,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대단히 걱정스러운 것이었다. 레보위츠는 얼굴을 찌푸렸다. LDL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총 수치가 아니라고 그는 설명했다. LDL은 특별한 운반체에 실려 이동하는데, 이 운반체들은 크기가 각양각색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몇 개 안 되는 커다란 운반체가 조그만 운반체가 많이 있는 것보다 낫다. 입자의 크기가 어느 정도로 중요할까? 니르 바질레이가 자신의 100세인들에게서 찾아낸 CETP 장수 유전자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LDL입자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블래스트에서 가장 멋지고도 가장 불안했던 순간은 이틀째에 찾아왔다. 그때 나는 어둡게 해놓은 진료실에서 들것 위에 누워 있었고, 기사 한 사람이 내 가슴에 초록색 젤을 바르고 있었다. 이어서 그는 초음파 검사봉의 차가운 금속 끝부분을 끈적끈적한 젤에 대고 누르면서 컴퓨터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박동하는 내 심장의 희미한 초록빛 영상이 떠올랐다.
우리는 탄력성이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고로 활발히 움직일 때는 분당 180회 이상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면서, 무려 10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일반적인 인간 몸의 혈관을 다 돌 수 있도록 피를 내뿜으려면 심장 근육은 늘 튼튼해야 한다. 하지만 동맥 자체도 그 혈류를 모두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늘 충분히 유연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그런 유연성을 잃는다. 우리의 심장이 –우리 몸의 다른 부분들처럼-내재적인 노화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구력 훈련에 대한 반응을 제외하고, 안정 시 심박수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최대 심박수는 나이에 비례해서 크게 떨어진다. 심장 근육은 약해지며, 한 번의 박동으로 예전만큼 많은 피를 뿜어 보낼 수 없다. 지금껏 제작된 어떤 자동차의 어떤 부품보다도 훨씬 더 오래 지속되지만-사실, 심장은 기적과 같은 작은 기계다- 인간의 심장은 딱 그 정도만 지속되는 것이 진실이다. 그래서 심장병의 가장 크고 심각하면서도, 수정하기 가장 어려운 위험 요소가 바로 나이 자체인 것이다.
우리의 동맥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는 이어서 검사봉을 내 목 안쪽에 갖다 대며 살짝 흔들었다. 지금 그는 내측 내막 두께라 불리는 것, 다시 말해 내 경동맥 혈관벽의 두께를 측정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동맥 혈관벽은 두꺼워지면서 신축성은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혈압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심장은 비대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블래스트 데이터는 심장병과 심부전에 가장 큰 일조를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노화 생명 현상 자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우리의 심장 근육과 동맥 혈관벽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 죽상 경화와 동맥 경화가 발생하기 쉽게 되는 것이다.
필과 지방의 대결
지방은 어떻게 사람을 늙게 하며, 한 남자는 그것을 어떻게 물리쳤는가?
필 브루노는 다시 특대 사이즈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필은 언제나 먹는 것을 좋아했다. 어떤 의미에서 필 브루노는 자신의 중년 생리의 희생자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다른 화학적 변화들에 따라) 성장 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서, 우리가 소모하는 칼로리가 지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35세 전후부터 시작해, 설령 체중은 그대로라 해도 우리의 총 체지방 비율은 해마다 1포인트씩 증가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 분포가 변해서, 피하 지방이 사장님 배, 풍선 배, 처치 곤란한 똥배로도 불리는 내장 지방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아주 최근까지도 지방 조직은 비활성이며, 단순히 신체를 위한 에너지 비축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다. (5시간 동안) 조깅을 해서 3,500칼로리를 소모하면, 체중이 0.5킬로그램 줄어들거나, 적어도 더 불지는 않는다. 그 외에는 지방은 가만히 있으면서 별다른 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1990년대에 과학자들은 우리의 지방 덩어리들이 그저 출렁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사이에 과학자들은 지방이 사실은 거대한 내분비선이며, 신체의 나머지 부분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10여 년간, 특히 필 브루노가 2004년 진단을 받은 이후로, 커클런드와 다른 과학자들은 이 복부 또는 내장 지방이 우리의 생체 기관들에 침투해, 우리 몸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히는 끔찍한 화학적 스튜에 이 기관들을 푹 적신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장 지방은 만성 염증의 지존인 IL-6뿐 아니라, 종양 괴사 인자(tumor necrosis factor)를 뜻하는 TNF-알파라는 물질도 포함하는 일련의 염증 사이토카인들을 생성한다.
따라서 노화는 우리를 살찌게 하고, 살찐 것은 우리를 노화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버터와 라드가 시간이 가면 산패하듯이, 우리의 노화한 지방은 우리를 훨씬 더 빨리 노화하게 만든다. 커클런드는 지방 조직에 묻힌 노쇠 세포들이 노화에 수반되는 전신 염증을 일으키는 주범일지도 모르며,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노쇠 세포들이 우리의 축적된 지방 안에 도사리고 있다고 믿는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지방 조직 자체가 제 기능을 잃어버려,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이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는, 지방 독성(lipotoxicity)이라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 부정적 피드백 고리는 나이가 들수록 악화될 뿐이다. 문제가 되는 지방은 중년 이상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압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신진대사 장애-비만, 인슐린 저항, 고혈압, 콜레스테롤 악화의 조합-가 20대의 7퍼센트에게만 나타나는 데 반해 60대는 거의 절반에서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필 브루노는 신진대사 장애가 있었고, 쇼핑몰에서 여러분이 마주치는 뚱뚱한 사람들은 아마 모두 그럴 것이다.
심장 검사를 받은 뒤, 필은 2004년 7월 어느 토요일, 맨체스터의 자기 동네에 있는 골드 짐 헬스 클럽에 걸어 들어갔다. 그는 자신 없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200킬로그램이 나가는 사람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기구 쪽으로 갔다. 실내용 자전거였다.
그는 간신히 안장에 올라타 5분쯤 페달을 밟다가, 쌕쌕 거리고 헉헉대면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멈춰 서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날 다시 체육관을 찾았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안 있어 그는 더 많은 땀으로 매트를 흥건히 적시며 30분 동안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진단을 받은 지 1년 뒤, 그는 리빙스턴 박사를 다시 찾아가 정기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브루노의 인슐린 저항은 사라졌고, 혈액 수치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브루노는 한때 자신의 생명을 위협했던 당뇨병을 식단을 바꾸고 매일 운동에 매진하여 극복했다. 운동은 거의 제2의 직업 같은 것이었다.
영원을 향한 장대높이뛰기
빨리 달리고 천천히 늙기
히포크라테스는 고대 중국의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은 약과 같은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20세기 초에는 운동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 취급을 받았고, 사실상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196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뀐다. 대규모의 프레이밍햄 연구를 통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훨씬 낮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 이후로 급격히 늘어난 운동 관련 데이터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스탠퍼드의 과학자 존 이오아니디스는 임의적으로 고른 300건 이상의 임상 약품 처방과, 운동에 대한 57편의 연구 결과를 꼼꼼히 비교 분석하여,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데 운동이 거의 모든 경우에 약품만큼이나 효율적이고, 때로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
생물학자로서 하워드 부스는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60세 나이에 장대높이뛰기를 다시 시작한 것은, 교직에서 물러날 때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스는 학생들에게 연장자 육상경기에 참가한 자기 또래 선수들을 조사하도록 해, 열심히 연습한 60대 선수들은 전성기 때의 80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기록을 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최고 기록은 75세를 넘기면 꽤나 급격히 떨어지지만, 부스가 밝혀낸 정말로 흥미로운 사실은, 대조군-즉,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 같은 나이대의 평균적인 성인들-은 자신의 신체 능력의 22퍼센트밖에 유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이 든 운동선수들의 근육과 뼈를 보면 꼼짝하기 싫어하는 사람들과의 차이는 한층 더 확연해진다. 중년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근육을 늘리고 유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40세 무렵부터 점점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설령 중년에 근육이 없어진다 해도, 전체적인 체중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 말은 곧 우리의 근육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지방으로 대체된다는 소리다.
이런 근육 감소가 지속되면서 가속화되면 근육감소증, 또는 노화의 예리한 관찰자인 셰익스피어가 말라비틀어진 정강이라고 불렀던 질병에 걸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량과 근력이 근본적으로 줄어들어, 노쇠해질 가능성이 크다. 도대체 무엇이 근육감소증을 야기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령이 되어서도 장대높이뛰기나 멀리뛰기나 달리기를 함으로써, 하워드 부스와 다른 연장자 운동선수들은 시간과 중력을 물리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의 수렵채집인 선조들이 해야만 했던 일들을 모방하고 있기도 하다. 근육감소증에 걸리지 않는 것은 그것의 부수효과일 따름이다.
어떤 의미에서 운동은 신체가 내부 청소를 하는 것을 돕는다. 강도 높은 활동은, 스스로를 먹는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자식(自食)작용(autophagy)이라 불리는 세포 정화 작용을 촉발한다. 자식작용은 우리 세포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작용이다. 자식작용이 없으면 우리의 세포들은 순식간에 노폐물로 가득 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운동은 우리 몸의 세포들이 내부 청소를 하는 것을 도와, 더 오랫동안 더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게 해준다.
빠르게 앞으로 가기
절식, 스트레스 그리고 암
1993년 9월에 바이오스피어의 봉인이 해제되었을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대학원생 발터 롱고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그는 미 육군 예비군에 들어갔는데, 안전한 선택인 것 같아보였다. 1990년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의 탱크 부대가 몇 시간 후면 이라크로 가는 배에 오르게 되어 있을 때, 사막의 폭풍 작전이 급작스럽게 종결되었다. 그 뒤 학교에서 그에게 고적대 지휘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는 그 일이 끔찍이도 싫어서 노화 연구로 전공을 바꾸었고, 그렇게 해서 UCLA의 월포드에게 오게 되었다.
롱고의 첫 연구 대상은 효모균이었는데, 얼마 안 있어 혁신적인 발견을 해냈다. 어느 길고 긴 주말에 그는 다른 지방에 다녀왔는데, 그만 배양 효모균에게 먹이를 주고 가는 것을 잊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효모균이 모두 굶어 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래 보았자 효모균일 뿐이어서 큰일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연구실에 돌아와서 그는 효모균들이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나게 증식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냥 장난삼아서" 그는 정식 실험으로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고 한다. 칼로리 제한을 말이 안 될 만큼 극단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배양접시 하나에 담긴 효모균에 보통 주는 설탕 시럽대신 물만 주었다. 이번에도 굶주린 효모균은 더 오래 살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또 이것이 식이요법과 노화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칼로리 제한에서 중요한 것은 한 생물이 하루에 총 얼마의 칼로리를 소비하느냐가 아니라, 아무것도 먹지 않을 때 그 생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효모균에 먹이를 주지 않았을 때, 효모균들은 더 오래 살았을 뿐 아니라,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나 독소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모든 종류의 스트레스에서 엄청난 저항력을 갖게 되었다. 한편, 종양 세포가 어떤 것에도 정복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왜냐하면 종양 세포들은 크루즈 여객선 뷔페에 간 앙드레 더 자이언트처럼 끊임없이 게걸스럽게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롱고는 이것이 종양을 잠재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종양들은 끊임없이 먹어 대고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토어가 한계치를 넘어서게 되는데, 이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종양의 저항력을 실제로 감소시킨다. 실험실에서 그는 먹을 것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암세포에 스트레스를 주면, 정말로 암세포가 약해지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라파겔로와 그녀의 동료들에게 급진적인 실험 하나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암에 걸린 생쥐들을 데려다 놓고, 그중 일부 생쥐들을 쓰러지기 직전까지 굶긴 다음 엄청난 양의 항암 치료제를 투여했는데, 모든 세포에 크게 치명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몇몇 실험에서 미리 굶은 생쥐들은 항암제를 견뎌 냈지만, 일반적인 먹이를 먹은 생쥐들은 모두 죽었다.
단기적 단식이 일반적인 세포들은 보호 상태로 전환시킨 반면, 종양 세포는 항암 치료 물질에 여전히 더 취약한 상태인 것 같았다. 암세포는 여기에 적응할 수 없는 반면, 암세포 외의 세포들은 단식 덕분에 보호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치료제에 부수되는 손상을 덜 입을 수 있었다.
"핵심 메커니즘은 실은 제가 혼돈에 의한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롱고는 그렇게 설명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일반적인 세포들은 모든 종류의 환경을 이해하도록 진화했고, 암세포는 어떤 의미에서는 역진화했다는 겁니다. 암세포들은 몇 가지 일들은 아주 잘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특히 극단적인 환경에는 더 그렇죠." 그렇다면 암세포는 멍청한 셈이다. 그리고 단식을 하면 우리의 건강한 세포는 더 똑똑해지거나, 아니면 적어도 스트레스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된다.
2014년 3월 「센 메타볼리즘」이라는 저널에 발표한 18년간의 연구에서 롱고의 연구팀은 유제품과 고기를 많이 먹는 중년의 사람들은 결국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으며,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흡연만큼이나 위험하고 사망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단백질을 10퍼센트나 그 이하로 먹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살았다.
누가 내 열쇠를 옮겼을까?
젊은 피가 늙은 뇌를 구할 수 있는가?
2013년 어느 봄 저녁, 나는 버클리에서 인터뷰 몇 개를 마치고 난 뒤 렌트카를 타고 차들로 꽉 막힌 저녁 시간의 880번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만의 동쪽 면을 따라 샌호제이로 향했다. 건강 연장 살롱이라는, 노화 연구에 관심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만안 지역 사람들의 느슨한 모임에서 매달 여는 회의를 참관하러 가는 길이었다. 2월 초청 연사는 솔 빌레다라는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연구자로, 그 강연에 적역인 사람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몸매가 다부졌는데, 그 역시 중견 과학자들보다 훨씬 젊었다.
노화가 우리 두뇌에 미치는 영향은 과히 아름답지 않다. 이런 문제는 심장 근육처럼 뉴런도 재생되지 않는다는 불행한 사실에서 비롯된다.(어쨌든 그렇게 많이 재생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사는 동안 보통 기본적으로 뉴런의 10퍼센트를 잃는다. 문제는, 모든 정신 작용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뉴런 간의 연결들인 시냅스 또한 4분의 1 이상이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고,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수상돌기가 줄어들면서, 우리의 뉴런들 자체의 연결성이 떨어진다.
이런 쇠퇴는 처음에는 아주, 아주 천천히 일어나지만, 최근 「영국 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 실린 한 연구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40대에 상당한 인지적 감퇴를 뚜렷이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말이 난 김에 말이지만, 나도 디지털 영상 녹화기 리모컨을 어디다 두었는지 몇 달이나 찾지를 못했던 적이 있다.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데 약보다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2011년에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서 실시한 어느 중요 연구에서는 당뇨병, 중년 비만, 중년 고혈압, 흡연, 우울증, 낮은 교육수준, 신체 활동 부족 등 7가지 기본적 위험요소를 해결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절반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빌레다가 지적하듯, 운동 자체가 환경을-다시 말해, 우리 혈액의 화학성분을-우리의 뉴런의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보이는 쪽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두뇌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노화된 뇌도 궁극적으로 다시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도 잃어버린 리모컨을 다시 찾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솔 빌레다는 늙은 뇌세포가 되살아 날 수 있다고 항상 확신한 것은 아니다. 토니 위스-코레이의 연구실에서 그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혈액은 건강한 노인들의 혈액과 확연히 다른 것을 보았다. 따라서 다음 질문은 혈액의 화학적 변화가 어떤 식으로든 인지적 노화를 일으키거나 조장하는가였다. "우리는 인지적 측면에서, 첫째, 혈액-뇌 장벽이 있어서 혈액이 뇌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가? 둘째, 늙은 혈액이 늙은 두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를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이 질문은 병체결합을 통해서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수십 쌍의 생쥐들을 늙은 녀석과 늙은 녀석, 젊은 녀석과 젊은 녀석, 늙은 녀석과 젊은 녀석 등으로 다양하게 짝 지었다. 이 생물들이 서로에게 적응하고 얼마 동안 혈액을 맞바꾸고 나면, 빌레다 등은 젊은 생쥐들의 두뇌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찾아보았다.
몇 달 뒤 그들은 답을 찾아, 그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한 「노화된 체계 환경이 신경 형성과 인지 기능을 부정적으로 통제한다」라는 제목의 논문에 요약했다. 쉽게 말해, 그들은 늙은 피(노화된 체계 환경)가 흐른 젊은 뇌는 기능이 떨어져서 뉴런의 보호성과 재생도가 원래보다 저하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곧 빌레다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방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다시 말해, 젊은 피는 늙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젊은 생쥐의 혈장을 채취해 늙은 생쥐에게 주사한 다음, 늙은 생쥐에게 각종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생쥐에게 대입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대신 그는 녀석들을 일종의 우윳빛 물을 담가 놓은 하비트레일이라 할 수 있는 방사형 수조 미로에 집어넣었다. 미로 어느 부분의 불투명한 물 바로 밑에는 발을 디디고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받침대가 숨겨져 있었다.
혈장을 주사 맞기 전에 생쥐들은 안전한 받침대를 찾는 훈련을 일정기간 동안 받았다. 그런 다음, 일주일 정도 뒤에 그는 다시 녀석들을 미로 속에 퐁당 집어넣었다. 젊은 녀석들은 거의 곧바로 받침대를 찾아냈지만, 늙은 녀석들은 어쩔 줄 모르고 헤매다가 30번 정도나 실수를 한 다음에야 겨우 그리고 그리던 마른 받침대를 찾아냈다.
이어서 빌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이든 생쥐에게 몇 주 동안 젊은 생쥐의 피를 주사하자, 이 생쥐들이 갑자기 한두 번 만에 받침대를 찾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드디어 솔 빌레다는 「네이처 매디슨」지에 젊은 쥐에서 추출한 혈장이 늙은 뉴런들에 활력을 되찾아 주는 것 같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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