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안준용 외(감: 김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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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북스
   
14000
2014�� 09��



■ 책 소개 


치매를 이겨내는 유용한 정보와 생생한 극복 스토리가 담긴 ‘치매 희망 교과서’  


 

2013년 조선일보 연중 기획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자가진단에서 예방 및 치료, 치매 환자를 돌보는 올바른 방법까지 치매가 두려운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총망라하여 담았다.  


또한 기사에서 볼 수 없었던 치매 환자의 마음 읽기,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취해야 할 습관과 버려야 할 습관, 최근 개정된 장기요양보험 등급에 대한 정보까지 추가해 실용성을 더했다. 치매 환자와 가족, 치매 환자를 위해 일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치매 환자가 될지도 모르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 저자  

안준용 

2009년 조선일보 입사 이후 사회부 기동팀과 법조팀, 치매 기획팀을 거쳐 2013년 광복절부터 1년간 도쿄 주재 기자로 일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 치매를 전담 취재했던 1년이야말로 지금껏 가장 치열하게 인생을 공부한 시간이었다고 스스로 말한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울산 학성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석남준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을 출입하고 있다. 2013~2014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주재 기자로 일했다. 사람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는 것을 낙으로 여긴다. 인덕(人德) 덕분인지 관훈언론상과 삼성언론상을 수상했다. 진성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박상기 

조선일보 입사 후 주로 사회부에서 사건·사고를 쫓았다. 폐업 대행업체 사장님을 따라다닌 한 달, 주폭(酒暴)을 쫓아다닌 6개월, 천안함의 빈 자리를 지키는 진해함에서 보낸 1박 2일, 치매를 공부한 1년처럼 돈 벌면서 잊지 못할 추억도 쌓고 있어 행복한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휘문고등학교,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 감수 김기용 

초대 중앙치매센터장으로,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 한국노년신경정신약물학회장을 겸하고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치매, 희망을 이야기합시다! 

프롤로그  


1. 빨라지는 치매 시계, 이제 당신의 일 

치매, 남의 일 아니야? | 치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 젊은 치매가 늘고 있다 | (치매+α) 너무 부정적인 말 ‘치매’, 대체어는 어떤 게 있을까?  


2. 치매, 제대로 알고 있나요? 

한국인이 걸리는 치매는? | 치매 증상의 진행 단계 | 드라마 속 치매 환자의 모습은 실제와 다르다 | 치매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조기 치료로 극복할 수 있다 


3 치매를 예방하려면, 나는 지금 뭘 해야 할까? 

이런 사람이 위험하다 | 연령대별 치매 예방법 | 어떤 음식이 치매 예방에 좋을까? | (치매+α) ‘치매 엄마’ 보낸 뒤 20년, 세 자매가 터득한 치매 예방법 


4. 치매일까 아닐까?  

조기 발견은 ‘의심"이 답이다  | 치매와 헷갈리는 질환들 | 실제 치매 진단은 이렇게 | (치매+α) 치매 환자 연기하며 가슴으로 이해했어요_ 배우 김영옥 


5. 내가 치매란다, 어떡하지? 

‘받아들임’이 중요하다 | 치매 치료가 진행 속도를 늦춘다  |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치매도 예뻐진다 | 치매 전문의 4인이 추천하는 치매 대처법  


 

6. 내 어머니가 치매라면 

치매를 모르면 절대 모실 수 없다 | 나눠서 지면 가볍고 한 명이 떠맡으면 지옥 | 집에서 모실까? 요양시설에 모실까? | 치매 환자의 ‘마음 읽기’ | 치매 환자, 이럴 땐 이렇게 


7. 치매와 싸우는 사람들 

내 나이가 어때서? 치매야 비켜라!_ 가수 현미 | 치매와 함께 사는 지금도 행복해요_『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저자 크리스틴 브라이든 | 가족이 웃어야 환자도 웃습니다_ 배우 박철민 | 저처럼 떠나보내고 후회하지 마시길_ 가수 현숙 | 아내를 사랑하기에 치매도 안을 수 있어요_ 시골 농부 박종팔  


8. 치매 없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실비아 왕비가 이끄는 세계 최고 치매 관리국, 스웨덴 | 교육·봉사로 치매 극복하는 일본의 ‘치매 서포터스’ | 아직도 갈 길 먼 한국의 치매 정책 | 치매와 함께한 3.2km의 동행 | 대한민국 치매 과제에 대한 4인 좌담 | (치매+α) 치매 앓는 홀몸노인을 위한 대안, ‘그룹홈’ 


에필로그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빨라지는 치매 시계, 이제 당신의 일

치매, 남의 일 아니야?

치매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 중에 치매 환자가 없다면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의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치매 환자는 급증하고 있고 치매에 대한 막연한 걱정 역시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치매를 앓는 가족을 돌보다 이를 견디다 못해 살인을 저지르는 등 치매를 둘러싼 우울한 사건·사고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치매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2013년 5월, 경북 청송에서 80대 노부부가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남편은 치매에 걸린 아내를 자동차에 태우고 저수지로 돌진했다. 당시 88세였던 남편은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노부부에게는 3남 2녀의 자식이 있었다. 자식들이 노부부를 버린 것도, 그렇다고 노부부의 생계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노부부는 넉넉한 재산을 자긴 부농이었다. 하지만 치매가 찾아오자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죽음을 택했다.


의사들은 치매를 대표적인 몰라서 두려운 병으로 꼽는다. 확실히 알고 준비하면 예방이 가능하고, 병에 걸려도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가 치매의 실체를 잘 몰라 겁부터 먹는다.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은 치매 예방과 직결된다. 설령 치매에 걸렸더라도 조기 발견은 치매 치료에서 어떤 약보다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환자 본인보다 함께 사는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증상이 미약한 초기 치매 환자를 알아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다.



치매, 제대로 알고 있나요?

치매에 대한 오해와 진실

치매는 노인병일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구분하는 기준에 따르면 치매는 노인병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인 30~50대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 환자도 있고, 20대에 치매 진단을 받은 사례가 국내에 보고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체 치매 환자에 비하면 초로기 치매 환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치매를 대표적인 노인병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는 60대 이상의 나이에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다. 20년 이상 서서히 뇌에 독성물질이 쌓여 나타나는 병이다. 여기서 말하는 독성물질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뜻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국내 전체 치매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치매에 걸리지 않은 보통 사람도 40대 중후반부터 뇌세포 속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쌓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의 상당수를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면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건망증은 치매의 전조증상일까?

건망증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전조증상이다. 가벼운 건망증이 계속되면 근처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 치매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건망증과 치매는 엄연히 다르다.


건망증은 그 순간에 기억을 못 하더라도 시간이 조금 흐르거나 누군가 곁에서 알려주면 기억이 떠오른다. 반면, 치매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려 누군가 옆에서 기억이 떠오르도록 도움을 줘도 해결이 안 된다는 차이가 있다.


치매에 걸리면 금방 모든 기억을 잃게 될까?

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치매에 걸리면 뇌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기억도 차츰 잃게 되지만 이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치매 진단을 받고 5~10년이 지나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기억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다.


치매는 불치병이고 치료약도 별 효과가 없다던데 사실일까?

치매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공통적인 원인은 뇌세포의 파괴다. 파괴된 뇌세포로 인해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몸과 달리 정신은 멀쩡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한 번 파괴된 뇌세포를 재생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줄기 세포 등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이 개발 중이지만, 새로운 뇌세포가 들어선다고 예전의 기억까지 되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은 아직 공상에 가깝다.


하지만 치료약이 있다. 치매를 완치하지는 못하더라도 치매의 진행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는 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나는 지금 뭘 해야 할까?

연령대별 치매 예방법

10대, 뇌세포를 촘촘히 가꾸자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뇌세포는 만 19세 즈음까지 성장한다. 뇌세포 수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데, 19세까지의 성장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신경의 성장을 뜻한다. 즉, 10대는 뇌세포 사이의 신경이 촘촘해지는 시기다.


이 신경이 다른 사람보다 촘촘하면 뇌세포끼리의 정보 교환이 훨씬 쉽고 빨라서 젊었을 때는 주변에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촘촘한 신경은 훗날 치매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한다. 뇌 세포 속에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이 많이 쌓이면 뇌세포가 파괴되는데, 죽은 뇌세포를 제외한 살아있는 뇌세포 간의 연락이 긴밀하면 치매가 생기지 않는다. 남아있는 뇌세포만으로도 기억이나 판단, 인지에 전혀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뇌 세포 간 신경을 촘촘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학습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치매 환자 중에는 어렸을 때 학교에 전혀 다닌 적이 없는 사람이 많고, 90세가 넘어서도 멀쩡한 인지 능력을 보유한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는 상당한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다. 10대를 어떻게 보냈느냐의 차이다.


20대, 소주 5잔 이상 먹지 말자

건국대병원 한설희 원장은 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 약 1,000억 개의 뇌세포를 갖고 세상에 나온다. 이 뇌세포는 하루에 약 10만 개씩 자연스럽게 파괴된다. 하루에 10만 개씩 파괴돼도 사는 데 별로 지장이 없을 정도로 뇌세포는 많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다르다. 과음하면 최소 100만 개 이상이고, 필름 끊긴다.는 말처럼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면 한 번에 수천만 개가 파괴된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된 상태에서 발병하고, 술을 마시는 것은 치매를 재촉하는 일이다. 하지만 술을 아예 안 마시는 것도 여건상 쉽지는 않다. 그래서 한 원장도 "과음하거나 폭음하는 습관을 경계하면 된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소주 5잔 이상을 폭음으로 보고 있다. 하루 평균 3잔 이상 술을 마시면 뇌 손상으로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30~40대, 운동으로 학습 기회를 만들자

30대가 되면 몸의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아 뇌가 둔해지기 시작한다. 뇌세포의 노화는 독성물질이 침투할 가능성을 높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는 것은 뇌세포를 자극하는 요인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이런 30대의 특징을 살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치매 예방법은 암기가 있는 운동이다. 암기가 있는 운동은 동작을 외워야 하는 태권도나 검도, 댄스스포츠 등으로, 운동 효과가 학습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일기는 세대를 불문하고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학습 기회가 별로 없는 30대에게 그날 하루를 복기해보는 일기 쓰기는 학습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50~60대 이상, 치매 경보 발령

50대는 본격적으로 치매와의 전쟁에 돌입하는 시기다. 그래서 실천 사항도 더욱 구체적이다. 그중 하나가 5년 주기로 건강검진 때 뇌 사진을 찍어두자는 것이다. 암처럼 치매도 조기 발견 여부가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통증이 없고 초기 증상에서 치매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뇌 사진 비교는 치매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다.


50대는 은퇴가 눈앞에 다가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중앙치매센터장인 분당 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 치매 발병률이 2.9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의사소통과 사회활동이 치매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치매일까 아닐까?

조기 발견은 의심이 답이다

치매는 단 하루라도 빨리 발견하는 게 답이다. 조기 발견을 통해 치매 환자 10명 중 1~2명은 사실상 완치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조기 발견이 쉽지는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치매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이고, 두 번째는 치매에 대해 정말 무지해서다. 이 두 가지만 극복한다면 치매를 조기 발견할 확률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50대 주부 이선미 씨도 딱 그랬다. 이 씨는 2년 전쯤부터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족들 옷이나 주방 식기 같은 물건은 어디에 뒀는지 잘 기억하지 못했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다 "약속 자리에 왜 안 오느냐?"는 친구 전화를 받은 일도 있다. 그녀가 친구들에게 이런 증상을 토로하면 언제나 같은 말이 돌아왔다. "얘, 나도 똑같아. 우리 나이가 그런 나이라더라."


나이 탓이라며 웃어넘기던 이 씨는 그로부터 1년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 그것도 건망증이 심해진 남편을 따라 병원에 갔다가 별생각 없이 같은 검사를 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에도 남편은 정상, 이 씨는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였다.


그녀의 경우처럼 주부들에게 잘 나타나는 심한 건망증과 치매는 본인 스스로 구분하기 어려워서 자신의 기억력에 대해 최대한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는 것이 좋다. 다들 치매에 걸려도 나는 예외라는 생각을 버리고 치매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최소한 다음과 같을 때는 치매를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불과 며칠 전이나 몇 주 전, 가족 및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이나 본인이 했던 일이 무엇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치매를 의심해볼 만하다. 몇 년 전 같이 오랜 과거는 시시콜콜 다 기억하는데 요즘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한 번 물어본 것을 계속 되묻고, 지갑처럼 중요한 물건을 둔 곳을 자주 잊어버리는 경우도 치매 위험군에 해당한다.


때때로, 갑자기 참을 수 없이 우울해지고 화가 난다

집에 큰일이 닥친 것도 아닌데, 가족 중 누군가 아픈 것도 아닌데 종종 너무나 우울하다. 가끔은 이유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고집이 세져 주위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사소한 일로 남을 험담하기도 한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성격이 이상해졌다."고 말할 정도라면, 특히 50대 이상이라면 우울증뿐만 아니라 치매도 함께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치매가 의심되는 대표 증상 10가지

최근에 나 또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 최소한 이럴 때는 치매를 한 번 의심해봐야 한다.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거나,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 검진을 받아보길 권한다.


․ 최근에 본인이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단어 표현이 어렵다.

․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갑자기 우울해진다.

․ 움직이거나 속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싫을 정도로 매사가 귀찮고 힘들다.

․ 냄새를 잘 못 맡고(후각), 다른 사람의 말이 잘 안 들린다(청각).

․ 주변에서 "요즘 무슨 일 있느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멍해질 때가 많다.

․ 거스름돈 같은 간단한 물건값 계산이 안 돼 장보기 힘들고, 지갑에는 잔돈이 쌓인다.

․ 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하고 잠꼬대가 심하다.

․ 늘 다니던 길이 낯설거나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 이유 없이 체중이 빠진다.



내가 치매란다, 어떡하지?

받아들임이 중요하다

71세 남편 권수철 씨는 치매에 걸린 67세 아내를 돌본 지 만 6년이 됐다. 별다른 이상 행동이 없던 아내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보이지 않았다. 급히 경비실로 달려가 아파트 현관의 CCTV를 확인해보니 새벽 4시에 아내가 집을 나서는 모습이 잡혀 있었다. 그로부터 19시간 만인 오후 11시에 아내는 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지하철로 13개 정거장에 해당하는 거리였다. 온종일 걸어서 그만큼을 간 것이다. 아내는 "시청에 볼일이 있어서."라는 엉뚱한 말만 반복했다. 남편은 아내가 사라져 매우 놀라고 걱정했지만, 아내가 처음 보인 행동에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언젠가 이런 일이 분명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대비를 철저히 못 한 내 탓이다."는 말만 했다.


권 씨가 이 상황에서 이렇게 담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는 "치매 환자가 집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건 흔한 증상이에요. 나는 처음부터 아내의 치매를 부정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죠. 중요한 것은 아내가 다시는 혼자 집 밖을 돌아다니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가 처음 치매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환갑이 되면서부터다. "60세가 되니까 건강이 많이 걱정되더라고요. 특히 아내의 어머니가 치매 환자였기 때문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요즘은 100세 시대니까 언젠가 아내나 나도 치매에 걸릴 수 있겠다 싶어서 증상도 잘 알아뒀어요."


남편이 예상했던 것보다 치매는 훨씬 빨리 찾아왔다. 아내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의 나이가 겨우 61세였다. 아내는 "내가 치매일 리 없다."며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때로는 거칠게 화를 냈다. 권 씨는 이런 아내의 행동을 이해했기에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고, 아내가 버티도록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아내에게 "내가 의사만큼은 아니지만 치매에 대해 좀 아는데, 그거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무서운 병 아니야. 우리 지금처럼 똑같이 살 수 있어."라고 늘 말해줬다.


치매 치료는 치매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치매처럼 완치할 수 없는 병을 관리하려면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치매 환자들이 치매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도, 조금만 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 싶으면 약을 끊곤 한다. 스스로 치매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러다 증세가 심해지면 치매 환자가 받는 정신적인 고통은 이전보다 훨씬 크다.


치매 환자 가족에게도 치매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치매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들의 이해이기 때문이다. 치매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려는 마음가짐으로는 내 가족의 치매 증세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내 어머니가 치매라면

나눠서 지면 가볍고 한 명이 떠맡으면 지옥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환자를 위해 투자할까? 조사 결과 치매 환자를 간병하며 보낸 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에 달했다. 치매의 고통이 왜 곧 가족의 고통인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5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시어머니를 모시는 50대 박인숙 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도 집 밖으로 못 나가는 때가 많아요. 시어머니가 뭘 하시는지 항상 봐야 하니까요.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고부터 기억이 점차 사라지는 동안 나의 삶도 같이 사라졌어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가장 큰 고통은 간병 시간이다. 이 간병 시간은 그냥 환자 곁에 있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라 환자의 문제 행동과 이상 심리 증상을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고통은 대부분 가족 중 한 사람이 전담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치매 가족의 약 36% 정도가 혼자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한다. 치매 증세가 심해질수록 간병 시간도 늘어나지만, 대부분의 가족은 늘어난 간호 부담을 여전히 한 명에게 떠맡기고 있다.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경우도 흔하다.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한 탓이다. 치매 환자의 간병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인데 이를 한 명에게 맡기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10시간의 간병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이 10시간을 감내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치매 환자의 증상이 중증을 넘어설 경우 현실적으로 가족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를 무조건 가족이 돌보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요양시설에서 돌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어서다.


만약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면 가족 중 한 사람이 치매 환자를 전담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한 사람 또는 한집안이 전담해 돌보다 이들이 지치면서 가족 간에 서로 등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될 수 있으면 팀으로 돌아가면서 돌볼 것을 추천한다.


가족이 하나의 큰 팀이 돼 부담을 나누는 것이다. 직접 부양하는 사람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 치매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서 공유하는 일, 환자를 산책시키는 일 등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이는 부양의 짐을 나누면서 환자와 가족 간 소통도 늘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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