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쾌차

   
김중규
ǻ
와이겔리
   
13800
2012�� 09��



■ 책 소개
속 깊은 한의사와 그 이웃들의 맛깔난사연들! 
소소한 감동과 웃음으로 전해 듣는 재미있는 한의학

잘못된 한의학 상식을 바로잡고 한의학의 위치를 되찾기 위한 저자의 20년간의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최신 한의학의다양한 성과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독자에게 친숙한 한의학으로 거듭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 저자는 실제로 한의원에서 겪었던 기억에남는 에피소드 위주로 책을 꾸몄다.

또한 실용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의 진면모를 속 깊고 친절한 한의사의 진료와 그의 훈훈한 한의원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아토피, 감기, 숙취,식적(食積)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에서부터 중풍, 오십견, 불면, 고혈압, 부인과 질환에 이르는 다양한 질환들을, 우리동네에도 꼭 있을 법한 한의원 풍경 속, 꼭 우리 동네 이웃일 것 같은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을 통해 쉽게 체득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의 말처럼이제 우리도 감기에 걸리면 쉽게 한의원을 찾아보자. 

■ 저자 김중규
몸의 병을 대할 때 마음의 치유를 추구하고, 우리 몸이 본래 지닌 자연치유력을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 땅의 한의사들 중 한 명이다. 

한의학의 뛰어난 가치를 일반에 널리 알리고, 잘못 알려진 한의학 상식을 바로잡기 위한 지난 20년의 고군분투를 「매일신문」에‘에피소드가 있는 한의원’으로 연재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으며,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한의학의 현주소를 알리고자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대구한의대를 졸업한 뒤대구광역시 한의사회 학술위원, 포항대학교 물리치료과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포항시 의료급여심의위원과 포항시 한의사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포항한국한의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편저로 『본초도감』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한의사로 산다는 것

한방 상식 맥진과 복진
episode 2한의사의 딸
한방 상식 근위 취혈법과 원위 취혈법
episode 3 젊은 초보의사가 무슨 죄인이냐고요!
한방 상식 한의학은 낡은학문이다?
episode 4 명의의 조건
한방 상식 사상체질, 왜 이렇게 뒤죽박죽일까?
episode 5 내가 의사여, 아님무당이여! 
한방 상식 최고의 한약을 짓는 비법
episode 6 침이 무서우면 주사바늘은? 
한방 상식 한약은 간에나쁘다?
episode 7 항생제는 내 몸 안에 있다
한방 상식 한방 감기 생활 수칙
episode 8 만병의 근원,식적
한방 상식 식적을 예방하는 습관
episode 9 급성장염이라 불리는 증상들 
한방 상식 쌍화탕의 올바른사용법
episode 10 어느 한의사와 환자의 상상일기
한방 상식 병가십요(病家十要)
episode 11 더벅머리 총각의망사팬티
한방 상식 요통유십(腰痛有十)
episode 12 배트맨 할아버지
한방 상식 오십견
episode 13 아토피와의지루한 전쟁 
한방 상식 항생제와 아토피의 상관관계
episode 14 고생하는 아내에게 짜증 좀 내지 마세요
한방 상식 불면의고통, 어떻게 해야 할까?
episode 15 낡은 왕진 가방
한방 상식 영양 불균형이 불러오는 노인 질환
episode 16저에게 두 줄이 필요해요! 
한방 상식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episode 17 따따불이 불러온 중풍
한방 상식중풍
episode 18 한약 값 좀 깎아주소
한방 상식 어지럼증 쉽게 생각하지 말자
episode 19 눈꺼풀이 떨리면마그네슘 부족이다? 
한방 상식 안면마비와 안검경련, 그리고 틱 장애
episode 20 수영복을 입은 한의사 
한방 상식여름에는 한약 먹을 필요 없다?
episode 21 죽은피만 빼면 만병통치라고? 
한방 상식 사혈침과 습식 부항
episode22 포청천의 명판결
한방 상식 녹용에 대한 오해
episode 23 high risk, high return
한방 상식 가을은약장수의 계절
episode 24 치료의 시작은 의사와 환자의 신뢰 형성 
한방 상식 침과 뜸은 혼자 해도 괜찮다?
episode 25 혈압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한방 상식 올바른 혈압 관리법
episode 26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바꿀 수 있다? 
한방 상식 임신 중에 한약은 피해야 한다?
episode 27 숙취의 추억 
한방 상식 올바른 숙취해소법
부록 - 알코올 중독 판별법
episode 28 술로 멍드는 간
한방 상식 권장할 만한 음주 요령
episode29 마음을 치유함으로써 몸도 치료하는, 이정변기 
한방 상식 이정변기(移情變氣)
episode 30 밥 안 먹고 짜증만 내는 아이,어떡하죠? 
한방 상식 심하비경(心下?硬)
episode 31 아버지의 생일 전화
한방 상식 우황청심환
endingepisode 한의원에 넘쳐난 고양이 

size=2 &>에필로그 - 대한민국 한의사와 환우여러분께





명장들의 승부는 계속된다

일도쾌차


항생제는 내 몸 안에 있다

"한의원 원장님이시니 아이들이 아파도 일반병원에는 안 보내시겠네요?"


가끔 이렇게 질문을 받으면, 그때마다 손사래를 친다.


"아이고, 뼈 부러진 애를 한의원 데리고 가서 침 놔주겠습니까. 병원에 가서 좋으면 병원에 보내고, 한의원이 좋으면 한의원에서 치료하는 거죠."


말은 그럴듯하게 하는데 그때마다 속으로는 무척이나 찔린다. 돌이켜 보면 나란 사람, 참 무심한 아비였다. 무슨 뜻인가 하면 우리 집 애들도 어렸을 때는 열이 나면 아내에게 전적으로 일임했었기 때문이다. 명색이 아버지가 한의사임에도, 아이들이 아프면 아내가 업고 안고 소아과를 다니곤 했다. 감기에는 한방 치료가 우수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 아이들이 한약을 먹어도 될 만큼 자란 뒤부터는 내가 직접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최근 수년간 아이들은 치과 외에 다른 병원 신세는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툭하면 감기를 앓던 중학교 3학년 큰 아이는 한약으로만 치료한 뒤부터 빈도가 많이 줄었다. 5~6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콜록댔는데 요즘은 1년에 한두 번 정도고, 걸려도 하루 이틀이면 끝이다. 작은 아이도 마찬가지고.


한약으로 감기를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더욱 건강해졌다. 예를 들어 편도염의 경우 해열제를 쓰면 곧바로 열이 내리고 약효가 보통 4~6시간 지속되지만 어김없이 열이 다시 오르게 마련인데, 한약을 쓰면 해열에 걸리는 시간은 좀 더 걸려도 한 번 열을 잡으면 다시 오르지 않는다. 약이 감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감기 증세는 한방 치료가 훨씬 우수함에도, 실제로 많은 분들이 한의원에 감기라는 진료과목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급성기를 넘어서 오랫동안 낫지 않는 감기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할머니 한 분이 진료를 받는 중에도 전쟁이라도 터진 듯 연신 좌불안석이었다.


"원장님, 바쁘니께 빨리 침만 좀 놔줘."

"왜 바쁘세요?"

"밖에 우리 손녀 기다려요. 소아과 문 닫기 전에 감기약 지으러 가야걸랑. 무신 아가 사흘이 멀다 카고 감긴지……. 손녀 병수발 들다 내가 지명에 못 죽지."


말씀을 들어보니 감기 걸린 손녀를 소아과 문 닫기 전에 빨리 데려가야 한다는 거였다. "제가 좀 봐드릴까요?"하고 여쭈니 할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오메, 한의원에서 감기도 봐요?" 할머니 역시 감기는 일반병원이라고밖에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대기실에 있던 손녀를 데리고 들어와 진찰을 시작했다. 나이는 일곱 살, 체중 20kg, 열은 39도, 목을 보니 우측 편도가 붓고 가장자리는 움푹 패어 헐어 있었다. 목이 아프니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고, 오한과 두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탕제의 경우 아무래도 신속하게 처방하기가 힘든지라 감기의 경우 빠른 투약을 위해 처방에 소용되는 과립을 40여 종류 비치해 두고 있다. 그중에서 병증에 따라 신중을 기해 처방을 결정하고 가감하여 사용한다.


감기에 걸리면 한의원을 찾아보자. 해열제 처방하고, 독한 항생제 처방하는 병원만 찾지 말고, 열심히 질병과 싸우고 있는 내 몸에 꼭 맞는 전문적인 변증을 찾아주는 한의원에 가는 것이 좋다. 한의원에는 한약 투여를 비롯해 침을 이용해 경락의 균형을 조절하는 방법, 찜질 요법과 수족온욕법도 있으며, 한약을 이용한 외용제를 사용하는 방법 등 감기 치료를 위한 다양한 시술법을 구비하고 있다.


한의원 하면 보약만 떠올리는데, 보약은 한약의 일부분일 뿐이다. 감기와 같은 치료의학도 한의학의 우수한 분야이다. 이제부터 아이들 감기만큼은 독한 항생제가 아닌, 내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한약으로 잡기를 권한다.



아토피와의 지루한 전쟁

소아 아토피 환자가 무서울 정도로 증가세를 보이며 아토피는 어느새 우리에게 흔한 질환이 되었다. 도시로 갈수록 그리고 선진국일수록 환자 수가 늘어나는 무서운 질병 아토피, 그런데 어린 시절만 떠올려 봐도 당시 그런 류의 피부 질환을 앓았던 친구는 못 보았던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보다 환경오염의 문제가 클 것이다. 대기는 호흡이 어려울 만큼 매연으로 가득하고, 건물들은 겉만 번드르르하지 정작 속을 보면 독성 콘크리트에 화공약품 도료로 덕지덕지 칠갑을 한다. 음식들은 또 어떤가? 온갖 비료와 살충제로 키워 식탁에 내어놓는다. 그 무엇 하나 청정함을 찾기가 힘들다. 몸에 병이 안 생기는 게 오히려 이상한 환경인 것이다. 무엇보다 한방 양방 할 것 없이 아토피 치료에 있어 속수무책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니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도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20여 년의 임상 동안 아토피 치료에 성공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그때도 증세와 치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아토피는 완치가 어려운 병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너! 오랜만이다."


반년 전쯤 교통사고를 당해 꽤 오랫동안 한의원에서 요통 치료를 받았던 아이가 아는 체를 했다. 출근길에 우연히 마주쳤는데도 반갑게 인사하는 폼이 요즘 아이 같지 않게 예의가 참 바르다. 그런데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는 모양새가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너, 자주 모자 푹 눌러 쓰고 다니면 머리 빠진다."


별생각 없이 말을 했는데, 아이가 모자를 벗으며 울상을 짓는 게 아닌가!


"선생님 보세요. 요새 피부 땜에 미치겠어요."


아이 말마따나 짓무른 피부가 처참할 정도였다. 그리고 소매를 걷어 올리자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어릴 때 아토피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곤 없어져서 다 나았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심해져서 이 모양 이 꼴이에요."

"치료는 받고 있니?"


걱정돼 물으니 피부과에 한 달여 다니다가 전혀 차도가 없어 지금은 치료를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아프고 가려운 것은 둘째 치고,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쓸 나이에 아토피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짓무르게 하는 병이었다. 이대로 돌아설 수는 없었다.


"내일 아저씨 한의원에 한 번 와 보렴."


다음 날 약속대로 아이가 한의원을 찾았다. 우선 자세한 병력을 청취하고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열심히 처방전을 적고 있는데 아이가 떠듬떠듬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저 약 먹을 돈 없는데……."


아이의 말에 잠시 난감해졌다. 약 지을 돈 없으니 그냥 나가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흙 퍼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치료를 위해서는 한약 처방이 필수였다.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역시 믿음직해 보였다. 아니면 뭘 믿고 외상을 주겠는가. 적당한 차선책을 제시했다.


"마, 우선은 그냥 먹어라. 원래 비싼 거 아니니까. 나중에 알바해서 갚으면 안 되겠나."

"그래도 될까요?"


아이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치료를 시작한 지 2주일쯤 지나자 아이의 증세가 확 달라졌다. 특히 얼굴과 다리의 증세가 눈에 띄게 호전돼 있었다.


* 한방상식 - 항생제와 아토피의 상관관계

아토피의 증가에 대해 또 하나 생각해볼 게 의료계의 현실이다. 요즈음은 출산의 절반이 제왕절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자궁을 열고 아이를 꺼내는 작업은 일반인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량의 항생제가 산모에게 투여되고,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태아는 자연적인 면역 활성의 획득에 저해를 받게 된다.


태어나서도 문제다. 영유아 또는 소아들은 자주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다. 아직 면역체계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이 나고 목이 붓고 기침이 나는 과정들은 인체가 외부 환경에 반응하여 싸워나가는 과정이다. 즉 이 과정들을 통해 면역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가 조금만 열이 나면 병원으로 쫓아간다. 물론 극도의 고열이라면 해열제, 항생제의 사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미열 증세라면 해열제와 항생제가 대부분이다. 독한 항생제를 쓰는 병원이 용하다면 환자가 몰리는 편이니 씁쓸하기만 하다. 결국 아이들의 몸은 스스로 싸워 항체를 만들고 면역력을 키울 기회를 잃거나 면역 기능의 오류로 자가 면역 질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아토피 환자의 증가는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날로 증가하는 항생제의 오남용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이 바로 설 때, 아토피와 싸우는 힘도 커진다.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 의사와 약사에게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환자의 권리다. 항생제를 가려 쓰는 좋은 병원을 찾자. 똑똑한 부모가 건강한 아이를 만든다.



눈꺼풀이 떨리면 마그네슘 부족이다?

"눈꺼풀이 떨리는데 동네 사람들이 풍 온다고 한의원 가보라 캐서 왔슴니더."


눈꺼풀이 떨려도 중풍을 걱정할 정도로 중풍에 대한 공포는 한국 특유의 정서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중풍은 그 어떤 질환보다도 노년층에게 공포의 대상인데, 자식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부모의 애틋한 정 때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애잔해진다.


그런데 눈꺼풀이 떨리는 증상이 중풍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과연 맞는 말일까?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까닭 없는 공포를 해소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날 한의원을 찾은 중년의 남성분이 10년 넘게 한쪽 눈꺼풀이 심하게 떨리는 증상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며 병력을 얘기했다.


"첨에는 침술원을 찾았죠. 구안와사(口眼喎斜)라 캐서 석 달쯤 침을 맞았는데 아무 소용이 없는 기라요. 그래서 보톡스를 맞았는데 글쎄 기가 막히게 떨리는 게 딱 멈추더라고요. 근데 이게 6개월마다 꼬박꼬박 맞아줘야 하니 돈이 만만찮고, 그라고 계속 맞았더니 그쪽이 좀 마비가 되면서 얼굴이 삐딱해지는 것도 같아 그만두고 신경외과를 찾아가니까 미세혈관감압수술이란 걸 받으면 깨끗이 낫는다 카는데 암만 간단한 수술이라 그래도 뇌수술이라니까 무서워서 여기 함 와 봤슴니더."


환자분은 눈 떨림 증세를 고치기 위해 가능한 거의 모든 진료를 받다가 한의원까지 찾아온 분이었다.


해마다 3천 명 이상이 눈꺼풀과 입 주위가 떨리고, 심할 경우 얼굴 일부가 일그러지는 안면경련 증세를 겪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안면경련은 뇌혈관이 안면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하는데, 사회생활이 왕성한 30대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40~60대에 많이 나타나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병률이 2.5배나 높다. 유인은 주로 사회적인 스트레스와 고혈압으로 추정되며, 대인관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병이다. 따라서 눈꺼풀과 입 주위에 떨림 현상이 지속되면, 안면경련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대인기피증이 심해져 우울증과 자살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해의 임상 경험 결과 눈 주위가 떨려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이 압도적이다. 눈 떨림을 호소하는 여성은 거의 매일 보지만 남성은 일 년에 몇 명 볼 정도다.


여기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남성에게는 별로 없고 여성에게는 무척 많은 병인이 칠정(七情)과 습(濕)이다. 그리고 경험상 여성의 눈 떨림은 안검(眼瞼, 눈과 눈꺼풀) 경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며칠 떨리다가 증세가 없어지고 그러다가 또 생기며, 수개월 이상 계속 떨리며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안검경련은 칠정과 습으로 발생하는 가벼운 목순(目瞤, 눈에 쥐가 나는 현상, 즉 떨림 현상)과 혈관의 신경 압박으로 생기는 가볍지 않은 목순으로 나눠볼 수 있으며, 생각보다 한의원에서 많이 진료하는 질환 중의 하나다.


요즘 주위에서는 가볍지 않은 안검경련이나 안면경련에 대해 마그네슘 결핍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경과 전공의들은 실제 마그네슘 결핍으로 떨림 현상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수면부족, 과로,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한 가벼운 안검경련과, 혈관이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오는 안면경련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안검경련과 안면경련은 결국 수분 대사의 부적합, 그리고 순환의 장애로 볼 수 있다.


안검경련 증상이 있는 경우 무턱대고 마그네슘 부족이라 추측해 약국에서 보충제를 사 복용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마그네슘 부족으로 인한 안검경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혈압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고혈압. 아마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쉽게 간과하고 있는 단어가 아닐까 한다. 혈압이 정상치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혈압약 복용을 꺼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할머니, 혈압이 무척 높네요! 혈압약은 드세요?" 하고 여쭤보면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대서 먹기가 꺼려진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혈압약이 중독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탓이다.


그러나 혈압은 반드시 조절해야 할 대상이며, 그 조절의 방법은 서양 의학의 힘을 빌리는 게 현시점에서는 가장 타당하다. 그래서 한의원을 찾은 환자 중에서 혈압이 높은 분들에게는 일반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필히 약을 복용하라 권하고 있다.


하루는 혈압 때문에 한의원을 찾은 60대의 풍채 좋은 할머니께서 슬쩍 입소문이란 미끼를 던졌다.


"원장님, 지가요 어지러워 그만 죽겠습니더. 몇 십 년을 혈압 땜시 안 가본 데 없고, 안 먹어본 것도 없니더. 이것만 고쳐주면 원장님 명의로 소문 납니더."


할머니 얼굴은 꼭 낮술에 취하신 듯 불그스레했다. 혈관은 좁아지고, 피는 진하고, 기의 소통은 부실해, 얼굴로 화가 치솟아 오르는 탓이었다. 50대 중반부터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20년째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데도 차도가 없다며 고쳐만 주면 동네방네 소문을 내준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이리라.


혈압 관리는 매우 멀리 보는 중풍 관리다. 지속적으로 높은 혈압이 유지될 경우, 혈관 평활근이 긴장되고, 혈관 반사가 늦어지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관 손상이 잦아지고, 죽상경화증으로 발전하고, 상대적으로 경화된 혈관 때문에 수축기 압력이 더욱 높아져 혈관 손상으로 인한 뇌출혈에도, 폐색으로 인한 뇌경색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뇌혈관뿐 아니라 사지의 모든 혈관, 특히 심장의 관상동맥도 경화돼 폐색이 일어나게 되고, 대동맥 박리나 폐색, 동맥류 등의 질환이 이어지게 된다. 즉 중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양의학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혈압 강하제는 이뇨제 계통으로 수분과 염분을 체외로 배출하여 순환 혈장을 감소시킴으로써 압력을 줄이는 약이다, 문제는 이뇨제 계통의 혈압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칼륨의 소실, 쇠약감, 어지러움, 혈당과 콜레스테롤의 증가, 드물게 남성에게서 성기능 문제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의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부작용은 인위적인 이뇨 작용이 장기화됨으로써 몸이 스스로 습을 다스리는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부작용의 우려 때문에 혈압약의 복용을 꺼려서는 안 된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정기적으로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보는 게 현명하다.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는 처방을 통해 걱정 없이 혈압약을 복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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