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

   
황교익
ǻ
터치아트
   
18000
2012�� 09��



■ 책 소개
제철 먹을거리를 찾아 떠나는감동여행!

1년 사계절, 먹을거리 여행을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다. 국내 최초 맛 칼럼니스트인 저자 황교익이 지난 3년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의 음식 관련 캐스트에 연재하며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150여 개의 글 가운데 계절감이 뚜렷하고, 생산지 역시 여행하기에 손색이 없는 것들을 가려 뽑았다.먹을거리에 대한 역사적 유래에서부터 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리 민족의 생활상까지 인문적 시각으로 담아냈으며, 풍부한 사진과 스토리로 재미를더했다. 주말마다 이 책에 나오는 먹을거리를 찾아다닌다면 1년이 걸리겠고, 실제로 생산지에 가지 않는다 해도 계절에 따라 우리 땅과 바다에서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저자 황교익
196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80년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중앙대학교신문방송학과를 나와 농민신문사에서 10여 년간 일하며 농산물과 향토 음식을 취재했다. 2002년부터 (사)향토지적재산본부에서 지역 특산물의 취재및 발굴, 브랜드 개발 연구를 했다.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20여 년간 한국음식문화에 대해 고찰하고 사색한 내용을 담은 미각입문서 『미각의 제국』(따비, 2010년), 한국인의 현재적 음식 문화론 『한국음식문화박물지』(따비, 2011년) 등을 펴냈다. 그 외 『소문난옛날 맛집』(랜덤하우스, 2008년),『맛따라 갈까보다』(디자인하우스, 2000년) 등의 저서가 있다. 2010년부터 3년간 네이버캐스트에한국의 특산 먹을거리들을 취재하여 연재하였다. 

■ 차례
봄 
진주 딸기 | 겨울을 잊은 봄의 열매
담양 죽순 | 서늘한 대숲의맛
부안 격포 주꾸미 | 알, 살, 먹물, 내장의 조화
속초 가자미 | 동해 서민 식탁의 생선
정선 곤드레 | 밥이었던 나물
지리산 고로쇠 수액 | 달콤한 봄의 물
청도 한재미나리 | 남녘 산기슭 봄의 향
통영 멍게 | 쌉쌀 달콤한 바다의 꽃
광양 매실 | 향기 혹은 건강의 과일
하동 녹차 | 지리산의 기운이 담겼다 
하동 재첩 | 섬진강 물빛의 맛 
당진 실치| 투명한 살에 든 것은 여린 봄바다 
소래 꽃게 | 당일의 알밴 봄 꽃게 
완도 전복 | 달콤하고 순한 바다

여름
고성 성게 |가시 껍데기 안의 고운 바다 
부산 꼼장어 | 징그러워도 맛은 있다
곡성 멜론 | 다디단 연녹색의 속살
김천 자두 | 달콤한여름의 향 
영광 법성포 굴비 | 조기에 손과 자연이 더해진 명품 
영암 무화과 | 남도 늦여름의 맛 
음성 맹동 수박 | 여름과일채소의 여왕 
장호원 복숭아 | 고운 속살의 달콤함 
홍천 찰옥수수 | 부드럽고 차진 강원도의 맛 
신안 민어 | 서해안여름의 진객 
서천 북산리 앵두 | 이뿐이 금순이의 과일 
의령 망개떡 | 떡보다 나뭇잎 

가을 
가평 잣 | 고소함의 끝 
고창 풍천장어 |기름진 살의 맛 
남당리 대하 | 바다 내음과 단맛의 조화로움 
남원 미꾸리 | ‘가을 추’자가 붙은 추어(鰍魚) 
보성 전어| 고소한 가을의 전설 
보은 대추 | 놀랍도록 단 생과일 
안성 포도 | 초가을 햇살의 맛 
임진강 참게 | 가을 강이 채우는여린 속살 
천안 호두 | 품격 있는 고소함 
풍기 사과 | 소백산이 키운 과일 
서산 우럭 | 겉이 검어 오히려 더 하이얀 살
수원 갈비 | 부자 동네였던 흔적 

겨울
강릉 초당두부 | 고소한 콩과 간간한 바다의 만남
거제 대구 | 겨울 진해만의 진객
봉평 메밀 | 꽃보다 씨알 
속초 양미리와 도루묵 | 여린 살과 알
원주 황골엿 | 캔디에는 없는 부드러운 단맛 
인제용대리 황태 | 명태 몸에 겨울을 담다 
제주 참조기 | 남녘 겨울 바다에 숨어들다 
춘천 막국수 | 코끝 찡한 겨울의 맛
평창 무지개송어 | 이름만큼 고운 때깔의 물고기 
포항 과메기 | 말린 꽁치를 날로 먹는다 
춘천 빙어 | 오이 맛이 나는‘호수의 요정’ 
간월도 자연산 참굴 | 잘지만 단단한 ‘명품’굴 
나주 영산포 홍어 | ‘전라도의 힘’ 
울진 대게 | 탱글한게살맛의 지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


봄 

청도 한재미나리 | 남녘 산기슭 봄의 향

봄이면 미나리가 돋는다. 사람들은 자연의 것보다 조금 이르게 길러 먹는다. 봄을 일찍 느끼고 싶은 것이다. 하우스에서 자란 것이라 해도 향긋한 봄의 향내는 같다.


미나리는 봄을 알리는 채소이다. 물기 많은 습지에서 자란다. 겨우내 추위를 버틴 뿌리에서 조그만 싹을 올리고 따스한 봄볕에 줄기를 훌쩍 키운다. 그 여린 줄기와 잎은 부드럽고 향이 좋아 생으로 먹어도 된다.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초현리, 음지리, 평양리, 상리 일대를 한재라고 부른다. 남산과 화악산 사이의 계곡을 따라 형성된 마을들이다. 봄이면 이 한재에 미나리가 지천이다.


미나리 재배하기 좋은 천혜의 조건

청도와 밀양을 잇는 25번 국도에서 902번 지방도로 들어서면 한재이다. 남산과 화악산을 잇는 능선에서 남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계곡이다. 능선은 고개인데 청도읍과 풍각, 각남면을 가르는 큰 고개이니 한재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계곡 물은 밀양강으로 합쳐져 낙동강에 이른다. 계곡이지만 양옆의 산이 뭉그스레하여 산 그림자를 덮지 않으며, 남동으로 향하여 볕이 나는 시간이 길다.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계곡 지역 농산물은 대체로 맛있다. 물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으며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 천혜의 조건을 가진 한재에서는 미나리를 키운다. 2월 말에서 5월까지가 제철이다.


한재에 미나리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원래는 복숭아, 자두, 감 등 과수가 주작목이었다. 한두 농가에서 미나리로 돈을 벌자 마을 전체로 번져 이제는 한재 전체가 미나리밭이다. 계곡의 논밭뿐만이 아니라 집 마당의 조그만 텃밭에도 미나리를 심는다. 2012년 현재 120여 농가가 미나리 농사를 지으며 연간 1,000톤 정도 생산을 한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한재에서 미나리로 올리는 소득이 연간 7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미나리는 국내에 30여 품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재에서는 특정의 품종을 재배하지 않는다. 한재의 미나리 농가들은 이 지역에서 흔히 나는 재래종이라고 알고 있다.


채소이지만 과수 농사와 비슷하다

미나리는 줄기로 번식한다. 꽃이 피고 씨앗을 맺지만 이를 종자로 쓰지 않는다. 봄에 미나리 밑동을 잘라 거두고 나면 땅에 남아 있는 뿌리에서 다시 줄기가 돋는데, 이 줄기에 마디가 있고 그 마디 부위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낸다. 농사의 주기로 보자면, 농가에서 여름과 가을에 다 자란 줄기를 10센티미터 정도 되게 잘라 밭에 뿌리는 것이 미나리 농사의 시작이다. 미나리가 줄기에서 싹을 올리면 밭에 물을 넣어주어야 한다. 밭에 물을 넣고 짧게는 40여 일, 길게는 60여 일 키워야 한다. 물을 대는 시기에 따라 수확 시기가 달라지는데 12월 중순 즈음에 물을 대면 2월에 거둘 수 있다. 미나리 수확은 한 번 베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듬해 거둘 미나리의 모종을 확보하기 위해 미나리밭은 관리된다. 미나리는 밭에서 하는 채소 농사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1년 내내 나무를 관리해야 하는 과수 농사를 닮았다.


한재의 미나리는 대부분 무가온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다. 노지의 미나리보다 2~3개월 빨리 거둔다. 사람 키를 살짝 넘는 정도의 낮은 비닐하우스에 비닐은 홑겹이다. 이 정도의 시설만으로 겨울에 미나리가 줄기를 실하게 올릴 수 있는 것은 충분한 햇볕과 지하수 덕이다. 볕이 잘 드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대부분의 비닐하우스들은 동-서 방향으로 지어 그 옆면을 통하여 남쪽으로 드는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하였다. 한재에는 지하수가 풍부한데 한겨울에도 섭씨 18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한다. 밤에는 이 따뜻한 지하수를 미나리밭에 대고 낮에는 물을 뺀다. 겨우내 이런 노고가 따라야 실하고 부드러운 미나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한재미나리는 생으로 먹는 것이 맛있다

한재는 휴일이면 그 좁은 계곡 길에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미나리를 먹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때문이다. 가까이서는 밀양, 대구, 멀리서는 부산, 울산 등지에서 온다. 미나리밭 옆에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지어 놓았는데 여기서 미나리를 먹는다. 식당이 아니니 음식을 파는 것은 아니다. 손님들이 고기를 사오면 불과 불판을 제공하고 미나리를 판매한다. 대부분 삼겹살을 구워 미나리를 돌돌 말아 먹는다.


한재에 있는 식당들도 미나리 음식을 낸다. 미나리비빔밥에 미나리전이 주종이고 돼지수육에 미나리를 곁들여 내기도 한다. 한재미나리는 줄기의 속이 꽉 차 있다. 그러면서도 연하다. 향은 은근하여 이른 봄의 향기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노지 미나리에 비해 향이 약하고 씹히는 질감이 모자란다는 평가도 있다. 향이나 질감으로 보아 생으로 먹기에 좋다. 익히면 향이 달아나고 식감도 떨어진다.



여름

고성 성게 | 가시 껍데기 안의 고운 바다

봄이 지나면서 해는 뜨거워지고 그 햇살에 동해 바다는 색이 옅어진다. 여름의 바다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여름의 동해 바다에 성게가 산다. 달콤한 바다 향이 곱다.


성게는 한반도의 얕은 바다에 산다. 대체로 봄부터 여름까지가 제철이다. 성게는 연안에서 쉬 잡을 수 있어 오래전부터 식용을 하였을 것이다. 국내에서 흔히 식용하는 성게는 보라성게, 둥근성게, 말똥성게, 북쪽말똥성게이다. 분홍성게는 깊은 수심에 살아 잡는 일이 없다. 동해의 성게는 대부분 둥근성게이다. 말똥성게도 일부 있기는 한데 많지 않다.


성게 알도 아니고 운단, 우니도 마땅하지 않다

강원도에서는 둥근성게를 보라성게라 흔히 부른다. 생김새와 때깔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보라성게는 가시가 더 길다. 보라성게는 남해에서 자라고 둥근성게는 동해에서 자란다. 이 둘의 맛 차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비슷할 것이다. 동해에는 말똥성게와 북쪽말똥성게도 있다. 말똥성게는 얕은 바다에 살고 껍데기가 갈색에 약간 푸른색도 끼여 있으며, 북쪽말똥성게는 다소 깊은 바다에 살며 옅은 갈색을 띈다.


성게에서 우리가 먹는 부분은 생식소이다. 성게는 암수딴몸이며 따라서 이 생식소는 암수에 따라 각각 난소(알을 만드는 장소)와 정소(정자를 만드는 장소)로 나뉜다. 이 난소와 정소는 색깔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맛이 같다. 따라서 흔히 성게 알이라 하지만 바른말이 아닌 것이다. 일본어로는 이를 우니라 하고 한자로는 雲丹(운단)이라 쓴다. 한반도 바닷가 사람들도 우니, 운단, 은단 등의 말을 쓰는데,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성게의 생식소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으로 많이 수출되어 일본어가 번진 것이다.


봄과 여름 사이가 제철이다

성게의 제철은 산란기에 따라 정해진다. 생식소가 다 자라 산란 직전에 이른 것이 가장 맛있다 할 수 있다. 동해안에서는 둥근성게와 말똥성게가 주로 사는데 이 두 성게는 5월에서 7월까지가 제철에 든다. 수온에 따라 산란 시기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여름에 산란을 하면 속이 텅텅 비어 먹을 것이 없다.


성게는 동해 전역에서 잡히니 주요 산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초여름에 들면 조그만 어항마다 성게소를 숟가락으로 파내고 있는 여자들을 볼 수 있다. 성게소는 바닷물에 살짝 헹궈 물을 뺀 후 가지런히 채반에 올려 중간 수집 상인에게 넘긴다. 수집 상인은 이를 다시 위판장에서 경매에 붙이거나 일본 수출 업체에 보낸다. 성게소는 예전에는 거의 일본으로 수출됐으나 요즘은 국내 수요가 많다.


해녀는 내내 바다에 떠있고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에서는 매년 5월 말이나 6월 초에 성게 축제를 연다. 초도리 어촌계는 100명 가까운 어민을 계원으로 두고 있는데, 이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어장에서 성게를 거둔다. 초도항 바로 앞에는 금구도라는 조그만 섬이 있고, 초도항과 금구도 사이의 바다가 성게를 잡는 어장이다. 초도리 어장 위아래의 바다에서도 성게가 잡히지만 초도리처럼 철저히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기에 축제를 열 정도로 한번에 많은 양을 거두지 못한다. 성게 축제는 공동 이익을 위한 마을 사람들의 절제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축제 기간에 부족한 성게는 이웃 마을에서 구한다. 바로 이웃 바다이니 성게 맛이 다른 것은 아니다.


성게잡이는 어촌계 여자들이 한다. 해녀이다. 남자들은 배로 해녀를 싣고 초도항과 금구도 사이의 바다에 내려놓고는 항구로 돌아온다. 해녀들은 이 바다에 제각각 떠있으면서 성게를 잡아 망사리에 넣는다. 남자들은 1시간 반 정도마다 배를 몰고 어장에 나가 성게가 가득 든 망사리를 거두고 새 망사리를 바다에 던져준다. 어촌계장은 아침 7시에 시작하여 10시면 작업이 끝난다 하였지만 실제로는 점심때가 다 되도록 해녀들은 바다에 떠있었다. 성게소의 달콤한 맛에는 해녀들의 가쁜 숨비소리가 묻어 있을 것이다. 



가을

고창 풍천장어 | 기름진 살의 맛

장어는 겨울이 되면 뻘 속으로 몸을 숨긴다. 보양식으로 여름에 주로 즐기지만 장어의 진미는 가을에 더 느낄 수 있다고도 한다. 풍천의 장어가 살이 올랐다.


전북 고창 선운사 앞 고랑을 풍천(風川)이라 부른다. 본디 이름은 장수천이다. 밀물 때 서해의 바닷물이 이 고랑으로 밀려들어오면서 바다의 거센 바람까지 몰고와 이런 이름이 붙었다. 풍천의 장어가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장어집들은 거의 대부분 풍천장어 간판을 달고 있다.


태평양 실뱀장어에서 풍천장어로 거듭나기

풍천은 고창읍내에서 내려오는 물이 선운산을 왼쪽으로 끼고 흘러 서해에 닿는다. 읍내에서 풍천을 따라 내려오다 왼쪽으로 꺾으면 선운사이다. 이 선운사 입구 즈음에 장어집이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선운사를 왼쪽에 두고 계속 풍천을 따라가면 심원면이다. 바닷가 마을이다. 양만장(장어를 키우는 양식장)은 이 동네에 많다. 장어집도 여럿 있다. 풍천에 자연산 장어가 잡히기는 하지만 수요를 따르지 못하니 가격이 세다. 보통은 풍천 일대에서 양식을 하는 장어를 풍천장어라 하고 먹는다. 고창 내 양만장이 70여 곳에 이른다.

 

장어는 완전양식이 되지 않는다. 인공적으로 산란과 부화를 할 수가 없다. 실뱀장어를 잡아 키울 뿐이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태어난 새끼 뱀장어는 내륙의 강을 향해 이동을 하는데, 대만 해역에서는 11월 중순에, 일본 해역에서는 12월 즈음에, 한반도 해역에서는 설 즈음에 잡힌다. 실뱀장어가 잡힐 때면 국제적인 시장이 형성된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양식 업체들이 구매에 참여한다. 풍천장어가 될 실뱀장어들도 이 국제 시장에서 사들여 오는 것이다. 실뱀장어의 크기는 0.2그램 정도 되며 8개월을 키우면 250그램에 이르러 먹을 만하게 된다. 치어는 수입이지만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양식을 하면 국산이 된다. 수입 장어란 외국에서 양식되어 들어오는 장어를 말한다.


바닷물에서 축양한 갯벌풍천장어

근래에 풍천장어에 새로운 축양 기술이 도입되었다. 자연산 풍천장어에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 민물에서 키운 장어를 몇 개월 바닷물에 자연 상태로 둔다. 풍천은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까지 밀고 들어오는데 그 환경을 인공으로 조성한 것이다. 바닷물에 넣어두는 동안 사료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사료를 먹고 비만해진 장어들은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사료 끼를 토해내고 살을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6개월 정도 이렇게 두면 몸무게가 절반은 준다고 한다. 이렇게 축양한 장어는 갯벌풍천장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고창 일대 장어집에서 팔리는 갯벌풍천장어 가격은 일반 풍천장어보다 비싸다.


장어 맛에 대한 견해가 제각각이다. 먼저, 큰 것이 맛있나 작은 것이 맛있나 하는 문제이다. 큰 것은 살이 탄탄하여 씹는 맛이 있고 작은 것은 살이 여려 부드러움이 좋다. 개인 기호의 문제이다. 또 소금구이가 과연 맛있나 하는 문제이다. 장어는 기름이 상당히 많다. 이를 소금만 뿌려 구우면 기름 향이 고기 맛을 지배한다. 만약 소금구이를 한다면 기름이 충분히 빠지게 하는 애벌구이 과정을 거쳐야 장어의 제 맛을 볼 수가 있다. 또 막 잡은 장어보다는 잡은 다음 몇 시간 숙성한 후 구워야 살과 껍질의 분리가 없고 감칠맛도 더 있다.


서산 우럭 | 겉이 검어 오히려 더 하이얀 살

우럭은 서민의 생선이다. 흔하여 싸며, 거무스레하고 뭉툭한 생김새도 귀티와는 거리가 멀다. 살은 희고 깔끔하여 고급 요리에 어울리지 않는 듯이도 보인다. 담백하다는 말은 이 우럭을 위한 것이다.


새끼를 낳는다

우럭은 한반도의 남해와 서해, 그리고 일본 열도의 바다에 서식한다. 뭍에서 가까운 바다의 암초 지대에서 주로 사는데, 겨울에는 다소 따뜻한 남쪽의 바다로 이동하였다가 봄이 오면 북상한다. 우럭은 난태생 방식으로 번식을 한다. 암컷이 수정한 알을 품고 있다가 어린 물고기를 낳는 것이다.


물고기는 대체로 산란기 이전에 맛있다. 이때에 먹이 활동을 활발히 하여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럭도 봄에 맛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이달의 수산물에 우럭은 3월의 수산물로 선정되어 있다. 그런데 서산의 삼길포에서는 우럭 축제를 가을에 한다. 어민들은 가을의 우럭도 맛있다고 말하는데, 교미기에 들면서 몸의 영양분을 올리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럭의 제철은 봄, 가을 두 차례 있는 셈이다.


탄탄한 조직감의 생선회

우럭은 양식이 많다. 한반도의 양식 생선 중에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양으로 보면, 넙치에 이어 두 번째이다. 우럭의 양식은 1980년대 중반에 시작하였고 1990년대에 들어 크게 번졌다. 우럭은 자연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임에도 양식이 많은 것은 생선회 대중화 바람을 제대로 탄 덕분이다. 1990년대 들어 한국 외식 시장에서 생선회가 그 부피를 엄청 키웠는데, 그 주요 어종이 넙치와 우럭이다. 한국인은 쫄깃한 조직감의 생선회를 좋아하며, 넙치와 우럭이 이 한국인의 기호에 적합하여 주요 양식 어종이 된 것이다. 우럭은 살이 탄탄하여 씹는 맛을 충족시키기에 더없이 좋다. 또, 한국인은 활어회를 특히 좋아하는데, 우럭은 숙성시키지 않아도 감칠맛이 웬만큼 살아 활어회로 내놓기 적당한 생선이란 것이 우럭 양식을 늘리는 데 큰 노릇을 하였다. 생선회 다음에 매운탕을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도 우럭의 번창에 한몫을 하였다. 살을 회로 뜨고 난 다음 남는 머리와 뼈로 매운탕을 끓여 맛을 낼 만한 생선으로는 우럭만 한 것이 없다.


회 말고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우럭은 예부터 서해안에서 많이 잡혔던 생선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밥상에 늘 올랐다. 생선회로 먹기보다는 꾸덕하게 말려두었다가 굽거나 찌거나 국으로 해서 밥과 함께 먹었다. 우럭은 크고 살이 많아 반으로 갈라 말려야 한다.


소금에 절였다가 씻어 꾸덕하게 말리는데, 이렇게 말려 두면 몇 달을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 이 우럭포는 제사상에도 오른다. 여느 지방에서 쓰는 명태포 대신에 이 우럭포가 올라가는 것이다. 우럭포로 하는 음식으로는 우럭찜과 우럭젓국이 있는데, 서해안 지방의 가정에서는 흔히 먹으나 이를 내는 식당은 그리 많지 않다.


서산은 우럭이 흔하다. 서산의 바다에는 자연산 우럭이 나고 해양 가두리 양식장도 많다. 서산 앞바다로 우럭을 잡으러 오는 낚시꾼들도 끊이지 않는다. 시장에 가면 우럭포가 널렸다. 대산면의 삼길포항에서는 가을에 우럭 축제를 연다. 그럼에도 외지인이 서산에서 먹는 우럭은 대부분 회이다. 다양한 우럭 음식이 있는 서산이었으면 한다.



겨울

울진 대게 | 탱글한 게살맛의 지존

대게잡이는 초겨울에 시작하나 대게가 제맛을 내는 시기는 늦겨울과 이른 봄이다. 봄빛에 바다의 색이 옅어지면 대게는 더 살이 오른다.


대게의 대는 대나무이다. 다리가 대나무 비슷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스노 크랩이라 한다. 살이 눈처럼 하얗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북태평양의 수심 200~800미터 깊이에서 산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 전역에서 자란다. 금어기가 끝나는 초겨울부터 대게를 잡지만 늦겨울과 이른 봄에 살이 더 단단하고 달다. 대게 앞에는 보통 영덕이 붙는다. 예전 교통이 발달하지 않을 때 동해안의 대게가 영덕에 집산하여 내륙으로 이송돼 그리 이름 붙은 것이라 한다. 영덕 아래의 포항, 그 위인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지에서도 대게가 잡힌다. 이 중에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울진이다. 따라서 울진에서는 영덕대게라는 말보다 울진대게라 부르는 것이 더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게가 잡히는 바다는 영덕바다, 울진바다 식으로 딱 자를 수가 없다. 맛으로 보자면 울진 것이나 영덕 것이나 같다.


바닷속의 산, 왕돌초에서 잡힌다

대게가 특히 울진에서 많이 잡히는 까닭은 울진 앞바다에 왕돌초라는 거대한 암초가 있어 여기에 대게가 집중적으로 서식하기 때문이다. 왕돌초는 울진 후포항에서 2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 동서 21킬로미터, 남북으로 54킬로미터 정도 되는 암초이다. 쉽게 생각해서, 바닷속의 산이라고 여기면 된다. 봉오리가 3개 솟아 있으며 수심이 가장 얕은 곳은 5미터 정도이며 바깥쪽 깊은 곳은 500~600미터 정도이다. 이 왕돌초 근처에서 대게잡이가 이루어지는데 영덕의 배도, 울진의 배도 와서 잡는다. 그중에 울진의 배가 대게를 더 많이 잡아오는 것이다.


대게는 수컷과 암컷의 몸 크기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수컷은 등딱지(체장) 길이가 13센티미터 정도 될 때까지 자라지만 암컷은 7센티미터 조금 넘길 뿐이다. 암컷은 몸이 찐빵만하다고 하여 빵게라고 부른다. 또 암컷은 자원 보존을 위하여 잡을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대게는 수컷이다. 수컷은 15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도 등딱지 길이가 9센티미터 이상 되어야 잡을 수 있는데, 이 정도의 것이면 8년 정도 자란 것이라 한다. 대게는 같은 그물에 올라온 것이라 해도 때깔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통 황금색, 은백색, 분홍색, 홍색 등 네 종류로 구분한다.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단단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황금색이 도는 것을 특별히 참대게 또는 박달대게라 부르고 최상급으로 취급한다.


대게요리는 찜밖에 없나

울진에서 맛볼 수 있는 대게 요리는 찜과 탕이며, 거의가 찜을 먹는다. 항구에서 대게를 사서 그 옆의 식당으로 가져가면 삯을 받고 쪄주기도 한다. 대게찜에는 양념이 없다. 대게 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바닷물로 간이 맞기 때문이다. 살을 발라 먹고 나서 몸통의 장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전부이다. 이 단순한 요리로도 대게는 충분히 맛있다. 그러나 이 맛있는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낸다면 소비자의 반응은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덕대게니 울진대게니 하는 이름을 가지고 하는 다툼이 같은 질의 대게에 대한 산지의 증명에 관한 것이라면 소비자들은 별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다. 맛있는 대게 요리가 있는 울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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