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안세영·조정래
ǻ
와이겔리
   
27500
2010�� 05��



color=#ff8040>2010 문화체육관광부우수교양도서 선정 

 책 소개
‘몸’에만 집중하여 몸을 세부적으로 분석했던 서양의학과 달리, 인체를 몸과 마음,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소우주’로 보는 한의학의 본질을 탐색하여 우리 몸에 대해 독자들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다.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과 동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함께 수학한 두 한의사의 신개념 한의학 건강서로, 매일 환자를 접하는 저자들이 머리카락부터 눈, 코, 귀,입, 자궁, 피부, 체질까지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주제 60개를 선별하여 수록했으며, 우리 몸 전체 성질을 알아보며 환자를치유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여러 가지 질병 관련 지식을단순히 나열하거나 어떤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식의 막연한 설명에서 벗어나, 한의학의 근본 원리를 찬찬히 풀어내고 있다. 『동의보감』에 수록된원문이 표어로 인용되어 흥미를 끌어내고, 어려운 한자와 한양방 의학 용어를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한의학의 핵심 원리를 깨치도록 도와준다. 또한650개가 넘는 각주를 통해 고전의 원문을 읽으며 다양한 상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한의학도들에겐 필독서이고, 건강에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겐 수준 높은 교양서이다. 

■size=2 &> 저자 
안세영
 - 한의학 박사로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신계내과 과장을 지냈다. 전남 목포에서 출생하여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원에서는 석사박사과정을,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는 수련의 임상연구원 임상강사 과정을 마치고 전임교수 발령을 받았으며,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현재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이다. 「한겨레21」「한국경제신문」 등에 "성(性)클리닉"에 관한 칼럼을 연재해 큰 호평을 받았다. 주요 역저서로는 『갑상선 클리닉』『증거에 입각한 생약의학』『동의임상내과학Ⅱ』『잘못 알려진 한방상식 119』『의의병서 역소』『의폄 역소』『금궤요략심전역해』『본초정의』 등이 있다.

조정래
 - 전주 신흥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한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줄곧 "행림(杏林)"의 뜻을 펼쳤으며, 현재는 조정래한의원을 개원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의의병서역소』『의폄 역소』『금궤요략심전 역해』 등이 있다.

■size=2 &> 차례
서문
1.머리카락-모발(毛髮) - 머리카락은 빗질을 자주 하는 게 좋다
2. 머리-머리(頭) - 사람의 머리는 하늘의 계곡에 비유되며 정신을간직한다
3. 머리-정신(神) - 신(神)은 몸의 주체이다
4. 머리-꿈(夢) - 혼백의 작용으로 꿈을 꾼다
5.머리-두통(頭痛) - 머리가 차가워서 생기는 두통은 없다
6. 머리-어지러움(眩暈) - 허약하지 않으면 어지러움이 나타나지않는다
7. 머리-중풍(中風) - 바깥으로 드러나는 형체만 무성하면, 사람 몸을 유지시켜 주는 진기(眞氣)는 쇠약해진다
8.얼굴-명당(明堂) - 환자를 보기만 하고서도 병증을 파악하는 최고의 의사를 신의(神醫)라고 한다
9. 얼굴-안색(顔色) - 병을 파악하는다섯 가지 색깔은 오직 얼굴에서 결정된다
10. 얼굴-이마(額) - 이마는 하늘 정원이다
11. 얼굴-땀구멍(玄府) - 땀은현부(玄府)를 적셔준다
12. 눈-눈(目) - 눈은 오장육부의 정(精)이 모여 형성된 것이다
13. 눈-눈의 질환 - 눈병은화열(火熱)에 의해 발생한다
14. 귀-귀(耳) - 맑은 양(陽)은 팔 다리를 채우고 탁한 음(陰)은 오장으로 주입된다
15.귀-총명(聰明) - 귀와 눈은 양기(陽氣)를 받아들임으로써 총명해진다
16. 귀-이명(耳鳴) - 귀울림은 귀머거리의 전조이다
17.코-코(鼻) - 입과 코는 암수작용을 하는 문호이다
18. 코-코의 질환 - 코는 폐의 구멍이다
19. 입과 혀-입과 혀(口舌) -입의 침은 혀를 적셔준다
20. 입과 혀-입과 혀의 질환 - 침 뱉는 습관을 버려라
21. 치아-치아(齒牙) - 치아는 뼈의 잉여부분이다
22. 치아-치아의 질환 - 잇몸이 드러나 치아가 흔들리는 것은 신(腎)의 원기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23. 치아-치아의양생(齒牙養生) - 몸의 양생에 입과 치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24. 목-목(頸項) - 목의 풍부혈(風府穴)은 잘 보호해야한다
25. 목-편도(扁桃) - 인후에 생기는 질병은 모두 화열(火熱)의 범주에 속한다
26. 목-호혹(狐惑) 및 매핵기(梅核氣)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면 먼저 그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27. 목-목소리(聲音) - 목소리는 신(腎)으로부터 나온다
28.목-언어(言語) - 말을 적게 해서 내부의 기운을 기르도록 하라
29. 등-척추(脊椎) - 등에는 삼관(三關)이 있어 정기(精氣)가오르내리는 도로가 된다
30. 등-단전(丹田) - 도(道)로써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병을 치료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31.등-남녀(男女) - 남자와 여자는 음양(陰陽)과 기혈(氣血)처럼 상호 보완적이다
32. 등-배통(背痛) - 등이 결리거나 아픈 것은 심신의과로 탓이다
33. 가슴-흉곽(胸廓) - 가슴을 흉격(胸膈)이라 부르는 데에는 합당한 의미가 있다
34. 젖가슴-유방(乳房) -남자의 신(腎)과 여자의 젖가슴(乳)은 생명의 근본이다
35. 젖가슴-유방의 질환 - 젖먹이가 없으면 마땅히 젖을 삭여야 한다
36.심장-심(心) - 심장은 임금의 기관이며, 인체의 생명활동을 총괄한다
37. 심장-심통(心痛) - 진심통(眞心痛)은 아침에 발작하면 저녁에죽고, 저녁에 발작하면 다음 날 아침에 죽는다
38. 폐장-폐(肺) - 폐장은 재상(宰相) 같은 기관이며, 다스리고 조절하는 역할을한다
39. 폐장-기침(咳嗽) - 해수(咳嗽)는 폐의 병증이지만 오장육부 모두와 연관된다
40. 폐장-천식(喘息) - 숨결이 가쁜것이 천식(喘息)이다
41. 배-해역(咳逆) - 딸꾹질(咳逆)은 기(氣)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치받쳐 올라 나는 소리이다
42.배꼽-배꼽(臍) - 배꼽은 마땅히 따뜻하게 해야 한다
43. 비장-비(脾) - 비위(脾胃)는 곡식 창고와 같은 장부이며,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의 다섯 가지 맛(五味)이 나오는 곳이다
44. 비장-오미(五味) - 매운맛과 단맛은 발산시키는 작용을 해서양(陽)에 속하고, 신맛과 쓴맛은 토하게 하고 설사시키는 작용을 해서 음(陰)에 속한다
45. 비장-설사(泄瀉) - 비(脾)는 맑은 기운을위로 올리고, 위(胃)는 탁한 찌꺼기를 아래로 내린다
46. 간장-간(肝) - 간장은 장군(將軍) 같은 기관이며, 모려(謀慮)를담당한다
47. 간장-주상(酒傷) - 술은 모든 약의 으뜸이다
48. 신장-신(腎) - 신장은 굳세게 만드는 작강(作强)의 기관이며,기교(伎巧)가 이로부터 나온다
49. 신장-부종(浮腫) - 기(氣)가 울체(鬱滯)된 병증은 흔히 부종을 동반한다
50.허리-요통(腰痛) - 요통은 모두 신허(腎虛)에 속한다
51. 자궁-월경(月經) - 여성의 병을 치료할 때에는 마땅히 월경부터 다스려야한다
52. 소아-소아(小兒) - 아이 기르는 열 가지 비법
53. 전음(前陰)-음위 - 음위는 체내의 기운을 너무 과도하게소모시켜서 간근(肝筋)이 손상된 까닭이다
54. 전음(前陰)-소변(小便) - 방광이 순조롭게 통하지 않으면 융이 되고, 잘 약속(約束)하지못하면 유뇨(遺尿)가 된다
55. 후음(後陰)-변비(便秘) - 인체 내에 진액이 충분해야 대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
56.수족(手足)-사지(四肢) - 팔 다리는 인체 모든 생명활동의 근본이다
57. 기육(肌肉)-비만(肥滿) - 비만한 사람은 중풍에 걸리는경우가 많다
58. 피부-피부병(皮膚病) - 기혈이 조화되어 기육(肌肉)이 윤택해지면 가려움증은 저절로 낫는다
59.체질-체질(體質) - 가장 좋은 약은 현명함을 사랑하고 선(善)한 행동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60. 의학-동서의학(東西醫學) - 이미 병든이후에 치료하는 의학(醫學)은 껍데기(粗略)에 불과하고, 아직 병들기 이전에 치료하는 수도(修道)야말로정수(精髓)이다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머리카락-모발(毛髮) - 머리카락은 빗질을 자주 하는 게 좋다

유인원의 털은 온몸을 휘감고 있는 반면 사람의 털은 특히 머리에 집중해 있다. 뇌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그 무게가 1.4kg 정도에 불과하면서도 신경세포는 무려 136억 5천만 개 이상이라는데, 이 복잡한 신경회로에서 발생하는 열이 실로 엄청난 까닭에 뇌의 열을 식히기 위해 머리카락만 발달하고 체모는 대부분 쇠퇴한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남녀가 7~8세가 되면 머리카락의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35~40세가 되면 머리카락의 윤기가 없어지면서 생기는 것보다 빠지는 개수가 늘어나며, 42~48세가 되면 흰머리가 많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머리카락의 영고성쇠는 신(腎)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신은 간/심/비/폐/신으로 구성되는 오장(五臟) 가운데 하나로, 사계절 중 겨울과 같은 작용을 수행한다. 겨울을 콕 집어 한 단어로 표현하면 "춥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겨울의 작용, 즉 추위에 대한 만물의 반응은 대개 움츠러들어 콕 틀어박히는 것이다. 무엇이든 갈무리하는 저장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데 극과 극은 통하게 마련이라, 내부에서 저장이 원활하고 충실하게 이루어지면 이제까지와는 반대의 방향성을 띠게 된다. 곧 내부로 한없이 갈무리하다가 돌연 방향을 바꾸어 밖으로 그 힘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신이 올바르게 임무를 수행하면 머리카락 역시 촉촉한 윤기와 함께 탄력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가장 외부로 드러난 머리카락의 건강 여부는 역설적으로 가장 내부 깊숙하게 자리 잡은 신에 달려 있는 셈인데, 한의학에서는 신에 저장하는 그 무엇을 총괄해 정(精 )이라 일컫는다.


무성하게 돋아나 흡사 전쟁터의 깃발처럼 휘날리던 머리카락이, 중년을 넘기면서 서서히 민둥산으로 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전적 요인으로 유발되는 대머리를 제외하면 역시 가장 큰 원인은 허로(虛勞)로 귀결된다. 허로는 허손(虛損) 등과 혼용되는 병증으로, 구태여 구분하면 허(虛)는 "병이 오래되어 몸이 약해진 것"이고, 손(損)은 "허한 상태가 오래되어 회복되지 않는 것"이며, 로(勞)는 "허와 손의 상태가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쉽게 "허약(虛弱)하고 피로(疲勞)한 상태"의 준말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허로의 발생 원인을 한마디로 꼬집으면 현대인들이 너무나도 바쁘기 때문이다. 속을 부글부글 끓였거나 시도 때도 없이 무리해서 과로가 누적되면, 신체 최전방에 위치한 피부와 터럭에 어김없이 변화가 나타난다. 최근 들어 유난히 탈모가 심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느림의 미학을 한번쯤 음미해봐야 한다.


건강한 머릿결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정과 기혈이 올바르게 사용되도록, 불필요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평소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머리카락 본연의 임무는 머리 부위의 열을 식혀주는 것이므로, 열이 손쉽게 날아가도록 틈날 때마다 자주 빗질을 해주는 게 좋다. 정과 기혈이 충만하고, 적절한 빗질로 숨통을 트여준다면, 머리카락 또한 튼실하고 윤기가 더해질 것이다.



등-척추(脊椎) - 등에는 삼관(三關)이 있어 정기(精氣)가 오르내리는 도로가 된다

우리 몸의 동량은 등뼈, 의학용어로 척추(脊椎)이다. 척추는 흔히 목 뒷덜미 아래에서부터 항문 바로 위까지 기다랗게 늘어져 있는 모두 33개의 뼈를 말한다. 즉 목 부위의 경추 7개, 가슴 부위의 흉추 12개, 허리 부분의 요추 5개, 골반 부분의 유합된 천추 5개 및 많이 퇴화된 미추 4개를 몽땅 더한 33개의 뼈가 척추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등뼈는 모두 24개의 마디로 구성된다"고 파악한다. 등뼈를 건물의 대들보에 비유하는 이유는 위로는 머리를 떠받치고 아래로는 골반과 연결되어 체중을 하지로 전달하기 때문이므로, 엉치뼈와 꼬리뼈는 엄밀한 의미에서 등뼈라고 부를 수 없다.


더 나아가 대다수의 한의학 문헌에는 "사람의 등뼈는 엉덩이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두 21개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첫 번째 경추인 환추와 두 번째 경추인 축추 및 세 번째 경추는 머리뼈에 바싹 붙어 있으면서 두 개골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성이 많으므로 이들마저 등뼈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경추 4개, 흉추 12개, 요추 5개 해서 도합 21개의 등뼈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등뼈가 모두 21개라는 한의학적 관점은 우주현상의 주체인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와 함께 배후삼관(背後三關)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탄생시킨다. 21개의 등골이 7개씩 상/중/하 3부분으로 나뉨으로써 등에 3개의 관문이 세워진다는 이론이 전개되는 것이다.


등뼈가 있는 까닭은 뼛속의 골수를 보호하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시키며, 우리 몸의 움직임과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도록 잘 조정하려는 것이다. 또 머리와 몸통 사이의 정보 교환을 원활하게 해줄뿐더러 가장 중요한 몸통과 꼬리뼈 부위 간의 생명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등에 있는 3개의 관문, 이름하여 옥침관(玉枕關), 녹로관(轆轤關), 미려관(尾閭關)은 이러한 등뼈의 기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상부에 있는 첫 번째 관문 옥침관은 뒤통수인데, 잠자려고 누웠을 때 베개에 닿는 부위이다. 뇌는 생명의 기운이 응집된 곳인 만큼 사사로운 기운의 침입을 막기 위해 든든한 수문장을 배치했다. 두 번째 관문은 녹로관이다. 도르래에 대한 한자 이름이 녹로(轆轤)인 것을 염두에 두면 무엇인가 오르내리게끔 작용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척수신경의 생명신호체계가 원활하게 왕래하도록, 관리/감독하기 위해 설정된 관문이다. 꼬리뼈는 단순히 흔적기관의 일종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이지만, 최하부의 관문은 바로 꼬리뼈에 있다. 한의학에서는 정기의 끊임없는 순환에 의해 생명현상이 발휘된다고 인식하는 까닭에, 정기의 출입구가 꼬리뼈에도 있다고 설정해 미려관이라 이름한 것이다. 인체에서도 물과 불이 사귀어 조화가 일어나는 곳에 미려관이 있음으로 해서 체내 정기의 승강왕래(升降往來)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등에 있는 3개의 관문 또한 인체 내의 정기가 오고 가고 오르고 내리고 하는 도로이다. 그리고 지나다니는 길목에 굳이 검문소와 같은 관문을 설정한 것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서 되도록 순정한 기운으로 생명현상을 발현하기 위한 것이다.

 


폐장-폐(肺) - 폐장은 재상(宰相) 같은 기관이며, 다스리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폐는 뒤쪽은 등뼈인 척추 중 12개의 흉추로, 앞쪽은 기다란 판자 모양의 흉골로, 좌우 옆쪽은 12쌍의 갈비뼈 늑골로 구성된 철통 방어벽 흉곽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폐의 모습은 우리 몸의 주군(主君) 심장을 위에서 좌우로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어서 마치 충격 완화를 위한 에어백 같기도 하고, 엔진 과열 방지를 위한 공기냉각방식 라디에이터 같기도 한데, 한의학에서는 임금님이 행차할 때면 으레 동원되기 마련인 화개(華蓋)에 비유했다. 인체의 오장육부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면서 아래로 드리운 형상이 꼭 햇볕가리개마냥 큰 양산과 같다는 뜻이다.


폐의 주된 기능은 들이마신 공기 중의 산소와 온몸 한 바퀴의 원운동을 마친 핏속의 이산화탄소를 교환함으로써 심장이 계속해서 전신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즉, 심장의 좌심실에서 뿜어댄 피가 대동맥-동맥-모세혈관을 거쳐 온몸의 세포에 산소를 주는 대신 이산화탄소를 받아들고 우심방으로 돌아오면, 이 피가 폐동맥을 타고 좌우의 폐로 들어가 이번에는 이산화탄소를 주는 대신 산소를 받아들고 폐정맥을 통해 다시금 좌심방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체순환을 마친 헌 피를 폐순환을 거쳐 새 피로 탈바꿈시킨다고 할까?


폐는 기관지 및 이에 인접한 동맥과 정맥으로 구성되며, 무게는 3부분으로 나뉘는 오른쪽 폐와 2부분으로 구분되는 왼쪽 폐를 합해 약 1kg 내외이다. 이처럼 별로 무겁지도 않은 우리 몸의 산소 탱크는 안정 시 1분당 15~20회의 속도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들숨과 날숨, 곧 호흡(呼吸)을 창출하는데, 한 번의 호흡으로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의 양은 0.5l 정도이다. 공기 중의 산소 비율은 21%로 알려져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호흡하는 사이 들이마신 공기가 폐에서 기체교환을 마치고 내뱉어질 때는 그 비율이 17%로 줄어든다고 하니, 결국 4%의 산소 차이가 헌 피를 새 피로 만드는 셈이다.


호흡에 의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실제적인 교환이 일어나는 곳은 기관지 끝에 오디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허파꽈리, 폐포이다. 직경 0.1mm의 폐포 둘레에는 아주 가느다란 실핏줄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 이 실핏줄을 통과하는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이 폐포로 흡입된 산소와 결합하는 대신 이산화탄소를 방출함으로써 기체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지닌 폐포는 약 7억 5천만 개로 전부를 모두 펼치면 체표면적의 40배쯤 되는 20평 정도이다.


그런데 폐는 스스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게 아니다. 근육덩이 자체인 심장과 달리 폐에는 근육이 없는 탓인데, 그럼에도 호흡이 가능한 것은 폐 주위의 근육인 횡격막과 늑간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본디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라, 늑간근이 수축하면 늑골이 올라가고 횡격막이 내려가 흉곽이 넓어짐으로써 폐 속의 기압이 낮아지므로 바깥의 공기가 저절로 빨려 들러오는 것이고, 늑간근이 이완하면 늑골이 내려가고 횡격막이 올라가 흉곽이 좁아짐으로써 폐 속의 기압이 높아지므로 폐 안에 있던 공기가 바깥으로 저절로 밀려나가는 것이다.


폐가 호흡출납하는 천기는 무형으로 나를 감싸는 모든 기운이다. 사방상하(四方上下)의 공간 기운은 물론, 왕래고금(往來古今)의 시간 기운까지도 천기인 것이다. 코를 통해 들이마셔서 폐까지 끌어당기는 하늘 기운 천기는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 각각 입춘/우수/경칩 등 보름 여를 지배하는 각각의 절후에 따라 차갑게/뜨겁게/맑게/탁하게 변화한다면 폐 또한 한열청탁(寒熱淸濁)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니, 폐는 당연히 이를 잘 다스리고 조절해야 한다. 그렇다면 폐는 천기를 호흡출납함과 동시에 내 몸에 꼭 필요한 순정한 기운을 다스리고 조절하는 게 아닐까?



간장-간(肝) - 간장은 장군(將軍) 같은 기관이며, 모려(謀慮)를 담당한다

오른쪽 가슴의 갈비뼈 하단 뒤쪽에 자리 잡은 간은 인체의 오장 중 가장 무겁고, 가장 온도가 높으며,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장기이다. 즉 2,500~3,000억 개의 간세포로 이루어진 간의 무게는 뇌에 버금가는 1.2~1.5kg이고, 온도는 1분당 1,000~1,800ml나 되는 다량의 혈액이 넘나드는 탓에 38℃ 정도이며, 하는 일은 무려 500가지가 넘어서 그 비밀의 끝은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실로 미스터리의 기관이다. 병에 걸려도 특별한 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는 침묵의 장기이며, 도마뱀 찜 쪄먹을 정도로 뛰어난 재생 능력을 지닌 덕에 3/4을 잘라낼지라도 곧 증식을 시작해 4개월 정도만 지나면 원래 크기를 회복하는 불굴의 장기이다.


간의 주된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장내의 소화/흡수를 돕는 담즙을 만들 뿐만 아니라 인체에 필수 불가결한 영양소를 체내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로 분해한 뒤 다시 합성하는 생산공장의 기능이다. 둘째는 유통센터의 역할을 담당해 글리코겐/지방/철/비타민 등 각종 물질들을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 혈액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셋째는 거의 오물처리장이라고나 할까. 알코올/니코틴/약물 및 소화 도중에 생긴 암모니아 등 체내외에서 비롯된 유해물질들을 해독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외에도 간의 기능은 혈액응고/면역/호르몬 대사 등등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열거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간은 인체에서 제일 복잡하고 정교한 기관이다. 인공심장/인공신장은 만들지언정 인공간장은 아직 엄두조차 내지 못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한약은 간에 해롭다"고 알고 있다. 이것은 진실일까? 만약 한약이 간에 해롭다면, 우리는 모두 오늘부터 당장 굶어죽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귀에 익은 인삼/녹용/감초 등만이 한약이 아니라 매일같이 식탁에 올라오는 쌀/보리/콩/밀 등을 곡물류, 배추/무/오이/시금치 등의 채소류, 쇠고기/닭고기/돼지고기/개고기 등의 육류, 조기/명태/갈치/고등어 등의 생선류, 간장/된장/고추장 및 파/마늘/소금/후추 등의 양념류 등 일용하는 모든 양식이 죄다 한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을 도통 먹지 못한다면 굶어죽는 것 말고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끼니때마다 거르지 않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게 한약인 것이다. 이런데도 한약이 간에 해롭겠는가? 일상적으로 쉽게 섭취하는 게 전부 한약일뿐더러, "음식이 곧 약이다"는 말, 의식동원(醫食同源), 약식동원(藥食同源)의 분명한 증거이지 않은가?


물론 한약도 엄연한 약이기 때문에 간에 해로운 약물도 없지 않다. 자연계의 모든 천연물이 몽땅 한약인데, 간독성이 없는 약물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대다수의 한약은 방금 설명한 것처럼, 약과 음식의 구분조차 불필요할 정도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로운 것은 한의원에서조차 잘 쓰이지 않는 감수(甘遂)/대극(大戟) 등 몇몇에 불과한데, 이들은 2,000여 년 전의 책인 『신농본초경』에도 이미 유독하다고 기록되어 있어 늘 한의사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최근 서양의약계의 동향은 화학적 합성 약물의 유해성을 자각/반성하며 인체에 무해한 이른바 생약제제, 혹은 천연물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로 신약이라 불리는 새로운 약물들이 속속 탄생해 수 년 전부터 이미 시판 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은 거의 모두가 한약이라는 사실이다.


간염이나 간경화 등으로 양방내과를 방문하면, 양의사는 으레 한약은 간에 해로우니 먹으면 큰일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처방전으로는 레가론(Legalon)을 내준다. 본디 레가론은 한의사들의 상용 한약인 비렴(지느러미엉겅퀴)이나 대계(엉겅퀴)의 열매 추출물인데도, 제약회사에서 이들을 캡슐이나 현탁액의 형태로 생산하는 탓에 양의사들이 한약이 아닌 양약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진정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사람의 몸을 옛날의 봉건국가에 비유했을 때, 심은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통치자 왕이고, 폐는 군주를 곁에서 보좌하는 정승이고, 간은 국외로부터 외적 침입을 방비하는 군대의 우두머리이다. 간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우선 간은 전신의 기/혈/진액 등을 소통창달(疏通暢達)시키는 소설(疏泄) 기능을 수행하는데, 흔히 비위(脾胃)의 업무로 여겨지는 음식물의 소화까지도 반드시 간의 이 소설을 필요로 한다. 또 우리들이 눈으로 보고/발로 걷고/손으로 쥐고/손가락으로 잡고 하는 것들 모두 혈(血)을 얻음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이 역시 간이 전신의 혈을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덕택이다. 혹 혈의 저장과 혈의 용도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저장하는 까닭은 용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움직일 때는 심의 추동(推動)에 의해 혈이 경맥(硬脈)을 운행하지만, 움직이지 않을 때라면 혈 또한 돌아가 쉴 간이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아울러 간은 온몸의 근(筋)을 주관해서 인체의 모든 움직임에 관여함으로써 운동기능의 근본이 되며, 이외에 웅혼(雄魂)의 정신/노여움의 감정 및 무릎/눈/눈물/손톱 등에도 주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간은 어지간해서는 겁먹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큼지막한 방패(干)를 지닌 웅혼의 장군인 데다, 일을 도모할 때 필요한 깊은 모려(謀慮)까지 갖춘 탓이다. 게다가 바로 곁에는 서로 마음속을 툭 터놓고 숨김없이 친하게 사귀는 벗, 이른바 간담상조(肝膽相照)의 쓸개도 있지 아니한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아주 올바른 친구, 쓸개가 매번 결정적인 판단을 해서 돕고 있으니, 무엇을 두려워하랴!



소아-소아(小兒) - 아이 기르는 열 가지 비법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회적/법적 등등 해당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의학적으로는 흔히 출생 후부터 14~15세의 사춘기까지를 소아로 간주한다. 소아기(小兒期)를 세분하면 생후 1주까지의 신생아기, 1세까지의 영유아기, 6세까지의 유아기, 10세까지의 학동기, 이후의 사춘기 및 청소년기로 나뉘므로, 요즘의 대학병원에서는 소아과라는 명칭을 소아청소년센터로 바꾸는 추세이다.


소아의 특징은 한마디로 성장 중이라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소아는 성인과 똑같은 병명의 질병을 앓을지라도 증세/경과/예후 등에서 커다란 차이를 나타낸다. 소아는 나날이 커가는 힘으로 똘똘 뭉친 덕택에 성인으로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뛰어난 생명력을 발휘하곤 한다.


외양이 어른의 소형 판박이로 보일지라도, 체내 장부 또한 성인과 똑같이 갖추었을지라도, 어린 소아는 여전히 미성숙한 형체와 불완전한 기능의 소유자이다. 비록 어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서운 생명력을 지녔음에 분명하지만, 형체와 기능은 모두 취약하고 불충분한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소아의 질병을 치료할 때는, 또 미연에 예방할 때는 이와 같은 소아의 특징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모든 병이 외내부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외감(外感)이나 내상(內傷)이라 했다. 외부적 원인은 질병을 유발하는 삿된 기운, 즉 사기(邪氣)가 밖으로부터 침입한 경우로서 한마디로 기후의 변화이다. 즉 바람 불고/춥고/덥고/축축하고/뜨겁고/건조한 날씨 및 제철에 걸맞지 않은 날씨 탓에 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내부적 원인은 질병이 몸속에서 저절로 생기는 경우인데, 이는 다시 네 가지로 나뉜다. 가령 칠정(七情), 즉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의 과불급에 의해서, 지나치게 과로하거나 권태롭게 생활한 까닭에, 음식물 섭취가 부적절한 탓에, 주색(酒色) 과도에 따른 피로 등으로 인해 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아에게는 어느 쪽의 영향이 클까? 당연히 외인(外因)이다.


확실히 아이들은-나이가 어릴수록-걸핏하면 소위 풍한감모(風寒感冒)에 걸려 열 나고 콧물 흘리며 기침하곤 한다. 어른들의 감기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지만, 어른들은 찰떡궁합마냥 감기 뒤에 늘 몸살이 뒤따른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나듯, 기후 변화보다는 과로나 스트레스가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즉, 성인은 내인에 의한 내상이 많은 반면, 소아는 외인에 의한 외감이 많은 것이다.


이렇게 소아의 질병이 대부분 외감이라는 말은, 아이들에겐 주위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과 진배없다. 외부적 기후 환경뿐만 아니라 부모에 의해 조성되는 소위 육아환경도 포함되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후자이다. 소아, 특히 최소 6세까지의 유아에게는 부모가 만든 주거환경/교육환경/심리환경 등의 육아환경이 아이의 강건과 병약을 좌우하는 법이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의 전부라지만, 아이에겐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아이 기르는 열 가지 비법이 나와 있다. 등과 발, 그리고 비위가 위치한 배는 따뜻하게 해주고, 머리와 가슴은 서늘하게 해주라고 되어 있다. 물론 이외의 사항들까지 모두 감안하면, 이 방법들은 학령기 소아에게보다는 젖먹이 영유아에게 더욱 적합한 내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행간의 의미까지 확대해서 파악한다면,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말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엄마들은 집을 텅 비워놓고 아이들로 하여금 조기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경쟁심만을 부추기는 학원을 전전케 하고 있으니, 아이들의 머리는 열 받고 가슴은 답답할 수밖에.  


헐벗고 굶주리던 시대에는 배불리 먹이고 따뜻하게 입히는 게 최고의 아이 양육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영양 결핍보다는 오히려 영양 과잉의 시대이다. 아이들의 육신을 살찌우기보다는 그 육체를 이끌고 다닐 올바른 정신의 양육에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내 아이가 진정 건전한 인격체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최우선적으로 부모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체질-체질(體質) - 가장 좋은 약은 현명함을 사랑하고 선(善)한 행동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체질(體質), 곧 신체의 성질에 관한 관심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의학의 초창기부터 지대했다. 가령 서양의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히포크라테스는 4액체설을 주장하며 사람을 다혈질/점액질/담즙질/흑담즙질(우울질) 등으로 구분했고, 동양의학의 최고전(最古典) 『황제내경』에서는 음양오행 이론에 근거해 사람을 스물다섯 가지 유형으로까지 나눴다. 그렇다면 가장 믿을 만할뿐더러 건강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체질론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동무(東武) 이제마의 사상체질(四象體質) 이론이다.


이제마는 자신의 저서 『동의수세보원』에서 사람을 태양인(太陽人)/소양인(少陽人)/태음인(太陰人)/소음인(少陰人)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면서 각 체질에 따라 체내 장부의 기능에 허실강약(虛實强弱)의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상 최초로 체질론이 의학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셈인데, 동무공은 똑같은 사람일지라도 체질에 따라 생리/병리가 다르며 치료법 또한 다르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문제는 체질 감별 기준이다. 물론 동무공은 머리/어깨/허리/엉덩이로 이어지는 전체적 체형에서 드러나는 모양과 기운, 얼굴 모습에서 풍겨지는 심성이나 끼, 내면적인 특성이나 성질 및 재주나 솜씨, 평소의 사소한 증상 및 병을 앓을 때의 특징적 증상 등을 자세히 관찰하면 누구나 판별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상체질의학 전문용어로 두(頭)/견(肩)/요(腰)/둔(臀)에서 드러나는 체형기상(體形氣像)을 위시해 용모사기(容貌詞氣), 성질재간(性質才幹), 소증병증(素證病證)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면, 체질 구별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요즘의 혈액검사처럼 칼로 무 자르듯 분명하게 판가름하는 잣대는 아니지 않은가? 이 때문에 체질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한의계 내에서도 아직 논란이 많다. 우선 각 체질별 용모/체형/피부/행동/태도/성격 등의 특징과 조심해야 할 질병 및 식이요법 등을 잠깐 살펴보자.


먼저 폐대간소(肺大肝小)한 태양인은 목덜미나 뒷머리가 발달한 편이며, 반짝반짝 빛나는 눈에 넓은 이마를 갖춘 둥근 얼굴의 모습이 많다. 뛰어난 두뇌에 깔끔/단아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이 장점이지만, 독창적인 의욕이 지나치면 주위와 쉽게 화합하지 못해 독선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극히 드문 이 태양인 체질의 사람은 흔히 허리 부위가 약해서 오랫동안 앉거나 서 있지 못하고 기대거나 눕기를 좋아하며, 안질(眼疾), 하체무력/트림 등의 질환을 앓기 쉬운데, 약물로는 모과/오가피 등이, 음식물로는 메밀/다래/앵두/포도/조개/굴/소라 등이 건강에 이롭다.


소양인은 비대신소(脾大腎小)라 했는데, 상체가 발달한 반면 하체, 특히 엉덩이 부분이 빈약해서 걸음걸이가 날렵하면서도 안정감이 적어 다소 경망스러워 보인다. 똑똑 명쾌함을 표방하는 날카로운 눈매에 낭랑한 음성을 지닌 급한 성격의 소유자로 화도 잘 내지만 쉽게 풀어져서, 경솔한 듯하면서도 시쳇말로 뒤끝 없는 솔직 담백함이 매력으로 어필되곤 한다. 또 자신에게는 소홀하면서도 남의 일에는 희생을 아끼지 않고, 불의를 보면 물불 가리지 않고 처리하려는 강직한 면도 많아서 무척 의리 있는 사람으로도 보인다. 전체의 약 20~30%를 차지한다는 이 소양인은 비뇨생식기 계통이 약해 여성은 다산하지 못하고 남성은 성기능이 왕성하지 못한 경향이 있는데, 건강을 위해서는 숙지황/구기자 등의 약물과 돼지고기/해삼/게/새우/전복/수박/참외/배추/오이/가지/보리/팥/녹두/참깨 등의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은 근육과 골격이 굵고 비대한 편이며, 피부가 거칠어 겨울에는 손발이 잘 트는 경향이 있다. 땀이 많은 편이지만 어느 정도 땀을 흘려야 정상이며, 윤곽이 뚜렷한 이목구비에 희거나 검은 피부가 매력적이다.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한 번 시작한 일은 소처럼 꾸준히 노력해서 성취하는 지구력의 소유자이지만 지나치면 우둔하다는 눈총을 받기 쉬운데, 굵은 허리에 배까지 나온 비만형이면 거만하다는 인상까지 주기에 충분하다.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이 태음인 체질은 생활습관병이라 일컫는 고혈압/변비/심장병/간장질환 등에 걸리기 쉬운데, 녹용/웅담/갈근 등과 쇠고기/우유/배/밤/호두/은행/무/연근/도라지/고사리/마/토란/밀/콩/율무 등이 건강 유지에 적합한 약물 및 음식물이다.


마지막으로 신대비소(腎大脾小)한 소음인은 대개 작은 체구에 상하의 균형이 잘 잡힌 몸매를 지니는데, 용모 또한 크지 않은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잘 짜여져 있다. 아울러 땀이 적은 부드러운 피부에 자연스럽고 얌전한 걸음걸이를 지녔으며, 말을 할 때에는 눈웃음을 짓는 경우까지 많아서, 여자라면 가히 애교만점의 체질이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겉으로는 온순하면서도 속으로는 조직적이고 치밀해서 사무직에 능하지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은 한번 꽁 하면 여간해서 풀리지 않아 조직생활을 원만하게 꾸려나가는 데 어려운 면도 있다. 이 소음인형은 소화기 계통에 지장만 없다면 병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각종 소화기 질환을 앓기 쉬우며, 인삼/부자/닭고기/미꾸라지/뱀장어/사과/시금치/당근/쑥갓/파/마늘/생강/찹쌀/조 등을 섭취하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원래 동무공의 사상의학에서는 체형이나 용모, 기호식품보다는 인간의 본 마음이라 할 수 있는 성품과 감정, 곧 성정(性情)에 따라 체질이 나뉜다고 했는데, 사람의 마음을 알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 자신의 체질을 따지기 앞서 "세상에서 가장 큰 병은 남의 현명함을 질투하고 능력이 있음을 시기하는 것이고, 가장 훌륭한 약은 현명함을 사랑하고 선한 행동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유지(遺旨)를 가슴에 아로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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