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기행

   
김도안
ǻ
지상사
   
13000
2009�� 12��



>& ■ 책 소개
여행은 익숙한 환경과 문화를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경험은 또다른 나를 발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배낭을 메고 유럽,아시아, 아프리카 및 남미 구석구석을 돌며 체험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및 남미의 이 구석 저 구석을 배낭 메고 걸으며역사 현장을 검증하는 역사학도로서 길에서 만난 역사 현장에서 "왜냐?"라고 과거에게 묻고 현실에서 깨달은 것들을 조목조목 기록했다. 또한 세계안전여행을 위한 TIP 59가지를 수록하고, 여행을 시작하는 자세부터 현지인과 친해지는 방법, 여행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여행을 돌아보는 방법등 세계를 돌며 저자가 찾아낸 여행 노하우를 알려준다. 


■ 저자 김도안
1974년 출생하고,1994년부터 역사를 공부하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부터 전남대학교 등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며, 여행과 역사를 접목시켜 강의하려는노력을 부단히 하는 한편, 2008년부터 기업체 강의를 하고 있다. 세계여행 15년, 배낭여행 12번, 여행 국가 73개, 기차나 버스에서 잠206회, 노숙 28회, 무임승차 3회, 국경 통과 실패 3회, 밀입국 1회, 생라면으로 10일 버티기 1회, 74시간 동안 버스타기 1회,경찰과의 대치 7회, 경찰관에게 돈 뜯기기 2회, 좀도둑을 현장에서 잡기 1회, 성추행당하기 2회, 구타당하기 1회, 권총 강도당하기 1회 등의경험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그는 왜 공기를 팔았는가?』『남자의 인생전략 55』『세계사 시간여행』『서비스에 미쳐라』『세상에서 가장 쉬운글쓰기』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 죽고 싶을 때 떠나라그리고 살아오라


제1장 꿈결 : 여행을 준비하는기쁨
01.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에서 깨닫는다
02. 인연을 살리면 큰 기쁨을 얻는다
03. 유머가 낯선 사람의마음을 연다
04. 꿈결·감사·재미
05. 스톱 오버를 활용하여 스케일 큰 여행을 한다
06. 신용카드에 여러 가지 혜택이있다
07. 준비하는 즐거움을 최대한 누린다
08. 여행과 관광은 다르다
09. 환경을 이용해서 나를 바꾼다
10. 여행은버리는 것을 배우는 것
11. 필수 아이템의 리스트를 만든다


제2장 감사 : 수사자처럼 거침없이 집을나서며
12. 배낭여행자는 쉐어를 자주 사용한다
13. 노력한 사람이 더 누려야 공평하다
14. 여행 고수는상징을 민감하게 다룬다
15.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
16. 클래스가 높은 사람은 클래스에 연연하지 않는다
17. 시간은눈에 안 보이는 자산
18. 성공한 사람은 한 우물을 판다
19. 용감한 사람이 기내식을 하나 더 얻는다


제3장 재미 : 자유인의길·인생·사유
20. 자유가 커질수록 위험은 커진다
21.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
22. 어디를가든 꼭 봐야할 빅5
23. ‘해가’를 피하고 ‘이가’를 만나자
24. 선입관은 대상을 단순화시킨다
25. 행동을 바꾸면 감정이바뀐다
26. 여행은 자연과 함께 인간을 보는 것
27. 사람은 평생 학생이다
28. 알아야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이룬다
29. 근면하고 검소해야 부를 축적한다
30. 잘 모른다고 대답할 때 한 번 더 묻자
31. 분노는 순간적으로 미치는것
32. 객의 마인드에 평등이 존재한다
33. 깨달음을 이해하면 직감이 통한다
34. 상대를 내편으로 생각하면 정말 내편이된다
35. 여행할 때 돈과 싸우고 시간과 싸운다
36. 먹는 것보다 보는 게 더 많이 남는다
37. 칭찬하는 사람이성공한다
38. 보상해야 할 때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
39. 자본주의 세상의 제1의 마약은 돈
40.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수 없다
41. 폭력은 고귀한 용기의 발현인가?
42. 피할 수 없다면 좋다고 말하자


제4장 더 좋다 : 길은 아직 끝나지않고
43. 저지르는 사람이 성공한다
44. 멀티 랭귀지, 그리고 중요한 단어 몇 개
45. 폭력적인 것에마음을 빼앗기는 인간
46.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인간
47. 죽음과 관련된 장소나 의식들
48. 진짜 현실은 죽음이고삶은 쇼의 연속이다
49. 구르는 재주야말로 가장 뛰어난 재주
50. 가이드북 정보도 틀릴 수 있다
51. 점을 찍는 것도행동이다
52. 길은 선(線)이고 선은 점(點)과 점을 잇는다
53. 최종 목적지에는 여유 있게
54. 조용하지만 정말로 뜨거운분노
55. 강도는 가깝고 예수상은 멀고
56. 고독은 인간의 조건
57. 내 가슴 속 분노를 에너지 삼아
58. 사랑덩어리 희망 덩어리
59. 가장 기본적인 자산은 시간


& 맺음말 -&nbsp& 배낭 매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잇다
책 속의책 <배낭에 꼭 넣어야 하는 것들&&
배낭여행 9.5단에게 듣는 해외 안전여행 TIP 59가지




폭력기행

 

꿈결 : 여행을 준비하는 기쁨

여행과 관광은 다르다

여행과 관광은 다르다. 여행은 과정이 중요하고 관광은 결과가 중요하다. 선과 점의 차이, 역사적으로 선을 추구한 편이 점을 추구한 편을 이겼다. 점은 항상 선의 포위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장계석은 점에 해당하는 도시를 중시했고 모택동은 선에 해당하는 농촌을 중시했다. 장계석이 모택동을 궁지로 몰아넣고 맹렬히 공격했을 때 모택동은 대장정을 감행했다. 대장정을 통해 엄청난 선을 그었을 때 거대한 중국을 품을 수 있었다. 패키지여행을 하는 사람은 관광지만을 점으로 취한다. 하지만 자유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은 나라, 혹은 대륙 자체를 선으로 취한다.


여행은 공간적으로만 선인 것이 아니다. 시간적으로도 선이다. 선의 앞과 뒤에 쉽게 연장선을 그을 수 있다. 앞의 연장선이 준비 기간이고 뒤의 연장선이 갈무리 기간이다. 지금 나는 이번 아프리카와 남미 여행의 연장선 위에 있다. 즉 이번 여행을 갈무리하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뒤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이다. 아! 지금도 여행 중이구나! 하고 인식하는 이 순간, 내 주위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여행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은 설레임과 긴장감을 느낀다.


갈무리 기간과 준비 기간은 겹치기도 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곧바로 다음 번 여행을 준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아프리카와 남미를 나와 함께 누볐던 아담하고 멋진 배낭에, 여행 중에 꼭 필요한 아이템들을 하나씩 사서 넣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소풍 떠나기 전의 설레임을 느낀다. 갈무리와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갈무리 기간이 준비 기간에 속할 수 있다. 마무리되지 않고는 준비를 할 수 없지 않는가? 설거지를 하는 것은 다음 끼니 식사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희망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갈무리보다 준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복습보다 예습이 중요하다.


■숨고르기 - 돈키호테 식의 여행은 지양하자. 돈키호테를 내세우면서 준비 부족을 합리화하면 안 된다. 바람 불 듯, 물 흐르듯 여행하는 것은 좋다. 여행 준비 또한 바람 불 듯, 물 흐르듯 하면 된다. 여행 준비는 귀찮은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것이다.


■안전여행 TIP - 어떤 정보가 필요할 때 길거리 음식을 파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물론 길거리 음식을 하나 사 먹으면서. 싼 숙소, 교통편, 우범지대 등등을 정확하게 가르쳐 준다. 택시기사들은 십중팔구 왜곡된 정보를 흘린다.



감사 : 수사자처럼 거침없이 집을 나서며

성공한 사람은 한 우물을 판다

드디어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거친 소음이 귀를 때렸고 정지해 있으려는 관성은 나의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예전에는 겁이 났다. 평소에 겪지 못하는 급격한 가속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비행기를 조종한다고 생각하자, 겁이 안 났다. 그 때 이후 비행기 엔진이 출력을 높이기 시작하면 내가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엄청난 가속을 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푸켓에서 오토바이를 빌린 적이 있었다. 1,000CC 되는 경주용 오토바이였다. 쭉 뻗은 도로에서 속도를 냈는데, 제한이 없는 것 같은 속도에 겁이 났다. 가공할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도 더 당길 여유가 많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속도를 줄였다. 끝까지 속도를 내고 싶은 욕망이 있었지만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할 때 끝까지 속도를 내고 싶은 욕망을 간접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고속도로의 어떤 구간에 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 길을 다녔는데, 어느 날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엑셀을 안 밟아 봤다. 차가 내리막으로 들어설 때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롤러코스터가 하강을 시작할 때의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엑셀을 밟는 것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도 행동을 하는 것이다. 관건은 행동이다. 행동은 두려운 것을 재미있는 것으로 바꾸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상황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상황으로 바꾸기도 한다. 사람의 가장 강력한 무기들 중 하나는 행동이다!


행동을 하려면 일단 믿어야 한다. 믿음과 행동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행동을 하려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생각은 동시에 여러 개 할 수 있지만 행동을 할 때는 하나만 해야 한다. 하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하나를 믿는 것이다. 오직 이 길밖에 없다고 믿고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 아닌가? 하나를 선택하려면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동하지 못한다. 때문에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큰일을 이룬다. 영웅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법이다.


하나를 믿는 것,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행동 또한 쉽지 않다. 그렇게 어려운 행동이기에 행동은 위대한 것이다. 어떤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하나를 끝까지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다. 머리가 좋고 재주가 많아서 이것 저것 다 하려고 들다보면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 시간을 얼마나 많이 투입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인데, 시간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려면 강한 믿음이 필요하다.


■숨고르기 - 행동을 하면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하나를 믿는 것이다. 믿음이 가득한 마음에 의심은 들어올 수 없고, 의심이 없으면 두려움도 없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우울제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와 비슷한 효과가 운동했을 때 나타난다고 하지 않는가? 행동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어디 행복뿐이랴. 행동하지 않으면 불행을 막을 수 없다. 비행 공포감은 불행과 가깝다. 비행 공포감을 떨치려면 행동해야 한다.


■안전여행 TIP - 구글 어스와 같은 것을 이용해 내가 가려고 하는 도시들을 미리 살펴보는 것이 좋다. 대략적인 윤곽을 파악하면 어떤 도시에 도착했을 때 좀 덜 긴장하게 된다.



재미 : 자유인의 길/인생/사유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왜 위험한 자유를 좋아할까? 자유는 삶이기 때문이다. 삶을 유지하려면 호흡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호흡이 안 될 때 사람은 궁극의 답답함을 느끼면서 죽는다. 호흡이 안 될 때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답답함을 극도로 싫어한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는 이유는 자유가 본질적으로 삶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급기야 폭력이 빚어진다. 왜? 사람이 답답함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못할 때 사람은 답답함을 느낀다. 답답함을 느낄 때 답답함을 극복하려고 극단적인 소통의 방법, 즉 폭력에 의존한다. 사람이 폭발하는 이유, 폭력적인 언행을 해버리는 이유는 답답함 때문이다.


사람은 죽음보다 삶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유를 좋아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배낭여행을 하며 자유를 만끽하려면 궁극적인 답답함, 즉 죽음을 상정해야 한다.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이륙할 때마다 나는 묻는다. 사람들은 뭘 믿고 이런 폭력적인 기계를 만들었을까? 나는 뭘 믿고 이런 기계에 나 자신을 폭력적으로 집어넣었을까?


사람은 행동해야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행동에는 고통이 따른다고 했다. 고통을 불사하고 하는 행동! 그것은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행동 자체가 폭력이다. 운전을 생각해 보자. 교통사고가 나면 얼마나 끔찍한가?


중국을 여행할 때였다. 고속도로 옆 휴게소에서 뜻밖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트럭에 깔린 시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 너무 폭력적인 교통사고가 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운전이라는 행동을 한다. 군인들을 보라. 얼마나 폭력적인가. 군인들은 하면 된다고 외치고 안 되면 되게 하라고 외친다. 폭력적이기에 군인들의 행동력, 실천력은 탁월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다른 사람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는 말이 있다. 죽고자 하는 자는 살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는다는 말을 이순신 장군이 했다. 모두 자기 자신에게 폭력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숨고르기 - 혼자 배낭여행을 하며 자유를 만끽하다보면 죽음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삶 역시 두려울 수밖에 없다. 삶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아닌가. 이순신 장군의 말은 너무나도 진실이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떨면서 산다면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루를 살아도 겁 없는 수사자처럼 거침없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유는 폭력적이고 여행 또한 폭력적이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살고 싶기에 자유를 좋아하지만 자유는 죽음을 상정하지 않고는 맛볼 수 없다. 죽음이 분모라면 삶은 분자다. 분모 없는 분자가 가능할 수 있는가?


■안전여행 TIP - 처음 보는 것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 보는 녹색 가루를 겁도 없이 혀 아래에 넣었다. 어떤 아저씨가 자기를 따라 해보라면서 줬던 것이다. 30초도 지나지 않아서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가루로 된 담배였는데, 아주 독했다. 누군가가 주는 것을 함부로 먹지 마라. 특히 인도 같은 곳에서는 위험하다.


여행은 자연과 함께 인간을 보는 것

호스텔에 돌아와 돈 내고 체크인을 했다. 짐을 부리고 샤워를 한 다음 마음에 드는 철제 사물함에 중요한 짐을 다 집어넣고 사장에게 갔다. 카메라 배터리 충전을 요청한 뒤 아프리카 음식을 잘하는 레스토랑이 어디냐고 물었다. 바로 앞 마마 아프리카라는 레스토랑을 소개했다. 호스텔에서 나와 마마 아프리카로 갔는데, 이미 테이블이 꽉 차서 들어갈 수 없었다.


나와서 길 건너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에 갔다. 규모는 좀 작았지만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아프리카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자 몇 개를 추천해 줬는데, 그냥 제일 괜찮은 것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한참 뒤 나온 음식은 특이했다. 사슴 고기, 멧돼지 고기, 기린 고기 등이 굵은 철사에 세로로 꽂혀져 나왔다. 미디엄으로 해 달라고 했는데, 웰던으로 해 달라고 했어야 했다. 생전 처음 들어오는 고기들에 위가 놀랐던 것이다. 하지만 먹을 때는 맛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스텔 사장이 귀띔해 준 스페셜한 곳에 갔다. 쇼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쇼라고 해도 댄서 혼자 플로어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이십대 중반의 백인 여성은 과감하게 노출을 하고 춤을 췄다. 10분 정도 지나 춤이 끝나자 비키니 차림의 다른 백인 여성이 나에게 다가와 나의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겠다며 150랑드를 달라고 했다. 나는 사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댄서가 있었다. 중년의 백인 남성 둘이 자기네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댄서의 몸을 보고 있었다. 그녀들 중 일부는 남아공 출신이었지만 대부분 우크라이나 출신이었다. 덩치가 산만한 흑인 남성이 귀엽게 생긴 금발 미녀를 선택한 것 같았다. 미녀가 홀 구석방으로 들어갔고 흑인이 따라 들어갔다. 나만을 위한 춤을 제의했던 백인 여성은 자기가 춤추는 것을 커튼 안 밀실에서 보려면 200랑드가 든다고 했다.


남아공에서 인종차별 정책이 사라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흑백 간 결혼은 물론이고 성관계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원래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성관계보다는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성관계가 더 문제시되었다. 남미의 메스티조는 백인 남성들이 원주민 여성들을 함부로 대한 결과로 발생하지 않았는가?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이 커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금지되었던 것을 해보고픈 마음이 흑인 남성들에게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흑백 간 결혼이 많이 행해지고 그래서 한 방울의 원칙에 따라 자신이 백인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백인들이 점점 줄어들수록 인종차별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려면 같이 식사하는 것이 좋다. 더 친해지기 위해서는 같이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나는 어떤 사람과 친해지려고 생각하면 반드시 식사를 같이 한다. 밥을 사 주면 실제로 금방 친해진다. 가장 원초적인 것을 베풀면 사람은 마음의 문을 어느 정도 연다. 술을 마시는 것도 먹는 것의 일종이다. 술을 마시는 것과 춤추며 노는 것은 또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가?


어떤 나라를 여행할 때 그 나라 자연 경관만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 나라에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나라에 살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오래된 건축물을 보거나 박물관에서 유물들을 볼 때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본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을 때, 혹은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현재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본다. 인간을 배제하고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여행은 자연과 함께 인간을 보는 것이다. 그 나라 문화를 맛보고 싶다면 그 나라 사람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나는 남아공의 그 나이트클럽에서 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술 마시고 춤을 추면서 그들과 아주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키 큰 애와 또 다른 참 잘 생긴 26살짜리 남자 애와 거의 친구가 되어 정말 재미있는 한 때를 보냈다.


■숨고르기 -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구경이 정작 필요하기 때문이다. 같이 밥을 먹어보고 가능하면 술도 같이 마셔보자. 더 가능하면 친구처럼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도 있다. 물론 선을 지키면서 말이다.


■안전여행 TIP - 버스보다 기차가 좀도둑에 취약하다. 배낭을 짐 올려놓는 곳에 올려놓아야 할 때 와이어 자물쇠로 묶도록 하자.



더 좋다 : 길은 아직 끝나지 않고

길은 선(線)이고 선은 점(點)과 점을 잇는다

버스는 해안 도로를 계속 달렸다. 왼쪽 차창으로 브라질 산들이 지나갔고 오른쪽 차장으로 브라질 바다가 지나갔다. 버스에 앉아 정오를 맞이하고 오후를 맞이하고 저녁을 맞이했다. 왜 이렇게 이동만 하며 시간을 다 보내는 여행이 되었을까? 사실 본 것은 케이프 포인트와 빅토리아 폭포, 이과수 폭포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정도밖에 없었다. 과정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결과물이 너무 없는 듯했다.


결과물은 칭찬처럼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든다. 계속 미쳐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폭력성을 유지할 수 있게 에너지를 공급한다. 문제는 현실에서는 결과물이 적절하게 나타나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사실 오랫동안 안 나타날 때가 많다. 결과물이 없어도 행동을 계속 리드미컬하게 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성공과 실패를 나눈다.


무위이화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행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행동이 반복된 이후에는 무위적으로, 다시 말하면 무의식적으로 행동해 나가는 것이다. 무위라는 것과 통하는 것들 중 하나가 도이다. 도(道)란 길을 뜻하는 한자다. 길은 선(線)이다. 선은 점(點)과 점을 잇는다. 선이 시작되는 점은 대개 행동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선이 끝나는 점은 행동이 끝나는 지점이다.


사람들은 선이 끝나는 점에 있는 결과물, 즉 성과물을 중시한다. 그런데 선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면 어찌 될까? 과정, 행동 자체가 일차적인 목적이 된다. 점에 도달하는 것은 이차적인 목적이 되는 것이다. 굳이 점에 도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서 선, 즉 길을 따라 가는 것이 바로 도를 행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선을 지속시키면, 즉 도를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 죽음은 선의 단절을 초래하는가? 누구나 진정한 사람에 대한 꿈을 가슴에 품고 있다.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하기는 쉽지 않다. 꿈은 원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 있다고 해 보자.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면서 그 사람은 죽는다. 그러면 선은 끝나는가? 선은 끝나지 않는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을 때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불멸성을 획득한다. 죽음조차도 선을 끊을 수 없다. 오직 포기했을 때 선은 끝난다. 죽고자 하는 자는 도를 추구하는 자이다. 자신의 올곧은 선으로 죽음조차 뚫어버리는 자이다.


도는 선의 끝점보다 선 자체를 사랑한다. 도와 반대되는 개념은 술(術)이다. 술은 선 자체가 아니라 선의 끝점을 사랑한다. 술수를 써서 빨리 선의 끝점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지름길을 찾는다.


도는 소박하다. 소박한 의미의 도를 염두에 두면 무위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어떤 결과물이 있더라도 그다지 슬퍼하지도, 그다지 기뻐하지도 않는다. 선을 안전하게 지킬 뿐이다. 도를 생각하는 사람은 시간으로 공격을 가하는 운명을 상대할 수 있다. 도를 추구하는 사람한테 더 이상 선의 끝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의 끝점에 빨리 도달하려고 조급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도를 하나 행하고 있다. 소박하게 운전도를 행한다. 목적지만 생각하며 이제 얼마나 왔지?  몇 시간 남았나? 하는 질문을 자꾸 던지지 않고 운전하는 행동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운전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전에 정성을 들이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적다. 운전도는 비교적 쉽다. 문자적으로 길을 따라 가는 행동이기 때문에 도라는 개념과 쉽게 매치된다.


나는 여행도도 행해야 했다. 여행도도 문자적으로 길을 따라 가는 행동이기 때문에 쉬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동 자체, 과정, 선, 길을 사랑하지 못했다. 무위적으로 하루하루 길을 따라가지 못하고 목적지, 결과물만을 생각하면서 안달했다. 끝을 보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이 실패하는 원인은 여행도를 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케이프 포인트와 빅토리아 폭포, 이과수 폭포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본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를 봤다. 그리고 그 선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숨고르기 - 어떤 행동이든 계속 한 가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도라는 일음절의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 반드시 알아야 할 높은 차원의 앎 가운데 분명 도가 있다.


■안전여행 TIP - 적은 돈을 큰 배낭이나 작은 백, 그리고 옷 등에 넣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다 털린 다음 아주 적은 돈도 없어서 전화도 걸지 못하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분산시켜 놓은 돈이 걱정될 수 있다. 그럴지라도 복대나 목걸이 지갑에 가진 돈 전부를 올인하지 말자. 돈은 무조건 분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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