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말하다

   
탕윈(역자: 이문호·김종석)
ǻ
청홍(지상사)
   
35000
2009�� 09��



>& ■ 책 소개
건강과 질병의 본질을탐구하면서 병을 치료하는 한의 이론의 치밀함과 과학성은 물론 진단과 처방, 치법에 이르기까지 한의학 전반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 책. 건강의본질, 질병의 발생부터 담음과 어혈, 맥진, 온열병, 한약의 치료 원리까지 한의학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진면목이 밝혀진다.


& 이 책은 총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 "생명"편은 원음과 원양의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생명활동에 필요한 원동력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아본다. 제2편 "진단"편은 첨단 진단기기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내재한 동태평형의 상황을 파악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증상과 질병을 파악하는 한의학에 대해 소개한다. 제3편 "치료"편은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을 파악하고파괴된 동태평형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치료와 원리를 파헤친다. 제4편 "팔법"편은 보허와 거사의 원칙을 통해 다채로운 치법을 연출할 수 있는한의학의 한법, 토법, 하법, 화법, 온법과 청법, 소법, 보법에 대해 소개한다. 


& 한의학은 어렵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쉽게 설명하려 했으며,한의진단의 우수성과 처방 및 치병의 이치를 이해하고,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눈을 갖도록 돕는다.


■ 저자 탕윈
1997년절강중의학원(浙江中醫學院) 졸업. 예신먀오(葉新苗) 교수를 비롯해 중의학의 명의(名醫)들을 사사(師事). 현재 절강대학의학원(浙江大學醫學院)부속 제1병원 중의 주치의. 절강성 중의약학회(中醫藥學會) 의사분과위원회(醫史分科委員會) 위원으로 사무 총괄. 「중의논단(中醫論壇)」을 비롯한여러 매체에 연구논문과 칼럼 게재.


■ 역자 
이문호(李汶鎬)
 - 원광대학교한의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한의학박사).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부속 한방병원 침구학 교수.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 교수.포천중문의과대학교 교수. 강남차한방병원 침구과 수석과장 등 역임. 현재 강남제일한의원 원장으로 경락경혈학회 감사,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외래교수. 주요 논저로 「사상체질분류에 객관성 부여를 위한 시도(試圖)」「사상체질유형과 체격 및 신체형태지수와의 비교연구」「금연침(禁煙鍼)치료에 대한 임상적 고찰」「요골신경마비(橈骨神經麻 )의 침구치료에 관한 문헌적 고찰」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및 팔미지황탕(八味地黃湯)의약침이 신장기능에 미치는 영향」「이명(耳鳴)의 이침선혈법(耳鍼選穴法)에 대한 연구」「약침요법의 소개 및 문제점 고찰」 등 연구논문을 비롯해『약침요법(藥鍼療法)』『경락도해(經絡圖解)』등 다수가 있다.


김종석(金琮錫) - 단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 북경 제2외국어대학에 유학하였다. 현재 출판기획, 편집 및 번역에 종사하고 있다. 『경혈학(經穴學)』『경락도해(經絡圖解)』『망진(望診): 황제내경과 서양의학이 만났다』『한의학의 원류를 찾다 : 易學과 韓醫學』『일침(一鍼) : 穴 하나로 病 하나를 고친다』 외 다수의 편집을맡았으며, 번역서로 『망진(望診) : 황제내경과 서양의학이 만났다』이 있다.


■ 차례
추천사 - 생동감 넘치게풀어가는 한의학 이야기
저자 서문 - 불신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들어가는 말 - 한의학을 신비의 제단에서끌어내려라


제1편 : 생명(生命)
01 건강의본질
02 질병의 발생
03 외사(外邪)로 인한 질병
04 생명의 기본물질
05 인체 정기(精氣)의 창고
06정지(情志)와 질병
07 음식의 통로
08 내생오사(內生五邪)
09 담음(痰飮)과 어혈(瘀血)


제2편 : 진단(診斷)
10망진(望診)
11 설진(舌診)
12 문진(聞診]
13 문진(問診)
14 맥진(脈診)
15 허(虛)와실(實)
16 온열병(溫熱病)


제3편 : 치료(治療)
17 한약의치료원리
18 처방의 비밀


제4편 : 팔법(八法)
19한법(汗法)
20 토법(吐法)
21 하법(下法)
22 화법(和法)
23 온법(溫法)과 청법(淸法)
24소법(消法)
25 보법(補法)


& 맺음말
후기
찾아보기





ㅌ한의학을 말하다


들어가는 말 - 한의학을 신비의 제단에서 끌어내려라

한의학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형성과 발전, 성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독특하고 탁월한 의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하지만 오늘에 와서 일반 대중이 이해하는 것은 정통이 아닌 방문좌도(旁門左道) 뿐이다. 괄사요법, 척추교정, 맹인안마, 사혈요법, 봉독(蜂毒)요법, 조상전래의 비방 등등이 전부 한의학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심지어 조상 전래의 비방으로 골질증식(骨質增殖, 증식성골관절염, 퇴행성관절염, 비대성관절염 등으로도 불리며, 퇴행성 골관절 질환을 통틀어 골질증식이라 한다.)을 치료한다는 광고도 볼 수 있다. 생각해보라. 고대에는 X-레이 자체가 없었는데, 어떻게 골질증식이란 말이 있을 수 있는가?


한의학의 정수(精髓)는 완전하고 계통적인 이론체계와 독특하고 과학적인 사유방식에 있으며, 이러한 기초 위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검사를 하지 않고 망문문절(望聞問切)의 방법으로 병을 진단하는 것이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질병에 대한 한의학의 진단은 엄격하고 치밀한 논리를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분명히 해야만 한의학은 허무맹랑함에 빠지지 않고 비과학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들은 한의학은 선진적인 생화학검사장비도 영상검사장비도 없고, 서양의학이 갖춘 해부/생리/병리/약리 등의 의학이론도 없이 그저 한의사의 손가락 세 개와 문진에 의존하고 있으니 어떻게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의아해한다. 그럼 이제 한의사가 아무런 검사도 거치지 않고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는지, 질병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지 알아보자.


사람은 복잡한 유기체이기 때문에, 어느 한 기관의 기능이 약하거나 강하거나, 혹은 물질의 평형상태가 깨져 수치가 높거나 낮은 것으로 정체(整體)의 상태를 대표할 수 없다. 오로지 인체 내 각 조직과 기관을 하나의 정체로 삼고 연구해야만 가장 과학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대의 의학자들은 생명과 질병의 신비를 깊이 탐색하는 과정 속에서 정체(整體)-평형(平衡)이라는 연구방식을 창조해냈으며, 사람은 각 조직과 기관이 조화와 평형을 이루는 정체로서, 어떤 질병이나 모두 이 정체평형(整體平衡)이 깨진 결과라고 인식했다.


정체-평형이라는 척도가 있기 때문에 질병으로 나타나는 각종 증상을 통해 인체의 정체평형이 깨진 부분과 정도를 판단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질병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다(곧 진단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을 근거로 각종 방법을 통해 깨진 정체평형을 회복시키고(곧 치료하고), 질병 치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변증시치(辨證施治)라 한다. 변증(辨證)이란 평형이 깨진 부분과 정도를 판별하는 일이고, 시치(施治)란 변증의 결과를 근거로 깨진 평형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한의학 진단과 치병의 준거가 된다. 이 때문에 질병에 대한 한의학의 연구는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인자에 의한 유기체의 정체평형 실조(失調)를 중시하지, 정체평형의 실조로 나타나는 장부조직의 미세한 변화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이런 미세한 변화는 인체의 평형이 깨진 후 나타나는 하나의 결과일 뿐이지, 그것이 결코 질병의 본질이나 질병을 치유하는 열쇠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한 변화는 완전히 무시할 수도 있다.


병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각종 증상은 정체평형이 깨진 결과물이다. 따라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과 정체평형을 긴밀히 연관 짓는 방법으로 체내 평형이 깨진 부분과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체는 고등 유기체이고, 우리에게는 사고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말로써 여러 가지 주관적인 느낌을 묘사할 수 있다. 이런 주관적인 느낌은 질병과 관련된 더 많은 진실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질병과 치료방법에 대한 보다 전면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건강할 때는 인체 내부의 각 조직기관과 물질성분 사이에 조화와 평형을 유지하며 운행하지만 다른 외부 혹은 내부의 요인으로 평형상태가 깨질 때는 인체에 각종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질병이다. 평형이 깨진 부분과 정도의 차이로 증상 또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과 인체 내재평형의 상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하면, 다른 증상은 평형이 깨진 부분과 정도가 다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의학은 바로 이 시각에서 출발해 각종 질병의 증상과 인체 내재평형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탐색한다.


한의학의 최종적인 목표는 질병의 외재적인 표현으로 인체 내재평형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다. 망문문절의 네 가지 진단법은 질병의 외재적인 증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 중요한 수단이며, 이런 수단을 통해 인체 내재평형의 상태를 판단하고 질병의 본질을 파악해서 치료를 위한 가장 믿을 만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이해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의학이 검사를 하지 않고 보고, 듣고, 묻고, 만지는 것만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원리다.



제1편 : 생명(生命)

외사(外邪)로 인한 질병

- 병의 원인을 찾는 변증(辨證)

서양의학에서는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고 하는데, 감기를 유발하는 진짜 원인이 무엇이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자. 감기의 원인을 열거하자면 저온에 노출됐거나 과로했거나 땀을 흘린 후 바람을 쐬었거나 등등 수없이 많다. 다시 이런 원인에 대해 분석을 해보면 자신의 면역과 방어를 담당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이 감기를 일으킨 진짜 원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원인을 찾았다면 감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이러스가 감기의 본질이라면 같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증상도 같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사람마다 감기의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객관적인 요인일 뿐이고,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한 인체의 반응이야말로 감기의 본질을 찾는 관건이 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범했다 하더라도 인체는 다른 반응을 일으키고 다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반응이 다르다면 그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인체의 동태평형이 파괴된 정도의 차이다!


한의학에서는 감염성 질병에 대해 세균이나 바이러스, 미시적인 이론을 거론하지 않고, 풍(風)/한(寒)/열(熱)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한의학이 낙후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 아니며, 한의학이 비과학적임을 나타내는 상징도 아니다. 이것은 질병에 대한 한의학의 인식이 이미 미시적인 수준을 초월했으며, 인체의 내재평형이 파괴된 곳이 어디인지에 주안점을 둔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말하는 풍(風)/한(寒)/열(熱)은 모두 질병상태에서 인체의 내재평형이 파괴된 유형을 나타내며, 인체의 내재평형이 파괴된 유형이야말로 감염성 질병의 본질이 있는 곳이자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질병의 진짜 원인이 있는 곳이다.


- 치험례 : 어린이 감기 치료

친구의 세 살 된 어린 아들은 체질이 아주 허약해 늘 감기를 달고 다녔다. 보통 감기에 걸리면 소아과에 가서 링거액을 주사 맞고 항생제를 먹었는데, 어떨 때는 이삼일이면 낫고 어떨 때는 일주일 동안 링거액을 맞아야 나았다.


어느 해 여름, 높은 기온이 장기간 계속되자 아이 아빠는 아이가 열병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어 집안의 에어컨 온도를 비교적 낮게 설정해 두었다. 실내외의 온도차가 크자 신체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감기에 걸렸고, 온몸에 열이 펄펄 끓었지만 땀은 많이 흘리지 않았다. 소아과에 가니 의사는 호흡기감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했다. 3일 동안 링거액을 맞자 체온이 떨어졌지만 4일째가 되자 체온은 또 갑자기 상승했다. 항생제를 사나흘 투약했지만 체온은 떨어지지 않았고, 식욕감퇴와 피로 증상이 함께 나타났다. 이에 친구는 저자에게 문의해 왔고, 저자는 아이의 증상을 자세히 물어본 후에 무방하다면 한약을 쓰겠다고 했다. 저자는 아이의 병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덧붙였다.


"서양의학에서는 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해 열이 난다고 하는데, 이번에 아이가 아픈 것은 바이러스와의 접촉이 특별히 많았기 때문일까?"


"그건 물론 아니지."


"우리 주위의 공기 속에는 세균, 바이러스, 각종 미생물들이 대량으로 있지만, 평소에 우리가 그것들에 감염되지 않는 것은 왜일 것 같나? 우리의 인체는 하나의 생물체로 면역과 조절기능이 있어서 외부로부터 들어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물질에 저항할 수 있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키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인체의 면역력이나 조절능력이 떨어지면, 이런 미생물이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병을 유발하게 되는 거라네."


"그건 나도 인정하지만 이미 감염됐다면 병균을 죽여서 치료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닌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타 미생물로 인해 인체의 체온조절기능이 문란해진 것은 맞아서 손상된 조직과 같기 때문에, 치료할 때는 체온의 평형을 회복시키는 일에서 출발해야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일에서 출발해서는 안 되는 것일세. 자네 아들과 같은 경우는 서열(暑熱)이 체내에 막혀 통하지 않고, 밖으로는 또 에어컨의 찬바람에 자극을 받아 땀구멍이 막히게 되니 몸에서 발생하는 열이 땀을 통해 밖으로 발산되지 못해 열이 그렇게 끓는 것일세. 전에 사용한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로는 인체의 체온조절기능을 개선시킬 수 없으니 효과가 좋지 못했던 것일세."


친구는 저자의 해석을 다 들은 후 한방으로 치료해보자고 했고, 이에 처방전을 써 줬다.


[향유(香薷) 5g, 금은화(金銀花) 6g, 연교(連翹) 3g, 후박(厚朴) 6g, 백편두(白扁豆) 10g, 편두화(扁豆花) 6g, 생감초(生甘草) 3g]


이렇게 약을 지어 두 첩을 먹고 나자 아이의 체온은 곧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아침저녁이나 바람이 부는 날이면 여전히 기침을 했다. 그래서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처방전을 한 장 더 써줬다.


[반하(半夏) 6g, 자완(紫菀) 5g, 관동화(款冬花) 5g, 진피(陳皮) 5g, 길경(桔梗) 6g, 복령(茯苓) 10g, 생감초(生甘草) 3g]


약 두 첩을 다 먹고 나자 모든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고, 친구는 그때야 비로소 한방의 치료효과를 진정으로 믿게 됐다.



제2편 : 진단(診斷)

문진(問診)

- 문진(問診)의 중요성

동상과 화상 모두 인체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 두 상황에 모두 항염(抗炎)의 방법으로 치료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효과가 좋지 않을 것이다. 염증은 결코 동상이나 화상의 본질이 아니고, 각종 발병인자가 인체에 작용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병의 본질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환자의 주관적인 감각을 통해서다.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에 대해서는 상세하고 목적이 뚜렷한 질문으로만 알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문진(問診)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며, 의사가 질병의 근원을 탐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 물음의 내용과 의미

■한열(寒熱)을 물음

한열(寒熱)을 묻는다 함은 질병상태에서 환자에게 차고 뜨거운 감각이 있는지 묻는다는 말이다. 환자의 한열 감각을 통해 질병의 성질이 한증(寒症)인지 열증(熱症)인지 확정할 수 있다. 사람은 항온동물이기 때문에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을 생산하고 발산하는 두 계통의 협조 작용이 있어야 한다. 질병이 이 체온조절계통에 영향을 미치면 춥거나 더운 증상이 생긴다. 이 한열증상이 나타내는 다른 특성을 통해 체온조절계통이 균형을 잃은 원인과 근원을 판단하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대변을 물음

음식물이 인체에 들어가면 비위의 소화를 거친 후 그 가운데 정미물질은 소장에서 흡수돼 인체에 영양을 공급하고, 남은 조박물질은 대장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다. 대장이 조박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데 필요한 원동력은 기(氣)에서 제공받는다. 그러므로 대변에 대해 물어보면 비위와 대장, 소장의 기능상태 및 기의 충만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음식의 기호를 물음

비(脾))와 위(胃)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주요 기관이기 때문에 환자의 음식기호를 물어보면 비위의 기능 상황과 질병의 한열한 성질을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식욕이 지나치게 왕성하고 식사 후 오래되지 않아 배고픔을 느끼며, 식사량이 많은데도 몸이 여윈다면 이것은 대개 비위의 기능이 항진한 증상으로, 대부분 위화(胃火)에 속한다. 식욕이 좋지 않아 음식 생각이 없고 뱃속이 답답하다면, 이것은 대개 비위 기능이 부족한 증상이다.


이 밖에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질병의 성질을 반영할 수 있다. 같은 갈증인데도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면 체내에 한기가 있다는 증거고, 찬물을 좋아한다면 몸에 열이 있다는 증거다. 또 사람이 특정 음식을 싫어하는 것도 질병을 감별하는 좋은 수단이다. 혐오감은 사람의 주관적인 정서인데, 특정한 것을 싫어하는 것은 확실히 이것이 몸에 손상이나 손해를 초래한 적이 있어서 몸이 그것에 대해 혐오감을 보이는 것이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기나 물질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쳐 병이 생겼다면, 인체에서는 이런 사기(邪氣)나 물질에 대해 싫은 느낌이 생긴다. 인체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환자가 싫어하는 특정한 음식이 있는지를 물어 질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


온열병

- 온열병이란 : 신종인플루엔자도 한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온열병의 일종이다

온열병은 외사(外邪)를 감수해 나타나는 발열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질병을 가리키는데, 지구온난화와 자연생태환경의 파괴와 더불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의학에서는 외감발열(外感發熱)의 질병이 대부분 세균감염으로 발병하는 것이라고 인식해 그 치료 역시 향균(抗菌)/항병독(抗病毒)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여기에 물리적으로 체온을 내리거나 체액을 보충하거나 전해질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몇몇 대증치료(對症治療)를 병행하고 있다.


- 발열의 원인과 본질

인체가 세균에 감염되면 열이 나게 되는데, 발열의 기전(機轉)은 두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첫째, 세균 속에 있는 독소가 체온조절중추를 교란해 체온조절점을 위로 이동시킴으로써 발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세균 속의 독소가 체온조절중추를 교란해 체온조절점을 위로 이동시키게 되면, 인체는 생산열을 증가시키고 발산열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체온을 37℃라는 기준보다 높은 새로운 평형점에 맞추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발열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인체가 세균에 감염되면 혈액 속의 백혈구가 침입한 세균과 전투를 벌이면서 세균들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세균을 잡아먹고 난 백혈구는 자신도 죽게 되는데, 이 죽은 백혈구가 분해되면서 많은 열을 방출한다. 이 또한 발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 두 가지 원인을 통해 생산열과 발산열 사이의 평형이 깨지는 것이야말로 발열의 근원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세균감염을 원인으로 보고, 이로 인한 체온조절기능의 실조를 본질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치료 또한 여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


- 온열병의 네 단계

한의학에서는 온열병이 내재평형(內在平衡)을 파괴하는 유형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는데, 이 네 가지 유형은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네 단계를 대표하기도 한다.


첫 번째 단계를 위분증(衛分證)이라 한다. 위분증은 바로 외사가 인체에 침입해 기표(肌表)의 방어기능과 열을 발산하는 기능의 실조를 야기해 일어나는 온열병의 한 유형이다. 이때, 내재평형의 파괴는 주로 열을 발산하는 기능의 장애와 기표 기혈의 부조화로 나타난다. 따라서 주요 증상은 열이 나고 으슬으슬 추우며, 머리와 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땀이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조금밖에 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이때 사기는 기표에 머물러 있어 장부기능과 신진대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며, 질병의 주요 원인이 사기에만 국한된 상태다. 그러므로 나타나는 증상 또한 사기 자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단계의 온열병은 그 본질이 땀구멍이 막히고 기표 기혈의 운행이 순조롭지 못한 것이므로, 이 두 문제만 해결하면 모든 증상이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두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사기(邪氣)의 본질을 근거로 해결하면 된다. 한사로 인한 것이라면 한기를 흩어지게 하고 땀을 내면 되고, 열사로 인한 것이라면 열을 내리고 땀을 내면 되며, 습사로 인한 것이라면 습기를 제거하고 땀을 내면 된다.


두 번째 단계를 기분증(氣分證)이라 한다. 기분증은 신진대사의 항진과 체내 에너지 생산의 과다를 주요 특징으로 하며,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열이 나지만 으슬으슬 춥지는 않고, 땀을 많이 흘려도 열이 물러가지 않으며, 가슴이 답답하면서 입이 마르고, 얼굴과 눈이 붉어지고, 머리가 깨지는 듯 아프고, 기침을 하면서 누렇고 걸쭉한 가래를 토하고, 호흡이 거칠고, 악취가 심한 대변을 보거나 검푸른 설사를 하고, 소변의 색이 짙으면서 짧게 보거나 찔끔거리면서 아프고, 혀가 붉어지면서 누런 설태가 끼고, 맥상이 홍대(洪大)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진대사에 나타난 비정상적인 항진이므로, 이 단계의 온열병을 치료할 때는 항진한 신진대사를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황련(黃連), 황금(黃芩), 황백(黃柏), 치자(梔子), 석고(石膏) 등과 같이 성질이 찬 청열사화(淸熱瀉火)의 약물을 써야 한다.


세 번째 단계를 영분증(營分證)이라 한다. 우리 인체가 외사의 영향을 받아 혈액의 운행 속도가 빨라지고 음액이 과도하게 소모돼 내재평형이 실조된 상태를 영분증이라 한다. 혈액의 운행이 항진하면 동맥이 과도하게 충혈되어 울긋불긋 반진(斑疹)이 일어나고 혀의 색이 진홍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심(心)에는 혈맥(血脈)을 주관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혈액의 운행이 항진하면 심장의 기능을 교란해 심번불면(心煩不眠)와 심계심황(心悸心慌)의 증상도 유발하게 된다. 이 단계의 온열병을 치료할 때는 체내의 여열(餘熱)을 제거하고 혈액운행의 항진을 억제하면서 열사(熱邪)로 인해 소모된 자양물질을 보익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청영탕(淸營湯)이라는 처방이 있으니, 영분증 단계의 온열병을 치료하는 데 주로 쓰인다.


[서각(犀角) 9g, 생지황(生地黃) 15g, 금은화(金銀花) 9g, 연교(連翹) 6g, 현삼(玄蔘) 9g, 황련(黃連) 4.5g, 담죽엽(淡竹葉) 3g, 단삼(丹蔘) 6g, 맥문동(麥門冬) 9g]


온열병의 네 번째 단계를 혈분증(血分證)이라 하는데, 온열병의 가장 깊은 단계다. 위(衛)/기(氣)/영(營) 세 단계에서 제때 효과적으로 치료하지 못하면 항진한 신진대사와 물질운동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해 온열병이 혈분(血分)의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사열(邪熱)의 작용으로 혈액의 운행이 더욱 항진하고, 혈액 속의 각종 세포성분이 혈관 속에서 망행(妄行)해 혈관 밖으로 넘쳐 나오면, 기부(肌膚) 표면에 검붉은 반진(斑疹)이 생기거나 요혈(尿血), 변혈(便血), 뉵혈(衄血), 토혈(吐血)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혈액 상태와 심장 기능 사이에는 불가분의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온열병이 혈분 단계에까지 이르면 혈액에 영향을 미쳐 출혈과 혈어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반드시 심장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장 기능의 장애는 필연적으로 정신 방면에도 이상을 초래해 열이 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정신이 혼미하고 말을 더듬으며, 횡설수설하고, 손발이 오그라들고, 몸이 활처럼 뒤로 젖혀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정신 방면의 이상 증세와 혈액운행의 항진으로 야기된 출혈이 혈분증의 특징이며, 이것은 또한 내재평형이 파괴됐음을 나타내는 혈분증의 본질이다.


혈분증으로 인한 혈열혈어(血熱血瘀) 및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치료하는 데 쓰는 중요한 약물이 있으니, 바로 서각(犀角)이다. 서각의 이런 효능은 서각 자체가 갖고 있는 차가운 특성에서 기인한다. 차가운 성질의 약물은 신진대사를 늦추고 장부의 기능과 활동을 억제하며, 뜨거운 성질의 약물은 정반대로 신진대사를 항진시키고 장부의 기능과 활동을 촉진시킨다.



제3편 : 치료(治療)

한약의 치료원리

- 신농(神農)과 한약의 기원

일반인보다 민감한 체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각종 음식물의 성질과 효능 및 작용하는 부위(장부)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의식적으로 각종 동식물을 먹어보고 자신의 느낌을 기록한다면 병이 났을 때 평소에 기록한 효과를 근거로 의식적으로 적합한 동식물을 선택해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하는 과정 속에서 질병의 변화와 환자의 느낌을 기초로 끊임없이 약물지식을 누적시키고 풍부하게 할 수 있다. 현재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한약이론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약은 어떻게 병을 치료할까?


- 한약의 사기(四氣)와 오미(五味)

한약이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한약이 지닌 편성(偏性) 때문이다. 이 편성은 인체의 내재평형을 회복시키고 질병의 근원을 치유한다. 한약의 편성은 주로 두 방면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약물의 기(氣)고, 또 하나는 약물의 미(味, 맛)다.


이 기가 가리키는 것은 바로 한약이 갖고 있는 한(寒)/열(熱)/온(溫)/량(凉)의 네 가지 다른 특성이다. 박하는 사람에게 청량한 느낌을 주므로 박하의 기는 량(凉)이고, 생강은 사람에게 따뜻한 느낌을 주므로 생강의 기는 바로 온(溫)이다.


다른 약물에는 각기 다른 기가 있다. 그 가운데 한(寒)과 량(凉)이 같은 성질에 속하고, 온(溫)과 열(熱)이 같은 성질에 속하는데, 정도에 차이가 있다. 량(凉)이 심해지면 한(寒)이 되니, 때로는 량(凉)을 미한(微寒)이라고도 하며, 온(溫)이 극에 달하면 열(熱)이 되니, 때로는 열(熱)을 대온(大溫)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한약이 가지고 있는 사기(四氣)는 질병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사람은 항온동물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생산열과 발산열 사이의 평형을 통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내부 혹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내재평형이 문란해지고 질병이 발생하게 되면 생산열과 발산열 사이의 평형이 무너지게 된다. 생산열이 발산열보다 많으면 발열과 기능항진의 증상이 나타나고, 발산열이 생산열보다 많으면 외한(畏寒, 곧 오한)과 기능쇠퇴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또한 질병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뉨을 의미하니, 바로 열증(熱證)과 한증(寒證)이다.


한약이 가지고 있는 사기(四氣)는 바로 질병상태인 한열의 불균형 상황을 바로잡는 데 쓰인다. 한량(寒凉)한 성질의 약은 신진대사를 억제하고 장부기관의 활동과 혈액순환을 둔화시킬 수 있으니 열증(熱證)을 치료하는 데 쓰이고, 온열((溫熱)한 성질의 약은 신진대사를 증진하고 장부기관의 활동과 혈액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으니 한증(寒證)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한약에 대해 배울 때 가장 먼저 이해하고 파악해야 할 것 또한 사기(四氣)다. 약물의 기본적인 특성을 이해해야만 약물을 더욱 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혈어(血瘀)는 한사(寒邪)가 침입해 혈액을 응고시켜 생길 수도 있고, 열사(熱邪)가 침입해 혈액을 졸여서 생길 수도 있다. 이에 활혈화어(活血化瘀)의 약을 쓸 때에는 반드시 약물이 지닌 한열의 성질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한약의 미(味)에 대해 살펴보자. 미(味)는 곧 맛으로, 혀의 미뢰(味蕾)에서 느끼는 한약에 대한 감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고(산酸) 쓰고(고苦) 달고(감甘) 맵고(신辛) 짠(함鹹) 다섯 가지 맛이 있기 때문에 오미(五味)라 통칭한다.


한약이 지니고 있는 오미(五味)의 작용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평소 풍한(風寒)을 감수해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르며 머리가 아프고 오한이 날 때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보자.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생강차를 끓여 마시게 된다. 뜨거운 생강차를 마신 후 이불을 덮고 한바탕 땀을 빼고 나면 몸이 상당히 개운해진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생강이 지니고 있는 기(氣)인 온(溫)과 미(味)인 신(辛)의 특성을 이용해 풍한을 발산시키는 방법이다.


신미(辛味)에 개통과 발산의 작용이 있다면, 산미(酸味)에는 수렴(收斂)과 삽체(澀滯)의 작용이 있고, 고미(苦味)에는 사화(瀉火)와 연견(軟堅)의 작용이 있다. 또 담미(淡味)에는 이수삼습(利水滲濕)의 작용이 있다. 이런 맛의 작용은 한의학을 임상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 이 이론을 바탕으로 약물의 맛으로부터 약물의 작용을 추측해 알 수 있다.



제4편 : 팔법(八法)

병을 고치는 여덟 가지 방법

질병은 내외부의 각종 요인으로 인해 내재한 동태평형이 실조되어 발생한다. 따라서 질병의 치료는 당연히 고유한 동태평형을 회복시키는 일이 된다. 한의학은 질병에 의한 평형 파괴의 유형에 따라 원래의 동태평형을 회복시킬 수많은 방법을 창안해냈으니, 이런 방법들을 치법(治法)이라 한다.


풍한(風寒)을 외감하면 오한과 발열, 두통, 무한(無汗)과 뼈마디가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의 내재평형 실조는 주로 풍한의 사기로 인한 땀구멍의 폐색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 시에는 발한의 방법을 써서 땀꾸멍을 소통시키고 풍한을 발산시켜 풍한으로 파괴된 내재평형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런 발한의 방법이 바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치법(治法)이다.


질병의 성질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본물질의 소모나 손상으로 야기된 허증(虛證)이고, 또 하나는 내외부의 사기가 장부의 기능을 파괴해 일어난 실증(實證)이다. 따라서 한의학의 치법을 총괄한다면, 보정(補正)과 거사(祛邪) 이 두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한의학의 모든 치법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사기(邪氣)를 몰아내고, 자신의 정기(正氣)를 보충한다는 이 원칙을 중심으로 운용된다.


한의학에서는 망문문절(望聞問切)의 진단법으로 얻은 각종 증거들을 통해 질병의 허실을 판단하고, 질병의 허실을 근거로 보허(補虛) 혹은 거사(祛邪)의 치료법을 결정한다. 허증이면 손실된 물질에 따라 다른 보법(補法)을 쓰고, 실증이면 사기의 성질과 침입한 부위에 따라 또 다른 거사법(祛邪法)을 쓴다. 이런 보허와 거사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한의학은 풍부하고 다채로운 치법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청대(淸代)의 명의인 정종령(程鍾齡)은 역대 의가들의 치료경험을 근거로 주요 치법 여덟 가지를 귀납했으니,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이어져 쓰이는 치병팔법(治病八法)이다. 팔법(八法)은 한법(汗法)/토법(吐法)/하법(下法)/화법(和法)/온법(溫法)/청법(淸法)/소법(消法)/보법(補法) 여덟 가지를 말한다. 이 여덟 가지 방법이 생김으로 해서 질병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준칙이 서게 됐다.


맺음말

위통(胃痛)을 예로 들어 보자. 위내시경 검사에서 염증, 곧 궤양과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됐다. 때 위(胃)를 인체라는 큰 환경 가운데에 놓고 또 질병을 자연법칙의 가운데에 놓고 탐구하며, 정체(整體)라는 큰 범주에서 위통을 바라보면, 원래 위에 발생한 이런 염증과 세균, 궤양은 모두 위부(胃部) 동태환경의 파괴가 그 근원임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죽은 물이 시커멓게 썩고 악취를 피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부의 동태환경이 회복되면 세균이 살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사라지게 되니, 굳이 세균을 죽이지 않더라도 세균은 자연히 죽게 되고, 위산 분비를 억제하지 않더라도 위궤양이 자연히 치료된다. 이것이 바로 정체의 높이에 서서 질병을 인식하고 치료하는 효과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여산의 참모습을 알 수 없는 것은, 이 몸이 그 산중에 있기 때문이다(不識廬山眞面目, 只錄身在批山中)."라고 했다. 이 시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질병의 전체적인 모습과 진상을 알기 위해서는 정체관(整體觀)과 거시적인 관점에서 탐색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렇게 해야만 질병을 정확히 인식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고의 각도를 바꿔 정체라는 높이에서 이런 세균성 질병을 바라보게 되면, 비록 새로운 세균이 계속 발견되고 끊임없이 변형이 일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의 본질은 모두 인체의 동태평형이 파괴된 결과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체의 동태평형이 파괴되었는지의 여부를 비롯해 그 위치와 파괴 정도는 질병이 나타내는 증상적인 특징을 통해 판단할 수 있으므로 치료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세균의 종류를 연구할 필요가 없으며, 파괴된 인체의 평형을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질병을 신속히 치료할 수 있다.


청대(淸代)의 명의인 정종령(程鍾齡)은 "병변이 비록 많기는 하지만, 그 법은 하나로 귀속된다(病變雖多, 而法歸於一)"고 했다. 이 법(法)은 바로 동태평형이자 생명의 법이요, 우주자연의 법이다! 이 법을 이해한다면 한의학의 진면목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며, 이 법을 이해한다면 생명의 오묘함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의학에서 거둘 수 있는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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