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ǻ
터치아트
   
12000
2006�� 11��



>■ 책 소개
"인생길 따라 도보 여행"이라는 다음카페에서 엮은, 한나절 걷기 좋은 길을 안내한 책. 걷기여행 마니아들이 만든 책으로, 걷는 것을 좋아해서 길 위에서 커다란 즐거움을 찾아낼 줄아는 사람들이 직접 답사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엮은 것이다. 여행을 시작하는 곳부터 끝나는 곳까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거리가얼마나 되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과 약도들로 꼼꼼하게 구성했다. 


책을 통해 바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길들을 주말에 여유를 갖고 다시 찾아본다면 삶의소박한 행복은 그리 멀리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숲길이나 유적지, 도시 속에 숨겨진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길들을소개한다.

■ 저자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 차례
한나절 숲을 배우다
01 남산자락, 그자유로운 걸음
02 도시 위의 산책로, 능선
03 옛 고개 넘어 황소의 등에 오르다
04 플라타너스는 무슨 꿈을 꾸나
05이름을 불러주니 꽃이 되었다
06 바람 부는 강변과 호젓한 숲길
07 한나절 숲을 배우다
08 산허리 돌아가는 속달동
09안개비 자욱한 날 숲을 거닐다


말 없는 문화유산에 귀기울이다
10 말 없는 문화유산에귀기울이다
11 남겨진 역사의 뒤안길이여
12 눈길 발길 머무는 삼청동 골목길
13 도심 속 골짜기의 보물찾기
14 서울성곽 따라, 궁궐 돌담 따라
15 오롯이 돌아가는 길 끝에서 만난 왕릉
16 느릿한 걸음으로 돌아보는 천 년의 요새
17 조선의계획 신도시 화성
18 자미탄에서 부르는 별뫼의 노래


도시여, 자연의 혜택을 누려라
19 한갓진 개울 지나숲에 들다
20 머리 위 하늘과 강물에 비치는 노을을 만나러
21 강바람 불어오는 서울숲으로
22 과천에서 맛보는 걷기여행3종세트
23 도시여, 자연의 혜택을 누려라
24 도심 속 두 가지 빛깔 산책로


저녁 해가 드는 한강 하류
25 저녁 해가 드는 한강하류
26 빌딩숲, 공존의 길을 걷다
27 응봉산 해동청 삼개나루로 날다
28 한강 상류, 바람이 시작되는
29 물결도잠자는 모래마을의 휴일
30 삼박자가 척척척! 구리 강변길
31 황량한 옛 염전, 바다가 올라오는 포구
32 호반의 벤치로가봐야겠네
33 갈대숲과 철새 도래지, 낙동강 하구 여행
34 태화강변과 십 리 대숲
35 푸른 바다에 달 맞으러간다네


다시, 햇볕 받으며 물 흐르고
36 다시, 햇볕 받으며물 흐르고
37 성내천 따라 시간여행
38 서울에서 유배당한 땅, 또는 서울이 숨겨둔 보물
39 무지개다리 너머 꿈꾸는선유도
40 아파트숲의 허파, 맑은 중랑천
41 학의천 물줄기의 고향으로 가는 길
42 운중고개, 옛길이 되어버린 새길
43 갑천과 함께 대전을 관통하다
44 버드나무 개울 거슬러 가면
45 강에 산에 대구가 숨 쉰다


브라보, 그대 두 발
46 세월이 흘러가네, 남북으로흘러가네
47 바다와 호수 그 길 위에 서서
48 덤벼보자, 백 킬로미터
49 도전적 걷기여행을 하는 이유
50 절반의성공을 넘어
51 걷고 또 걸어서
52 브라보, 그대 두 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한나절 숲을 배우다

플라타너스는 무슨 꿈을 꾸나?

- 태릉 지나 불암사까지

화랑로를 지나 불암사까지,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이 거리는 볼거리로 꽉 차 있다. 곧게 뻗은 화랑로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무성한 숲에 둘러싸여 고요히 누워있는 태강릉, 쾌적한 산책로와 사격장을 갖춘 이스턴캐슬, 10년 전만 해도 아무나 드나들 수 없었던 육군사관학교, 한국 스포츠의 힘을 길러내는 태릉선수촌, 산속에 어여쁜 호수 하나 숨기고 있는 삼육대학교 캠퍼스, 그리고 광암천과 솔숲을 지나 다다르는 불암사까지 이 모든 것이 불과 8km 구간에 오롯이 모여 있다. 조금씩, 느린 걸음으로 화랑로의 정취를 마음껏 느껴보자. 이번에 들러보지 못한 곳은 다음에 찾아가도 되니까.


화랑로에는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플라타너스가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그래서 이 길을 걷노라면 플라타너스를 노래한 시 구절이 절로 읊조려진다.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란 잎이 터널을 만들고, 가을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이 계절의 운치를 더해준다. 이처럼 플라타너스 멋들어진 화랑로는 오래 전부터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로 유명한 곳이다. 게다가 가을에 낙엽을 치우지 않는 거리로도 유명해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는 곳이다. 널찍한 인도를 온통 뒤덮고 있는 낙엽 위로 발걸음을 내디딜 때면 계절의 소리가 바스락거리며 따라온다.


- 왕후의 무덤가에서

화랑로에 닿아 있는 태릉도 길가 못지않게 나무가 무성하다. 파릇파릇한 잔디밭에 풍성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도시락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태릉은 조선의 11대 임금인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의 능이다. 문정왕후는 <여인천하>와 <대장금> 같은 드라마에서 막강한 권세로 국정을 쥐락펴락하던 인물로 그려졌는데, 태릉은 그러한 모습이 허황되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웅장하다.


- 구불구불 불암사 가는 길

화랑로는 태릉을 지나 삼육대학교 앞까지 곧게 뻗어 있다. 삼육대학교 앞을 지나 담터사거리로 접어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의 길이다. 화랑로의 울창한 나무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어린 나무들이 광암천을 따라 드문드문 늘어서 있다. 광암천도 자그마한 실개천이다. 길도 곧게 뻗어 있기보다는 조금 가다가 꺾어지고 또 꺾어진다. 이 길은 좁은 도로에 노선버스를 비롯한 자동차들이 자주 지나다니기 때문에 걷기에 쾌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이 길이 그리 길지는 않으니 재빨리 통과해서 불암사 초입으로 들어서자. 우거진 솔 숲 사이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제법 가파른 길이 불암사까지 이어져 있다.


- 돌탑에 돌멩이 하나 얹어 놓고

불암사 경내에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놓은 마애불이 있는데, 이는 근년에 새겨진 것으로 그다지 유서 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마애불의 전통을 이으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불암사에서 잠시 쉬었다가, 등산객들이 오며 가며 쌓아 놓은 돌탑에 돌멩이 하나 보태고 내려오는 건 어떨까?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 한 사발 가볍게 들이켜는 것도 걷기 여행의 별미가 될 것이다.


- 플라타너스 꿈꾸는 화랑로

저녁 무렵 불암사에서 내려와 곧장 버스를 타지 않고 다시 화랑로를 걸어 전철역으로 향하는 길이라면 한낮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낮에는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서 존재감마저 느낄 수 없었던 가로등이 노랗게 불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말 없는 문화유산에 귀기울이다

조선의 계획 신도시 화성

- 수원화성 성곽 따라

조선 22대 왕 정조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 화산으로 옮기면서 당시 화산에 있던 관청과 민가를 이전시킬 요량으로 화성의 축성을 시작했다. 축성 과정에서 다산이 발명한 활차며 거중기 등이 유용하게 쓰였음은 이미 알고 있는 대로다. 정조 20년(1796) 10월, 2년 9개월 만에 완공한 수원 화성은 성곽 문화의 백미로 꼽히며, 공사 기록을 꼼꼼하게 적어 편찬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는 파손된 성곽을 온전하게 복원할 수 있게 하는 지침이 있었다. 화성은 아름다움과 완벽한 기록을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전 세계 인류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 장안문(長安門)

화성은 사계절 언제라도 걷기 좋지만 소담하게 눈이 내린 뒤에는 더욱 운치가 난다. 하지만 그때를 맞추기란 애초에 수원시민이 아닌 사람들한테는 늘 그림의 떡이다. 화성 걷기는 남문인 팔달문이나 북문인장안문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인데 오후에 출발하거나 해질 무렵 동장대 부근에서 서장대 쪽으로 보이는 예쁜 노을을 감상하고, 조명을 밝혀 더욱 환상적으로 보이는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북문인 장안문에서 시작하기를 권한다. 장안문 옆 장안공원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화성안내도를 하나 얻어 장안공원 쪽 적대로 올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화성의 4대문 중 북문이자 정문인 장안문은 반달 모양 벽돌로 쌓은 옹성이 있는 화려하고 장중한 건물이다. 또 화성의 건물 지붕은 참으로 다양해서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지붕이 모두 망라 되어 있는 곳이니 지붕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학습장이다.


- 화서문(華西門)

화성의 4대문 중 서문인 화서문은 바로 옆에 서북공심돈을 데리고 있다. 초소의 일종인 공심돈은 수원성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구조물인데 내부 모습이 소라처람 빙빙 돌아 올라간다고 해서 일명 소라각이라고도 한다. 화서문에서 큰길로 나오면 길바닥에 화성전도를 타일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바로 이곳이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그리고 성벽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멋진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화서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서북각루다. 이곳에 오르면 장안문과 화서문 그리고 지금껏 걸어온 성곽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눈 맛과 함께 왜 이곳에 각루를 세웠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서일치를 지나면 성 밖에서 들어오는 도로가 있다. 이 도로를 따라 성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조대왕 동상을 만날 수 있고 눈 아래로 복원한 화성행궁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최근에 복원한 건물들이라 묵은 맛은 없으나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지붕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모양을 감상할 수 있다.


서장대(西將臺)

서장대는 일명 화성장대라고도 한다. 화성에서 가장 높은 팔달산 정상에 있는 군사지휘본부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화성에 오면 이곳에서 직접 군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서장대를 지나면 서암문이다. 서암문을 나서면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산속 깊숙이 들어간 느낌이다. 한여름이라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니 잠깐 쉬었다가 가기에 좋은 곳이다.


- 화성행궁(華城行宮)과 화령전(華寧殿)

최근 복원한 화성행궁에서는 장용영 수위 의식, 무예 24기 공연, 토요상설공연, 주말체험 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와 볼거리가 한겨울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펼쳐지니 시간이 맞는다면 구경할 수 있겠다. 화성행궁에서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신풍초등학교 후문 앞에 화령전이 있다. 화령전은 순조가 아버지 정조의 초상화를 모셔 놓고 부왕의 지극한 효성을 본받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 팔달문(八達門)

화성의 4대문 중 남문이자 정문인 팔달문도 장안문처럼 반달 모양 벽돌로 된 옹성이 있으며 우람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주위에 시장과 번화가가 있어서 늘 소란스런 곳이다. 행궁에서 팔달문으로 나와 길을 건너 지동시장 쪽으로 들어가면 다시 성곽이 계속된다.


- 창룡문(蒼龍門)

화성의 4대문 중 동문인 창룡문은 서문인 화서문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창룡문을 지나면 동북노대인데 이 곳 성 밖에는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하얀 감꽃이 필 때나 감이 발갛게 익을 무렵 이곳은 아름다운 공원이 된다. 동장대를 지나면 동암문이다. 동암문에서는 밖으로 나가 바깥 성벽을 따라 걷는다. 축조 당시의 아름다운 성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창룡문부터 이어진 성곽들이 꿈결같이 펼쳐져 있다.


-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동암문에서 밖으로 나와 걷다 보면 동북포루의 바깥 성벽을 감싸 돌게 되고 성벽을 돌아서면 눈 아래로 방화수류정과 용연 그리고 화홍문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경치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방화수류정은 형태가 특이하고 아름다운 건물인데 마루는 무려 16각형이나 된다. 일몰 네 시간 전쯤에 장안문을 출발했다면 방화수류정에 도착할 때쯤 화성에 조명이 들어온다. 조명 밝힌 화성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저녁 해가 드는 한강 하류

황량한 옛 염전, 바다가 올라오는 포구

- 소래포구 둘러보기

주말의 소래포구에는 싱싱한 횟감과 꽃게, 새우젓 등의 수산물이 넘쳐나고 손님을 부르는 시장 상인들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넘쳐난다. 그리고 이러한 풍경을 구경 삼아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행렬도 넘쳐난다. 대낮의 활기는 소래포구가 싱싱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편, 오랜 세월 소금을 만들던 자리, 염전 너머로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들어와 갯벌을 이루던 곳, 소금 생산을 중단하고 폐염전으로 등록된 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넓은 벌판에는 공원이 생겼다. 여전히 소금기 가득하고 거친 땅이지만 천천히 푸른빛이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 소금눈 내린 벌판

해양생태공원은 염전이었다. 1930년대 일제가 이곳에 염전을 만든 후부터 지난 1996년까지 60여 년 동안 소금을 생산했다. 1970년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천일염을 생산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황량한 벌판에 텅 빈 소금 창고만 하릴없이 남아서 예전의 영화를 짐작하게 할 뿐이다. 폐허에 가까운 땅에 만들어 놓은 공원이다 보니 이곳은 다른 공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선, 공원표지판이 있는 고가 아래에서부터 소염교를 건너 공원으로 들어서기까지 과연 이곳에 공원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황량한 길을 걷게 된다. 그러다 "해바른 쉼터"의 연못과 나무 그늘, 꽃밭 등을 보면 예쁘게 꾸며 놓은 여느 공원과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쉼터를 지나기만 하면 해양생태공원만의 독특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공터에 칸칸이 나누어진 염판(鹽板)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염판 곁에 하얗게 소금기가 배여 있는 흙길을 따라 걸어가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폐염고와 부서진 콘크리트 구조물 잔재가 드문드문 서 있다. 폐염고 중에는 내부를 개조해 전시관이나 학습관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멍 뚫린 외벽을 통해 바람만 드나드는 빈 집이다. 드문드문 가꾸어 놓은 유채밭과 청보리밭의 노랗고 푸른 빛깔은 그래서 더욱 곱고 눈부시다. 이것뿐이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다. 폐염전을 따라 한참을 걷고 나면 시나브로 이 폐허의 정취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텅 빈 폐염고에, 아니면 웃자란 갈대밭에, 아니면 바짝 말라버린 소금밭에 마음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나 보다.


- 아카시아 향기 따라오는 둑길

황량한 벌판에 마음 한 자락 떼어놓고 소금밭을 벗어나 왼편의 둑길로 올라서자. 아카시아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나무들은 아직 충분한 그늘을 드리울 만큼 자라지는 않았지만 5월이면 어김없이 하얀 꽃을 주렁주렁 달고서 기분 좋은 향기를 내뿜는다. 이 길을 따라 공원 입구까지 걸어 나간다. 둑길을 걸으며 조금 전에 지나온 폐염전을 내려다보면 저 멀리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햇볕 아래 보석같이 반짝이는 소금이 이 넓은 땅 가득 펼쳐져 있었을 옛 모습을 상상해보고, 더디겠지만 언젠가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땅으로 변하게 될 모습도 그려본다.


- 살아있는 어시장 풍경

소래에 닿으면 어시장을 거쳐 포구로 나가자. 저녁이라 한낮보다는 사람이 적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오고 간다.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한 수조는 노랗고 빨갛고 파란 원색. 그 위로 형광등 불빛이 쏟아져 어시장의 빛깔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손님을 부르는 소래 상인의 목소리가 노래처럼 울려 퍼지고 여기저기에서 장사꾼과 손님 사이에 흥정이 붙는다. 시장을 통과해 포구 쪽으로 나가면 하얀 맨살을 드러낸 회가 시선을 붙잡고,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소한 생선 구이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횟집 앞에 돗자리를 깔고 소래의 맛을 즐기고 있다. 복잡하기 때문에 더욱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포구 풍경이다.


- 노을이 내려오고 바다는 올라오다

왁자지껄한 어시장을 둘러보고 나면 소래철교 쪽으로 길을 잡아보자.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선로 위에도 어김없이 상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간단한 군것질거리부터 동동주와 수산물로 만든 안주까지, 파는 음식도 가지가지다. 낮에는 인파에 밀리며 느림보 걸음을 옮겨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철교를 건넌다. 하지만 저녁 무렵이면 철교 위에서 바다를 구경해도 될 만큼 사람들의 왕래도 줄어들고 여유가 생긴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저물 녘 노을이 포구로 내려오고, 멀리 밀려 나갔던 바다는 포구로 올라온다.


바다가 올라오는 모습은 서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고, 물길을 건너는 수인선 협궤열차의 흔적은 소래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바다와 석양과 철교가 어우러진 낭만적인 풍경화 속에서 한나절 걷기여행을 마무리 짓는 것도 소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 수인선 협궤열차

협궤열차란 선로의 간격이 일반 열차 선로 폭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말 그대로 좁은 궤도를 달리는 열차를 말한다. 수인선 협궤연차는 일제강점기였던 1937년 소래염전, 주안염전, 군자염전 등지에서 생산되는 소금(천일염)을 전쟁 물자로 사용하기 위해 일본으로 실어 나를 목적으로 개통했다. 1970년대만 해도 하루에 왕복 10회를 운행하였으며, 하루 이용객도 1~2만 명이었다고 한다. 또한 남인천역과 수원역에서는 열차 시간에 맞추어 소래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을 협궤열차에 싣고 올라 장을 벌이는 "반짝시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열차가 워낙 작고 힘이 달리다 보니 안산 원곡고개 같은 오르막길에서는 승객들이 내려서 걷거나 열차를 밀어야 하는 등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이 열차는 1995년에 운행을 중단하고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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