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Bed Medicine

   
크리스토퍼 완제크(역자 : 박은영)
ǻ
열대림
   
15000
2006�� 12��



>■ 책 소개 
유기농은 얼마나 안전한가?원래 살찌는 체질이라고? 방사선은 정말 위험한가? 기억력 감퇴의 원인은? 이 책은 감기 치료에서 백신 접종의 공포에 이르기까지, TV나 여러매체를 통해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잘못된 의학상식을 정면으로 파헤친 기록이다.


비만 유전자와 다이어트,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유, 생수와 항산화제 등건강과 음식에 관한 무지와 오해 뿐 아니라 감기·세균·방사선·암 등의 질병에 관한 것, 자석·아유르베다·아로마테라피·허브요법 등 대체의학,그리고 영화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가 잘못 전하는 실험 결과와 불명확한 진단들의 오류가 다양한 사례와 함께 낱낱이 점검되어 있다. 저자는 우리가믿고 있는 좋은 것들이 사실은 그렇게 좋지 않거나 아주 나쁘기까지 하다고 주장하는데, 최신 의학 정보와 분야를 넘나드는 풍부한 상식이 시종일관명쾌하게 전개되어, 술술 잘 읽힌다. 

■ 저자 크리스토퍼 완제크(Christopher Wanjek)
하버드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 템플대학에서 저널리즘 학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학,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미국국립보건원의고정 필자로 활약했다. 「워싱턴포스트」 건강, 의학, 과학 분야의 주요 필자이며, 「스미소니언」과 「포브스」지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 페루,칠레, 브라질, 멕시코 등 몇몇 국가의 정부 초청으로 많은 의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우주론과 천체물리학 등 천문학에 대한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선임 필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 『불량의학(Bad Medicine)』 『작업장에서의식품(Food at Work)』 등이 있다. www.christopherwanjek.com

■ 역자 박은영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여성지 월간 「스위트 홈」,월간 「디자인」 등의 잡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디자인 회사 토트디자인 대표이다. 『예술가와 돈, 그 열정과 탐욕』 『빵의 역사』 『국경 없는의사회』 『모차르트, 천번의 입맞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차례
프롤로그 - 불량의학의 뿌리


1장 잘 먹고 잘 빼기 
참을 수 없는존재의 무거움 - 살찐 사람들과 음식 
살찌는 체질에 대한 이야기/다이어트가 효과 없는 이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살을뺀다/비만인의 권리/메뚜기 좀 드실래요? 
끊임없는 우유 논쟁 - 우유와 당신의 건강 
유기농은 지속 가능한가 - 유기농의 허와 실
사방이 물이로되 - 생수 대 수돗물 
알약 하나면 만사 오케이? - 항산화제를 갑론을박하다 


2장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들 
차가운 문안- 감기 걸리는 법 
세균은 무조건 나쁘다? - 세균과의 경솔한 전쟁 
방사선은 위험한가 - 방사선, 찬성이냐 반대냐 
상어는암에 걸리지 않는다 - 상어 연골의 항암효과 
돌연변이에 관한 오해 - 유전자와 미래의 건강 
흑사병은 살아 있다 - 인류의 재앙


3장 내 몸의 절충주의 
뇌에 대한90퍼센트의 오해 - 두뇌의 활동 
빅 브레인 짝짓기 - 뇌의 크기와 지능 
거짓말로 눈 가리기 - 눈은 알고 있다 
세상의모든 좋은 맛 - 혀 지도의 진실 
간을 씻어드립니다 - 간 해독을 돕는 것들 
맹장 무용설에 대해 - 불필요한 오르간인가, 훌륭한연주자인가 
하루아침에 머리가 센다고? - 흰머리와 그 원인 
삼손의 기쁨 - 대머리에게 희망을 
우월한 인종, 열등한 인종 -인종의 정의 


4장 꼿꼿하게 늙어가기 
깜빡깜빡하는 내정신 - 기억력 감퇴와 노화 
몸이 뻣뻣해지다 - 활력과 노화 
늙으면 아픈가, 아프면 늙는가 - 노화와 질병 
2150년에만나요 - 길고 짧은 인생 
끝없이 끝없이! - 수명과 유전 


5장 주술사의 귀환 
떨치기 힘든 자력의매혹 - 자석과 건강 
흔들고, 흔들고, 희석하라 - 동종요법의 망상 
마법의 치료법? - 아유르베다의 실체 
웃기는 냄새가난다 - 아로마테라피 치료법 
신선한 산소 주세요 - 산소, 숨 막히는 유행 
묵주 기도 효과 - 접촉요법, 기공, 파룬궁
허브는 천연이잖아요! - 대체의학으로서의 약초 
고무적인 자극 - 백신의 진정한 위험 


6장 위험한 연구 
독성의 치명적인 복수 -함량이 독을 만든다 
오늘은 나쁘고 내일은 좋다? - 일관성 없는 건강 연구 
사탕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 - 몇 가지 중요한 결과들
우리는 #1이다 - 최고와 꼴찌가 공존하는 나라 


7장 영화 속 불량의학 
리포터는 아니지만- 텔레비전 의학 뉴스의 정확성 
람보 6, 청각에의 탐색 - 총기와 그 후유증 
녹아웃, 만취 - 상상의 폭력, 그리고 진짜 문제들
심장은 단숨에 마비되고 - 할리우드 스타일 


에필로그 - 갈림길에 선 의학의 미래 
그 밖의 불량의학/추천 문헌/참고문헌/옮긴이의 말/감수의 말




불량 의학


잘 먹고 잘 빼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 살찐 사람들과 음식

오늘날 미국인들의 모습은 점점 획일화되어 가는 것 같다. 어떻게? 둥글둥글하게.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는 미국인의 60% 이상이 과체중이라고 추산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곧 90% 이상으로 바뀌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왜냐하면 아동들의 비만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만의 원인이 무엇일까? 살찌는 유전자?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우리 선조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결코 게으르게 태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가 다른 방식, 즉 신체를 덜 쓰는 방식으로 일한다는 데 있다. 인간이(그리고 애완동물이) 스스로 소모하는 열량 이상의 음식물을 섭취하는 존재로서 가축과도 같은 생활을 영위한 것은 최근의 역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또한 저 사악한 삼위일체인 지방, 소금, 설탕으로 범벅이 된 음식을 먹는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연소하기 더 힘든 고열량식을 먹으면서 몸으로는 열량을 덜 쓰는 것이다. 그러니 결과는 과체중이다.


첫 번째 오해부터 검토해 보자. 자기는 원래 살찌게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인구의 똑같은 퍼센티지가 지금뿐 아니라 과거에도 과체중이었어야 했다. 아프리카인들, 아시아인들, 아즈텍인들은 모두가 지극히 드문 경우에만 비만이다. 예전 사람들의 삶은 자르고, 들어올리고, 잡아당기고, 씻고, 걷고, 그리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칼로리를 소모하는 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고생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고, 쉽사리 탈진하거나 요절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삶은 고달팠고 음식은 빈약했으니까. 반면 20세기는 잘사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지방질 풍부한 음식을 물밀 듯이 밀어 넣었다. 그런데 몸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방질의 음식은 살찐 사람을 만들뿐이다.

 

지금도 우리 몸은 언제 기아가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방질의 음식을 열망한다. 우리가 선사시대를 벗어난 지가 고작 수천 년에 불과하니 그 사이에 달라져 봤자 얼마나 달라졌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호기롭게 몇 파운드쯤 체중을 불린다. 그런 다음 아차 싶어 뒤늦게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칼로리를 제한해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몸은 이번의 기아가 언제 끝날지 모르며, 또 언제 다음 번 기아가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먹거나, 심지어 덜 먹고도 체중이 늘어나는 이유는 몸이 굶주림을 두려워하여 대사량을 줄여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다이어트는 물러설 곳 없는 전쟁이며, 가공할 만한 극기를 요구하는 일이다.


운동을 하면 몸이 음식을 뺏긴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이어트를 위한 최선의 충고는 동굴거주 원시인처럼 살면서 매일 가능한 한 많은 신체활동을 함으로써 칼로리를 연소시키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트랙은 절대로 살을 찌우지 않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여러분 또한 이런저런 어처구니없는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그중 애트킨스 다이어트(이른바 황제 다이어트)는 압권이다. 이들이 말하는 순 단백질 다이어트는 무책임과 비논리, 오류와 해로움이 절묘하게 어울려 독특한 콤비를 이루고 있다. 탄수화물이 건강에 해롭다고? 절대로 그렇지 않다. 가장 건강한 식단은 야채와 탄수화물이 주를 이루는 식단에 아주 약간의 단백질, 즉 고기를 곁가지로 먹는 것이다.


애트킨스가 말한, 초기의 인류가 고기로 목숨을 연명하고 건강을 유지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이 벌거벗은 채로 숲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 상태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이다. 로버트 애트킨스에게 권하고 싶다. 자연스런 육식이 어떻고 하며 떠벌리기 전에 직접 사냥을 해서 고기를 잡아먹어 보라고 말이다. 게다가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한다고 해서 인슐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폭식, 과식이다. 당뇨병 환자가 살찌는 이유는 인슐린이 대사를 적절히 조정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찐 사람에게 당뇨병이 온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애트킨스 다이어트가 무섭다고 하는 것은 빠른 속도로 짧은 기간에 살을 빼준다는 데 있다. 그 효과는 굶는 것과 똑같다. 연료로 쓸 탄수화물이 없으니까 몸이 지방을 연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주일 정도만 지나면 케톤증이라 불리는 증상이 생기는데, 심해지면 뇌기능장애와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때쯤 되면 애트킨스는 고기만 먹지말고 비타민 제제를 함께 먹을 것과(참으로 자연 다이어트답다), 식사에 얼마간의 야채를 곁들일 것을 권한다. 소변검사로 케톤 레벨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고 하니, 스스로 의사까지 겸하면 된다. 뇌기능장애와 혼수상태만 피하면 되니까.


끊임없는 우유 논쟁 - 우유와 당신의 건강

우유.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우유를 마시지 않으며, 숱한 사람들이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우유에는 칼슘이 풍부하며, 칼슘은 매우 중요한 미네랄이다. 그렇지만 우유에는 지방과 동물성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고, 우유 채취량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가련한 동물들에게 주사한 인공 호르몬도 들어 있다. 이 호르몬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우유 속의 칼슘이 인체에 얼마나 흡수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자료가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유말고 다른 식품에서 칼슘을 섭취하는 것이다. 콜라드(대형 양상추의 일종) 내지는 칼슘이 풍부한 녹색잎 채소를 먹는 것이다. 또한 정어리, 멸치, 두부, 브로콜리, 닭 연골, 콩 등이 있다. 입맛에 안 맞는다고? 그럼 이야기는 끝이다.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게다가 이 활력 미네랄은 삶의 긴 여정동안 뼈 속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혈액을 타고 이동하면서 근육수축, 규칙적인 심장박동, 신경충동의 전달 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에너지 대사와 배설작용에도 없어서는 안될 물질이다. 청소년기는 뼈, 근육, 신경의 성장이 가장 빠른 시기이므로 칼슘이 특히 많이 필요하며, 서른 살 정도까지는 뼈에서 소비하는 것 이상의 칼슘을 비축해 놓을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칼슘 확보는 노년에 필요한 매일의 칼슘을 지탱해 주는 일종의 연금이다.


그런데 도대체 우유가 무엇이 문제냐고? 첫째는 지방이다. 유지방은 살을 찌우는 재주가 남다르다. 아기가 모유만 먹고도 포동포동해지는 것이 그런 이유다. 계속 유지방을 먹어대면 평생 동안 체지방을 축적해 가는 결과가 된다. 두 번째 문제는 동물성 단백질이다. 동물성 단백질은 본질적으로 나쁘지 않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동물성 단백질이 칼슘의 체외 배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소실되는 칼슘도 더 많아진다.


우유의 문제는 또 있다. 칼슘의 각종 이점을 모두 전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의 32%밖에 흡수하지 못한다. 이는 케일, 브로콜리, 겨자 잎, 순무 잎, 싹 양배추 등에서 흡수되는 칼슘이 50%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 낮은 수치다. 그러니 우유를 마실 작정이라면 탈지유를 마시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우유 속의 호르몬들도 문제다. 사람은 젖소에 주입된 항생제와 인공성장호르몬이 농축된 우유를 그대로 받아 마신다.


몬센토 사(Monsanto, 세계적인 생명과학 회사)에 의해 개발된 재(再)조합형 소 성장호르몬인 rBGH는,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BGH는 우유 생산량을 늘려주지만, 이 호르몬이 주입된 젖소는 일찍 죽거나 병원균에 감염되므로 그 우유에는 자칫 고름이 가득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 호르몬은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이 호르몬이 또 다른 소 호르몬인 IGF-1의 수치를 높여준다. 혈중 IGF-1의 수치가 높은 사람은 암에 걸릴 확률이 4배 정도 높았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75%가 락토오스(젖당) 과민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주목해 보자. 락토오스 과민반응이란 우유를 편안하게 소화시키는 데 필요한 효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들도 우유를 마실 수 있고, 마셨다고 죽지는 않는다. 다만 위가 좀 거북하다든지, 설사를 한다든지, 헛배가 부르는 증상을 겪는 정도다. 유아들은 모두 락토오스 효소를 생산해 내는데, 대부분 이유식을 하면서부터 그 기능을 상실한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콜라 대신 우유(지방을 제거하고 약품을 쓰지 않은 우유)를 마시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대놓고 "우유는 몸에 좋다"고 외치는 옛날 광고를 보게 될 일이 있으면 정확한 말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유는 이따금씩 마시게 되는 쓰레기 같은 음료보다는 몸에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증명할 과학적 근거는 없으며, 아예 몸에서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들

차가운 문안 - 감기 걸리는 법

"겨울에 모자와 목도리 없이 밖에 나가면 영락없이 감기에 걸리고 열이 난다. 거기다 발까지 축축하게 하고 있으면 폐렴까지 갈 수도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감기와 폐렴의 원인은 찬바람이나 폭풍우가 아니라 따뜻한 온도를 지극히 좋아하는 바이러스들이기 때문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밝혀진 종류만 200가지가 넘고, 변종도 수십 가지에 달하며 해마다 미국에서만 10억 명의 호흡기 질환자를 발생시킨다. 자, 이제 차가운 문안(cold comfort, 달갑지 않은 위로의 뜻. 여기서는 감기와의 연관성을 의식한 언어유희로 쓰임-옮긴이) 감기(colds)와 추위(cold)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찾아보자.


겨울철은 누구나 창문 닫아걸고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집에 웅크리고 있는 계절이다.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퍼뜨려지기에 너무나 알맞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바이러스는 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따뜻한 사람들의 몸을 찾아드는 것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가장 번식하기 좋은 온도는 섭씨 33도 정도로, 사람의 코 속 온도와 비슷하다. 따라서 이것들을 문 손잡이나 싱크대에 놔두면 몇 시간 내로 죽는다.


주변에 바이러스가 없다면 아무리 온몸이 흠뻑 젖은 채 거리를 다녀도 감기나 폐렴에 걸리지 않는다. 몸이 흠뻑 젖은 후 열이 나고 구역질이 나는 듯한 기분은 단지 몸이 고속 회전을 하여 체온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럴 때 열은 몸을 덥힌 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다.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을 덥히는 데 전력투구하게 되면 아무래도 면역체계 세포를 만들기 힘들어진다. 그럴 때 추운 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따뜻하고 편안할 때처럼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하게 되고, 이런 식으로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점점 증식하게 되면 흔히 감기에 걸렸다고 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세균은 무조건 나쁘다? - 세균과의 경솔한 전쟁

세균을 몰아내려는 것은 그야말로 헛된 노력이다. 세균은 뜨거운 온천 안, 화산언저리 위, 지하 유황 분출구 아래, 얼어붙은 남극대륙 전역 등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후미진 곳이나 틈새에서도 살아남는다. 세균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인간의 피부는 무해한 여러 종의 세균을 지니고 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고 해서 그것들이 어디로 가버리지는 않는다. 이들 세균은 사람이 태어나면 즉시 그의 몸으로 이사해 들어가 그가 유년기를 보내는 동안 촘촘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따라서 흔히 병원균이라 불리는 유해한 세균들은 무해한 세균들이 이미 피부를 덮어버린 후에는 잘 끼어 들지 못한다. 몸 속도 마찬가지여서 전 소화관이 온통 세균으로 즐비하다. 세균은 인체 고유의 화학물질들과 협력하여 음식을 분해하고, 그것들을 유용한 비타민과 미네랄로 변환시키며, 장이 영양성분을 흡수하여 혈액을 통해 순환될 수 있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균 없이는 소화를 시킬 수가 없다.


아기들의 소화력과 면역력을 높여주려면 반드시 세균에 노출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죽거나 약해진 바이러스를 몸에 투입하여 저항력을 길러주는 백신의 원리와 똑같이 아기들을 세균에 접촉시켜 줌으로써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항체는 혈액 중의 단백질로, 보병처럼 앞장서서 해로운 병원균을 공격하여 피부의 국경선 밖으로 밀쳐낸다. 어릴 때부터 세균에 노출되게끔 하지 않으면 그의 몸은 끝까지 아플 준비를 한 채로 남게 된다.


저기 어딘가에 나쁜 세균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살모넬라, 대장균, 콜레라는 장을 괴롭히고 때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해 둘 것은 이것들이 향균 비누로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적절히 조리를 하고 조심해서 물을 마시는 것만이 유일한 방어책이다. 감기와 인플루엔자는 며칠 또는 몇 주일까지도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여기에도 향균 비누는 쓸모가 없다. 세균이 일으키는 질환으로 패혈성인두염, 유행성감기, 다양한 유형의 폐렴 등이 있는데 이런 병원균들은 보통의 비누로도 충분히 제거된다.


향균 비누도 보통 비누와 마찬가지로 병원균들을 떨어낸다. 보통 비누와 마찬가지로 화학 막을 형성하여 하루나 이틀 정도(날짜는 확실하지 않다) 피부를 살균하는 효과를 나타내며 세균의 번식을 막아준다. 듣기에는 꽤 그럴 듯하다. 문제는 향균 비누가 특정한 세균 그룹을 100%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90%만 제거하고 트리클로산, 즉 항균 화학성분에 저항하는 강한 놈들 10%는 어쩌지 못해 남겨둔다. 그러기 때문에 이 세균들이 증식하여 다음 세대에는 훨씬 더 저항력이 강한 종으로 거듭난다. 이놈들은 이제 인체를 대혼란으로 몰아넣을 만한 복수의 힘을 지녔다. 더 나쁜 것은 향균 비누가 무해한 세균까지도 모두 죽여버렸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감기와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므로 항생제는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항생제가 쉽게 사용되며, 오남용이 상당히 만연하고 있다. 그리하여 세균성 요로감염과 여타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질병들에 시프로를 포함한 항생제 계열인 플루오로퀴놀론이 잘 듣지 않게 되었다.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작용을 하는 시프로와 다른 항생제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100년 전 우리가 질병에 맞서 싸울 때처럼 별다른 도리가 없게 될 수도 있다.



꼿꼿하게 늙어가기

깜빡깜빡하는 내 정신 - 기억력 감퇴와 노화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의사들조차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신화가 있다. 기억력의 감퇴가 단지 노화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래서 기억력 감퇴는 늙어가면서 수반되는 가장 큰 두려움이다. 유연한 기억력의 감퇴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어느 테스트에서 평균적으로 노령자들은 여섯 가지의 아이템을 기억하는 것으로 기록됐고, 삼십대 연령층은 여덟 가지였다(젊은 층에게 경의를!).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삶의 경험이라고 하는 미덕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기억을 지니게 된다(노년에 경의를!).


일반적으로 노화는 활력의 점진적인 감퇴다. 운동과 건강한 다이어트,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우리는 줄어드는 활력을 되돌릴 수 있다. 물론 줄어드는 일 자체를 어찌해 볼 수는 없다. 기억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연한 기억력의 감퇴는, 자신이 쇠약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쇠약해짐은 아니다. 극심한 기억력의 감퇴 -일상생활을 저해할 정도의- 는 질병의 전조로 이해해야 하며, 노화의 필연적인 동반자는 아니다.


노망과 무기력한 기억력의 감퇴는 종종 심리 운동을 하지 않을 때 찾아온다. 인간의 뇌는 일생을 통해 새로운 신경을 개발해 낸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는 정신은 어느새 정보를 유지하고 이용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일단 몸이 일에서 물러나 은퇴해 버리면 정신은 영구적인 휴가를 얻은 것으로 여긴다. 더 이상은 세세하게 걱정할 일이 없어져버린다. 상황은 나쁜 쪽으로 돌아간다. 수많은 노년 인구가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TV에게서 위안을 받으며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젊은 사람도 같은 상황에 놓이면 명확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자극을 알맞게 주면 젊은 사람과 똑같이, 늙은 사람의 정신도 정보를 저장하고 받아들이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창출해 낸다. 우리는 배움에 있어서 무한한 능력을 지녔다. 새 언어를 배워 보라. 계산기를 쓰지 말고 가계부를 작성해 보라. 오른손으로 복잡한 무늬를 그리고, 왼손으로 그걸 따라 그려 보라. 자서전을 서라. 가능한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라. 현명함을 잊어버리지는 말자. 간혹 기억이 빛 바랠 수는 있지만 지혜는 세월의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가 말했듯, "젊은이의 눈을 들여다보면 불꽃이 보이고, 나이든 이의 눈을 보면 빛이 보인다."


몸이 뻣뻣해지다 - 활력과 노화

노화란 신체의 여러 부분이 점차적으로 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물론 약해지는 것을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노화 과정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필요 또한 없다.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걷고, 쇼핑하고, 요리하고, 청소할 수 있다. 프로야구선수처럼 야구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야구를 하지 말란 법도 없다. 너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몸의 각 부분이 기생충이나 과일파리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간이라는 종은 시장에 넘쳐나는 각종 노화 방지 제제나 어떻게 하라는 식의 충고들로부터 거둬들일 수 있는 이득이 너무도 적다. 그런 제제나 충고라는 것들은 기껏해야 별 가망 없는 희망을 가져다주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시키는 대로 한 덕분에 몸에 해나 끼치는 것이 고작이다. 주름살을 펴는 것과 젊어지는 것은 다르다. 흔히 노화를 되돌린다고 하는 말은 단지 몸무게를 줄이고 몸의 형태를 유지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하는 것일 따름이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가능한 한 건강하게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노화는 필연적이다. 단, 몸이 굳는 것, 쇠약해지는 것, 성욕의 감퇴, 이 세 가지는 노화와 관련되었으나 노화가 원인이 아닌 신체적 현상으로, 운동과 건강한 식사라고 하는 오래된 주문을 도우미 삼아 이 고통의 트리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활력은 노령보다는 체형의 유지와 더 연관이 있다. 건강한 70세는 골골한 30세와 비교했을 때 생물학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물론 골골한 70세가 체형 면에서는 훨씬 불리하지만.


골골한 70대가 되는 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노화 전문가인 월터 보츠(Walter Bortz)는, 나이 먹는 일이란 운동선수가 절정기를 지난 후 서서히 경기력을 잃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보츠는 운동선수의 경기력이, 가능한 한 컨디션을 잘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해마다 0.5%씩 감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잘만 관리하면 70살에도 젊은 시절의 활력 중 90%는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활력은 빈약한 식사와 무활동, 스트레스, 우울증에 의해 조금씩 새어나간다. 단 기억력과 학습능력의 감퇴는 또 다른 문제로서, 생물학적이라기보다 주변 인물과의 관계나 경제 여건, 지위 등 사회적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젊은 시절의 활력을 똑같이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적당한 운동과 식사를 통해 마흔 살의 나이에도 못 미치는 활력을 해당 나이에 걸맞은 활력으로 되돌릴 수는 있다.


몸이 뻣뻣해지는 현상은 어느 나이에나 올 수 있다(또 사라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쇠약함도 운동과 칼슘이 풍부한 식사로 물리칠 수 있으며, 이 역시 몇 살이고 가능한 일이다. 물 마시기, 걷기, 스트레칭 등 생활 속의 불로장생약들은 값도 저렴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것들은 우리 몸이 굳어 가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노화 방지 주사 때문에 뻣뻣해지는 증상까지도 막아주는 기막힌 처방이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원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원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