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의 비밀 2

   
KBS제작팀(엮음 : 이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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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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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8��



>■ 책 소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강다큐멘터리 KBS 〈생로병사의 비밀〉의 두 번째 이야기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들만을 엄선하여 담아냈다. 영상 매체의 속성상자막이나 그래프만으로는 다 전달되지 못했던 내용들과 숫자나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책으로 옮겨, TV에 소개되었던 생생한 의학정보를 꼼꼼히다시 읽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책으로 보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1권은 각 대형서점에서 건강부문 베스트셀러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이번 2권에서는 우울증, 공황장애, 웃음, 화 등 정신건강과 노랑, 보라, 빨강, 초록 색색의 과일에 담긴 신비, 우리 몸의 질병인 관절염,고혈압, 뇌졸중, 그리고 자연이 준 혜택인 물, 공기, 햇빛에 대해 알아본다.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인 건강정보가 가득하다.

&>■ 엮음 이강주 
1987년 KBS 14기PD로 입사한 뒤, 〈역사의 라이벌〉〈체험 삶의 현장〉〈생로병사의 비밀〉 등을 연출했다.


■ 차례
1부 마음의 병, 나를 바꾸자 - 기나긴 터널 끝에만나는 희망 
1장 신의 선물, 15초의 힘 - 웃음 
2장 생명의 시한폭탄 - 화 
3장 마음의 감기 -우울증 
4장 한 평에 갇힌 마음 - 공황장애 


2부 컬러과일 건강법 - 신이 차린 건강 식탁
5장 신들의 디저트 - 노랑 
6장 젊음의 파트너 - 보라 
7장 태양의 선물 - 빨강 
8장 달콤한보약 - 초록 
9장 비타민의 두 얼굴 


3부 모든 아담과 이브의 고통, 질병 - 쓰러지기 전에앉아라 
10장 고혈압에 관한 5가지 오해 
11장 소리없는 저격수 - 뇌졸중 
12장 국민병, 관절염을 잡아라


4부 자연이 준 보약 - 무한한 혜택을 마음껏누려라 
13장 건강의 묘약 - 물 
14장 나를 감싼 축복 - 공기 
15장 생명의 근원 -햇빛





생로병사의 비밀2


1부 마음의 병, 나를 바꾸자

생명의 시한폭탄 - 화

미국에 거주하다 딸을 만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던 박창순 씨. 전철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채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손을 써볼 사이도 없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유가족들의 요청에 의해 부검한 결과,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그러나 가족들은 박창순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진짜 사인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유가족들이 말하는 사인이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11월 미국의 한 방송국은 한인 식당가에서 비밀리에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는 잘못된 것으로, 그 식당에서 판매된 고기는 개고기가 아닌 염소고기였다. 당시 방송에서 개고기를 판매한다고 보도했던 한인식당 주인이 바로 박창순 씨였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박창순 씨가 사건 이후 자신이 당한 일로 무척 괴로워했다고 회고하면서 그녀의 죽음을 억울하다고 말한다.


낯선 사회에서 당한 억울함을 제대로 호소해 보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해온 박창순 씨. 심장이 약한 편이었던 박씨는 그 사건 이후로 심장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방송이 나간 지 1년여가 흐른 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름하여 화병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정말 박창순 씨의 심장이 멈추어버린 것은 그동안 억눌러온 화 때문이었을까?


가장 강렬하고 폭발적인 스트레스인 화는 심장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증상들을 일으킨다. 이처럼 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가리켜 분노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미국 정신학회가 정신질환을 분류한 책자를 보면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용어인 화병(火病)이 등장하는데 이 화병을 화를 눌러서 생기는 병이라 정의하고 불면증, 초조, 소화불량,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화병은 몸과 마음이 답답하고 몸에 열이 나는 병으로 정의된다. 화병은 심장, 즉 마음에서 비롯되며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해결되지 못하고 마음 속에 쌓여 있다가 결국 같은 성질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화병 환자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하거나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있고, 한숨이 자주 나오고,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입이 마르고 손발이 저리는 등 여러 증상을 호소한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 기가 잘 순행되지 못하고 뭉친 것이 오래되면 화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증상도 주로 머리와 목, 가슴에 나타나고 두통, 입마름, 두근거림, 치밀어 오르는 느낌 등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고려대 간호대 박영주 교수팀에 따르면 41~65세 여성 20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6%가 화병인 것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남성보다 높은 수치이다. 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화병이 더 많을까. 대체로 여성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상당히 많다.


민성길 교수는 "남성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직장동료와의 회식이나 술자리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설사 스트레스를 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집에 오면 쉴 수 있으므로 화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구나 남성들은 자신이 스트레스로 두통이나 신경질, 짜증이 나더라도 되도록 외부에 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행동은 사회의 패배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화병의 원인의 원인은 무엇일까? 경희대 한방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한(恨)은 약하고 선한 자가 강하고 악한 자에게서 느끼는 열등의식이나 갈등으로 볼 수 있는데, 가부장적 유교사회에서 억압적인 남편 때문에 여성들은 한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화병의 원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가부장 사회에서는 남녀 차별이나 시집살이가 원인이 되어 폭발했다면, 요즘에는 강남 집값 상승을 바라보며 갖는 상대적 허탈감, 잘못된 주식투자로 빈털터리가 된 데 대한 분노, 능력 계발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은 채 가사의 의무만 무겁게 짊어지게 된 데 대한 원망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화병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화도 잘 내야 한다(물론 화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사실 말처럼 쉽지가 않다). 화를 잘 내지 못하면 상대방이 잘못해서 화를 냈는데 그 방법이 현명하지 않아 도리어 무안을 당하거나, 더 억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로 인한 갈등은 상대방의 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정신과 고경봉 교수는 감정을 피할 수는 없더라도 조절하는 방법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좀더 건강하게 처리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병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감정을 건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런 습관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분노의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과 스스로 대화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2부 컬러과일 건강법

신들의 디저트 - 노랑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시(詩)에도 등장할 만큼 시실리의 레몬은 유명하다. 시실리인들은 레몬을 껍질째 먹는다. 껍질의 영양가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껍질 안쪽의 하얀 부분에 색틴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소화를 도와주고 암이 생기는 것도 막아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시실리 사람들에게 레몬은 필수이다. 외출을 할 때면 물 한잔에 레몬 하나를 즉석에서 짜 넣어 먹는 레몬수를 항상 지참한다. 이곳 사람들은 레몬이 소화도 돕고 목이 부어 올랐을 때도 좋다고 말한다. 또한 갈증을 해소해 준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실리 사람들의 식탁은 온통 레몬으로 가득하다. 고기를 굽기 전에 달군 석쇠를 레몬으로 닦아 살균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요리가 다 준비되는 동안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에페타이저 역시 레몬이다.


보통 사람들이 즐겨먹는 요리는 구운 고기와 올리브 기름을 얹은 감자, 그리고 피자 등 대부분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이다. 이렇게 고기와 기름진 음식들을 먹을 때 시실리 사람들은 레몬을 항상 같이 먹는다. 우리가 김치 없는 밥상을 상상하기 힘들 듯이 시실리 사람들에게 레몬은 식탁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양념이자 디저트인 셈이다.


특히 레몬은 고기에 뿌려먹으면 좋다. 고기를 연하게 해주고 소화도 잘 되게 돕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실리아 요리에 들어가는 레몬은 해산물 요리의 맛과 풍미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기름지거나 불에 굽는 음식들을 지중해식 건강식단으로 바꾸어 주는 구실을 한다.


레몬을 비롯한 노란색 과일에는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타카로틴은 암과 심장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A로 변함으로써 면역반응 및 식욕 등 생리적 과정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백내장,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는 1일 5~6mg의 베타카로틴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이는 보통 귤 3개 정도에 있는 양이다.


과일 껍질의 색깔을 내는 성분은 플라보노이드이다. 햇빛은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은 자외선을 쪼이면 활성산소가 발생해서 오히려 식물의 세포를 손상시킨다. 이런 활성산소의 생성을 차단하는 황산화물질이 노란색 과일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이다. 즉, 과일의 노란색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보호색인 것이다.


노란색 과일의 플라보노이드 중 나린진과 헤스페리딘 성분은 항암,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 성분들은 특히 귤 껍질에 많이 들어 있는데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제주도 속담에 "해녀 먹성은 황소 먹성"이라는 말이 있다. 바다 속에서 몇 시간씩 계속되는 물질은 황소처럼 먹어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라는 뜻이다. 힘든 물질을 끝내고 해녀들이 먹는 것은 바로 감귤이다. 감귤에 많이 든 헤스페리딘은 식물이 강렬한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폴라보노이드, 즉 노란색소 성분이다. 감귤이나 레몬을 살짝 겉껍질만 까서 버리고 하얀색의 속껍질은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좀 질기고 맛이 쓰긴 하지만 먹을 만하다. 속껍질에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열량이 없어서 살도 찌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


제작팀은 노란색 과일의 중요한 성분인 비타민C의 결핍이 우리 인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서울대 의대 의왕재 교수팀과 함께 실험에 착수했다.


먼저, 물에 빠뜨리는 등 실험용 쥐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가했다. 그리고 실험군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일반사료만을 먹이고, 다른 한 그룹은 레몬 추출액을 먹이고, 또 나머지 한 그룹은 비타민C를 먹였다. 각각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실험 5일 후, 비타민C와 레몬을 먹지 않은 그룹의 쥐에서 털이 심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5일 후, 비타민C와 레몬을 먹지 않은 쥐들은 다른 그룹의 쥐에 비해 활동성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고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끝내 죽고 말았다. 서로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역시 레몬과 비타민C를 먹은 쥐들에 비해 그렇지 않은 쥐들의 혈중 비타민C농도는 거의 0에 가까웠다. 비타민C가 소진된 쥐들은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스트레스에 대항해 싸우게 된다. 아드레날린은 부신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재료가 바로 비타민C이다. 만약 비타민C를 지속적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지 않고, 이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비타민C를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그리고 그 섭취는 천연 그대로의 자연식품을 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자연이 준 선물, 노란색 과일이 그중 하나인 것이다.



3부 모든 아담과 이브의 고통, 질병

소리없는 저격수 - 뇌졸중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5%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인체 혈액의 20%를 끊임없이 공급받을 만큼 인체의 기능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리고 뇌졸중은 이러한 뇌로 가는 여러 혈관중의 일부분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뇌의 어느 부분에서 뇌졸중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심각한 신체장애가 뒤따르게 된다.


뇌졸중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여러 혈관에서 생기는 질환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약해져 있는 혈관벽이 높은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서 생기는 뇌출혈이고, 다른 하나는 콜레스테롤 등으로 좁아진 혈관이 막혀 버리는 뇌경색이다. 일단 발병할 경우에는 언어장애나 사지마비 등의 2차 후유증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뇌졸중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 발병할 확률이 가장 높다.


특히 무서운 것은 뇌졸중 발병 범위가 클 경우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장기간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식을 되찾게 되더라도 평균적으로 30~40% 정도에서는 전신 또는 반신마비, 치매,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뒤따른다.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산소와 혈액이 공급되자 않으면, 뇌가 큰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뇌졸중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러한 뇌 손상이다. 손상된 뇌세포는 죽어버리고 그 뇌세포가 담당하는 신체부위도 마비된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요인으로서 경동맥 협착증이 있다. 이는 혈액과 함께 혈관을 따라 이동하는 콜레스테롤이 혈관 안쪽으로 쌓이면서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혈관벽은 두꺼워지고 혈관이 점점 좁아져 결국 동맥경화의 부위가 터지면 혈관은 완전히 막혀 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동맥경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혈압이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계속 압력을 받게 되고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내피세포가 손상된다. 이것은 곧 동맥경화의 시작을 뜻한다. 이렇게 혈압이 높거나 당뇨병이 있으면 혈관의 내피세포가 손상되어 동맥경화를 일으키게 된다. 또 흡연을 많이 하는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이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물질이 늘어나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의 혈류량이 감소한다. 이것은 또 뇌혈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자 이제 뇌졸중에 대해 바로 알자! 뇌졸중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감각장애, 반신마비, 실어증, 시각장애, 두통, 어지럼증, 의식혼탁의 초기 증상들이 먼저 나타난다. 일례로 2000년 4월 오부치 총리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가 당시 우스산 화산폭발에 대한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몇 초 동안 머뭇거리는 장면이 TV 화면에 생생하게 포착되었다.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 표정이 역력한데 혀가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불과 하루 뒤 오부치 총리는 혈관이 막힌 허혈성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한달 여만에 숨지고 말았다.


이러한 전조 증상을 일과성(一過性) 뇌허혈증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잠시 뇌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았다가 다시 풀린다는 뜻이다. 대개 작은 혈관 부스러기 때문에 뇌혈관이 막혔다가 다시 뚫리는 경우이다. 혈관 부스러기 즉, 혈전은 심장이나 목의 동맥에서 주로 떨어져 나온다. 오부치 총리의 경우 1987년 심장병 발작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력이 있어 심장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왔다고 추정된다.


증상은 다양하다. 만일 어느 날 갑자기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는데 손놀림이 둔해서 애를 먹었다든지, 자동차에 앉아 키를 꽂으려 하는데 수 초 내지 수 분 동안 헤맨 적이 있다면 일과성 뇌허혈증을 의심해야 한다. 일과성 뇌허혈증이 중요한 이유는 장래 큰 뇌혈관이 막히는 본격적인 뇌졸중 발작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전조증상이 나타날 때 컨디션이 나쁜 탓 정도로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만 병원을 찾아도 본격적인 뇌졸중 발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신경과 등 전문 진료과에서 뇌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도와 주는 약물요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혈압, 흡연, 심장 부정맥, 당뇨 등 뇌졸중 위험요인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일과성 뇌허혈증 단계에서 조기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은 특히 겨울 아침에 조심해야 한다. 겨울은 뇌졸중(腦卒中)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중(中)은 바람을 맞는다는 뜻이다. 가령, 추운 겨울날 아침,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는 거의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뇌졸중이다. 날씨가 추우면 체열 발산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고, 이른 아침이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가장 빠른 속도로 흥분된다. 여기에 용변까지 보는 중이었다면 갑자기 복압이 올라간다. 3가지 요인 모두로 인해 혈압이 오를 수 있다. 직경 0.2~0.4mm에 불과한 뇌동맥이 혈압을 이기지 못해 터지면서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이다.


혈관이 말랑말랑하게 신축성이 있으며 내벽에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쌓여 있지 않고 깨끗하다면 웬만한 혈압에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동맥경화로 혈관이 푸석푸석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50세 이후부터는 나이에 비례해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흡연도 중요한 요인이다.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시켜 동맥경화를 유발하여 1.5~3배 정도 뇌졸중 발생률을 높인다. 그러나 금연을 하면 5년 이내에 발생위험이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처럼 혈압, 연령, 흡연 등 뇌졸중 위험요인들을 이용하여 장래 뇌졸중 발생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고혈압이면서 흡연자일 경우에는, 혈압이 정상이면서 비흡연자인 경우보다 뇌졸중 발생률이 무려 20배나 높다.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담배만 끊어도 뇌졸중 가능성을 1/20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는 아직 불치의 영역이다. 뇌졸중을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바른 생활습관으로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 다음과 같이 7가지 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혈압을 관리하라.

둘째, 담배를 끊어라.

셋째, 술을 끊어라.

넷째. 과체중을 조심하라.

다섯째, 운동하라.

여섯째. 야채와 생선을 많이 섭취하라.

일곱째, 몸을 따뜻하게 하라.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열심히 웃으라는 것이다. 뇌졸중 예방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뇌졸중은 생활습관이 잘못되어 나타나는 병, 즉 생활습관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은 생활습관 하나라도 변화를 주는 것이 바로 뇌졸중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4부 자연이 준 보약

나를 감싼 축복 공기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마이클 콜린스가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을 때 하늘은 없고 검은 우주만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달에는 공기가 없기에 우리 지구처럼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습니다. 공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라고 했던 인터뷰를 기억하는가?


우리는 잠시도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지만, 이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물 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듯이, 우리는 이 공기의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면서 아무런 아쉬움을 모르고 살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공기가 아닌, 생명을 갉아먹고 시들게 하는 공기를 마시면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문명의 발달과 비례해서 오염되고 있는 공기는 더 이상 우리의 몸에 활기를 불어넣는 생명의 기운을 간직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 평균 사람이 마시는 공기의 양은 15kg. 하루 세 끼 식사량과 비교해 보아도 약 6배나 많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요소인 공기, 그 공기가 지금 각종 매연과 먼지 등으로 오염되고 있다. 그리고 이 오염된 공기를 통해 온갖 오염물질들은 폐 속으로 들어와 혈액으로 섞여 우리의 몸을 위협하고 있다.


오염된 공기는 폐암 발생률을 높인다. 50대 후반의 이진수 씨(가명)는 6년 전부터 몸에 이상을 느꼈다. 지하공간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이진수 씨는 한창 일할 때만 해도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다가 감기가 잘 낫지 않는 증상 때문에 5년 전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이진수 씨의 CT촬영 결과는 늑막을 비롯한 호흡기질환, 숨쉬는 계통이 모두가 하얗게 변해버린 석면폐증 이었다. 당시 이진수 씨를 진단했던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의 김형중 교수는 오염된 공기가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이진수 씨의 경우, 늑막의 일부는 석회화가 진행된 상태였고 오염된 공기 때문에 염증이 생겨 늑막의 일부분이 두꺼워진 것이다. 이 같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맑은 공기를 최대한 많이 마시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생물체는 공기를 통해 호흡한 산소를 이용해 영양소를 산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에 의해 생명활동을 영위한다. 또 산소가 부족하면 가스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호흡곤란과 쇼크가 일어난다. 산소는 체내에 정체된 유해가스, 즉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만들어 체외로 발산시키기 때문이다.


이온(Ion)은 중성인 원자가 전자를 얻거나 잃어서 된, 전기를 띤 입자를 말한다. 전자를 얻어서 음(-)전기를 띠면 음이온(anion), 전자를 잃어서 양(+)전기를 띠면 양이온(cation)이 되는 것이다. 공기이온은 기온이 높고 바람이 세며 기압이 낮을 때 많아지므로 여름철과 이른 아침에 많다. 또 보통 초원이나 수풀, 강, 호수, 폭포 등지에 많다. 맑고 깨끗한 공기 속에 들어 있는 가벼운 공기이온은 건강이 필수적이며 공기 청정도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쾌적함을 느끼는 산소의 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산소 농도가 22%일 때 사람들은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 그러나 15~19%정도로 떨어지면 집중력이 약해지고 두통과 구토를 일으킬 수 있으며 또 심장과 폐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병이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산소농도가 8%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7분 이상 노출이 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산소는 우리를 건강하게 살게 할 뿐 아니라 환자를 치료해주기도 한다. 당뇨병으로 발이 썩어가던 어나야 씨는 발을 절단해야 하는 위기에서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찾았고, 50회의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눈에 띄는 효과를 봤다. 어나야 씨의 발은 이제 궤양의 흔적만 남아 있을뿐 매우 깨끗한 상태이다.


산소가 암을 치료한다는 보고도 있다. 1931년 독일 생화학자이자 세계적인 암 연구학자인 바르부르크 박사는 "암세포의 발생은 산소 부족에 있다"고 단정했다. "인체의 세포는 공기중에 산소가 있어야 하는 유산소(aerobic)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서 무산소(anaerbic)생활로 바꾸는데, 이렇게 바뀐 세포의 핵심은 암세포의 핵과 일치한다"고 주장하여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 즉 산소 결핍이 신진대사 장애를 유발시킨다는 이론은 현대의학에서 이미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방암 수술 후 암세포가 등과 폐까지 전이되어 폐의 40%가 손상되었던 모트 씨는 암으로 인한 절망을 산소를 통해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독일 헤르촉 치료센터의 알렉산더 헤르촉 박사는 암세포가 많이 퍼진 단계에 있는 암환자 가운데는 기존의 치료방법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약물 또는 방사선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산소치료를 병행하면서부터는 부작용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치료과정에서 고통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암세포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면 전이와 재발빈도가 낮아집니다. 이것은 암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측면입니다." - 헤르촉 박사


독일에서는 암환자뿐만 아니라 심장병을 비롯한 많은 환자들에게 산소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또 산소치료와 함께 숲을 산책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주기적으로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을 하나의 치료수단으로 적극 권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등산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병원이 있다. 대전대학교 한방병원에서는 의료진과 함께 암환자들이 5년 넘게 등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승희 교수는 암환자들의 백혈구, 적혈구, 스트레스 지수 등을 관찰한 결과 등산 전후의 수치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면역기능이 상승된다는 것이 이들 암환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유교수는 "양질의 산소를 공급하면, 암세포 주변의 환경을 변화시켜 암의 발생률을 낮추고 전이와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등산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한다.


최근 삼림욕(山林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때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이다. 이 단어는 식물을 의미하는 phyton과 죽인다는 의미인 cide의 합성어이다. 피톤치드는 나무 등 식물이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로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으며, 사람의 혈압을 낮출뿐만 아니라 통증 완화 효과, 항균작용, 스트레스를 낮추는 등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책을 통해 피톤치드를 흡수할 것과 함께 환자들에게 음이온을 쐬라고 권장하고 있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기 위해서이다. 음이온은 공기와 자연 속에 떠다니는 음(-) 전기를 띤 물질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음이온의 양은 약 700개 정도인데 바람이 불거나 물방울이 떨어질 때 특히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도심에서는 약 100개 정도인 음이온은 숲과 폭포 주위에서는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실험되었다.


그렇다면 자연과 항상 함께 할 수 없는 도시, 특히 실내 공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환기를 하루 2번 이상 해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잠을 자면, 산소운반을 담당하는 적혈구가 서로 얽혀 움직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활성산소 수치와 스트레스 지수 등을 높일 수도 있다.


실내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해 요즘 유행인 식물도 있다. 하지만 공기를 정화하는 식물도 효과가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발표에 따르면 산세베리아와 아레카야자 등 공기정화식물은 광합성작용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중 오염물질도 빨아들여 분해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할 때 잎 뒷면의 기공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물과 산소를 배출한다. 이때 식물은 공기중의 오염물질도 흡수하는데 이 물질들이 식물의 뿌리로 내려가면 미생물이 분해시켜 제거한다. 실제로 식물의 미세먼지 제거 효과는 적지 않았다. 실내공간의 20%정도를 식물로 채웠을 때 10%만 둔 것에 비해 먼지 제거율이 3배나 높게 나왔다. 또한 새집 증후군을 일으킨다는 포름 알데히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챔버 안에 싱고니움을 넣고 30분마다 포름알데히드를 측정한 결과 싱고니움을 넣지 않은 챔버보다 70%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건둗대 생명환경과학대학의 손기철 교수는 "식물로 실내 공기를 개선하고, 또 완벽하진 않지만 상당히 정화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손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오존, VOC, 포름알데히드, 미세 부유분진들도 식물의 흡착 또는 흡수를 통해서 제거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맑은 공기는 생명의 근원이자 어떤 약 못지 않은 훌륭한 보약과도 같다. 오늘부터라도 집안에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이 없도록 환기에 더욱 신경을 쓰고 가능하면 자주 맑은 공기를 마시도록 노력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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