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건강잡지나 각종 의료단체에서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비타민에는 우리 몸에 좋은 것 뿐아니라 유해물질도 들어있다. 점막을 자극하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이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는 일찍이 이뤄진 바 있지만, 이미 비타민이라는 상품을팔아치워야만 하는 제약회사에게는 걸림돌일 뿐이었다고.
저자는 "자연 그대로를 먹는다면 일상 속에서 충분히 섭취가능한 비타민을, 우리는 어째서지갑을 열어 사들이고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단순한 폐단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호박이나 토마토 등의 비타민을 식품 속에서 섭취할 수있는 방법을 권장하고 이를 위해 권말에 각종 채소나 과일을 활용한 조리법을 수록했다.
■ 저자
예르크치틀라우
사회학 박사이자 스포츠의학 박사. 현재 식품영양학과 보조건강의학을 연구하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있다.
한스 울리히 그림
1955년 생. 1989년부터1996년까지 「슈피겔」지 편집을 맡았으며,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 차례
Chapter 1 조심조심, 비타민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Chapter 2 영원한 조연, 비타민 - 비타민은 왜 중요한가
Chapter 3 너무 많은 비타민 - 없는것이 없다
Chapter 4 비타민, 어떻게 만들어질까? - 현대의 비타민 제조법
Chapter 5 합성 비타민, 어떻게 팔리고있는가? - 제약사들의 판매전술
Chapter 6 더 많이 요구되는 비타민 - 더 많은 비타민이 필요한 사람
Chapter 7어린이용 비타민 -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필요한가?
Chapter 8 비타민, 부작용은 없을까? - 신경마비에서 기형아출산까지
Chapter 9 약이 되는 비타민 - 건선에서 우울증까지
Chapter 10 비타민, 요리하기에 달렸다 - 풍부한 비타민섭취 비법
Chapter 11 비타민 백과사전 - 비타민의 모든 것
비타민 쇼크
Chapter 1 조심조심, 비타민 -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식품에 첨가되는 비타민의 양이 늘고 있다. 더불어 비타민 과다 복용으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비타민이 다량 첨가되는 식품들은 주로 건강기능식품이거나 복합 비타민제이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동맥경화를 앓아온 62세의 노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사건이 있었다. 하루에 비타민 C 2g과 혈전용해제를 동시에 복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고함량 비타민제가 혈전용해제의 효과를 떨어뜨렸던 것이다. 비타민 과다 복용은 뇌 손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증가하고 있는 ‘감각신경병증’ 환자의 대부분이 다량이 피리독신(비타민 B6)을 복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비타민 과다 복용에 대해 독일 식품의약청은 베타카로틴이 첨가된 주스나 영양제의 구매를 절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제품들에 과다 함유된 비타민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부도 비타민 B6을 10g 이상 섭취하지 말도록 공고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비타민의 결핍보다는 과잉을 염려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실험실에서 값싸게 제조된 비타민제는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둔갑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비타민제보다 오히려 식품에 더 많은 비타민이 첨가되어 있으므로 보통 사람들이 비타민 결핍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Chapter 2 영원한 조연, 비타민 - 비타민은 왜 중요한가
비타민, 활성산소 사냥꾼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중심에는 양자와 중성자가 있고, 2개의 전자가 짝을 이뤄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전자 하나가 부족해 불안정한 성질을 갖고 있는 원자가 바로 활성산소이다. 불안정한 활성산소는 짝을 찾아 쌍을 이룰 때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때로는 신체 내부의 상호 유기적 결합을 파괴하면서까지 다른 원자로부터 전자 하나를 훔쳐오기도 한다. 전자 하나를 빼앗긴 분자는 활성산소가 되어 또 다른 전자를 공격한다. 이런 연쇄 작용 속에서 유기체 내의 물질들은 산화되고 결국 연속적으로 파괴되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동맥경화, 심근경색, 류머티즘, 치매 그리고 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노화에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모든 유기체가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활성산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항산화제이며, 가장 중요한 항산화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비타민, 그 중에서도 카로티노이드와 비타민 E, 비타민 C이다. 활성산소를 쫓아다니며 전자 하나를 건네주고 싶어하는 물질이 항산화제인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 힘이 없는 비타민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을 먹더라도 비타민이 반드시 체내에서 활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비타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물질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 C와 E가 활성산소 포획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미네랄과 셀레늄, 아연의 도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신체가 열심히 운동을 해주어야 한다. 비타민 활동에는 식물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도 필요하다. 비타민은 반드시 다른 영양소들과 결합했을 때 힘을 발휘한다. 이는 비타민제만 먹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연식품에는 비타민 말고도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지만, 합성 비타민에는 비타민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타민 B의 경우 인체는 다른 영양소들로부터 유리된 채 단독으로 체내에 들어온 경우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제거하려 든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야채와 함께 다른 음식도 곁들여 먹는 우리의 식단을 통해 비타민 B군을 섭취할 때에는 이런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연식품에는 비타민 B군 외에도 여러 영양소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Chapter 3 너무 많은 비타민 - 없는 것이 없다
비타민, 얼마나 먹어야 할까?
가능한 농약을 적게 사용한 야채와 과일, 다양해진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이나 비타민제, 비타민이 첨가된 주스 등 슈퍼마켓에 비타민이 범람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건 식품 제조업자들이 비타민을 식품에 추가로 첨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채와 채소에 들어 있는 비타민이 공정 과정에서 쉽게 파괴된다거나 몇몇 비타민이 현대인에게 결핍되기 쉽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비타민을 정신없이 식품에 쏟아넣는 것이 건강에 좋기만 한 것일까?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비타민을 섭취해야 적당한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우리 육체뿐이다. 인체 스스로 체내에 필요한 비타민의 양을 책정하는 것이다. 만약 인체가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해당 음식의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어떤 음식물을 섭취하면 인체는 그 음식물에 함유된 영양소를 기억해둔다. 그리고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그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식품에 대한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비타민 필요량이 책정되고 섭취된다면, 과다 복용의 위험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식품에는 모든 영양소가 지나치지 않게 골고루 들어 있으며, 과잉 섭취 이전에 인체가 알아서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에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는 우리들 육체만이 알고 있다. 물론 비타민 제조업자들은 이 이론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Chapter 4 비타민, 어떻게 만들어질까? - 현대의 비타민 제조법
유전자 조작으로 비타민 함량을 높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15만~20만톤의 비타민이 생산되고 있다. 가능한 싸게 비타민을 생산하기 위해 박테리아균, 곰팡이, 개구리, 그밖의 썩은 동물 시체가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종류의 비타민이 유전공학의 기술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비타민이 여전히 인간의 건강에 좋은 것일까? 한 생물학자는 이렇게 경고한다. “식물의 비타민 함량을 몇 배로 증가시킬 경우, 식물에 들어 있는 전체 물질의 비율이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떨쳐버릴 수 없는 의혹은 ‘정말 9배로 증가된 아기장대(유전자형질이 쉽게 변환되어 유전공학 연구에 많이 쓰이는 식물)의 비타민이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구조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비타민이면서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에 의해 적극 권장되고 있는 엽산은 조산이나 태아의 기형을 막아주고, 심근경색을 예방하며, 사료의 재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엽산은 식용 개구리의 피부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다. 또한 최근에는 몇몇 박테리아균의 유전자를 조작해 베타카로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소화기관을 자극하거나 설사 또는 방광염을 유발하는 대장균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작해 항산화 능력이 배가된 카로티노이드가 생성되도록 만든 것이다. 항산화제는 활성산소를 퇴치함으로써 심근경색과 암을 예방해주는 물질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인체에는 새로운 물질이 섭취되는 것을 의미한다.
Chapter 5 합성 비타민, 어떻게 팔리고 있는가? - 제약사들의 판매전술
제약사들의 카르텔은 1990년, 전 세계 비타민 산업을 주도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되었다. 이 모임에서는 비타민 생산량과 가격, 그밖의 예비작업 분할 등이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정확하게 협정되었다. 이 모든 일은 철저히 비밀리에 행해졌는데 전문가들은 비타민 음모가 진행된 지난 10년 동안 참여 회사의 금고로 쓸려 들어간 돈을 수십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거둬들인 수익을 제외하고 로슈, BASF, 롱프랑 세 회사가 착복한 돈만 5억 달러에서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 카르텔은 발각되어 각 회사들은 수억 달러의 벌금을 납부해야만 했다.
명망 있는 미국 학자 두 명이 비타민 제조업체의 판매전략을 꿰뚫어보았다. 『비타민 밀매업자』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이 두 사람은 비타민 카르텔을 결성한 업체들이 벌인 7가지 판매전술을 조사해보았다.
판매전술 제1조 : 공포를 조성한다
“음식만으로는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스턴트식품을 삼가고 매일 잡곡이 든 빵과 유제품, 채소와 과일을 먹는 사람은 문제 없이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다.
판매전술 제2조 :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비타민 C 결핍이 혈관폐쇄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발전하는지를 적나라한 그래프와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질병이 비타민 결핍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식욕감퇴, 집중력 약화, 신경과민, 피로 같은 정신신체의학적인 질병에는 심리적인 요인에다 감염과 호르몬 장애도 원인이 된다.
판매전술 제3조 : 구조대가 바로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한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먹기만 하면 비타민 결핍의 염려가 없다고 설명하여 고객을 안심시킨다. 그런 다음 고객이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먹고 자신은 비타민 결핍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해야 한다. 하지만 제약사의 주장과는 달리 건강식품을 먹는 소비자야말로 걱정을 해야 한다, 세상의 어떤 실험실도 자연식품에 들어 있는 영양소 간의 복합적인 결합작용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매전술 제4조 :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파는 사람들은 첨가된 비타민이 천연 물질로 만들어졌다고 장담한다. 비타민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자연’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광범위하게 악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탕수수에서 생기는 박테리아균의 유전자 변이체로 비타민을 생산해도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한다.
판매전술 제5조 : 장수를 예언해준다
비타민도 다른 모든 노화방지 제품처럼 강력한 항산화제로 선전되고 있다. 그러나 비타민이 정말 노화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무기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100세의 장수를 누리는 사람들은 비타민제가 난무하는 유럽과 미국이 아니라 비타민 대신 커피와 적포도주가 성행하는 곳,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섬인 것이다.
판매전술 제6조 : 전문가를 동원한다
고함량 비타민을 신봉하는 효소분자학의 아버지 라이너스 폴링은 자신의 저서 『기분 좋게 오래 사는 법』에서 고함량의 메가비타민이 건강상태를 양호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심장병, 암 등의 치료에 효과를 발휘하며” 심지어 노화의 과정을 늦춰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이 노벨상 수상자는 1973년 라이너스 폴링 의학연구소를 건립했는데, 이 연구소의 최고 공동경영자이자 가장 큰 물주는 바로 로슈였다.
판매전술 제7조 : 학술적인 자료를 제공한다(비록 자료가 없을지라도)
현란한 전문용어와 최첨단 연구방법을 늘어놓는 것은 의료사기꾼의 전형적인 술수이기 쉽다. 그리고 숫자를 정신없이 늘어놓는 의사들은 나열된 논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많은 다른 논문이나 논문의 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Chapter 6 더 많이 요구되는 비타민 - 더 많은 비타민이 필요한 사람
도심의 식품결핍지역
건강은 비타민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생활방식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신선한 공기를 쐬고, 가급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금연하는 것이 바로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이다. 사실 요즘에는 인적이 드문 대도시의 외곽지역에는 주유소 아니면 인스턴트식품과 통조림만 겨우 파는 구멍가게들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슈퍼마켓이 너무 멀리 있어서 장을 보러 가기도 힘들다.
이 같은 현상은 의식주가 넘쳐나는 고도의 문명사회에 비타민 결핍 지역이 생겨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연식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지역을 소위 ‘식품결핍지역’이라고 부른다. 특히 리버풀의 서부지역 에버튼은 낡은 공장, 고층빌딩, 아파트단지 그리고 조립식 건물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길거리는 실업자와 가난에 찌든 사람들로 넘쳐났다. 일반 상점에서 파는 것은 통조림뿐이고, 식품을 제대로 갖춰놓은 슈퍼마켓까지 가려면 비싼 택시를 타거나 닭장 같은 버스를 2번이나 갈아 타야 했다. 주민들은 주식으로 맛도 없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냉동식품이나 통조림, 인스턴트 식품을 먹고 있다. 이런 식생활 때문에 에버튼 주민의 40%가 만성병을 앓고 있었다. 물론 병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에버튼은 오랜 가난과 패배의식이 짙게 배인 곳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이런 곳에 살면 병이 들게 마련이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아이까지 희생양이 되는 이유는 석탄 난로에서 나오는 먼지와 재들이 아이들의 호흡기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정말 건강에 좋은 식품이 공급되어야 할 곳은 에버튼 같은 데가 아닐까?
에버튼 주민 이외에도 영양 결핍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 먹을 것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성인 중에는 지나치게 소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노인 중에는 편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영양 결핍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양 결핍이란 무언가를 판매하려는 사람에 의해서만 주장되고 있으니 말이다.
Chapter 7 어린이용 비타민 -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필요한가?
우리 아이에게 무얼 먹일까?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들의 50%가 비타민제나 건강기능식품을 이용하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아동식품연구소는 이미 1994년에 288개의 비타민 첨가 식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중 반은 음료수이고 나머지는 시리얼과 요구르트 그리고 초콜릿, 과자, 껌 같은 단 음식들이었다. 이렇게 식품에 첨가된 비타민은 자연식품에 담긴 비타민을 대신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잉 섭취의 위험이 있다.
한 소아과 의사는 어린이용 비타민제를 비판적으로 본다. 베른트는 소아과 의사로 오랫동안 일해왔지만 비타민이 결핍된 환자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비타민 결핍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달걀과 유제품까지 거부하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입니다. 아이들이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처럼만 먹지 않는다면 비타민 결핍이 될 염려는 없는 거죠.”
식단을 병에 든 오이피클이나 봉지 수프 같은 인스턴트식품으로 꾸린다면, 아이들은 비타민이 부족할 수 있다. 아무리 어린이용 영양간식으로 제조되었더라도 가공식품은 가공식품이다. 단지 실험실에서 제조된 비타민이 첨가되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주로 가공식품을 먹는다면, 그때는 정말 비타민 결핍이 올 수 있다. 우리의 자녀들은 빠르면 유아기부터 가공식품인 이유식을 먹으며 자란다.
엄격한 관리 하에 생산되는 유아용 가공식품은 무엇보다도 유해물질과 농약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이유식에 유해물질만 없는 것은 아니다. 비타민도 함께 결여되어 있다. 유아들은 오렌지, 사과, 브로콜리 같은 자연식품만으로 충분히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연식품에는 비타민이 첨가된 가공식품에는 결여된, 인체에 중요한 다른 영양소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제조된 고함량 비타민 제품은 우리 몸을 해치고 있다. 스위스학술협의회의 한 논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 있다. “합성 비타민이 병을 막아준다는 이론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증명된 적이 없으며, 비타민의 효력이 미화된 것으로 보인다. 비타민 과잉 섭취로 인하여 오히려 다른 영양소의 결핍이 나타날 수 있다.’”
Chapter 8 비타민, 부작용은 없을까? - 신경마비에서 기형아 출산까지
현명한 우리 몸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지 않은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존재하는 활성산소를 잡아먹음으로써 인체를 암과 노화로부터 해방시켜준다. 이 같은 효과 때문에 베타카로틴은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비타민 첨가 주스, 요구르트와 같은 식품에도 첨가되고 있다. 특히 베타카로틴 제품은 활성산소로부터 가장 침해를 많이 받는 흡연자를 최고의 판매 대상으로 잡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춰 흡연자는 폐의 베타카로틴 수치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매일 베타카로틴 20mg을 복용한 3000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흡연자들의 폐암 발생률이 18%, 사망률이 8%씩 증가했다. 그리고 1만 8314명의 석면공과 흡연자에게 매일 베타카로틴 30mg과 비타민 A 25000IU를 제공한 결과 폐암 발생률과 폐암에 의한 사망률이 각각 28%, 46% 상승했다.
활성산소 포획자로서 암을 예방시켜 준다던 베타카로틴 섭취가 정반대의 효과를 일으킨 것은 영양제와 비타민 첨가 주스, 건강 기능식품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이 천연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의 전체의학 상담센터에 근무하는 영양학자 빅 쉐인은 말한다. “영양제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천연 베타카로틴의 상호 결합 과정’을 전혀 모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베타카로틴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이 인체에 해를 미치는 것이다.
흡연자 폐의 낮은 베타카로틴 수치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베타카로틴을 처방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인체가 의도적으로 폐의 베타카로틴 수치를 낮추었기 때문이다. 인체는 흡연으로 생성되는 활성산소 공격을 막아내기에도 바빠서 활성산소로 돌변하는 베타카로틴과 싸울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모적인 전쟁이 예상될 경우 그 원인 제공자를 찾아내 사전에 제거한다. 다량의 베타카로틴이 다른 비타민과 유리된 채 단독으로 체내에 유입되면 활성산소로 변한다. 활성산소에게 전자 하나를 건네준 베타카로틴들이 자신에게 전자 하나를 돌려줘야 할 다른 항산화제 비타민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며 과학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기관의 혈당 수치가 아니라 전체 몸의 균형 잡힌 상호 작용이다. 그래서 인체는 베타카로틴이 위협적인 요소로 돌변할 것 같으면 혈액 밖으로 베타카로틴을 내보낸다. 이 같은 우리 몸의 현명함은 다른 영양소에게도 수천 년 동안 잘 통용되어 왔다.
Chapter 9 약이 되는 비타민 - 건선에서 우울증까지
의약품으로서의 비타민
비타민의 효력은 건선 또는 근육경련처럼 가벼운 감염이나 물질대사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에 효과가 있다. 또한 비타민은 치료제의 효과를 강화시켜 복용량을 줄이게 만들거나 치료약의 부작용을 상쇄시켜 준다. 하지만 치료제로 사용되는 의약품과 비타민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또한 비타민이 아무리 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다 하더라도 인체에 해를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비타민이 어떤 증세에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통증 : 수많은 전문서적들이 비타민 B군이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편두통 환자의 경우 400mg의 리보플라빈 제품을 복용하면 통증이 현저히 완화된다고 한다.
우울증 : 피리독신은 우울증 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항우울제의 부작용을 완화시킨다. 하루 100~200mg의 피리독신은 항우울제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며 피임약 복용으로 우울증에 걸린 경우 100~150mg의 피리독신이 안전하다.
근육 경련 : 근육 경련에 효과적인 영양소는 비타민 B군이다. 타이완의 타이베이의과대학은 저녁 때 주로 다리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환자들에게 비타민 B 복합체를 투여했고, 86%가 뚜렷이 호전된 상태를 보였다.
팔목터널증후군 : 엄지와 인지, 중지에 힘이 빠지면서 마비가 오고 손 전체가 근질근질해지는 이 병은 손목 윗부분의 뼈와 인대 사이의 작은 통로가 좁아질 때 생긴다. 현대인의 특징 3가지, 즉 체중과다, 물질대사 장애, 키보드나 마우스의 장시간 사용이 팔목 터널을 좁히는 원인이다. 다행히 많은 환자들이 피리독신 제품의 복용으로 증상이 호전되었다. 의사와 상의 없이 피리독신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수가 늘고 있는데, 하루 100mg의 복용량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Chapter 10 비타민, 요리하기에 달렸다 - 풍부한 비타민 섭취 비법
생식의 허와 실
생식은 영양소가 야채의 긴 섬유질에 걸려서 체내에 천천히 흡수되므로 과자나 초콜릿처럼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체내 포도당 수치는 안정된 상태를 보이며,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생식주의자들이 염려해야 할 점은 음식을 생으로만 먹을 경우 비타민 흡수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염증과 암을 막아주며,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카로티노이드이다. 그리고 비타민 A는 점막과 면역체계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이기도 하다.
생식주의자들은 고기와 유제품도 먹지 않기 때문에 비타민 D의 섭취도 부족한 편이다. 비타민 D가 부족할 경우 칼슘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으므로 이는 특히 여성들에게 골다공증 같은 질환을 유발한다. 이밖에 생식주의자들에게는 비타민 B2, B12, 니아신, 아연의 결핍이 나타나 물질 대사 장애와 면역력 약화 그리고 피부와 머리카락 상태가 악화되었다. 결국 결론은 비타민을 올바로 섭취하려면 비타민을 최대로 파괴하지 않고 요리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비타민 섭취를 위한 요리법
찌기 : 수증기를 이용하는 조리법은 비타민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방법 중 하나이다. 냄비에 1~2컵 정도의 물을 붓고 허브나 약초를 넣어도 좋다. 도중에 뚜껑을 열면 수증기가 날아가기 때문에 조리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비타민의 손실도 커진다. 찌기 적당한 채소에는 양배추나 옥수수가 있다.
데치기 : 이 방법에서 중요한 건 커다란 냄비에 물을 듬뿍 붓는 것이다. 물의 양이 많으면 야채를 넣었을 때 수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끓는 물의 온도가 유지되면 야채를 오래 삶을 필요 없이 정말로 살짝 담갔다 꺼낼 수 있다. 살짝 데치기에는 브로콜리, 콩, 시금치 등이 안성맞춤이다.
볶기 : 비타민 B군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방법이면서 비타민 B군을 함유한 음식의 맛을 더욱 좋게 해주기도 한다. 야채를 넣고 볶기 전에 양파를 조금 넣고 살짝 볶아주면 단 맛이 야채에 배어나 더욱 맛있다.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물을 살짝 부어 찜의 효과를 낸다. 약한 불이 좋은데, 볶기 알맞은 야채는 토마토와 버섯, 호박이나 파프리카처럼 물기가 많은 것들이다.
튀기기 : 수용성 비타민이 들어 있는 음식을 요리하기에 적당하다. 적당한 크기로 자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야채가 튀기기 좋다. 단 양배추나 콩처럼 장시간 요리해야 익는 것들은 데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