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놀라운 화학

   
표트르 발치트, 마리아 샤라포바 (지은이), 리사 카진스카야 (그림), 이경아 (옮긴이), 이황기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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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숲
   
18800
2025�� 06��



■ 책 소개


주기율표를 따라 떠나는 난생처음 화학 여행

이 책은 물 한 잔, 비누 한 조각, 향수 한 방울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 사물들이 사실은 화학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죠.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주기율표를 따라 떠나는 여행’이라는 이야기 방식입니다. 세계지도를 탐험하듯 주기율표 위를 따라가다 보면, 산소와 수소, 탄소와 질소, 황과 은, 금 같은 원소들이 캐릭터처럼 등장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또한 마리 퀴리, 멘델레예프, 러더퍼드, 프리스틀리, 외르스테드 같은 전설적인 과학자들의 삶과 실험, 실수와 발견들이 위트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펼쳐져, 독자의 시선을 단단히 사로잡습니다.

이 책에 복잡한 공식이나 계산은 없습니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질문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놀랍도록 간단하고, 때로는 아주 유쾌하죠. 책 곳곳엔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실험들이 소개되며, 특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실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점도 이 책의 강점입니다. 은현잉크로 비밀 편지를 쓰고, 붉은 양배추 시약으로 산성과 염기를 구분하며, 슬라임을 만들고 불꽃 실험을 하는 장면들은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과학의 설렘을 되살려 줍니다.

■ 저자 
표트르 발치트
작가, 번역가, 교사. 1975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모스크바 국립 교육대학 생물학 및 화학부를 졸업했다. 출판사 편집자로도 일했으며, 수년 동안 젊은 자연주의자 모임에서 강의를 맡았다. 주요 저서로는 『금속: 물리학, 화학, 역사』, 『지질학: 광물, 대륙, 노오스피어』 등이 있다.

마리아 샤라포바
화학자, 작가, 교사. 1976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화학 및 법학부를 졸업했고, 잡지 《화학과 삶(Chemistry and Life)》에서 운영하는 과학 저널리즘 학교를 졸업했다. 라듐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법의학 전문가로 일하며 화학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검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 역자 이경아
숙명여자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한국판으로 옮겼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기막힌 SNS 수학』, 『세상 곳곳 수학 쏙쏙』, 『10대가 가짜 과학에 빠지지 않는 20가지 방법』, 『해양 대백과사전』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시작하며

수소(H)- 헬륨(He)- 리튬(Li)- 베릴륨(Be)- 붕소(B)- 탄소(C)- 유기 화학- 중합체- 소수성과 친수성- 색채 화학- 요리 속의 화학- 의약품과 향수- 질소(N)- 산소(O)- 불소(F)- 귀족 기체: 네온(Ne), 아르콘(Ar), 크립톤(Kr), 크세논(Xe), 라돈(Rn)- 나트륨(Na)- 마그네슘(Mg)- 알루미늄(Al)- 규소(Si)- 인(P)- 황(S)- 염소(Cl)- 칼륨(K)- 칼슘(Ca)- 스칸듐(Sc), 타이타늄(Ti), 바나듐(V)- 크롬(Cr), 망가니즈(Mn)- 철(Fe)- 코발트(Co), 니켈(Ni)- 구리(Cu)- 아연(Zn)- 갈륨(Ga)- 게르마늄(Ge)- 비소(As)- 셀레늄(Se)- 브로민(Br)- 루비듐(Rb), 세슘(Cs), 프랑슘(Fr)- 스트론튬(Sr), 바륨(Ba)- 이트륨(Y), 지르코늄(Zr), 나이오븀(Nb), 몰리브데넘(Mo)- 테크네튬(Tc)- 루테늄(Ru), 로듐(Rh), 팔라듐(Pd)- 은(Ag)- 카드뮴(Cd), 인듐(In)- 주석(Sn)- 안티모니(Sb), 텔루륨(Te)- 아이오딘(I)- 란타넘족- 하프늄(Hf), 탄탈럼(Ta), 텅스텐(W)- 레늄(Re), 오스뮴(Os), 이리듐(Ir)- 백금(Pt)- 금(Au)- 수은(Hg), 탈륨(Tl)- 납(Pb)- 비스무트(Bi), 폴로늄(Po), 아스타틴(At), 라듐(Ra)- 악티늄족- 우라늄(U)

마치며

 




세상을 움직이는 놀라운 화학

헬륨(He)
태양의 자손

놀랍게도, 태양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원소는 헬륨이며, 지구에서는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었습니다. 헬륨은 태양 광선의 스펙트럼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요. 과학자들은 헬륨 원소가 정확한 색을 띠는 광선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빛을 프리즘으로 분해하면 각각의 원소에 의해 흡수된 독특한 줄무늬를 살펴볼 수 있어요. 이렇게 태양의 성분을 연구하던 천문학자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던 새로운 원소의 띠를 발견했습니다. 이 원소는 고대 그리스의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이름을 따서 헬륨으로 불리게 됐죠.


지구에 헬륨이 적은 까닭은

우주 공간에는 엄청난 양의 헬륨이 존재합니다. 헬륨은 대폭발 직후 불과 몇 분 만에 형성되었고 별에 존재하는 수소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죠. 태양이 빛나는 것도 바로 이런 화학 반응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헬륨의 양은 무척 적어요. 헬륨이 공기보다 7.5배나 가볍기 때문이죠. 대기 상층으로 올라간 헬륨은 우주 공간에서 서서히 사라져 버리고 말아요.


그런데 지구의 지각층에서는 새로운 헬륨 원자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붕괴하는 수많은 방사성 원소는 알파 입자를 방출합니다. 헬륨 핵에 불과한 그런 알파 입자가 주변의 원자로부터 전자를 얻기만 하면 하나의 헬륨 원자가 탄생하는 거죠! 헬륨은 바위에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비행선에 필요한 기체

헬륨은 수소보다 약간 무겁고 완전한 불연성을 띕니다. 이 때문에 오늘날 하늘을 나는 모든 기구는 헬륨 기체로 채워져 힌덴부르크호의 비극이 반복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풍선에도 헬륨이 채워지죠.



베릴륨(Be)
방황하는 원소

오늘날 사용되는 주기율표는 원자핵에 있는 양성자 수가 증가하는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만들 당시는 양성자에 관해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자량을 이용해 배열했죠. 문제는 화학자들이 베릴륨의 원자량을 잘못 측정했다는 점입니다. 베릴륨은 탄소와 질소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베릴륨의 성질은 멘델레예프가 발견한 법칙에는 절대 들어맞지 않았죠. 멘델레예프는 위험을 무릅쓰고 베릴륨의 원자량을 13에서 9로 수정했고, 그러자 모든 것이 제대로 들어맞았습니다.


금속에 필요한 비타민

베릴륨은 비타민처럼 금속의 성질을 개선해 주기 때문에 금속공학자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원소 입니다. 베릴륨을 소량만 추가해도 합금은 마모에 강해지고, 웬만한 충격에도 발화하지 않습니다. 이는 폭발물이 있고 화재 위험이 있는 환경에 적합하다는 의미죠. 베릴륨을 추가하면 ‘금속 피로’를 줄일 수 있습니다. 베릴륨 합금으로 만든 철사는 이리저리 수백 번을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고 끄떡없어요.


알루미늄이나 구리로 만든 철사와 한번 비교해 보세요! 베릴륨은 놀랄 만큼 가벼우면서도 단단해서 부식되지 않으며 용해되는 일도 좀처럼 없습니다.



붕소(B)
금속도 비금속도 아니다?

원소를 금속과 비금속으로 분류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하죠. 하지만 화학 교과서에 ‘반금속’ 또는 준‘금속’으로 적힌 붕소에 관한 설명은 다소 어색합니다. 반금속이란 무엇일까요? 바깥 껍질에 있는 전자를 쉽게 내주는 물질을 금속으로 기억하면 간단합니다. 반면에 비금속은 전자를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훨씬 강합니다. 붕소는 3개의 전자를 내주는 동시에 3개의 전자를 얻을 수 있죠(하지만 이런 전자의 이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이루어지며, 평상시에는 거의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반금속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예요!


아기에게 필요해요

붕산은 붕소를 중심원자로 하는 산소산으로, 과거 아기의 피부를 닦거나 귀의 염증 치료를 위해 붕산 용액을 떨어뜨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감염 예방은 물론, 곰팡이나 바퀴벌레 퇴치 등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죠. 하지만 많은 양의 붕소는 바퀴벌레는 물론 사람에게도 해를 끼칩니다.


모든 생명체는 날마다 몇 밀리그램(mg) 정도의 붕소를 필요로 합니다. 아기의 피부는 연약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붕산으로 문지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도 붕산은 약국에서 여전히 구할 수 있고 대단한 효력을 자랑합니다! 왜 그런지 살펴볼까요?


붕소 부족 현상

붕소는 식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미량 원소예요. 붕소가 없다면 싹은 시들어 없어지고 꽃과 열매 역시 떨어져 버리고 말 겁니다. 하지만 지나친 붕소 사용은 식물에 독이 되기도 하죠. 대개 토양에는 붕소가 충분치 않아요. 비트, 사과나무, 배나무에는 특히 붕소가 필요하답니다. 붕소가 부족하면 비트의 새싹은 죽거나 못 쓰게 되고, 뿌리 작물은 전반적으로 살 수 없을 거예요. 이를 방지하려면 초여름에 양동이에다 붕산 1티스푼을 물에 녹인 다음 식물에 뿌려 주는 게 좋아요.


강도가 다이아몬드와 맞먹는다?

다양한 물질의 강도를 높이고자 미량의 붕소를 넣는 경우가 아니면 순수하게 붕소만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하지만 붕소 화합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성질을 보여줍니다! 질소가 들어간 화합물(엘보나 보라존으로도 알려진 질화붕소)의 강도는 거의 다이아몬드 수준이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죠. 질화붕소는 탄소나 규소를 섞은 붕소 화합물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절삭기에 폭넓게 이용됩니다. 붕소와 탄소의 화합물인 탄화붕소 역시 강도가 높아 방탄조끼에 이용된답니다. 붕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수소 화붕소는 독성이 있는데도 로켓 연료로 이용된 적이 있어요.


요리 속의 화학
어디에든 존재하는 화학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화학 반응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주방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죠. 누군가의 말처럼 '어디든 화학 물질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커피콩을 볶고, 파이를 굽고, 고기로 스튜를 끓이고, 양배추를 발효시키고, 달걀 요리를 하는 모든 행위가 화학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여러분은 당장 주방으로 건너가 엄마나 할머니에게 당신들이 지금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는 중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프랑스 의사인 마이야르는 가열한 물질에 나타나는 변화를 연구해 오븐이나 프라이팬으로 빵과 고기 겉면을 먹음직스럽게 굽는 비밀을 알아냈답니다. 식품에 언제나 존재하는 단백질과 당분 속의 아미노산끼리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죠.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새로운 물질이 형성됩니다. 튀김 요리가 '불그스름한' 색을 띠게 만드는 황갈색의 멜라노이딘(melanoidins, 음식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온갖 종류의 방향족 화합물)이 여기에 해당하죠.


탄산을 이용한 캐러멜화

음식을 과도하게 가열하면 우리 몸에 안 좋아요. 프라이팬에 가스나 전기를 최대치로 올려서는 안된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요리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하죠. 그렇다면 온도를 높이지 않고도 마이야르 반응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알칼리성 환경에서 더 빠르게 일어나죠. 흔히 얻을 수 있는 베이킹 소다를 넣으면 알칼리성 환경으로 바꿀 수 있어요. 베이킹 소다는 알칼리성 반응을 약하게 일으키죠. 양파를 볶을 때 베이킹 소다를 한꼬집 뿌려보세요. 그러면 양파가 황금색을 띠면서 훨씬 빨리 좋은 향을 낼 겁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양파 요리 팁

양파를 다지면 눈물이 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알뿌리 세포에는 서로 결합하면 최루 가스를 형성하는 물질이 들어 있어요. 세포가 온전한 상태일 때 전구체 물질은 저마다 다른 '칸'에 저장되어 있죠. 하지만 양파를 자르면 전구체 물질끼리 만나 반응을 하게 됩니다. 최루 가스가 눈으로 들어오면 황산을 형성하죠. 맞아요. 아주 적은 양으로도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거예요.


어떻게 하면 이 현상을 줄일 수 있을까요? 첫째, 양파를 자르기 전 냉장고에 몇 분 동안 넣어두는 겁니다. 서늘한 곳에서는 모든 화학 반응의 속도가 느려지니까요. 둘째, 칼을 잘 갈아두세요. 무딘 칼은 양파를 자른다기보다는 세포를 으깨버려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죠. 셋째, 칼을 차가운 물에 자주 헹궈 전구체 물질을 씻어냅니다. 넷째, 잘게 다진 양파에 식물성 식용유를 뿌려주세요. 눈물이 나게 하는 물질은 친수성이어서 지방층은 통과하지 못할 테니까요.



갈륨(Ga)
프랑스는 갈륨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갈륨은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멘델레예프가 그 존재를 가장 먼저 예측했다가 그 이후에 자연에서 발견된 원소 가운데 하나예요. 1871년에 멘델레예프가 그 존재를 예측한 뒤로 1875년에 발견됐답니다! 정확히 멘델레예프가 권했던 방식, 즉 분광기로 말이죠.


갈륨을 발견한 이는 프랑스의 화학자 르코크 드 부아보드랑(Lecoq de Boisbaudran)이고, 그의 조국인 프랑스를 기리는 의미에서 갈륨(gallium)이란 이름이 붙었어요. 갈리아 지방은 고대 로마 시대에 골(Gaul)로 불렸답니다. 잘못 전해진 라틴어지만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을 용감한 갈리아인의 후손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수은의 대체품

갈륨은 안전한 금속 중에서는 가장 잘 용해되고, 용해되는 금속 중에서는 가장 안전합니다(수은, 세슘, 프랑슘 작업은 위험하지만, 이들 원소의 녹는점은 더 낮죠). 갈륨은 섭씨 30도에서도 녹아요. 말하자면, 손에 들고만 있어도 녹는다고 볼 수 있죠. 아니면 여러분 팔 밑에 놓아 보세요. 오늘날 의료용 체온계는 독성을 가진 수은 대신 갈륨을 바탕으로 한 합금을 이용합니다. 설령 체온계가 깨지더라도 큰일은 아니니까요!


테크네튬(Tc)
멘델레예프의 예측

알려진 것처럼,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1869년부터 1871년까지 주기율표를 작성하는 동안 빈칸을 남겨두었습니다. 그는 과학적으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원소들이 주기율표에 들어가야 한다고 예측했어요. 그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몇 년 뒤에 발견되었고, 멘델레예프가 예측했던 것과 거의 같은 성질을 보였습니다. 갈륨(1875년 발견), 스칸듐(1879년 발견), 저마늄(1886년 발견) 같은 원소들이죠. 이들 원소의 발견으로 멘델레예프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의 예측을 의심했던 사람들을 마침내 이해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의 예측이 옳았던 거죠!


하지만 43번째 빈칸에 들어갈 원소는 이를 얻으려는 과학자들의 손에 쥐어지지 않았습니다. 천연 광물 어디서도 비슷한 원소는 나오지 않았어요. 1937년, 인공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으로 유일하게 얻은 원소가 있었고, 이 때문에 테크네튬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그와 동시에 그것을 지구 지각에서 찾을 수 없었던 분명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방사성 원소인 테크네튬이 이미 오래전 자연 붕괴했기 때문이죠,


항암제로 쓰이는 테크네튬

테크네튬 화합물 중에는 인체의 특정 기관이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것도 있답니다. 그런 약을 환자에게 극소량만 투입해도 해당 기관을 엑스선 단층사진에 '밝게 드러내거나' 건강한 세포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죠.


방사능 강철

강철에 테크네튬을 추가하면 부식을 막을 수 있어요. 물론 방사성 강철로 수저나 젓가락을 만드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원자로에 쓴다면, 문제될 게 있을까요?


테크네튬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크네튬은 자연 발생합니다. 이후 그것은 멀리 떨어진 별들의 스펙트럼에서 발견되었고, 미세한 양으로는 우라늄 광석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루테늄(Ru), 로듐(Rh), 팔라듐(Pd)
비활성 3인방

이들 세 원소는 모두 백금족에 속한 비활성 금속입니다. 매우 높은 온도에서 녹고 화학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비활성'이라 할 수 있어요. 물과 반응하지 않고 강한 산이나 고온의 산에서만 녹죠. 루테늄은 산소 없이 진한 과염소산(HCIO4)에서 빛을 받을 때만 녹고, 로듐은 뜨겁고 진한 황산이나 끓는 왕수에서만 녹아요. 셋 중에 '약골'인 팔라듐만 상온에서 왕수와 반응합니다.


왕수는 진한 질산과 염산을 1:3의 비율로 섞은 혼합물이에요. 금속의 ‘왕’인 금까지 녹이는 ‘위풍당당함’이 엿보입니다.


러시아 금속

루테늄은 러시아에서만 발견되는 천연 원소예요. 러시아를 뜻하는 라틴어 루테니아(Ruthenia)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카잔대학교의 카를 에른스트 클라우스(Karl Ernst Claus) 교수에 의해 우랄 지역의 광석에서 발견되었어요.


이들 금속의 주요 업무는 촉매 역할입니다. 촉매란 소모되지 않은 채 화학 반응의 속도를 높여주는 물질이죠. 어떠한 화학적 생산도 촉매 없이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모든 자동차에는 로듐과 팔라듐, 이들 원소의 자매인 플래티넘이 들어 있는 촉매 변환 장치가 있어요.


물론 이처럼 희귀하고 값비싼 금속 덩어리를 자동차에 두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자기 조직에 아주 얇은 비활성 금속층을 뿌려두는 거예요. 그런 금속층은 아무리 얇더라도 부식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죠.



주석(Sn)
청동만세

주석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고, 고대 7대 금속 가운데 하나랍니다. 하지만 고대인들은 비슷한 겉모습과 물리적 성질 때문에 주석을 종종 납과 혼동했어요. 두 금속 모두 무르고 쉽게 녹는 특성이 있죠.


인류 문명 발전의 역사에서 주석이 차지하는 역할은 실로 거대합니다. 결국, 주석은 청동의 주요 성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청동은 하나의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 즉 '청동기 시대'를 탄생시켰어요. 고대 이집트, 수메르 문명, 호메로스 시대의 그리스, 고대 중국과 인도, 이들 문명의 전성기는 무엇보다도 청동 제련 기술의 발전 덕분이었습니다.


보편적 협력자

청동기 시대는 3천 년 전에 이미 끝났지만, 청동과 순수한 주석은 오늘 날에도 널리 쓰이고 있어요. 먼저, 주석은 독성이 없고 부식되지 않아 캔 내부를 코팅하고 이음매를 막는 데 이용됩니다. 용해된 주석에 유리를 굴리면 표면이 완벽하게 매끄러워집니다. 액체 표면보다 더 매끄러운 것이 과연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얻은 유리를 판유리(플로트 유리)라고 합니다.


주석의 중요한 가치는 합금에서 나타납니다. 납과 주석의 합금은 납땜용으로 이용되죠. 또 주석, 구리, 안티몬, 납 등의 합금으로 이를 만들어낸 이삭 배빗(Isaak Babbitt)의 이름을 따서 지은 배빗은 베어링에 이용됩니다. 그런 베어링에는 윤활유 붓는 것을 깜빡 잊더라도 녹는점이 낮은 주석이 강한 마찰력 때문에 액체가 될 것이고, 자연히 윤활유 역할을 할 거예요. 덕분에 베어링은 완전히 망가지지 않을 겁니다. 널리 알려진 청동은 주석과 구리의 합금입니다. 사실, 첫 번째 청동은 구리와 주석이 아닌, 구리와 비소의 합금이었어요. 하지만 비소 청동은 단점이 많았죠. 녹을 때 유독성 비소 증기가 흘러나와 대장간을 오염시켰고 비소를 잃은 청동 역시 더는 청동이 아니었어요. 결국, 주석 청동이 비소 청동을 대신해 오랫동안 중요한 금속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더 강하고, 단단하고, 잘 부식되지 않고, 순수한 구리보다 쉽게 녹으니까요.


두 얼굴을 가진 주석

주석은 백색 주석(일반적인 금속)과 회색 주석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회색 주석은 반도체 성질을 지닌 어두운 회색 분말처럼 보이죠. 온도가 13.2°C 아래로 떨어지면 백색 주석은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33°C의 추위에서는 주석의 변화 속도가 최고에 이르죠. 이 경우, 주석으로 만든 모든 제품은 우리 눈앞에서 가루가 되고 맙니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주석 페스트’라고 합니다. 금속의 이런 ‘병’은 고칠 수 없는 데다 전염성도 있어요! ‘병든’ 주석 막대로 ‘건강한’ 주석 막대를 건드리면 병이 옮습니다.


그런데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았다는 희소식이 있어요. 주석에 납, 안티몬, 비스무트를 추가하면 병이 옮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요. 이전에 모든 전자 기기들은 '주석-납 합금'으로 납땜되었는데, 이 합금은 '전염병'에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납이 독성이 있어 가능한 한 사용을 자제하려고 해요. 그렇다고 순수한 주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추운 환경에서는 주석이 가루로 변해 전자 제품이 몽땅 가루로 흩어져버렸다가, 따뜻해지면 금속 상태로 되돌아와 접촉하는 모든 것을 녹여버린다고 말이죠.


주석 페스트

주석 페스트는 로버트 스콧(R. Scott)이 이끈 남극 탐험대가 죽음을 맞이한 몇 가지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주석으로 납땜한 연료통이 추위에 부서지면서 등유가 새어 나왔고, 대원들은 몸을 녹일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겁니다.


주석 페스트는 1812년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도 등장합니다. 물론 양쪽 모두에서요! 프랑스군의 군복에 달린 단추는 주석이었고, 추위 속에서 여러분이 상상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 거예요. 러시아군의 찻주전자와 가마솥 역시 주석으로 얇게 덮여 있었고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 손실은 최근에도 있었어요. 21세기 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수보로프 박물관(A.V. Suvorov Museum)에 소장되어 있던 주석으로 된 병정 모형의 일부가 주석 페스트로 사라지고 말았죠. 추운 겨울에 난방용 배관이 터지면서 그렇게 되고 만 거예요. 20세기 중반까지도 장난감은 주석으로만 만들어졌어요. 가령 양철 장난감 병정처럼 말이죠.



란타넘족
열다섯 쌍둥이

주기율표의 여러 형태 중에 맨 밑에 서로 떨어져 있는 2개의 줄이 있습니다. 각 줄에는 15개의 원소가 들어 있죠. 첫 번째 줄은 란타넘족 원소를 모아두었습니다. 이들은 란타넘족에 속한 금속으로 란타넘과 매우 비슷하고 성질도 비슷해요.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들 원소를 서로 분리하는 것은 물론 구별까지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거의 모든 물질과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이들 원소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도 산업 분야에서는 '미시메탈(mischmetal, 독일어로 금속 혼합물을 뜻함)'로 불리는 란타넘족 원소의 합금이 이용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원소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희토류 원소

란타넘족에 속한 많은 원소는 매우 희귀한 데다 잘 흩어집니다. 어디든 있지만 미세한 불순물의 형태로만 존재해서 매장 층은 찾아볼 수 없어요. 그런 원소를 '희토류' 원소라고 하죠. 이렇게 흩어진 원소를 추출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 기술에 없어서는 안 되는 원소들이죠. 란타넘, 유로퓸을 비롯한 란타넘족 원소의 화합물과 합금은 뛰어난 강자성체입니다. 유로퓸뿐만 아니라 그 화합물 역시 훌륭한 발광단(빛을 내는 물질)으로 알려져 있어요. 플라즈마 TV 화면과 유로화 지폐의 위조 방지에 이용됩니다. 반도체, 초전도체, 레이저, 발광단, 촉매, 의료용 조제…. 란타넘족에 속한 원소가 하는 일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죠. 이들 원소는 땅위에서, 땅속에서, 물속에서, 우주에서 열심히 일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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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