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

   
강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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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멘토
   
15800
2022�� 07��



■ 책 소개


싸움과 갈등을 가장 문명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
알아 두면 쓸모 있을 정치에 관한 모든 것

연령, 성별, 계급, 정치지향을 뛰어넘어 모든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정치에 대한 기본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친절한 정치 안내서 역할을 할 이 책은 정치에 대해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는 청소년부터, 정치가 내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하는 청년층,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우리가 속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중장년층, 공동체의 안녕과 함께 안정된 사회를 바라는 노년층까지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 나와 공동체의 삶을 더 이해하고, 삶을 더 나아지게 하며, 한발 더 나아가게 하는 정치에 대한 전망과 희망을 제시한다.

■ 저자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한국정치학회장, 한국정당학회장을 역임했고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의 정치, 정당, 선거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시민이 만드는 민주주의》 《사회과학 글쓰기》 《한국 정치론》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정당론》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지은이의 말_책을 내면서
1. 정치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나라를 다스리다
정치의 탄생
사회적 동물

2. 세종은 왜 용비어천가를 지었을까?
권위를 세우다
초자연적 권위
카리스마적 권위
민주적 권위

3. 왜 아직도 왕이 나라를 다스릴까?
국민이 선출하다
국왕에서 국민으로
상징적 지도자

4. 대통령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민주적 절차로 선출하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프랑스의 대통령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제

5. 선거는 왜 중요할까?
참정권을 요구하다
공공의 문제에 참여할 권리
악랄한 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참정권 확대 운동
모두가 평등한 한 표

6. 가장 좋은 의사 결정 방식은 무엇일까?
모두가 동의하다
단순 다수제 방식
비례 대표제 방식
추첨 선거제 방식

7. 의회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국민을 대의하다
마그나 카르타와 권리 장전
법을 만드는 곳
여론을 대변하는 곳
단원제와 양원제
국민을 대신해 논의하는 곳

8. 보수와 진보는 무엇을 뜻할까?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다
좌파와 우파
진보 정당, 보수 정당
여론을 전하다
여당과 야당

9. 대통령도 시험으로 뽑을 수 없을까?
선거로 선출하다
선출직 공무원과 임용직 공무원
결정하는 정치, 집행하는 행정
감시하는 역할

10. 서로 다른 민족이 어떻게 한 나라를 이루며 살까?
다양성을 추구하다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다
다원적 사회의 합의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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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


정치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나라를 다스리다

‘정치’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제일 먼저 생각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상징적인 장소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나 국회가 그렇지요. 혹은 ‘맨날 싸운다’는 식으로 다툼, 대립,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어느 나라나 정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낮은 편입니다. 미국에서도 의회 의원들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에 대한 평가는 이보다 더 나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치가 뭘까요? 주변을 돌아보면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들 하는데, 정작 ‘정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입니다. 한자로 ‘정’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는 뜻이고, ‘치’ 역시 ‘다스린다’는 의미입니다. 정치는 뜻하는 영어 ‘Politics’는 옛날 그리스의 도시 공동체 ‘Polis의 일’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치는 공동체의 일, 나라의 일을 다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가 사라진다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주체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정부가 무너지거나, 정부가 있더라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정치가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가 사회적으로 행하는 중요한 기능은 바로 ‘질서’입니다. 사람들이 평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누군가는 그러한 질서를 세울 수 있는 강제력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의 탄생

모두를 강제하는 권력이 없어서 비롯된 무질서의 공포로부터 정치권력의 출현과 국가의 기원을 생각한 정치사상가가 있습니다. 바로 토머스 홉스입니다. 홉스는 국가가 만들어지기 이선의 상황을 자연 상태라고 보았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사람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평등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만큼 다 갖지 못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생겨난다고 보았습니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어서 모두가 똑같이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없습니다. 사회적 명예나 평판도 모두가 똑같이 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욕망과 이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결국 서로 불화하고 싸우게 되지요. 더욱이 자연 상태에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간의 다툼을 막을 힘이 어디에도 없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각자의 욕심을 추구하면서 끝없이 다투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전쟁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울까요? 언제든지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서 누구도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합니다. 개인들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 가운데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복종시킬 수 있는 힘을 권력자에게 부여하기로 한 겁니다.


권력자는 자신이 부여받은 그 힘으로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안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개인들은 권력자의 명령에 따르며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야 합니다. 질서를 어기면 처벌도 받습니다. 권력자의 통치하에서 이제 각 개인은 다른 사람이 갖는 만큼의 자유만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평화와 질서를 얻습니다. 권력자와 사람들 간 일종의 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사회 계약’이라고 부릅니다.


홉스 이후에 활동한 존 로크 역시 사람들 간 계약으로 권력이 생겨났다고 보았습니다. 로크도 홉스처럼 국가나 권력자가 없던 정치 이전의 상태, 즉 자연 상태를 설정합니다. 여기서 사람들은 평등하고 자유를 누립니다. 여기까지는 홉스와 로크가 비슷합니다. 그런데 홉스와 달리 로크는 그 상태가 죽음의 공포를 만들어 내는 전쟁 상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은 자연 상태에서도 다른 사람의 생명, 재산,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를 누립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나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내 재산과 자유를 침해할 때,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처벌하는 힘이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간의 권리 다툼이 생겨도 이것을 조정할 수 있는 권위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사람들은 다툼이나 갈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재판관과 법률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사회 구성원 간 합의에 의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고 재판관을 두기로 한 것입니다.


이처럼 홉스나 로크는 정치의 탄생을 질서, 안전, 평화를 위한 합의의 결과로 보았습니다. 정치가 없는 자연 상태에서는 개인의 생명, 재산,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질서 유지입니다. 정치가 사라지면 질서도, 평화도, 안정도 사라지게 됩니다.



선거는 왜 중요할까?

공공의 문제에 참여할 권리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 헌법에서 남녀 차별 없는 보통 선거법을 규정했습니다. 투표권이 없으면 뭐가 문제일까요? 투표권은 공공의 문제에 참여할 권리를 의미합니다. 공공의 문제를 다루는 국민 투표나 주민 투표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도 있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 우리를 대신해서 공공의 일을 담당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에 직접 출마해서 그 일을 맡겠다고 할 수도 있지요. 만약 투표권이 없으면 공동체의 여러 사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출할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할 때에는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참정권의 중요성을 잘 보여 주는 사건이 1992년에 일어난 미국 로스엔젤레스 폭동입니다. 1992년 4월 말부터 거의 일주일 동안 엘에이 지역에서 흑인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엘에이의 백인 경찰이 흑인 운전사를 구타한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인종 차별에 분개한 흑인들이 시위를 일으킨 것입니다. 시위는 폭력, 방화, 약탈 등 폭동으로 번져 수십 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폭동의 중심 지역이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코리아타운이었습니다. 코리아타운에서 영업해 온 교민들은 엘에이 폭동으로 대다수 상점이 약탈당하거나 화재로 파괴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 경찰이 코리아타운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베벌리 힐스나 할리우드 같은 지역은 보호했지만, 코리아타운은 폭동으로 파괴되어도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교민들이 직접 나서서 상점을 보호하고 폭력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왜 미국 경찰은 코리아타운을 지키지 않았을까요? 폭동 진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작전상의 판단이었을 수도 있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코리아타운에 거주하던 한인 교민 대부분은 당시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크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민 간 교민들은 미국 사회에서 돈을 벌어 세금을 내고 자녀들을 교육시키며 열심히 살았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길 꺼렸습니다. 아무래도 이민 1세대에게는 국적 포기가 한국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미국 시민권을 얻지 않고 영주권만으로 지내는 교민이 많았지요.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영주권만 있어도 미국에서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민권과 영주권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정치적 권리에 대한 것입니다. 시민권은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합니다. 투표권이 부여되고 또 자신이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정치적 권리가 보장되는 것입니다. 영주권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별 불편함이 없을 수 있지만, 그 사회가 당면한 사안과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시민’이라는 말에는 한 나라의 구성원이고 정치적 권리를 갖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권을 갖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거주할 자격을 허가받은 영주권과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선거로 선출되는 엘에이 시장이나, 경찰 책임자 입장에서는 베버리 힐스나 엘에이 지역 내 다른 곳 시민들과 비교할 때 코리아타운 주민들은 선거에 미칠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엘에이 코리아타운 주민들은 폭동 진압과 관련한 엘에이 당국의 대처에 대해서도 정치적 책임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엘에이 시장은 물론 시 의회 의원들도 교민들 이야기에 진지하게 경청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투표권이 없으면 정치적 영향력이 없고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적극적으로 낼 수도 없습니다. 엘에이 폭동의 사례는 우리에게 정치적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합니다.



보수와 진보는 무엇을 뜻할까?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다

정당은 무슨 역할을 할까요?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수가 어떻고 진보다 어떻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사회가 보수, 진보로 분열되어 문제라고도 합니다. 도대체 보수와 진보가 뭘까요? 그리고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보수와 진보로 분열되어 문제라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 어느 곳, 어느 시대에서나 생각의 차이는 존재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만 해야 한다면 그게 더 문제 아닐까요? 이처럼 보수와 진보라는 차이가 생기는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보수와 진보의 기본적인 뜻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보전하여 지킨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는 ‘보수’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기존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입장입니다. 반면 ‘한 걸음 나아간다’는 의미의 ‘진보’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고 사회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입장입니다. 간단히 말해 보수는 기존에 있는 그대로를 더 좋고 편안하게 느끼는 태도이고, 진보는 지금의 상황이나 질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한 개인이 살아가면서도 생각이나 태도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새롭고 틑ㄱ이한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 예전에 들었던 노래가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은 변화하는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으니 새로운 것을 더 좋아하고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이를 먹은 사람은 그동안 자기가 살아온 방식이 주는 익숙함 때문에 옛날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진보적, 변화보다 기존의 익숙함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두고도 생각이나 선호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잦은 집회와 시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으므로 시간, 장소에 제약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집회와 시위는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앞의 관점은 사회 질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고, 뒤의 관점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 문제도 보수와 진보에 따라 중요한 입장 차를 보입니다.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6.25 전쟁을 겪은 뒤 우리 사회는 북한 공산주의와 적대적으로 대립해 왔습니다. 북한의 상황이 특별히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적대적 관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수의 입장입니다. 반면 북한과 교류 협력을 하게 되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기 때문에 북한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꿔 나가자고 한다면 진보의 입장입니다. 여기서 보수와 진보는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계속해 나가느냐 아니면 변화시키느냐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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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