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포스터

   
리사 손
ǻ
21세기북스
   
18000
2022�� 01��



■ 책 소개


리사 손 교수는 왜 임포스터에 주목할까?
임포스터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기 때문!

우리가 가면을 쓰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가리는 목적으로 가면을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성공한다 해도 앞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두려움이 가면을 더욱 두텁고 단단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리사 손 교수는 아이의 가면 속 심리를 알아보고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시 한 번 메타인지를 강조한다. ‘빠르게, 쉽게, 실수 없이’ 배우는 것이 좋은 학습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실수와 성공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저자 리사 손
리사 손 박사는 콜롬비아대학교와 제휴를 맺은 바너드칼리지의 심리학 교수로 인간의 학습과 기억, 메타인지를 전문으로 다루며, 학습 방법과 장기 기억 보유의 최적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평범한 성인과 아동은 물론 원숭이를 포함해 다양한 대상의 메타인지 행동을 연구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콜롬비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프린스턴고등연구소(Princeton’s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방문 연구원(Visiting Member)을 지냈으며 한국 풀브라이트 학자로 2회 선정되었다.

손 박사는 해당 학문 분야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복잡한 학습 방법에 관한 연구를 계속 넓혀가고 있다. 그녀는 학습과 메타인지의 과학적인 연구에서 나오는 지식이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일반 교육을 크게 개선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첫 번째 저서 《메타인지 학습법》을 썼으며, 이 책은 EBS 부모특강, 세바시 등에서 소개되며 수많은 부모들에게 과학적이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습전략을 전해주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엄마, 내 머릿속에도 수많은 생각이 있어요!”
들어가는 말 : 임포스터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Chapter 1.
가면을 벗기 위한 메타인지 사고법 첫 번째,
행복에 도달하는 길은 울퉁불퉁하다

자신의 성공을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
성실하고 성적도 뛰어난 학생들이 불안해하는 이유
가장 쓰기 쉬운 가면, 시험점수
완벽한 결과 뒤에 숨겨진 것들
모두의 성장에 필요한 ‘생각의 길’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철든 사람이 성숙하다’라는 고정관념
가면이 위험해지는 이유
성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칭찬법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비교보다 중요한 건 내 능력을 다하는 것
완벽하지 않은 나를 드러내는 순간, 메타인지가 시작된다
“앞으로도 우리는 배우고 또 배워나갈 거야.”

[Summary] 진정한 행복을 위한 메타인지 실천법

Chapter 2.
가면을 벗기 위한 메타인지 사고법 두 번째,
어느 아이든 모르는 시기를 거친다

우리 애는 원래 잘했다고 믿는 부모들의 사고방식
임포스터 부모가 임포스터 아이를 키울 위험성
현재에서 벗어나 미래를 생각하는 능력
오늘 배운 것을 내일은 잊어버릴 수 있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기억에서 지우는 실수
피드백을 두려워하는 임포스터
메타인지의 관점에서 ‘포기’가 필요할 때
가면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신입생들이 임포스터가 될 위험이 높은 이유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일찍 철든 아이에게 필요한 말 한마디
착한 딸 가면을 쓴 아이가 완벽주의 엄마가 된다
맞는 이유보다 틀린 이유 생각해보기
‘나만 모른다’는 불안을 떨쳐야 한다

[Summary] 사후과잉확신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메타인지 실천법

Chapter 3.
가면을 벗기 위한 메타인지 사고법 세 번째,
진정한 겸손은 도움을 청할 줄 아는 것

겸손의 미덕이 가면이 되는 순간
“너 왜 잘난 척하고 그러니?”
못난 면을 강조하는 것이 메타인지는 아니다
왜 아이가 충분히 공부했다는 걸 믿지 못할까
동기부여를 해주는 건 겸손이 아니라 관심
무조건 동의하면 나를 좋아해줄 거라는 기대
부족한 것에만 집중할 때 생기는 문제점
잘하고 싶으면서도 보상은 두려워하는 심리
혼자 다 책임지는 것이 착한 행동일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 먼저
부모의 메타인지를 자녀가 키워주기도 한다
아이의 기를 죽이는 건 겸손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
가장 정확한 기준을 누가 정할 수 있나
나의 장점을 인정하는 메타인지적인 겸손

[Summary] 건강한 겸손을 위한 메타인지 실천법

Chapter 4.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들키기 학습’

평생 가면을 쓰고 살 수 있을까?
들키는 데에도 학습이 필요하다
부모를 실망시킬까 봐 메타인지를 버리는 아이들
들키기 학습을 실행하는 필수조건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면을 벗는 순간은 선택할 수 있다
건강한 가면놀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
가장 멋진 가면은 나 자신

에필로그 : 아직 임포스터로 살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생각의 길
감사의 말
Acknowledgement
참고문헌

 




임포스터


가면을 벗기 위한 메타인지 사고법 첫 번째, 행복에 도달하는 길은 울퉁불퉁하다

자신의 성공을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

교수로 임용되던 날,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이건 순전히 운’이라는 생각이었다. 교수가 되기 위해 내가 열심히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나, 교수 임용은 내 능력보다는 행운이 작용한 결과라고 믿었다. 그리고 운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기에 내가 이룬 성공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고 믿었다. 나는 나의 부족한 이면이 발각될까 두려웠고, 나의 초라한 실체를 숨기기 위해 ‘완벽해 보이는 가면’을 쓰고 다녔다.


1978년 클랜스와 아임즈는 이러한 내면의 비밀스러운 두려움을 ‘임포스터이즘’이라고 명명했다. 임포스터이즘은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끔찍한 비밀이 발각될 경우 성공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고패턴이다. 연구 초기에는 임포스터이즘이 성취 수준이 높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여성들은 자신이 정당한 노력을 해 높은 목표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성공은 가짜야. 나는 성공을 말할 자격이 없어’라고 스스로의 성취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후로는 임포스터 현상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들 역시도 성공의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그러한 두려움 때문에 가면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포스터가 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

① 타인의 평가에 두려움을 느낀다

② 자기 능력을 평가절하한다

③ 완벽주의가 있다

④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한다

⑤ 성공을 두려워한다


임포스터가 느끼는 핵심 정서는 불안이다. 성공을 거둔 임포스터는 겉으로는 행복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속에서는 불안 증상들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아임즈 척도 가운데 임포스터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문항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이 내가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실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까 봐 두렵다’이다. 이 문항에 동조하는 사람일수록 임포스터이즘을 강렬하게 경험한다. 임포스터는 자신의 무능이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성공해도 온전한 기쁨을 느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임포스터는 자기 능력에 대해 칭찬을 받으면 행복해할까? 안타깝게도 능력과 기량에 대한 칭찬은 임포스터이즘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 타인의 나의 성공을 ‘내 능력’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본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더 두꺼운 가면을 쓰게 되고, 실수 없이 더 완벽하게 행동하려고 한다.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학습을 하는 상황에서 학습목표에 도달해가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 바로 ‘학습곡선’이다. 학습곡선은 어떤 내용을 학습하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처음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는 곡선이 있는 반면, 초반에 완만한 상승을 보이다가 뒤늦게 치솟는 곡선도 있다.


학습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무엇을 배우든 쉽게 배울 수 있는 과정은 없다. 게다가 학습 안에는 여러 배움의 영역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학습곡선은 등락을 거듭하게 된다.


사람들은 신속한 학습을 더 좋은 학습이라고 여기지만, 메타인지 연구에서는 느리고 어렵고 실수가 수반되는 학습을 더 좋은 학습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이 학습과정을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빠른 학습에 대한 신화 때문이다. 공부를 잘 따라가는 아이 옆에서 성급한 어른이 “넌 너무 느려. 빨리 좀 고쳐”라며 다그칠 경우 아이는 자신이 뭔가 실수하고 있다고 느낀다. 학습과정에서 실수가 포기하라는 신호가 되면 아이는 과제를 접거나 실수를 숨기기 위해 잘하는 척 가면을 쓸 가능성이 높다.


성공으로 가는 여정에서 실수와 실패는 필연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실패를 넘어서는 연습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도중에 실수가 끼어들었을 때 맥없이 무너져버린다. 실패는 포기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먼 길을 갈 때 발에 흔하게 채이는 돌멩이 같은 것이다.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한국에서 자주 듣게 되는 얘기 가운데 하나다 바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성공의 부담을 떠올린다. 뭔가를 한번 잘하고 나면 이후에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미리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까.


성공의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보통 두 가지 전략을 취하게 된다. 첫 번째 전략은 성공이 목표이므로 계속해서 성공의 길을 추구하는 것이다. 시험을 잘 보면 이후에도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하므로 전보다 더 뼈빠지게 공부하거나 끝까지 운이 좋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임포스터들의 모습이다. 계속해서 성취해내기 때문에 겉모습은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남모르는 불안에 시달린다.


두 번째 전략은 성공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이다.


성공을 만들어낸 주체가 나란 사실을 믿지 못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포기의 유혹에 더 많이 휘둘리게 된다. 아이가 잘 하던 공부를 갑자기 안 하겠다고 거부하거나 성적이 급작스럽게 떨어질 때는 ‘얘는 공부는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시험점수만 신경쓰는 부모는 아이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떠안긴다. 아이가 100점을 받아 오더라도 “시험은 어땠어? 헷갈렸던 문제도 있었어? 어떤 문제가 제일 어려웠니?” 하고 재차 물어주는 것이 좋다. 또 시험 한번에 인생 전체가 달린 것처럼 심리적으로 무거워질 필요가 없다고 격려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성적을 잘 받아 온 아이에게는 “이제 됐다! 내 새끼 진짜 똑똑한걸!” 같은 말보다는 “잘했어! 그런데 앞으로는 어떤 걸 더 배우고 싶어?”라고 묻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메타인지 학습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나간 시험점수에 목을 매기보다 추후의 학습방향에 대해 모니터링과 컨트롤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할 때, 아이는 학습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드러내는 순간, 메타인지가 시작된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실력으로 어떻게 박수를 받겠어? 완벽해지려면 나는 아직 멀었는데?’라는 생각이야말로 임포스터들의 전형적 사고들 가운데 하나다.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이 탄로날까 봐 전전긍긍하다 보니 인정받는 일조차 두렵게 느껴진다. 임포스터들이 평가나 보상을 피하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철학논문에 따르면 임포스터들의 인식은 꽤나 합리적이고 일리가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학습곡선을 가지며, 자신의 순수한 노력 외에도 그날의 컨디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운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학습과정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데, 임포스터들은 이 요인들을 일일이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능력 요인을 소홀하게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순전히 자기 실력만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임포스터(사기꾼)’이라고 말한다.


가면을 벗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성공은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결합하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이의 목표가 이뤄졌다면 그것은 아이의 노력과 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인정하자.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했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균형 잡힌 양쪽의 사고가 가능하다면, 아이가 ‘나 혼자서는 잘 못한다’고 느낄 때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면을 벗기 위한 메타인지 사고법 세 번째, 진정한 겸손은 도움을 청할 줄 아는 것

왜 아이가 충분히 공부했다는 걸 믿지 못할까

메타인지는 우리가 배운 것을 장기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메타인지를 활성화시키는 ‘느린 학습, 불편한 학습, 실수가 동반된 학습’은 과신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준다. 그냥 편하게 인터넷을 검색해서 답을 찾기보다 자가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학습에는 더 도움이 된다. 이렇게 불편한 방법을 쓰면 실수할 확률이 더 높아지지만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더 디테일하게 공부하게 된다.


이런 방법이 장기적인 학습에 더 효과적이지만 ‘겸손한 가면’을 쓴 학생에게는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어렵고 불편한 학습에서는 실수가 더 많이 발생하는데, 빈번한 실수가 ‘나 정말 못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게 할 수도 있다.


나는 학부형들로부터 “우리 아이는 공부를 많이 하고 또 오래 하는데도 늘 불안해한다. 시험을 잘 못 볼 것 같다며 노심초사한다”는 얘기를 꽤 많이 듣게 된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것은 메타인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메타인지를 사용했다면 아이는 ‘충분히 배웠다’는 판단을 더 정확하게 내릴 것이고 그 판단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가테스트를 할 때 아이 자신이 채점까지 다 하는 것이다. 자가채점은 옳게 이해한 것과 아직은 이해가 부족한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손쉬운 메타인지 실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메타인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자기 인지를 거울에 비춰보는 일이다. 질문을 하나씩 살피면 자신이 그 질문을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또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판단에 근거해서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부족한 것에만 집중할 때 생기는 문제점

내 아이들을 한국과 미국에 있는 학교와 학원에 모두 보냈던 나는 두 나라의 학습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교실에서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서 풀어 보렴” 하는 반면, 한국 교실에서는 “어떤 문제를 못 풀었니?”라고 묻는다. 두 방법 다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한국 선생님처럼 물을 경우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표현하는 법은 배우지 못할 수 있다. 또 학생들은 아는 것을 말하면 잘난 척처럼 보인다고 은연중에 배우는 듯하다.


나는 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국적의 대학생들을 만나봤지만, 유독 한국 학생들이 겸손해 보이기 위해 자신이 아는 것을 감춘다고 느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겸손한 태도 때문에 교수로서 그들을 돕는 일이 더 힘들어질 때도 있다. 학생들이 얼마나 아는지,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타인지 즉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자신이 아는 것을 당당하게 얘기했다고 해서 ‘저 아이는 겸손하지 않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지금까지 참 잘 배웠구나. 그럼 지금부터는 또 어떤 걸 배워볼까?” 같은 질문으로 아이가 메타인지를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무조건 겸손하기보다는 자신인 아는 것은 아는 대로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좀 더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해 보인다. 내가 모르는 것에만 너무 초점을 두게 되면 메타인지 능력의 절반은 기르기가 어려워진다.


메타인지는 이미 잘하는 것과 아직은 못하는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과소평가해버리면 이런 구별 자체가 사라져 자신의 학습방향을 조절하기 힘들어진다. 내가 아는 지식을 매번 남들 앞에서 떠벌일 필요는 없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것에 대해 스스로 인정해주는 일이다. 나는 이러한 태도야말로 진정한 겸손이라고 믿는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 먼저

“무슨 일 하세요?”라는 물음에 나는 오랫동안 교수라고 답하지 못했었다. 좀 더 겸손하게 들리도록 “학생들 가르쳐요”라고 말하곤 했다. 돌이켜보니 이 역시 나의 임포스터 성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교수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나를 추켜세울까 봐, 혹은 남들로부터 질시를 받을까 봐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나의 이런 행동들은 겸손이 아니라 착각이었다. 그저 운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는 말로 지금까지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교수직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기회를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메타인지를 연구하면서 나는 덮어놓고 겸손하게 보이려 하는 태도를 점차 바꿔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누가 나에게 직업을 물으면 곧바로 교수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말하면 항상 좋은 대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 내가 가르치는 전공이나 연구 분야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전환되면서, 내가 교수가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게 된다. 또 상대가 교수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상세히 알려줄 수도 있다.


이런 대화는 ‘무슨 일이든 타고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착각을 없애주고 ‘누구든 노력으로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이뤄냈다는 생각은 내게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겸손한 마음을 갖기란 사실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의 무의식에도 겸손한 마음이 올바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말들을 평소에 들려주곤 한다. “엄마는 너희들이 공부로 경쟁해서 다른 친구들을 이기는 것보다 바르게 자라는 게 훨씬 더 좋아.” “너희들이 착한 행동을 하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이제는 선함을 떠올리면 겸손한 마음이 생각나고, 겸손한 마음을 생각하면 올바른 메타인지가 떠오른다. 우리는 실수투성이 과정을 통해 어렵고 서툴고 더디게 그러나 마침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메타인지에는 내가 해낸 모든 과정을 인정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자신이 못한 것뿐만 아니라 잘해낸 것, 성공한 것까지 모두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할 자겪이 있다.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들키기 학습’

가장 멋진 가면은 나 자신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가면을 쓴다. 상황에 따라 골라 쓰는 가면도 사람들마다 다르다. 어떤 가면을 쓰든 임포스터로 살기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면들을 돌려 쓰다 보면 언제 어떤 가면을 벗어야 할지 몰라 난감해질 때가 있다.


나는 핼러윈 가면에서 시작하여 ‘행복한 척하는 가면’ ‘처음부터 알았던 척하는 가면’ ‘겸손한 척하는 가면’ 등을 번갈아 쓰곤 했다. 게다가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가면을 안 쓴 척 나 자신을 속일 때가 많았다.


아직도 이런 가면들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가면 쓰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내 마음속 옷장에 가면을 걸어두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이다. 메타인지를 사용하다 보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상황에 맞게 ‘건강한 가면놀이’를 할 수 있게 된 듯하다.


메타인지 과정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정말로 우리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가진 수많은 가면들이다. 메타인지를 사용하는 것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처럼 단순할 수 있다.


내 아들아이는 포커 게임을 할 때 좋은 카드가 들어오면 큰 소리로 웃고 나쁜 카드가 들어오면 금세 침울해진다. 순간순간의 감정이 얼굴에 확연히 드러난다. 게임에서는 표정을 들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해도 아들아이는 가면 쓰기를 무척 힘들어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애써 가면을 쓸 것 없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딸아이가 테니스 공이 네트에 걸려 짜증을 낼 때 내가 가만히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임포스터이즘이 성성한 나였다면 아마도 “세린아, 힘든 순간에 그렇게 감정을 다 드러내면 상대방에게 금세 파악되고 말아. 지고 싶지 않으면 네 감정을 들키지 마”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메타인지가 임포스터이즘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 자신을 숨기기보다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일깨워주고 싶다.


메타인지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믿어주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다른 사람들 눈에 멋지게 보이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쓰곤 한다. 임포스터이즘을 무조건 나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가면을 벗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믿어보는 일이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 자신에게 정작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자꾸 가면을 쓰게 되고 그 순간부터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배려하는 순간 임포스터로 사는 불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신을 인정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 나는 이것이 메타인지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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