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의 독서는 달라야 합니다

   
전영신
ǻ
서사원
   
16800
2021�� 11��



■ 책 소개


고학년, 책 읽게 만드는 방법은 따로 있다!
초등 교사가 직접 실천하고 성공한 교실 속 독서법

이 책의 저자이자 수년간 초등 고학년 아이들을 가르친 현직 초등 교사는 초등 6학년이야말로 ‘진짜 공부’, ‘진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라고 말한다. 이것저것 교육할 것 없이 ‘이야기책’을 읽는 것만으로 문해력·독해력·어휘력은 물론 독서 감상문 등의 글쓰기 실력은 월등히 높아질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건 교실에서 직접 독서 지도를 하며 확인한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이다.

본문에는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든 독서 지도의 모든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이 노하우는 ‘함께 읽기’, ‘들어주기’, ‘북 토크(의견 나누기)’ 등 기본에 바탕을 두는 방법으로 집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무엇보다 1년 동안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추천 도서 50권과 각 책마다 나눌 수 있는 북 토크, 질문과 답변의 방향 등을 자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독서 지도에 능숙하지 못한 양육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학업에 도움이 될 지식책만 찾았다면 오늘부터는 이야기책으로 진짜 독서를 실천해보길 바란다.

■ 저자 전영신
초등 교사로 12년을 살면서 학급경영에서 독서지도에 가장 큰 공을 들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만 설명하다가 함께 어린이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제 생각보다 더 많은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이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책을 훨씬 좋아하고, 책 속에 숨은 뜻과 예쁜 말을 찾아냅니다. 좋은 책을 함께 읽고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제 마음도 덩달아 보드라워집니다. 그 보드라움이 좋아서 매일 도서관에 갑니다.

어른이 어린이책을 읽으면 펼쳐지는 수많은 마법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이 책을 썼습니다. 독서지도가 엄마가 해야 할 수많은 과업 중 하나가 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인생의 수많은 물음과 해답은 책 속에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고르고 골라 이곳에 담았습니다. 엄마도 따뜻한 이야기책 속에서 좀 쉬다 가시길 바랄게요. 부디 엄마와 아이의 독서에 큰 받침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차례
프롤로그

1장 책으로 크는 아이들
공부 잘하는 아이
남을 잘 이해하는 아이
교실 밖 세상을 여행하는 아이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이

2장 이 좋은 책, 어떻게 읽게 할까요?
시작은 이야기책으로
완독의 기쁨 나누기
독서 시간 만들기

3장 독서의 꽃, 북 토크
북 토크, 왜 해야 하나요?
북 토크, 어떻게 하나요?
북 토크, 글쓰기로 연결하기
북 토크, 제가 먼저 해 봤습니다

4장 고학년, 아직 늦지 않았어요
독서가 힘든 고학년을 위한 일대일 맞춤 솔루션
‘진짜’ 독서는 고학년 때부터 시작
‘진짜’ 생각하기는 고학년 때부터 시작
‘진짜’ 글쓰기는 고학년 때부터 시작

5장 우리 아이를 단단히 세워 줄 책 BEST 5
《불량한 자전거 여행》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헨쇼 선생님께》
《푸른 사자 와니니》
《무기 팔지 마세요!》

6장 우리 아이를 따뜻이 보듬는 책 BEST 5
《우아한 거짓말》
《샬롯의 거미줄》
《검은 후드티 소년》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안녕, 우주》

7장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보여 주는 책 BEST 5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괭이부리말 아이들》
《너도 하늘말나리야》
《로테와 루이제》
《마당을 나온 암탉》

8장 우리 역사와 삶의 지혜를 보여 주는 책 BEST 5
《초정리 편지》
《책과 노니는 집》
《담을 넘은 아이》
《꽃과 나비》
《몽실 언니》

9장 우리 아이를 미지의 세계로 데려다줄 책 BEST 5
《바보 같은 내 심장》
《닐과 순다리》
《마틸다》
《구덩이》
《사자왕 형제의 모험》

에필로그

 




초6의 독서는 달라야 합니다


책으로 크는 아이들

공부 잘하는 아이

어휘력과 문해력을 기르는 최고의 방법

“국어도 국어, 수학도 국어, 사회도 국어, 과학도 국어.” 제가 하도 많이 말해서 저희 반 아이들 입에서도 줄줄줄 새어 나오는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일부러 주입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수업하다 보면 낱말 뜻을 몰라 제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를 풀지 못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납니다. “얘들아, 어휘력이 이렇게 중요하단다. 어휘력은 사전을 펴 놓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길러져.” 교실 여기저기서 얕은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어요. 어휘력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이자 최고의 방법이 ‘독서’라는 것을 말입니다.


성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휘력뿐만이 아닙니다. 장면을 상상하는 능력도 아주 중요해요. 수능 지문이나 논술 고사 문제는 대부분 긴 글입니다. 긴 글을 주어진 시간 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읽는 것과 동시에 머릿속에 장면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해요. 고학년용 이야기책은 그림책과 달리 글만으로 장면을 떠올려야 할 때가 많아요. 자꾸 읽다 보면 눈을 통해 들어온 글을 머릿속 그림으로 바꾸는 데 능숙해집니다. 장면을 상상하는 힘은 곧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쓰입니다.


아이 성적을 올리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 독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는 교육에 감히 ‘투자’라는 표현을 써도 될까요? 아이의 좋은 성적을 위해 부모의 돈과 정성, 아이의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이니까 투자가 맞습니다. 부모는 발품을 팔아 정보를 모으고 생활비를 아껴 학원을 하나라도 더 보냅니다. 아이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가지요. 투자한 만큼 성적이 오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미래를 위해 기꺼이 오늘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지요. 문제는 그렇지 못할 때 터집니다. “한 달에 너 학원비만 얼만 줄 알아?” “나도 할 만큼 했어!” 엄마와 아이가 마음속에 품었던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갈등은 폭발합니다.


이에 반해 독서는 들어가는 것이 별로 없어요. 집 근처 도서관에는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책이 쌓여 있고, 어떤 책이 더 좋은 책인지 발품을 팔 필요도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책을 고르는 안목이 저절로 생기거든요. 좋은 책과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독서 교육의 절반은 성공입니다.


바쁜 엄마의 취약점은 바로 정보력입니다. 아이 성적에 가장 중요한 것이 엄마의 정보력이라는데 저는 학부모 네트워크를 형성할 시간도, 인터넷 검색할 정성도 부족해요. 저희 아이와 옆집 아이는 정보의 출발선이 다르겠지요. 그런데 독서의 출발선은 같아요.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수많은 좋은 책들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무리 피곤해도 ‘일주일에 한 번, 아이와 함께 도서관 가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이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킨 독서

좋은 책 몇 권으로 아이들의 삶이 달라질까요? 달라집니다. 매해, 매 순간 경험해요. 한 번도 책을 끝까지 읽어 본 적 없던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읽고, 쉬는 시간에 모여서 책 얘기를 합니다. 저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며 보채고, 엄마한테 책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함께 읽는 저는 자주 기적을 만납니다. 이 기적을 만나는 데까지 일 년이 채 걸리지 않으니 아이들이 잠재력은 정말 놀라워요.


아침 독서 운동 시간에 아이들이 읽는 책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 제가 먼저 말을 건넬 때가 있어요. “와! 선생님도 진짜 궁금했던 책인데 다 읽으면 빌려줄 수 있어?” 이런 제 말을 잊고 책을 빌려주지 않은 친구는 지금껏 한 명도 없어요. 그러면 저도 부지런히 읽고 나서 반 아이들 모두에게 그 책의 매력을 들려줘요. 곧이어 굉장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아이들ㄹ이 그 친구 앞에 모여들어서 서로 빌려 가겠다고 가위바위보를 해요.


선생님에게 책을 빌려주는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가 봅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번엔 아이가 먼저 찾아옵니다. “선생님, 이 책 재미있는데 한 번 읽어 보실래요?” 그럼 저는 “응, 읽어 볼게. 고마워!” 라고 대답하며 쉽게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아요. “이 책,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왜 선생님 생각이 났어?” 제 질문에 조목조목 조리 있게 대답하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쭈뼛쭈뼛 “그냥 읽어 보세요. 재미있어요.” 하고 몸을 몇 번 꼬다가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고른 책보다 훌륭할 때도 많았습니다.


교사이자 엄마로서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이 독서 자체인지 독서를 통한 삶의 변화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책 속에서 꿈을 찾고,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많은 기쁨과 기회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가르쳐 준 배려와 존중, 겸손으로 주변 사람들과 지혜롭게 소통하고 책이 건네는 위로로 자신의 인생을 단단히 꾸려 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습니다. 독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는 아무나 할 수 없어요.



이 좋은 책, 어떻게 읽게 할까요?

시작은 이야기책으로

책은 재미있어야 읽어요

“그래요. 책이 좋은 거 잘 알아요. 그런데 우리 애가 책을 안 읽어요.”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 단 하나의 이유는 ‘진짜 재미있는 책을 못 만나서’라고 하지요. 이야기책은 우선 재미있어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일단 읽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의 본능입니다. 저희 집에서 딸아이의 진짜 잠자리 독서는 불을 끈 후 시작돼요. 불 끄기 전에 그림책을 실컷 읽어 줘서 저는 이미 목이 아픈데 아이는 불 끈 후의 이야기 시간을 더 좋아합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어요. 아이의 눈앞에 그림이 펼쳐지지 않아도, 여섯 살 수준에 맞지 않아도 이야기 자체에 빠져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야기책만 읽으면 편독 아닌가요?

지난해 제 최고의 책 친구는 옆 반 선생님이었습니다. 둘 다 어린이 책에 관심이 많아 열심히 읽고 서로 추천해 주었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어린이 책,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어른 책, 그리고 옆 반 선생님이 빌려 준 책까지 교실 책장 한편이 무섭게 쌓여 갔습니다. 그 많은 책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잖아요? 저는 이야기책부터 골라 읽었습니다. 골라 읽고 남은 책들을 보니 과학, 경제, 사회, 예술 관련 지식책이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나에게 뭔가를 가르치려는 책 같아서 숙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도 그래요. 과학에 관심 있는 친구에게 과학책을 들이밀면 신나서 읽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에게 과학책은 그냥 짐이에요. 선생님이나 엄마가 주니까 받아 들기는 하는데 어딘가에 방치해 둡니다. 어차피 ‘내 관심 분야’의 책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 읽거든요.


신기한 것은 이겁니다. 이야기책에서 시작된 인간에 대한 관심은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뻗어 나가요. 이야기책이 불러일으킨 작은 호기심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몽실 언니>의 몽실을 만나면 한국전쟁이 궁금해지고, <책과 노니는 집>의 장이를 만나면 조선 시대에 도대체 왜 그렇게 천주교를 탄압했는지 알고 싶어져요.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읽으면 돈과 경제에 관심이 생기고, <유진과 유진>을 읽으면 아동 성폭력이라는 사회문제가 마음에 박힙니다. 한 권을 제대로 읽고 깊이 공감하면 사고와 관심의 확장은 저절로 따라와요. 편독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셔도 좋습니다.


지식책을 읽고 다양한 지식을 쌓는 것보다 먼저인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올바른 가치관의 확립입니다. 이야기책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있어요. 아이들은 읽으면서 동일시 대상을 찾습니다. ‘나는 누구와 닮았는가?’, ‘누구와 닮고 싶은가?’, ‘적어도 누구처럼은 행동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지요. 그러한 생각들이 켜켜이 쌓이고 다소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합니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눈이 생겨요. 내가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지식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고학년, 아직 늦지 않았어요

독서가 힘든 고학년을 위한 일대일 맞춤 솔루션

독서가 두려운 아이

“선생님! 이 책 너무 두꺼워요. 더 얇은 책은 없나요?” 독서 자체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그 두려움의 원인을 파악해 보세요. 책의 두께 때문에 읽기를 두려워할 수도 있고 읽어도 이해가 안 돼서 답답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저는 두 경우 모두 ‘분량 정해 읽기’를 추천합니다. 제가 저희 반 아이들과 자주 하는 방법인데요, 책의 목차 페이지에 큰 포스트잇을 붙이고 날짜별로 읽을 분량을 나누어 독서계획표를 씁니다. 그리고 매일 실행 여부를 체크해요. 이렇게 분량을 정해서 읽으면 매일의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독서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어요.


읽을 책이 없다는 아이

“선생님! 집에 읽을 책이 없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집이 책꽂이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꽂이에 책이 가득 꽂혀 있다고 해도 이미 다 읽은 책이거나 아이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책들로만 채워져 있을 수 있어요.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고학년이니까 알아서 읽겠지. 알아서 빌리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대리고 매주 학교 도서관에 가는데 우리 아이들, 생각보다 책 고르는 것을 어려워해요. 그러니까 엄마가 적극적으로 아이의 독서 목록을 관리해야 합니다. 도서관 앱에서 ‘관심 도서 목록’ 메뉴를 활용하면 미리 목록도 준비할 수 있고 청구기호가 있어 쉽고 빠르게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저희 반 아이들과 매주 학교 도서관에 가고 딸아이와도 매주 동제 도서관에 가는데요, 자주 가니까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갈 때마다 새롭고 그 새로움을 발견할 때마다 도서관을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집에 아무리 책이 많다고 해도 도서관과 비교할 순 없어요. 아이와 함께 도서관 구석구석을 여행해 보세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읽을 시간이 없다는 아이

“선생님!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요즘 아이들, 어른들보다 더 바쁘지요. 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학원 숙제도 해야 하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이랑 유튜브도 봐야 하죠. 정말 바빠요. 집에서 먼 학원에 다니느라 셔틀버스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지요. 그러다 결국 스스로 하려는 의욕은 사라지고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 공부하는 의무감만 남아요.


학원도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 다니니까, 엄마가 불안해서, 원래 다니던 곳이라 그만두기 아까워서 다니는 학원은 과감히 정리해 주세요. 초등 고학년이라면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은 독서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마음 편히 뒹굴면서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해 주세요.


그저 많이 읽기만 하는 아이

부모로서는 가장 안심되는 상황이겠지만 교사로서는 가장 접근하기 힘든 유형입니다. 스스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깊이 있는 독서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생각이 확장되고 성적이 오르고 성격이 유연해지는 등 삶의 변화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이유는 둘 중 하나예요. 책을 지나치게 빨리 읽거나 읽기만 하고 생각은 안 해서 그래요. 매년 한 명쯤은 이런 친구를 만납니다. 독서 의욕과 자신감이 상당해요. 그런데 잘 이끌어 주는 어른이 곁에 없으면 자만에 빠지기 쉬워요. ‘혼자 책만 읽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친구일수록 지식책보다는 이야기책을 추천합니다.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독서는 단지 지식을 축적하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또 지나친 속독으로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아이가 흐름만 대충 파악하고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하지 못한다면 정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 과정은 매우 어려워요.


아이가 자기 수준보다 높은 책을 읽고 읽은 책의 목록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독서모임을 꾸려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독서모임이 어렵다면 한 명의 책 친구만 찾아 줘도 좋습니다. 독서모임 구성원이나 책 친구는 꼭 나이가 같을 필요는 없어요. 물론 가장 훌륭한 책 친구는 바로 엄마입니다. 함께 읽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혼자 책만 읽는’ 아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진짜’ 독서는 고학년 때부터 시작

독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사실 책의 바다에 풍덩 빠지는 시기는 느닷없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한 권의 책이 계기가 되기도 하고 특별한 사람이나 시간이 독서의 방아쇠를 당기기도 하지요. 자도 서른이 넘어서 그 재미와 의미를 알았는데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그 안타까움이 절절하기에 우리 아이들만큼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학년 때의 대부분의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그림책을 읽어 주는 엄마가 곁에 있고 도서관 가는 데 거부감이 없으며 독서를 공부로 느끼지 않아요. 하지만 고학년은 달라요. 책에 그림보다는 글이 많고 엄마는 알아서 읽으라고 합니다. 실제로 저희 반 아이 중에 독서가 어려운 이유를 물었을 때 “집에는 책 읽으라는 사람이 없어요. 선생님이랑 줌(zoom) 켜 놓고 같이 책 읽을 때 참 좋았어요. 선생님, 그거 계속하실 거죠?” 라고 이야기한 친구가 있었어요. 다 커서 알아서 할 것 같지만 아직은 부모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제가 만난 6학년 찬오는 책 읽기를 유난히 힘들어하던 아이였습니다. ‘행복한 아침 독서’ 시간에 책을 펼치고만 있었지 읽질 못했어요. 친구들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거나 책 밖의 어느 한 지점에 시선을 고정하고 멍하니 있기 일쑤였습니다. 국어 시간에 소리 내어 교과서를 읽어 보게 하면 의미 단위로 끊어 읽기는 물론이고 연음법칙이 적용된 낱말이나 겹받침이 있는 낱말을 읽기 어려워했어요.


저는 찬오에게 특별 미션을 주었습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여동생에게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라고 했어요. 찬오는 그 미션을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그러자 소리 내어 읽기에 자신감이 붙더니 독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어요. 찬오 어머니는 책이라면 몸서리치던 아들이 선생님 덕분에 달라졌다며 저에게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하셨어요. 교사로서 아이들의 변화와 발전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제가 감사했지요.


이 시기에 아이의 독서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독서 인생 방향이 결정됩니다. 책에 재미를 못 붙이면 평생 책과 멀어져요. 독서를 학습의 일종으로 강요하면 시험이 끝나는 순간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진짜 재미있는 책을 만나 그 속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인생의 고비마다 책을 찾게 됩니다. 책에서 얻은 지혜를 가득 품고 문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마음 다치지 않고 극복해 나갈 수 있어요. 초보 독서가에 머무르느냐 숙련된 독서가로 나아가 책 읽기를 즐기느냐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리 아이를 단단히 세워 줄 책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이 책은 제 인생을 바꾸어 준 책입니다. 책에 나온 두 가지 조언 때문이에요. ‘첫째,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방법을 찾아라. 둘째, 네가 알고 있고, 할 수 있고,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해라.’ 제가 그동안 많은 고민을 거듭해 온 것은 다름 아닌 독서 교육, 그중에서도 초등 고학년 독서 교육이었습니다. 이 흔적들을 기록해 두면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록은 인스타그램에 했어요. 처음에는 어린이 책의 줄거리 위주로 서너 줄만 짧게 기록했습니다. 나중에는 사람들의 반응을 얻으면서 조금 더 길어졌어요.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다 책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고 제 오랜 꿈을 이루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꿈의 씨앗이 되었고, 그 씨앗을 제게 날려 준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키라’였죠. 때로는 기적처럼 어린이 책 한 권이 어른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열두 살 키라는 용돈을 아껴 좋아하는 그룹의 CD를 사고, 용돈이 오르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하는 평범한 소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말하는 개 ‘머니’를 만나요. 머니는 키라에게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 열 가지를 적어 보라고 합니다. 머니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하려는 일을 정확하게 모른대요. 그저 많이 하려고만 하고요. 키라도 적어 보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자신이 얼마나 꿈을 막연하게 꾸었는지 말이에요.


일단 부자가 되고 싶은 열 가지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고른 후, 날마다 쳐다봤어요. 글로 표현하면 덜 생생하니까 소원과 관련된 그림을 찾아 붙이고, 각 소원마다 소원 상자를 하나씩 만들어 돈을 저금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돈을 어떻게 벌죠? 용돈으로는 어림없어요. 이때 키라는 자신이 알고 있고, 할 수 있고,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이웃집 개를 산책시키기로 해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일할 기회가 없는 동네여서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돈 벌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키라는 열두 살에 부자가 되었어요.


키라가 부자가 되는 과정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가족들의 시선이었어요. 엄마는 키라의 소원 상자를 보고 비웃었습니다. 그렇게 돈을 모았다가는 꿈을 이루는 데 50년은 걸리겠다면서 말이에요. 아빠에게 돈 관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아빠는 “돈 박사가 다 되었다.” 라며 빈정거렸습니다. 키라가 얼마나 속상했을지 압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밤마다 아이를 재운 후 식탁에 책을 쌓아 두고 노트북을 켜면 졸음이 쏟아졌어요. 그래도 책 읽는 시간과 뭐라도 쓰는 순간이 좋았지요. 어느 날은 엎드려 자기도 하고 벽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남편이 지나가다가 몰래 사진을 찍고 며칠씩 놀렸어요. 그런데 제가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고 몇몇 출판사들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자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남편은 제가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일과 아이 돌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책 쓰기에 도전할 걸 그랬어요.


인생에서 돈은 중요할까요? 키라의 부모님은 키라에게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며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가르쳐요. 하지만 키라 눈엔 돈이 많은 골트슈테른 아저씨는 행복해 보이고, 돈이 없는 부모님은 불행해 보입니다. 두 분은 돈 때문에 항상 싸우고 우울해합니다. 돈이 많다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기도 해요. 부모가 말로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면서 아이 앞에서 돈 걱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면 아이는 혼란스러워합니다.


“용돈을 아껴 써라.” “합리적인 소비를 해라.” 같은 백 마디 잔소리보다 재미있는 이야기책 한 권이 더 생생한 가르침이 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키라처럼 이웃집 개를 산책시키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게 아니에요. 돈의 가치를 알고 적은 돈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물건을 소중히 생각하면 좋겠어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보여 주는 책

《마당을 나온 암탉》

딸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이와 저의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거였어요. 아이는 빨랐고 저는 느렸습니다. 아이는 새로운 도전이든 감정 표현이든 거침없었고 저는 주저했어요. 아이는 자기가 세상의 주인공이었고 저는 주변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아이는 항상 에너지가 흘러 넘쳤고 저는 그걸 다 받아주기도 전에 지쳤어요.


저와 딸아이만큼이나 서로 다른 가족이 있습니다. 주인공 잎싹은 난용종 암탉이에요. 양계장 철망에 갇혀 알을 낳는 것이 잎싹의 정해진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잎싹은 운명을 거부합니다. 한시도 잊은 적 없는 꿈이 있기 때문이에요.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잎싹은 기적을 소망합니다. 그러려면 일단 양계장을 탈출해야 하는데 뜻밖의 이유로 그 탈출에 성공합니다. 주인은 잎싹이 더 이상 쓸모없다 판단하고 철망에서 꺼내 구덩이에 던져 버려요. 죽음의 구덩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청둥오리 ‘나그네’ 덕분이었어요.


잎싹은 꿈에 그리던 마당으로 갔어요. 하지만 매몰찬 마당 식구들에게 하루 만에 쫓겨납니다. 야생을 헤매던 잎싹은 알 하나를 발견해요. 아무리 기다려도 어미가 나타나지 않자 그날부터 잎싹이 알을 품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좋은지 목이 메었어요.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잎싹이 알을 품는 동안 나그네가 곁을 지켜 줍니다. 물고기를 물어다 주고 족제비를 쫓아 주던 나그네는 결국 족제비에게 잡아먹히고 말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잎싹이 스스로 가슴 털을 뽑아 가며 품은 그 알은 바로 나그네의 알이었습니다.


나그네의 죽음으로 슬픔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잎싹에게 기적이 일어납니다. 아기가 알을 깨고 나왔어요. 잎싹은 아기에게 ‘초록머리’라는 이름을 지어 줍니다. 초록머리는 엄마와 많이 달랐어요.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헤엄을 쳤고 하늘을 날았어요. 잎싹은 그런 초록머리를 보며 가슴 벅차면서도 쓸쓸했어요. 초록머리는 계속 엄마 곁을 떠나려고 했거든요. 무리에서 외톨이가 될지언정 엄마 품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자기와 생김새가 다른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가장 제 마음을 후벼팠던 것은 잎싹과 초록머리의 이별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 나는 아이의 우주고 아이는 내 전부다.’ 지금이 참 좋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지요. 아이가 떠나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드는 쓸쓸함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가만히 지켜보아야 할 때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어야 할 때를 구분하면서 아이를 세상으로 날려 보내는 일, 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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