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랜선 육아

   
온마을
ǻ
미디어숲
   
16800
2021�� 03��



■ 책 소개


엄마들은 소통이 그립다
집콕 시대에 교육 전문가 엄마들이 찾은 해법

누구에게나 육아는 힘들다. 나홀로 고군분투하며 오늘도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들. 한때는 이 책의 엄마들도 그러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나홀로 육아에서 그들은 과감히 탈출했다. 쪼렙에서 만렙까지 엄마들이 모여 육아와 삶에 관해 이야기하며 육아의 진정한 즐거움과 인생의 참맛을 보고 있다. 직접 얼굴 보며 만나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육아 메이트가 되었다. 이 책에는 그들이 모임을 만들고 이끌어 온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초보 엄마들은 저자들이 아이와 함께 경험한 소중한 순간들을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또 실제로 알찬 정보와 조언,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랜선 육아 모임을 꾸리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육아 모임이 아닌 또 다른 주제의 랜선 모임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저자 온마을
전국에 골고루 흩어져 사는 30~40대 엄마들이 밴드에 ‘온마을’을 만들어 뭉쳤다. 나홀로 육아에서 탈출해 랜선 육아 메이트가 된 그들은 환경도 생각도 성격도 아이 기질도 다르지만, 2018년생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과 초중등학교 교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학교에서는 날고 기는 이들이지만 이웃집 순둥이 엄마 앞에선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며 자아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보통의 엄마들이다.

언택트 시대, 소통이 그리운 모든 엄마들에게 이 책이 삶과 육아를 나누는 곳이 되길 바란다. 방구석에 앉았을 뿐인데 육아가 즐겁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랜선 육아 모임의 세계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초청한다.

인스타그램 @grim_boso

■ 차례
이 책을 이렇게 활용하세요
프롤로그 알았다면 시작했을까, 엄마의 자리

1부 나 홀로 육아는 힘들어
어쩌다 혼자 육아
순둥이라 편하겠다고요?
잘 먹고 잘 자는 애는 옆집에만 있다
◆ 순둥이지수 체크리스트
◆ 엄마 체감 육아 난이도 체크리스트
누구라도 곁에 있다면
혼자는 싫지만 만남은 부담스러워
◆ 랜선 육아 모임 적합도 테스트
맘카페에서 랜선 육아 모임으로

2부 함께할수록 즐거운 동맹육아
‘온마을’이 시작된 세 가지 이유
삶은 원래 시시한 것
온마을엔 왁자지껄이 산다
온툰: 온마을의 순간포착, 즐거운 육아
육아의 진리, ‘애바애’

3부 어제의 엄마는 가고 내일의 엄마가 온다
엄마의 모유 수유: 그립지만 두 번은 안 하련다
엄마의 단호함: 너와 나의 사랑, 쪽쪽이를 떠나보내며
엄마의 후회: 손 빨기, 내가 사랑을 덜 줬을까?
엄마의 소망: 아가야, 제발 잠 좀 자자
엄마의 수면 교육: 혼자서도 잘 잘 수 있지?
엄마의 관찰: 아이의 표정과 행동은 뭔가를 말한다
엄마의 확신: 우리 딸은 잘 크고 있다
엄마의 죄책감: 엄마들은 칭찬받아 마땅해
엄마의 육아 메이트: 맡길까, 말까
엄마의 행복: 어머, 이건 꼭 해야 해!
엄마의 둘째 임신: 미안해서 소리 죽여 우는, 엄마는 임신부
엄마의 기록: 어제의 내 아이를 소중하게 간직하는 법
엄마의 고통: 아이는 한없이 예쁘지만 오늘도 난 참 힘들다
엄마의 독서: 아기가 깰까 봐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4부 나도 한번 육아 모임 꾸려 볼까
입문편: 컴컴한 육아터널에 숨 쉴 구멍 뚫기
랜선 육아 모임의 장점
똑똑! 나의 육아 메이트를 찾습니다
온마을의 탄생
장난 같은 첫 만남, 운명 같은 첫 글

운영편: 10년을 가거나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규칙을 만들면 망할 것이요, 안 만들면 흥할 것이니
뜨거운 연애를 닮은 온마을의 성장기
방심하다간 어느 순간 훅 간다

성찰편: 어제와 달라진 나
좋은 이별하기, 떠나보내기 싫지만
내 세계는 멈춘 줄 알았는데

에필로그 여전히 엄마로서, 새로운 시작점에서

 




방구석 랜선 육아


나 홀로 육아는 힘들어

누구라도 곁에 있다면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 중에 육아의 고독감에 빠져 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가 ‘힘들다’는 말만큼 ‘외롭다’고 토로한다. 주변에 육아를 함께할 가족들이 많다면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육아는, 나 자신이라고 믿어 왔던 세계를 모두 ‘아이’라는 존재로 갈음하는 충격적인 경험이다. 그래서 늘 북적이는 가족의 도움 속에서 아이를 키워도 해소되지 않는 내면의 외로움이 있다. 아무리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아이와 가장 친밀한 주 양육자만이 가지는 책임감, 그로 인한 부담감이 엄마에게 따라붙는다. 주변의 조력자들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이해라도 해 주면 다행인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순수하게 엄마가 원하는 도움만 쏙쏙 골라주는 사람은 없다. 입으로만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엄마가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다른 엄마들과 육아 모임을 만든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내 아이를 희생시키지도 않고, 나를 소모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그런 육아 모임을 원한다. 온전히 존중받고 서로 아끼는 모임, 더 나아가 당신을 더 당신답게 하는 육아 모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는 싫지만 만남은 부담스러워

새로운 육아 모임, 어디 없을까?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고 아이를 통해 엄마의 인생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인간관계는 아이가 중심이 되고, 엄마의 인간관계는 엄마 자신의 것일 때 더욱 건강한 관계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또한 나와 내 가족, 내 고민, 내 생각, 내 삶을 오픈하는 것은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모임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삶과 육아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차근히 거친다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멋진 친구가 될 것이다.


랜선 육아 모임 ‘온마을’이 막 시작될 무렵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다. 많은 가정들이 온전히 집에서만 아이를 돌봐야 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 팬데믹이 심각했던 몇 달은 ‘관계 맺기’라는 삶의 중요한 부분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시간이었다.


코로나는 향후 20~30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를 짧은 시간에 앞당겼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우왕좌왕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차츰 적응해가고 있다. 학교 수업, 회사 업무, 각종 공연, 교회 예배, 물품 구입같이 타인을 대면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던 일들이 내 집, 내 노트북과 스마트폰 앞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제는 왠지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이후의 삶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비대면의 삶을 살고 있고 그 편리함을 경험했다. 랜선 육아 모임도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들과의 랜선 육아가 어색하기도 하고 우려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한 번 제대로 운영해 보면 꽤 매력 있는 형태의 육아 모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모든 이들에게 랜선 모임을 권하고 싶다. 아니, 자녀 유무를 떠나 관계 맺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함께할수록 즐거운 동맹육아

‘온마을’이 시작된 세 가지 이유

온마을은 엄마라면 공감할 ‘아, 외롭다’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24시간 아이와 함께하는데도 늘 외로웠다. 물론 배우자가 함께하지만 그럼에도 육아는 참 외롭다. 육아는 1+1, 늘 내 곁에 아이가 있다. 그 끊을 수 없는 고리가 엄마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킨다. 두 번째 이유는 궁금증이었다. 다른 집 엄마들은 도대체 아이들하고 뭘 하고 지내는지, ‘육아는 템빨’이라는데 신박한 육아 아이템은 없는지, 어떻게 해야 채소를 잘 먹일 수 있는지 등 궁금한 것들을 해소하고 싶었다. 온마을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다가 나중에야 알게 된 세 번째 이유, 우리 모두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놓을 곳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오늘 이렇게 했다는 소소한 일상 공유 말이다. 자랑이든 걱정이든 궁금증이든, 마음 놓고 털어놓을 안전지대가 필요했다. 이 안전지대로 인해 육아의 외로움을 덜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육아의 진리, ‘애바애’

온마을 밴드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랜선 육아는 곧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 일상을 결정하고 이끄는 사람은 내가 아닌 내가 모시는 이분. 한때는 혹시 천사인가 싶어 날갯죽지를 쓰다듬어 보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점점 강력한 캐릭터로 진화하고 있는 녀석이다.


매일 아이가 자라는 만큼 엄마 역시 매일이 선택과 시행착오, 어쩌다 성공의 반복이다. 아이의 하루는 단순하다. 먹고 놀고 잔다.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엄마는 어떻게 하루를 채울지 고민하고 수없이 검색한다. 애들 옷, 놀이, 음식 다 고만고만하지 않느냐고? 진심으로 말하건대 박사 논문이 훨씬 쉬울 것이다. 적어도 논문은 내가 쓰는 거니까. 밥 먹이는 건 애가 입을 벌려 줘야 하고 놀이는 애가 놀아야 놀이다. 비유컨대 조각이 많지 않은 아기용 퍼즐과 같다. 아주 간단하지만, 퍼즐이 딱 맞는 자리가 있다. 다른 아이가 좋아한 놀이에 내 아이는 관심이 없다. 저 아이가 잘 먹는 음식을 내 아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것저것 자꾸 끼워 봐야 맞출 수 있는 것처럼, ‘애바애(case by case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아이마다 다르다는 뜻)’, 그것은 육아의 진리다.


온마을에서 나누었던 순도 100퍼센트 과장 없는 참 후기들은 너무 많은 선택지와 정답 모를 아이 취향, 얇은 지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내 고민을 줄여 주었다. 때로는 실패하기도 했지만, 또 실패하면 어떤가. 따라 해 보고 대박 난 아이템 한둘만 건져도 또 따라 할 맛이 난다.



어제의 엄마는 가고 내일의 엄마가 온다

엄마의 수면 교육: 혼자서도 잘 잘 수 있지?

얼마 전 훈육이라고 할 만한 것을 처음 해 보았다. 훈육은 세 돌부터 하라는 말도 있지만, 옳은 것을 가르치는 데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는 말에 더 마음이 간다. 이 부분이 육아에서 남편과 내가 갈등을 겪는 지점이긴 하지만. 남편은 내가 고작 만 2세인 ‘아기’에게 바라는 것이 많고 엄격하다고 말한다. 글쎄, 나는 24시간 아이를 돌보는 주 양육자로서, 또 아주 민감한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서 내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 자신이 비교적 잘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아이와 여느 때처럼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에 별이 보였다. 아이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으로 내 눈을 내리찍은 것이었다. 낮은 목소리로 “때리면 안 돼, 미안하다고 해.” 하니 역시나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몇 차례 반복된 일이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심하게 운다. 그날은 마음먹고 훈육을 시작했다. 때리면 안 된다고, 미안하다고 하라고 요구하자 아이는 울음을 무기로 나와 대치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안아 주세요” 하며 내 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로 손바닥을 가슴 앞에서 바깥쪽으로 해서 아이가 나를 안지 못하게 했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우는 아이를 두고 설거지도 하고 저녁도 준비했다.


그럼에도 내 신경은 온통 아이에게 가 있었고, 이게 맞는지 계속 의심과 회의가 들었다. 중간중간 사과하라는 나의 요구에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땀과 눈물을 줄줄 흘리며 넘어갈 듯 더 큰 소리로 울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해.”라고 말하자 잠시 숨을 멈추는가 싶더니 토하듯 “엄마, 미안해요.”라고 했다. 내가 안아주자 어깨에 기대 더욱 크게 통곡을 했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반이 지났다. 곧 쾌활한 목소리로, 저녁으로 준비한 파스타를 가리키며 “엄마, 파스타 먹을 거예요. 파스타 맛있어요! 배고파요.”라고 하는데, 이번엔 내가 울 뻔했다. 이 짠하고 어린 것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친다고.


그렇지만 나는 안다. 이 아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가르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수면 분리도 그랬다. 두 돌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나는 확신했다. 이제 큰 고비 없이 잠자리를 분리할 수 있고, 아이가 더 잘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묻는다면, 그냥 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행동이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이 보였다.


어떤 아이들은 수면 분리가 필요 없을 것이다. 또 어떤 아이들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고, 또 어떤 엄마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아니, 답은 언제나 엄마 안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엄마가 아이에 대해 안다고 말할 때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안다고 자만하다가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분명히 안다. 내 아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그래서 어떤 시도도 해도 좋다. 언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지 혹은 좀 더 자라서는 이 아이에게 수학 선행을 어디까지 시켜야 할지 같은 답 없는 고민을 할 때, 엄마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어차피 책임도 엄마가 다 지므로 실수해도 괜찮다. 그래서 사기가 꺾였을 때 우리가 함께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봐 왔노라고, 당신이 옳다고 지지해 줄 동료가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엄마의 육아 메이트: 맡길까, 말까

오늘도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나의 시가인 아이들의 할머니 집으로 간다. 코로나로 인해 등원하지 못하는 첫째까지 시어머니께 맡기려니 마음이 무겁지만, 한편으론 어머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 만일 일하면서 혼자 이 상황을 감당해야 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일하며 육아까지 감당해야 하는 워킹맘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하다. 그래서 피붙이라고 사랑으로 돌봐주시는 시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참아지는 건 아니다. 육아를 함께하는 육아 메이트 간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필연적이다.


나는 첫째 돌 무렵에 복직하면서 시어머니와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처음엔 친정엄마가 안 계신 내게 육아 도움을 많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가 조금씩 커 가고 부모로서 훈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부터 서서히 갈등이 빚어졌다. 퇴근하고 할머니 집에 가면 아이는 할머니 품에 안겨 내게 잘 오지 않았다. 아마도 먹고 싶은 간식을 계속 달라고 조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에 대해 엄마는 제지하고 훈육하기 때문에 아이는 더 싫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놀아 주고 먹여 주고 기저귀도 갈아 주며 자기 뜻을 다 받아 주는 할머니가 더 좋을 수밖에.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했다. 잘못해서 훈육하려고 하는데 시부모님이 아이를 감쌀 때는 아이를 망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혼란스러웠다. 중심을 잡기도 어려웠다. 나는 초보 엄마인데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이미 자녀들을 성장시킨 어른들과의 갈등 구도에서 확신 있게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난 아이를 맡긴 죄인이니까. 이곳은 아이가 귀한 시골이라 동네 할머니들이 일부러 모아 주시는 사탕을 맘대로 먹는 아이를 보며 이가 썩을까봐 걱정스러웠다. TV를 너무 보는 건 아닌지, 버릇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 섞인 눈으로 아이를 보았다. 공동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는 점점 커져 갔다. 그렇다고 맡기지 않을 수도 없었다.


공동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갈 즈음, 학교의 상담선생님과 우연히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내 고민에 대해 그 선생님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는 사랑과 별개로 조부모의 사랑을 받는 건 아이에게 정말 좋은 일임을 알려주셨다. 할머니와 어린 시절을 보낸 많은 아이들이 바르게 잘 자랐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 대화 덕분에 생각이 아주 바뀌었다. 아이가 사랑을 더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극정성과 사랑이 더 크게 와 닿았다. 어쩌면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내려놓은 부담 없는(?) 사랑이 아이에게는 더 좋을지도 모른단 생각마저 들었다.


어느덧 아이는 훌쩍 자랐고, 네 살 터울의 둘째를 돌이 지나 다시 시어머니께 맡겼다. 첫째 때 느끼던 마음의 갈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히려 나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시부모님의 건강이 더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요즘은 조부모님도 손주 육아를 도와주는 일을 힘들어하신단다. 오죽하면 대화 주제가 손주 안 맡는 법이라니. 그런 분위기에서도 선뜻 도와주시겠다는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감사하다. 사탕은 안 먹었으면 좋겠지만 좀 먹으면 어떠하랴. TV도 실컷 보고, 나중에 엄마랑 학습지 하면 되지.


조부모님이 가까이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인데 맡길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조언하고 싶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더불어 조부모님의 사랑까지 듬뿍 받아 정서적으로 충만한 아이로 자랄 테니 걱정은 조금 내려놓아도 좋을 것이라고.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중압감을 내려놓고 주는 부담 없는 사랑은 내가 결코 주지 못하는 종류의 것이다.


엄마의 기록: 어제의 내 아이를 소중하게 간직하는 법

나는 기록 덕후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남기고 하루를 반성하는 일기까지. 내 하루는 기록으로 시작해서 기록으로 끝난다. 어떤 물건을 딱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가족의 소중한 역사를 고를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기록도 점점 방대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일기는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게 한다. 훗날 읽어 보면 오그라든 손과 발을 펴며 추억도 함께 펴는 시간이 된다. 아날로그 형식의 손글씨로 다이어리에 적기도 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고, 맘스 다이어리에 아이들의 일기를 기록한다. 감사일기도 쓴다. 아이들의 기록은 찍스, 스냅스, 밴드북으로 남긴다. 아이들 기념일이 되면 사진으로 스티커를 만들고, 포토카드로 인화해서 포토앨범에 넣어 둔다. 아무래도 사진은 앨범에 꽂아야 실재감이 있다.


“어느덧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출산 전에는 빨리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태어나니 힘들긴 힘들다. 한 번 해 본 일임에도 여전히 마주하면 힘든 일상이다. 육아는 정신 수행이자 고행길이다.”


둘째 아이를 낳고 29일째 되는 날 쓴 일기의 일부 내용이다. 육아는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는 일인 듯하다.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는 것도 그러하다. 하루가 다르게 쌓여만 가는 수천 장의 아이들 사진을 보며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게 2년, 3년이 되고 5년이 되면 포기하게 된다. 당신의 포기를 막을 작은 팁, 시행착오를 거쳐 체득한 ‘성장을 기록하는 꿀팁’을 남겨 본다.


1)네이버 밴드북: 네이버 밴드북의 장점은 밴드에 기록해 놓은 사진과 글, 사진에 달린 댓글까지 그대로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사진만 따로 골라서 간단한 멘트와 함께 만들 수 있다. 쉽고 간편하다. 밴드에 사진을 올릴 때 밴드북을 만드는 걸 염두에 두면 좋다.


2)맘스 다이어리: 하루를 기록하는 아주 쉽고도 어려운 방법. 100일 동안 꾸준하게 일기를 쓰면 무료 출판 쿠폰을 준다. 주로 네 장을 한 장으로 편집한 사진과 함께 세 줄 정도 일기를 작성하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다. 하지만 100일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아서 부활쿠폰을 사용하기도 하고, 점만 찍고 말기도 한다. 습관이 되면 아침에 눈 뜨고 혹은 저녁에 자기 전에 다이어리를 쓰는 루틴이 생긴다.


2)찍스, 스냅스, 퍼블로그: 포토북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앱으로 아이의 100일, 200일, 돌, 두 돌 이벤트 때 주로 활용한다. 7개월 아이와 괌 여행을 한 후에도 사용했다. 찍스의 경우 실물을 받아 보면 만족도가 높아서 자주 사용하게 된다. 스냅스와 퍼블로그는 기념일 스티커나 포토카드 등 기타 상품을 만들 때 이용한다. 미리 핸드폰 폴더에 원하는 사진들을 골라 놓고 시작하면 자동으로 포토북을 완성시켜 주는 AI 기능이 있어 만들기가 간단하다.


4)베이비스토리: 태어나서 성장까지 아이들의 일상을 기록할 수 있다. 뒤집기, 무릎기기, 영유아검진, 숟가락질, 걸음마 등등 성장 때마다 기록할 수 있다. 이슈가 있으면 해당하는 사진을 업로드해 둔다. 앱을 꾸준히 사용하면 ‘캐럿’이라는 것을 주는데, 캐럿을 모아 무료로 포토박스를 만들 수 있다. 신청은 연 세 번이니 잘 활용해 보자.


5)구글 포토: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 일단 스마트폰과 구글 포토 계정을 연동시켜 놓는다. 시기별, 위치별, 심지어 사람별로도 자동으로 갈무리해 준다. 놀라운 점은 사진 검색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케이크’를 치면 우리 아이가 케이크 먹는 사진을 쫙 찾아 주는 방식이다. 꽤 자주 ‘1년 전 오늘’, ‘5년 전 오늘’ 같은 키워드로 그 당시 사진을 작은 포스터로 만들어 보내 주니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다 갑자기 탄력을 받으면 자동 업로드된 사진으로 앨범이든 뭐든 만들 수도 있다.



나도 한번 육아 모임 꾸려 볼까

랜선 육아 모임의 장점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모임 한 번 하기 위해 아이 낮잠 스케줄부터 남편 협조 가능 여부까지 따져 보다가 결국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렵게 모였다 한들 아이로 인해 외출 준비에서부터 이미 진이 빠지고 멘탈이 탈탈 털린 뒤다.


랜선 육아 모임은 모임을 위한 준비에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갑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도 언제 어디서나 말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육아 동지들과 연결이 가능하다.


육아(育兒)와 육아(育我)를 함께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가 자신의 내면까지 보듬기란 쉽지 않다. 그럴수록 아이 키우기와 엄마돌보기가 적절한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엄마가 심리적으로 건강해야 아이도 단단하게 자란다. 이전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살던 사람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잊고 살았던 내면의 상처가 자꾸만 올라오곤 한다. 만약 육아 중 수시로 출몰하는 자기 어린 시절의 그림자와 대면하는 일이 고통스럽고, 반복된 일상에 녹슬고 있는 내 재능이 아깝고, 출구가 없어 보이는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엄마이기 이전에 나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 랜선 육아 모임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함께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다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아이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듯 엄마들의 장점과 개성도 제각각이다. 아이와 무엇을 하고 놀까? 시기마다 잠은 어떻게 재울까? 이유식과 유아식을 어떻게 하면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게 만들까? 육아의 세계에서 양육자의 고민은 늘어만 가는데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혼자 질문하고 혼자 해답을 찾으려 하니 막막하다. 그러나 초보 엄마일지라도 모두에게 각기 고유한 강점이 있다. 한 가지 주제에서도 관점과 강점, 경험이 다른 이들이 의견을 내놓으면 의외로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지도 모른다.


내향적인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놀이터나 문화센터에서 엄마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하하호호 웃으며 나누는 대화에 귀가 이만큼 커져서 귀 기울여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도, 나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너무 깊은 관계는 불편하고, 친해질 기회를 놓친 후 ‘아, 친해져 볼 걸 그랬나...’ 후회해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랜선 육아 모임은 그런 관계에서 오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랜선 육아 모임의 경우 직접적인 오프라인 인관관계에 비해 개인의 성격이 덜 드러나므로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덜 부담스럽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도 글이라는 매개체를 거치며 개인의 독특한 성격은 조금 희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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