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내 뜻대로 키울 줄 알았습니다

   
김선희
ǻ
글로세움
   
14000
2021�� 03��



■ 책 소개


기타리스트 아들을 둔 엄마의 자녀교육 스토리!

이 책은 자신이 그린 그림대로 훌륭하게 아이를 키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겠다던 한 엄마의 날것 그대로의 자녀교육 스토리다. 그녀의 야심찬 목표는 결실을 맺게 되었을까? 결론은 ‘다행히도’ 실패다. 그간 엄마가 정한 길로 잘 따라와 주었던 아이가 어느 날 자신의 길을 가겠다며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엄마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이제 그 아들이 어엿한 기티리스트가 되고, 엄마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 저자 김선희
육아/자녀교육전문가

엄마로 살아온 지 19년 차, 가르치는 일 하나 만큼은 자신 있었던 그녀는 큰 아이의 극심한 사춘기와 함께 성장통을 겪으며 진정한 양육의 가치를 가슴으로 깨닫는다.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던 게 아니고, 아이가 부모인 나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좋은 엄마’가 아니라 ‘좋은 나’로 살아가는 게 틀어진 모든 관계를 바로잡을 열쇠라는 것을, 아이는 내 뜻대로 키우는게 아니라 아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응원해 주고 선택을 지지해줄 때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남양주유지’, 그녀의 별명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다양한 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의미 있는 일을 재밌게 해내는 걸 좋아하며, 학생과 부모 공동체 안의 연결의 힘을 믿는다. 훈민에듀코칭 대표, 학원장, 작가, 코치 등의 부캐를 지닌 오지라퍼이기도 하다.

아이의 사춘기를 거치며 마음의 면역이 생겼다는 그녀는기꺼이 ‘엄마백신’임을 자처하며 오늘도 내면의 가치를 찾는 엄마들이 100인 100색의 해법을 찾는데 조금의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인스타그램 @yuji_kim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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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디오클립 ‘엄마백신’ 채널 운영

■ 차례
┃프롤로그┃ 8

1장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

좋은 엄마 콤플렉스 “엄마야, 학습 매니저야?” 15
좋은 게 좋은 거지 “도대체 불만이 뭐야?” 22
엄마의 자랑거리 “넌 엄마의 1등 제자야!” 28
어쩌다 엄마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것” 33
내가 못했으니 너만이라도 “제가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37
우리 엄마는 팬더 “가족을 동물로 표현해 보세요” 44

2장 부모라고 다 자식을 모른다

내 맘을 몰라주는 엄마 “엄마, 심리학 전공이라면서?” 53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의 부작용이라고요?” 59
설마가 현실로, 아들의 가출 “호락호락 넘어가나” 67
현명한 대처 “야단친다고 해결되지 않아” 74
답정너 엄마 “내 삶은 내가 선택해!” 80
가장 좋은 설득 “설득하지 않는 것” 84

3장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 비우기

가깝다고 마냥 좋지는 않다 “안전거리를 유지하세요” 93
엄마들의 공감대 “오늘 우리 아이가 자퇴해요” 99
우리 집 전화번호 저장법 “불러주는 대로 된다” 108
진달래는 개나리로 필 수 없다 “저, 엄마에게 맞았어요” 115
매일 기도하는 마음 15분 “노력하는데 왜 안 바뀌는 거지?” 123

4장 지지해 주면 스스로 자란다

행복한 몰입은 성장이다 “게임보다 즐거운 것?” 133
무모한 도전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137
자소서 쓰던 날 “엄마가 좀 도와 줄까?” 145
폭풍 잔소리, 그리고 후회 “현상보다는 관계죠” 152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정말 꿈이 없는 걸까?” 159

5장 아이가 부모를 키우고 있었다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사랑을 느끼는 언어는 무엇일까?” 171
아들의 편지 “분노의 편지가 감사의 편지로” 178
특별한 진학 준비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에요” 187
집 떠난 후 첫 생일 “효자, 효녀의 기준이 바뀌었어요” 194
설거지는 사랑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203
두 번째 중2 “하고픈 거 하고 삽니다!” 211

6장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아이의 재능에 물주기 “꿈이 우선? 생계가 우선?” 223
네 선택이 옳았다 “무조건 서울로 가야해” 228
이젠 당신이 꽃 필 무렵 “당신을 응원합니다” 236
엄마의 오지랖 “사회적 자본을 쌓는 중이야” 241
나를 키우는 일 “아티스트의 엄마가 되었네” 250

에필로그 259

 




내 아이는 내 뜻대로 키울 줄 알았습니다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

좋은 엄마 콤플렉스 _ “엄마야, 학습 매니저야?”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때의 어느 날이었다. 내 SNS를 보던 친구가 말했다.


“야. 너는 엄마가 아니라 무슨 학습 매니저 같아. 애들 데리고 맨날 어딜 그렇게 다니는 거야? 너희 집 애들 정~말 피곤하겠다. 주말에 쉬기는 하는 거야? 적당히 좀 해~”

“아, 그래? 그래 보여?”


겉으로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내가 아직 애가 없어서 그렇지. 어디 한번 낳아봐라. 네가 엄마가 돼봐야 날 이해하지.’ 하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나는 ‘이만큼이나 우리 애들을 위해 이것저것하고 있어요. 나 진짜 좋은 엄마예요. 알아주세요.’라며 자랑 섞인 마음이었던 것이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친구의 지적을 듣기 전까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의 기준’은 이랬다.


아이들이 걸려 넘어질 것 같은 돌이 있으면 미리 치워준다.

내가 먼저 겪었던 시행착오를 내 아이에게는 겪게 하지 않는다.

아이 인생의 로드맵을 미리 짜준다.


나는 스스로 세워놓은 내 기준에 딱 맞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게 오류였다. 내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교육에 관련된 각종 도서와 육아잡지, 방송에 나오는 자녀교육 성공담을 보면서 저들의 모습이 곧 정답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잘만 따라 하면 내 아이도 저렇게 키울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내 아이들을 다른 누구보다도 성공의 길로 이끌 자신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로부터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된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퍼뜩 ‘아,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말은 며칠 내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내가 세워두었던 ‘좋은 엄마’와 ‘좋은 교육’에 대한 기준과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큰아이 담임 선생님에게 호출을 받았다. 아들이 같은 반 친구를 눕혀두고 두들겨 팼다는 것이다. 나는 충격에 휩싸인 채 학교로 향했다. ‘그럴 애가 아닌데... 정말 친구를 때렸다고?’ 평소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해온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엄마가 하는 말에 토조차 달지 않던 아이, 반항적이거나 거친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던 아들이었기에 더욱 믿기 힘들었다.


담임 선생님을 만나 보니 일 자체는 아이들끼리 서로 화해하는 선에서 잘 마무리가 된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지훈이는 모범적인 학생이라 선생님 입장에서는 가르치기 편합니다. 그런데... 보면 자기가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가볍게 치는 장난에도 심히 불편해 하고 경직된 모습을 많이 보이더라고요. 학기 초보다 요즘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빈도가 늘어서 걱정스럽긴 했는데... 또 아이가 멍하게 있는 시간도 많아서 손 내밀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네요. 제가 어머님께 조금 더 일찍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순둥이 아들, 지훈이가 그저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나는 늘 궁금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부모가 되는 수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육아에 관한 교육 역시 어디서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저 아이를 잘 키우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현실은 내 맘 같지 않았다. 솔직히 얘기하건대, 나는 엄마가 된다는 것에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그래서 두려움의 크기만큼 수많은 육아서적과 자녀교육서를 읽으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려움만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다 엄마 _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것”

나는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 클까 봐 전전긍긍했고 육아에 있어서는 절대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 불안을 잠재우고자 아이로 하여금 뭐든지 자꾸만 ‘더! 더!’ 잘하기를 강요했다.


무엇이 아이를 잘 키우는 옳은 방법인지 알지 못해 생기는 그 불안한 마음, 그 마음을 안은 채 나는 아이를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순간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엄마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 보건데 그 선택들은 온전히 아이의 행복을 고려한 것들이 아니었다. 아이를 위해 내가 내렸다는 선택들은 사실 내 마음이 편하고 싶은 방향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 것들이었다. 아이의 행복보다는 내 머릿속으로 그리는 아이의 미래, 내가 만들고 싶은 아이의 모습 마음에 두고 선택하는 우를 범해 왔던 것이다.


나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며 밀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늘 불안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불안의 크기만큼 아이에게 끝도 없이 ‘더! 더!’ 잘하기를 요구했다.


‘그럼 아이에게 부모의 욕심이 담긴 그 무엇도 해서는 안 된다는 건가요?’


누군가는 이렇게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모든 욕심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부모에게는 부모로서 당연히 아이에게 행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읽고 쓰기의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올바른 신념을 세우는 것도 가르쳐 주어야 한다. 힘든 상황에서도지지 않고 견디는 힘, 노력과 성취감을 알려주는 것 역시 부모의 역할이다.


중요한 건 어떤 것이든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요구하기 이전에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바로 부모의 마음가짐이다.


진정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아이가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가도록 격려하는 마음.

아이가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적절하게 도움을 주는 선에서

거리를 유지하는 마음.


부모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대부분 ‘어쩌다 엄마’들일 것이다. 엄마로서의 삶은 갑작스럽게 전쟁에 불려간 학도병이나 마찬가지다. ‘부모’라는 이름의 전쟁터에서 연습 시간은 없다. 엄마들은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것과 동시에 ‘육아와 교육’이라는 이름의 실전에 투입된다.


엄마들은 혼란을 겪으며 아이의 삶과 내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을 체험한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 내 아이의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그 착각은 결국 사춘기라는 강력한 장애물을 만난 뒤에야 산산조각이 난다. 착각에서 깨어난 엄마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뒤늦은 후회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표 학습’을 위해 정보들을 찾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엄마들에게, 선배 맘들이 걸어간 길을 뒤따라가려는 엄마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희망찬 시작만큼 중요한 것은 아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엄마 선생님’을 내려놓을 시점을 아는 현명함이다.


‘엄마 선생님’은 그 역할을 하는 엄마 스스로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신은 ‘엄마 선생님’이 아니어도 이미 당신의 아이에게 ‘내 엄마’로서 충분히 ‘좋은 엄마’다.



부모라고 다 자식을 모른다

답정너 엄마 _ “내 삶은 내가 선택해!”

나는 내 늘 아이가 혹시라도 잘못된 길로 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시달렸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아이의 성적이나 대회 수상 실적 같은 눈으로 확인 가능한 성과들에 집착했다. 확실한 결과물들을 보았을 때나마 잠시라도 불안감은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던 아이는 결과물을 들고 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엄마의 웃는 얼굴은 아이가 결과를 가져온 잠깐의 순간에 멈췄다. 엄마의 욕심에는 끝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더! 더!” 하고 외치는 엄마의 요구에 지쳐갔고, 결국 성과만을 바라는 무한 루프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해!”

결국 아들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스스로 가족과의 소통을 차단했다. 더는 엄마에게 휘둘리지 않고 싶다는, 자신의 의지를 확실하게 표현하고자 나온 행동이었다. 소통의 차단을 시발점으로 아이는 엄마의 반응을 보아가며 행동의 강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아들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돌았고, 조금씩 귀가 시간을 어기더니 마침내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일이 잦아졌다. 이른 새벽, 아이가 잘 들어왔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방문을 열어 보았다가 시커먼 녀석들(아들의 친구)이 보여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훈이의 사춘기는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들이 ‘내일이 없는 미친놈’처럼 변화하는 시기였다. 그런 아들을 보며 이상한 친구들을 만나 탈선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기억하는 사랑스러운 아들을 영영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이렇게 망친 것이, 아이가 벌이는 이상한 행동들의 원인이 전부 나인 것만 같다는 자책감 때문에 매일이 괴로웠다.


아이가 방황하던 나날들은 그야말로 내가 아이를 힘들게 했던 만큼의 괴로움을 그대로 되돌려 받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내가 흘리는 눈물은 아이를 배려하지 않은 엄마에게 내려진 벌이었다. 그렇게 나는 울고 또 울며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아이를 그토록 몰아붙였던 걸까? 아이가 잘못 클까봐 불안해서? 내 생각만 잔뜩 주입한 지금의 모습을 봐. 아이와 대화조차 제대로 못하는 이 모습이 내가 잘 키운다고 노력한 결과라고? 내가 놓친 게 대체 뭘까? 이전까지 내가 행한 잘못된 방법들을 고치려면 무엇을 바로 잡아야 하는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속에서 나는 천천히 과거를 짚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내 머릿속에는 단어 하나가 떠올랐으니... 그 단어는 다름 아닌 ‘답정너’였다.


‘답은 어차피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나는 아이와 의견을 조율해 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핑계, 혹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들며 늘 아이들에게 통보만 하는 엄마였다. 직업상 그리고 사회에서의 내게 맡겨진 역할상 의견 조율보다는 결정을 내려주어야만 하는 습관(?)이 수평적 관계이어야 하는 가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을 멈출 시점이 왔다.’


나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개선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사랑하는 내 아들과 소통이 안 되는 것을 넘어 평생 틀어진 사이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좋은 설득 _ “설득하지 않는 것”

지훈이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 빗장은 소통단절을 의미했지만 그 누구도 곁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단 한 번도 거실에 나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심지어 가족 식사라도 하게 되면 누가 자신에게 말 시키는 것이 싫어 얼른 밥만 먹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 버리곤 했다. 오죽하면 TV조차 한 번을 같이 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에는 ‘TV 속 누군가와 비교하는 엄마의 말’과 같은, 지난날의 상처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이가 정말 잘 크기를 바란다면, 억지로 아이를 설득하고 강요하는 것을 멈추고 그 사이 지나쳤던 나 자신의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


굳게 닫혀버린 아이의 방문을 열기 위해, 다시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기 위해 행해야 할 일은 아주 단순했다. 그건 바로 ‘내려놓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아마 당시의 내가 그러했듯, 많은 엄마들이 이런 행동 자체가 많이 서툴고 어색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 부분에는 연습이 필요했지만 도무지 ‘이거야!’ 하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저 나 역시 주변 선배 엄마들의 조언과 친절한 유튜브 영상들(나의 검색 키워드는 ‘사춘기’)을 참고하며 무던히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에 오랜 노력을 들여야 했다.


아이들은 놀라운 진심 판별사이다. 엄마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져야만 아이들 역시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엄마가 말로만 아이를 설득하는지, 고민과 노력을 하면서 설득하는지, 그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알아채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내 노력을 통해 일어날 아이의 선택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난 뒤, 아이는 스스로의 선택이 확실해진 시점이 오고 나서야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아이가 음악학원 입시반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어느 날, 지훈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쉬고 있었다. 아이가 거실로 나왔다는 건 “난 이제 엄마가 어떤 말로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어.”라는 의미와 같았다. 아마 짧지만 굵은 방황을 거치며, 아이 나름대로 단단함이 생긴 것이었으리라.


낯설면서도 감사함이 느껴질 정도로 반갑던 그 모습은, 내 가슴 속에서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설득은, 아이로 하여금 ‘부모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뜻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했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쳤을 때야말로 아이들은 자신이 결정한 길을 걸으며 맞닥뜨리게 되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결과의 부족함을 스스로 감내하며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부모의 강요로 원치 않는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에 하나라도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못한다면, 아이는 그 모은 원망을 부모에게로 돌리게 된다. 자녀와의 관계는 당연히 나빠질 것이고, 심하면 경우에 따라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엄마가 가지고 있었던 선택의 주도권, 그 결정권을 아이에게 주자. 선택의 주도권을 주고 난 다음 필요한 것은 오직 ‘인정하고 기다리기’뿐이다.


지금 당장은 답답하게 여겨질지라도 멀리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와의 관계를 지키는 것이 결국은 ‘아이의 성장과 아이와의 관계 지키기’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법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스스로의 뜻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게 했음에도 제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순간순간 이런 불안감이 나를 찾아왔다. 아이를 믿기로 마음먹은 부모 누구라도 이런 나와 같은 마음으로 불안할지도 모른다. 그 과정을 먼저 뚫고 나온 지금,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라고 말이다.


겉보기에는 그 과정을 통해 정말 아이에게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수 있지만,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아이는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분명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변화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 비우기

매일 기도하는 마음 15분 _ “노력하는데 왜 안 바뀌는 거지?”

아이들은 진심을 안다

‘어른 엄마’가 되기 위한 수행을 거치면서 이 시기에 내가 보았던 수많은 책과 영상 중 <부모가 죽어야 아이가 산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제목을 보는 순간, ‘부모가 죽어야 아이가 산다고? 이게 무슨 끔찍한 소리지?’ 하는 생각과 함께 호기심이 들었다. 당시 나는 ‘마음’과 ‘자존감’에 관련한 영상을 찾아보고 있었지만 ‘부모의 죽음’이라는 말의 의미가 너무 궁금했던 탓에 클릭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상은 공감 소통 전문가인 김창옥 님의 강연이었다. 영상을 본 나는 그가 이야기하는 ‘부모의 죽음’이 물리적인 죽음이 아닌 ‘자녀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 무관심’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훌륭한 자녀 교육은 자녀에 앞서 부모의 본능과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부모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이었다.


나는 그때 느꼈다. 신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지 위해 자식을 보낸다더니, 자식을 키워보아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말이 정말 이런 의미인가 보구나.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자식 잘 키우고 싶으면 이것저것 시킬 게 아니라 그저 부모의 뒤통수만 깨끗이 하면 된다’가 이런 뜻이구나.


욕심이라는 색안경이 문제다

아이는 너무나 잘 크고 있었으나 ‘부모로서의 욕심이라는 색안경을 낀 나는 진실을 보지 못했다. 결국 괴로워 죽을 것만 같던 문제의 원인이자 해답은 결국 아이의 성장을 받아들이는 부모인 내게 달린 것이다.


나는 좌충우돌하면서 나를 집어삼키는 괴물 같던 괴로움이 ’나 자신이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거짓말처럼 그 괴로움을 더는 경험을 했다. 그저 일어난 일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해석을 바꾸면 되는 일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 마음으로는 결코 아이를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김창옥 강사님의 말처럼, 부모로서의 욕심이 들어간 나를 죽이고 정말 아이에게 아이의 삶을 살도록 해주겠다는 진심만이 아이를 움직일 수 있다. 혹시 그 진심이 통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한가? 아이의 마음이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엄마가 아이를 힘들게 했던 시간만큼’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를 힘들게 한 횟수만큼 미안하다고 사과해아 한다고 한다. 그렇게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보고, 믿으며 기다려 주어야만 아이는 경계를 풀고 ‘곁’을 내어준단다.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나를 키우는 일 _ “아티스트의 엄마가 되었네”

아들이 입학 후에 보내온 첫 영상은 ‘아이가 미치도록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게 정답이라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해주었다. 영상을 보던 그 순간, 아이들을 행복한 표정에 가슴이 벅차올랐기 때문이다.


강렬한 기억을 심어준 그 영상은 “보세요, 엄마. 저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고집 센 엄마를 꺾은 자존심 강한 아들이 오히려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엄마이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새로운 세계인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지훈이는 그 멋진 친구들과 정식으로 음원(그룹명:430wave)을 발매하였다. 실제로 아이들이 만든 음악이 음원 사이트에서 검색이 되고 음원 서비스가 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아이들은 미약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이를 알리기 위해 저작권 협회에 등록을 하며 자기만의 콘텐츠를 쌓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육아를 통해 내가 가장 크게 깨닫게 된 부분은 어른인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야말로 부모를 진짜 어른으로 키워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쓸데없이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믿어주는 것,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잘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랬다. 그게 전부였다. 애는 알아서 잘 크고 있으니 엄마는 그저 엄마의 인생을 잘 살면 된다.


꿈에는 정답이 없다

진로에, 꿈에 정답이 어디 있다던가? 더구나 요즘 같은 불확실과 빠른 변화의 시대에 말이다. 없던 직업이 새롭게 속속 생겨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직업도 적지 않다. 원하는 직업이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되는 시대다. 그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스스로 방향을 수정해 가며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정답이라면 누가 뭐라고 할까.


20세기 엄마의 어린 시절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유튜버라는 것이 21세기에는 너도나도 하고 싶은 핫한 직업이 되었다. 이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아이 인생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가 할 일은 무엇일까?


1. 아이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능력 길러주기

2.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혼자 하도록 내버려두기

3. 아이가 막막해하고 있을 때는 인생 선배로서 방향 제시해주기

4. 아이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5. 아이가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지도록 해주기


부모가 해야 할 일이란 이 다섯 가지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에 압도되어 부모로서의 눈과 마음이 가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자녀교육의 막막함을 풀어낼 열쇠는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혹시 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한 발짝 내딛어보면 된다. 불안하다면 친절한 이웃과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고민하면 된다. 관점을 바꾸어 아이들을 바라보면 두려움은 어느새 용기과 기대로 바뀔 것이다.


아이가 아닌 ‘나’를 삶의 중심에 놓고 아이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자. 그렇게 부모와 아이가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 아이들은 무조건 잘 크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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