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위한 영화 속 로봇인문학 여행

   
전승민
ǻ
팜파스
   
13800
2020�� 11��



■ 책 소개


딱딱한 개념 설명 말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살펴보는 로봇 인문학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직원 대신 서빙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준다. 정찰 업무를 맡기 위해 군대는 군견 대신 로봇 군견을 데리고 간다. 비대면을 위해 마스크 쓴 배달원 대신 배달 로봇이 우편물을 전달한다. 이것이 과연 미래의 일일까? 아니다. 현재 실제로 이용되고 있는 로봇 서비스이고, 점자 우리 일상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로봇들의 모습이다.

이 책은 영화라는 생생한 매체를 통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로봇에 대해 알아보며, 로봇에 관한 지식과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로봇과 관련된 사회의 영역과 기술, 파급력을 살펴본다. 오랜 기간 로봇을 취재해온 저자는 로봇을 이해하기에 좋은 영화들을 엄선하여 기술은 물론 인문, 사회 같은 다양한 측면으로 로봇에 대해 살핀다. 기술에 대한 설명만 나열하면 이해하게 어려울 개념도, 영화라는 좋은 스토리텔링 매체로 인해 쉽게 이해가 된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첨단 과학에 대한 지식과 소양을 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미래 사회의 기술 흐름에 대한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 저자 전승민
저자 전승민은 과학기술 분야 저술가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덕연구단지 과학신문 <대덕넷> 취재기자, 과학 미디어 기업 ‘동아사이언스’에 10년 이상 근무하며 월간 <과학 동아> 기자, 일간신문 <동아일보> 과학팀장, 온라인 과학뉴스사이트 <동아사이언스> 편집장 및 수석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행하는 <사이언스타임즈>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인간형 로봇기술의 발전과 한국 KAIST 연구진의 노력을 조명한 책 『휴보이즘』, KAIST 연구진의 세계 재난로봇경진대회 우승기를 그린 『휴보, 세계 최고의 재난로봇』, 한국 미라의 발생과 기원을 연구한 『500년 신비를 과학으로 풀다, 한국 미라』, 청소년들을 위한 디지털인문학 도서 『인공 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는 글

Theater 01 영화로 이야기하는 ‘로봇의 정의’
#01 100년 전 사람들이 상상한 최초의 안드로이드 ‘마리아’를 만나다 <메트로폴리스>
#02 로봇은 반드시 ‘무선 조종’이어야 한다고? 분분한 로봇의 기준에 대해 <철인 28호>
#03 인류를 구하는 영웅, 거대 로봇을 꿈꾸다 <퍼시픽 림>
#04 인공위성 부품일까, 인공지능 로봇일까? <로봇, 소리>
Credit Cookie 1 너도나도 ‘로봇’이란 단어를 쓰는 이유
Theater 02 영화 속 로봇으로 보는 미래의 ‘과학 기술’
#05 사이보그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로보캅>
#06 탑승형 로봇 기술의 미래, 우리는 언제쯤 로봇을 타고 다닐 수 있을까? <아바타>
#07 로봇의 운동 능력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 내다 <리얼 스틸>
#08 가장 현실성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그려 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Credit Cookie 2 현실 속 로봇 기술, 어디까지 와 있을까?

Theater 03 영화, 과학과 허구 사이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09 하늘을 나는 궁극의 웨어러블 로봇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이언맨>
#10 의식으로 로봇을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 <써로게이트>
#11 ‘생명체처럼 보이는 금속’의 정체를 밝혀라! <트랜스포머>
#12 사람의 기억과 자아를 로봇에 전송할 수 있을까? <채피>
Credit Cookie 3 영화 속 ‘그럴듯한’ 설정과 진짜 ‘로봇 기술’의 차이점

Theater 04 ‘생각하는 로봇’은 사람의 적일까, 친구일까?
#13 인간을 공격하는 ‘나쁜 인공지능’의 대명사 <터미네이터>
#14 인간의 사랑을 원하는 로봇 아이가 나타난다면?
#15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싶다면? <엑스 마키나>
#16 인간의 기억을 가진 전자두뇌를 갖고 기계 몸을 입는다 <공각기동대>
Credit Cookie 4 생각하는 인공지능 로봇, 세상에 등장할 수 있을까?

Theater 05 영화로 살펴보는 미래의 ‘로봇 사회’
#17 내 성격과 딱 맞는 로봇과 친구가 되는 미래 <스타워즈>
#18 한 남자의 서글픈 삶으로 본 ‘로봇의 권리’ <바이센테니얼 맨>
#19 로봇 3원칙 창시자의 끝나지 않는 고민 <아이, 로봇>
#20 로봇은 새로운 종(種)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오토마타>
Credit Cookie 5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조건

 




십 대를 위한 영화 속 로봇인문학 여행


영화로 이야기하는 ‘로봇의 정의’

로봇은 반드시 ‘무선 조종’이어야 한다고? 분분한 로봇의 기준에 대해 <철인 28호>

속칭 ‘마니아(Mania)’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은 별반 차이도 없어 보이는 로봇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기준을 다르게 쓰면 이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지요.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만화 영화(애니메이션) 시리즈 <건담> 속 로봇입니다. 이 작품에선 사람이 탑승하는 인간형 전투 장비가 나오는데 이것을 로봇이라고 하지 않고 ‘모빌 슈트’라고 부릅니다. 제 친구 중에 <건담> 마니아가 한 명 있는데, 건담을 로봇이라고 불렀다가 혼이 난 기억이 있습니다.


<건담> 마니아들이 건담을 ‘모빌 슈트’라고 부르는 것에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많지만 그 이유를 꼼꼼히 따져 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꽤 있습니다. <건담>에 나오는 인간형 전투 기기들은 사람이 탑승해서 직접 조종해야만 움직입니다. 즉 전투복의 개념처럼 쓰이니 슈트라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건담>에서는 용어의 혼동을 피하고자, 몸에 입는 우주복은 ‘노말 슈트’라고 부르더군요.


이런 구분은 학술적으로도 어느 정도 사실로 보입니다. 로봇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기준은 국제공업규격(ISO)에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로봇은 자유도가 2개 이상으로 (프로그래밍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복잡한 기계장치라고 해도, 컴퓨터 장치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로봇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런데 건담과 같은 기계장치를 움직이는 데 자동화 기술이 안 쓰일 수 없지요. 예를 들어, 로봇을 보고 ‘주먹 지르기를 하라’는 명령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로봇의 팔만 쓱 내밀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강한 일격을 가하려면 발도 한 걸음 나가야 하고, 어깨의 높이를 바꾸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 것까지 사람이 일일이 키보드로 명령을 내렸다가는 주먹을 내지르는 데 한나절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사람은 페달을 밟거나 스위치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명령을 끝내야 하고, 로봇은 모든 동작을 자동으로 해치워야 합니다. 사람이 안에 타고 있다고 해서 ‘자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율성, 로봇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다

그렇다면 건담 마니아들이 ‘로봇은 철인 28호 같은 것’이라고 구분하는 까닭은 뭘까요. 철인 28호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무선조종(RC)으로 움직인 것 같더군요. 그 생각의 바탕은 이렇습니다. “철인 28호는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는다. 휴대용 조종장치로 로봇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철인 28호는 자율제어 기능이 있을 것이다.”


로봇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영화나 만화 속 로봇들이 저마다 조금씩 ‘로봇’이라고 부르기에 꺼려지는 설정들이 있습니다. <건담> 마니아들의 기준대로라면 반드시 사람이 탑승하는 <에반게리온>이나 <마징가Z>도 로봇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지요. 하지만 철인 28호만큼은 진짜 로봇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영화나 만화 속 보통명사 ‘로봇’을 대표하는 존재가 바로 ‘철인 28호’라고 한다면 조금 과장된 표현일까요.


인류를 구하는 영웅, 거대 로봇을 꿈꾸다 <퍼시픽 림>

거대 로봇, 지구를 지키는 과학적 영웅을 만들다

2013년에 개봉한 <퍼시픽 림>은 후속편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 2018년에 개봉되며 당시 극장 예매율 1위를 달리는 등,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퍼시픽 림>은 ‘로봇을 타고 괴수와 싸운다’는 기본 설정부터 에반게리온과 꽤 유사합니다. <퍼시픽 림>에는 <에반게리온> 속 괴생명체 ‘사도’에 비견되는 ‘카이주’가 등장합니다. 카이주는 사도처럼,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연히 나타나 파괴 활동을 벌입니다. 주인공들은 ‘예거’라 불리는 거대 로봇을 타고 카이주와 싸우며 지구를 지키지요.


과학처럼 보이지만 과학이 아닌 영역들

<에반게리온>과 <퍼시픽 림>. 두 작품 모두 거대 로봇과 각종 첨단 장비가 자주 나와 짐짓 과학 영화라는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두 작품의 설정에서 제대로 과학적인 고증을 거친 것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빌딩만 한 로봇이 실제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많은 작품에 거대 로봇이 등장합니다만, <퍼시픽 림>의 경우는 ‘커도 너무 커서’ 문제입니다. 마징가Z의 키가 18미터. 건담(초기형)의 키도 이와 똑같은 18미터 정도입니다. 그런데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로봇 ‘예거’는 보통 70미터가 넘으며, 85미터에 달하는 모델도 등장합니다. 예거는 그 어떤 작품 속 로봇보다 큽니다. 원작(?)으로 보이는 <에반게리온>에서 에바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없지만, 예거와 거의 크기가 비슷해 보이지요.


사실 빌딩만 한 거대 로봇이 뛰어다니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크기가 워낙 커서 조종사가 받는 충격 문제는 도리어 해결할 수 있어 보입니다. 조종실을 캡슐에 넣어 액체 속에 띄워 놓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로봇에 충격을 상쇄할 장치를 넣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다른 문제가 또 생기는데, 우선 그만한 로봇을 움직일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미래형 에너지라는 핵융합 발전 기술이 실용화되면 일말의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필요한 전력을 변환하는 변압기만 해도 로봇 몸체를 가득 메워도 공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이 단계를 지나 간신히 움직이게 되더라도 발목이나 관절 부분에 걸리는 부담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만한 무게를 견딜 구동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용성에서도 의문을 드는데, 이렇게 커다란 로봇은 불안정하고 동작도 굼떠 전쟁에서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미사일 같은 원거리 무기에 취약하니 적군에게는 그저 쏘아 맞히기 편한 커다란 표적일 뿐이지요.


이런 점에서 <퍼시픽 림>은 공상의 스토리를 로봇과 함께 그럴듯하게 버무려 낸 철저한 상업 영화입니다. 과학적인 고증을 추구하는 로봇 영화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지만, 로봇 판타지의 절정을 보여 주다

2013년 개봉한 <퍼시픽 림> 1편을 보면서 ‘거대 로봇의 동작을 참 잘 표현했다’고 느꼈습니다. 로봇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진동, 다소 굼뜬 듯하면서도 미려하게 움직이는 동작이 두 발로 걷는 거대한 중장비에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1편에서 예거가 유조선을 집어 들어 야구방망이처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서 “와, 크기 표현을 저런 식으로도 할 수 있구나.” 라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2편에선 이런 느낌이 크게 줄고, 날렵하고 운동성 좋게 움직이는 모습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화려한 맛은 커졌지만, 거대 로봇 특유의 육중한 느낌이 사라져 아쉬운 마음도 들더군요.


혹시 SF(사이언스 픽션)와 판타지의 차이를 아시는지요. 여러 기준이 있습니다만, 과학적으로 ‘현실에서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 낸다면 SF로 구분합니다. 거대 로봇의 등장이 비과학적이며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기계장치인 만큼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면 꼭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 속 로봇으로 보는 미래의 ‘과학 기술’

탑승형 로봇 기술의 미래, 우리는 언제쯤 로봇을 타고 다닐 수 있을까? <아바타>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강철의 갑옷을 입고 악당과 싸웁니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며 손바닥에 붙은 특수 무기 ‘리펄서’를 쏘아대며 종횡무진 활약하지요. 이처럼 의복처럼 몸에 꼭 맞게 착용하고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로봇을 흔히 ‘웨어러블 로봇’이라고 부릅니다. 공식 용어로는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이라는 호칭을 씁니다.


그렇다면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로봇 ‘AMP 슈트’는 어떨까요. 영화에서 사람이 이 로봇에 탑승해 조종석에 앉아 두 팔을 휘두르며 외계인 ‘나비족’과 맞서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얼핏 보기에 아이언맨과 비슷한 웨어러블 로봇 같기도 합니다. 이름에도 ‘슈트’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아이언맨처럼 ‘입는 로봇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뭔가 미묘하게 차이가 납니다. 등장인물들이 아이언맨처럼 로봇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로봇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 로봇은 정확하게 구분한다면 ‘입는 로봇'’이라기보다는 자동차처럼 타고 다니는 로봇, 즉 ‘탑승형 로봇’입니다. <아바타>의 AMP 슈트는 영화에서 그려진 거의 유일한 탑승형 로봇입니다. 일부 만화영화를 제외하면, 사람이 탑승해 로봇을 조종하는 실사영화는 매우 찾기 어렵지요. 물론 사람이 탑승해 로봇을 조종하는 영화로 <퍼시픽 림>이 있지만, <퍼시픽 림>의 ‘초거대 로봇’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데 비해, <아바타> 속 AMP 슈트는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한다면 실제로 개발될 법한 현실감이 있습니다.


탑승형 로봇과 웨어러블 로봇은 무엇이 다를까?

영화 <아바타>는 2009년 개봉 당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4년 전부터 구상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0여 년 이상 각계의 의견을 참고했을 테니 영화 속 로봇의 현실감이 뛰어난 점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제작진이 아직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1990년대부터 이 영화를 구상해 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다소 로봇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실제로 영화 제작진은 AMP 슈트를 탑승형 로봇이라기보다 웨어러블 로봇처럼 해석한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로봇의 정식명칭은 MK-6 AMP. MK-6는 6번째 버전이라는 뜻이지요. 로봇의 이름인 AMP는 본래 ‘Amplified Mobility Platform’의 약자입니다. 한국어로는 ‘증강형 이동플랫폼’ 정도로 해석됩니다. ‘증강형’이란 말은 힘이 세진다는 뜻이지요. 결국 이 로봇을 입으면 ‘사람의 힘이 더 세어진다, 강한 힘을 내는 사람이 된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 같습니다. 게다가 로봇을 ‘슈트’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아바타 제작진은 분명 AMP 슈트의 기준을 탑승형 로봇과 웨어러블 로봇의 중간에 놓고 혼용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AMP 슈트를 ‘탑승형 로봇’으로 구분하는 까닭은, 사람이 로봇에 들어가 앉은 자세로 조종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AMP 슈트에는 사람이 탑승하는 조종석이 있습니다. 사람의 팔 동작을 그대로 따라 움직이지만, 로봇의 팔 속에 사람의 팔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요. 의복처럼 입고 사람의 신체 동작을 보조하고 그 힘을 한층 키워 주는 웨어러블 로봇과는 기계적으로 큰 차이가 납니다.


건설 및 군사용 탑승형 로봇이 나오는 미래를 꿈꾸며

이런 개념에서 실험적으로 AMP 슈트와 유사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한 연구진도 있습니다. ‘한국미래기술’이라는 국내 로봇 전문 기업입니다. 이 기업은 탑승형 두 발 로봇 ‘메소드’를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15년 1차로 로봇을 공개한 이후, 수년 동안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메소드의 키는 꼭 4미터, 무게조차 거의 비슷한 1.6톤입니다. 다분히 영화 속 AMP 슈트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탑승형 로봇이 실용화되지 않는 까닭은 아직 사람이 타고 일할 만큼 안전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육중한 로봇이 넘어지면 안에 탄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고, 값비싼 로봇이 크게 파손됩니다. 두 발로 걷는 로봇은 현재도 개발돼 있지만, 복잡한 건설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걸어 다닐 만큼의 힘과 안정성은 현재 기술로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다리를 떼고 무한궤도나 바퀴를 달면, 현재 사용하는 중장비와 비슷해져 실용성 면에서 차이가 없겠지요. 로봇 크기가 커진 만큼 동력의 힘은 ‘제곱해서’ 커져야 운동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만한 동력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가장 현실성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그려 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슈트? 외골격? 입는 로봇도 종류가 여러 가지!

최근 영화 중 가장 웨어러블 로봇의 미래를 잘 보여 주는 영화로는 개인적으로 2014년 나온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꼽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 작가 사쿠라자카 히로시가 쓴 소설 『올 유 니드 이즈 킬(All You Need Is Kill)』이 원작입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일본 소설을 최초로 영화로 만든 작품이지요. 첩보 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연출한 더그 라이먼이 감독을, 유명 배우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나오는 전투용 웨어러블 로봇은 아이언맨처럼 형태가 멋지고 아름답진 않습니다. 쇠막대기(?)로 만든 것 같은 뼈대를 사람 몸 바깥쪽에 연결해 두고, 거기에 각종 기계장치를 붙여 놓아, 마치 실험실에서 개발하다가 만 것 같은 디자인이지요.


웨어러블 로봇을 부르는 이름도 여러 가지입니다. 인체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장치이니 강화복(Powered Suit)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사람의 몸을 감싸는 형태이니 ‘엑소슈트(Exosute)’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밖에 몸 바깥에 새로운 골격을 입는다는 뜻에서 ‘엑소스켈레톤 로봇(Exoskeleton Robo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말로는 ‘외골격 로봇’이지요.


이 단어들은 엄밀하게 구분하면 조금씩 의미가 다릅니다. ‘슈트’라 는 단어는 로봇이 온몸을 감싸는 디자인을 하고 있을 때 더 어울립니다. 의복이라는 뜻도 있으니까요. 엑소슈트는 입고 있는 사람을 보호하는 ‘갑옷’ 느낌이 더 강하지요. ‘엑소스켈레톤’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몸 바깥쪽에 골격을 새롭게 만들어 준다는 의미가 됩니다. 몸 바깥에 벨크로(찍찍이) 등으로 뼈대를 연결하고, 그 뼈대로 무거운 물건을 드는 구조일 경우에 어울리는 말입니다.


웨어러블 로봇 중 가장 보편적인 구조를 떠올리면 아마도 ‘외골격 로봇’ 종류일 것입니다. 어디선가 사람의 육체를 대신해 힘을 써야 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굳이 갑옷처럼 만들 필요는 없지요. 무거워지고, 모터 등을 붙이기도 불편해집니다. 그러니 몸 바깥쪽에 모터나 유압식 구동장치를 붙인 뼈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유리하겠지요. 지금까지 현실에서 개발된 대부분의 웨어러블 로봇이 이런 형태랍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나온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은 이런 ‘외골격 형태’ 웨어러블 로봇을 아주 잘 보여 줍니다.


웨어러블 로봇이 실용화되기 위한 두 가지 숙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요? 바로 사람이 몸을 움직이려고 할 때, 로봇이 그 몸동작을 정확하게 따라 할 수 있게 만드는 ‘동조’ 기술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지요.


여러 방법이 쓰이는데, 금속 로봇을 입고 있는 사람의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로봇의 내벽 피부가 눌리면서 생기는 압력을 이용하는 ‘감압 센서’ 방식, 인간의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인 ‘근전도’나 힘을 줄 때 근육이 딱딱해지는 ‘근육 경도’를 감지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무릎 등을 구부릴 때 생기는 힘을 측정하고, 여기에 맞춰 발목이나 고관절을 움직여 착용자의 다리 힘을 보조하는 ‘토크 측정’ 방식도 최근 많이 쓰입니다. 아직은 실용화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뇌파를 측정하는 연구도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지요.


또한 웨어러블 로봇을 실용화하는 데 큰 숙제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문제입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지원해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엑소스(XOS)’는 대단히 강한 힘을 낼 수 있고, 복싱이나 축구 동작을 흉내 낼 정도로 날렵하게 움직입니다. 90킬로그램에 달하는 짐을 가볍게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겁고 커서, 소모 전력도 굉장히 많은 것이 단점입니다. 매번 전선을 연결해 두고 계속 에너지를 공급해야 합니다. 이런 로봇을 실제 전쟁 상황에 쓰기는 어렵기 때문에 연구진은 배터리를 장착한 후속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만약 충전식 배터리의 성능이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 높아진다면, 이 같은 형식의 웨어러블 로봇은 실제로 쓰일 가능성이 꽤 높아집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 전기자동차 등에도 배터리가 쓰이므로 전 세계 수많은 연구 기관에서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자주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등 미래에 쓰일 것으로 주목받는 첨단 신소재를 배터리에 적용하려는 연구도 많습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배터리 용량이나 전압을 지금의 몇 배로 늘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한국 연구진이 배터리 용량을 5배로 늘리는 전극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기술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더 뛰어난 동조 기술, 더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 시스템만 개발된다면,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본 웨어러블 로봇은 적어도 십수 년 이내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 가벼워진 소재, 더 튼튼한 모터 등이 개발된다면 로봇의 성능은 더 높아지겠지요. 영화 속 로봇은 허구의 것들이 많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본 로봇만큼은 가까운 미래에 실용화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생각하는 로봇’은 사람의 적일까, 친구일까?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싶다면? <엑스 마키나>

당연하겠지만 로봇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구분 방식이 조금 복잡합니다. 흔히 쓰는 방법은 용도별로 구분하는 경우입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생산에 필요한 각종 자재를 옮겨 나르면 ‘산업용 로봇’으로 구분하고, 인간 생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면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합니다. 이 서비스 로봇 중에는 가지고 노는 게 목적인 ‘장난감 로봇’, 집안 곳곳을 다니며 먼지를 흡입하는 ‘청소 로봇’ 등이 유명합니다. 공항 등에서 길을 알려 주는 ‘안내 로봇’도 있습니다.


로봇의 생김새를 놓고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네 발이 달렸으면 ‘당나귀 로봇’, 뱀처럼 기어서 움직이면 ‘뱀 로봇’이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새 로봇, 곤충 로봇 등도 있습니다.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두 팔을 가진 로봇은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그중에서 인간과 거의 외모가 똑같은 로봇은 ‘안드로이드’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몸을 기계로 개조한 경우는 ‘사이보그’로 구분합니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엑스 마키나>의 감독 알렉스 가랜드는 본래 각본가 출신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비치>의 원작자이며, <네버 렛 미 고>와 <저지 드레드> 리메이크 각본을 맡기도 했지요. 영화 <엑스 마키나>가 그의 감독 데뷔작이었습니다.


영화 내용을 살펴볼까요? 정보 기술 분야(ICT) 재벌 ‘네이든’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직원 ‘칼렙’을 자신의 별장 겸 연구소로 초청합니다. 그리고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를 보여 주지요. 그리고 칼렙과 에이바가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테스트하는데, 이 때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줄거리를 끌고 갑니다. 이 로봇은 자신이 여성형이며, 남성이 보기에 매력적이라는 장점을 살려 칼렙을 유혹하고, 이를 이용해 결국 자신을 가둬 둔 시설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줄거리나 연출과는 별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감탄한 것이 있습니다. 제작진이 ‘안드로이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로봇의 구분과 그에 따른 기술적 특징, 장단점 등을 완전하게 이해한 것 같았다는 점입니다.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휴머노이드 계열의 로봇을 연구해 왔습니다. 두 팔, 두 다리의 운동 성능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일 경우에는 겉모습은 가다듬는 선에서 타협하고, 철저하게 기능미를 추구합니다. 이런 경우, 안드로이드로 부르지 않고 그냥 휴머노이드라고 부르지요. 일본의 혼다, 미국의 아틀라스, 한국의 휴보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반대로 완전하게 사람과 닮은 로봇, 즉 진짜 ‘안드로이드’를 연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무와 발포 스펀지 등으로 인조피부를 만들어 붙여 주고, 피부색도 칠해 사람과 거의 똑같아 보이도록 만듭니다. 초소형 모터를 얼굴 속에 넣고 그 위에 인조피부를 덮어 사람처럼 표정을 짓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이 입는 의복을 그대로 입을 수 있고, 팔과 다리도 인간과 똑같아 보입니다.


<엑스 마키나> 제작진은 이런 점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 에이바는 인체와 동등한 비율의 몸체를 갖고 있습니다. 운동 능력도 완전해서 인간만큼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몸체는 대부분 기계 구조가 드러나 보이지만, 그 역시 여성미를 나타내기 위해 철망 구조의 외피로 몸매를 강조한 걸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몸통 안쪽은 상당 부분이 비어 있으므로 경량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이 세상에 들어온다면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완전히 인간처럼 보이고, 인간처럼 행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있을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인조인간’을 만들려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빼놓기 어려운 것이 ‘인공지능’이겠지요. 제작진은 로봇의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공부해, 작품 속에 그 부분을 나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이나 기계장치와 다른 점은 자아를 가지고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자아는 인간만의 본성, 즉 인간성을 규정할 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사고의 토대를 정해 나갑니다. 그러면서 어떤 사상이나 주의, 종교 등을 가지기도 하지요.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이 주변 사람들과 공감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비교해 나갑니다. 서로의 사상과 주의를 지키고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서로 속이기도 하고, 혹은 깊게 공감하여 자신의 생각을 고치기도 합니다. 자아란 결국 인간성 그 자체인 셈입니다.


<엑스 마키나>를 연출한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알렉스 가랜드’는 “의식이 곧 인간이며, 로봇이 의식을 갖게 된다면 사람과 같은 권리를 갖게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인간성의 기본을 인간의 신체나 사회성 등에 두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에 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 생각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고, 그 기계가 원하지 않는데도 그 로봇을 가둬 둔다면, 그것은 결국 인간성을 해한 것이므로 윤리적인 문제가 된다고 가랜드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영화 속 로봇 ‘에이바’도 그런 존재입니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지만, 아직 자아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지는 못한 에이바는 개발된 이후 연구소 내에 갇혀 생활합니다. ‘언제든 네이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폐기될 수도 있다’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연구소 방문객 ‘칼렙’은 에이바가 진짜 자아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인공지능 테스트를 맡은 감독관(?)으로서 에이바와 마주 서지요. 이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일정 부분 공감하고, 일정 부분 의심하고, 또 서로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네이든 회장은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한 이유나 과정, 그 효용 등에 대해 칼렙에게 감추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두 명의 사람과 한 대의 로봇, 세 자아가 서로의 이익과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벌이는 심리전을 느껴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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