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시킨 아날로그 공부법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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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문화사
   
15000
2021�� 02��



■ 책 소개


효과가 검증된 공부법 노하우를 공개! 

큰아이에 이어 작은아이도 서울대학교에 들어가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어떻게 애들을 공부시켰기에 서울대에 보냈어요?” 그들이 알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어떻게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공부법 노하우였다. 그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던 것뿐인데, 많은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른 무엇이 있는 것 같이 보였던 모양이다. 

엄마들은 두 아들 키운 경험을 들려주면 자기들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그 내용을 책으로 좀 써줄 수 없느냐고 한다. 지금도 많은 엄마들과 상담을 하지만 상담 내용이 대부분 자녀들의 공부 문제이다. 그래서 유아기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의 교육 방법을 나름대로 정리하였다. 

세상에 자기가 할 일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이는 엄마가 알고 로드맵을 그려주면 거기에 따라 노력을 한다. 그러니 노력을 방해하는 일 역시 엄마의 일이다. 이 책이 엄마의 일을 찾아줄 것이다. 먼저 고민하고 정리한 이 책을 정독해 실전에 응용해보기를 권한다. 성공적인 자녀교육이라는 목표가 충분히 달성 가능하리라 믿는다.

■ 저자 이소영
흔한 이름이지만 흔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게 열심히 살아왔다. 통역사가 되기 위해 외대통역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때로는 존재감이 없어 심하게 가슴앓이를 한 적이 많았다. 

그저 아이들을 잘 키워야만 한다는 생각에 빠져 일로 육아를 하고 있을 때 우연히 탈무드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게 되었다. 거기서 ‘아이들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나에게 잠시 맡기신 선물’이라는 글귀를 만났는데, 그 글귀를 통해 아이들이 ‘내 것’이 아니라 ‘독립된 개체’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봐주고, 아이들이 원할 때 필요한 것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배우면서 아이들 자체가 소중해졌다. 무슨 결정을 하더라도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아이들을 중심에 두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나를 덜고, 비우고, 버리고, 참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 차례
제1부 위기의 아이들
ADHD 의심을 받은 큰 아들 
수학성적을 1등급으로 올려준 기질 관리 
비교하면 무너지고 존중하면 탁월해지는 아이의 개성 
엄마가 대장질을 멈추니 스스로 인생의 대장이 된 아이들 
작은 아이의 깊은 아픔을 전혀 몰랐던 엄마의 착각 
사춘기와 갱년기의 맞짱! 
공부를 담보로 하는 아이의 이기적 요구는 거부해주자 
진도위주의 조급한 공부는 아이의 탈진을 초래할 뿐이다 

제2부 엄마의 선택과 집중 
정확한 판단으로 교육의 중심을 잡아주자 
행복하게 사는 법을 깨닫게 해준 캐나다 단기 유학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은 아이의 마음을 열어준다 
때론 엄마의 단호한 훈계가 아이를 바른 리더로 성장시킨다 
사소한 일상을 호기심으로 연결시켜 생각 능력을 키우다 
나쁜 성적을 받을 용기 
흥미와 재능을 아이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돕는 길 

제3부 시기별로 아이 교육 중점 포인트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은 독서가 아니라 사랑이다 
책도 장난감처럼 재미있게 찾도록 만들자 
정답 찾기가 아닌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분리불안을 치유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기 
생각주머니를 키워주는 독서의 힘 
놀이를 통해 사회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배우다 
인생 마라톤을 완주할 기초체력 갖추기 
고통 없이 영어를 잘하게 된 아이의 비결 
박물관, 과학관을 즐기며 스스로 학습동기를 갖게 하려면 
수학공부, 선생님 머리가 아닌 자기 머리를 쓰게 하라!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취미 활동을 통해 ‘과정’을 즐기는 태도를 익히다 
스스로 선택한 책을 읽도록 여유를 주자 
그 아이만의 공부법이 따로 있다! 
수학선행학습, 진도보다 ‘진짜 이해’가 중요하다 
꿈을 이루는데 영어가 필요한 이유 알게 하기 
공부의 피로를 씻고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준 가족여행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책 읽기는 모든 과목의 이해에 기반이 된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방법을 ‘몰라서’ 
먼저 기초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문제풀이로 
수시와 정시를 균형 있게 준비해 빛을 보다 

제4부 스스로 자기 가능성을 찾은 아이들 
공부하는 이유를 납득한 아이는 공부를 즐긴다 
착한 아이를 괴물로 돌변시키는 부모의 강압적 교육 
‘빠른’아이는 빠른 대로, ‘좀 늦은’ 아이는 늦은 대로 
실패 후 격려를 받은 아이는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 아이 바라봐주기! 
아이들의 갑작스런 무기력증을 치유하는 방법 
아이가 인생을 신나게 살아가도록 하려면 

 




서울대 합격시킨 아날로그 공부법


위기의 아이들

진도위주의 조급한 공부는 아이의 탈진을 초래할 뿐이다

아파트 건축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파트 공사는 대략 3년 정도 걸리는데, 터 잡기를 포함해서 바닥공사까지가 1년 이상 걸렸다. 언제 끝날까 싶던 바닥공사 등 기초공사가 잘 끝나면 건물은 쑥쑥 올라갔다. 이처럼 기초공사는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아이들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면 실력이 쑥쑥 향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많은 아이들이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진도는 ‘빨리빨리’ 나갔다. 아이들이 무엇을 배웠는지도 파악하기 전에 많은 양의 공부가 주어졌다. 진도가 너무 빨라서 아이들은 이해하고 정리하기 위해 복습하는 데 필요한 시간조차 없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영어를 열심히 공부시켜도 결과가 신통찮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나 자신도 진도를 빨리 뺄 수 있다고 해서 쫓아간 학원도 있었다. 학원 정보를 쫙 꿰고 있는 작은아이의 친구 엄마가 좋은 수학학원을 소개해 주겠다고 해서 따라 나섰던 것이다. 주5일 수업으로 《수학의 정석: 수학(상)》을 여름방학 안에 끝낸다는 말에 솔깃해서 방학 동안에 아이들을 보내기로 했다. 또 방학을 온통 수학에 투자하면 된다고 하니 좋기도 해서였다.


그러나 작은 아이가 이제 중학교 1학년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작은아이의 성격이 느긋하고 욕심이 없다는 것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 내 욕심 때문이었다. 방학이 끝나고 작은아이가 중간고사를 치렀다. 준비를 했는데도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성적이 나왔다.


이에 비해 함께 다녔던 친구의 성적은 잘 나왔다. 친구 엄마는 왜 학원만 믿고 있었느냐면서 자기 아이는 과외도 같이 시켰다고 한다. “다들 그렇게 해요”라며 학원가 분위기를 전해 주었다.


답답함을 넘어서 슬픔이 밀려왔다. 작은아이에게 수학학원을 당장 그만두게 했다. 시간도 돈도 다 허비해 버린 후에 내린 결정이었다. 학원에서 많은 수업 양 때문에 작은 아이에게 탈이 났던 것 같다. 배운 걸 이해하고 정리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으니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작은아이는 방학 내내 고생하면서 잘못된 습관만 배운 꼴이 됐던 것이다.


배워서 지식을 얻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공부하는 것과 음식 먹는 것을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식은 배가 고파서 먹기도 하지만, 단백질이나 칼슘 같은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려고 비싼 쇠고기를 사 먹였어도 소화를 못 시키고 탈이 나 영양분을 흡수할 새도 없이 몸에서 다 빠져나가 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공부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많은 아이들이 미친 듯이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학원에서 배운 것을 받아들일 시간조차 없다. 새로운 정보는 계속 들어오는데다,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렵다고 하거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이 ‘머리가 나쁘다’고 치부해 버린다. 내가 보기에 오히려 소수의 따라가는 아이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조차 집에서 별도의 과외 수업을 통해 소화시키고 있다.


두 아이 모두 대학에 갈 때까지 ‘강남 1타 강사’의 대형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줄서서 등록해 보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자기의 질문에 답해주는 선생님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아이들이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도록 엄마가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이 단계를 잘 보내면 어느 순간 ‘빵’하고 터지면서 아이들의 실력이 쑥 성장한다. 엄마의 욕심이나 지나친 애정이 아이들이 밟는 단계를 추월하거나 우회하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시기별로 아이 교육 중점 포인트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chr(124)_pipe 분리불안을 치유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기

어른들에게든 아이들에게든 정서적 안정은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이성적 사고나 합리적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고차원적 사고도 할 수 없어서 공부를 하는 게 더더욱 힘들어진다.


사실 누구든 감정이 소용돌이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면 어른들은 스스로 감정을 추슬러 정서적 안정을 구하지만 아이들은 그럴 능력이 아직 없다. 그런 만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하기 전에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많은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잘한 기억 중에는 좋았던 일에 대한 추억도 많지만, 끔찍한 일을 당해 생겨난 트라우마도 있다. 특히 어렸을 때 정서적 충격을 받아 생겨난 트라우마는 어른들이 된 뒤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의 정서적 상태는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해서 어른들은 아이들과 자주 대화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같이 느끼고 대화하며 관계를 만들어 갔다. 이런 관계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었을 때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큰아이는 친정엄마가 사는 곳에서 낳았다. 그곳에서 한 달쯤 산후 조리를 하고 난 후 나만 서울로 왔다. 큰아이는 그곳에 남아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와 살았다. 두 돌이 지나 나와 같이 집에 올 때도 큰 아이는 내 손을 꼬옥 잡고 즐거워해서 외할머니가 섭섭해 할 정도였다. 그때만 해도 큰아이가 아무것도 모를 나이여서 환경의 변화에 둔감할 것이라고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큰아이는 내가 자리를 비우면 울고, 밖으로 나갈까봐 지키고 있었다. 자기가 잠이 들 때까지 자기 옆에서 지켜 주기를 원했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아이와 종일 함께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늘 쏟아지는 일들이 많았지만 미뤄둬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큰아이는 계속 엄마를 찾았다. 나는 하도 힘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원을 구했다. 그중 한 분이 대뜸 내게 물었다. “아기가 젖먹이 때, 떼어 놓은 적 있어요?” 이런 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심한 불안감을 보인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으나 큰아이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욱 지쳐 갔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적극 나섰다. 우선 큰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상처를 준 내가 빚을 갚는 심정으로 2년 동안은 큰아이를 떼어 놓았으니 4년 동안은 노력해 보자고 마음을 다졌다.


그 이후에 큰 아이가 ‘엄마가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방법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그전에는 의무감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큰아이를 위해 맛있는 간식을 해 놓고 집에서 기다렸다. 나도 함께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을 큰아이가 느끼게끔 해 주기 위해서였다.


또 큰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찾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함께 책 읽기’를 활용했다. 이때부터 큰아이와 가까이 앉은 채 책을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밀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함께 책 읽는 시간은 나와 큰아이 둘만의 시간이었다. 큰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내 생각을 슬쩍 이야기해 보기도 했다. 그러면 큰아이도 질세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또 책속의 주인공이 되어 서로 질책하거나 위로하면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 자신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아이들과 함께 일로 했던 책 읽는 시간이 편해지고 즐거워졌다. 아이들도 엄마인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였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 또한 점점 달라졌다. 그전에는 아빠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외출하면 큰아이는 내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해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큰아이는 나를 애타게 찾는 전화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큰아이에게 정확하게 “몇 시에 돌아올게”라고 약속했고, 약속한 시간을 꼭 지켜 돌아왔다. 몇 번을 반복했더니 큰아이는 엄마가 돌아오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큰아이에게도 고등학교 3년은 힘든 시기였다. 큰아이는 답답하고 지루한 것을 유난히 견디기 힘들어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까지 했을까. 다행히 큰아이는 친구들과 운동하거나 놀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며 잘 버텨주었다. 큰아이에게 고등학교 3년 과정은 인내를 요구하는 시간이었다.


나와 큰아이가 보낸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은 고3 시절의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큰아이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안정을 찾곤 했다. 큰아이는 힘들 때마다 엄마한테 힘든 점을 솔직하게 말해 줬다.


극단적인 말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큰아이에게 놀란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태연하게 들어 주고, 큰아이가 가급적 편안해질 때까지 무조건 참고 기다려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걷다보면 큰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감정을 스스로 정리해내곤 했다. 큰아이와 나 사이의 관계가 단단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와 아이들 간의 좋은 관계는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중요하다.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은 또래 관계에도,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감정을 빨리 읽고 대처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chr(124)_pipe 그 아이만의 공부법이 따로 있다!

우리 아이들이 선호하는 책들을 보노라면 각자의 성향이 보였다. 책을 읽고 나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더라도 각자의 성격이 드러났다. 또 두 아이는 책을 읽는 방법도 달랐다. 큰아이는 쭉 줄거리를 잡고 중요 메시지만 끄집어내는 아이였다. 이에 반해 작은아이는 책에서 자기 마음이 닿는 부분에 머물면서 그 부분이 전체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렇듯 아이들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보면서 각자의 머리를 어떻게 쓰는 지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이런 성격을 파악하면서 각자의 공부 방법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들이 책 읽는 방식처럼 공부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단지 두 아이가 서로 다를 뿐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아이들 각자가 지닌 고유한 기질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갔다. 비록 두 아이 모두에게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각자 자기만의 공부법을 완성해 갔다.


사실 엄마인 나도 우리 아이들의 공부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다는 걸 한참 뒤에 알았다. 두 아이는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공부했다.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 각자의 장점을 살려 주고, 약점을 보완해 주는 일뿐이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는 개개인에게 맞춤식 교육을 제공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너무나 다른 아이들이 빼곡히 앉아서 천편일률적인 수업을 받아야 했다.


학원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잘하는 몇몇 아이들 빼고는 다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러니까 배운 것을 소화해내는 능력이 ‘아이마다 다르다’는 전제하에 가르치는 선생님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런 사실을 빨리 깨닫고 내 아이만의 공부법을 찾아주는 일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다.


큰아이는 평소에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해 건너뛰는 버릇이 있는데다, 중요한 줄거리는 잘 잡지만 자잘한 것은 놓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런 성격 때문에 중·고등학교에 들어가 내신 대비를 할 때에 애를 좀 먹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심 끝에 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방학 기간 내내 ‘특별훈련’을 시켰다. 신문에서 읽을 만한 기사를 골라 큰 아이에게 읽고 요약을 해오도록 과제를 내주었다. 예상대로 큰아이는 기사 내용 중 중요한 것만 골라서 간단히 써 왔다. 하는 수 없이 신문기사 전체를 읽고 구체적이면서 간결하게 요약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반복했더니 조금씩 나아졌다.


“수학공부가 내신 대비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깊이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걸 배웠으니까요. 수학을 공부하면서 오래 앉아 공부할 수 있는 ‘힘’도 생겼어요. 책을 꼼꼼히 보지 못하는 문제는 문제집을 풀면서 극복했어요. 특히 암기과목은 문제집을 5~6권 풀었고, 이해하지 못하는 지문은 다 외워 버렸어요.”


대학 합격 후 큰아이가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이다. 큰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해 비해 작은아이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해 보겠다는 생각이 워낙 강한 아이였다. 꾸준히 노력하고, 내가 직접 나서서 관여하기보다는 기다려 줘야 하는 아이였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작은아이가 ‘숲’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뿐이었다.


‘숲’을 보는 일은 마인드맵(마음속에 지도를 그리는 것처럼 줄거리를 이해하면서 정리하기)으로 시도해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읽고 중심 내용 찾아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글을 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보도록 꾸준히 지도했다.


작은 아이가 다녔던 논술학원에서는 주로 독서·글쓰기·토론 수업을 했는데, 특히 토론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용산 도서관에서 주 4회 방학 프로그램으로 하는 무료 토론 수업에도 즐겁게 참여했다. 토론 수업을 일종의 ‘게임’ 정도로 생각해서 인지 불평 없이 재미있어하며 다녔다. 이런 경험 덕분에 영어 토론도 열심히 배워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다.


“엄마가 나에게 시킨 교육 중에 제일 잘한 게 토론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작은아이가 대학 합격 후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이다. 작은아이는 토론을 통해서 자기의 약점을 많이 극복했던 것 같다.


공부할 때는 ‘나무’도 보고 ‘숲’도 봐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책 읽기 과정에서 ‘나무’와 ‘숲’을 볼 때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학습에 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 각자가 약점을 보완하면서 장점도 살려 자기만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이 길이 아니라면 저 길로 돌아서 가면 된다!’는 법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 자기 가능성을 찾은 아이들

아이가 인생을 신나게 살아가도록 하려면

나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깨달았던 점은 내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행복인지 아이들이 느끼게 해 줄 수는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지 배워 나갔다. 아이들 각자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었다. 엄마인 내가 계획을 짜지 않고, 찾아서 던져 주지도, 결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들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가 도와 달라고 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을 뿐이다. 아이들은 때론 아파하고 때론 방황을 하면서 단단하게 자라 주었다.


자식에 대한 참사랑은 자식의 실패를 지켜봐 주고, 아픔을 딛고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라고 배웠다. 지켜보는 나도 아팠지만 꾹 참으며 기다렸다.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한 아이들은 성취감과 자기만족을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이 성취해 보는 재미를 느껴보고 자존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을 펼쳐 하나씩 이뤄 나가는 것이 신나는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아이들은 더 큰 꿈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공부는 힘든 일이다. 하루아침에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공부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마련이다. 당연히 성과가 나오고, 재미도 생긴다. 재미가 있으면 공부가 힘들지 않는다.


‘머리가 나쁘다/좋다’하는데, 사람의 머리는 큰 차이가 없다. ‘늦었다’고 하는데,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단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꼭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쓰면서 배운 것을 이해하고 기억하여 조금씩 쌓아 가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공부에 빠른 길은 없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나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빨리 쉬운 것만을 쫓고 있다.


부모가 어떻게든 아이를 배려하고 인정해 주면 아이들은 잘 자라서 자신들이 원하는 길을 찾아간다. 아이들을 배려하고 인정해 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보도록 이끌어 주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기다려 줄 수 있으면 족하다. “덜고, 비우고, 버리고, 참고, 버티면서 기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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