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대화의 기적

   
김동화
ǻ
서사원
   
18000
2020�� 11��



■ 책 소개


“고마워, 버디! 너의 모든 걸 나와 공유해줘서 말이야!”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든 17가지 잠자리 대화의 기적 

일상에서 아이와 대화를 깊게 나누기란 쉽지 않습니다. 감정을 깊게 들여다보며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주기에 우리의 일상은 반복적이죠. 밥을 먹이고, 재우고, 학교를 보내고, 또 밥을 먹이고, 재워야 합니다. 또 그 일상 속에서는 대화의 실수도 빈번하죠. 대부분의 엄마들이 일상에서 무심코 나온 비수 같은 말로 아이를 다치게 합니다. 

아이가 토라져서 잠자리에서 뒤척이거나, 화를 내거나 울고 있을 때, 혹은 겁에 질렸거나, 입을 꾹 닫고 있을 때, 우리는 잠자리 대화를 통해 이 감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 밤도 될 수 있습니다. 

아이와 조용히,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누가 왜 그때 그랬는지, 왜 그런 말을 하게 됐는지, 나는 어땠고 너는 어땠는지, 내 마음은 사실 이랬고, 그런데 그렇게 말한 건 실수였다고, 네가 많이 놀랐을 거라고, 미안하다고, 나도 너도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 노력하자고, 실수한 사람이 먼저 미안하다고 고백하자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서는 그게 가능합니다. 가장 최적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잠자리 대화는 잘못을 고백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나누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서 보석 같은 순간을 찾아보는 시간(treasure time)이기도 합니다. 

주변의 많은 엄마들이 작가(단우맘)에게 ‘잠자리에서 같이 자기 바빠요. 잠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쭉 얘기 해봐요.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면, 기적을 보게 되니까요.” 

이 책은 단우 군이 세 살 무렵부터 엄마와 나눈 17가지 잠자리 대화를 주제별로 아주 자세하게 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잠자리 대화가 필요한 이유, 일상의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잠자리 대화로 이어가는 방법 등 평소 이야기에 자신 없는 엄마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팁이 가득합니다.

■ 저자 김동화 (단우맘) 
프리랜서 작가이자 아들 셋의 엄마이다. 20대의 장성한 아들 둘, 7살 막내와 권위를 가진 수평적인 대화를 통해 따뜻한 울타리 같은 엄마, 유쾌한 친구 같은 엄마가 되기를 희망하는 수다쟁이 이야기꾼 엄마이기도 하다. 

홈스쿨 카페인 [써드맘스쿨] 대표지기로 [엄마성장학교]에서 엄마들과 함께 홈스쿨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대에는 연극, 뮤지컬 등의 배우로 활동했으며, 30대에는 배우 박호산과 결혼한 이후 작가로 전향했다. 연극, 영화, 드라마 트루거, 뮤지컬 대본 등을 썼다.

2014년 의정부음악극 대상작에 [미제리꼬르디아]가 선정되었으며, 2014년 오페라 연극 [겨울나그네]로 수원문화재단 선정작가가 되었다. 2016년 KBS 어린이 뮤지컬 [갤럭시키즈] 등을 썼다.

이후 막내 아들 ‘박단우’ 군과의 잠자리 대화를 꾸준히 기록해 2권의 책 『잠자리 대화의 기적』 『잠자리 독서의 기적』으로 소개하게 되었다.

그녀는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02년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를 졸업했다. 

■ 차례
작가의 말 
프롤로그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잠자리 대화의 기적’ 그 시작

Chapter 1 하루 일기
Bedtime Storytelling 1 오늘 하루로 만드는 옛날이야기
story 1 무한으로 가는 우리 둘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2 엄마의 마음을 전하는 고백시간
story 2 비자로 누다, 너랑 할 말이 있어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3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
story 3 거인 아이 다누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4 아이와 친구가 되는 시간
story 4 6살 동화와 6살 단우가 만났어요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Chapter 2 습관
Bedtime Storytelling 1 잠자리 일찍 들기 
story 5 키 할아버지 소환 작전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2 거짓말
story 6 거짓말과 귓속말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3 씻기
story 7 여보세요, 유나니?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4 글자 읽고 쓰기
story 8 누다는 글자 읽기 싫대요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5 동영상 웬만해선 보지 않기
story 9 다누야, 뇌세포가 춤춘다!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6 오줌 가리기
story 10 별별 거 다 해본 오줌싸개 누다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Chapter 3 의미 없이 행복한 단어
Bedtime Storytelling 1 똥 방귀 이야기 
story 11 똥 삼형제와 방귀 엄마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2 꿈기차 타고 최애 캐릭터 만나러 가기
story 12 부웅, 꿈 기차 타고 하늘나라 갑니다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3 최애 캐릭터,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story 13 왜 왔니 행성으로 간 다누 히어로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Chapter 4 외출
Bedtime Storytelling 1 특별한 외출
story 14 기억하기 게임 할까, 추억하기 게임 할까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2 보통의 날
story 15 택시 안에서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3 가족여행
story 16 다누, 파도와 이야기하는 소년 / photolog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Chapter 5 에필로그, 성장단어 
Bedtime Storytelling 1 아이의 언어를 기다려주기
story 17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 오늘의 How to make a Story
Bedtime Storytelling 2 아이의 언어를 기억하기

프리뷰_엄마들의 잠자리 대화 이야기
엄마 후기 1 아이는 엄마에게, 엄마는 아이에게 빠져드는 신기한 경험_가을맘
엄마 후기 2 ‘엄마표’가 아닌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 나갑니다_해진 님
엄마 후기 3 엄마의 사과 편지_김쌤 님
엄마 후기 4 다연이와의 이야기 [낚시친구]_다연맘 

 




잠자리 대화의 기적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잠자리 대화의 기적’ 그 시작

처음에는 저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었죠. 만 2개월, 아이가 세 살이 되기 전까진 체력 고갈이 정신 고갈로 이어지는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저 해준 거라곤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 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단우가 세 살이 막 될 무렵 아이와의 잠자리에서 뜻밖의 대화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오늘 한 일을 쭉 이야기해보는 것이었죠.


“아이고 우리 애기, 오늘 우리 참 많은 걸 했네. 우리가 뭐 했더라…?” 실은 처음엔 저 혼자 중얼거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죠.


“단우가 오늘 엄청 일찍 일어났지… 다섯 시 반 인가… 그리고 어린이집에 갔었지… 아침엔 뭘 먹었더라… 단우가 먼저 엄마랑 놀고 있으니까 형이 들어왔지… 단우랑 무슨 놀이를 했더라… 그리고 단우랑 저녁밥으로 뭘 먹었지? 형아가 와서 밥을 먹는 동안 단우는 뭐 했더라….”


한숨도 반쯤 나오고 피곤함도 반쯤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다가 정말 오늘 어떻게 보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아 물어봤죠. “단우야, 너는 기억나? 우리가 무슨 놀이를 했더라? 왜 엄마는 기억이 안 날까”


그러자 아이가 말하는 거예요. “나는 피닉스, 엄마는 우가바 했지.” “아, 맞다! 그랬네! 피닉스가 우가바보다 셌지. 단우가 이겼잖아.” “응. 나는 피닉스가 좋거든.”


우리는 누워서 그날 있었던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기억하며 하나하나 말을 이어갔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대화가 참 좋은 거예요. 아이와 로봇 놀이를 하는 동안은 몰랐던 아이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고, 저의 마음도 아이에게 전했죠.


“엄마는 로봇 놀이가 왜 재미없지. 그래도 다누랑 더 재밌게 놀아줄걸. 그치?” 그러자 아이가 울기 시작하더군요. 제가 로봇 놀이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단 걸 정확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난 재밌는데, 왜.” 세 살 아이가 말하는 아이의 감정. 저는 아이를 꼭 껴안고 말했습니다. “미안해. 엄마가 잘못한 거 같아. 내일은 단우랑 더 재밌게 놀아줄 거야. 엄마가 약속할게.”


그날 이후, 저는 밤마다 잠자리 책을 함께 읽은 후, 책을 내려놓고 아이와 그날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침에 깨서 잠에 든 그 순간까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며 우리의 감정들을 따라갔습니다. 더 일찍 아이와 이런 시간을 가질 걸.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에 편히 들기까지 더 보듬고 더 들어줄 걸.


만약 내 아이와의 하루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이야기로 끝나고 서로의 감정을 점검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면, 오늘 밤 서로의 감정을 깊게 바라보세요. 오늘 일과를 이야기하듯, 아이와 있었던 소소한 일상을 짚어가다 보면, 나와 아이도 몰랐던 많은 감정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하루 일기

엄마의 마음을 전하는 고백시간

육아에 지쳐 아이에게 화를 냈거나, 빗장을 걸듯 아이와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면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만회할 기회가 있습니다.


잠자리에서 모든 역사가 이루어지죠. 지금껏 잠자리에서 한 번도 아이와 깊게 대화해보지 않았다면, 어떤 옛날이야기를 지어주거나 함께 만들기에 앞서, 고백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서로의 감정을 보듬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잠자리 이야기의 핵심이니까요.


몇 가지 육아서나 감정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니 여러 조언이 있는데, 쉽게 적용해볼 것은, 아이가 오늘 어떤 감정을 강하게 느끼건 간에 그것이 행복, 만족이 아닌 불만과 분노, 슬픔이라 해도 건강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바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되물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만약 “엄마가 자꾸 화를 냈어! 나랑 놀아주지 않고 집안일이 바쁘다고 내 얘기도 안 들어줬어. 듣는 척만 했어.”라고 말한다면, “그럴 때도 있지. 엄마도 오늘은 어쩔 수 없었어. 엄마 좀 이해해 주면 안돼?”라고 대답하기에 앞서 아이의 감정부터 어루만져주는 것입니다.


“네가 화가 날 만했네. 네 얘기를 안 들어줘서 답답했겠네. 엄마가 화를 내니까 너도 엄마한테 화를 낸 거였구나.” 이렇게 아이의 감정부터 먼저 살핀 뒤, 내 입장이나 내 감정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해보란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밤 아이에게 고백하는 시간이 좀 더 방향성을 가질 수 있겠죠. 아이도 나도 실수하는 존재이고 감정에 서툴 수 있는 존재임을 함께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고백이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내가 아이에게 고백한답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음에도 아이가 무반응이거나 시큰둥하다면 그 방법은 옳지 않은 것이겠죠. 뒤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수사학’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수사학이란 뜻 그대로, 말(辭)하는 법을 닦기(修) 위한 학문입니다. 수사학에 따르면,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기술, 나아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리더가 되는 방법은, ‘경청하는 법’을 배우는 것부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이야기,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이 첫 번째라는 것이죠. 그러니 아이의 감정을 먼저 살펴 물어보는 것이 ‘시작’이 되어야 할 테지요.

 

“엄마가 고백할 게 있어. 엄마가 오늘 너한테 화를 많이 낸 거 같아. 단우가 많이 슬펐을 것 같아. 단우 마음이 어땠을까?”


아이와 친구가 되는 시간

일곱 살의 내가 일곱 살 딸을 만난다면? 아홉 살의 내가 아홉 살 아들과 논다면? 이런 날을 생각해보셨나요? 아마 과거로 돌아간 ‘매우’ 어린 엄마를 만나면 아이들은 무척이나 재밌어하겠죠. 내 아이와 내가 동갑 친구라면 어떻게 놀까? 어디를 갈까? 어떤 모험이 기다릴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일이지요.


“옛날, 옛날에 여섯 살 동화가 살았어. 엇, 단우랑 나이가 같은 동화야. 동화는 단우랑 놀고 싶어서 단우를 만나러 왔지.”


아마 아이에게는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을 거예요. 가끔 이불에 쉬를 하거나, 동생에게 무한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거나, 이 닦기가 싫거나, 원하는 장난감을 얻지 못해서 뾰루퉁하거나. 그런 내 아이에게 엄마도 너 같은 나이였어. 공감을 주는 이야기를 해준다면 아이는 매우 흥미로워 할 거예요. 나와 공감이 생기는 것이죠.


내 아이 나이의 엄마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화해 나가다 보면 지금 내 아이의 생각을 알게 될 거예요. 요즘 어떤 마음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른으로서가 아닌 아이로서 바라보며 아이와 공감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여섯 살 동화는 단우랑 비슷한 게 많았어. 밥도 잘 안 먹고, 노는 게 제일 좋았지!”

“우와, 엄마도 그랬어?”

“응, 엄마도 실은 너랑 같았어.”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말. 진심과 사랑을 담은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볼까요.



습관

글자 읽고 쓰기

이야기를 만들게 된 모티브

5세 초반에 고민거리가 생겼어요. 아이가 읽으려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한글도 영어도 그때까지 전혀 ‘읽기독립’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없던 저로서는, 그때 홈스쿨 카페 여러 곳에 들어가 한글 읽기독립과 영어 파닉스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마음만 바빴던 것 같습니다. 읽기 전용 한글 책과 파닉스 책을 읽히기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급함 때문에 큰일을 치룰 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저의 결론은 그러한 책들은 그저 간식과 같은 책이라는 것입니다. 읽기 책을 읽히면서 그림을 가리고 단어를 읽어보게 시키거나 책의 전체 내용이 아닌 낱글자 읽히기에만 집중했더니, 아이의 호기심은 곧 시들해져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책을 좋아하던 아이가 ‘읽기 책’을 보여주면 슬슬 피하고 몸을 배배 꼬았죠.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어느샌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제 모습을 발견했지요. “이거 기억 안 나? 아까 읽어줬잖아. 다시 자세히 봐봐.” 이런 말을 뱉으며 답답해하고 있더군요. 읽기를 ‘제대로’ 시작해보자는 엄마의 성급한 마음이 다섯 살 아이에게 부담을 줬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읽기만을 위한 읽기, 즉 읽기용 한글 책, 파닉스 책을 읽게 하는 빈도수는 현저히 줄이고, 아이가 아기 때부터 좋아했던 동화책을 다시 펼쳐 함께 읽으며, 궁금해 하는 단어나 문장을 짚어 읽는 정도만 했죠.


그런데 6세 반쯤 되니 스스로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까지 동시에 가능해지더군요. 단우는 한글과 영어 문장을 ‘낱글자’로 인지하는 것이 완벽하진 않지만, 이야기를 유추하는 힘과 직관하는 힘으로 ‘단어’가 아닌 ‘문장’ 전체를 읽게 되었습니다.


만약 아이에게 글자에 대한 교육을 시도해보실 계획이라면, ‘글자를 읽으면 할 수 있는 많은 것’에 대한 대화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먼저 생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저 역시 아이에게 글자를 읽고 쓰라는 말 대신, 글자를 읽으면 할 수 있는 재미난 일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만으로 더 이상 아이에게 다그칠 이유가 생기지 않았지요. 아이는 어느 날 자연스럽게 읽고 쓰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의미 없이 행복한 단어

똥 방귀 이야기

똥 방귀 이야기를 만드는 건 많이들 해보셨겠죠.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 듣기에 웃긴 말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죠.


단우가 세 살 무렵, 언젠가 한 번은 밤에 칭얼대고 소리내 엉엉 울었던 적이 있었어요. 달래도 안 되고, 왜 그런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그때 해줬던 이야기로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했었죠. 우는 아이를 안고, “옛날, 옛날에 엉엉 우는 아이가 있었대.”라고 말하며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엉엉 울던 아이가 길을 가는데, 엉엉 할아버지가 나타난 거야. 이놈 더 크게 울어라! 나보다 더 크게 울어봐. 으어엉엉! 어때 내 목소리가 더 크지? 잘 봐라 이놈, 내가 지진나게 울어볼테니, 으아으아으오아으 이엉엉헝헝!”


그러면서 아이보다 더 크게 우는 척을 하다 그만 사례가 걸렸죠. “으아헝허 헉 켁켁켁. 아이고 나 죽네. 케케거켁 커억!”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며 사례 걸린 할아버지 흉내를 냈었고, 켘켘거리고 나 죽네, 땅바닥을 구르는 척을 하니, 아이가 언제 울었냐는 듯, 켘켘거리는 절 보고 깔깔대며 웃었죠. 그때 처음 ‘아무말 대잔치가 아이를 웃게 하는 구나’ 은연중에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시무룩할 때, 괜히 투정 부리듯 굴면 시작하는 게 바로, 의미 없는 단어로 의미 없는 이야기를 앞뒤전후도 없이 즉흥적으로 만드는 똥방귀 이야기였어요. 똥방귀 얘기는 여전히 지금도 맥락 없이 아무렇게 시작해서 아무렇게 끝이 나곤 합니다. 이야기의 목적은 아이를 웃게 만드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똥방귀 같은 언제 들어도 웃기고 재밌는 단어들은, 논리적인 이야기 전개가 필요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아무 말 대잔치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가장 재밌답니다. 시작만 하세요. 이야기의 끝은 엄마도 아이도 몰라요. 아무렇게 끝내도 상관없어요. “에이, 그게 뭐야!” 깔깔대는 아이의 웃음만으로 그 목적은 달성된 것이니까요.


이야기를 만들게 된 모티브

“엄마 옛날얘기 해줘.” 하는데 당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는 주저 없이 “똥 방귀 얘기 들어가신다!”라고 말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오히려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죠. 그날도 무슨 얘길 해주지? 하다가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했지요. 아이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고, 끼어들게 하기에 최고니까요. 똥 방귀는 변함없이 부동의 1위 소재인 게 확실합니다. 아이와 가볍게 이야기하고 싶은 날, 아이와 화해하고 싶은 날은 무조건 ‘똥 방귀’를 소환하세요.



외출

보통의 날

특히나 함께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면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집 앞 산책을 할 때도 아이는 말합니다. “나는 탐험가야! 세상을 다 알고 싶어! 내가 이 길을 발견했어!”


골목골목을 걸어 정릉으로 가는 길에도 수다 꽃이 한창 핍니다. 교수단지라고 불리는 작은 동네에는 집집마다 그 집의 이름이 걸려 있습니다. 전봇대에 달아놓은 새집도 신기하고, 예쁜 돌멩이를 얹어놓은 담벼락도 앙증맞고, 페인트로 예쁜 글씨를 새겨놓은 이정표도 보기에 행복합니다.


교회에 가는 대학로 길에는 벚꽃 나무가 피어 있고, 공연 알림 포스터도 많이 붙어 있습니다. 정동극장이 있는 정동길을 지나가다 보면 520살이나 된 나무가 보도블록 한복판에 심어져 있고, 높은 건물들은 이 나무를 피해 요리조리 지어져 있습니다.


세상은 이토록 신기하고, 재밌는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대화합니다. ‘멋지다, 아름답다’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감탄합니다. 매일 걷는 길이나 자주 가는 길도 새로운 것투성입니다. 계절이 다르고, 나와 내 아이의 나이가 달라지고, 그 길에 있는 사람들이 늘 다르며, 걷는 그 시간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새로울 수밖에 없죠. 우리는 멀리 여행을 가거나, 박물관, 미술관, 놀이공원 같은 곳을 자주 가지 않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멀리, 더 멀리, 많이, 더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하기에 앞서, 소소한 산책길에서 소소한 일상에서 꿈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천천히 느리게. 그리고 깊게.



성장단어 

아이의 언어를 기억하기

아이의 언어는 실로 위대합니다. 위대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을 녹게 하고, 따뜻하게 하며, 큰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반성하게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위인과 명사의 말보다 위대한 아이의 언어를 우리는 매일 들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고맙고 멋진 일인가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하는 말들이 놀라워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글로 기록 중입니다.


아이의 말을 기록해보세요. 마치 신의 메시지를 보는 듯 감격하는, 고마운 마음으로 충만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친구 하나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이의 시간을 지켜줘야해. 아이들의 시계는 따로 있어. 아이들의 생각은 아이의 시간, 그 세계 안에서 존재해. 우리는 아이들의 시간으로 아이를 바라봐 줘야 해. 그래야 진짜로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어.


잠깐만 이리 와서 보세요. 라고 말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가 바라봐줘야 해. ‘잠깐만, 나중에, 이따가’ 이런 말로 아이를 기다리라고 말한다면 아이의 시계는 우리의 시계를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너무 눈부시고 너무 찬란한데, 너무 찰나의 순간이거든. 그 시간을 놓치지 말고 아이와 함께 해주는 거야. 우리에겐 1분의 시간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찰나의 순간이 평생 기억될 순간이 될 수 있으니까.”


아이의 순간, 아이의 시간,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얼마나 빛나는가를 느껴보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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