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육아

   
김진선
ǻ
21세기북스
   
16000
2020�� 10��



■ 책 소개


걱정 제로, 스트레스 제로, 부담 제로 육아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육아서를 읽는다. 하지만 ‘부모가 ~해야, ~하는 아이가 됩니다’라는 문장의 홍수 속에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말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가 잘못된다’로 들리기 때문이다. 남들 다 하는 육아인데 왜 나는 이렇게 어려운 걸까?

육아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내 부족함만 깨닫고 산더미 같은 육아 지침에 지쳐버린 당신. 60점짜리 엄마라고? 아니다. 당신은 이미 좋은 엄마다. 모유 수유 안 해도, 직장을 다녀도, 느긋하게 키워도 괜찮다! 완벽해도 불안한 엄마보다 조금 부족해도 마음 편한 엄마가 아이를 더 잘 키운다. 힘들다 싶으면 잠시 놓고 쉬어도 좋다. 그게 진정 내 아이를 위한 길이다.

불안만큼 부모의 마음을 잡아끄는 게 없다. 수많은 육아 정보와 상품들은 이 약점을 파고든다. 이 책은 걱정, 스트레스, 부담 없는 ‘제로 육아’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서울대 출신 정신과 의사이자 두 아이 엄마인 저자가 10년 이상 진흙탕에서 울고 웃으며 굴렀던 본인의 육아 경험과 전문의로서 겪은 생생한 사례를 유머러스하고 통통 튀는 말투와 함께 담아,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 활력과 용기를 준다.

■ 저자 김진선
두 아이를 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쳤으며, 같은 병원에서 임상강사로 근무했다. 뇌와 인지기능에 관심이 있어 치매를 연구했다. 지금은 임상경험을 살려 의료자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탄탄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된 후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아이 둘과 함께 웃고 울고 구르며 버티기 10여 년, 갖은 시도와 시행착오 끝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아이를 잘 키우는’ 육아 전문가가 되었다. 경험을 살려 블로그 및 유튜브를 개설해 육아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육아 궁금증과 고민을 상담하고 있으며, “이것은 진짜 내 얘기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격려보다 위로가 된다”라는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엔 일과 양육을 병행할 최선의 환경을 찾아 직접 회사를 차렸다. 손쉽게 적용할 노하우만 전한다는 신념으로, 본인 스스로 새로운 배움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블로그 〈제로 육아 with 리얼정신의〉
유튜브 〈리얼정신의〉

■ 차례
프롤로그|육아 사이다가 필요한 당신에게

1장 제로 육아로 생활을 바꾸다
아이를 진정 사랑한다면 노력은 이제 그만
나쁜 엄마 아니죠, 좋은 엄마 맞습니다
오래달리기를 끝까지 완주하는 법
모유 수유 안 해도 괜찮아요
밥 안 먹는 아이여도 괜찮아요
아이와 외식하기 힘들다면
수면 교육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이와 따로 자도 괜찮아요
기저귀 떼기, 느긋하게 해도 괜찮아요
쉽게 대변 가리게 하는 법
경청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끊임없는 질문 공격에 대처하는 법
칭찬 안 해도 괜찮아요
놀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예민한 아이여도 괜찮아요
소심한 아이여도 괜찮아요
친구 만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36개월까지 엄마가 안 키워도 괜찮아요
애착, 애착, 애착, 애착이 뭐길래

2장 제로 육아로 교육을 바꾸다
아이에게 말 많이 안 걸어도 괜찮아요
영어 CD 안 틀어줘도 괜찮아요
오감 발달 안 시켜줘도 괜찮아요
학원 안 보내도 괜찮아요
책 많이 안 읽혀도 괜찮아요
학습 습관 길러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적성 찾아주지 못해도 괜찮아요
TV 시청,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TV 시청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
스마트 기기를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법
지나친 기대는 아이도 나도 병이 납니다
아이는 항상 부모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아이가 말이 늦어 걱정될 때
지능연구의 허와 실

3장 제로 육아로 훈육을 바꾸다
훈육은 최소한으로 줄이세요
훈육 전, 꼭 알아야 할 아이들의 특성
아이의 뇌는 어른과 다릅니다
느긋하게 훈육해도 괜찮아요
따스하고 단호한 훈육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생각하는 의자?’ 타임아웃 하지 마세요
남을 때리는 아이, 어떻게 다뤄야 할까?
집에서 뛰는 아이 훈육법
목소리가 큰 아이, 특효약은?
아이가 이유 없이 울 때
떼쓰는 아이 대처법
잔소리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

4장 제로 육아로 나를 바꾸다
내 안의 화를 다스리는 가장 쉬운 방법
무조건 잘 자는 게 보약입니다
내 몸매 신경 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내 몸 아프면 남편 자식 세상만사 다 소용없어요
우울증 약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 마세요
일하는 엄마라고 미안해하지 마세요
지금,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현재 나를 괴롭히는 것들 찾아내기
답답한 일상을 탈출하는 가장 쉬운 방법
멀리 여행 안 가도 괜찮아요
우리를 괴롭히는 인간관계 정리법
직장, 다닐까 말까
나의 성장, 느리게 가도 괜찮아요

에필로그|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로 육아


제로 육아로 생활을 바꾸다

아이를 진정 사랑한다면 노력은 이제 그만

아이를 키우는 동안 우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수저질에 서투르며, 혼자서 잘 씻지도,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합니다. 또 넘어지기는 얼마나 잘 넘어지는지요.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들어서 옮겨야 하고, 아이들을 위한 바퀴달린 의자를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정신적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건 뭐야? 이건 왜 이래? 엄마 엄마, 이거 알아?” 아이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물어봅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소리를 지르고 온몸으로 울분을 내뱉습니다.


우리는 요양보호사이자 감정노동자로, 동시에 투잡을 뜁니다. 이게 끝이 아니죠. 집 안은 매일같이 거지꼴이잖아요. 가사 도우미도 합니다. 이미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요. 그저 도망가고 싶습니다. 이런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두려워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지죠. 분명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일말의 거짓 없이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대체 왜 불행한 거지?


어이쿠, 그런데 맘대로 불행하지도 못하네요. 엄마가 표정이 어두우면 안 된대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대요. 미소짓는 업무가 추가됩니다.


하소연할 데도 마땅찮습니다. “아이 키우는 게 다 그렇지. 너만 힘드냐? 그리고 솔직히 애 키우는 게 뭐가 힘들다고 그래? 그냥 키우면 되지.” 친정어머니조차 이렇게 말하는걸요. 하지만 모르는 소리. 요즘이 그때랑 같나요. 예전에 부모가 아이와 놀아줬나요? 책은 얼마나 읽어줬나요? 영어 공부하는 유치원생이 어디 있었어요? 아이가 뛰어놀기만 하면 밖에 종일 내놨었잖아요. 집 안에 있을 때는요? 내내 TV봤죠.


요즘에 아이와 안 놀아주는 부모는 ‘나쁜 부모’라 불려요. 책은 기본으로 매일 읽어줘야 하고요. 요즘 세상에 영어 못 하면 도태돼요. 아이가 밖에서 혼자 놀고 있다? 방치된 아이로 찍혀요. 집에서 온종일 TV만 틀어줬다간 애 바보 된다고 전국의 어머니들이 달려들걸요.


부모가 육아에 정성을 쏟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입니다. 아이한테도 좋을 거고요. 하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과한 것 같아요. 부모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지요.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죠. 노력하다 탈진해서 아예 포기하는 거요. 대한민국 엄마들이 이걸로 사실 픽픽 쓰러지고 있거든요. 애고 뭐고, 다 놓고 도망가고 싶지만 티를 안 낼뿐이죠. 우리는 현재 자기 살 파먹ㅇ며 버티고 있습니다. 목숨 같은 아이를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문제는 그러다 결국 내가 사라진다는 거예요. 에너지, 의욕, 의지, 다 잃고 지옥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아이도 놓아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그만둬야 해요. 냉정하게 할 거 안 할거 쳐내야 합니다. 힘들다 싶으면 잠시 놓고 쉬세요. 그게 내 아이를 위한 길이에요. 내 목숨 같은 보물이잖아요.


이제 남의 눈, 남의 말 신경 쓰지 말고 아이에게 가장 해주고픈 것만 일과에 남기세요. 노력하고 견디면 시간들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날려버립시다.



제로 육아로 교육을 바꾸다

학원 안 보내도 괜찮아요

어린이 학원은 왜 창의력, 사고력이라는 말을 강조할까요? 아마 학원의 주요 목적인 ‘지식의 빠른 주입’이 어린아이에게는 불가능하기 때문일 테죠. 무슨 얘기냐면, 어린아이들은 이해력에 한계가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아는 게 거의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벽돌이 거의 없는 거죠 이 상태라면 학원을 보내나 안 보내나 아이의 지식이 확확 안 늘거든요. 그럼 누가 학원을 보내겠어요? 그래서 ‘우리는 건물을 지어드리지 않습니다. 건물 짓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이렇게 학부모들을 꼬시는 거예요.


근데 말입니다. 건물 짓는 방법, 즉 창의력은 그냥 길러지는 게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아는 게 많아야 창의력이 폭발해요. 지식과 지식이 연결되어서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거죠. 다시 건물 얘기로 돌아가면, 벽돌이 많을수록 다양한 건물을 만들 수 있잖아요. 벽돌 없이 허공에서 건물 쌓는 방법 아무리 생각해봤자 별로 안 떠올라요. 기껏해야 벽돌 10개 가지고 뭘 상상할 수 있겠어요.


또 창의력이라는 것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학원 다니느라 밤 늦게 잔다? 피곤하면 창의력이고 뭐고 안 생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수면 부족에 시달립니다. 2016년 국내에서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면시간은 초등학생이 하루 평균 8시간 19분으로 권장 수면시간인 9~12시간을 채우지 못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수면이 부족하면 낮에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오히려 학업성취도가 내려갑니다.


한편 학원을 보내는 목적은 솔직히 말해 대학교 잘 가라는 거 아녜요. 그럼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하면 되는 거네요? 그럼 어렸을 때 학원 보내는 건 가성비 꽝이에요. 쉽게 가르쳐야 하니까 진도가 진짜 느리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이 1주일이면 배울 걸, 초등학교 1학년은 두 달 걸려요.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가 생기는 건 중학교 때부터예요. 그럼 그때 보내면 됩니다. 그 나이는 머리가 제일 좋은 시기지요. 체력도 넘치고요.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요.


‘그 전에 공부 안 했는데 어떻게 따라가지?’ 이런 생각 드는 분도 계실 거예요. 근데요, 사실 중, 고등학교 때 공부할 양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문제아로 중학교 내내 공부는 손 놓고 있었는데, 1~2년 바싹 공부했더니 전교 1등까지 올라갔다.” 이런 얘기 들어보셨을 거예요. 재수 학원도 1년이면 공부 끝내잖아요. 하물며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다면 앞으로 6년인걸요. 결코 늦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책상에 앉아 있을 때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공부 승부는 결국 18, 19세 이후에 보는 거잖아요. 그 전에 지치면 길러진 학습 습관이고 뭐고 아무 소용없지요. 어린 나이에는 마음껏 뛰어놀면서 체력을 길러놓는 게 가장 좋습니다.


요즘에는 초등학생 비만율이 25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얼마나 운동을 안 하고 자리에 앉아서 공부만 하면 그렇겠어요. 그런데 지금 책상 앞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친구가 결국 공부를 더 잘하게 될까요?


글쎄요, 더 높은 학년에 올라갈수록 결국 성적은 체력이 좌우하는 때가 오거든요, 공부할 양이 많아지니까요. 따라서 이 시기에 버티기 위해서는 체력을 길러놓는 것이 필수입니다. 지금 학원에 앉아 있느라 운동 안 하면 나중에 결국 공부 못 하게 돼요.


요즘 아이들 가장 불쌍한 게 어린 나이부터 학원 셔틀 타는 거죠. 혹시 아이가 뒤쳐질까 봐 보내신다면 그러실 필요 없어요. 지금 보내나 안 보내나 크게 차이 없습니다. 부모의 퇴근이 늦어서, 아이가 학원 다니는 게 재밌다니까, 이런 이유 아니면 학원 안 다녀도 괜찮아요.


책 많이 안 읽혀도 괜찮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책 중독자에 가까울 만큼 책을 좋아해요. 하지만 그렇게 된 사연에 부모님이 특별히 노력하셨다거나 한 기억은 없어요, 물론 제가 혼자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나이가 될 때까지 부모님이 책을 사주시긴 했죠. 하지만 ‘책을 항상 많이 읽어줬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런 열성적인 부모님은 아니었어요. 전 오히려 부모님이 저의 독서 생활에 별 관심 없었기 때문에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 아이 책 많이 읽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딱 세 가지를 안 하시면 됩니다.


우선 책 읽는 시간을 시간표에 정해두지 마세요. 읽어야 할 책을 골라두시지도 말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맘대로 읽게 내버려두시면 됩니다. 아이가 최근 부쩍 궁금해하는 주제에 관한 책을 사주시면, 읽지 말라고 해도 허겁지겁 읽어요. 그게 바로 책의 짜릿한 즐거움이죠.


두 번째, 책 읽고 나면 아이에게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줄거리, 느낀 점, 이런 거 알려고 하지 마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독후감이에요. 깨달음이 백 번쯤 온 책도 “어, 이 책 좋더라. 강추.” 이 정도밖에 말 못하거든요. 만약 누가 책 읽고 소감 말하라고 하면,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책 읽기 싫어질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거 시키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중학교 가서 아이가 책 읽을 때 ‘책 그만 읽고 공부해라’ 이러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책은 그 무렵부터 비로소 머리에, 가슴에 들어오거든요.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경험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감수성이 한참 풍부할 때잖아요. 이때 책의 즐거움에 빠진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사랑할 수 있겠지요.


어떠신가요? 책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기, 참 쉽죠? 내버려두세요.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책을 통해 큰 사람이 될 거예요. 믿으세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습니다.



제로 육아로 훈육을 바꾸다

따스하고 단호한 훈육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훈육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따스하고 단호하게.”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렇게 하면 된대요. 근데 있죠. 이거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아이가 잠들면 남편과 답 없는 토론을 이어갔어요. “훈육은 어떻게 해야 돼? 어쩌면 저렇게 말을 안 든는 거야? 혹시 더 화내야 하나? 어디까지가 단호한 거고, 어디부터가 혼내는 거야? 따스하고 단호한 훈육이 과연 가능하긴 한 거야?”


몇 년간의 논의 끝에 세 가지 대응책을 찾아냈습니다.


첫째, 말에서 영혼을 뺍시다. 아무래도 내 자식 일이라면 감정적이기 쉽잖아요. 감정을 조절하려면 내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야겠더군요. 지인들 조언에 따라 ‘남의 집 아이’, ‘직장 상사 아이’라고 상상해보았어요. 처음 몇 번은 실제로 도움이 됐어요. 하지만 시각을 무시하긴 어렵죠. 곧 ‘내 아이’로 보여서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엔 제가 변하는 방법을 모색했어요. 그 끝에 답을 찾았지요. ‘손님을 응대하는 영혼리스 점원’ 딱 여기에 들어맞는 롤모델이었어요. 전 이게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영혼이 없고픈 건(영혼이 나가 있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일 테니까요.


둘째, 배울 때까지 반복해서 말해요. 오백 번입니다. 언제까지요? 군대 갈 때까지요.


셋째, 그래도 안 되면 훈육 자체를 유보해요. 훈육하다 내가 미쳐버릴 것 같다면 훈육을 멈추세요. 중간에 멈춰서 아이 버릇 나빠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일관성 없는 훈육’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 말라고 얘기했으면 이미 훈육한 거예요.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아이가 계속하면, 그 행동을 아예 할 수 없도록 상황을 바꾸면 됩니다. 밥 먹다가 문제가 생겼다? 밥상을 치우세요. 블록을 집어던졌다? 블록을 치우세요.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내에 서약받을 필요 없어요. 가볍게 훈육해도 괜찮아요. 오늘 잘 안 됐어도 앞으로 사백구십 번 기회가 있잖아요. 대부분의 문제들은 크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어른이 밥 먹다가 돌아다니는 것 못 보셨잖아요. 식사 시간이 얼마나 즐거워요. 2시간도 앉아서 먹을 수 있죠. 조금 크면 훨씬 쉽게 가르칠 수 있어요.


넷째,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요. 훈육할 때 지켜야 할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바로 이거예요.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 남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규칙을 가르치는 게 훈육이잖아요. 그럼 가르치는 사람도 아이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죠. 우리가 아이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한다면, 우리도 아이에게 소리치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때리지 말라’는 원칙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해요. 아이가 부모를 때리면 안 되는 것처럼 부모도 아이를 절대 때리면 안 돼요. 사랑의 매란 없어요. 때렸으면 때린 겁니다.


훈육을 하다 보면 별 희한한 일이 다 벌어지죠. 실실거리면서 하지 말라는 것 계속하고, 다른 데 쳐다보고, 심지어 콧노래도 흥얼거려요. 부모 머리 뚜껑 열리는 일은 다 한다고 보시면 돼요. 누가요?  문제아가요? 아니요. 모든 아이가요. 우리 집 애들도 그래요!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묵묵히 듣다가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할 리 없어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아직 어리다고요. 아이들은 죄송한 게 뭔지도 잘 몰라요.


지금 부드럽게 대하면 앞으로 고민할 게 하나 없습니다. ‘평생 아이를 때린 적 없다’는 사실이 나중에 가장 큰 무기로 쓰이거든요. 예를 들어 오빠가 동생을 때려서 훈육할 때를 가정해 볼게요. “동생에 기분 나쁘게 굴어서 내가 발로 찬 거야.” 이 말에 “그럼 엄마도 기분 나쁘면 너 차도 돼? 엄마가 너 때린 적 있어?” 한마디로 제압할 수 있지요


어떠세요? 따스하고 단호한 훈육, 이제 감 잡으셨나요?



제로 육아로 나를 바꾸다

멀리 여행 안 가도 괜찮아요

어린아이 있는 집은 여행 가기 참 어렵죠. 가까운 곳이라도 엄두가 안 나요.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떠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나 짧으니까요. 지금 아니면 언제 추억을 만들겠어요.


푸른 바다, 파아란 하늘, 불타는 노을 속에서 행복하게 웃는 가족. 상상만 해도 행복하죠. 때마침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애교 띤 얼굴로 말합니다. 누구누구는 어디 갔는데 우리도 놀러 가자고.


드디어 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즐거울 거란 기대는 이미 이틀 전에 포기했지만,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딜 가도 5분도 못 기다리고 지겨워 죽겠다 난리네요. 무거운 짐에, 빠듯한 일정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갈지자로 걸어다녀요.


‘그래도 도착하면 천국이 펼쳐져 있겠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꾹 참습니다. 하지만 그런 꿈은 이뤄질 리가 없죠. 숙소 밖으로 나오면 “우리 언제 방으로 돌아가?” 이것만 물어보네요. 덥다고 짜증 내고 20미터를 못 걸어요. “야야, 이거 한번 봐봐~” 아무리 꼬셔봐도 “엄마, 우리 언제 방에 돌아가냐고. 나 수영장 가고 싶어.” 이 대답뿐.


‘그래, 내가 단단히 착각을 했구나’ 이제 다음 여행은 대자연에 풀어놓아봐요. 허허허. 얘들은 거대한 자연조차 별 관심 없나봐요. 주변 경관은 보지도 않아요. 어느 곳이든 돌멩이, 나뭇가지, 개미 잡고 놀아요. 어느 바다에 데려다 놓아도 똑같이 모래놀이만 해요.


몇 년 해보니, ‘수영장에서 수영하러 여행 가는구나. 모래놀이 하려고 여행 가는구나’ 이런 결론에 도달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여행 갔다 돌아와보니 우리 집에 부쩍 커 보이는 거예요. “좁은 숙소에서 우리 뭔 고생을 하고 온 거래?” 이런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처리해야 할 일들이 밀려 있는 건 덤이었고요. 그날로 남편과 저는 당분간 여행을 떠나지 않아 보기로 약속했어요.


그렇게 반년 넘어가니 여행 욕구가 거의 사라질 지경이 되었어요. 전에는 주변에서 여행 다녀왔다는 얘기 들을 때마다 여행 가고 싶은 마음에 들썩들썩거렸거든요. 훌쩍 떠날 수 없는 현실을 원망까지 했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즘에는 별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아마 집에서의 생활이 더 탄탄해져서인 것 같아요. 일상을 굳이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은 거죠. 편안함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 ‘가슴 뛰고 설레지만 힘든’ 일상 탈출보다 저희 가족에게 더 맞았나 봐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려고 꼭 멀리 나갈 필요는 없어요. 아이는 결국 ‘여행의 느낌’ 이것을 기억할 테니까요. 아이가 행복하다면 지구상 어디라도 상관없지요. 누구나 편안하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곳, 바로 그 장소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동네일지도 몰라요. 


우리를 괴롭히는 인간관계 정리법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잠들면서 “아, 오늘은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라고 말할 만큼 이상적인 하루를 그려봅시다.


그 하루를 누구와 함께 보내죠?

나 혼자 산다고요?

흐흐흐. 백 번 공감합니다. 하지만 영원히 혼자 사는 건 좀 외로우니까 다른 하루도 한 번 더 떠올려볼게요. 누구와 함께 지냈으면 좋겠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은 누구죠? 아이, 배우자, 딱 우리 식구군요.


행복이 멀리 있지 않네요. 이미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행복하신가요? 이 소중한 사람들과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어쩌면 우리는 아무 상관없는 이유로 가족에게 화풀이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외부의 스트레스, 근심, 걱정, 이런 것들이 우리 마음속 깊은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해볼게요. 우리의 에너지를 잡아먹고 근심하게 만드는 존재를 제거합시다.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그놈, 그 자식, 그분이 떠오르나요? 그래요. 스트레스의 최고봉은 역시 인간관계죠. 이 때문에 소모되는 정신적 에너지는 진짜 말로 다 못 할 거예요. 그러나 한편으론 오히려 제거하기 쉬운 스트레스이기도 합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사는 공간을 바꾸는 것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이 문제는 나 혼자 당장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냥 끊어버리면 되잖아요.


여기서 피식 헛웃음이 나오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맞아요. 그 사람과 연을 끊을 수 없는 이런저런 사연이 있겠죠. 그래서 지금까지 괴로워도 참았을 겁니다. 그 사람이 부모님, 배우자의 부모님, 내 밥줄 쥐고 있는 상사, 친한 친구일 수도 있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가까운 사람이니까,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나만 참으면 되니까, 그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어요.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되도록 맞춰줬지요.


하지만 상대의 요구는 끝이 없었고 저는 지쳐갔습니다. 원하는 바를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그쪽은 오히려 저를 비난하더군요. “넌 참 매정하구나. 인간이 어쩌면 이럴 수가 있니. 너는 예의를 모르는구나. 지금 네가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거냐?”


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 제 삶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어. 내일 더 살과 싶은 이유가 없어.’ 절망감에 압도된 어느 날이요. 남 때문에 진짜 소중한 내 사람들한테 미소 짓지 못하며 살 이유는 없더라고요. 내가 괴로워 죽겠는데 못할 게 뭐 있나 싶었어요.


그날로 괴로운 관계를 잘라내 버렸습니다. 단체 카톡방을 나오고, 의무적으로 하던 전화를 중단하고, 만나자는 약속을 거절했어요. 처음엔 ‘이래도 될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해보니 ‘그동안 이 쉬운 걸 왜 마음 고생했나’ 후회되더라고요. 제가 아쉬울 것 하나 없던 거였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제 인생에 진짜 중요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저를 좋아하지도,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잖아요. 따져보면 그 사람이 저한테 그동안 잘해준 적도 없더군요. 그 말은 앞으로도 제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될 거란 말이네요? 그러니까 끊어내도 별 상관없을 수밖에요.


그렇게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평온해졌습니다. 가족들에게 이유 없이 화냈던 날들이 사라졌어요. 그동안 꼬인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내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저는 우리 모두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 때문에 소중한 아이에게,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더 이상 상처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인간관계를 끊으려고 한다면, 아마 상대방은 동정심과 죄책감을 자극하며 버틸 거예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며 비난을 퍼부을 테죠. 하지만 흔들리지 마세요. 우리는 좀 못돼 처먹어도 괜찮아요. 그 자는 이미 우리를 오랜 시간 괴롭혀왔잖아요. 그 자도 한번 나 때문에 괴로우라죠 뭐.


한번 관계를 끊어보면 생각보다 별일 안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오히려 내가 멀리하는 순간, 갑자기 나에게 예의바르게 구는 상대방을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어요. 인간이 참 신기한 게 잘해주면 함부로 대하고, 단호해지면 그제야 정신을 차립니다. 물론 이런 태도에 속아서 다시 받아주면 그 사람은 곧 원래대로 돌아가 나를 괴롭혀요. 사람은 안 바뀝니다. 그냥 정리하세요.


지금은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세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해질 그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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