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형 엄마들

   
서평화
ǻ
서사원
   
16000
2020�� 01��



■ 책 소개


“똑똑한 그 아이는 어떻게 키웠을까?” 
스스로 미래를 찾아가는 아이들 뒤에는 논술형 부모가 있었다! 

“어떻게 아이를 그렇게 똑똑하게 키우셨어요?” 

이런 질문을 실제로 하면, 자기만의 비법이라며 비밀로 하는 어머님은 거의 없었다. 당연하고 친절하게 자신의 관점과 철학을 설명해주셨다. 사실 어머님들은 자기 자녀 얘기를 하길 참 좋아한다. 약간의 자랑이 섞인 얘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머님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필자는 그 노하우가 궁금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더 묻게 되어, 상담 시간이 예정보다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책까지 쓸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히 많은 어머님들의 열린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 끝에 “너무 좋은 말씀이라 제가 그 얘기를 더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에게 전하기 위해, 강연이나 집필에 활용해도 될까요?”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하는 분은 거의 없었다. 

필자는 논술 교육에 대해 깊게 고민해온 입장에서 그 크고 작은 일화들 속에, 그 ‘다름’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성공한’ 어머님들을 만날수록 몇 가지 공통점이 분명해졌다. 

똑똑한 그 아이는 어떻게 키웠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교육자적 탐구와 경험, 그리고 수많은 어머님들과의 상담 내용에서 얻은 단서를 엮어낸 결과물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가진 논술형 인간이었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대학 입시에서 성과를 낼 뿐만 아니라 대학을 간 이후에도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사는 아이들로 성장했다. 필자는 수년간 그 모습을 직접 보고 관찰하면서, 스스로도 교육에 대한 관점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 책은 자녀가 다 커버린 후에 후회하지 않길 바라는, 조금 먼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현명한 부모님들을 위한 책이다. 대부분의 관찰과 통찰은 ‘다 큰 아이들’에게서 얻은 것이지만, 이 안의 내용들은 초등학생 혹은 그보다 어린 자녀들을 위한 메시지들이다. 

생각하는 힘의 ‘코어 근육’에 해당하는 문해력과 표현력은 앞으로의 교육에서 점차 더 중요해질 것이다. 대입 전형의 향방과 별개로, 논술 교육은 진로와 직업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교육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와 같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논술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당장 코앞에 닥친 자녀의 입시 문제 이전에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 저자 서평화
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사상에 대한 탐구심보다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동력이었다. 석사에서는 교육 매체와 행동 데이터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인문학과 실증 연구의 균형을 늘 고민한다. 입시 논술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생계를 이끌어왔지만, 끝에는 연구자로 남고 싶은 사람이다. 

결국 가르치는 사람의 삶도,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학생들에게 무언가 밀어 넣는 것보다 학생들로부터 ‘끄집어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사고력 개발과 라이프 코칭 분야로 옮겨왔다. 

질문하길 좋아하는 성격이다. 몇 개의 질문과 그 답이 눈덩이처럼 커진 끝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개인적인 일화 하나로 자기소개를 마무리하며, 더불어 책을 시작하는 화두를 열어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백일장에 나갔다. 친구들과 노느라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고, 담임 선생님이 등 떠밀어 엄마부에 참여했던 엄마는 그 사이 열심히 써서 상도 받았다. 글을 쓰기보다는 거의 원고지를 갖고 놀다시피 했지만, 엄마는 내가 즐거웠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후로도 몇 번, 원고지를 들고 풀밭에 나갔던 글짓기 대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자주 상을 받던 다른 친구는 자기 엄마가 슬쩍 와서 고쳐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그 친구는 나처럼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 차례
프롤로그_똑똑한 그 아이는 어떻게 키웠을까 

1장 논술형 인간의 시대가 온다 
왜 지금 꼭 논술인가 
완성형 인간보다는 차별화 인간이 성공하는 시대 
논술형 인간과 논술형 엄마 

2장 논술형 엄마는 좋은 습관을 선물한다 
글쓰기, 숙제가 아니라 놀이여야 한다 
완결도 습관이다 
‘찾아보는 공부’의 힘 
신문 활용 교육? 이제는 뉴미디어 활용 교육! 
관찰 일기는 좋은 창의력 습관이다 
소설책이라도 괜찮다 
책을 선별해서 읽는 방법을 가르쳐라 

3장 논술형 인간,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도서관은 좋은 놀이터이다 
‘좋은 질문’을 칭찬해주어야 한다 
목표는 아이가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들과 다를 수도, 또 같을 수도 있어야 한다 
한자 공부는 꼭 시켜야 할까 
아이들에겐 또래의 토론 상대가 필요하다 

4장 논술형 엄마는 소통 방식이 다르다 
가끔은 한 번씩 져주어야 한다 
바보 같아 보여도 자녀의 행동을 존중하라 
‘커서 하면 돼’는 소용없다 
공부는 잘해도 못해도 ‘자녀의 인생’ 
논술형 엄마는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 
식탁에서 시작하는 대화와 토론 

5장 논술과 세상, 현실의 이야기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올바른 자세 
입시 직전 단기 논술, 효과 있을까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미래를 살아갈 자녀를 위해 필요한 능력들 
가짜 논술형 인간을 조심하자 
현실에서 만난 논술형 엄마들 
입시 논술에서 라이프 코칭으로 전향한 이유 

에필로그_논술형 엄마가 늘어나면 세상이 바뀐다

 




논술형 엄마들


논술형 인간의 시대가 온다

완성형 인간보다는 차별화 인간이 성공하는 시대

교육의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고 있다. 점점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특별하게’ 키우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성공 신화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장에서는 왜 논술 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는지, 그 시대 흐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려 한다.


이를테면 수십 년 전의 산업화 세대의 어른들 중에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성공에 오른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나 내용도 바뀌었다. 창의, 도전, 혁신과 같은 새로운 가치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전체적인 산업계의 변화와 그로 인한 성공 신화의 변화는, 점점 더 사람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관점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예전과 달리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유일함’이나 독창성, 특출한 장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테면 ‘숫자 계산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논리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아이’, 혹은 ‘꼼꼼함은 조금 부족하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대인관계가 좋은 아이’ 이런 식이다. 아이들의 개성을 찾고 특장점을 살려주는 교육 방향으로 부모들의 관심이 구체화된 것이다.


하지만 몇몇 부모님들의 정교해진 관심과 별개로, 여전히 방법론은 1980~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부모님들을 자주 보게 된다. 막연하게 아이가 독창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고민까지는 몰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완성적 목표가 아닌 차별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완성적 목표라 함은 결과적으로 ‘주어진 것을 모두 완성’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있다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무한히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서 ‘만점 인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비하여 차별화 과제를 갖는다고 함은, 특성에 맞는 개별적인 목표를 세우고 고유성을 찾는 과정을 뜻한다. 완전함보다는 개별적 가치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성공상들은, 일부분은 좀 부족하더라도 자신만의 뚜렷한 영역을 개척한 이들이다. 그들은 좁고 깊은 아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뾰족한 노력을 쏟아온 이들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브랜딩과 혁신 연구에 세계적 권위를 지닌 문영미 교수(그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2세다)는, 그녀의 책 《디퍼런트(Different)》를 통해서 그러한 독창성이 중요함을 얘기한다.


예전에는 시험을 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한다면,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여 좀 더 ‘완성형’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교육하려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이 잘 한 부분을 강력하게 만들어서 부각시키는 ‘다름(Different)’이 사회적 성공에 중요해진다는 얘기였다.


이런 맥락 속에서 논술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의 고유성을 길러주는 교육 방식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논술 교육이란 주어진 답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논술 교육은 스스로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스스로에 대한 자기 질문과 자기반성이 필수적이다.


논술형 인간과 논술형 엄마

논술형 인간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몇몇 특별한 학생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공부 잘하는 아이’와 ‘논술형 인간’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질문을 하는 태도와 방식, 글의 문맥을 읽을 줄 아는 능력, 비판적이고 반성적인 사고, 이런 것들은 그저 똑똑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은 학교 성적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긴 하지만 꼭 비례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신도 모의고사 성적도 좋지만, 틀에 박힌 생각을 벗어나지 못해서 도통 논술 실력이 늘지 않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해, 두 해를 거듭할수록 매년 데자뷰 같은 것을 느꼈다. 작년에 보았던 그 아이와 꼭 비슷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아이, 똑같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질문할 줄 아는 아이, 이렇게 특별한 아이들이 눈에 띈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상위 5% 정도 ‘논술형 인간’인 것이다.


필자는 어떻게 하면 그런 자질을 기를 수 있을지가 궁금했고 알고 싶었다. 깨달음의 계기는 학부모님들과의 상담에서 왔다. 담임을 맡는 ‘입시 강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논술 수업은 입시가 다가올수록 지망 학교를 정하고 맞춤 수업을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학부모님들과 진득하게 대화할 시간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목표에 맞게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고, 수시 입시 전형을 선택하는 일은 학원에서 제공해야 하는 중요한 컨설팅이기도 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아이의 수준과 성향을 어머님과 함께 토론하거나 토의해야만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깨닫게 된 것이다. ‘다르구나!’


과연 ‘논술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그 어머님의 관점과 태도가 달랐다. 거기에는 분면 공통점이 있었다. 어머님들의 ‘의식적 노력’이 분명히 아이들 교육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어머님 본인은 교육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경우라도, 자식을 훌륭한 논술형 인간으로 키워낸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분석한 논술형 인간은 지식, 논리, 표현, 태도의 4박자를 갖춘 사람을 뜻한다. 논술형 인간인 아이들은 단지 아는 것만 많은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고할 줄도 알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 특히 타인과 적절하게 소통하는 태도나 지적 호기심, 적극성 같은 것도 논술형 인간의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은 ‘알고 있는 것’, 학습을 통해 길러진다. 논리는 ‘활용하고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표현은 ‘지식과 논리가 잘 전달되도록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논리와 표현이 있어야만 자신이 지닌 ‘지식’을 잘 조직화할 수 있고, 이는 모두 연습을 통해 길러진다.


마지막으로 태도는 가장 기르기 어려운 자질이지만 가장 중요하며, 이는 어린 시절부터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즉 습관을 통해 길러진다. 논술형 인간을 기르는 방법이란, 곧 이 네 가지, 지식, 논리, 표현, 태도를 길러주는 방법과 같다.


모든 경우에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님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니 공통점이 더욱 선명해졌다. 필자가 만난 논술형 엄마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책 읽기와 글쓰기를 강제하기보다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했다. 둘째, 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학교, 학원, 생활, 취미, 여가를 아우르는 모든 것을 교육의 수단으로 삼았다. 셋째, 자녀의 학습 수준과 성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방법을 택하고자 했다.


넷째, 자녀가 어리고 철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 대 인간으로 자녀의 생각을 존중하고 경청하려고 했다. 더불어 자녀와 대화 시간이 충분했다. 다섯째, 당장의 성적과 단기적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인생을 두고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실행하려 했다. 여섯째, 본인이 독서가이거나 혹은 글쓰기에 취미가 있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활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바로 이 공통점 중에 마지막 여섯째가 이 책의 제목이 논술형 ‘인간’이 아니라 논술형 ‘엄마’인 이유이다. 어머님들이 스스로 깨어나고 반성해서 작심하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 가능성과 그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성공한 논술형 엄마들은 분명 각고의 ‘노력’을 들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무의식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교육도 있겠지만, 그 어머님들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논술형 엄마는 좋은 습관을 선물한다

완결도 습관이다

어머님들을 모셔놓고 강의나 설명회를 할 때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왜 우리 아이는 끝까지 해내지 못할까요?”라는 것이다. 정말로 우리 아이는 왜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할까?


그런데 그 고민스러움에 비해서 ‘정말로 왜’ 우리 아이는 무엇 하나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지를 심도 있게 생각해보는 엄마들은 드물다. 보통은 쉽게 ‘아이들의 끈기 없음’으로 규정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다. 아이들의 타고난 능력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버릇들이기, 습관 만들어주기의 문제라고 말이다.


완결도 습관이다. 아이들이 무엇하나를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끝까지 해내는 경험을 자주 겪어 보지 못한 것이다. 완결 짓는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습관이 되는데, 그런 경험이 없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자꾸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완성하는 연습을 해야 아이들의 끈기도 늘어난다.


무언가를 ‘완결하는 습관’ 만들기는, 근육을 단련하는 것과 같다. 완료하는 습관이 생기면 생길수록 점차 들어 올릴 수 있는 과제의 무게와 크기가 늘어나게 되는 것 같다. 작은 일을 하나 완결해보지 못한 사람이 큰일을 해낼 리 만무하다.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녀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지 못했다면? 단 하나, ‘적절한 과제가 주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과감하게, 과제의 양이 극히 적더라도 아이들이 능률이 나는 구간 내에 해낼 수 있는 과제를 주는 것을 제안한다. 단지 1시간 만에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단지 일주일 만에 습득할 수 있는 학습 과정이라고 해도, 그것을 짧게 끊어서 아이들에게 ‘완결’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점차 그 시간 단위와 과제의 양을 늘려가는 훈련법인 것이다.


최근에는 입시 논술의 작문 글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추세이지만, 예전에는 한 번에 1500자를 써야 하는 문제 유형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논술을 훈련 받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번에 1500자짜리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어려워한다.


이럴 때는 300자 쓰기부터 훈련을 시키면 된다. 훈련을 시키다가 한 번은 글자 수 제한 없는 숙제를 내주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700~800자를 써내는 시점이 온다. 그러면 500자 쓰기로 넘어간다. 500자 쓰기를 반복하다보면 그에 맞는 구조와 주제를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럼 그 다음에 1000자로 넘어간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1500자 논술을 쓰게 된다.


처음부터 능률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들을 과제 속에 묻어두면, 동기부여가 생길 리 없다. 똑같은 양의 과제라 하더라도, 단계적 훈련을 거쳐서 ‘완결하는 힘’을 기르면 언젠가는 그 양이 많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완결도 습관이다. 적절한 자기 능력에 맞는 숙제를 찾도록 해주고, 그걸 끝내 나가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 이것도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 중 하나이다.



논술형 엄마는 소통 방식이 다르다

가끔은 한 번씩 져주어야 한다

한 번은 참 똑똑한데 유독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 남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아이의 경우 엄마를 심하게 무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와의 관계가 아이의 사고방식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만났던 그 아이의 어머님은, 소위 교양 있어 보이고 친절한 분이었다. 선생님 입장에서 보기에는 좋은 분처럼만 보였다. 그래서 필자가 학생에게, 엄마의 어떤 점이 가장 불만이냐고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학생의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엄마랑 얘기하면 결국 무조건 엄마가 옳은 걸로 끝나야 돼요. 가끔 정말로 엄마가 실수하고 제가 맞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무조건 엄마 말이 맞아야 돼요. 말이 안통해요.”


얘기를 들어보니, 그 어머님은 아이에게 “네 말도 일리가 있어.” 혹은 “이번에는 네 말이 맞네.”라고 얘기하기 어려워하는 분인 듯했다.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은연중에 어머님의 ‘우기기’가 아이에게 옮아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져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엄마를 우습게 알고 기어오르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기도 하고, 나이 많은 어른으로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어머님들께 단호하게 얘기하곤 했다. “어머님, 자녀가 정말 똑똑해지길 바라신다면, 가끔 져줄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이다.


중요한 건 ‘아이의 말보다 내 말이 항상 옳아야 한다’라는 엄마 스스로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그를 통해서 가끔 져주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엄마 스스로의 분명한 ‘기준’을 설정해두고, 아이가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서 져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은 네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무언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그 절차를 연습시키는 길고 어려운 교육 과정의 일부분이다. 엄마 스스로 이러한 교육 과정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가끔 져주는 엄마는, 무언가를 설득하고자 할 때 합리적이고자 노력하는 아이를 보게 될 것이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서로의 의견에 따라줄 수 있다는 것이 합의가 되면, 가끔은 엄마의 설득에 넘어가주고 엄마에게 져주는 아들딸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어머님이 ‘져주었던’ 것들은 한참 시간이 흘러 엄마에 대한 더 큰 존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커서 하면 돼’는 소용없다

엄마들이 자녀에게 참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대학 가서 하면 된다”, “우선 공부부터 해라” 같은 말들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소통의 문을 조금씩 닫게 만드는 말 중의 하나이다. 아이들의 동기부여를 저하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커서 하면 돼’라는 말은 자칫 부모의 생각마저 스스로 한정지을 수 있다. ‘현재의 도전’으로는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부모와 자녀 모두 갇혀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나이 대에는 그에 맞는 도전이 있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이가 하고 싶은 미래형의 꿈을 현실에 맞게, 현재의 도전으로 바꿔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하면 ‘커서 하면 돼’라는 프레임은 자연스럽게 ‘그럼 지금은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라는 프레임으로 바뀐다.


좋은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내려주는 역할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질문을 찾아 나가도록 함께 대화해주는 일이다.


이를테면, 아나운서가 꿈이라고 하는 학생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부모의 입장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느니, 대학 가고 나서 고민해도 된다느니 얘기해주는 것은 자녀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엄마들은 자녀의 소망을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학습으로 이끌어 낸다.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도 “그래? 아나운서가 되려면 시사 상식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해”라고 얘기하며 학습에 대한 자극을 주거나, “아나운서는 요약해서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뉴스 보고 브리핑 한 번 해볼래.”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점차 성장함에 따라 스피치와 발음, 발성에 대해서 찾아보고 연습해보도록 권하거나, 학교의 조별 과제에서 훌륭한 발표자가 되도록 격려해볼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자녀가 성장한 후에 꼭 아나운서가 되지 않더라도 어떤 일을 하든 좋은 자산이 되는 경험들이다.


아이들의 꿈은 자주 바뀐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래 성장 과정 자체가 진로를 탐색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두고 계속 새로운 생각을 갖는다고 하여 끈기가 없다거나 꿈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자녀가 모처럼 하고 싶은 일을 갖게 되었다면, 그것이 설령 조만간 바뀌게 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의지를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필자가 지도했던 고등학생 중에는 선생님의 지도 없이 직접 학술 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해본 아이도 있었고, 교외에서 사회적 기업수준의 봉사 단체를 만들어서 언론에 기사가 났던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발명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던 아이도 있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모든 사례의 아이들은 본인의 활동을 발판 삼아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부모님들이 등 떠밀어서 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려서부터 과외활동을 아낌없이 지원해준 끝에 아이들 스스로 얻은 결과이다. 어머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하나의 원리는, 바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것이다. 작은 꿈을 꾸고 도전해본 아이들이 결국 큰 일을 해낸다.


집안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결국 작은 성취에서 시작하여 큰 성장을 얻은 아이들 뒤에는 그것을 응원해주는 좋은 부모와 선생님이 있었다. 그러니 논술형 엄마로 가까이 가는 길에 이 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한다. ‘커서 하면 돼’는 소용없다. 모든 나이에는 그에 맞는 도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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