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아빠의 대화법

   
설민
ǻ
메이트북스
   
15000
2019�� 12��



■ 책 소개

 

하루 10분 아빠의 말 공부로 모든 가족이 행복해진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놀이 멘토로 선정되어 활동했으며 네이버 맘키즈판 아빠 육아 전문가 11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저자가 그간 직접 실천하고 큰 효과를 봤던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담아낸 『하루 10분, 아빠의 대화법』.

 

저자는 커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로 기억될 것인지는 오늘 하루 10분이라는 시간을 아이와 어떻게 대화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아이가 훌쩍 커버리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지금 당장 아빠가 말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생 아이를 둔 아빠라면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고 대화하며 스킨십을 나눠야 한다. 아이가 성장하며 어느 정도 대화가 되면서부터 아빠의 역할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아빠가 가족의 주위를 위성처럼 맴돌지 않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아빠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만큼 소통의 물꼬는 트이게 마련이다. 그렇게 대화의 물줄기가 굵어지고 아이와 할 말이 많아지면서, 마침내 아이들은 데면데면하던 아빠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 저자 설민
감성 충만한 첫째아들, 예능감 충만한 둘째아들과 매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건설업 종사 14년차 직장인이다. 『보통 아빠의 보통 아닌 육아』 책 출간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부여된 육아서 작가, 육아 강사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며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아빠 중심 공동육아를 시작하며 ‘아재(兒在)’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내 안에 아이(兒)가 있다(在)’는 뜻으로 늘 아이처럼 호기심을 갖고 재미를 좇으며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행복한 육아는 부모가 먼저 즐겁고 행복해야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부부중심 육아를 실천하며 가족 모두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덕분에 사회인 야구 에이스 투수 겸 홈런 타자로 야구 인생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 가정, 취미생활의 만루 홈런을 노리며 오늘도 맹렬히 호쾌한 스윙을 휘두른다. 서울시 은평구 건강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유아기 아버지 교실에서 강의한 바 있으며,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놀이멘토로 선정되어 활동했다. 2018년 네이버 맘키즈판 아빠 육아 전문가 11인에 선정, 현재 네이버 부모i판 ‘폭풍 공감 리얼일기’(과거 ‘아빠 육아 고수가 떴다 ’)코너에 포스팅을 연재 중이다.

 

■ 차례
지은이의 말 _ 아이와 관계 맺는 데 서툰 아빠들을 위한 책

 

1장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막막하다면
아이의 일상에 거부감 없이 스며들기: 우리 가족만의 루틴 만들기
퇴근이 늦는 아빠의 아침 시간 활용하기: 꽃말로 대화 나누기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질문과 대화: 하루 10분 하브루타 준비하기
정답이 뭔지 묻지 말고 생각이 뭔지 물어보기: 좋은 질문이란?
자신만의 언어로 단어 뜻 설명하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
아빠의 유쾌한 소통법 1: 화날 일은 줄고 용서할 일은 많아지는 ‘그럴 수 있다 정신’

 

2장 놀이를 통해 아이와 교감하고 싶다면
쉽고 재밌게 아이 대답 끌어내기: 놀이 중 MC처럼 인터뷰 진행하기
아빠의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 만들기
스마트폰을 창작 도구로 사용하기: 스마트폰의 건강한 활용법
아이의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아이가 술술 말하게 하는 비결
아이의 관심분야로 선생님 역할놀이하기: 가르치며 배우는 일일 선생님
아빠의 유쾌한 소통법 2: 일상에서 ‘청각’을 활용한 추억 만들기

 

3장 아이의 내적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자제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대화법: 아빠의 고민 상담하기
망설이는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대화법: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들려주기
아이의 마음만 읽어줘도 문제가 해결된다: 숨은 동기 읽어주기
동식물을 키우며 생명의 소중함 느끼기: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대화 나누기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 보여주기: 부모를 보며 배우는 아이들
아빠의 유쾌한 소통법 3: 사고력과 판단력을 길러주는 신문기사로 대화하기

 

4장 화내지 않고 효과적으로 훈육하고 싶다면?
아이를 혼내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 옳은 말보다 관계가 먼저
아이에게 화내는 순간 훈육은 끝난다: 화내지 않고 훈육하는 법
문제상황을 푸는 만능키 ‘감아대’ 수련하기: 감정코칭, I message, 대안 행동 제시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자기 행동 돌아보게 하기: 비유적 이야기 들려주기
무심코 던진 부모의 말이 아이 가치관을 형성한다: 다시 생각해볼 부모의 말들
아빠의 유쾌한 소통법 4: 올바른 훈육을 위해 ‘아이’가 아닌 ‘나’에게 집중하기

 

5장 민주적인 가정의 모습을 꿈꾼다면?
아이와 함께 육아 규칙 만들기: 해보고, 대화하고, 고쳐가기
아빠가 인정하면 아이도 인정한다: 부모를 통해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존중과 소통의 시스템, 가족회의의 마법: 가정에서 잔소리가 사라진 비결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다툼 중재하기: 품격 있는 토론의 장 만들어주기
아이의 노력을 인정하며 자존감 살려주기: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림
아빠의 유쾌한 소통법 5: ‘정보→예측→선택→책임→복기’의 과정, 아이에게 권한과 책임을

 

6장 재미있는 여행, 의미 있는 하루로 만들고 싶다면?
아이에게 동기만 줘도 자기 주도력이 강해진다: 아이에게 역할과 임무 주기
아이에게 집중하는 맞춤형 여행 계획하기: 우리 가족 ‘알쓸신잡’ 찍기
승부욕 강한 아이에게 즐기는 법 알려주기: 모두가 즐기는 게임의 룰 만들기
동네 탐험으로 관찰력과 호기심 키우기: 여행 속 작은 여행
릴레이 대화 일기로 하루 매듭짓기: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기
아빠의 유쾌한 소통법 6: 퀴즈, 낱말 퍼즐, 전지를 활용한 여행 후 활동

 

7장 성교육,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아이 의사 물어보기, 성교육의 시작이다: 싫어하는 행동 하지 않기
본격적인 성교육의 발판 마련하기: 가족 모두의 준비 과정
어려운 성 관련 내용을 쉽게 풀어내려면?: 성교육 그림책을 활용하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경계선 교육: 성 문제는 ‘애들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찾아올 신체의 변화 설명하기: 임신, 생리, 몽정… 거침없는 대화
아빠의 유쾌한 소통법 7: 성에 대해 솔직한 대화 나누기, 아는 만큼 가능하다

 

8장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들의 궁금증 10문 10답

 




하루 10분, 아빠의 대화법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막막하다면

아이의 일상에 거부감 없이 스며들기: 우리 가족만의 루틴 만들기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이 옆에 누워 하루를 시작한다.


“아파토사우르스가 육식공룡이야, 초식공룡이야?”

“크라이스 사탄이랑 아처 헤라클레스 중에 누가 더 센 거야?”


공룡과 팽이에 꽂혀있는 준이에게 귀가 솔깃한 질문들을 던지며 잠을 깨운다. 꿈나라에 가있는 아이를 기분 좋게 현실 세계로 불러들이는 방법이다. 평소 아이가 무엇이 꽂혀 있는지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준이는 내게 누가 더 센 팽이인지 맞혀보라는 퀴즈를 수백 번도 넘게 냈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그놈이 그놈이다. 준이는 아빠보다 더 많이 아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아이의 관심사로 대화의 물꼬를 터 가면 아이는 아빠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한참 등교 준비할 때 보통 내가 먼저 출근을 하는데 이때 매일 반복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싸이 ‘아버지’ 버전)


이제 아이들은 내가 “얘들아”만 말해도 반사적으로 “아빠 출근한다!”를 따라한다. 곧이어 “하나, 둘, 셋!”을 세면 아이들은 목청껏 “파이팅!”을 외치며 포옹한다. 깨우느라 전쟁, 재촉하며 샤우팅, 인사도 없이 집을 나서는 아침과 서로의 하루를 ‘파이팅’으로 응원하며 시작하는 아침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 서로 다른 세상의 경계선을 넘는 순간이다. 퇴근하고 집 현관문을 열면 아이들은 “아빠!”를 외치며 후다닥 달려온다. 신발도 벗기 전에 달려드는 아이들을 양팔 가득 껴안는다. 고된 하루를 보상받는 순간이다. 처음엔 내가 먼저 유도한 스킨십 인사였지만 이제 아이들은 현관문 비밀번호 소리만 들려도 반사적으로 달려온다.


아이들을 씻기는 건 내 몫이다. 아이들과 함께 샤워하며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몰랐던 상처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이 몸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욕조 목욕(일명 ‘통목욕’)은 나도 아이들도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통목욕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단 물놀이뿐 아니라 아빠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다. 처음 통목욕을 할 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그날 이후 통목욕을 할 때마다 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주문한다. 어릴 적 무릎을 베고 누우면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를 추억하듯 먼 훗날 아이들의 기억 한편에 통목욕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빠의 모습이 자리하길 바라본다.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질문과 대화: 하루 10분 하브루타 준비하기

“아빠, 하브루타 해요~”


집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찜질방에서도... 잠깐 시간이 날 때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하브루타를 하자고 조른다. 윤이 7세, 준이 5세때부터 시작한 하브루타다. 육아서를 읽다 우연히 하브루타를 접한 이후 지금까지 그 재미와 매력에 빠져 있다.


하브루타는 두세 명이 그룹을 지어 대화, 토론, 논쟁을 벌이는 유대인식 학습법을 통칭하는 말이다. 아이 수준에 맞는 이야기를 선별해 좋은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해도 부정하거나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다시 질문을 던지며 아이 스스로의 생각을 끌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엔 탈무드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아이들과의 일상, 대화 전반에 하브루타가 스며들어 있다.


하루 10분, 대화 소재와 질문 목록 작성하기

아이들에게 새해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물으니 하브루타를 자주 했으면 좋겠단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브루타를 하자고 주문할 때마다 생각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것이, 주변의 뉴스와 일상의 모든 일들이 대화와 질문의 소재가 된다.


가끔씩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아이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날 때 수첩에 대화 소재와 질문 목록을 작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퇴근 시간 10분이면 충분하다. 차에서 라디오를 끄고,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닫자. 잠시 동안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눠볼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와 교감하고 싶다면

아이의 관심분야로 선생님 역할놀이하기: 가르치며 배우는 일일 선생님

준이가 유치원에서 태양계에 대해 배웠나 보다. 집에 와서 우리에게 태양계 행성에 대해 설명했다.


“태양에 가까운 순서대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있어요. 그런데 명왕성은 2006년에 태양계에서 퇴출됐대요.”


명왕성이 퇴출됐다는 사실은 준이에게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왜 퇴출된 거야?”

“너무 안 보이고 작아서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와서 다시 설명하는 준이 모습을 보니 정말 대견했다.


“와~ 어쩜 이렇게 잘 기억하고 있어? 선생님 말씀을 정말 잘 들었나보구나.”

“저보다 ‘안태민’이 선생님 말씀을 더 잘 들어요.”

“그래?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태민이가 저보다 귀가 커요.”


준이의 엉뚱한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 이참에 일일 선생님 역할극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순간 떠올랐다.


아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뽐내며 설명하길 좋아한다. 그럴 때마다 부모가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래? 그런 걸 어떻게 다 알았어?”라고 관심을 갖고 기를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배움에 대한 의욕을 북돋울 수 있다.


“준아, 선생님처럼 칠판에다 써가며 태양계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겠어?”


이 말에 준이는 의기양양하게 펜을 집어들었다. 크게 태양을 그리고 차례로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더니 “태양에 가까운 순서대로 말해보세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 윤이가 “저요!” 하고 손을 드니 나와서 직접 행성 이름을 써보라고 한다. 교수법이 보통이 아니다. 준이가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유치원에서 선생님께 어떻게 배웠을지 상상이 되었다.


“선생님, 토성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네, 토성은 고리가 있어요.”

“그럼 수성은요? 금성은요?”


어쩌나 보자 싶어 질문을 던졌는데 어떤 건 기온 변화가 크고, 제일 큰 행성이고, 누워 있는 모양이고... 막힘없이 척척 대답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중간에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그건 저도 안 배워서 모르겠어요.”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모르는 건 휴대전화로 검색해서 함께 답을 찾아보았다.


선생님 역할놀이의 놀라운 효과

즉흥적인 수업 놀이였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들은 아마도 집에서 수업을 하기 위해 선생님 말씀을 더 귀담아듣게 되고, 학생들이 산만하면 선생님 마음이 어떨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직접 설명을 해보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고, 질문을 받으며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들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들은 것을 내 입으로 정리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부모 역시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어떤 자극을 주면 좋을지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날 이후로도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있으면 그게 무엇이 되었건 선생님 역할 놀이를 한다. 팽이를 좋아하는 준이가 팽이에 대해 설명했다.


“팽이는 이렇게 레이어, 디스크, 드라이버가 있고 각각 조합을 할 수 있어요. 또 공격형, 수비형, 스테미너형이 있고...”


복잡한 팽이 이름까지 알려주는데 이걸 어떻게 다 기억했나 싶을 정도다. 윤이는 포켓몬 캐릭터인 ‘잠만보’ 그리기, 드론 등 각자 자신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들은 재미를 좇고 주목받길 원한다. 부모의 감탄과 호응, 격려는 아이들을 춤추게 한다. 일일 선생님 역할극을 해보며 격한 반응으로 아이들의 기를 한껏 살려준다면 재미는 물론 아이의 자존감도 한껏 상승할 것이다.



화내지 않고 효과적으로 훈육하고 싶다면?

아이를 혼내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 옳은 말보다 관계가 먼저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고 훈육하는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아이에게 잔소리하고 혼을 내면서도 부모의 마음은 편치 않다.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건가? 다 받아주고 기다려줘야 할까?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고 단호하게 혼을 내야 할까?’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아빠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훈육의 필수조건, 부모의 단호함?

많은 육아서에서는 부모의 단호함을 강조한다.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벗어났을 때는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허용하되 함께 정한 규칙은 단호하게 집행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훈육했다. 하지만 이는 아이가 습관을 형성할 때에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조금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가정은 사회가 아니다. 믿음과 사랑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다. 언제까지나 규칙과 집행의 틀에서 아이를 훈육할 수는 없다. 이러한 방식이 습관의 형성과 잘못의 예방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아이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온다

TV 토론을 보면 내로라하는 토론의 고수들이 각자의 논리를 펼친다. 이상한 점은 아무리 논리가 완벽한 사람도 상대를 설득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대방은 다음에 더 탄탄한 논리를 준비해서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품는 것 같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비판이란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비판은 인간을 방어적 입장에 서게 하고 대개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당화하도록 안간힘을 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판이란 위험한 짓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 인간의 소중한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그의 자긍심에 손상을 주고 원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상대가 옳은 말을 해도 사람은 자신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사람의 말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나를 지적하는 사람의 말보다 친한 친구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인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나를 진심으로 믿고 지지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부모의 옳은 말이 아닌 아이와의 관계에서 나온다. 좋은 관계가 전제되었을 때 부모의 말 한 마디가 힘을 발휘한다.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알려주며 훈육하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늘 옳은 말만 해’ ‘우리 아빠는 뻔해’라고 생각하며 입을 닫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진짜 큰 문제는 부모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난다. 부모는 아이가 언제든 마음 편히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보이는 시시콜콜한 작은 문제들은 대부분 아이가 성장하며 사라진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 살 관계는 여든까지 갈 수 있다.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박사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다소 난해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부모가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둘째, 아이가 부모를 좋아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아이를 훈육해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면 이것 하나는 꼭 명심하자. 이 순간 진짜 중요한 것은 잘못의 지적이 아닌 아이와의 관계라는 사실을.

 


민주적인 가정의 모습을 꿈꾼다면?

존중과 소통의 시스템, 가족회의의 마법: 가정에서 잔소리가 사라진 비결

내가 주변 부모들을 만날 때마다 가정에서 꼭 적용해보라고 강력 추천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회의다.


우리 집은 매주 토요일 저녁 가족회의를 한다. 윤이 7세, 준이 5세 때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4년째다. 한 주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다음 주를 계획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가 가족회의를 한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는다. “아이가 어린데 가능하겠어?” “딱히 할 말도 없는데 모여서 무슨 말을 한다고?” “가족이라고 해 봐야 꼴랑 서너 명인데 할 말 있으면 평소에 하면 되는 거 아냐?” 과연 그럴까?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말이 통하는 나이가 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 커버린 아이에게 안 하던 회의를 하자고 하면 ‘내가 뭘 잘못했지?’ 하고 겁부터 먹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 모여 자연스럽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내용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큰 교육적 효과가 있다.


경청하고 소통하며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며 아이는 민주 시민의 소양을 기른다. 부모의 지시를 따르는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그 의견이 존중받는 경험은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주체적으로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가족이 몇 명이건, 어떤 대화를 나누건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발언과 평소 나누는 말은 그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 정리를 하지 않는 아이에게 “정리해라”라고 말하는 것은 잔소리일 수 있지만 가족회의에서 “정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라는 제안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가 된다. 약속을 잘 지켰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서로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만으로도 아이의 마음가짐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성공적인 가족회의를 위한 3가지 팁

가족회의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팁이 있다. 첫째는 아이가 가족회의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든 반박하지 않고 칭찬해주며 기를 살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가족회의가 끝나면 일주일치 용돈을 준다.


아이들은 용돈을 받는다는 생각에 가족회의를 기다린다. 심지어 이번 주는 왜 가족회의를 안 하냐며 따지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아이들에게 배움이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책에 꿀을 발라놓는다고 하는데 용돈이 이와 비슷한 효과를 주는 것 같다.


둘째는 ‘가족회의록’을 적는 것이다.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내가 가족회의록에 기록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한 말들을 아빠가 회의록에 적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기 발언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셋째는 회의록에 쓴 내용을 요약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거실 칠판에 적는 것이다. 종이에 크게 써서 붙여도 좋다. 회의가 끝나면 칠판에 적힌 내용을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게 하며 내용을 한 번 더 상기시켜 준다. 자주 보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린다. 요즘엔 윤이가 직접 회의록을 쓰고 칠판에 적기도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뭘 잘못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다 알고 있는 걸 굳이 다시 말하면 그게 잔소리다. 가족회의를 하며 우리 가정엔 잔소리가 많이 줄었다. “지난번 가족회의 때 자기 물건은 스스로 정리하자는 좋은 의견을 누가 냈었지?”라고 발언을 상기시켜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뱉은 말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우리 뇌는 자신이 뱉은 말, 자신이 규정한 모습과 다른 행동을 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 뇌는 자신이 규정한 아이덴티티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행동을 결정한다. 이를 ‘자기 규정 효과’라고 한다. 남이 시킨 것을 이행하는 것은 거부감이 따르지만 자신이 규정한 것은 스스로 지키려 노력한다.


직접적인 ‘지적’과 공식적인 ‘제안’의 차이

어느 날 아침 윤이가 말했다. “이번 주 가족회의 때 할 말이 있어요. 샤워하고 수건을 다 쓴 사람이 새 수건을 걸어놓기로 해요.” 윤이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나는 단순히 ‘다음 사람이 새 수건을 꺼내서 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사람은 불편했을 것이고, 특히 윤이 준이는 높은 장에 있는 수건을 꺼내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인 매너조차 없었던 내 행동을 반성하게 됐다.


만약 아내나 윤이가 “수건을 썼으면 새 수건 좀 걸어놓고 나와요”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잔소리로 흘려듣거나 무안함에 핑계부터 대지 않았을까? 직접적인 ‘지적’과 가족회의에서의 공식적인 ‘제안’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상대를 존중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시스템. 이해와 합의를 통해 자발적인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시스템. 민주적이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꿈꾼다면 이번 주말, 당장 가족회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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