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를 완성하는 초등 글쓰기

   
남미영
ǻ
21세기북스
   
15000
2019�� 11��



■ 책 소개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교육의 비밀

 

“분명 아는 문제인데도 시험 시간에 답을 못 써요.”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이 엄마들에게 자주 듣는 하소연이다. 많은 엄마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유조차 모르고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아이들이 답을 알면서도 시험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가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특히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어린이, 청소년들은 ‘완결된 한 편의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톡톡 쳐서 문장을 만들고, 톡 쳐서 발송하고, SNS에 짧은 댓글을 다는 글쓰기밖에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초등 글쓰기》의 저자 남미영 원장은, 이렇게 단어 수준의 문장이 대부분인 가벼운 글쓰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완결된 생각이 담긴 글을 쓰기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각을 써야 하는 서술형 시험 답안을 작성하지 못한다는 것. 창조적이고 깊은 생각이 담긴 글은 더더욱 쓰지 못한다.

 

아이들이 점점 더 ‘생각하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것과 반대로 날이 갈수록 글쓰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시험은 점차 선다형에서 서술형으로 바뀌고 있다. 2022년이면 서술형 평가가 9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제 아는 것을 글로 풀어 쓸 수 있어야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 앎과 지식을 인정받기 위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은 한층 더 중요해질 것이다.

 

■ 저자 남미영
국어 교육학자, 독서 교육학자, 동화작가.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으로 석사학위를, 청소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브레인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국어교육실장으로 재직하며 초·중·고 국어 교육 과정, 교과서, 교육 방법을 연구하던 중 독서와 글쓰기 능력이 학습 능력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한국 최초의 ‘독서 능력 진단지’를 개발했다. 그리고 한국독서교육개발원(KREDI)에서 원장으로 재직하며 독서와 글쓰기의 융합 프로그램인 《하루 15분 생각 쓰기》 시리즈를 개발하여 한국 어린이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에 기여했다.

 

제1회 해송아동문학상과 제34회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고, 문화관광부 게임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정신건강지킴이 홍보대사, 한국지역사회협의회 부모 교육위원, 한국우수도서 선정위원으로 활동하며 KBS, EBS 등에서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현재는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등지에서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부모 교육 강연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초등 독서법》,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독서기술》, 《하루 15분 생각 쓰기》 시리즈, 《매일매일 20분 남미영의 인성학교》 시리즈가 있고, 유아동화집 《꾸러기 곰돌이》 시리즈, 분단의 아픔을 그린 동화 《소년병과 들국화》가 있다. 그리고 독서 에세이집인 《사랑의 역사》와 《오래된 책이 말을 걸다》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쓰면서 배우고 쓰면서 생각한다

 

1장 12살 이전에 글쓰기 능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
01 내 생각을 나보다 잘 표현할 사람은 없다
02 글쓰기 능력은 유전되지 않는다
03 메타인지 능력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
04 배운 것을 오래 기억하는 특별한 기술
05 뇌가 가장 눈부시게 작동할 때는 글 쓰는 시간
06 쓰면서 배우고 쓰면서 생각하는 두뇌의 비밀
07 글쓰기가 융합과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08 마음을 위로해 주는 특별한 친구
09 글쓰기,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

 

2장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1단계:
글쓰기가 즐거운 기초 체력 기르기
01 ‘우리 아이는 글쓰기를 싫어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02 글쓰기의 워밍업, 하루 15분 생각 쓰기
03 좋은 글을 읽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
04 알고 있는 어휘 코드가 글의 품위를 결정한다
05 메모는 글쓰기의 자료 창고
06 질문하는 아이가 알맹이 있는 글을 쓴다
07 세상 경험과 관심은 글쓰기의 에너지
08 신나게 쓰는 것도 능력
09 이야기 만들기는 맛있는 글의 필수 요소
10 2,000자 벽을 넘으면 글쓰기의 자신감이 붙는다

 

3장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2단계:
하루 15분, 생활 속에서 기르는 글쓰기 습관
01 뉴스 보고 일기 쓰기
02 이메일 주고받기
03 인터넷에 댓글 달기
04 광고 보고 생각 쓰기
05 여행 가서 편지 쓰기
06 동식물 키우며 관찰하는 글 쓰기
07 시장 구경하고 분석하는 글 쓰기
08 학교 가기 싫은 날 논리적인 글 쓰기
09 학교에서 배운 내용 설명하는 글 쓰기
10 속상하고 슬픈 날 위로하는 글 쓰기
11 형제자매와 싸운 날 주장하는 글 쓰기
12 부엌에서 요리하며 묘사하는 글 쓰기
13 영화 감상하고 판단하는 글 쓰기

 

4장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3단계:
글쓰기의 기초 공사, 문장과 문단 만들기
01 그 자리에 딱 맞는 단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02 좋은 문장은 간결하고 쉽다
03 읽히는 문장에는 음악이 흐른다
04 즐거운 문장은 신선하고 담백하다
05 아름다운 문장에는 그림과 향기가 들어 있다
06 주어와 술어가 호응해야 의미가 확실해진다
07 정확한 문장은 토씨를 무시하지 않는다
08 문장의 시제는 동사가 결정한다
09 읽기 편한 문장은 수식어와 피수식어가 가까이 있다
10 문단은 딱 하나의 화제를 가진다
11 문단에는 육하원칙이 필요하다
12 모든 문단은 맡은 역할이 있다

 

5장 생각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4단계:
맛있고 힘 있는 글을 만드는 글쓰기 기술
01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로 아는 것이다
02 논리와 논증이 참과 진실을 증명한다
03 묘사는 밍밍한 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04 서사 능력을 기르면 이야기꾼이 된다
05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빨라진다
06 분류와 구분은 기억하기 좋은 글을 만든다
07 잘된 인용은 독자를 춤추게 한다
08 기억하기 좋은 문장에는 대구가 들어 있다
09 비교 대조로 설명하면 의미가 확실해진다
10 대화체를 섞으면 부드러운 글이 된다
11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구체적이다
12 요약에는 내 생각을 넣지 않는다

 

6장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5단계:
시작에서 완성까지, 글 한 편 완성하기
01 이제는 써 볼까? | 글 잘 쓰는 나를 상상한다
02 무슨 이야기를 쓸까? | 주제가 결정된다
03 누가 읽을 글인가? | 대상에 따라 범위와 수준이 결정된다
04 자신을 검색하라 | 소재가 모아진다
05 자유롭게 써라 | 생각을 꺼낼 때는 맞춤법이 필요 없다
06 키워드 세 개를 정해라 | 그것이 글의 핵심어다
07 생각을 공간화하라 | 글의 작전 지도가 나타난다
08 화제문을 만들어라 | 글이 샛길로 빠지지 않는다
09 질문하라 | 첫 문장이 생각난다
10 시작은 궁금증으로 | 그래야 끝까지 읽는다
11 결론은 대담하게 | 그래야 잊히지 않는 글이 된다
12 제목은 글의 문패 | 문패가 주인의 이미지를 만든다
13 독자의 눈으로 다시 읽기 | 숨어 있던 흠이 보인다

 

부록 우리 아이 글에 날개를 달아 주는 피드백과 첨삭 기술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초등 글쓰기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1단계: 글쓰기가 즐거운 기초 체력 기르기

‘우리 아이는 글쓰기를 싫어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진 교육병 중에 ‘우리 아이는 글쓰기를 싫어해’라고 단정하는 증세가 있다. 어떤 부모는 ‘나를 닮아 그런가 봐’라고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글쓰기 능력은 부모의 것을 닮거나 유전되지 않는다.


글쓰기는 오로지 연습과 습관에 의해 길러지는 후천적 능력이다.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는 일이나 자전거 타기처럼 기초 능력을 기르고 훈련하면 어느 순간 튀어 오르듯 발전을 보이는 한계 초월 능력이기도 하다. 부모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자녀를 보고 ‘나를 닮아서 그런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 역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 중 글쓰기를 즐거워하는 사람은 5.3%에 불과하다. 94.7%의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렵다고 생각한다. 외국도 사정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미국은 9%, 영국은 12%, 프랑스는 15% 정도의 국민만이 글쓰기를 즐거운 일로 여긴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운 작업임은 틀림없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다른 책을 쓸 때보다 훨씬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독자는 저자의 어휘, 문장 스타일, 사고 체계는 물론 가치관까지 점검하고 평가할 것이다. 글이란 글쓴이의 내면 세계와 영혼까지 몽땅 비춰 주는 거울인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글에 기꺼이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남에게 보여 주기란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 말로 하는 건 쉽고 글은 정말 어렵다는 사람을 많이 본다. 방송 같은 매체에서 발화되는 말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말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글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난 30여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글쓰기 교육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각계각층의 사람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누구나 글쓰기 소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어느 공무원이 말했다.


“제가 지금도 후회하는 것은 글쓰기를 일찌감치 포기한 일입니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중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나도 소질이 없을 거라고만 여겼지요. 머리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글로 풀어낼 능력이 없어서 남보다 뒤처지는 경우를 수없이 겪었어요. 내 자식만큼은 꼭 글쓰기 능력을 갖추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일류 대학을 나와 행정 고등 고시에 합격한 그는 말 그대로 잘나가는 정부 관료였다. 10여년 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자녀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시킨 경험을 늘어놓았다. 대학생이 된 남매는 부모도 놀랄 만큼 글을 잘 쓴다고 했다. 그가 덧붙였다. “글쓰기는 하면 느는 건가 봐요.”


자녀를 글쓰기와 친밀하게 지내는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려면 ‘우리 아이는 글쓰기를 싫어해’, ‘우리 아이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나 봐’라고 단정하지 말자.


글쓰기의 워밍업, 하루 15분 생각 쓰기

‘하루 15분 생각 쓰기’는 글쓰기의 워밍업이다. 하루 15분씩 3개월만 쓰면 습관이 되고, 6개월이 지나면 운명이 된다. 6개월 동안 매일 15분씩 글쓰기를 실천하면 평생 동안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다. 쓰지 않으면 이상해질 정도로 글쓰기가 편안해진다.


글쓰기의 고통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글쓰기를 강요받았을 때, 올바른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워밍업이 안 되어 글을 쓰면 머리가 아파 오는 현상이었다. 독서 습관을 붙이는 데 하루 10분이면 충분하고, 글쓰기 습관을 붙이는 데는 하루 15분이면 충분하다. 15분이 너무 짧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물론 더 오래 쓰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아이라도 견딜 수 있는 최소 시간은 15분이다.


간혹 30분씩 글쓰기를 시키는 부모가 있다. 30분은 실천력이 떨어진다. 글쓰기 습관이 형성되기 전이라면 30분 쓰는 아이보다 15분 쓰는 아이의 실천력이 여섯 배나 높다. 글쓰기 시간이 짧을수록 실천력은 높아진다. 글은 엉덩이가 쓴다는 말이 있다. 톨스토이도 ‘작가란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 앞에 앉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처음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게 어찌 멋진 드라이브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글도 마찬가지다. 매일 조금씩 쓰면 어느 날 문득 글을 잘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질문하는 아이가 알맹이 있는 글을 쓴다

글쓰기를 하려면 ‘쓸거리’가 있어야 한다. 쓸거리란 내용이라고 불리는 소재와 주제다. 소재가 경험이나 사건이라면 주제는 생각이나 의견이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글을 쓰라면 쓸거리가 없다고 외친다. 아이들 나름대로 이제까지 살아왔고 학교도 다니고 친구와 놀기도 했고 책도 읽었는데, 왜 쓸거리가 없는 것일까? 경험 속에 자기 생각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경험하고 나면 머릿속에서 질문이 일어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이 생기면 두뇌는 생각발전소를 가동시켜 의견을 내놓는다. 글이란 이런 생각들을 써 놓은 문장의 집합체다. 독창적인 생각, 아름다운 생각, 정의로운 생각이 들어 있는 글일수록 좋은 글이다. 반면에 질문 없이 두뇌 속에 저장된 지식은 대부분 자기 지식이 아니다. 교과서나 교사에게 비판 없이 배워 자동으로 저장된 지식일 경우가 많다. 이런 자동화된 지식으로 가득 찬 글은 무미건조한 글, 개성 없는 글의 표본이다.


우리는 모두 질문 천재로 태어났다. 세 살 아기였을 때를 떠올려 보자. 하루 종일 질문을 해서 엄마를 괴롭혔던 우리는 자라면서 질문이 줄었고 어른이 된 후에는 질문을 아예 피하게 되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심리학과의 폴 해리스 교수에 따르면 아이들은 2~5세까지 약 4만 개의 질문을 한다고 한다. 30개월 미만에는 물체의 이름과 같은 단순하고 사실에 입각한 질문을 하지만 30개월에 이르면 설명과 이유를 요구하는 추론적 질문을 한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아이들의 뇌는 급속히 성장한다.


4세가 되면 아이들은 질문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된다. 질문에 필요한 언어 기술을 습득했고, 뇌세포의 확장과 연결이 활발해서 하루 평균 390개지 질문을 한다. 이때 질문에 성실한 대답을 들었던 아이와 무시당했던 아이의 두뇌는 격차가 벌어진다. 성실한 대답을 들었던 두뇌의 신경 세포는 분화하여 창조적으로 사고하며 질문을 잘하는 상태로 성장한다.


유치원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질문은 현격하게 줄어든다. 특히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는 유치원이나 문자 교육을 하는 유치원일수록 질문은 더욱 줄어든다. 읽기와 쓰기 시술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승선을 타지만 질문 기술은 절벽에서 떨어지듯 급격히 줄어든다.


질문의 급격한 감소는 아는 게 많아져서가 아니다. 세상에 대한 흥미나 호기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듯, 그동안 사용하지 않는 신경 회로는 필요 없다고 생각되어 스스로 제거하는 자동 시스템인 ‘시냅스 가지치기’가 두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글쓰기란 그것이 논설문이든, 기행문이든, 설명문이든, 시든, 소설이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제언이다. 좋은 글이라고 칭송되는 글을 보면, 있는 세상에서 있어야 할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변혁의 의지가 담겨 있다. 자녀가 좋은 글을 쓰기 원한다면 부모가 먼저 질문을 환영하고, 더 좋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질문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가장 신선하고 강력한 매체다.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2단계: 하루 15분, 생활 속에서 기르는 글쓰기 습관

학교 가기 싫은 날 논리적인 글 쓰기

“엄마, 나 내일부터 학교 안 가면 안 될까요?”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이런 말을 해 온다면 부모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소용돌이칠 것이다. ‘선생님한테 혼났나? 시험을 망쳤나? 말썽을 피웠나?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에 갑자기 머리가 띵 아파 온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담담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해 본다.


“그래? 왜 가기 싫은지 이유를 세 가지만 써 오렴. 엄마가 보고 정당하면 안 가도 된단다.”


그러면 아이는 아주 열심히 쓴다. 하루 종일 학교에 가지 않을 수만 있다면 글쓰기쯤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아이들 대다수는 자기가 생각해도 정당해 보이는 논리적인 이유 세 가지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다가 그만 포기하게 된다. 엄마가 노리는 것은 아이가 머리를 짜내 이유를 세 가지 생각해보는 바로 그 시간이다.


‘이유를 글로 쓰기’는 다른 방법에 사용해도 분석적 사고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높일 수 있다. 핸드폰 사 달라고 할 때, 비싼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할 때, 가족 여행에 불참하겠다고 할 때 등에 적용하면 효과가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나게 이유를 찾지만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 제풀에 물러나고 만다. 이렇게 뭉뚱그려진 것 같은 하나의 현상을 분석하다 보면 저절로 사고력이 생기고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 설명하는 글 쓰기

우리 부부는 세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아이들이 배운 것을 엄마 아빠에게 가르쳐 달라고 자주 요청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수업을 진행하곤 했다. 우리 또한 아이의 수업을 열심히 듣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아이가 수업을 마치면 우리는 꼭 ‘잘 가르쳐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와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가끔 고마움의 표시로 용돈을 주기도 했따.


아이들이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을 때부터 나는 수업 중간에 도전적인 질문을 한두 차례 던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강의 수준을 높여 주기 위해서였다. 아이 입장에서는 대부분 설명하기 어렵거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이었다.


“성조기의 별이 얼마 전까지는 50개였는데, 어째서 갑자기 51개로 바뀌었지?” 그러면 갑자기 말문이 막힌 아이는 내일 가르쳐 주겠다며 수업을 끝마쳤다. 아이는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완벽하게 안 다음 집으로 돌아와 우리에게 답해 주곤 했다.

- 김경섭, 2005.12.9.한국경제신문


이 부모는 아이에게 늘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거꾸로 자녀에게 가르침을 받는 부모가 되어 보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부모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면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논리력과 발표력, 표현력이 길러지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며 복습하는 습관이 생긴다. ‘남을 가르쳐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지식을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교육심리학자 피아제의 말은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가르치기의 역할 바꿔 보기’는 글쓰기에도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가 가르치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교안이 있어야 한다. 완벽한 교안은 아니더라도 수업 인사는 어떻게 하고 도입은 어떻게 하고, 강의 핵심은 무엇이고, 끝마무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것을 공책에 적는다면 개요 짜기가 된다. 그리고 수업 후에 자기의 생각을 적는다면 일기가 된다.


열한 살, 열두 살 나이의 뇌는 새로운 것을 빨아들일 수 있는 성능 좋은 기계다. 이때 어린이의 뇌 속에 있는 신경 세포들은 각각 5만 개의 다른 신경 세포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어도 세월이 흘러 쓰지 않으면 어느덧 줄어들게 된다. 그리하여 어른이 되면 각각의 세포는 겨우 1만 개의 다른 신경 세포와 연결될 뿐이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만 놀랍게도 아이들이 훌륭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곤 한다. 그것은 아이들의 세포가 어른의 세포보다 5배나 더 많은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어서 적응 능력 또한 5배쯤 강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성장한다. 때때로 아이들에게 어른의 역할을 시켜 보면 놀랄 만큼 빠르게 문제 해결력이 향상된다.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3단계: 글쓰기의 기초 공사, 문장과 문단 만들기

그 자리에 딱 맞는 단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우리 집 흥부는 하얀 양말을 신었어요. 동네 개들 중에서 하얀 양말을 신은 개는 우리 흥부밖에 없지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쓴 일기다. 아이는 일기장에다 네 발목에만 하얀 털이 난 강아지를 그려 놓았다. 이 글에 대하여 어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공학도인 아빠는 ‘강아지가 어떻게 양말을 신니? 신은 것 같다고 써야지’라고 지적했다. 문학도인 아이의 엄마는 ‘하얀 양말보다는 하얀 털양말이 더 좋은 것 같아’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는 ‘우리 집 흥부는 하얀 털양말을 신은 것 같다’고 고쳐 썼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어른들의 잘못된 지도로 아이의 신선한 문장이 망가지고 말았다. 아빠는 은유를 직유로 끌어내렸고, 엄마는 물고기를 잡으려는 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 대신 친절하게도 물고기 한 마리를 직접 잡아 주었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훈련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단어 선택이다. 생각을 표현하기에 딱 맞는 단어를 선택하는 기술. 그것이 글쓰기의 첫 번째 계단이다. 위 경우라면 아이에게 좋은 문장력을 길러 주기 위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빠처럼 지도하는 것은 이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은커녕 가만히 있는 것만도 못하다. 엄마처럼 ‘털양말’이라고 가르쳐 주는 것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하얀 양말보다 더 딱 맞는 말은 없을까?’라고 질문했다면 꽤 훌륭한 글쓰기 지도가 되었을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 주지 않고 잡는 방법을 길러 주는 격이니까. 그러면 아이는 더 딱 맞는 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쓸 때마다 더 딱 맞는 말을 찾게 된다. 한 번만이 아니라 일생을 두고 글을 쓸 때마다 ‘더 딱 맞는 말’을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이 단어 선택에 대한 자극이자 교육이다.


《목걸이》라는 단편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기 드 모파상이 청년 시절에 당시 프랑스 문단의 거장 구스타브 플로베르를 찾아갔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플로베르는 소설을 배우러 온 청년 모파상에게 대뜸 물었다.


“어느 층계로 올라왔는가?”

“나무 층계로 올라왔습니다.”

“그래? 그 층계가 몇 개였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 그렇다면 자네는 소설가가 될 수 없을 걸세.”


모파상은 다시 나가 나무 계단을 세어 보고 선생에게 와서 서른 여섯 개라고 말했다. 그러나 플로베르의 질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계단을 올라올 때 일곱 번째 계단에서 무엇을 발견했지?”


모파상은 다시 돌아가 일곱 번째 계단을 살폈다. 못이 빠져 있었다. 모파상이 플로베르에게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질문은 또 이어졌다.


“그럼 그 일곱 번째 계단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던가?”


모파상은 그 계단에서 들리는 소리를 스승에게 이야기하기 위하여 수십 번을 밟아 보았다. 플로베르는 왜 이렇게 모파상을 훈련시켰을까? 다름 아닌 ‘일물일어설(一物日語設)’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리얼리즘의 거장인 플로베르는 제자들에게 ‘세상에 똑같은 파리는 없고, 똑같은 나뭇잎도 없고, 똑같은 모래알도 없다. 글을 쓸 때는 그 현상에 딱 맞는 말을 골라야 한다’고 가르쳤다.


딱 맞는 말을 찾으려면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은 단어가 글을 쓸 때 나올 리 없다. 지금 아이의 글쓰기 공책을 살펴보자. 단어 하나를 골라 밑줄을 치고 ‘더 딱 맞는 말은 없을까?’라고 써 준다면 현명한 글쓰기 지도가 시작된다. 밑줄 칠 단어를 고를 때에는 비슷한 말이 많은 단어를 고른 후 아이가 여러 개의 단어를 놓고 고민하도록 만든다. 그러면 단어 선택에 대한 안목이 높아진다. 비슷한 말이 없는 단어 밑에 줄을 치면 답이 없는 문제를 내고 풀어 보라고 하는 것처럼 지루해서 역효과를 가져온다.



생각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4단계: 맛있고 힘 있는 글을 만드는 글쓰기 기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구체적이다

잘 쓴 글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 읽어도 아무런 반향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글쓴이는 헛수고를 한 셈이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어떤 글인가? 독자로서의 우리의 경험을 뒤져 보면 ‘진실이 담겨 있는 글’이라고 대답하게 된다. 그런데 그 진실은 문자로 나타나지 않고 구호 속에 들어 있지도 않다. 향기처럼 그냥 은은하게 다가올 뿐이다.


그런데 설명적인 문장이나 추상적인 문장 속에서는 그런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진실은 그림처럼 생생한 문장, 구체적인 문장 속에서 살아나는 속성이 있다.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하거나 깨달음을 주는 글은 진실한 글이다. 리얼리즘 창작론에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는 이론이 있다. 그만큼 글은 설명하기보다 보여 주기가 효과적이다. 설명문이나 논설문이 아닌 문학적인 글쓰기에서는 보여 주기 방식이 더욱 빛을 발한다. 분노, 실망, 희망, 좌절이라고 말하지 말고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임상심리학이 아니다. 당신이 왜 화가 났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독자는 왜 화가 났는지보다 그 화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면 된다. ‘기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사진을 보여 주듯 하나하나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 줄 때 읽는 이의 마음이 움직인다.


서술형으로 답하는 시험 시간에 알고 있는 답을 썼는데 의외로 실망스러운 점수가 나오는 학생들이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선생님에게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충 쓸 때는 전달력이 약해진다. 구체적으로 쓸 때 강한 전달력이 생긴다.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5단계: 시작에서 완성까지, 글 한 편 완성하기

키워드 세 개를 정해라 | 그것이 글의 핵심어다

글쓰기는 요리하기와 같다. 불고기를 만들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재료 준비다. 고기를 적당하게 잘라 설탕과 배즙을 뿌려 둔다. 그리고 양파를 까서 적당하게 잘라 놓고, 당근과 파를 썰어 놓고, 마늘을 다져 놓고 후추와 참기름을 준비한다. 이것이 준비 과정이다. 그다음에는 번철을 불에 올려놓고 이런 재료들을 따로따로 살짝 볶아 둔다.


이때 고기, 양파, 당근, 파, 마늘, 후추, 참기름을 준비하는 과정이 키워드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것을 따로따로 볶아 내는 과정은 문단 만들기 과정이고, 다 넣고 볶는 마지막 과정이 글쓰기 과정이다. 이때 준비 과정에서 중요한 재료 하나가 빠졌다면 음식 맛이 없을 게 뻔하다. 요리의 준비 과정에서부터 중요한 재료가 빠졌다면 요리는 처음부터 맛이 없을 운명에 놓이게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글의 핵심이 될 중요한 어휘 세 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엉뚱한 단어를 찾는다면 처음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학교에서 글을 쓰라고 하면 선생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엎드려서 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엇인가 메모하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다. 시간이 다 가도록 눈만 깜빡이며 앉아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선생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달려들어 쓰는 아이들치고 글을 잘 쓰는 아이들은 없다. 대부분 얼마 못 가 이야기가 막혀서 쩔쩔매거나 그냥 포기하고 만다. 이런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나중에 논술 고사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 부실한 기획서나 보고서 때문에 상사로부터 능력 없다는 딱지를 받게 될 가능성도 크다.


글을 쓰면서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계획 없이 시작하면 얼마 가지 못해 곧 막혀 버린다. 그래서 이말 저말 쓰고 고치다 보면 결과적으로는 시간만 더 걸릴 뿐 글은 내용도 부실하고 구조도 허술하게 된다. 그러나 글쓰기 전에 미리 생각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은 좋은 글을 쓰게 된다. 이들은 준비를 철저히 하는 요리사와 같다. 무엇을 쓸 것인지, 누구를 대상으로 쓸 것인지를 결정하고 나면 키워드 세 개를 정할 차례다. 키워드는 앞으로 쓰게 될 글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을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단어가 아니라 구절이어도 좋고 문장이어도 좋다.


키워드는 두 개보다도, 네 개보다도, 세 개가 좋다. 잘 쓰러지지 않는 카메라 다리가 세 개라는 점을 생각하면 숫자 3의 비밀을 짐작하게 된다. 3은 토론 진행을 성공시키는 최소한의 숫자다. 둘은 편이 갈리고 넷도 편이 갈린다. 그러나 3이나 5는 편이 갈리지 않고 중재도 가능하다.


세 개의 키워드는 글의 핵심이 될 아이디어를 대표하는 말이어야 한다. 키워드는 서로 낯설수록 좋다. 서로 다르거나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을 고르면 매우 신선하고 창의적인 글이 된다. 즉 키워드끼리 서로 거리가 먼 것을 고르면 ‘낯설게 하기’란 신선한 충격 효과로 나타난다.


일류 요리사는 재료를 정할 때, 음식이 완성된 후 색깔을 상상하며 준비한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완성된 글의 신선함과 다양함을 상상하며 키워드를 정해야 한다. 상상력이 부족한 아이는 서로 거리가 가까운 키워드를 골라 글을 구성한다. 이것은 세 개의 다리를 가까이 둔 삼각대처럼 넘어지기 쉬운 구조를 이룬다. 그러나 거리가 먼 키워드를 골라 쓴 글은 다리 세 개를 멀리 벌려 놓은 삼각대처럼 튼튼한 구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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