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와 함께 하는 생각 여행

   
조선우
ǻ
책읽는귀족
   
16000
2019�� 10��



■ 책 소개

 

이 세상의 모든 피노키오를 위하여!

 

이 책은 오늘도 자신이 남들과 어떤 면에서든 ‘다르다’는 생각으로 고민하는 이 세상의 모든 피노키오를 위하여 기획되었다. 사실 모든 인간은 다 특별하며 다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유독 ‘같음’을 강조하고, 어떤 ‘틀’ 안에 모두가 있어 주기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어린이들의 생각과 상상력에도 틀을 만든다. 바로 고정관념이라는 틀 말이다. 일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 틀에 끼여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이 책은 자유로운 생각과 상상력을 펼치도록 해준다.

 

그리고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건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사람의 일생 중 특히 어린 시절의 독서는 어른이 되어서 책을 읽을 때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어릴 때 읽은 책은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그래서 이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은 세상에 나왔다. 이 책 속의 피노키오는 나무로 만들어졌기에 친구들과 조금은 다르다. 이 책은 ‘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다’라는 이 한 가지 생각이라도 우리가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평화롭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다르다는 건 틀린 게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도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을 통해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다름’은 오히려 특별한 것이며, 독창적인 생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글 조선우
초등학생 때 재능 있는 친구들을 끌어모아서 4컷 만화까지 들어가 있는 학급 신문을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호기심 덩어리였다. 포항초등학교, 포항여자중학교, 포항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꿈을 찾아 상경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니는 건 좋아하지 않았지만, 교육과 인연이 깊다. 대학교 때 교직을 이수하고, 중등 철학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한때 중고교 현직 교사들이 주 독자층인 <교육신보>에서 서울시교육청 출입 기자를 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작가 사냥』, 『발칙한 꿈해몽』, 『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서양 철학사와 함께하는) 패턴 인식 독서법』, 『내 손 안의 인문학, 꿈의 문』, 『출판하고 싶은 너에게』 등이 있다. 『내 손 안의 인문학, 꿈의 문』은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추천 도서(2018년 여름)로 선정되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19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 위탁 수출 건에 출품작으로도 선정되어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세계일보(책동네 산책, 2010. 12. 24. / 2011. 8. 19.)에 ‘새로운 콘텐츠는 국부의 원천’, ‘위선이 지배하는 사회’ 등 칼럼을 썼다. 현재, 책읽는귀족 대표로서 ‘출판으로 철학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책을 만드는 데 온 마음을 쏟고 있다.

 

■ 그림 이애영
‘하토(그림 그리는 캘리그라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저서로는 『이끌리듯 수채 캘리그라피(2016)』가 있다.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스타필드_하남, 고양, 무역센터 F&B 브로슈어 및 벽면 일러스트 / 강남, 대구 신세계백화점 F&B 브로슈어 및 신세계 어플리케이션 일러스트 / CJ엔터테인먼트- 전도연, 유아인, 고수, 류승룡의 필모그라피 영상의 캘리그라피 / 스테이위드미, 신포청천, 로케이션 등의 타이틀 식자 캘리그라피 / 레진코믹스 대중교통 광고 캘리그라피가 있다.

 

삽화 작품으로는 책읽는귀족의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 『내 손 안의 인문학, 꿈의 문』, 『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 『인생의 서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 『피곤한 인생에서 벗어나는 13가지 생각의 방법』 등이 있다.

 

■ 차례
작가의 말 : ‘희망’이라는 꿈을 꾸면서

제1장 첫 번째 날 이야기 초록 요정과 피노키오의 만남
제2장 두 번째 날 이야기 “다르다는 건 틀린 게 아니야!”
제3장 세 번째 날 이야기 유리의 생일
제4장 네 번째 날 이야기 유리알 유희
제5장 다섯 번째 날 이야기 동전의 양면
제6장 여섯 번째 날 이야기 가이아, 그 운명의 고리
제7장 일곱 번째 날 이야기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


첫 번째 날 이야기

Question 질문 - 요정은 있을까?

생각 - 현실의 세계 - Reality

‘아, 오늘도 학교에 가기 싫어!’ 피노키오는 일어나자마자 이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피노키오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 피노키오는 오늘도 할아버지 곁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할아버지, 오늘 머리에 열이 나는 것 같아요. 학교에 갈 힘이 없네요.” “피노키오야. 그럼 오늘은 학교에 가지 말고 집에서 푹 쉬렴. 얼른 나아야지. 빨리 밥이나 먹자.”


“오늘은 자유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니까 몸이 정말 아픈 것 같아. 환자 행세를 하지 않아도 학교에 가기 싫을 때는 안 갔으면 좋겠어. 내가 아프다고 말한 것처럼 정말 아픈 것 같아.”


피노키오는 할아버지 몰래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그리고 밥을 먹고는 자기 방으로 다시 쪼르르 달려가서 침대에 누웠다. 천장의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늘 바라보는 벽지의 무늬였지만, 학교에 가지 않고 이렇게 자유롭게 바라보는 무늬는 뭔가 새로웠다. 피노키오는 언뜻 보면 알라딘 요술 램프같이 생긴 그 무늬들이 연속으로 이어진 천장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초록색 고깔모자를 쓴 아주 작은 사람이 침대 옆에서 피노키오를 쳐다보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앗, 넌 누구냐?”


피노키오는 이 작은 사람을 처음 본 게 아니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길고 가느다란 삼각뿔 형태의 초록색 고깔모자를 쓴 그 작은 사람은 피노키오의 무릎 정도 오는 키였다.


“그래, 꿈속에서 만났어! 바로 요정, 너였어!” “피노키오, 안녕! 이제야 날 어디서 봤는지 생각해냈구나.” “피노키오, 내가 몇 살인지 아니? 난 천만년도 더 살았어. 너무 오래 살아서 내 나이를 나도 정확히 알 수 없지. 자, 내 소개를 정식으로 할게. 나는 너라는 아이를 지키는 요정이야.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를 지켜주는 요정이 모두 하나씩 있지. 그런데 널 지키는 요정은 바로 나란 말씀이야.”


“그런데 왜 지금 내 앞에 나타난거야?” “아, 그건 말이야. 네가 며칠 전에 혼잣말로 질문을 던졌잖아. ‘요정은 있을까?’ 이렇게 말했지. 그래서 내가 친히 이리 나타나 준 거야. 그게 널 지켜주는 요정으로서의 예의랄까. 하하하!” “아, 고마워. 네가 내 앞에 이렇게 나타나 주니까 답이 나와버렸네. 요정은 정말 있구나!”


“과연 그럴까? 넌 나를 지금 실제로 만나고 있다고 정말 믿는 거야? 이게 현실이란 걸 넌 어떻게 알 수 있지? 이 순간도 네가 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예전에 꿈속에서 네가 날 봤듯이, 지금도 꿈속이라면 어떨까? 그래도 우리의 지금 만남이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뭐야? 도대체! 그럼 이게 꿈속이라는 거야? 요정은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거야?” “피노키오, 진정해. 이건 꿈은 아니야. 넌 분명히 깨어있어. 하지만 그리 성급하게 질문에 관한 대답을 얻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는 거야. 네 눈앞에 보인다고 그게 다 정답은 아니야.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제부터 알아가는 거지. 그래서 내가 온 거야.”


생각 - 상상의 세계 - Imagination

초록색 고깔모자를 쓴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벽 한쪽 면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천장의 벽지 무늬처럼 알라딘의 요술 램프를 닮은 그림이 있었다. 요정은 그 무늬를 문처럼 열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무늬가 열리면서 갑자기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변했다. 요정은 멍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던 피노키오의 손을 잡고, 천천히 그 속으로 들어갔다.


“놀라지 마. 여긴 상상의 세계야. 바로 네 머릿속 상상의 세계라고!”


‘아, 이 장면도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인데.’


“맞아. 이 풍경은 네가 책에서 봤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과 비슷하지. 초현실주의 화가인 달리 그림이 상상의 세계에 그대로 옮겨진 거야. 현실을 뛰어넘는다는 초현실주의가 바로 상상의 세계거든.”


“피노키오야. 미리 말해야겠네. 내가 너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7일이야. 그 첫 번째 날이 바로 오늘이고. 나와 일곱 번 만나고 나면 너는 혼자서 이 상상 여행을 해야 하는 거야. 충분히 너 혼자 여기 올 수 있다고 나는 믿어. 그러니 이 길을 오는 방법을 잘 알아두렴.”


“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걸 도와주러 왔구나, 너는. 그래, 고마워. 이렇게라도 너와 함께 여행하게 되어서 기뻐. 내가 어른이 되면 네가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 곁에 있어 준다니 다행이야.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너를 생각할게. 상상의 세계를 함께한 순간을 떠올리면서 널 생각할 거야. 난 다른 어른들과 똑같지는 않을 것 같아. 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 믿을 거야. 보이는 세계는 현실의 세계이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상상의 세계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난 그 두 세계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걸 알거든. 그 생각의 고리를 네가 이번에 확실히 알려주러 온 것 같아.”


“그래, 떠나는 거야. 달리의 세계로! 상상력의 끝판왕, 살바도르 달리의 세계로 가는 거야! 상상의 세계에선 뭐든지 가능해. 단단한 고속도로를 종이처럼 가위로 오릴 수도 있어. 하늘의 별도 핀셋으로 집어올 수도 있지. 바로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에 나오는 장면이야. 에릭 요한슨도 달리의 그림을 보고 상상력을 키웠다고 했지. 상상의 세계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게 하는 힘이 있어. 그 힘을 무시하고, 그냥 다른 사람의 상상을 그대로 따라 하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거야. 피노키오, 너도 너만의 상상의 세계를 창조해야 하는 거야. 달리나 에릭 요한슨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생각의 고리를 만들어 너의 세계를 창조하는 거지. 이제 달리의 상상력의 세계를 마음껏 헤엄치다 보면, 너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에도 좀 가까워지는 것 같지 않니?”


피노키오는 요정의 이 말을 듣고, 가슴 깊이 감명을 받았다. 상상력은 또 다른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말, 이 생각의 고리를 통해 상상의 세계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가는 사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요정이 있는 걸까?’ 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가는 발자국이 보이는 듯했다. 이 생각을 하자마자, 정말 눈앞에 커다란 발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그 발자국 안에 초록색 고깔모자를 쓴 요정과 피노키오는 서 있었다.



두 번째 날 이야기 “다르다는 건 틀린 게 아니야!”

Question 질문 - 나무 인형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생각 - 현실의 세계 - Reality

피노키오는 눈을 떴다.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또 학교 가는 날이다. 오늘은 아프다는 핑계를 계속 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야 했다. 어제는 집에서 놀았던 덕분에 요정과 상상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긴 했지만, 오늘은 다른 지난 날과는 뭔가 달랐다. 피노키오는 이제 자신을 지켜주는 요정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윽고 오후 수업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다른 반 아이 중 약간 껄렁한 한 친구가 피노키오를 보고 소리쳤다. “이 나무 인형아, 너는 사람이냐, 나무인 거냐?”


어릴 때부터 늘 들어온 이야기라서, 피노키오는 이제 그런 말을 들어도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나무 인형일까, 사람일까?’ 피노키오는 언제나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나무인지, 사람인지. 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피노키오를 나무 인형으로 보았다.


“피노키오, 안녕! 오늘 속이 좀 상했겠구나. 나무 인형으로 놀림을 받아서.” 피노키오는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혼자가 아니라, 자기를 지켜주는 요정이 옆에 있다는 게 참 든든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피노키오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나는 누구일까? 나는 나무 인형일까? 사람일까?” “피노키오야, 나는 네가 슬프면 나도 슬프단다. 오늘 질문은 네겐 정말 중요한 질문인 것 같아.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나면 넌 더는 슬프지 않아도 된단다. 그러니 기운을 내렴.”


“아, 난 정말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그것도 빨리 알고 싶어. 난 나무 인형인 걸까? 사람인 걸까? 나무 인형이라면 이렇게 사람처럼 움직일 수도 없는 거잖아? 그런데 또 사람이라면 이렇게 나무 피부를 가질 수는 없지. 그래서 나도 남들이 물을 때마다 답을 잘 못 하겠어.”


“피노키오야, 넌 그냥 특별하게 태어났을 뿐이야. 세상엔 다 이유가 있단다. 네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태어난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네가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야. 그걸 알아가는 게 네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아니야. 세상에 모든 게 이유가 있을 수 없지. 그렇다면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 내 책상 위에 놓인 한 톨의 먼지는 왜 그 자리에 있는 걸까? 그 먼지가 거기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일까?”

“피노키오, 이유가 없다면 네가 그 이유를 만들면 되잖아. 네가 남들과 다르게 이 세상에 온 거라면 그 이유를 네가 멋지게 만들어 가렴. 그럼 네가 남들과 다른 것이 더 의미가 있게 되는 거지.”

“사람들은 자꾸 날 놀려. 그리고 내가 지나가면 꼭 붙잡고 물어보거든.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이 말이야. 내가 틀리게 태어난 거야? 뭐가 잘못된 존재인 거야? 왜 모두 다른 것에 그렇게 다들 예민하게 구는 거지?”


“워, 워. 진정해, 피노키오. 네가 틀린건 아니야. 다르다는 게 틀린 걸 의미하진 않지. 사람들은 모두 같은 것에 익숙해서 그래. 다른 걸 참아낼 수는 없는 거야. 연습이 안 되어 있어서. 네가 이해를 좀 해주렴.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세상에 관심이 없으면 다른 것을 자꾸 틀린 거로 생각하지. 네가 사는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단다.”


“아, 생각났어! 네가 아까 내가 다르게 태어난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지? 없다면 만들라고. 그래야 의미가 있다고. 그런데 생각났어! 다른 걸 틀리게 보는 사람들에게 다른 건 틀린게 아니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게 내가 다르게 태어난 이유가 아닐까? 그걸 위해서 내가 세상에 이런 모습으로 온 게 아닐까?”


“오! 피노키오. 네가 한 질문 중 가장 근사한 말인데! 너도 이제 질문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가나 보다. 네가 질문한 게 대답이 되어버린다는 걸 너도 이제 알게 되는구나. 때로는 질문이 답이 될 수도 있지. 자, 그럼 이제 널 상상의 세계로 또 데려가 주마. 멋진 질문을 하는 피노키오에게 또 멋진 세상을 보여줘야지.”


요정은 피노키오의 손을 잡고, 또다시 알라딘 요술램프를 닮은 벽지 무늬의 문을 열고서 상상의 세계로 들어갔다.


생각 - 상상의 세계 - Imagination

탁자 위에는 투명한 유리병 두 개가 목까지 잔뜩 내용물이 담긴 채 놓여 있었다. 그 유리병에는 각각 ‘소금’과 ‘설탕’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퀴즈를 낸다는 그 사람은 피노키오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통 안에 뭐가 들었는지 맞춰 봐.” “아, 너무 쉬운데요. 퀴즈가 이렇게 쉬워도 되나?” 피노키오는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했다.


“왼쪽 병에는 ‘소금’이라는 이름표가 붙었으니 소금이고, 오른쪽 병에는 ‘설탕’이라는 이름표가 붙었으니 설탕이죠! 둘 다 하얀색이니 뭐 다른게 있겠어요?”


“그럴 줄 알았어! 깔깔깔. 난 네가 못 맞출 줄 알았단다. 퀴즈를 못 맞췄으니 상품은 없구나! 하하하.” “왜 틀렸어요? 이름표가 그렇게 붙어 있잖아요.”


“피노키오, 네가 직접 그 맛을 봐.” 피노키오는 요정이 말한 대로 ‘설탕’이라고 쓰인 오른쪽 병부터 손을 내밀어 한 움큼 집어서 혀에 갖다 대었다. “아, 짜! 소금이었네.”


그리고 다시 ‘소금’이라고 쓰인 왼쪽 병에 있는 걸 또 집어 먹었다. 이번에는 조심히 몇 알만 맛보았다. “아, 달달해. 설탕이네.”


요정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그건 네가 예전에 어디서 들었던 내용인데, 이젠 자세한 건 잊어버렸겠지. 내가 다시 말해줄게. 눈앞에 보이는 거라고 다 믿지 말라는 이야기지. 그리고 그 이름과 대상이 다를 수 있다는 거도 꼭 기억해야 해. 눈에 보인다고 다 믿는 사람은 단순하지. 생각이라는 걸 친구로 두지 않은 사람이야. 그럼 사기꾼이 나타나서 네 앞에 ‘황금’이라고 쓰인 물건을 주면 넌 그걸 황금으로 정말 믿어버리겠지? 또 이마에 ‘착한 사람’이라고 쓰인 사람이 다 착하다고 판단하겠지? 눈에 보이는 게 다 진짜가 아닐 수도 있어.”


“아, 생각났어! 네 말을 듣고 있자니 오늘 내가 했던 질문에 관련된 생각이 떠올랐어. 내가 나무 인형일까. 사람일까 하는 질문 말이야. 나는 겉으로 볼 때는 나무 인형 같지만,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아니까 사람이 아닐까. 마치 ‘소금’이라고 쓰인 유리병 속에 있는 게 단맛이 나면 설탕이듯이, 내 안에는 생각하는 사람의 특성이 있으니 사람이 아닐까. 난 그냥 ‘나무 인형’이라는 이름표가 쓰인 몸이 있는 거고, 마치 ‘소금’의 이름표가 있는 설탕통처럼.”


“축하해, 피노키오! 스스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리도 빨리 배워 나가다니. 정말 축하할 일이야. 네가 두발자전거를 처음 탈 때 뒷바퀴에 두 개의 보조 바퀴가 있는 것처럼 지금은 생각의 네발자전거를 타는 과정이지. 생각하는 거도 자꾸 연습하다 보면 자전거처럼 언젠가는 그 보조 바퀴를 하나씩 떼어내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될 거야.”



네 번째 날 이야기 유리알 유희

Question 질문 - 천재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 - 현실의 세계 - Reality

가가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피노키오야,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피노키오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 저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왜 작가가 되고 싶지?” “제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는데, 너무 끌렸어요. 저도 그런 멋진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졌어요.” “그럼 『데미안』의 어떤 부분이 가장 끌렸니?”


“『데미안』을 보면 두 세계라는 게 나오잖아요. 선이 존재하는 밝은 세계와 악이 존재하는 어두운 세계. 이 세상을 그렇게 다른 세계로 나눠 볼 수도 있는 그 생각이 새로웠어요. 제가 사는 세상도 한없이 다 내게 잘해주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선한 세계가 있고, 또 절 놀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는 어두운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피노키오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해. 넌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지? 그런데 작가가 되고 싶어도 책만 열심히 읽어선 안 된단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 해야 해.”


“아, 또 공부하라는 잔소리하시려는 건가요? 제페토 할아버지도 늘 제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셔서 더 공부하기 싫은데, 오늘 처음 본 선생님마저 이러시면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잔소리 들으려고 여기 온 건 아닌데. 전 마음을 잡고 공부를 좀 하려다가도 공부하라는 말만 들으면 갑자기 더 하기가 싫어져요. 전 관심 있는 거만 책을 읽고 싶고, 하고 싶을 때만 공부하고 싶어요.”


“피노키오야, 그 생각을 다시 해봐. 아무리 훌륭한 재능이 있더라도 그걸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퇴화하기 마련이야. 예를 들어, 아주 잘 날 수 있는 새의 날개를 어릴 때부터 묶어 놓아봐. 그 새는 날아가는 연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날 수 없게 돼. 나중에 다시 날아가려고 하더라도 이미 늙어버려서 예전만큼은 날 수 없을거야. 새에게도 시간은 정해져 있지.”


제페토 할아버지도 옆에서 거들었다. “피노키오, 아까운 재능을 왜 썩히려고 하니? 난 네가 힘들게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에게 주어진 걸 최대한 발휘하면서 사는 건 그 재능을 받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지. 재능에 대한 보답이지. 그 재능은 피노키오 너만의 것이 아니야. 이 자연이 주신거지.”


가가멜 선생님이 피노키오에게 다시 말했다. “그래,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 피노키오야, 누구에게나 재능이 한 가지씩은 다 있단다. 자기는 모를 수도 있고, 너처럼 알 수도 있지만, 그 재능은 그만의 것이 아니야. 날 수 있는 재능도, 머리가 좋은 재능도, 음악을 잘하는 재능도 모두가 이 자연이 주신 거지. 그러니 그걸 썩히지 말고,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자연에 대한 보답이지. 그 재능은 네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널 떠날 수도 있어.”


피노키오는 이 말을 듣자, 충격이었다. 재능이 떠날 수 있다고? 피노키오는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지는 걸, 애써 감추며 다시 물었다. “재능이 떠날 수 있다고요? 그럼 천재도 바보처럼 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래, 피노키오야. 제대로 말했구나. 아직 네 나이 때는 읽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중고등학생이 되면 한번 읽어보렴. 체자리 롬브로조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쓴 책 『미쳤거나 천재거나』가 있거든. 천재들에 대한 아주 재밌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모아 놓은 책이야.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쓰인 거라, 요즘과 맞는 이야기도 있고 아닌 거도 있어. 하지만 독서라는 건 그런 거마저 구별해서 자기 생각 주머니에 골라 담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거야. 어쨌든 이 책은 천재에 관한 이야기인데, 지금 너에게 해주고 싶은 구절이 딱 떠올랐단다. 천재는 아주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성공한 천재와 퇴화한 천재가 있다는 거지. 성공한 천재는 자신의 천재성을 갈고 닦아서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 퇴화한 천재는 자신의 천재성에 휘둘려서 이 세상에서 도태되고 마는 사람인 셈이지. 그래서 그 천재적인 능력마저도 썩혀 버리고, 오히려 평균적인 사람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일생을 마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생각 - 상상의 세계 - Imagination

“천재는 어떤 사람일까?” 그러자 초록색 고깔모자를 쓴 요정이 나타났다. 피노키오는 이번엔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중얼거렸는데, 요정이 보이자 깜짝 놀랐다.


초록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앙상하고 말라빠진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자, 어쨌든 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떠나 보자. 오늘이 벌써 네 번째 날이군. 내 손을 꼭 잡아.”


“여긴 어디야?” “피노키오, 여긴 2400년 미래의 어느 곳이야.”


피노키오와 요정은 마치 레이저 쇼에라도 온 듯 다채로운 색깔의 빛들이 비치는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안에는 똘똘이 스머프처럼 똑똑한 얼굴을 하고 동그란 안경을 쓴 노신사가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피노키오와 요정이 들어가자,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 노신사가 말했다. “자, 어서 오세요. 여기는 유리알 유희의 방입니다.” “제 소개를 해드리죠. 저는 바로 이 유리알 유희를 만들어낸 헤르만 헤세라고 합니다. 저를 어디서 본 듯한 건, 제 책 표지에 사진으로 봤겠죠.”


“그런데 제가 그 책을 읽어도 확실히 잘 몰라서 그러는데, 유리알 유희라는 게 뭐죠? 유희라면 즐겁게 놀고 장난친다는 뜻으로만 알고 있거든요. 혹은 어디서 ‘인간은 유희적 동물’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도 있고요.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유리알 유희는 유리알을 갖고 노는 놀이인가요?”


“인간의 앎이라는 건, 이 파이프오르간 연주와 같다고 볼 수 있죠. 파이프오르간은 여러 개의 길이가 다른 파이프가 저마다 가진 색깔의 음을 바람에 실어 소리 내고, 그 음들이 조화를 이루어 연주되는 거죠. 제가 이 파이프오르간 연주에 빗대어 유리알 유희를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지적 놀이라고 은유적으로 말한 거예요. 물론 간단하게 한 줄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쉽게 말하자면 유리알 유희란 인간이 이룩해낸 모든 문화적 가치를 담은 지적인 놀이라고 보면 되죠.”


“그럼 그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라는 존재를 쉽게 말해 천재로 보면 되나요?”


헤세가 대답했다. “아주 단순한 비유를 해볼까요? 태권도 도장에 다닌 적 있나요?” “아, 제가 어릴 때 다니고 싶어서 할아버지에게 졸랐는데, 형편이 안 되어서 결국 못 갔어요. 그래도 대충 알아요. 친구들이 다니니까요.” “유리알 유희의 명인은 인간 지성의 최고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태권도에도 여러 급이 있지 않나요? 그처럼 인간의 최고 지성의 단계까지 오른 사람이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라고 할 수도 있죠.”


이때 옆에서 헤세와 피노키오의 대화를 계속 듣고만 있던 초록색 고깔모자를 쓴 요정이 입을 열었다. “피노키오, 천재에 관해 체자리 롬브로조 박사가 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천재에 관한 아주 재밌는 비유야.” “아 낮에 그 가가멜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셨던, 『미쳤거나 천재거나』를 쓴 롬브로조 박사 말이구나.”


“그래, 맞아. 그 책에서 롬브로조 박사는 천재를 하늘에 있는 별에 비유해서 말했지. ‘천재는 궤도를 잃은 유성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이야. 천재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완전한 인간이 아니라, 자신이 타고난 창조성이라는 재능으로 때로는 궤도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걸 비유한 거야. 그건 천재가 남들이 다 가는 이미 다져진 길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서 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 남을 따라 해서 잘하는 건 천재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 재능만 있는 수재의 습성이지.”


“아, 그거구나! 유리알 유희의 장인은 거의 완전한 지성에 가까운 인간을 비유한 거라면, 천재는 뛰어나긴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는 사람을 말하는구나.”


요정이 대답했다. “딩동댕! 맞아. 그 재능을 통제하고 잘 관리한 사람이 바로 성공한 천재이지.”


‘최고가 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일지도 몰라. 천재는 궤도를 벗어난 유성과도 같은 존재라고 했으니, 나는 궤도를 따라 잘 도는 별이 될까. 아니면 하늘에 있는 별이 아니라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존재가 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피노키오는 요정과 함께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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