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친구들, 울끈불끈 사춘기가 되다

   
손소연
ǻ
팜파스
   
12000
2015�� 11��



■ 책 소개


“우리 지금 어울리고 있나요?”


우리 사회에 다문화는 이제 익숙한 용어이자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생활 깊숙이 다문화 가정은 정착되어가고 있는데 이들을 향한 마음의 문은 아직도 비좁기만 하다. 게다가 어른보다 더 적나라한 아이들의 ‘다름’에 대한 시선은 다문화 2세들이 어울리는 데 큰 난관이 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다문화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청소년이 되었다. 게다가 사춘기. 2차 성징과 울끈불끈한 반항심과 감정으로 가뜩이나 예민한 시기다. 이러한 때 다문화 청소년들이 자신의 마음속 꿈틀대는 열정과 꿈을 향한 긍정을 키워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사춘기에 접어든 다문화 청소년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그들의 장점(이중 언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유연함, 글로벌한 진로 등)을 강하게 키워서 꿈을 향해 즐겁게 한걸음을 내딛도록 도와준다. 또한 그네들만이 갖고 있는 고민과 속마음을 따뜻하게 들어준다. 더불어 청소년 시절에 가장 중요한 화두인 ‘꿈과 친구관계’에 대한 멘토링과 더불어, 사회와 시선의 ‘편견으로 인한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이 책은 곧 이 땅에서 꿈을 키우며 자랄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힘찬 응원 에세이다.


수년간 학교에서 다문화 아이들을 가르쳐오고, 현재도 26개국의 나라에서 온 무수한 아이들을 가르치며 다문화 교육을 위해 애써온 저자의 현실적 코칭과 대안이 담겨 있다. 초등생부터 중학교 진학, 고등학교 진로 탐색까지 다문화 아이들의 10대 시기를 함께 보내며 울고 웃었던 선생님의 경험과 혜안은 수많은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 저자 손소연
한국교원대학교 제 1대학 초등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방법을 전공하였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외국인근로자 자녀 특별학급』과 『다문화가정 자녀 특별학급 담임교사』를 맡아 26개국에서 온 20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KBS 라디오 [우리는 한국인입니다]에서 활동하였고, 저서로는 『살아있는 다문화교육 이야기』가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_ 서툰 것이 당연해요


1장. 다문화 아이들의 울끈불끈 청소년기!
우리 지금 어울리고 있나요?
나는 소중한 사람이에요
이중 언어를 잘 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에 힘들어요


2장. 다 같이 친구인데 왜 상처를 주나요?
말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제 이름이 한국 이름과 달라서 고민이에요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저를 불쌍하게 봐요
나라끼리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 너무 신경 쓰여요
친구들이 저더러 테러리스트래요
저도 도울 수 있어요


3장. 학교생활, 더 즐겁게 하고 싶어요!
생선, 고기를 못 먹어서 급식 시간이 너무 힘들어요
짧은 옷을 입을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나라마다 학교가 다 달라요.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발표를 못하겠어요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에요
한국에서 제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이성교제를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어요


4장. 행복한 우리 집을 원해요!
왜 내 피부색만 이럴까? 엄마가 원망스러워요
제게 가족은 가슴 아픈 이름이에요
내 핏줄은 조선족, 고려인이에요
부모님은 일하느라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아요
죽고 싶어요
행복한 우리 집은 남의 이야기에요


나가는 말_ 우리는 기다리는 중




다문화 친구들, 울끈불끈 사춘기가 되다


다 같이 친구인데 왜 상처를 주나요?

말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어떤 아저씨의 이야기예요. 아저씨가 어렸을 때 살던 시골 동네에 유달리 피부색이 까만 아이가 있었어요. 동네 아이들은 피부색이 검은 아이에게 “깜둥이, 연탄”이라 부르며 놀렸어요. 아저씨도 그 친구를 까맣다는 이유로 놀이에 끼워주지도 않았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렸대요. 그래서 그 친구는 너무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다 결국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고 해요. 아저씨는 마흔이 넘어서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자와 결혼했어요. 아내의 건강한 갈색 피부를 닮은 건강한 아들 민욱이와 예쁜 딸 민영이가 태어났어요. 그런데 민욱와 민영이가 자라면서 학교나 동네에서 놀림당하는 일이 생겼대요. 아이들이 민욱이와 민영이를 ‘까만 콩, 초콜렛’이라고 놀렸어요. 아저씨는 마침 그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상처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민욱이와 민영이를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어요. 그때 갑자기 오래 전에 아저씨가 놀렸던 까만 친구가 떠올랐어요. 예전에 아저씨가 그 친구를 놀린 벌을 자식인 민욱이와 민영이가 대신 받는 것은 아닌가 하고 후회되었어요.


친구가 몹시 싫어하는 별명을 자꾸 부르는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봤어요. 그러면 대부분 “그냥 장난이에요.”라고 웃으며 대답해요. 자, 만일 친구끼리 서로 장난을 쳤어요. 하지만 장난을 하면서 한 사람은 기분이 마냥 좋은데 나머지 한 사람은 기분이 점점 나빠졌어요. 장난 후에도 재미도 없고 한 사람은 여전히 억울한 생각으로 마음이 불쾌해요. 그러면 더 이상 장난이 아니에요. 그건 이미 폭력이 된 것입니다. 폭력은 힘으로 거칠게 제압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꼭 힘을 쓰지 않아도 폭력을 가할 수 있어요. 바로 말로 폭력을 가하는 것이지요.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어’를 계속 말하는 것은 ‘언어폭력’이에요. 더군다나 외모나 피부색을 이유로 놀리는 것은 매우 심각한 언어폭력이랍니다.


예전에는 한국에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눈에 띄고 주목을 받기 쉬웠지요. 그런 이유로 학교나 동네에서 놀림을 당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도 매우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와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 소중하고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심각한 언어폭력을 그냥 참으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에요. ‘쉬쉬’하며 숨겨서도 안 돼요. 부당하면 부당하게 생각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언어폭력을 저지른 사람의 잘못된 말과 행동에 대해서 꼭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저를 불쌍하게 봐요

“저는 쟈스민입니다. 우리 가족은 에티오피아 사람입니다. 아빠가 직장 때문에 한국으로 오게 되어 함께 왔습니다. 한국말을 하나도 모르는 저에게 아이들이 한국말도 가르쳐주고 굉장히 친절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떡볶이랑 붕어빵을 사먹으며 집에 갑니다. 우리가 붕어빵을 먹는데 어떤 한국 사람이 저를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에티오피아 사람이라고 했더니 ‘가난한 나라에서 왔네. 아프리카는 다 못사는 나라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아프리카에 가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아프리카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속상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제가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랬더니 규빈이가 ‘쟈스민, 너네 나라는 가난한데 피아노를 치는 것을 어떻게 배웠지?’라고 말했습니다. 무척 놀라면서요. 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 무시해서 하는 말인지 매번 기분이 나쁩니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선생님도 쟈스민의 고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나를 배려해주는 호의인지 무시인지 헷갈리는 상황도 많을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 중에는 에티오피아를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 TV나 신문, 잡지에서 보이는 에티오피아는 배고픈 사람들이 많고, 의료 지원이 매우 필요한 나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 중에는 에티오피아의 힘든 상황을 보고 ‘아! 우리가 도와줘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죠. 생각의 실수지만, 절대로 쟈스민을 불쌍해하는 것이 아니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자, 그래도 친구들의 말과 행동이 거슬린다면 이렇게 해보는 것이 좋겠어요. 쟈스민이 먼저 대한민국과 에티오피아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보면 어떨까요? 쟈스민에게 먼저 공부해보라고 해서 좀 부답스럽죠? 하지만 두 나라의 역사적인 관계를 알고 나면 친구들에게 정확히 말해줄 이야기가 많아질 거예요. 에티오피아에 대한 사회, 정치, 경제와 관련된 공부도 해보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에티오피아보다 못살았던 한국이 어떻게 해서 잘살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아요. 에티오피아를 사랑하는 쟈스민이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해요. 그리고 한국 친구들에게도 설명할 수 있었으면 해요.


한국에서도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다르지요. 에티오피아나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다른 나라들도 그렇습니다. 많이 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 있어요. 가난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자가 있습니다. 쟈스민에게 대신 돈을 내주자는 신정이에게 “도움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거란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야.”하고 단호하지만 친절하게 말하세요. 때에 따라서는 규빈이나 신정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쟈스민의 생활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어요.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친구들이 선입견을 고칠 수 있도록 쟈스민이 도와주는 건 어떨까요.


친구들이 저더러 테러리스트래요

“저는 나사르입니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연구원입니다. 연구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왔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 문화도 잘 알고, 한국말을 아주 잘 합니다. 우리 가족은 이슬람교를 믿어서 음식을 가려 먹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라마단 기간이었습니다. 금식 기간이라서 저는 며칠 동안 학교나 지역 청소년 모임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역 청소년 모임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청소년들이 방과 후 활동을 함께합니다. 평소에 말을 좋지 않게 하는 친구가 저를 보고 ‘배고픈데 테러를 할 수 있겠냐?’고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습니다. 또 한 친구는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라며 험한 말을 했습니다. 너무 속상하고 울컥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TV나 인터넷 뉴스에서 자살폭탄 테러와 같이 이슬람에 대해 좋지 않은 내용들이 자주 나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저는 불안해집니다. 제가 걱정하는 대로 아이들이 저를 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사르의 말대로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선생님도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TV에서 방송되거나 인터넷에 검색되는 해외뉴스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슬람 문화에 있는 아름다움이나 선함은 미처 소개되기 전에 말입니다. 이슬람 무장 단체들의 일화들이 먼저 전파를 타고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이슬람교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이슬람교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이슬람에 대해서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이슬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요. 친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친구들이 어떤 부분을 오해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봐야 해요. 그런 다음에 나사르가 부모님께 여쭈어볼 부분들을 정리해보세요. 이슬람교의 기원,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행복, 실천하고자 하는 삶들을 잘 정리해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친구들에게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오해를 해결할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 선생님이나 지역 청소년 모임을 지도하는 어른들에게 지금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해요. 친구들이 어른들 앞에서는 그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다가 나사르가 혼자 있을 때 그러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면 어른들은 지금의 상황을 전혀 모를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더 짓궂게 실수(?)하기 전에 어른들이 알아야 해요. 친구들이 나사르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을 장난으로 넘기면 안돼요. 나사르가 친구들에게 들은 말들은 언어폭력입니다. 또 나사르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들입니다. 혼자 해결하지 말고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든, 외국인과 외국인 사이든 서로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해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자라야 한다는 것을 잘 배워야 해요.



학교생활, 더 즐겁게 하고 싶어요!

생선, 고기를 못 먹어서 급식 시간이 너무 힘들어요

“저는 몽골에서 온 보르추입니다. 몽골에 있을 때 한국 음식을 먹어 본 경험이 없어서 한국에 왔을 때 힘들었습니다. 매운 음식인 것을 모르고 먹었다가 깜짝깜짝 놀랍니다. 특히 점심시간에 먹는 반찬이나 국은 제 입맛에 잘 맞지 않아요. 오징어와 생선 반찬이 나오는 날이 제일 힘들어요. 오징어 냄새는 너무 견디기 힘들어요. 큰 가시와 비늘이 벗겨진 생선을 보면 징그럽고요. 친구들이 맛있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맛있게 먹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고 하세요. 점심시간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싫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매일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 반 학생들은 한국 음식을 처음 먹을 때 보르추처럼 점심시간을 싫어했어요. 그렇다고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해서 점심시간 내내 굶을 수는 없어요. 조금씩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해요. 점심시간에 몽골 재료로 요리한 반찬을 찾아보세요. 몽골 음식과 비슷한 맛을 향신료를 쓴 음식도 찾아보고요. 그 점을 찾으면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도 생기게 됩니다. 보르추가 조금 더 쉽게 한국 음식에 익숙해지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보르추나 보르추의 부모님이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한국 음식이 몽골에서는 없는 요리라서 보르추가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야 해요. 그리고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줄 것을 요청해보세요. 아마 선생님께서도 정보를 찾아보며 보르추를 도울 방법을 알아보실 거예요.


한 나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생활하면 음식도 결국 적응하게 됩니다. 그 나라의 음식을 즐길 줄 알면 이미 그 나라의 문화를 다 이해하고 적응을 마쳤다고 볼 수 있어요. 음식은 그만큼 생활 적응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시도해볼까요?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발표를 못하겠어요

“선생님, 국어가 참 어려워요. 저는 한국 사람인데 국어가 왜 이렇게 어렵죠? 어떤 낱말은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밝다, 맑다’를 어떻게 발음하죠? 엄마에게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세요. 우리 엄마가 외국 사람이라 그런가 봐요. 우리 엄마는 ‘ㅊ’과 ‘ㅆ’ 발음을 잘 못해요. 그런데 저도 그래요. 어렸을 때 사람들이 제 발음이 이상하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공부 시간에 대표로 책을 읽을 때면 자신이 없어요. 선생님이 제발 발표 좀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발표할 때면 선생님이 저를 시킬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해요.”


명진이의 말처럼 국어는 쉽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7~8년 전에 언뜻 신문에서 본 내용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가 러시아어고, 두 번째로 어려운 언어로 한국어가 뽑혔답니다. 한국어는 자음과 모음의 수가 적어서 반나절이면 글자를 깨우칠 수 있는 우수한 언어입니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발음의 예외 규정과 불규칙 그리고 어미변화가 많아서 어려움을 크게 느낀답니다.


영어나 중국어, 일어 등 어느 언어든지 어려운 발음들이 있어요. 지역에 따라 잘하지 못하는 발음도 있어요. 한국 사람인데 이중모음 발음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러니까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우기가 더 힘들겠지요?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ㅊ’과 ‘ㅆ’ 발음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몰라요. 엄마가 한국어로 말씀을 잘하시면 “우리 엄마, 한국말을 정말 잘한다.”하고 칭찬해줄래요? 명진이가 하는 칭찬 한마디에 엄마는 더욱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겹받침이 들어간 낱말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도 발음하기가 헷갈려요. 그럴 때는 국어사전을 펴보세요. 사전에서 원하는 낱말을 찾을 수 있어요. 낱말 옆에 발음을 적어놓았기 때문에 어떻게 발음하는지 쉽게 알 수 있지요. 인터넷 사전은 낱말 옆에 스피커 모양의 아이콘이 있어요. 그 스피커 표시를 누르면 어떻게 발음하는지 소리가 나와요. 그래서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쉽게 따라 읽고 발음할 수 있지요. 만약 발음에 자신이 없다면 TV 뉴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은 매일 발음 연습을 해요. 정확한 우리말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지요. 아나운서들의 발음을 주의 깊게 듣고 따라하다 보면 아마 명진이의 발음은 대한민국 최고가 될 거예요.


한국에서 제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진로→돈 잘 버는 직업→성공한 사람?

선생님의 제자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해요.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가야 해요. 근데 어디를 갈 수 있는지, 어디를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좀 더 일찍 정신 좀 차릴 걸……. 저는 너무 늦었어요. -창수-”


“전 한국에서 잘하는 것이 없어요. 어릴 적에 살던 러시아에 가도 잘하는 것이 없을 거예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유리-”


“유리처럼 저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요. 돈을 잘 버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요. 그런데 다들 공부를 잘해야 그런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그래요. 하지만 공부는 재미없고, 힘들어요.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가 두려워요. -호세-”


어쩌면 창수의 말처럼 늦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생각은 좀 달라요. 정말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늦은 것은 아니에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이 있어요. 늦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바로 목표를 세워 매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그 대신 늦은 만큼 몇 배로 열심히 노력해야 하지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것이지요.


진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해보기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할 때 신이 나나요? 한 번 생각해볼까요? 정말 재미있어서 오랫동안 몰입하게 되는 그것이 공부 중 어느 분야인지를 찾아보세요. 여러분의 흥미가 공부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은 여러분이 진로를 찾아나가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 거예요.


선생님은 제자들의 진로를 상담할 때 인터넷 탐색을 해보라고 권해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www.career.go.kr)을 자주 권합니다. 이 사이트에서 여러분은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와 경험을 해볼 수 있어요. 커리어 플래너, 진로심리검사, 진로상담 등을 받아볼 수 있어요. 나의 진로를 찾고, 미래 직업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답니다.



행복한 우리 집을 원해요!

왜 내 피부색만 이럴까? 엄마가 원망스러워요

햇볕이 따뜻한 4월의 어느 날이었어요. 스르륵, 교실 문이 조용히 열렸어요.


“선생님, 잠깐 들어가도 되나요?”


윤형이 엄마가 큰 눈을 반짝이며 서 계셨어요. 윤형이에게 준비물을 가져다주려고 학교에 왔다가 선생님 교실에 들르셨답니다. 선생님이 차 한 잔을 권했고, 우리는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했어요. 윤형이 엄마는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어요. 처음에는 한국말을 하나도 몰라서 한국 생활이 힘들었대요. 그러다 윤형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덩달아 한국어를 많이 배우게 되었지요. 그런데 요즘 윤형이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친구들이 윤형이 피부색을 가지고 자꾸 놀린대요. 윤형이가 저를 원망해요. 엄마를 닮은 것이 싫은가 봐요. 피부색은 바꿀 수 없어요. 어떻게 하지요?”


윤형이는 엄마를 닮아서 곱슬머리에 피부도 까맣거든요. 피부색 때문에 친구들이 “너, 어느 나라에서 왔어?”라는 질문을 자꾸 한대요. 교실에서 선생님이 안 계시면 윤형이를 ‘깜둥이’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고요.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셨어요. 피부색 때문인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인지 윤형이는 엄마에게 부쩍 신경질이 늘어났대요. 왜 한국에 왔냐고, 왜 자신을 낳았냐며 울고 소리치기도 하나 봐요. 윤형이 엄마에게 윤형이는 가장 소중한 존재인데, 윤형이는 그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요. 윤형이는 점점 방에 혼자 있거나, 아예 바깥에만 있으려고 한다는 거예요. 윤형이 때문에 요즘 들어 가족이 함께하는 외출은 꿈도 꿀 수 없대요.


선생님은 윤형이 엄마의 속상한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요. 윤형이도 아마 마음고생이 많이 있었을 거예요. 커갈수록 점점 외모에 신경 쓰게 되는데 피부색으로 놀림을 받다니. 윤형이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잘 살펴서 보듬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은 부모님의 잘못이 아니라, 놀리는 친구들의 문제임을 정확히 알았으면 해요.


사실 피부색은 나의 일부분일 뿐이에요. 다른 나라와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앞으로는 더 다양한 외모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게 될 거예요. 서로 어울리면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나를 대표하는 것 중에 외모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요. 그러니까 그것을 넘어서는 내면의 가치와 사랑하는 마음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바로 윤형이의 엄마처럼요. 다양한 나의 모습을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제게 가족은 가슴 아픈 이름이에요

“나는 가족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온 채세원입니다. 우리 아빠는 한국사람, 우리 엄마는 인도네시아 사람입니다. 엄마는 사업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온 아빠와 사랑에 빠졌대요. 그리고 내가 태어났죠.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행복하게 살았어요. 한국에 와서 아빠와 엄마는 자주 싸웠어요. 그리고 이혼하셨어요. 지금은 엄마랑 둘이 살고 있어요. ‘가족, 부모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울고 싶어요. 아빠가 보고 싶지만 엄마에게 이야기할 수 없어요. 내가 그런 말을 하면 나를 키우느라 힘들게 일하는 엄마가 슬퍼할 것 같아요.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워요. 친구들은 “아버지 뭐 하시노?” 하며 웃지만 난 웃지 않아요.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아빠와 가족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너무너무 싫어요. 가족 얘기는 절대로 아무에게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빠 나라인 한국에 온 세원이. 세원이에게 가슴 아픈 일이 생겨서 매우 안타깝군요. 한국 생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아빠와 엄마의 의견이 많이 달랐을 것이고, 그래서 자주 다투셨을 거예요.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더 발전적인 미래라고 생각해 이혼하셨겠죠. 부모님이 이혼하셨다고 해서 세원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이미 알고 있지요? 아빠와 엄마가 세상에 하나뿐인 세원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요.


세원이 아빠는 세원이를 만날 권리가 있어요. 그런 권리를 바로 ‘면접교섭권’이라고 하지요. 이혼을 하고도 자식을 만날 수 있는 권리예요. 혹시 엄마가 속상해할 것이 걱정되거나 아빠를 자주 만나기 어렵다면 SNS로 아빠에게 안부를 물어봐도 괜찮을 거예요. 선생님은 세원이가 아빠와 엄마에게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해야 해요. 아직 어린 세원이가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에요.


웃기지 않는데 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어요. 일기장에 세원이의 마음대로 글을 쓰거나 낙서를 실컷 해봐도 좋아요. 정말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어도 괜찮아요. 그러다 보면 지금보다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져요. 자연스럽게 아빠 이야기도 하고, 가족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시기가 곧 온답니다.


부모님은 일하느라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아요

어느 날, 정원이의 담임선생님께서 저에게 달려오셨어요. 정원이가 학급 친구들과도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해요. 친구들과 아예 말을 안 하니 협동 학습이나 조별 활동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선생님이 정원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부모님을 따라 국경을 넘었습니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숨어 살다가 도망치며 살았습니다. 붙잡힐 뻔했던 무서운 날들이 계속되었지만 엄마가 남한에만 가면 다 해결된다고 참으라고 했습니다. 남한은 우리 가족이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나라라고 들었습니다.


나는 남한에만 오면 다 잘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힘듭니다. 부모님은 너무 바쁘십니다. 일하는 중에는 전화를 받지 못해요. 그리고 남한에 오고 나서 부모님이 제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고 말할 시간이 없을 때가 많아요. 속상한 일도 많은데 말할 데가 없어요.

남한 학교는 북한에서 다니던 학교와 너무 다릅니다. 생각보다 모르는 말이 많아서 대화에 끼어들기 어렵습니다. 저보다 먼저 한국에 온 승찬이가 말해줬어요. 아이들은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알면 무시한다고 말입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승찬이의 말투를 흉내 내며 놀렸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친구들 앞에서는 입을 다뭅니다. 제가 말을 하면 북한 말투가 그대로 나옵니다. 저는 그걸 들키고 싶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온 것은 절대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친구들이 저를 무시할 테니까요.”


요즘에는 TV 방송채널이 많고 내용이 다양해서 원하는 방송을 시청하면서 표준어를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정원이가 원한다면 방송을 보며 표준어를 연습해볼 수 있지요. 선생님은 실은 정원이가 북한의 말투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의 사투리처럼 정원이가 하는 북한말도 사투리의 한 종류지요. 북한의 말, 그리고 사투리에는 지역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잘 보존해야 하는 우리말의 재산이기도 해요. 


자심감을 가져요. 정원이는 학교에서 표준어를 배우고 있고, 남들은 배워야만 알 수 있는 북한말도 할 수 있어요. 배우나 코미디언, 작가들이 작품을 위해 몇 달씩 북한말을 배우기도 해요. 그런 언어를 정원이는 능숙하게 하잖아요. 정원이의 북한 말투를 하나의 능력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이 일하느라 바빠서 정원이에게 관심이 없다고 했지요? 부모님은 오히려 정원이에게 많은 관심이 있어서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에요. 그리고 정원이가 남한에 적응하기 힘든 것처럼 부모님도 적응하느라 노력하는 중이고요.


배급을 받는 북한과 달리 남한은 직접 돈을 벌어야 해요.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해야 하지요. 일하고 노력한 것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아요. 아마도 부모님은 정원이가 좀 더 풍족하게 지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거예요. 부모님은 정원이에게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한 미래를 주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은 늦은 밤, 주말,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세요. 가족들이 모일 따뜻한 보금자리를 위해 조금 더 참고 있는 중이랍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정원이의 바람처럼 따듯한 밥상에 둘러앉아 정원이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나눌 날이 올 거예요. 그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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