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찬리 육아중

   
엔쮸(장은주)
ǻ
21세기북스
   
15000
2019�� 01��



■ 책 소개

 

‘좋아요 500만’ 육아맘들의 전폭적인 지지!
네이버 파워블로거 엔쮸의 공감 백 배 육아일상툰!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혹시 내 잘못으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건 아닐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늘 마음이 불안하고 바쁘다. 아이들 뒤치다꺼리만 해도 24시간이 모자란데, 갑자기 아프거나, 밥도 잘 안 먹고 성장이 느린 것 같거나, 또래에 비해 발달이 늦다는 소리라도 들으면 불안감이 치솟고 수없이 자신을 책망하게 된다. ‘삼형제 엄마 엔쮸’의 네이버 블로그는, 이처럼 좋은 엄마이고 싶지만 잘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육아맘들의 휴식처다. ‘나만 복닥거리며 사는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함께 ‘괜찮아.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응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엔쥬의 블로그’는 구독자가 2만 명이 넘고 매일 5천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기 블로그다.

 

이번에 출간된 『절찬리 육아중』은 엔쮸의 블로그에서 웹툰 형식으로 연재하던 <절찬리 육아중>을 엮었으며, 책에서는 블로그에서 소개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가 더 풍성하게 소개되었다. 육아에 지친,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엄마들의 쉬는 시간을 더욱 달달하게 만들어준 육아일상툰이다. 아들 삼형제를 키우며 울고 웃는, 단짠단짠한 육아 라이프가 생생한 이 책은, 이제 막 첫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부모, 첫째 육아를 지나 둘째를 돌보는 부모, 둘뿐 아니라 셋째 넷째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들을 둔 엄마들이 폭풍공감하는 웹툰과 글들은 화제가 되어, 네이버 부모i판에 메인 콘텐츠로 소개되고 있다. 작가는 그 모든 부모에게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엄마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주지 않고, 모든 게 엄마 탓이라고 해도, 엄마인 나만큼은 스스로 제대로 아껴주자고 말이다.

 

■ 저자 엔쮸(장은주)
대학 졸업 후 그래픽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남들보다 일찍 결혼해 후딱 끝날 줄 알았던 육아는, 첫째를 지나 둘째, 셋째까지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아들 셋을 도맡아 키우는 엄마들에게, 남들은 ‘반 깡 패’라느니 ‘도를 닦는다’느니 ‘목메달’이라고 하지 만, 나는 아직도 어느 누구보다 소녀감성을 간직 한, 마음만은 여리여리한 엄마다. 아들들과 복닥거리는 일상을 육아그림일기로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고, 고맙게도 2만 여 명이 구독하고 있다. 큰아이가 이제 중학생이 되어서 육아라고 하기엔 조금 낯간지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남자 가 될 남의 남자들을 지금은 내 품에서 잘 키워서 하산시키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마음만은 여리여리, 아들 셋 엄마의 일상은 여전히 ‘초면’입니다

 

1장 아들 다음에 아들, 그리고 또 아들?
1. 다시 또 시작

2. 인생, 대단할 게 뭐 있나요

3. 아들이어도 괜찮아
4. 형아는 태교중
5. 오지랖퍼
6. 엄마가 미안해
7. 괜찮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
8. 엄마 껌딱지
9. 막둥아, 반가워
10. 눈치코치 007작전, 막내 사랑은 형들이 잠든 사이에
11. 우리는 연습 중
12. 의리의리한 사이

 

2장 엄마, 그중에 아들 엄마로 산다는 것
13. 멀고도 험한 독박육아의 길

14. 내가 좋아서 하는 일

15. 충분히 사랑스럽다

16. 쓸쓸한 놀이터
17. 아프면 안 되는 사람

18. 어쩌다 보니 저염식 라이프
19. 엄마도 엄마가 필요해
20. 막둥이는 사랑입니다
21. 낮커밤맥
22. 우리의 소원은 삼형제 메뉴 통일 
23. 내 말 듣고 있나요?
24. 앙꼬 없는 찐빵
25. 잘하고 있으니 걱정일랑 넣어두시죠
26. 나만의 공간이 시급합니다 

 

3장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27. 삼형제의 꿀알바
28. 질풍노도의 시기
29. 아이 셋 엄마에게 가장 무서운 악몽
30. 첫 자전거
31. 혼자 있고 싶은 시간
32. 주말 아침 16
33. 결혼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34. 식탁 밑의 은밀한 사정
35. 발가락도 닮는다더니
36.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
37. 두 개의 심장
38. 오랜만의 외출

 

4장 엄마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39. 비밀은 없다
40.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경력
41. 워킹맘 vs 전업맘
42. 공개수업

43. 막둥이는 멋쟁이
44. 애데렐라 스타일 
45. 생신 선물 수거해요
46. 말꼬리의 꼬리 
47. 모성애, 아이와 함께 크는 중 
48. 게으른 육아
49. 여보, 그만!!
50. 시원섭섭한 독립
51. 지나온 시간들이기에
52.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그래

5장 걱정 마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53. 제일 큰 효도
54. 마음 아프지 말기
55. 사랑은 후회 없이 표현하는 것
56. 육아 동지
57. 행복지수 99.9%
58. 이 또한 지나가리라

59. 제일 예쁜 건 너희들
60.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

 

에필로그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절찬리 육아중


아들 다음에 아들, 그리고 또 아들?

다시 또 시작

2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첫 직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처음엔 좋은 직장 선배로만 알고 지냈다. 그러다 내가 직장을 관두게 되었는데, 이후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다가 연애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나는 바로 큰아이를 낳았고 시어른들의 배려로 다시 직장에 나가서 일할 수 있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시대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들 이야기했지만 나의 속사정은 조금 달랐다. 친구들이 퇴근 후 데이트하고 술 마시러 갈 때,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봐야 했다. 야근한다고 해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나는 아이의 눈치가 보였다. 아니, 눈치라고 하기보다 엄마가 낮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고 하는 게 맞다. 내 나름 아이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랑 그림을 그리고 기차놀이를 하는 등 아무리 피곤해도 이 한 몸 다 바쳐 열정적으로 놀아주었다.


시어른들과 함께 살다가 분가를 준비하던 중에 둘째 녀석이 우리에게 왔다. 큰아이를 오롯이 혼자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분가하고 홀로 큰아이를 보면서 둘째의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결혼한 지 6년 만에 마련한 나만의 첫 살림. 비록 전세지만 우리만의 첫 집. 그래, 이러한 행복을 누릴 수 있으니 힘든 것쯤은 얼마든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강철 로봇도 아니고 힘든 건 힘든 거였다. 이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당시 나는 요리도 잘 못하는 데다 아이 돌보는 것도 어리숙했다. 애가 아파서 울면 같이 울었다. 그렇다고 도와줄 시댁이나 친정, 지인도 가까이 없는 터라 그야말로 외딴섬에 나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둘째가 돌 지나고 아장아장 걸을 때쯤 되니 육아도 어느 정도 손에 익도 이제 좀 살 만하다 싶어졌다. 둘째를 좀 더 키우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겠지. 그러면 나도 다시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하다못해 개판 5분 전인 집안이라도 정리할 수 있겠지. 짧게라도 나만의 꿀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겠지, 오호호......


그야말로 크나큰 꿈에 부풀어 있었다. 여자의 육감이라는 것은 왜 그럴 때면 딱 들어맞는 것일까? 뭔가 쎄~한 느낌. 남편 몰래 임신 테스트기를 사와서 아침 일찍 화장실로 들어가 테스트를 해보았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는 생각으로. 내가 너무 오버한 거라는 생각으로.

‘아~!! 혹시?’

임신 테스트기를 보는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오만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 근데, 주책없이 눈물은 왜 이리 나는 건지! 이 눈물의 의미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남편에게 셋째 임신 소식을 알렸고, 남편은 조용히 나를 도닥여주었다. 그도 아마 생각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온 생명이니 우리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엄마가 미안해

배는 점점 불러오고, 온몸이 천근만근인 임신부 엄마는 체력적으로 금세 지친다. 아직 엄마랑 물고 빨고 할 나이인 둘째는 동생이 생기고부터 유독 나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아빠가 엄마 대신 아기띠를 해준다고 하면 싫다고 칭얼거리고, 나에게 아기띠를 들고 와서 서글프게 울어대던 둘째 녀석. 배가 부르면 장시간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몸이 자꾸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아기띠 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그리고 배 위에 둘째 아이를 앉혀서 안아줘야 하기에 오랫동안 안아주기도 힘들었다.


이런저런 서러움이 쌓여 아이는 자꾸 울고, 아이 아빠는 회사에 나가야 하고, 주변에는 시댁도 친정도 아무도 없다. 배가 뭉쳐도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서 재워야 하는 만삭의 엄마는 ‘배 뭉침’ 정도는 참아야 한다. 배 속 아가에게도 미안하고, 둘째에게도 미안하고 혼자 학습지 하면서 엄마 찾는 큰아이에게도 미안하고......


미안함으로 똘똘 뭉쳐서 내가 죄인인 듯했다. 배 속에서 힘든 셋째도, 엄마 품이 아직 좋은 둘째도, 아직 어린데 맏이라는 이유로 큰 아이 취급받는 첫째도. 모두 모두 힘내자 으쌰으쌰!


막둥아, 반가워

얼마나 아픈지 얼굴 실핏줄이 다 터지고 온몸에 힘이 다 빠질 즈음 우리 막둥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첫째 둘째도 그렇고 막둥이까지 모두 다 튼실했다. 다들 덩치가 어찌나 큰지 그런 녀석들을 자연분만으로 낳은 나 자신이 참 대견하다 싶었다. 장하다! 스스로 토닥거리면서 회복실로 가는데 창밖을 보니 두 아이를 낳았을 때랑 똑같이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삼형제가 나를 만나러 오는 날엔 꼭 하늘에서 눈을 내려주셨다. 첫째를 낳았을 때처럼 막막한 두려움이라기보다, 둘째 때처럼 혼자 독박으로 아이를 봐야 하기에 겁이 난다기보다, 셋째는 그동안의 감정과는 조금 다른 걱정과 우려가 나를 휘감았다.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았다. 이 녀석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사랑을 형들과 나눠야 하는데 그게 혹시 억울하진 않을지, 억울해도 어쩌겠어, 막내로 태어난 지 팔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대신 듬직한 형이 둘이나 있으니 막둥이에게는 득이 더 많지 않을까.


암튼 우리 막둥아, 반가워!



엄마, 그중에 아들 엄마로 산다는 것

남편은 새벽같이 출근을 한다. 그때부터 집에는 나와 아이들뿐이다. 홀로 육아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외로운 일이다. 집 안에서 나 홀로 고립되는 것만 같고, 아이 낳고 점점 살도 찌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을 매일같이 들여다보자니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옛날에는 세탁기나 밥솥, 청소기도 없이 잘만 살았는데 요즘처럼 좋은 세상에 호강에 치어서 요강에 코 박는 소리하느냐, 같은 말들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홀로 화장실 갈 시간도 주지 않고 앵앵 울어대는 신생아, 놀아달라고 징징거리는 둘째, 자기 고집이 시작되는 첫째...... 이토록 무지막지한 세 녀석과 사투를 벌이는 육아를 하고 있는데 호강이라니! 물론 남편은 애들과 잘 놀아주는 편이다. 그럴 때면 잠깐이지만 편하게 집안일을 하거나 쉴 수 있으니, 집안일을 돕지 않는 아빠들에 비하면 참 다행이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남편과 이야기해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 어른 사람과 어른들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 어쩌면 이러다 점점 어른 말을 잊어갈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정말로 외로운 일, 그 이름은 ‘육아’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학교 다닐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조용한 편이었던 나는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였지만 미술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우르르 내게 몰려와 그림 잘 그린다고 칭찬하고 부러워하던 일들이 싫지 않았다. 대회에 나가서 몇 번이고 상을 받았던 기억도 난다. 이제 와 생각하면 나는 참 우리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이지 않았나 싶다. 그림 그리는 고등학교를 갔고 대학교 때도 그림 그리는 과를 선택했다. 재료비로 경제적 부담이 크셨을 텐데 엄마아빠는 한 번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배우고,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인지 회사도 그림 그리는 쪽에서 일을 했다. 남편과 연애할 때도 내 홈페이지를 만들어 둘이 있었던 일을 한 컷 일러스트로 그려 올렸고 결혼식 청첩장도 남편과 내 캐릭터를 넣어 만들 정도였다. 돌이켜보니 나는 나름 열정적인 디자이너였나 보다. 그렇게 쭉 계속 해왔던 일이었는데, 둘째 낳으면서 손을 놔버렸다. 아니, 손을 놔버렸다기보다는 그림 그릴 여유 자체가 없었다. 아이들 케어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랐다. 혹여 시간이 남으면 잠이라도 더 자거나 밀린 집안일로 바빴다.


몸은 너무도 바쁜데 가슴은 어딘지 모르게 텅 비어 갔다. 내 아이들의 예쁜 모습으로 충분히 채워질 법도 한데, 아이들은 너무너무 예쁘지만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휴대폰에 담아놓은 아이들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다가 연애할 때 남편과 나의 캐릭터를 그렸던 일러스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시 그림을 그려볼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만을 위한 뭔가를 찾아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그림일기로 그리기 시작했고, 블로그에 하나둘 올렸다. 웹툰 형식으로도 그려보고 그냥 한 컷으로도 그려보았다. 잠을 덜 자더라도 그림을 그리면서 어찌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참 신나는 일이었다. 엄마가 아니라 나로써 행복한 시간. 그런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나 보다.


막둥이는 사랑입니다

셋째를 보면 볼수록 신기할 때가 참 많다. 그렇다고 첫째와 둘째가 예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시기에는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고, 몰랐던 것도 많았다. 아이들 행동을 보다가 ‘혹시 뭔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난 적도 있었다. 아무래도 두려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제는 어느 정도 육아하는 데 익숙해져서일까? 첫째 때는 사실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하나하나 일일이 신경을 썼다. 다른 아이들은 다 기저귀를 뗐다던데 왜 우리 아이만 늦는 건지, 치아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디게 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말이 좀 늦는것 같은데 이유가 뭔지...... 엄마인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런저런 공부도 시켜봤고, 나 역시 육아서도 열심히 보면서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것인가 허둥지둥 했었던 것 같다.


그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사실 기저귀 좀 늦게 떼도, 말이 살짝 늦어도 초등학교 들어가면 다 똑같이 한 교실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느긋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니 무엇보다 첫째 둘째 때보다 여유가 있는 것 같다.


막둥이라서 예쁜 게 아니라 첫째와 둘째 모습이 막둥이에게 보여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두 녀석을 키울 때도 이렇게 예뻤을 텐데 막둥이를 보며 새삼 더 예뻐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흔히들 다둥이를 키우는 집에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막둥이는 사랑이죠.” 맞는 말이다. 막둥이는 사랑이고, 첫째는 첫사랑이며, 둘째는 애틋한 사랑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

서로 잘 노는가 싶더니 애들 방에서 울음소리가 난다. 또 무슨 일이지 다급하게 달려가 본다. 너 때문에 다 부서졌다고 장난감을 들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둘째 녀석과 어쩔 줄 몰라 하는 막둥이가 보인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블록을 장식장에 올리려는데 막둥이가 지나가는 바람에 부서져버렸던 것.


둘째 아이를 다독이자니 막둥이가 조금 억울한 것 같고 그렇다고 막둥이의 무죄를 이야기하자니 서럽게 울고 있는 둘째 녀석이 안쓰럽다. 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에게는 “네가 힘들게 만든 것이 망가져서 속상하겠다. 그렇지만 희수 솜씨가 워낙 좋으니까 금방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가 좀 도와줄게~”라도 도닥도닥 해주었고 침울해하는 막둥이에게는 “희준이가 일부러 막은 게 아니데 형아가 갑자기 울어버려서 놀랬지? 근데 희준아~너도 몇 시간 동안 만든 게 부서지면 속상하잖아! 그러니까 형아가 비켜달라고 하면 바로 비켜주도록 하자!”라고 도닥도닥 해주었다.


솔로몬의 지혜는 개뿔. 이럴 때 보면 나는 참 박쥐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어쩌겠어~ 이렇게라도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된 거지!


설거지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에선가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뭐 때문에 그러는 거지? 방금 싸운 녀석들이 맞나 싶어서 애들 방으로 가보았다. 두 녀석이 자동차를 가지고 도로매트 위에서 놀고 있었다. “형아~정말 잘한다! 나는 형아랑 노는 게 정말 좋아~”라고 말하는 막둥이와 “남희준, 너 이거 해봐~ 형아가 알려줄게”라며 매너 넘치는 둘째 녀석까지...... 뭐냐, 저 끈끈한 우애는?


한번은 첫째가 비실비실한 둘째 녀석이 걱정이었는지, “누가 너 괴롭히면 형한테 말해! 형아가 다 혼내줄게.”라고 말한 적이 있다. 평소 관심도 안 주던 녀석이 자기 동생을 챙기는 모습을 볼 때나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 다정하게 노는 모습을 볼 때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른다.


엄마아빠가 너희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형제, 자매, 남매가 아닐까 싶어.



엄마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지나온 시간들이기에

어마어마한 아침 시간. 잠깐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막둥이 아침을 먹인 다음 설거지며 대충 거실 정리를 했다. 그러고 나니 내 밥 따위는 차려먹기가 왜 그리도 귀찮고 힘든 건지 모르겠다. 그때 차 마시러 오라는 이웃 언니의 문자에 그게 뭐라고 반가운 마음에 후딱 준비해서 이웃 언니네 집으로 고고!


“애들 때문에 정신없어서 밥도 못 먹었지? 앉아 봐, 내가 밥 차려줄게.”


따뜻한 꽁치김치찌개와 밑반찬이 차려지는 식탁을 보니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아기랑 놀아줄 테니 편하게 밥 먹으라는 언니의 배려야 눈물을 꾹 참고 밥을 먹었다. 맛은 또 어찌나 꿀맛이던지.


문득 오늘 아침 허둥지둥 대충 점퍼 하나 입고 모자 눌러쓴 아기 엄마가 생각났다. 앞으로는 아기띠를 둘러매고 큰아이로 보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서 허둥지둥 유치원 버스를 마중 나온 그 엄마. 차량 탑승 시간엔 늦은 듯한데 아이는 장난을 치며 걷고 아기띠 안에 아가는 울어대서 정신이 없어 보이던 모습. 아기 엄마를 보면서 왜 그때 그 이웃 언니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내 맘 하나 챙겨먹기가 힘든지. 이미 지나온 길이라 더 짠해 보였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그래

아이들이 어릴 땐 육체적인 자유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면 아이들이 점점 크고 나니 정신적으로 아이와 부딪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누군가는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다. 사춘기 아이들 둔 부모의 심정은 바람 앞에 촛불과도 같을 것이다. 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의미와 뜻을 부여하고 가슴 졸이며 아이를 지켜봐야 한다. 참아야 하는 것도 알고, 아이의 본심이 아닌 것도 알지만 가끔은 아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에 가슴에 비수가 꽂힌 듯 상처를 받는다. 어떨 때는 참고 참다가 욱! 하고 폭발하는 날이 있다.


사실 어른인 척하지만 엄마아빠도 부모이기 이전에 나약하디 나약한, 아직까지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보잘것없는 인간이다. 어제는 분명 내일부터 잘해보고자 했지만 하루가 지나 오늘이 되면 또다시 후회하는 일들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애들 아빠도 아빠였던 적이 없고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떤 날은 맑았다가 어떤 날은 흐렸다 한다. 어느 날은 내 아이가 미치게 예뻐 죽겠고 사랑스럽다가 또 어느 날은 내 속으로 낳은 녀석이지만 속을 모르겠으니 참 얄밉고 속상하기도 하다.



걱정 마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사랑은 후회 없이 표현하는 것

사실 큰아이도 아직은 아이지만 동생들에 비해서 더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랬을까? 동생들이 태어나고는 큰아이에게 애정 표현은 좀 데면데면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큰아이와 무슨 일로 다투게 되었는데,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절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해서 무척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 정말 무던히 애를 썼다.


처음이 어렵다. 한번 안아보자고 하면 됐다며 손사래 치던 녀석이, 다음 날에 안아보자고 하면 그냥 슬쩍 어깨만 부딪히다가 그다음엔 가슴에 폭 안기게 된다.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걸 몰라! 가족끼리는 말 안 해도 다 아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한다면 놉!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랑한다는 말은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모른다. 입을 열어 말로 옮겨야 한다. 마음은 표현해야지 아는 것이다.


이제 엄마보다 키도 훌쩍 크고 목소리도 굵어진 아들 녀석에게 사랑 표현을 하라는 것은 남편에게는 어쩌면 오글오글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아니면 우리 아들에게 사랑한다 표현 못하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애정 표현 좀 많이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 역시도 평상시보다 더 표현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


엄마아빠가 뽀뽀해달라고 하면 처음엔 쭈뼛거리던 녀석이 요즘엔 두 팔을 벌려서 자기 가슴 팡팡 치는 귀여운 제스처를 한다. 어떤 날에는 본인이 먼저 엄마를 안아드리겠다고도 한다.


자기는 나중에 커서도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다는 녀석. 무심한 듯 무뚝뚝한 이 녀석도 나름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표현하느라 애쓰고 있구나 싶었다. 아이가 어릴 때 마구 퍼붓던 사랑 표현이, 점점 아이가 자랄수록 줄어들게 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많이 표현해야겠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