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도모다 아케미(역: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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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라이프
   
13800
2019�� 02��



■ 책 소개

 

일본 최고의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두 딸의 엄마로서
30년간 아동발달 문제를 연구한 끝에 밝혀낸 충격적인 결과

 

일본 최고의 소아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30년간 아이의 두뇌와 정서 발달의 관계를 뇌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 태도가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뇌를 물리적으로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태아기, 유아기, 사춘기는 아이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에 특히 민감한 시기다. 이 시기에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적절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아야 뇌가 건강하게 발달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민감한 뇌가 어떻게든 고통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형태를 바꿔버린다. 이러한 뇌의 변형은 아이의 자존감, 사회성, 학습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친다.

 

후쿠이 대학교 아동마음발달진료센터에서 매년 수백 명의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저자는 실제 상담 사례를 이 책의 곳곳에 담았다.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건전한 두뇌 발달을 위한 올바른 훈육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동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애착 형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 저자 도모다 아케미
일본 후쿠이 대학교 교수이자 의학박사.

1987년 일본 구마모토 의과대학 의학연구과를 수료하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 대학원 소아발달학과 부교수를 거쳐 2011년 6월부터 후쿠이 대학교 아동마음발달연구센터 교수 겸 동 대학교 부속병원의 아동마음발달진료센터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9~2011년 및 2017년 4월부터 미·일 과학기술협력산업 ‘뇌 연구’ 분야 그룹 공동 연구 일본 측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치유되지 않는 상처-아동학대와 상처받은 뇌》 등이 있다.

 

■ 역자 이은미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고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으로 교토대학에서 1년간 연수 과정을 밟았다. 결혼 후 틈틈이 번역을 하며 오래전부터 키워온 번역가의 꿈을 향해 꾸준히 달려왔다. 글밥아카데미 일어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 차례
제1장 다친 마음, 상처 입은 뇌
: 아이의 건전한 발달을 해치는 뇌 손상
뇌와 마음의 밀접한 관계
아이들의 뇌가 손상되고 있다
마음의 상처가 초래하는 뇌 변형
아이의 마음 발달, 부모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신과 의사이자 두 딸의 엄마가 전하는 이야기

 

제2장 습관적으로 화내고 후회하는 부모들
: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부적절한 양육 태도
마음 발달 장애란
마음 발달을 방해하는 부모들의 부적절한 태도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멀트리트먼트’
어떤 부모도 멀트리트먼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체벌은 훈육일까?
체벌이 주는 굴욕과 마음의 상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성적 멀트리트먼트를 판단할 때 부모가 유의해야 할 점
방임, 자유롭게 키워야만 독립심이 길러질까?
뇌의 건강한 발달을 돕는 스킨십
부모와의 애착과 사회성 발달의 관계
스마트폰 육아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
심리적 멀트리트먼트란
혼낼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이의 노력을 인정하고 칭찬하라
아이 앞에서 하는 부부싸움의 진짜 문제
뇌에 더 심각한 손상을 주는 언어폭력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도 이미 손상된 뇌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해치는 엄마들

 

제3장 무심한 어른들에게 상처받는 아이들
: 부적절한 양육 태도가 뇌에 끼치는 영향
트라우마를 먹고 자라는 내면 아이
전전두엽 피질이 위축되면 학습력이 떨어진다
시각 피질이 위축되면 시각에 따른 기억력이 떨어진다
‘민감기’에 접어든 뇌는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
비정상적으로 커진 청각 피질이 가져오는 정서 불안
부부싸움을 자주 보고 자란 성인의 IQ와 기억력
애착장애 아이의 둔감해진 뇌
인간의 뇌는 살아남기 위해 변형되어 간다
멀트리트먼트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상처들

 

제4장 아이의 뇌가 지닌 회복 탄력성
: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뇌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비뚤어진 환경부터 바로잡기
아이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지지적 정신 치료’
기억과 감정을 정리하고 긍정적으로 바꾸는 ‘노출 치료’
놀이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놀이 치료’
트라우마 해결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정신적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
자기 긍정감을 회복하는 시간
[케이스 스터디①] 가정폭력 목격으로 인한 심리적 멀트리트먼트
[케이스 스터디②] 엄마의 육아 방임으로 인한 심리적 멀트리트먼트
[케이스 스터디③] 아빠의 체벌로 인한 멀트리트먼트
[케이스 스터디④] 가정폭력 목격과 성적 멀트리트먼트

 

제5장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는 법
: 올바른 성장과 마음 발달에 꼭 필요한 애착 형성
애착, 부모와의 특별한 정서적 유대감
애착의 세 가지 유형
애착의 형성 과정
뇌 발달을 늦추는 애착장애
애착장애의 두 가지 유형
애착장애와 발달장애는 다르다
서로의 마음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아이와 부모
아이의 마음을 읽는 대화법
[케이스 스터디①] 부모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애착장애
[케이스 스터디②] 양육의 어려움에서 오는 애착장애
[케이스 스터디③] ‘훈육’에 의한 애착장애

 

제6장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함께 읽는 연습
아프고 지친 부모의 마음부터 돌아보기
착한 육아 말고 행복한 육아
‘부모다움’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현명하게 ‘화’를 다스리고 아이의 마음에 눈높이를 맞추는 법
육아에 친절하지 않은 사회
‘아이’라는 이름의 미래

 

마치며
용어 정리
참고문헌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다친 마음, 상처 입은 뇌 : 아이의 건전한 발달을 해치는 뇌 손상

아이들의 뇌가 손상되고 있다

나는 30년 가까이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아동 발달에 관한 임상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리고 어른의 부적절한 양육 때문에 아이의 뇌가 변형된다는 사실을 장기간의 조사 끝에 밝혀냈다. 갓 태어났을 때 겨우 300그램에 불과한 인간의 뇌는 서서히 성장하면서 생존 요령을 습득해간다.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특히 뇌가 외부의 영향에 민감해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있는데 바로 태아기, 영유아기, 사춘기다. 인생의 초기 단계에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받는 적절한 보살핌과 애정이 뇌의 건전한 발달에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기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의 섬세한 뇌는 고통에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형해버린다.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슬프고도 놀라운 사실이다. 그 결과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끼쳐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해치고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남긴다.


이를테면 충동성이 강해지고 걸핏하면 화를 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난폭한 행동을 하는 등 비행으로 치닫는다. 혹은 기쁨이나 만족을 느끼는 기능이 저하된 탓에 한층 자극이 강한 쾌락을 찾거나 알코올 또는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 사랑과 칭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은 자기 긍정감이 낮고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떨어져 우울감에 빠지거나 자해 행위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어린 시절부터 간헐적으로 나타나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습관적으로 화내고 후회하는 부모들 :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부적절한 양육 태도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멀트리트먼트’

1960년대 미국에서 ‘학대’라는 개념을 의학적인 관점으로 확장한 사람은 당시 콜로라도 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였던 헨리 켐프다. 1980년대 들어서는 아동학대를 보다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차일드 멀트리트먼트’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maltreatment’는 ‘treatment(취급)’에 ‘mal(나쁘다)’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파생어로 일본에서는 ‘부적절한 양육’으로 번역한다.


학대와 거의 같은 의미지만 아이의 마음과 신체의 건전한 성장 및 발달을 저해하는 양육을 통틀어 칭하는 말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모든 종류의 부적절한 태도를 의미하는, 한층 폭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른에게 가해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눈에 띄는 상처나 정신질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행위가 부적절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멀트리트먼트’다.


나는 이 ‘멀트리트먼트’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학대’라는 말은 편중된 이미지 탓에 ‘나와 우리 가족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에게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학대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해 행위 자체를 아무렇지 않게 보아 넘길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어른이 아무 이유 없이 아이를 때리는 행동은 학대라고 인식하면서도 “때리는 정도가 가볍다면 학대는 아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등과 같은 이유로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의 정도가 아니라 그 당시 폭력에 노출된 아이의 마음 상태다.


또 부모가 매일 필사적으로 육아를 하면서 아이를 위한다고 했던 일이 부적절한 양육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이라는 이른바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와 자녀 간의 일들에 대해서 제삼자가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진료 현장에서 부모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다소 자기변명이 섞여 있기는 해도 아이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사실이다. ‘학대’라는 딱지를 붙이고 부모의 인격을 완전히 부정해 버린다면 그들 스스로 양육 태도를 개선해나갈 기회마저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부모와 자녀라는 관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나는 ‘학대’라는 말로는 광범위한 사례를 다 아우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연구와 진료도 ‘멀트리트먼트’라는 개념에 기초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 책에서는 ‘멀트리트먼트’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 정부가 낸 통계에 따라 기술할 때 등 상황에 따라서는 ‘학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일도 있음을 미리 말해둔다.


멀트리트먼트 문제를 다룰 때 ‘부모’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는 당연히 친부모뿐만 아니라 주 양육자나 교육 현장 등에서 아이와 가까이 지내는 어른의 경우도 포함한다. 여기서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점은 ‘학대’를 ‘멀트리트먼트’로 바꾸어 말했다고 해서 부모의 부적절한 행위를 관대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행위가 가볍든 약하든, 아이를 생각해서 했던 행위가 아니든, 상처 입힐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아이를 다치게 하는 행위는 모두 ‘멀트리트먼트’다. 그리고 멀트리트먼트를 했다면 우리 어른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개선할 의무가 있다.


체벌은 훈육일까?

멀트리트먼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행위가 신체를 폭행하는 것이다. 타박상이나 멍, 골절, 화상과 같은 외상은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제삼자가 발견할 가능성은 있지만 옷으로 가리면 보이지 않는 곳에 폭행을 당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아이가 어른에게 맞는다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격투기 선수처럼 압도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령 어른이 힘 조절을 해서 때린다고 하더라도 아이는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비록 몸에는 상처가 남지 않을지언정 무섭다는 감정은 아이의 마음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체벌이 주는 굴욕과 마음의 상처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체벌은 ‘신체적 멀트리트먼트’인 동시에 ‘정신적 멀트리트먼트’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보다 체격이 큰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면 공포를 느낀다. 또 반격조차 할 수 없는 부당한 상황에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누군가에게 맞으면 심한 상처를 입지는 않아도 굴욕을 느낀다.


체벌을 받은 경험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맞아서 억울했다’는 사람이 제법 많다. 또는 ‘너무 창피해. 난 역시 쓸모없는 인간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신체적인 고통보다는 오히려 불합리하게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받았다는 ‘굴욕’, ‘수치’의 감정이 마음속 깊이 새겨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체벌은 백해무익이다.



아이의 뇌가 지닌 회복 탄력성 :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뇌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뇌는 급성장하는 ‘민감기’라는 시기가 있어서 이 기간에 과도한 멀트리트먼트를 받게 되면 통상적인 발달 과정에서는 볼 수 없는 적응이 일어나기 시작해 결과적으로 해당 부위나 영역이 변형되거나 기능이 바뀌어버린다.


트라우마 경험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아이의 뇌를 바꾸고 전 생애에 걸쳐 마음의 병이나 여러 가지 반사회적 행동을 초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형된 뇌는 영영 회복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변형으로 인한 손상된 뇌의 기능은 복구할 수 없는 것일까.


다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는 ‘뇌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손상된 뇌도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일 처음 증명해낸 사람은 네덜란드 뇌과학자 플로리스 드 랑어 교수다. 2008년 발표된 연구 보고에 따르면 트라우마와 관련이 깊다고 알려진 만성피로 증후군을 앓는 성인에게 인지 행동 치료를 시도한 결과, 불과 9개월 만에 위축되어 있던 대뇌변연계에 위치한 전대상회의 용적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었다. 또 유소년기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인지 행동 치료와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네덜란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카슬레인 토머스의 연구진은 이 치료를 받은 사람은 편도체의 과활성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배측 전대상 피질과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 그리고 해마의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존 더글러스 브렘너 교수의 연구에서는 약물 치료를 시행하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해마 용적이 치료하기 전보다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성장이 거의 끝난 것처럼 보이는 어른의 뇌조차 희망이 있으므로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아이의 뇌도 적절한 치료와 케어를 하면 당연히 회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감기의 뇌는 손상되기 쉬운 만큼 유연성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대응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뇌와 마음이 회복되는 속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뚤어진 환경부터 바로잡기

멀트리트먼트에 시달려온 아이를 케어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원칙은 우선 아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하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다.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리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살뜰히 케어한다고 해도 아이의 뇌와 마음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멀트리트먼트를 반복해온 부모에게서 아이를 격려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보호 시설 등에서 아이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먼저 양육 환경을 바로잡은 후 본격적인 케어에 들어가는데, 멀트리트먼트는 뇌라는 ‘기관’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마음이라고 하는 ‘정신적인 기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측면을 염두에 두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 다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를 결합해 각 증상에 맞게 치료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는 법 : 올바른 성장과 마음 발달에 꼭 필요한 애착 형성

애착, 부모와의 특별한 정서적 유대감

아이에 대한 멀트리트먼트와 ‘애착장애’는 깊은 관련이 있다. 근래에는 어린 시절에 ‘애착’을 얼마나 제대로 쌓느냐에 따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특히 정신적인 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애착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사람은 프랑스 심리학자 피에르 자네다. ‘attachment’는 프랑스어의 ‘attacher(단단히 고정하다)’에서 파생된 단어로 ‘아이와 특정한 모성적 인물(부모 혹은 양육자)간에 형성되는 특별한 정서적 유대감’을 말한다.


아이는 태어나 여섯 살 정도까지는 부모나 양육자 사이에서 애착(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안심감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주변 세계를 향해 관심을 넓히고 인지력과 풍부한 감정을 키우며 성장해나간다. “애착은 인간의 아기가 살아남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라는 ‘애착 이론’을 확립한 사람은 영국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존 볼비와 미국 발달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다.


존 볼비는 생후 1년 이내의 아기도 선천적으로 모성적 인물(부모 혹은 양육자)에 대한 특유의 애착 행동 패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혼자서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는 양육자에게 애착 행동을 보임으로써 양육자를 제편으로 끌어들이고, 그 거리를 항상 가깝게 유지하면서 욕구를 채우고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아기 특유의 애착 행동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


-불안이나 위험을 느꼈을 때 양육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울음을 터트린다.

-양육자가 자신과 떨어져 있을 때 양육자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가만히 바라보고 눈으로 좇는다.

-양육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려고 할 때 기어서라도 따라가려고 한다.


이러한 행동에 양육자가 애정을 가지고 반응함으로써 안정된 애착이 형성되고 양육자의 존재는 아이에게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된다.


존 볼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부모를 잃고 보육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을 조사하면서부터 아이들의 성장과 애착에 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아가 되기 전에 부모나 가까운 양육자와 안정된 관계를 쌓지 못한 아이일수록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말을 하지 않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살갑게 구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서 착안해 연구를 시작한 존 볼비는 인간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안전과 탐색.’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애착, 즉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강한 유대감이 끈끈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안전과 탐색은 정상적으로 가능하지 못해 결국 몸과 마음의 발달이 지체되거나 문제가 생기고, 각종 질환에 대한 면역력도 저하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전과 탐색이란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인간의 아이는 어른의 양육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위험을 피해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안전한 환경이란 부모의 곁이고, 아이는 부모의 따뜻한 비호 아래 안전하게 자라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넓고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존 요령을 익히기 위해서는 때로는 모험을 해야 한다. 용기를 내어 안전한 장소에서 벗어나 주변을 탐색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술래잡기를 예로 들어보자. 안전지대에 있으면 술래에게 잡힐 일은 없지만 한곳에 머물러서는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술래 진영을 공격한다. 그리고 마침내 위험해진다 싶으면 쏜살같이 안전지대로 돌아온다. 아이들이 너도나도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이유는 그러한 심리전과 스릴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마음 성장도 술래잡기의 원리와 매우 닮아있다. 아이는 안전지대를 거점으로 삼고 흥미나 호기심에 이끌려 바깥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바꾸어 말하면 ‘부모의 곁’이라는 장소가 있기 때문에 다소 위험하고 불안하더라도 모험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에인스워스는 이를 ‘안전기지’라고 불렀다.


무언가 위험한 일이 일어났을 때 혹은 불안을 느꼈을 때 부모가 곁에 없거나 곁에 있어도 안심감을 느끼게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언제까지고 활동 영역을 넓혀갈 수 없다. 탐색할 기회는 줄어들고 그 결과 자립할 수 있는 준비를 하지 못한 채로 자란다.


아이가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전한 성장을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안전과 안심을 보장해주는 확실한 존재, 즉 부모나 양육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안정된 애착을 쌓아나가야 한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함께 읽는 연습

‘부모다움’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부모의 자질을 갖추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오사카 의과대한 간호학부의 사사키 아야코 교수의 연구진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육아 경험이 없는 남녀를 모집한 다음, 그들이 영유아와 접촉하는 경험을 통해 ‘부모다움(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고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질)’이 강해질 수 있는지를 설문과 fMRI로 검사했다.


그 결과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남성 그룹과 여성 그룹 둘 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육아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fMRI 영상에서 확인되었다. 즉 아이를 사랑스럽게 여기고 소중하게 키우려고 하는 감정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면서 일깨워지고 키워진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아이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능력이 활성화된 뇌를 여기서는 ‘양육 뇌’라고 하자. 현대사회에서는 보육 교사처럼 항상 아이와 접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육아 경험이 없는 성인 대다수는 아이와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양육 뇌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모다움은 언제든지 키울 수 있으므로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마음껏 안아주고 스킨십을 하면 된다. 안는 행위로 따스한 온기에 둘러싸여 안심감을 얻는 것은 아기만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킨십을 하면 뇌가 활성화될 뿐 아니라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사랑의 호르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옥시토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편도체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서 투쟁심이나 공포심을 억제하고, 온화하고 애정이 넘치는 기분으로 만들어준다. 이러한 장점에서 자폐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육아가 힘들고 불안해졌을 때야말로 스킨십이 중요하다. 옥시토신의 분비가 불안이나 공포를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되도록 아이를 많이 안아주자. 옥시토신은 남성도 분비되기 때문에 아빠도 아이와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하면 양육 뇌를 키울 수 있다.


아빠나 엄마가 가만히 아이를 끌어안는 순간,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포근한 기분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안심하게 된다. 부모 또한 옥시토신의 작용으로 마음이 안정된다. 별 것 아닌 행동이지만 효과는 아주 크다. 이런 식으로 좋은 기분을 계속 유지하면 멀트리트먼트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은 내면의 갈등을 잠재우기도 한층 수월해진다.


아이라는 이름의 미래

멀트리트먼트에서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뇌가 변형될 정도의 상처’는 필요 없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장소다. 그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 어른들뿐이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 작지만 사랑스러운 유대감이 하나둘 쌓이고 쌓여서 하나의 사회가 성립되는 것이다.


애착이 잘 형성되지 못한 채 불행한 삶을 사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원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가정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현실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의사로서 과학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골몰하는 요즘이다.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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