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나를 진짜 미치게 할 때

   
에다 르샨(역: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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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육아
   
13800
2019�� 06��



■ 책 소개

 

부모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평생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다!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허약한 아이라면 ‘건강’을 꼽을 것이고 학업 성적이 뒤떨어졌다면 ‘공부’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다. 만약 아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정서적인 안정’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은 단연 ‘아이의 행복’일 것이다. 아이가 커서 행복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제 겨우 한글을 배우는 아이를 영어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고, 한창 놀 나이인 초등학생에게 밤늦도록 학원 공부를 시키는 것이다. 저마다 양육 원칙이나 교육 방법이 다르고 꼭 들어맞는 정답은 없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만은 어느 부모나 한결같다. 그래서 육아서를 읽고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한 교육에 참여한다.

 

첨단 기술의 디지털 세상이 열린 요즘에도 아이들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절대적이거나 쉬운 답이 없고, 간단한 기술도 없으며,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은 분명히 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 때문에 화를 내거나 지치기는 해도 미칠 만큼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아이의 특별함을 인정해 주고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공감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다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음과 더불어 아이를 통해 내적 행복으로 가는 좋은 기회이다. 부모와 아이가 애정을 담아 서로를 바라보고 마음을 다독여줄 때,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관계인 부모 자식간에 커다란 행복과 기쁨이 자리잡을 것이다.

 

■ 저자 에다 르샨
미국 심리학회 회원이며 교육자이자 가족 문제 상담가이다. 40년 이상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부모를 상담하면서 아이의 심리를 연구했고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열다섯 권 이상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CBS 라디오 방송의 정규 칼럼니스트, <우먼즈 데이>의 편집자 등을 지냈다.

 

■ 역자 김인숙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자녀교육의 특별한 기회》, 《소중한 내 아기 제대로 키우는 법》, 《육아 매뉴얼》, 《모유 먹이기》, 《살아 있는 지구》, 《재미있는 집》, 《인생에서 단 한 번》, 《멋지게 거절하고 단호하게 행복해져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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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여는 글_ 아이들은 왜 가끔 부모를 ‘미치게’ 하는가
추천의 글_ 아이의 속마음을 읽는 통찰력과 지혜를 주는 책

 

FIRST STORY 행복한 육아를 위한 마음의 준비
아이가 당신을 ‘미치게’ 한다면 어린 시절을 떠올려라 14
부모를 미치게 하는 행동 뒤에 숨겨진 아이의 속마음 읽기 22
아이에게 화를 낸다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다 33
육아 정보를 가려내는 올바른 기준 42

 

SECOND STORY 부모로서 꼭 갖추어야 하는 육아 철학
과잉보호와 무관심 사이에서 제대로 된 균형 잡기 54
아이마다 애정 표현을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60
아이의 프라이버시, 존중하고 지켜주어라 64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네 글자, ‘기다려라!’ 70
힘든 상황, 아이에게 어디까지 말할 것인가 78
워킹맘이냐, 전업맘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87

 

THIRD STORY 엄마와 아이의 행복한 관계 맺기
아이의 보물 1호 ‘인형’과 ‘담요’를 소중히 여겨라 94
아이를 부쩍 성장하게 만드는 ‘상상의 힘’ 99
“싫어요!”라는 말에 숨은 진짜 의미를 파악하라 107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느끼게 해주어라 112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알아야 할 열 가지 118
헤어질 때 느끼는 아이의 불안심리, 이렇게 극복하라 130
큰소리 내지 않고 형제자매를 키우는 법 136
아이가 먹지 않으려고 할 때 143

 

FOURTH STORY 우리 아이 행동 읽기
아이가 지쳐서 막무가내로 행동할 때 152
거짓말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157
아이의 마음속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 키워주기 165
집을 나가겠다고 위협하는 아이의 진짜 속마음 169
떼를 쓰며 징징거리는 이유는 관심이 필요해서다 172
버릇없는 행동은 ‘불행하다’는 또다른 표현이다 179
사고가 잦은 아이, 마음이 불안하다는 신호다 183
아이가 다른 사람을 무는 이유 187

 

FIFTH STORY 바람과 해님의 지혜로 올바르게 가르치기
아이의 버릇에 대한 부모의 잘못된 오해 192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200
아이의 수줍음 뒤에 숨어 있는 ‘배려’와 ‘사랑’의 마음 204
일관된 양육 태도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라 209
아이에게 ‘독’이 되는 체벌 213
아이의 반항은 자립을 위한 시행착오다 216
아이에게 벌을 줄 때도 원칙을 세워라 222
‘따뜻함’과 ‘엄격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라 230
배려심을 키워주면 책임감도 강해진다 235

 

SIXTH STORY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기
고자질을 달고 사는 아이의 속마음 읽기 246
아이의 ‘소유권’을 인정하면 너그러운 아이로 자란다 251
아이가 친구를 선택하는 몇 가지 기준 256
집안일도 척척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265
유아 때부터 자연스럽고 똑부러지게 성교육하기 270
화가 나면 화를 내야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란다 277

 

SWVENTH STORY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한 특별한 조언
공평한 부모가 되기 위한 기본 원칙 284
형제자매, 그 가깝고도 먼 사이 288
아이가 좌절을 극복하게 하는 방법 296
육아에 죄책감은 금물, 잘못된 상황은 바로잡으면 된다 306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슬픔은 평생 동안 상처로 남는다 310
부모, 아이의 행복을 이끄는 가슴 벅찬 이름 315




아이가 나를 진짜 미치게 할 때


부모로서 꼭 갖추어야 하는 육아 철학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네 글자, ‘기다려라!’

예일대학교의 게젤 박사는 아동의 일부 행동들은 일정한 단계가 되어야만 발달한다고 주장했고, 나이에 따른 발달기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박사의 의도와는 달리 일부 성급한 부모들은 조바심을 냈다. 그들은 자기 아이가 발달기준표에서 한 달이라도 뒤처지면 안달이 나 어쩔 줄 몰라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이가 발달기준표보다 더 빠르게 발달하면 우월감에 도취되어 자기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 다른 부류라고 착각했다.


나는 나이에 따라 이러이러한 발달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고에 동의하지 않는다. 부모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는 부모의 경직된 기대에 부응하느라 같은 발달 단계에서 해볼 수 있는 다른 여러 경험들을 하지 못한다. 솔직히 아이에 따라 좀 빠르고 늦은 시기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대개 자연스러운 순서대로, 개월 수나 나이에 따라 비슷하게 성장해 간다.


기다려라, 기다리면 점점 좋아진다

언젠가 강의가 끝난 뒤 한 엄마가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고 몹시 초조해 보였다.


“저도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나 절망적이랍니다.”


그녀가 그 다음 말을 하기 전에 나는 반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더 말할 필요도 없어요. 얼굴을 보니 알겠군요.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있지요?”


그러나 그 엄마는 마치 내가 마녀라도 되는 듯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정확하게 알아맞힌 것이다. 물론 마법은 쓰지 않았다. 그저 반은 본능으로, 반은 경험으로 맞힌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 수백 명이 넘는 부모들의 얼굴을 봐왔기 때문이다. 내 경험만 떠올려 봐도 나는 딸의 눈빛을 선명히 기억할 수 있다. 나를 보던 그 무표정한 시선을 말이다. 딸이 나를 미워했던 기간은 3,4년 정도뿐이었다. 지금 내 딸은 멋진 여성으로 자라 둘도 없는 내 친구가 되었다.


나는 그녀가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기다리세요, 기다리면 돼요. 점점 좋아질 거예요.”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녀와 나는 사춘기 아이들이 갖는 고민과, 독립적인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부모를 향해 드러내는 적대감에 대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부모의 뜻을 거스를 용기가 있는 아이는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무모한 짓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인내’다.


자신의 성장에 대해 나름의 시각을 갖고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아이 입장에서 볼 때 과거는 너무 짧고 미래는 희미하기만 하다. 아이가 나름대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은 현재뿐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당황스러워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성장하는 동안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가 저지른 행동만 부모가 반복적으로 말하면서 확인시키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무언가를 늘 물어뜯는 네 살짜리 아이가 있다. 이런 버릇은 분명히 고쳐야 한다. 하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일 뿐 크면서 고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먼저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 사춘기 딸이 엄마에게 학부모 모임에 나타나면 다시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딸의 얼굴에서 가책과 죄의식을 보았다면 부모는 딸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가 불안한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안다면 충격을 받을 필요조차 없다.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었던 딸은 뚱뚱한 데다 좋은 옷 한 벌 없는 엄마 때문에 그렇게 되지 못할까봐 불안했던 것이다.


기다림은 무관심과는 다르다

부모라면 ‘기다려라’는 말에 담긴 가치도 배워야 할 뿐 아니라 아이 역시 그 말뜻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수학 점수가 형편없다고 해도 인생은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 어른들도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곤 한다. 아이에게는 성격이 나쁘거나 바보 같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어리기’ 때문이며, 그런 것도 성장에 필요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기다리는 것은 수동적이거나 무관심한 것과는 다르다. 아이의 성장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기다림이란 성장에 꼭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을 철학적으로 인식하라는 의미다. 그것은 아이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단계에 머물러 있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하지 않는 태도다.


아이가 한 단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거나 전 단계로 퇴보하는 행동을 보이면 조바심을 내며 아이를 몰아붙이는 부모들이 많다. 돌이켜 보면 그때는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이 가장 전전긍긍했던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만약 지금 당신이 그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면 우리 모두 무사히 살아남아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어렸을 때 내 딸은 몇 시간이고 계속 소리를 질러대며 울고는 했다. 나는 딸아이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앞으로는 절대 편히 잘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딸은 나를 쇠사슬로 꽁꽁 묶어 놓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은 딸이 혼자 울도록 내버려두기도 했다. 하지만 내 행동은 완전히 바보 같은 짓이었고 그때 나는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다.


아이는 자기가 누워 있는 공간이 미지의 공간이 아니며, 가족들이 모두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만한 나이가 되면 그렇게 울던 버릇은 저절로 고쳐진다. 또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을 때 심지어 외로움을 느낄 때도 곧 누군가가 나타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리 똑똑한 아기라도 1년 6개월은 지나야 엄마가 자기를 위해 주는지 혹은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 단, 그 사실을 부모로부터 사랑과 이해를 받는 상태에서 깨닫느냐, 아니면 거부당하거나 겁을 먹은 상태에서 깨닫느냐의 차이는 있다.


계속 울기만 하는 아기에게 영원히 붙들려 있을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예를 들면, 젖병을 게걸스럽게 빨던 아기가 자라서는 핫도그나 탄산음료처럼 먹어서는 안 될 음식만 찾는 아이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엄마가 끝까지 먹지 못하게 하면 아이는 원하는 음식만 집어서 재빨리 입속으로 넣어버린다. 몇 날 며칠 그럴 때도 있다. 아이가 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며 걱정하는 엄마들이 많다. 그럴 때면 나는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아마 당신도 먹으려 들 걸요.”라고 말해 준다.


아이는 태어난 후 두 해 동안은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그 뒤에는 자라는 속도가 줄어든다. 네 살에서 여섯 살 무렵에는 아무 이유 없이 식욕이 떨어지는 시기도 있다. 아이와 싸우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된다. 하루에 세 끼를 배불리 먹이려 하지 말고 여러 번으로 나누어 조금씩 먹게 해보자. 아이가 tv를 보면서 먹은 땅콩과 우유 반 컵, 바나나 반 개는 한 끼 식사만큼이나 영양가가 있다. 단, 집에 질 낮은 군것질거리를 두어서는 안 된다. 먹지 않는 시기가 지나면 아이들은 갑자기 끊임없이 먹으면서도 배고프다고 말한다.


다른 부모들을 안심시킬 때면 아는 분별 있는 자세를 취했지만 집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네 살쯤 되었을 때 아이는 나쁜 꿈을 자주 꾸었고, 무서워했다. 나 또한 그 때문에 밤잠을 설쳤고,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다. 나는 완전히 실패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다른 부모와 아이들을 통해 그 시기에 무언가를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시끄러운 소리나 천둥소리에 놀라고 무서워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는 당연한 감정들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한다.


시간, 기적을 만드는 마법의 지팡이

아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아빠의 고함 소리가 아니라 천둥이다. 어린 동생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아니라 동물원을 탈출해 꿈속으로 들어오려는 호랑이다. 숫기 없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엄마가 아니라 천장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다.


부모가 혼내고 비난하는 집 아이들은 늘 화가 나 있고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죄의식을 억누른다. 이렇게 억압된 감정은 후에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상대방이 불쾌해 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반면, 어떤 아이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상대방이 불쾌하게 느끼도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이 차이는 부모가 ‘어떻게 기다리느냐’에 있다.


‘학창 시절’이라는 말을 쓸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장면만 떠오른다. 바로 내 딸의 방이다. 그 방은 늘 전쟁터를 떠올릴 만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딸이 자라면 분명 게으름뱅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도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끔 책상 서랍에 둔 내 지갑에서 돈을 훔쳐가고는 했기 때문이다. 또 항상 모든 것을 부인했기 때문에 병적인 거짓말쟁이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믿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자란 뒤 그 애 집을 찾아갔더니 딸은 내가 식사를 마치기도 무섭게 설거지를 했고, 누구든 부엌을 어지럽히면 잔소리를 해댔다. 자신을 가꾸는 데도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딸이 이렇게 변한 이유의 75퍼센트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25퍼센트는 나와 남편의 공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물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이가 사춘기로 접어드는 바로 그때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 시작되는 시기다. 가엾은 내 딸은 늘 자살을 생각하고, 우울증과 정신병이 있고 적의에 차 있으며, 게으르고 무식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딸의 친구들은 대부분 내 딸보다도 상태가 훨씬 나빴다. 만약 누군가가 늘 우리 집 현관을 넘나들던 그 지저분하고 말없던 아이들이 언젠가는 위트 있고 상냥하고 섬세하고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바뀔 거라고 말해 주었다면 도저히 믿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나는 우는 아기나 겁에 질린 아이 때문에 밤잠을 설칠 일이 없다. 낮에는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는 집에서 고요한 평온을 느끼며 시간을 보낸다. 지저분한 쓰레기도 없으며, 고함 소리도 들리지 않고, 학교로 찾아오라는 담임 선생님의 전화도 끊긴 지 오래다. 또 내가 늘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두려움도 사라졌다. 누가 봐도 평화로운 이 상황이 가끔은 불안하기도 하다.


지금 나하고 가장 즐겁게 지내는 사람이 누구일 것 같은가?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손주들과 겪으며 살고 있는 내 딸이다. 내 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불안과 조바심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문제가 많을 때는 성장이 기적을 만든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나는 몇 번이고 계속해서 그 말을 되풀이할 것이다. 마법 같은 효과를 가진 말, 바로 ‘기다려라!’는 말이다.



엄마와 아이의 행복한 관계 맺기

“싫어요!”라는 말에 숨은 진짜 의미를 파악하라

성장이란 어엿한 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무척 즐거워한다. 아이가 자라서 자신에 대한 개념이 생겨 “나, 나도 이거 할래”라고 말하면 부모는 큰 기쁨을 느낄 것이다. 그러다 아이가 “저 이거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극적인 순간에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문제는 “당근을 먹고 싶어요”라고 했던 말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조만간 “나는 당근을 먹기 싫어요”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기호,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과 삶에 늘 “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어린아이가 하는 “네!”라는 말은 주변의 누군가가 아이 대신 내린 결정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처음 하는 “싫어요!”는 자신의 존재를 가장 확실하게 확인하는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아이의 자아가 모습을 내밀고 “내 인생은 내 거예요. 내가 이끌어 갈 거라고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이가 싫다고 말한다면 부모의 유머와 위트가 필요하다

싫다고 말해도 부모가 당황스러워하지 않으면 아이의 혼란스러움은 곧 사라진다. 아이가 싫다고 말할 때마다 부모가 힘들어하거나, 도덕적인 책임을 느끼거나, 마음속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아이와 아예 말을 하지 않으려 하면, 아이는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그렇게 버릇없는 방법으로 자신의 자유와 자아를 찾기 위해 싸우려 한다. 물론 다른 방법은 찾아보지도 않고 말이다.


그러나 아이가 싫다고 말했을 때 부모가 유머 감각을 발휘해 대응하거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낸 아이를 칭찬하면, 아이는 “싫어요”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자아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유 의지를 가지려는 아이의 뜻을 부모가 존중해 주는 것은, 아이가 더 많은 권리와 특권을 가진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가 책임감을 가진 어른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아이는 그렇게 오래 걸린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혼자 길을 건너는 것은 아직 위험해. 하지만 아침식사로 밥과 된장국을 먹을지 시리얼을 먹을지는 네가 결정하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 자랐으니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아직 엄마 말을 따르는 게 좋아. 대신 오후에 어디에서 놀지는 네가 정하렴. 공원에서 놀 거니, 아니면 친구네 집에서 놀 거니?”


아이가 처음으로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나 바로 여기 있다고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것도 매우 용감하고 반항적인 태도로 말이다. 이제 아이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어야 할 때며, 아이가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아이가 싫다고 말하는 단계에서 부모가 나팔 소리를 울리며 싸울 태세를 갖추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가 자신의 기호와 감정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 개인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부모가 존중하면서 즐겁게 받아들이면 그 단계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긴 안목으로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중에 우리 아이가 당당하게 싫다고 말했으면 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길고양이를 괴롭히자고 부추기는 아이들, 싸움에 합세하라고 강요하는 무리들, 자기에게 한 표를 던지라고 선동하는 정치가 등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아이에게 ‘싫다’고 말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자존감도 없고 올바른 판단력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기

화가 나면 화를 내야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란다

‘화’는 반드시 억눌러야 하는 감정이 아니다. 화를 내는 것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화가 났을 때 뿜어 나오는 위험하고 파괴적인 힘은 ‘화’라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에게 화에 대해 가르쳐주고, 아무리 화가 나도 위험한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화를 풀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해 주자. 찰흙을 세게 두드리라고 하거나 베개에 주먹질을 해보라고 하는 것도 좋다. 찰흙이나 베개가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때로는 큰 소리로 마음껏 소리를 지르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처럼 아이에게 화를 표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도움을 받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화를 다스릴 줄 안다.


화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평소 마음속에 감춰진 분노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갑자기 폭력적이고 위험한 사람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감정에 대한 반응도 다를 수밖에 없다. 조금만 실망스러워도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가 옆에서 아무리 약을 올려도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화가 나면 갖가지 방법으로 풀려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을 느꼈을 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화가 나는 걸 무서워하거나 죄스러워하는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모든 감정을 다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호기심과 창의성 같은 바람직한 부분이 발달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는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점점 안으로 움츠러든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이야기하면, 아이도 편하게 화가 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 부모도 아이에게 화를 냈다면 솔직히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말은 적절하면서도 세련된 사과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화를 내서 미안하구나. 아빠가 정말 어리석었어.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마. 하지만 가끔 네가 아빠를 괴롭게 만드는 건 사실이야.”


아이가 화를 폭발시킨다고 해서 위험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형제자매끼리는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기 마련이다. 부부도 가끔 접시 한두 장쯤은 던져서 깨뜨릴 수 있다. 때로는 계속 화를 내며 무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보다 한바탕 폭발시키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인간은 사랑과 미움, 이기심과 동정심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다. 사람은 사랑도 해보고 화도 내봐야 한다. 그러면서 그 둘이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가고,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배우는 것이다.


분노는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취할 수 있는 반응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본능이다. 자아를 표현하거나 성장하는 데 방해를 받으면 아이는 화를 통해 자기 내부의 힘을 결집시킨다. 핀에 찔려 울어대는 아기든, 사람들마다 바르게 행동하라고 말하는 바람에 화가 난 여섯 살짜리 아이든, 깡패한테 맞아 씩씩거리고 있는 젊은이든, 양로원에서 홀대를 받아 마음이 쓰라린 병든 할머니든 상관없이 자신의 안전과 정체성에 위협을 받았을 때 우리의 생명력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화를 내는 것이다.


화는 위험을 인식했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 화의 원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용기 있고 솔직하게 대처하면 위험한 내부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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