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왜 저커버그가 없을까?

   
문성철
ǻ
책읽는귀족
   
15000
2019�� 05��



■ 책 소개
우리나라에는 ‘창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은퇴를 앞두고 치킨집이나 편의점을 하는 걸 연상한다.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창업’이라는 카테고리에서도 역시 ‘낡은 틀’ 속에 갇혀 있는 셈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이러한 틀에 갇힌 세계를 물려받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도 밝은 미래가 있으려면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낡은 틀을 깨뜨려야 한다.


 꿈, 끼 그리고 깡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는 한국 청소년인데 신기하게도 창업 분야에만 이른바 ‘글로벌 스타’가 없다. 방탄소년단, 김연아, 비보이 등이 세계를 꽉 잡고 있는 거랑 비교된다. 스포츠나 연예 분야에서는 어린 나이에 크게 성공하는 한국인이 많은데, 왜 유독 창업 분야에는 그런 사람이 없을까? 우리의 자영업자들이나 기업인들은 청소년 때 창업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다. 만일 그들이 ‘지금 모르는 것을 그때 배웠더라면’ 많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책 『우리나라에는 왜 저커버그가 없을까?』는 머지않아 어른이 되어서 그 자리에 서게 될 우리 청소년들에게 미리 예방주사를 맞히는 의미도 있다. 창업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청소년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든 이 책을 한번 읽고 성장한다면 미래를 위한 대비책이 될 것이다.

 

■ 저자 문성철
창업을 꿈꾸며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학교 수업 외에도 신사업 기획에 관한 강연이나 세미나라면 빼놓지 않고 참석하며 사업을 준비했다. 그동안 읽은 경영 서적만 수천 권이 넘는다. 이뿐만 아니라, 창업가로서 실전 경험도 착실히 쌓았다. 드라마 <미생>의 배경이었던 종합상사에서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2개 회사를 창업해 운영했다. 엔젤 투자 유치부터 회사 매각까지 A부터 Z까지 온몸으로 창업 실무를 익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창업 지혜를 전해주고자 이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창업력』, 『늦깎이 CEO』, 『우울해도 괜찮아』 등이 있다.


ㆍ한국직업방송·YTN 창업 강의
ㆍ(주)산타프루츠· (주)청년수산 대표
ㆍ현대종합상사 사업개발팀
ㆍ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
ㆍ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차례
작가의 말 : 창업 분야에도 방탄소년단이 나오기를!


START :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지
Stage 1 : 떠나기 전에
창업 권하는 사회
나에겐 어떤 끼가 있을까?
같은 마음, 다른 역할


Stage 2 : 혼돈의 시장
눈만 뜨면 세상이 달라져 있다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고
100명의 팬을 확보하라


Stage 3 : 죽음의 계곡
투자자에게 청혼하기
1개와 1만 개의 차이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Stage 4 : 마지막 결전
손을 내밀 줄도 알아야 한다
마른오징어도 짜는 게 경영이다
끝판에 이겨야, 진짜 이긴 거다!

 

FINISH : 그대여, 역사가 되었는가?



우리나라에는 왜 저커버그가 없을까?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지

“찾았다! 너도 벌써 20살이네.”

고등학교 때 썼던 다이어리를 찾으려 집을 뒤엎었다. 한 번 쯤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사업하는 내내 시간에 쫓겼다. 내가 잘하고 있나,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나 잠시 뒤돌아보고 싶어도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더 늦기 전에 큰맘 먹고 날을 잡았다.


머리도 식힐 겸 1박 2일로 강원도 여행을 준비했다. 짐을 싸면서 제일 먼저 챙긴 게 다이어리였다. 사업에 지칠 때면 종종 18살 때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피가 끓어오르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나이. 지금의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냥 그때의 추억이라도 떠올려보고 싶어 다이어리를 가방에 넣었다.


사업가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런 생각이 있다. 성공의 정점에 있어도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제아무리 튼튼한 회사라도 언제든지 무너져 내릴 수 있단 걸 알기 때문이다. 그만! 생각 그만하고 여행이나 즐기자. 어떻게 만든 시간인데. 순간에 집중하자. 생각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뗐다. 몇 년 만에 등산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38살이면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닌데. 이게 다 사업한답시고 몸을 막 굴려서다. 끼니도 거르면서 일했으니 체력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뚝뚝. 빗방울이 떨어졌다. 가을에 웬 비야. 되는 일이 없네. 큰일이네. 우비도 안 가지고 왔는데. 다시 내려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비가 거세졌다. 어쩔 수 없이 등산로를 이탈해 절벽처럼 깎아진 한쪽 흙더미에 몸을 기댔다. 나뭇잎 더미를 헤쳐보니 작은 동굴이 있었다. 머리를 숙여 간신히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어디일까?

동굴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노라니 오만 잡생각이 떠올랐다. 쓸쓸한 마음에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첫 장을 넘기려는 찰나였다. 표지에 따사로운 햇볕 한 줄기가 보였다. 이상하다 싶어 뒤를 돌아봤다. 동굴 끝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한 줄기 빛이 세어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건가 싶어 빛을 쫓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동굴 천장은 내가 목을 젖혀야 보일 정도로 높아졌다. 신기해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는데 동굴 밖으로 태양이 보였다. 이상하네. 분명 비가 오고 있었는데. 여긴 산 반대편이라 그런 건가. 여긴 대체 어디지? 등 뒤에서 빗소리도 안 들렸다.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동굴이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생각할 틈도 없이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무언가 강한 물체가 내 뒤통수를 때렸다. 이건 또 뭐야. 축구공이잖아. “아저씨,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공을 가지러 온 남학생이 내게 말을 걸었다. “어, 괜찮아. 근데 여긴 어디니?” “네?” “아저씨가 길을 잃었다. 비가 와서 동굴로 들어왔는데 혼란스럽네. 그러니깐 아저씨 말은 이곳이 어디야?” “여긴 ‘경덕초등학교’예요.” “괜찮으신 거죠?” “조금 욱신거리는데 괜찮아. 아저씨 고향에도 ‘경덕’이란 이름을 가진 학교가 있었는데, 강원도에도 똑같은 이름을 가진 학교가 있었구나.”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여긴 청주예요. 가경동이요. 전 이만 가볼게요.”


청주라고? 그러고 보니 익숙한 운동장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주말마다 운동했던 곳이랑 똑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억을 더듬어 학창시절 자주 가곤 했던 마트 쪽으로 걸어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이곳이 내 고향, 청주라면 마트도 있을 거다. 어라? 마트가 진짜 있네.


“저랑 똑같은 수첩을 쓰시네요”

추억도 되새길 겸, 예전에 자주 갔던 벤치로 향했다. 하나도 안 바뀌었네. 여기 앉아서 책도 보고 상상도 하고 그랬는데. 맞다, 다이어리! 작은 실마리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일기장을 꺼냈다.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읽어보려는데 잠이 쏟아졌다. 안 하던 등산을 무리하게 해서였을까. 눈이 스르르 감겼다. “아저씨, 다이어리 떨어졌어요. 저랑 똑같은 수첩을 쓰시네요. 여기 있어요.”


한 소년이 건넨 말에 잠에서 깼다. 잠깐 졸았나 보다. 정신을 차리고 앞에 있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봤다. “넌……, 넌……. 나잖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네?”소년도 처음에는 황당해하더니 이내 표정이 굳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살이 찌고 피부 빛이 어두워지긴 했지만, 누가 봐도 우리 둘은 서로 똑 닮았다.


“미안해. 목소리 높여서. 혹시 이름이 뭐야?” “문성철이라고 해요, 이상하네요. 저랑 똑같은 다이어리를 쓰시는 것도. 외모도. 그리고 여기 있으신 것도. 이곳 벤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여긴 내만의 아지트야. 난 이곳을 좋아했어. 저녁노을이 질 때면 따뜻한 햇볕을 쬘 수 있거든.” “그걸 어떻게 아시죠? 아저씨는 누군가요……?”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문성철이란다. 이제 기억이 나. 넌 18살 때의 나야. 젊은 시절 모습 그대로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혹시 오늘이 며칠이니?” “오늘은 1998년 8월 15일이에요.” “맙소사! 내가 과거로 왔잖아.”



떠나기 전에

창업 권하는 사회

그래! 다이어리! 성급히 일기장을 펼쳐봤다. 1998년 9월 15일 이후로 적었던 내용이 보이질 않았다. 과거로 오면서, 그러니깐 지금, 이 순간으로 오면서 모두 지워졌나 보다. 오늘 날짜가 적힌 페이지에는 ‘창업이나 해볼까……?’라고 적혀있었다. 맞아. 내가 본격적으로 창업 고민을 시작했던 때가 보로 오늘이었지.


옛날 생각이 나서 소년에게 물었다. “넌 오늘 창업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여기 온 거야. 그렇지?” “네.” “아저씨가 이상해 보이지? 그래도 못 이기는 척 한번 믿어봐. 어쩌면 우리 인생, 그러니깐 네 인생이 바뀔 기회일지도 모르잖아.” “…….” “잘 생각해봐. 내가 창업에 대한 지혜를 너에게 가르쳐준다면 넌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마크 저커버그요? 그게 누구죠?” “지금은 ‘페이스북’이 없지……. 그러니깐 아저씨가 사는 세상에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만든 사람이야. 사람들끼리 서로 일상을 나누고, 네트워크도 넓힐 수 있게 도와주는 인터넷 서비스야.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대학교 때 회사를 창업했어. 그리곤 세계 최고 부자가 됐지. 입지적인 인물이야.”


“죄송한데, 그쪽 도움은 필요 없어요. 저 혼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고요.” “잘났다, 잘났어. 그러니깐 실패하지. 어디 한번 네 멋대로 해봐. 네가 잘 모르고 하는 소리 같은데, 넌 첫 번째 창업에서 실패해. 그걸 또 반복하고 싶은가 보네.” “제가 실패한다고요?” “철저하게 무너지지.” “아저씨가 뭘 안다고 그래요! 불쌍해서 도와주려 했더니 안 되겠네요.”


왜 모두 공무원인가?

“저에게는 분명한 계획이 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죠.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고 버스 안에서도 영어 단어를 외운다고요. 제가 실패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 그럼 너의 계획을 설명해봐.” “20대 때에는 먼저 공무원이 될 거예요. 어떤 공무원 시험을 볼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합격할 거예요. 그리고 생활이 안정되면 그때부터 아이템을 조사해서…….”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가 뭐야? 아까는 창업에 관심 있다며.” “물론이죠. 창업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과정이란 게 있잖아요. 그래서 공무원을 하면서 시간을 벌려는 거죠.” “넌 그저 주변에서 ‘공무원이 최고다’라는 말만 듣고,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서 네 진로에 억지로 공무원을 넣은 것뿐이야. 전형적으로 실패하는 사고방식이지. 스스로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남들이 하니깐 나도 한다는 생각 말이야.”소년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렇다고 치죠. 그래서 아저씨는 성공했나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페이스북 같은 회사를 만들어보셨나요?” “안 그래도 그 질문을 할 거라고 예상했다. 나는 너의 미래야. 네가 하는 행동이 내 모습, 그러니깐 너의 미래를 바꿀 거야. 너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래. 자신이 뭘 원하는지 깊게 고민해보지도 않고 창업부터 해. 그리곤 방황하고 고통 받지. 이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 아저씨가 사업하는 내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소년 문성철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거든.” “어떻게 이런 만남이 이루어졌는지 모르겠다만, 분명한 건 이 순간이 네 인생을 바꿀 기회란 거야. 우리 한번 해보자. 막말로 손해 볼 건 없잖아. 응?”


나에겐 어떤 끼가 있을까?

닮아서였을까. 우린 금방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녀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렵지. 아저씨도 그랬어. 심지어 아저씨는 35살이 돼서야 깨달았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말이야.” “오랜 시간을 허비하셨네요.” 순간, 대답을 못했다. 나도 한때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으니깐. 하지만 아니었다. “중학생 때부터 진지하게 고민했으니까 시간으로만 보면 거의 20년이지. 하지만 이 시간이 무의미했던 건 아니야. 겪어야 할 일들을 모두 통과해왔기 때문에 비로소 가슴 벅찬 일을 찾을 수 있었던 거지. 이런 순간은 사람마다 모두 달라. 빌게이츠처럼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사람도 있고, KFC 할아버지처럼 60살이 넘어서 소명을 발견한 사람도 있지. 언제 찾았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직업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가슴 벅찬 일을 찾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을 새우면서 공부한다. 어떻게 해야 녀석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이끌어 내줄 수 있을까? “적성을 고민하는 게 한가한 신선놀음 같아 보이지? 그럼 우리 쉽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 시간도 얼마 안 걸릴 거야.” “좋아요. 제가 원한 건 그런 거였어요. 실용적인 방법이요.” “보자. 성철이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거 같은데? 무언가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네. 여기 적어놓은 독서와 신문 보기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적어봐. 어떤 종류의 책을 많이 읽었는지, 어떤 주제의 신문 기사를 유심히 살펴봤는지. 막연하게 머리로 생각하는 거랑 써서 보는 건 또 달라.” “그러네요. 적으니깐 명쾌해지네요. 제가 좋아하는 일의 공통점도 보이고요. 그럼 전 기자 같은 쪽으로 진로를 정해야 할까요?” “질문이 틀렸어. 직업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먼저 고민해야지. 직업을 결정하는 건 그다음이야.” “우리가 발견해야 하는 건 ‘삶의 방향성’이야. 인생의 나침반 같은 거지.” “방향성이요?” “응. 너에게 중요한 가치를 정리해둬야 해. 직업은 수단이야. 방향성만 잘 유지하면서 네 상황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되는 거야. 직업은 수단일 뿐이고, ‘이야기꾼’이라는 정체성만 잃지 않으면서 살면 돼.”



혼돈의 시장

눈만 뜨면 세상이 달라져 있다

아이디어에 시대정신을 담아야

소년은 내게 신문을 건네줬다. 종이 냄새를 맡으니 추억이 떠올랐다. “진짜. 신문 오랜만에 본다.” “아저씨는 뉴스 안 보세요?” “매일 보지. 내 말은 ‘종이’ 신문을 오랜만에 본다고.” “그럼 어떻게 보는데요?” “휴대폰으로 봐.” “네? 화면이 지우개만 한데 그걸로 어떻게 신문을 봐요?” “미래에는 컴퓨터와 휴대폰이 합쳐진 스마트폰이란 게 나와. 화면도 손바닥만큼 커지고 이미지도 깨끗하게 잘 보여. 나중 되면 알게 될 거야.” “20년 뒤 모습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군요.” “상상을 초월하지. 내가 사는 곳은 눈만 감았다 떠도 세상이 바뀌어 있어.”


“심지어 휴대폰 안에 카메라도 있어서 별도로 사진기를 살 필요도 없어.” “휴대폰과 사진기가 합쳐져 있다고요? 좋은 아이디어네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사진을 출력해 다닐 필요가 없어졌겠지?” “그렇겠죠. 휴대폰에 들어있는데 굳이 인화해서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죠.” “만약에 네가 사진을 인화해주는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 “어때, 섬뜩하지? 그게 현실이야. 실제로 지금 아저씨 동네에는 사진관이 없어.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래서 창업 아이템을 고민할 때 시대 흐름에 예측해보는 게 중요해.” “그래야겠네요. 제가 선택한 사업이 미래에 사라질 일이라면……. 생각만 해도 무섭네요.”


“그런데 미래를 어떻게 예견할 수 있죠? 아저씨야 미래에서 왔으니깐 알 수 있는 거죠. 저처럼 평범한 고등학생이 어떻게 시대 변화를 예상하겠어요.” “맞아. 그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야. 방법은 깨어있는 수밖에 없어. 뉴스도 열심히 보고, 책도 많이 읽고, 가끔 마트에 놀러 가면 어떤 신제품이 나왔나 관심도 가져봐야 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일에도 정보가 숨어 있거든. 그런 정보들을 연결하다 보면 미래를 조금이라도 예측해볼 수 있어. 그러니깐 매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변 변화를 관찰해야 해.” “창업이 쉬운 게 아니네요.” “원래 창업이란 게 힘들고 고된 여정이야. TV에서는 성공한 모습만 보여주다 보니, 사람들이 종종 오해해. 성공한 기업가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건 혹독한 과정을 견뎌내고 이겨냈기 때문이야.”


100% 완벽하게 준비된 창업은 없다!

“아저씨의 말을 요약하면, 아이템을 고민한 때 사회 변화 흐름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거군요.” “그렇지. 이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보자. 직접 창업 프로젝트를 실행해보자고!” “지금 당장이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요?” “100% 완벽하게 준비된 창업은 없어. 그리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준비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니야. 공부하지 말란 뜻도 아니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고, 머리 터지도록 창업을 연구해야 해. 아저씨 말은 ‘공부를 위한 공부’를 기계적으로 하지 말란 거야.”


“그럼 무슨 공부가 필요하죠?”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해. 이게 더 본질적인 공부야.” “창업하면 매 순간 새로운 일과 마주쳐. 정부인허가도 받아야 하고, 신기술도 개발해야 하지. 그뿐인가, 처음 보는 계약서도 수두룩해. 매일매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차고 넘쳐.” “어떤 말씀인지 잘 알겠어요. 하루하루가 다이내믹하겠네요.” “실수투성이일거야.” “전 실수하는 게 두려워요. 자존심도 상하고요. 제가 공부한 뒤에 창업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린 거도 실은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야. 부끄러운 게 아니야.”



죽음의 계곡

투자자에게 청혼하기

주식을 팔아서 돈을 구해야

소년은 진중하게 물었다. “어려운 여정이 될 것 같네요. 여행 가방을 꼼꼼하게 싸둬야겠어요.” “하하! 심각해 보이는데?” “장난치지 마시고요. 낙오하지 않고 성공의 문에 도달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세요.” “알았어.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천사 같은 투자자를 찾아야 해. 이름 그대로 ‘엔젤(angel)’투자자지. 그 전에 돈을 빌리는 것과 투자를 받는 것의 차이점을 알아야 해. 우린 무조건 투자를 받아야 해. 빚을 지는 건 절대, 절대, 절대 안 돼.” 나도 한때 자신감, 아니 무모함이 하늘을 찌를 때가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큰 돈을 빌려서 사업에 쏟아부었던 적이 있다. 정부 기관, 은행은 물론이고 지인, 가족 돈까지 싹 끌어모았다. 이후 뜻하지 않게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빚을 갚느라 몇 년을 허비했다. 정말이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살면서 몇 번을 후회했는지 모른다.


“사업에 필요한 돈을 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돈을 빌리는 거야. ‘부채’라고 하는데 원금에 이자를 부쳐서 갚아야 해. 두 번째는 투자를 받는 방법이 있어. 주식회사를 만들고 내가 가진 주식을 팔아서 돈을 모으는 거야.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 “개념 자체는 이해가 가는데 손이 안 잡혀요.” “안 해봐서 그래. 한번 계산해보자. 자본금 100만 원으로 주식회사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만약 1만 원짜리 주식을 발행했다면 전체 회사 주식은 100주가 있는 거야. 쉽게 이 주식을 네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투자자가 만약 네 사업에서 가능성을 본다면, 1만 원짜리 주식을 주당 10만 원에 사. 액면가는 1만 원이지만, 여기에 미래 가치를 더해서 10배 금액을 주고 네 주식을 매입하는 거지.” “네. 그런데 투자자는 액면가 대비 10배로 주식을 산 거잖아요. 그러면 이분들은 돈을 어떻게 벌어요? 아저씨 말대로 주식은 원금을 돌려받을 수도 없는데.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제 주식을 사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가요.”


“자본금 1백만 원짜리 회사가 성장을 거듭해서 100억 가치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10% 주식을 가지고 있었던 투자자는 얼마를 벌게 되는 거지?” “10억이네요!” “이제 알겠지? 그걸 기대하고 네게 투자하는 거야. 큰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큰 수익을 내는 거지.” “이해했어요. 그러니깐 채권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거고, 투자자는 다소 위험하더라도 큰 수익을 추구하는 거란 말씀이신 거죠?” “그렇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 번 더 강조할게. 지금 네 나이 때는 반드시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키워나가야 해.”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이제 개성에 대해서 논해보자.” “개성이요?” “응! 시장은 정글 같아. 사방팔방에서 날 잡아먹으려고 안달이 나 있지. 누가 돈 좀 번다, 싶으면 경쟁자가 우르르 몰려들어.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어놓지.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야.” “더할 때도 있나 보네요.” “그럼! 아예 똑같은 제품이 나오는 상황도 있어. 가격까지 더 싸게 해서.” “나쁜 사람들이네요. 그럼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모조품이라고.” 나이가 들수록 이런 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고민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어디까지, 어디까지 말해줘야 할까. 시장에는 무법자들이 판을 친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 기업을 무너뜨린다.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그게 또 현실이기도 하다. 선량한 창업자도 이런 환경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 때론 뒤섞여 진흙탕 싸움도 해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원칙을 지키라고 말해야 하나. 아님, 편법을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나. “신고해야지. 그런데 법의 경계가 모호해. 복제품이라고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브랜드나 디자인을 약간씩 바꿔서 나오니깐.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야. 1심, 2심, 3심 판결이 나오는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려. 현실적으로 이제 막 창업한 기업이 이들 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을 펼치기는 쉽지 않아. 변호사 비용도 무시 못 하고.” “20년 뒤에도 무법자들이 판을 치나요?” “아니, 우리 사회는 조금씩 진일보해왔어. 지금도 시민들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법과 원칙을 확립하게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 범법자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어. 하지만 단언컨대, 네가 결단하기에 따라 대한민국 미래는 달라질 거야. 때론 억울하고, 말도 안 되게 힘든 순간이 닥쳐도 원칙을 지키며 싸워야 해.”


“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야. 모조품을 막아줄 수도 없고, 빈틈없는 해결책을 제공해주지도 않아. 법에는 항상 허점이 있거든.” “편법을 말씀하시는 거죠?” “응. 그래서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개성을 갖추는 게 중요해. 그 누구도 쉽사리 따라 하지 못하게 장벽을 만들어 버리는 거지. 내가 개척한 시장으로 다른 경쟁자가 넘어오지 못하게.”



마지막 결전

손을 내밀 줄도 알아야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동맹 맺기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직접 부딪히는 시기를 최대한 미뤄야만 할 거 같아요.” “지혜로운 선택이야. 본능적으로 느껴지지? 창업 기업이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해도 규모면에서는 대기업 한 개 팀보다 작아.” “네, 그럴 거 같아요.” “자금 문제만 따져 봐도 그래. 창업 기업이 3~4차례 투자를 유치한다고 해도 최대 수십억 정도야. 사실, 이 정도 금액은 투자받는 기업도 극소수지. 대다수 회사는 몇 억 정도로 오랜 시간을 버텨야만 해. 반면, 대기업 자본력은 막강하지. 한번 투자했다 하면, 수백억은 기본이니깐. 그뿐인가. 수천 명의 인력도 순식간에 투입할 수 있어.” “네! 어떻게 해야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까요?” “일단 덩치를 키워야지. 체급이 다른데 어떻게 정당한 대결이 되겠어. 네가 만든 사업체는 대기업의 백 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 규모도 안 되잖아.” “맞아요.” “규모를 극복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연합군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와 뜻이 통하는 기업을 모아서 공동 대응하는 거죠.” “대단한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야. 실제로 중소기업이 연합해서 공동 브랜드를 만든 때도 있어. 일종을 협동조합이지.” “또 다른 방법도 있어. 대기업과 손을 잡으면 어떨까?” “네?” “이길 수 없다면 아예 같은 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 네가 중소기업 연합을 떠올렸던 것처럼 대기업과 동맹을 맺는 거야.” “기가 막힌 방법이네요.” “거대 그룹사의 큰 우산 아래에서 자본과 기술을 축적하며 때를 기다리는 거지.” “무슨 전쟁 소설 같네요.” “하하! 그렇지? 비즈니스도 전쟁이야. 실제로 많은 경영 이론이 전쟁 방법론에서 파생됐어. 여하튼 대기업과 연합해서 회사를 키워나갈 줄도 알아야 해. 실제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의 역사를 분석해보면 창업 초기에 삼성 그룹 등에 납품하면서 성장한 기업이 많아. 대기업과 연맹을 맺고 기술력과 현금을 축적한 거지.” “어떤 말씀인지 알겠어요.” “앞서 대화 나눈 대로 방법을 특정할 필요는 없어. 상황에 맞게, 너만의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내면 돼. 우리 제품에 대기업 브랜드를 붙여도 되고, 대기업이 주도하는 제품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해도 돼. 해법은 여러 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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