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화는 내리고 아이의 자존감은 올리고

   
이자벨 피이오자(역:김은혜)
ǻ
푸른육아
   
13800
2019�� 04��



■ 책 소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 마음 집중 탐구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막연하게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하고, 절대 우리 부모처럼 아이를 키우지 않을 것이고 누구보다 좋은 부모가 될 거라는 다짐도 해본다. 그러다 육아가 현실이 되면 아이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 전의 달콤한 상상이나 비장한 다짐들은 기억 저편으로 물러나고, 현실 육아 앞에서 힘들어하고 좌절하며 정신적·신체적 피로에 생활은 엉망이 되고 만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대로 집안을 어지럽히며, 말은 죽어라 듣지 않으면서도 요구하는 것은 산더미다. 부모로서 힘들고 지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예전에 비해 아이를 적게 낳지만, 오히려 부모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부모 또한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책임감에 짓눌려 육아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저자인 이자벨 피이오자는 30년 넘는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와 상처 입은 아이들을 치료하는 데 힘쓰고 있다. 아이가 울 때 부모가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는 데 의구심을 갖고, 화를 낼 상황이 아닌데도 화를 내고, 쉽게 통제 불능의 감정 상태가 되며, 아이를 억압하거나 체벌하는 등 아이와의 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부모의 내면에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있다는 데 주목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육아라는 일상에서 부모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심리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나아가 부모 자신과 아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부모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부모는 자신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혼란스럽기만 했던 육아가 뿌연 필터를 걷어낸 듯 명확해질 것이며, 아이를 향한 눈빛이 따뜻하고 사랑으로 넘쳐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저자 이자벨 피이오자
프랑스의 대표 심리치료사이자 임상심리학자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자는 아동 심리에 관한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파리 제5대학에서 ‘유방암 발생의 심리 요인’이라는 논문으로 임상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에는 교류분석연구소에서 5년간 인간관계 개선치료법에 관한 연구를 했으며, 1982년부터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며 심리치료와 인간관계, 의사소통 교육을 하고 있다. 수많은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와 부모로부터 상처 입은 아이들을 위한 치료에 힘쓰고 있다. 2005년, ‘관계지능 및 감정지능 전문학교’를 설립해 대인관계와 감정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여, 아이와 부모, 다른 모든 사람들까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끔 도움을 주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 마음속으로》, 《맘껏 우는 아이가 활짝 웃을 수 있다》, 《이 세상에 이유없는 말썽꾸러기는 없다》, 《난 엄마가 일하는 게 싫어》, 《우리 아이 첫 분노 조절 노트》 등이 있다.

 

■ 역자 김은혜
대학에서 영문학 및 불문학을 전공했고 기업에서 번역 업무 일을 했다. 현재 프리랜서로 출판기획 및 잡지, 도서, 카탈로그 등 다양한 불어 관련 번역 일을 하고 있다.

 

■ 차례
추천하며_ 두려움이나 죄책감 없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
들어가며_ 아이의 문제 행동, 부모의 무의식에서 원인을 찾아라

 

PART 01 잘 키우고 싶은데 내 부모처럼 아이를 키울 때
나도 잘 모르는, 부모라는 이유로 저지르는 잘못들
부부가 육아에서 의견 차이를 보일 때
‘좋은 부모’라는 부담감을 내려놓아야 육아가 편해진다
부모의 폭력성, 어린 시절에 대한 복수이자 치유다
아이에게 생각과 상반되는 행동을 하는 이유
부모는 어릴 적 상처를 보상받기 위해 아이를 비난한다
체벌, 부모의 고통스러운 상황이 불러오는 폭력
아이, 부모가 분노를 쏟아내는 가장 만만한 상대

 

PART 02 화낼 일이 아닌데도 아이에게 화내는 진짜 이유
정체성이 약한 부모일수록 아이의 반항에 화가 치민다
해결 못한 부모의 상처,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나타난다
부모와 아이, 불편한 권력의 시소 게임
부모의 지나친 간섭, 아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배우자가 저지른 잘못을 축소하거나 둘러대는 이유
아이가 부모를 화나게 한다면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이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부모는 자신의 모습을 닮은 아이를 더 좋아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게 어려운 부모도 있다

 

PART 03 내가 원했던 부모처럼 우리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통제 불능 무의식의 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현실 육아 속에서 엄마의 스트레스 관리법
남편의 자리, 건강한 가족 관계의 버팀목으로
부모의 불안과 두려움, 아이에게 옮기지 않으려면
부모의 어릴 적 상처, 아이의 무의식에 남기지 않는 법
우리 부모가 했던 행동을 아이에게 답습하지 않으려면
남편의 “피곤해.”라는 말 속에 숨은 감정 찾기
솔직하게 털어놓기, 상처입은 관계를 회복하는 법
아이와 관련된 환상이 의미하는 것들
가해자든 피해자든 폭력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자신의 내면 상태를 알면 육아가 덜 힘들다

 

PART 04 아이의 성장 단계에서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것들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엄마의 마음이 편해야 아이도 사랑할 수 있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사랑’이 자리잡으려면
엄마의 불안한 상태, 아이는 금방 알아차린다
아이의 울음, 빨리 달랠수록 빨리 그친다
아이가 잠 못 드는 밤, 스킨십으로 해결하기
만 한 살, 독립심의 기본기를 다지는 시기
18개월에서 만 세 살까지, ‘어린 독재자’의 시기
만 네 살부터 열두 살까지,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기
사춘기, 부모와 아이의 갈등이 폭발하는 시기
아이의 독립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

 

PART 05 아이와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부모 코칭
행복한 일상을 위한 연습, 기록하기
자기 자신을 관찰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 아이가 더 사랑스럽다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행복지수는 낮아진다
짜증이 올라올 때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법
아이가 이유 없이 울 때 마음의 평화를 찾는 9가지 방법
아이의 말을 들어주되, 판단하지 말아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
“안 돼.”와 “그래.” 사이에서 중심 잡기
내 안의 또 다른 나, 내면 아이 치유하기
‘벌’은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지 못한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지 말아라
불쑥불쑥 솟구치는 화, 현명하게 조절하기
아이에게 잘못했을 때 대처하는 부모의 유형
아이를 사랑할 수 없을 때는 그 원인을 먼저 찾아라
관계 회복의 첫 단추, 아이에게 편지 쓰기
사춘기 아이한테 비난을 들을 때 대응하는 법
아이의 나이와 상관 없이 하는 ‘태아에게 말 걸기’
출산의 순간을 글로 써보고 아이와 공유하기
온몸으로 변화를 확인하라

 

맺으며_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짧다, 마음껏 사랑하라

 




엄마의 화는 내리고, 아이의 자존감은 올리고


잘 키우고 싶은데 내 부모처럼 아이를 키울 때

부부가 육아에서 의견 차이를 보일 때

대다수의 엄마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장되게 말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빠는 그러한 아내를 지적한다. 하지만 아빠가 아이를 양육하면 아빠 역시 이런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마디로, 역할에 과장을 하는 습성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아빠는 무심한 반면, 엄마는 예민한 데다 사소한 일에도 호들갑스럽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속성이 생물학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전업주부 아빠들이 많아지면서 방송에 나오는 걸 보면, 아빠들의 속성도 엄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빠도 엄마만큼 수다스럽고 과장해서 말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겨나는 적응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아빠가 아이의 행동에 ‘별 거 아냐.’, ‘괜찮아지겠지,’하며 엄마보다 무심하게 넘어가는 것은 아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빠는 상대적으로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어서 아이의 능력이나 욕구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자들의 성향도 한 몫 하는데, 이를테면 남자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고 뭐든 답을 찾기 위해 돌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자들처럼 앞뒤 재거나 문제를 다방면으로 보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하려 한다. 3개월 된 아기를 둔 아빠들을 조사한 결과, 아빠들은 아기가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잘 몰랐다. 심지어 어떤 아빠는 아기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체벌을 해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 교육 문제가 부부싸움을 부추긴다

부부싸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아이의 양육 문제다.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만큼은 부부가 좀처럼 양보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 포기하지 않으면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이 양육은 아이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부부 중에 발언권이 센 사람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이와 함께 지내는 쪽은 자신이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서 걱정하고 의심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의심을 품게 되면 확신을 갖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없다. 확신에 차서 말하는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요즘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확신 없는 사람의 목소리는 외면 받게 마련이다. 아이 교육을 둘러싼 부부 사이의 갈등은 서로가 자신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사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이 문제에 있어서는 아이의 상황을 점검해 보고 아이의 욕구를 파악한 다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 부모가 분노를 쏟아내는 가장 만만한 상대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위해 아이에게 감정을 풀어낸다

한 방울의 물만 떨어져도 잔이 넘치듯이 부모는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소리를 지른다.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아이에게 뭔가 끊임없이 해줘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화가 나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고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부모의 화를 부추길 때도 있다. 실제로 아이는 부모의 분노를 감지하면 부모가 감정을 풀 때까지 부추기는데, 이는 아이가 부모의 긴장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모가 그것을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인정하지 않아서 말을 할 수는 없다. 이때 아이는 원인을 모르는 채 긴장을 하는데, 그 긴장은 나이대에 따라 다르게 표출된다. 긴장에서 벗어나려고 더 많이 울거나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큰 소리로 말하는가 하면, 징징거리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며 아무렇게나 옷을 입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물건을 훔치거나 문신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들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모는 분노를 터뜨리며 이렇게 말한다. “모두 쟤가 자초한 거라고요.” 마치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이유는 궁금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부모의 억눌렀던 감정을 일깨운다. 그 감정이 주로 아이에게 쏟아지는 것은 부부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배우자한테는 감히 쏟아놓지 못하는 것이다. 배우자는 나를 버릴 수 있지만, 아이는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엄마의 입장에서 볼 때 아이는 남편이나 시어머니보다 훨씬 만만한 상대다. 그래서 마음속의 분노를 쉽게 표출한다. 배우자나 직장 동료, 친구, 시댁 식구, 이웃에게 억눌려 있던 분노를 아이한테 풀어버리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한테 의존하고 있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화낼 일이 아닌데도 아이에게 화내는 진짜 이유

정체성이 약한 부모일수록 아이의 반항에 화가 치민다

“아이가 싫다고 말하면 화가 치밀어요.” “벌써부터 부모한테 대들면 안 되죠.” “아이도 할 말이 있겠지만, 부모 말을 거스르는 건 용납 못 해요.” “우리 딸은 성질이 좀 있지만, 저한테 절대 통할 리 없죠.” “아들이 말을 안 들어서 고민이에요.” “벌써부터 딸아이가 반항을 하네요.” 자존감이 낮거나 자의식이 약한 부모는 자식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당황할 수 있다. 아이 나름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인데도 대드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이가 모욕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아이한테 권위적일수록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더욱 반항하게 된다. 권력 관계로 받아들이면 부모의 의견과는 더욱 반대되는 말만 할 것이다. 부모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조건 거부하거나 반대를 표시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정체성을 형성할 단계에서 ‘나는 누구인가? 이를테면 나다운 것은 무엇이고, 나답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하기 싫은 것은 무엇인가?’ 등에 관해 답을 찾을 기회를 잃고 만다.


부모가 아이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모는 정체성이 약해서 자신의 정체성에만 관심이 있을 뿐 아이의 정체성에는 무관심하다. 정체성이 강한 부모는 아이의 반대 의견이나 거부 의사를 받아들이는 데 허용적이다. 그럴수록 아이는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부모에게 맞설 필요도 없다.


어리더라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라

네 살 난 딸아이라면 엄마가 옷을 입혀주어야 한다. 이때 정체성이 약한 엄마는 자신이 골라주는 대로 딸이 입기를 바란다. 엄마가 골라준 옷을 딸이 입으면 엄마는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이 든다. 반면, 딸이 안 입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자신이 옷을 잘못 고른 것으로 생각하고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다고까지 확대 해석한다.


반대로 정체성이 확고한 엄마라면 딸이 스스로 옷을 고를 수 있도록 한다. 파란색 원피스든 빨간색 원피스든 적당한 옷을 추천해 주되 아이가 선택해서 입게끔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원피스의 색깔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 아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열다섯 살인 채영이는 불안감이 높은 아이다. 밤에 자다가도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는 일이 많았고, 길을 걷거나 버스, 혹은 지하철을 타고 불안해했다. 채영이 엄마는 아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지나치게 보호했다. 엄마는 아이의 모든 것을 일일이 간섭했고, 아이의 말이 맞는지 전화로 확인하기까지 했다. 청소를 하거나 정돈을 해준다는 이유로 아이의 방에 수시로 드나들기도 했다.


친구가 놀러왔을 때는 더욱 심했다. 채영이는 엄마의 간섭을 참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싫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엄마의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불행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언제나 엄마의 뜻을 따랐다. 가끔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선 긋기

부모는 아이를 보호해 주고 싶어 한다. 아이가 평탄한 길을 걷기를 원하고, 장애물이 있으면 치워주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힘든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 대신 기꺼이 아프기를 원하고, 고생하기를 자처한다. 그럼에도 대다수 부모는 아이가 아프기도 하고 시련도 겪고 고생도 해보고 힘든 문제도 혼자 풀 수 있게끔 내버려둔다. 아이 곁에서 묵묵히 응원하지만 부모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떤 부모는 아이의 개인적인 영역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는 부모 자신과 아이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아이한테 일어난 일을 모두 자기한테 일어나는 일로 받아들인다.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환경을 통제하기도 하는데, 이는 결국 아이를 약하게 만들 뿐이다. 부모가 그런 식을 행동하면 아이는 스스로가 자신을 지킬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부모를 제외하고는 다 위험하다고 인식한다.


갓난아이는 어린아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며 어른이 된다. 그리고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한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대신 결정해 주고……. 이런 것들 또한 어느 시간이 되면 다 그만두어야 한다. 그런데 어릴 때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부모는 자식의 세계에까지 자신이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애초에 경계가 불분명한 데다 경계를 짓는 것조차 원치 않는다. 그들은 아이가 독립하면 잃어버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아이가 성인이 되면 주도권을 더는 쥘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모는 자기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다.


어릴 때 존중을 받으며 자란 사람이 자식을 더 많이 존중한다. 이들은 아이를 간섭하고 싶은 충동을 인정하고 억제할 줄도 안다. 그런데 엄마가 아이의 휴대폰을 조사하거나 다이어리를 읽어보고 방을 수시로 드나드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 그 아이 역시 부모가 되었을 때 자기 자식한테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다. 이는 부모가 경계만 없앤 것이 아니라,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식까지 없앤 셈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도권을 행사하는 이유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다시 쥐게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부모는 자신이 무기력하지 않다고 느낀다.



내가 원했던 부모처럼 우리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현실 육아 속에서 엄마의 스트레스 관리법

엄마가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심리학자 비올렌 게리토는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잘 정리해 놓았다.

ㆍ같은 일을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지금 청소하고 빨래를 했는데, 조금만 지나면 금방 방이 어질러져 있고 아이 옷은 더러워져 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성취감이 생겨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ㆍ아이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여서 엄마가 계획한 대로 하루 일정이 돌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차를 태우는 순간 기저귀 갈 일이 생긴다.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일을 하지만, 밤이 되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ㆍ엄마는 실수해서도 안 된다. 스스로 기준을 높이 세우고 그 모습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일상에 수없이 실망하고 좌절한다.

ㆍ엄마의 기분을 북돋워주는 사람이 없다. 엄마는 아이를 돌보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보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면 엄마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기회가 흔치 않다. 아이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은 할 수 있지만, 아이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한다. 또 남편이 신경 쓰지 않도록 남편한테도 아이와 잘 지내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거나, 아니면 참고 참았던 화를 갑자기 터뜨려 남편을 당황시킨다. 이때 남편은 진정성이 없는 말로 직장에 다녀보라든가, 아니면 주위의 다른 엄마는 우리보다 조건이 나쁜데도 잘만 한다는 말을 해서 오히려 아내의 심경을 긁는다. 최악인 경우는 자기 엄마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엄마들은 힘들어도 기댈 곳이 없다.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다

흔히 여자는 엄마로서의 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육아일을 할 때 실수를 하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면서, 여자는 프로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선천적으로 엄마로 타고난 것도 아니고, 남자보다 더 많은 지식을 아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아이는 한 명 한 명이 다 다르고 또 수없이 변화한다.


비올렌 게리토는 번아웃에 대한 증상을 자신의 책 <엄마도 피곤해>에서 잘 표현했다. 아이를 양육하며 신체적, 정신적 피로에 절어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가 번아웃의 첫 번째 단계다. 이 단계에서 도움을 받지 못해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면 두 번째 단계에 도달한다. 이때는 모든 일이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감정을 분리한다.


엄마는 자신이 그 일을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부터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떼어내 분리하여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아이를 돌보지만 지친 상태여서 기계처럼 움직일 뿐이다. 엄마 자신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계처럼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를 씻기고 재운다. 피로가 만성적으로 쌓이면 이런 방식이 고착되어 결국 아이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만 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태에 놓인 엄마는 우울증에 빠진다. 엄청나게 노력을 기울이지만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므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서류를 작성하거나 전화로 연락을 하는 아주 간단한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연히 스트레스는 더욱 커져 아이한테 소리를 지르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벌을 주는 등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하게 된다. 엄마로서 꿈꾸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져서 아무렇게나 삶을 내팽개치기도 한다. 물론 노동이 과하다고 해서 모든 엄마들이 우울증에 빠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엄마들은 피로가 누적되면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이런 증상을 보인다.


번아웃은 여성이 나약해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또 다른 사람보다 힘든 환경이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므로 약을 처방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위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또 번아웃은 여자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어떤 소아과 의사는 전업주부로 일을 하고 있는 아빠한테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자기 자신이 죽을 만큼 힘든데 어떻게 아이를 돌보겠는가. 당연히 아이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아이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것 같고 아이한테 날마다 착취당하는 것처럼 느껴져 아이한테 짜증을 내고 분노한다. 심하면 모성이라고는 깡그리 사라지고 증오만 남을 수 있다. 난희 씨는 이런 말을 했다. “더는 못 견디겠어요. 아이가 나한테 빨대를 꽂은 것처럼 느껴져요. 아이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날마다 기계처럼 돌보고 있죠. 그러니 시도 때도 없이 화가 나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내 눈에 거슬리면 버럭 소리를 지르게 돼요.” 시어머니는 난희 씨에게 모성애가 없다고 말했다. 정말 난희 씨에게 모성애가 없는 걸까? 난희 씨는 내 조언에 따라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되살아났고,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줄 정도로 회복했다. 난희 씨는 모성애가 없는 것이 아니라 번아웃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지나친 감정 절제, 자기 비하, 정서적 거리감, 소외감, 무력감, 욕구 불만 등이 합쳐지면 그야말로 그보다 더한 폭탄이 없다. 만일 엄마가 아이를 한 대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보다는 사회가 나서서 공동 책임을 져야 하다.



아이의 성장 단계에서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것들

18개월에서 만 세 살까지, ‘어린 독재자’의 시기

18개월이 되면 아이는 무조건 싫다고 말하는 반항의 시기에 접어든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걸 못 받아주는 부모는 아이를 성깔 있다고 할 것이다. 사사건건 반항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부모 자신이 어렸을 땐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부모의 뜻에 따랐다. 물론 음식 맛이 안 맞으면 뱉어내고, 유모차에서 나오고 싶으면 낑낑대며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떤 옷을 고를지, 언제 집에 들어가고 싶은지를 아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모든 걸 부모가 해주는 대로 따랐다. 그러다 18개월 즈음이 되면 아이는 자기가 선택하고 싶어 한다. 한 사람의 인간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항을 한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벌을 주거나 화를 내면 아이는 앞으로 자신의 뜻을 밝히지 못하게 된다. 아이가 싫다고 밥그릇을 밀어내면 엄마는 자신이 나쁜 엄마라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빠진다. 비약이기는 하지만 정말 그렇다.


어떤 부모는 아이한테 질질 끌려 다니는 걸 못 견뎌 한다. 어렸을 때 부모의 강압에 그대로 따랐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부모는 권위적이어서 아이가 싫다고 의사 표현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가 된 그들은 자신을 권위적으로 대하고 싶어 한다. 부모에 대한 분노와 자괴감, 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절망감 등으로 인해 그들은 자신의 부모와 똑같은 행동을 한다. 


보호와 자유 사이에서 중심 잡기

세 살은 뭐든 혼자 하려고 한다. 잘 되지 않는데도 혼자 낑낑거리며 하기도 하고, 혼자 할 수 없는 일까지도 혼자 하고 싶어 한다. 이때 엄마가 아이를 도와주려고 하면, 아이는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자존감이 낮은 엄마는 아이한테 거부당했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아이에게 무척 필요한 존재였는데, 아이가 크니 해줄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힘들어하는 것이다. 어떤 엄마는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며, 심지어 죄책감까지 갖는다. 그래서 때로 아이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기의 손이 필요했던 갓난아이 시절로 되돌려놓기 위해 노력도 한다. 아침마다 옷을 골라 입히고, 밥을 먹여주며,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준다. 아이는 엄마의 이런 태도를 거부하는데, 때로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엄마의 뜻에 따라 독립성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지만, 그 역할을 내려놓지 못한 채 아이를 놓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어떤 아이는 엄마와 평화롭게 공존하다가 빠져나오고, 어떤 아이는 멀리 도망을 칠 것이며, 어떤 아이는 엄마 품에서 평생 머물기도 한다. 보호와 자유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강도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상처와 욕구불만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겪었다면 중심 잡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아이와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부모 코칭

아이의 말을 들어주되, 판단하지 말아라

누군가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충고를 하고 끼어들고 결론을 내리고 해결책을 찾고 판단을 한다. 또 듣는다 해도 건성으로 듣는다. 그래서 진의를 듣지 못한다. 당신은 상대의 진심까지 들은 적이 있는가? 아이의 말을 들어줄 때 흔히 들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어디 들어나 보자’ 하는 식으로 마주앉는다. 그런데 실제로 말을 많이 할 때는 마주 볼 때가 아니다. 이를테면 함께 채소를 다듬거나 요리를 하거나 빨래를 널 때 등이다. 아이가 말을 하고 싶은 상태라면 당신이 마련해 놓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아이와 뭔가를 하는 것도 아이의 마음을 듣는 방법 중 하나다.


아이와 이야기를 할 때 다음 방법을 따라 해보자.

1. 조용히 내 마음속의 아이에 대한 사랑을 느껴본다. 아이의 존재를 음미하며 아이의 체취와 기운을 느낀다.

2.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말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이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기 위해 집중한다.

3. 아이가 하는 말을 듣는다. 친구와 다툰 이야기를 할 때 편을 들지 말고 그냥 아이의 기분에만 맞춰준다. “그래서 화났구나.”, “심했네.”, “기분이 상했겠다.” 이런 말을 할 때 목소리 톤에 주의해야 한다. 심판관처럼 판단하지 말고 단언해서도 안 된다. 그저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고 교감을 하면 된다.

4. 이런 식으로 대응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내 마음을 관찰한다.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대화를 주도하지도 않으며 답을 내지 않을 때의 기분 말이다.


아이의 감정 앞에서 무기력하게 느껴지면 다음 방법을 따라 보자.

1. 아이의 어떤 감정은 적절한 반응에 따른 감정이 아닐 수 있다. 이를테면 부당함 앞에서 분노가 아닌 두려움이나 슬픔을 느낄 수 있고, 평범한 것에도 과잉 반응을 할 수 있다. 아이가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은 불필요한 반응일 가능성이 크므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2. 아이가 당연한 감정을 드러내는데도 무기력한 기분이 든다면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본다.

3. 당신도 아이와 같은 연령대에서 똑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때 어땠는가? 당신이 자랄 때 표출하지 못한 감정은 어떤 것들인가? 부모님은 어떤 감정들을 자주 보였는가?


아이들에게 자주 보이는 당신의 반응은 어쩌면 당신이 자랄 때 집안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만일 그것에 고착되어 있다면 깨뜨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사랑이나 분노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가족에게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의 감정과 화해할 시간이 되었다. 어린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화가 났을 때, 겁이 났을 대, 행복했을 때, 슬펐을 때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때 당신이 부모님에게 어떤 것을 원했는지 생각해 보고 아이에게 그걸 보여주면 된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