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원하는 아이

   
문석현
ǻ
메디치미디어
   
13800
2017�� 11��



■ 책 소개

 

부모가 읽고 자녀에게 전해주는 이야기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한다.

-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인문적인 토대 위에서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갖출까?
- 어릴 때 발견해야 한다는 과학적 재능은 어떻게 알아볼까?
- 어떻게 하면 부모의 그릇에 갇히지 않고 길을 틔워줄까? 

 

이 책은 미래의 경쟁적인 모습만 다루지는 않는다. 경쟁이 극심해질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이 마음의 여유를 키울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저자는 어린 시절 갤로그에 빠졌던 꼬마였다고 고백한다. 동양 고전 게임인 바둑도 아마 초단 수준에, 게임 회사에서도 근무한 덕택으로 인생 교훈을 하나 얻은 걸까? 게임처럼 세상을 바라보면,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는 물론 있다. 저자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책, 여행, 글쓰기, 시간 등이 왜 여전히 중요한지 말한다.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직접 읽게 하면 좋을 내용이다.

 

■ 저자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 소장.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학 위를 받고 쿠팡, 넥슨 등 인터넷·게임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서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으로 다양한 성과를 쌓아왔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눈부신 혁신이 일어날 미래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미래 사회는 승자독식의 냉혹한 시장이기도하지만, 따뜻한 보살핌이 공존해야 할 곳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는 부모님들과 함께 생각하고 공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직업세계에서는 혁신의 최전선 에 있는 전문가지만, 딸의 여권 이름 표기가 마음에 안 든다 는 이유로 대통령과 외교부장관 앞으로 직접 민원까지 넣어 서 바꾸고 마는 이 시대의 평범한 ‘딸바보’ 아빠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딸이 세상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지만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을 좀 더 일찍 깨닫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저서로 《빅데이터 마케팅》(2014 세종도서 선정)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2017)가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프롤로그
@아빠가 보내는 편지_ 미래를 위한 준비

 

1장 미래, 아주 낯선 세상이 다가온다
_성공 공식이 달라진다_일당백이 당연한 시대
_승자독식, 그 혹독한 규칙
_미리 가본 미래의 직장
_대학 졸업장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
 @아빠가 보내는 편지_시간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2장 미래의 직업세계에서 살아남기
_기술 발전이 주는 어마어마한 기회
_일을 없애는 일이 좋은 일이다
_그들의 시간을 지배하려면
_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아빠가 보내는 편지_무엇보다 중요한 건강
_소프트웨어의 무한한 가능성

 

3장 교육, 미래를 위한 어린 시절의 준비
_교육의 가치 그리고 한계
_과학적 사고방식의 힘
_기술과 친해지기
_한국식 교육의 맹점
@아빠가 보내는 편지_역사에서 배우는 방법
_10년의 경험치를 몇 시간 만에 얻는 법
@아빠가 보내는 편지_ 책을 넘어: 그래도 해봐야 안다
_미래에도 말하기와 글쓰기가 중요할까?
 _외국어는 여전히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_하버드대학교에서 뽑고 싶은 학생은?
 _사회에 나갈 준비: 법을 알려주자
_십대 자녀와 통하려면

 

4장 미래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법
_그냥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_어디에나 잉여는 있다
_‘흙수저’ 부모의 자세
_한국 말고도 기회는 많다
@아빠가 보내는 편지_여행을 떠나야 하는 진짜 이유
_세상은 계속 바뀐다 _남들도 실패한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_연습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
_경쟁할 때 마음가짐
_답은 자기 안에 있다
_‘약속’의 무게
@아빠가 보내는 편지_ 투자는 꼭 알아둬라

 

5장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사회
_미래가 지옥이 아닌 이유
_불합리한 건 고치라고 알려주자
@아빠가 보내는 편지_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지혜
_한국이라는 출처와 그 장점
_다양성, 꼭 필요하지만 정말 어려운 길
@아빠가 보내는 편지_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를




미래가 원하는 아이


미래, 아주 낯선 세상이 다가온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이나 출신 지역, 어학점수, 가족관계 같은 사항을 이력서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채용방식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특히 이 방식 때문에 피해를 볼 확률이 높은 명문대 졸업생들이 걱정이 많다. 한 명문대 졸업생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좋은 학벌도 노력해서 얻어낸 것이라며 “고등학교 때 잠을 줄이고 놀고 싶어도 참으며 공부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부질없는 짓이었다”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대학 졸업장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좌우했다.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서 직장과 연봉 등이 결정되고,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려운 시스템이어서 대학에 잘 들어가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사회에서는 명문대 졸업생을 확실하게 선호했다.


명문대라고 대단한 것을 가르쳐줘서 그 대학을 졸업하면 능력이 갑자기 출중해지기 때문은 아니다. 학생들 수준에 따라서 난이도야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대학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대개 거기서 거기다. 의대 같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써먹을 일은 거의 없고, 회사에 들어가면 대부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그럼에도 사회에서 명문대 졸업생을 선호한 이유는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고 시험을 잘 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그것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읽고 의미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장점이다. 사회에서 일을 할 때도 이 능력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밖에 판단할 방법이 달리 없었다는 점도 이유였다.


대학 졸업장이 미래 사회에도 계속 쓸모가 있을까? 이는 거꾸로 회사에서 명문대 졸업생을 채용해서 쓰는 게 유리한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문제다. 이러한 능력이 필요한 분야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도 많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내가 종사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같은 분야에는 논리적 분석력이 필요해서 학력과 업무능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고급으로 올라가면 기계학습이나 인공지능 같은 과학적 전문지식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과 같이 인문학적 자질이 필요한 영역도 있다. 자신이 도출해낸 결론을 다른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면 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분야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진학하는 일은 미래에도 여전히 일부 분야에서는 이점으로 작용하겠지만 다른 길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그 돈과 시간을 다른 방면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지도 모른다.


블라인드 채용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채용하는 쪽에서 각자 알아서 선택할 문제라고 본다. 직무가 학력과 관계없을 때 선입견 없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이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학력과 관계있는 일이라면 처음부터 채용공고에 ‘Top tier(명문대) MBA 졸업자 우대’와 같이 원하는 자질을 명확히 표기하고 그런 사람을 뽑으면 된다. 지원하는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는데 명문대 졸업생이 굳이 그런 데 가려고 할 필요가 없다. 자기 재능을 인정해주고 필요하다고 하는 곳으로 가면 된다.


@아빠가 보내는 편지_시간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게 뭘까? 내가 보기에는 시간의 소중함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시간을 좀 더 많이 만들어서 알차게 보내는 요령을 꼭 알려주고 싶어.


비행기에는 일등석이 있어. 이곳은 자리도 넓고 기내식도 호텔 레스토랑처럼 나오는데, 아주 비싸서 일반 좌석의 4~5배 가격이란다. 난 일등석에 타는 이들을 돈 자랑이나 하는 천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렇지가 않더라고. 항공기 승무원 하는 사람이 그러는데, 일등석 단골손님들은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해서 비행기 안에서 잠을 편하게 자려는 거래. 그 사람들은 워낙 바빠서 하룻밤 편하게 자는 데에 수백만 원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하더구나.


이게 돈을 주고 시간을 사는 마술이야. 잘나가는 사람일수록 이런 식으로 돈을 주고 시간을 사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쓰는 지혜를 가지고 있단다. 물론 자신이 돈을 버는 속도와 비교해야겠지만, 돈으로 시간을 절약할 기회는 찾아보면 여기저기에 있어.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로 하더라고. 돈을 주고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돈을 벌려고 시간을 파는 거야. 다시 말해서 돈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한다는 이야기야. 이렇게 사는 사람은 돈의 노예가 돼서 설령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고, 한번 이 길에 빠지면 벗어나기도 쉽지 않단다.


혹시나 네가 이 함정에 빠질지 몰라 여기서 벗어나는 요령을 가르쳐줄게. 그 열쇠는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뭔지를 깨닫는 데에 있어.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 있단다. “돈이 충분히 있어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더라도 그 일을 하겠는가?” “돈을 못 받는다고 해도 그 일을 하고 싶은가?” 이것이 바로 그 질문이야. 그런 일이 있으면 당장 돈을 덜 받아도 좋으니 먹고사는 데만 지장이 없으면 그 일을 해. 그렇게 하면 인생에서 많은 모순이 해결될 거야.



교육, 미래를 위한 어린 시절의 준비

교육의 가치 그리고 한계

과거에는 한 줄로 따라가는 학습 코스가 사실상 존재했다. 지금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부모가 어떻게 이끄는지가 중요해졌다. 교육에 관한 투자는 고민을 많이 해봐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잘못하면 돈과 시간만 허비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교육이야말로 ‘돈만 가지고는 안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본인의 자질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또 교육받은 이후 활용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본인이 흥미가 있어야 한다.


교육은 넓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빌려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 해낼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그래서 인생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도와준다.


나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용돈 벌이로 학원 강사와 개인 교습 일을 한 적이 있다. 12~15세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서 정보경시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교육의 성과는 무엇에 좌우될까? 물론 분야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과학 같은 분야에서는 배우는 사람의 자질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내가 했던 일은 경시대회 입상이 실질적 목표였는데, 그 기준에서 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결과로 드러났다. 2년을 준비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6개월 만에 따라간다. ‘열심히 한다’는 기준으로 보면 중학생 쪽이 훨씬 더 열심이었다. 그런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이건 순전히 재능의 문제다.


하지만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못 했다고 해서 그 친구들이 공부에 투자한 시간이 헛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음에 드는 수준의 성적을 못 냈다 하더라도 그 친구들은 어렸을 적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며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목을 두는 프로그램을 각자 하나씩 짜서 서로 경쟁한 적도 있다. 중학생 레벨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해볼 기회를 얻는다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 다들 아주 진지하게 온갖 아이디어를 다 짜내가면서 최대한 몰입해서 신나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런 일을 실제로 해본 적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컴퓨터가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를 상대로 승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피부로 느낄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어렸을 적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해본 의의는 충분하다.


10년의 경험치를 몇 시간 만에 얻는 법

많은 사람이 게임은 공략집까지 찾아가면서 열심히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여러 문제와 맞닥뜨린다.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할까? 직업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친구는 어떻게 사귀어야 할까?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많은 사람 중 누군가는 나름대로 답을 찾고 또 그렇게 찾은 답을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물론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그렇게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책이다. 부모부터 ‘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책만큼 값싸게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주식투자로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를 일구어낸 투자자 워런 버핏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람을 만나서 점심식사 한 번 하며 이야기를 나누려면 돈을 얼마나 지불해야 할까? 워런 버핏은 이 권리를 해마다 자선경매에 붙이는데 2016년 낙찰가격이 무려 40억 원이다. 하지만 이 사람과 관련된 책을 전부 다 사봐야 100만 원도 안 든다. 물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관련 책을 전부 읽으면 이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원칙을 대강은 알 수 있다. 40억짜리 투자는 아무나 못 하지만 100만 원 정도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도 2~3시간 일하면 어지간한 책 한 권 살 돈은 번다. 그런데 그 책을 읽는 데에 최소 2~3시간 걸린다. 대부분 책값보다 책 읽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더 귀하다. 그렇게 보면 책을 사는 일은 효용이 높은 투자다.


@아빠가 보내는 편지_ 책을 넘어: 그래도 해봐야 안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어려운 문제에 많이 부딪히게 될 거야. 물론 책에는 누군가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서 찾은 답이 있기는 하지만, 책에 나와 있는 대로 해보면 좀처럼 생각대로 잘 안 될 거야.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삶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워런 버핏을 예로 들어볼게. 그 사람과 관련된 책은 한국에만도 수십 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어떻게 해서 부를 쌓아올렸는지 잘 나와 있어. 하지만 그 책을 모조리 읽었다고 해서 그 정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인생이 그렇게 술술 풀린다면 좋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잘 안 된단다.


그렇다면 책을 읽어도 어차피 책을 쓴 사람처럼 될 수 없으니 독서가 아무런 소용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워런 버핏의 투자전략을 연구해서 그만큼 큰 부자가 된 사람은 없지만, 그보다 작게 성공한 사람은 한국에도 제법 있단다.


“경험은 가장 소중한 스승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모든 것을 경험으로 배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단다. 책은 시행착오를 줄여주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제대로 배울 수 없어.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 네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를 얻기 바란다.


십대 자녀와 통하려면

내가 비교적 많은 아이를 상대하면서 느낀 점은, 중학생 정도만 돼도 생각하는 방식 자체는 성인과 별 차이가 없고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사실이다.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경험이 부족할 뿐 정보만 충분히 주어지면 어른들과 다를 바 없이 판단할 능력이 있다. 만약 아이가 공부를 했으면 좋겠는데 하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아이는 당연히 ‘왜 공부를 해야 하나?’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른들은 이제가지 경험으로 공부를 많이 하면 인생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 꽤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것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납득이 안 되는 것뿐이다. 어린 시절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인이 되어서 직접 경험할 때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아깝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가능하면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몇 년 전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이야기가 신문에 난 적이 있다. 중학생인 아들이 하도 공부를 안 하고 놀기만 하기에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들과 중국 여행을 다녀오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놀기만 하던 아들이 갑자기 공부해야겠다면서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현주 회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여주었는지는 소개되지 않아 나도 잘 모른다. 이미 한국과 별 차이 가 없을 정도로 발전한 중국의 대도시를 보여주었을지도 모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혁신을 만들어내고 돈을 벌려고 최선을 다하는 열정 넘치는 사람을 보여주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평범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중국의 혁신기업을 탐방하게 해주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자신이 느끼는 것을 아이들도 느끼게 해주었다는 사실이 핵심이고, 나는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믿는다.


아마 평범한 부모 같으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너는 허구한 날 놀고만 있느냐?”면서 윽박지르기나 했을 테고, 그런 방식으로는 아이들의 생각을 결코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야단을 치면 억지로 공부하는 척이야 하겠지만 그건 아이 인생에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교육을 할 수 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같은 거창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도와줄 부분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세상에서 가장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이의 자질이나 성향이 일차적으로는 부모를 닮기 마련이어서 결국 살아가는 방법이 비슷한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요즘 아이들은 옛날보다 사회를 훨씬 빨리 배운다. 인터넷을 비롯해서 각종 매체가 많이 발달해서 사회를 접할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대개 중학생 정도면 사리판단 능력이 충분히 있고, 늦어도 고등학생이면 성인과 동등한 책임을 어느 정도는 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아이들을 진짜로 존중하는 일이다.



미래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법

미래 사회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 법

첫째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이치에 맞게 논리적으로 돌아간다. 비합리적인 부분도 속도가 문제일 뿐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것을 전제로 하면 많은 것이 보인다.


둘째는 더 다양한 사례를 보고 들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직접 보고 듣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하고 실제로 당연하지 않은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함정에 빠져 있으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그것도 안 되면 더 많은 책을 읽어서 지속적으로 자극해주는 수밖에 없다.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미래에는 더더욱 이것이 중요해진다.


셋째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어차피 어느 누구도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살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면 변화에 적응하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무래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하고 관련 정보고 열심히 수집한다. 그러면 그 분야에 한정해서는 상당히 정확하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미래 사회를 살면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일은 바로 지금의 어떤 상황도 영원하지 않고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연금이나 신분보장제도 같은 건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망치를 두드리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길게 보면 바뀔 확률이 높다. 거기에 인생 전체를 걸기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야말로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하는 측면이 있다. 심지어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이해진 회장조차 “나도 신기술이 나오면 두렵다”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에서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아주 잘 활용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기회가 된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조건은 마찬가지다.


답은 자기 안에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가속도까지 붙어 더욱더 빨리 변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술적 진보가 일어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예컨대 인류가 돌을 이용해서 도구를 만들던 석기시대는 수십만 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할수록 진보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구리를 제련해 도구를 만들던 청동기시대는 2,000년 정도 만에 끝나고 철기시대로 넘어갔다. 현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소재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한 소재 하나하나가 예전 같으면 수천 년 걸렸을 법한 혁신이다.


기술 발전이 이렇게까지 빨라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기술 분야에서 기술 발전이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가령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은 모든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에게 강력한 무기를 줬다. 예전에는 자신이 하는 연구와 관련된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알고 싶으면 해당 분야 과학저널을 정기구독하면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전부 읽어봐야 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키워드만 입력하면 관련 논문이 주르륵 뜬다. 그 바람에 과학기술자들의 생산성이 아주 높아졌다.


문제는 기술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 인생도 그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한다는 점이다. 바로 몇 개월 전까지 승승장구하며 잘나가던 사람이 새로운 기술 하나 때문에 폭삭 망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사는 2010년대 중후반만 해도 이 정도인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아마 훨씬 더 심해질 것이다.


옛날에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이 중요했다. 어지간한 일은 세상을 오래 산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크게 실패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이라고 해봐야 어른들이 예전에 다 겪은 일들이고 그 속에서 나름의 답도 찾아낸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아무리 중대하고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와도 꽤 훌륭한 답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무작정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했다가는 망하기 딱 좋다. 세상의 규칙 자체가 바뀌어서 요즘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어른들이 고민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미래를 정확히 내다볼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도 많지만 그런 이들은 대부분 사기꾼이다. 진정으로 심각하게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은 사업가들이다. 이들은 미래를 내다본다기보다는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쪽에 가깝다. 가령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전기자동차가 주력 교통수단이 되리라고 보고 직접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기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미래는 한편으로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시대이기도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보면 기회가 놀랍도록 많은 세계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지혜를 가지기를 바란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고 거기에 반응해서 재빨리 인생의 방향을 올바른 쪽으로 틀 수 있다면 미래는 무척 즐거운 놀이터가 될 것이다.


나는 곳곳에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단순히 권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세상의 이치를 가급적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불변이 아니다. 만약 변화로 가정이 바뀐다거나 논리가 더는 성립하지 않게 되면 당연히 결론도 바뀐다. 그런 상황이 되었는데도 “아버지가 나에게 이렇게 살라고 했으니 아버지 말씀대로 살아야 해”라고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자기 생각대로 살라는 말을 하는 거다.


그 대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때에는 그만큼 깊이 있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가령 성인이 된 다음 이름이 마음에 안 들면 얼마든지 개명해도 좋다. 하지만 그때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왜 그 이름을 주었는지 이유를 생각해보고, 이름을 바꾸는 것이 인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를 신중하게 검토한 뒤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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