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감 대화다

   
오경미
ǻ
더클코리아
   
13000
2015�� 01��



■ 책 소개

청소년 전문 과외 선생님이 쓴 아이들과의 대화법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친구처럼 따르고, 선생님에게 비밀을 얘기한다. 뾰족하기만 한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부모와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부모와 소통하라고 일러주는 건 어렵다.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우리의 감각은 다양하다. 모든 감각을 사용해서 아이와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 이미 부모는 사춘기 아이가 더 어렸을 때, 모든 감각으로 소통해왔다. 이전에 해왔던 감각을 살리면 되는 일이다. 감각을 살리는 일이 어색하다고 할지라도 피하면 안 된다.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오감 대화를 기억해낼 수 있다.

저자는 회초리나 훈계뿐인 부모와 아이 사이에 다양한 소통 감각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자연스럽게 체득한 방법을 이 책 안에 풀어 넣었다. 어려운 이론방법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본 상황을 넣었다. 오감을 통해서 아이와 부모가 다시 하나로 묶여질 수 있을거라 저자는 기대한다.

 

■ 저자 오경미
중1 전문 과외 선생님. 10년 넘게 사춘기 청소년을 가르치고 있다. 청소년을 일대일(일대일)로 지도하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부모보다 아이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이들은 비슷한 또래를 찾는다. 사춘기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싶어 십대처럼 앞머리를 잘랐다. 아이들과 대화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 그런지 주특기는 사춘기 아이들의 이야기 경청하기, 호응해주기, 마음 알아주기다.

 

소통이 안 되는 부모와 십대 아이를 상담하면서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화법을 연구했다. 그것을 ‘오감 대화’라고 부르며, 오감 대화 코치로 불리고 싶은 꿈 많은 선생님이다.

 

사춘기 자녀와 소통하고 싶은 부모라면 일대일로 오감 대화를 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는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에게 도움을 주기 어려워 일대다(일대다) 방식을 택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모님에게 자녀와의 소통에 대한 희망을 주고 싶다.

 

■ 차례
프롤로그

1장. 입으로 하는 대화
1-1 사춘기 아이들의 언어
1-2 이름을 불러줘요!
1-3 자신감 채워주기
1-4 ‘사랑해’ 말해주세요
1-5 칭찬의 힘
1-6 잔소리 요령
1-7 나로 말하기
1-8 극단적으로 말하는 아이들

 

2장. 몸으로 하는 대화
2-1 함께 걷기
2-2 경험은 최고의 선물
2-3 함께 완성하기
2-4 공감력을 키워라
2-5 좀 안아주세요
2-6 박수! 박수! 박수!
2-7 놀이의 힘
2-8 방문을 잠그는 아이들

 

3장. 귀로 하는 대화
3-1 아이의 소리 듣기
3-2 판소리 고수가 되자
3-3 부모성적표
3-4 익숙한 곳을 탈출하라
3-5 “너의 꿈은 뭐니?”
3-6 신뢰 쌓기
3-7 라디오 청취자처럼

 

4장. 눈으로 하는 대화
4-1 아이의 참 모습 바라보기
4-2 눈동자의 움직임이 마음을 말한다
4-3 아이를 성장시키는 부모의 눈빛
4-4 아이가 있는 풍경
4-5 알맞은 눈높이로 대화하기
4-6 거울 효과
4-7 싸인(sign) 읽기 1
4-8 싸인(sign) 읽기 2

 

5장. 코로 하는 대화
5-1 집밥의 힘
5-2 아빠와 교감
5-3 밥상머리 대화
5-4 사춘기 냄새
5-5 부모의 향기
5-6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들
5-7 호흡하기

 

6장. 오감으로 통하라!
6-1 책 읽는 가족
6-2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라.
6-3 춤바람, 좋은 바람!
6-4 칭찬이 넘치는 교실
6-5 아이들의 마음
6-6 형제애(愛)
6-7 마마(MAMA)
6-8 실컷 놀고 육사에 간 남매
6-9 사춘기의 아침잠

 

에필로그




이제는 오감 대화다


입으로 하는 대화

이름을 불러줘요!

‘빗속을 걷다, 너 잘 만났다, 달과 함께 걷다, 새벽의 야생마, 큰 입, 느린 거북, 심장을 노리는 독수리, 수다스런 개구리, 예쁜 방패, 하얀 새, 하품 하는 자, 푸른 초원을 짐승처럼 달려, 왼손.’


시구인지 별명인지 아리송한 이 표현들은 인디언들의 이름이다. 인디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생김새와 특징, 자연, 운명을 신중히 생각해서 이름을 지었다. 이름이란 사람의 인생을 인도하는 나침반과 같아서 불러주는 이름처럼 인생이 흘러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 변한 것도 아닌데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자신의 존재와 미래에 대한 의문과 함께 불안함을 느낀다. 이럴 때 ‘이름’은 사춘기 청소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름이 불릴 때 자신이 존재하고, 필요한 사람이며, 이름이 지닌 의미와 운명처럼 살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연지는 담임선생님을 싫어한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매일 5~10 지각을 하는 등 담임선생님 눈에 띄는 행동들이 잦아졌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점점 불편해졌다. 연지에게 왜 담임선생님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지 물어봤다. 처음에는 무조건 ‘몰라요’라는 대답만 하다가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어쩌니……’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비로소 속마음을 얘기했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이란다. 중학교 생활이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담임선생님은 연지의 이름을 번번이 틀리게 불렀다. 다른 친구의 이름으로 착각해서 부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연지는 자신이 선생님의 관심 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이름 정도야 학생들이 많으니까 잊을 수도 있지!’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름은 단순히 불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이 불릴 때 자신을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별명’도 이름만큼 자주 불리고 그 사람을 대변한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를 대할 때 아이의 장점과 재능을 담은 별명을 불러주면 좋다. 부지런쟁이, 동네가수, 힘맨, 핸섬가이, 미스터친절 등 아이가 좋아할 만한 별명을 생각해 보자. 의미 있는 이름을 반복해서 들을 때 아이는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인식하게 된다.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타인에게 각자의 고유한 이름으로 자주 불릴 때 꽃처럼 아름다운 존재가 되어간다. 오늘 아이를 부를 때 좀 더 사랑과 관심을 담아 불러보자. 평소처럼 부르더라도 전해지는 느낌은 분명 다르다. 아이의 장점을 담은 멋진 별명을 만들어 불러주자. 별명을 통해 아이는 ‘아! 나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인식하게 된다.



몸으로 하는 대화

함께 걷기

뱀 똬리처럼 구불구불한 모래재를 넘자 가을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다. 이내 산길로 접어들어 밤송이가 눈처럼 내린 길을 걸으면, 다람쥐 주둥이처럼 바지 주머니가 밤 알맹이로 불룩해졌다. 넝쿨 사이 잘 익은 으름열매를 한 입 베어 물면 바나나처럼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씨가 많아서 입을 오물오물 움직여 뱉어야만 했다.


어린 시절 기억인데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아빠와 함께 산길을 걸었던 추억은 내 기억 속 보물이다.


프랑스에는 ‘쇠이유’라는 비행청소년 교정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매년 소년원 청소년과 어른 한 명을 짝지어 외국에 보내 3개월 정도 낯선 여행지에서 함께 걷게 한다. 하루 평균 17km씩 걷는 게 청소년 교화에 도움이 될까 싶지만, 재범률이 일반 청소년이 85%, 쇠이유 청소년이 15% 정도라고 하니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비행청소년 교화에 드는 하루 비용이 소년원은 900유로, 쇠이유는 300유로로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득이다. 그러나 이렇게 효과가 커도 많은 청소년들을 해외에 보내지 못한다. 동행할 어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어른들이 바쁘긴 마찬가지인가보다.


함께 걸으면 다른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마음의 치유가 된다. 특히 낯선 곳을 걸을 때 우리는 온전히 서로에게 의지하는 동행자가 된다. 걷다보면 스스로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을 함께 보고 경험하게 된다. 힘들면 잠시 멈춰서 쉬어 가도 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나이를 넘어 친구가 된다.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혼을 내거나, 교정부터 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이는 단지 답답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뿐인데 부모는 자꾸 해결책을 찾아 주려 한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단순히 시간만 주어서는 안 된다. 친구처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들의 어린 시절 친구들을 생각해보자. 고민을 얘기할 때 조언보다는 함께 공감하고 들어주었던 경우가 더 많지 않았던가? 함께하되 어떻게 함께 하느냐, 짧은 시간이라도 얼마나 깊이 있게 마음을 열어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걷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동네 한 바퀴라도 좋다. 아이와 함께 걸었던 때가 언제인지 한 번 떠올려보자. 만일 일주일에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모다. 아이와 함께 걷는 시간을 꼭 만들어야 한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종종 아빠와 함께 읍내까지 걸어 나가 순대를 사 먹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빠와 얘기를 나누며 걸었던 기억은 뚜렷하다. 밤이라 조용해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밤길을 걸으면서 하늘을 보고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추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 시간만큼은 아빠가 친구처럼 편했다.


함께 했던 순간이 나와 아빠 사이에 관계의 실 한 가닥을 만들었다. 함께한 추억의 날실들이 모이면 단단한 관계의 줄이 만들어진다. 줄은 튼튼하게 이어져 어른이 되더라도 부모와의 관계를 단단히 이어준다.


먼 곳이 아니어도 좋으니 아이와 함께 걷거나 운동을 해보자. 그동안 서로 바빠 오붓이 함께 했던 시간이 많지 않았다면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다. 부모와 함께 한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어려움이 생길 때 제일 먼저 부모와 의논하려 한다.


일단 시작하라. 가까운 동네를 시작으로 걷다보면 아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부모의 꿈은 무엇인지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어디든 잠시 집을 벗어나고, 공부를 벗어나고, 일을 벗어나면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함께 걷고 있는 옆 사람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아이가 학원에 가느라 시간이 없다, 부모가 직장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다……. 제발 이런 핑계는 대지 말자. 아이의 사춘기 시절 부모와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어른이 되었을 땐 사이가 더 멀어진다. 아이가 공부하느라 바쁠수록 더더욱 함께 걷는 시간을 찾아라! 일주일에 단 30분 만이라도. 사춘기 아이의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귀로 하는 대화

라디오 청취자처럼

전설 따라 삼천리, 제3공화국, 별이 빛나는 밤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요즘 아이들은 모르지만 부모들은 단번에 알아챈다.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들이다. 부모들 세대는 청소년기를 라디오와 함께 보냈다. 시간 맞춰 전원을 켜기만 하면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맛깔나는 성우의 목소리로 드라마를 듣기도 했다. 지금처럼 좋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이 없던 그때에는 라디오가 친구였다. 그 당시 청소년이었던 지금의 부모는 라디오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이상하게 열혈 청취자였던 그들이 부모가 되면 듣지를 못한다. 듣지 않는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아이들이 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많은 부모들이 사춘기 아이와 소통이 안 되는 문제로 고민을 한다. 그러나 이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부모들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라디오 청취자처럼 듣는 거다.


어떻게 하면 부모가 라디오 청취자처럼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을까? 라디오를 즐겨 들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지금의 모습에 적용해보자.


첫째, 듣기 좋은 장소를 찾아야 한다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오로지 청각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주변이 시끄러우면 라디오 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잠자기 전이나, 조용한 공부방이 라디오 듣기에 좋은 장소였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만 귀 기울이고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가 좋다. 아이의 방이나,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조용히 귀 기울일 수도 있다. 거실도 좋지만,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TV는 꺼두어야 한다.


꼭 집이 아니어도 괜찮다. 아이를 학원이나 학교에 데려다 주는 차안에서도 대화는 가능하다. 집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방법도 좋다. 가까운 곳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없이 좋다. 단 걸을 때는 옆에 있는 아이의 말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정확한 타이밍을 찾는다

인터넷이 없었던 그때는 듣고 싶은 라디오 방송을 들으려면 시간에 맞춰 라디오를 켜야 했다. 내가 듣고 싶다고 아무 때나 원하는 방송을 들을 수 없었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대화하고 싶다고 해서 아이가 항상 응하지는 않는다. 아이도 말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사춘기가 되면 학교 성적, 친구 관계, 몸의 변화(생리)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기분이 좋았다가도 금세 가라앉는다.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 더욱 예민해진다.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타이밍을 찾아보자. 물론 제일 좋은 타이밍은 기분이 좋을 때이다. 기분이 좋은 상태는 겉으로도 드러나기 때문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때로는 칭찬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어야 한다.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부모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맛있는 것을 먹고 에너지가 보충이 되었을 때도 그렇다. 단, 부모의 잔소리 후에는 자녀들이 대부분 입을 닫아 버린다는 것을 기억하자.


셋째, 주파수를 맞춘다

라디오를 들으려면 안테나를 세우고 원하는 방송의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주파수를 잘못 알면 다른 방송을 듣게 된다. 대개 한 방송을 오랫동안 들으면 라디오는 항상 즐겨듣는 주파수에 고정되어 있다.


아이와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아이의 관심사, 말투, 생각, 친한 친구를 잘 알고 대화하면 아이는 부모와의 거리감을 좁힌다. 부모보다 친구와 더 가깝게 지내는 이유는 친구와는 같은 주파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통하는 부분이 많으니 무슨 이야기를 해도 즐겁다.


부모도 아이와 통하는 부분이 많아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하다 보면 친구 같은 부모가 된다. 같은 주파수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가끔은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도 들어보고, 자녀가 좋아하는 게임도 같이 해보자.


넷째, 잘 들어야 한다

귀 기울여 들어주는 청취자 없이는 DJ도 없다. 라디오 DJ는 마이크 너머로 이야기를 전달할 때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다. 준비된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만들어 둔다.


아이가 말을 할 때 부모가 중간에 끼어들어 아이의 생각을 지적하거나 충고하면 안 된다. 그러면 이야기의 흐름이 깨져, 아이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진다. 들은 다음에 해도 충분하다.


부모가 바쁘다고 아이의 말을 듣는 척 하고 다른 일을 해서도 안 된다. 아이의 생각이 부모의 생각과 다르다고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온전한 경청이 중요하다.


다섯째, 사연을 보내면 금상첨화다

라디오 DJ가 신이 날 때는 청취자들로부터 응원의 편지를 받을 때다. 열혈 청취자는 꼭 사연을 보낸다. DJ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문자 메시지로 아이의 이야기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 어떨까? 가끔은 마음을 담은 편지도 아이에게 써보자.


말을 많이 한다고 비난하는 경우는 있지만 ‘너무 많이 듣는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영국 속담에 ‘지혜는 들음으로써 생기고, 후회는 말함으로써 생긴다’는 말도 있다. 자녀의 말에 더 많이 귀 기울이는 부모가 되자. 자녀의 마음을 여는 데 듣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눈으로 하는 대화

알맞은 눈높이로 대화하기

2004년 8월 여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음성 꽃동네를 방문했다. 교황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키를 낮추고, 입을 맞추며 인사했다.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린 어린이에게는 똑같이 하트를 그려서 화답했다. 78세의 나이에도 약한 자와 어린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허리를 숙여 대화했다. 비록 언어는 달랐지만 많은 사람들과 웃으며 소통했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같은 눈높이로 서야 한다. 상대방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거나,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할 때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사춘기 아이와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자녀와 소통하고 싶다면 아이의 눈높이로 서야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의 눈높이로 대화하는 것일까?


키를 낮춘다

늘 바빴던 아빠가 모처럼 쉬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고등학생 아들과 이야기를 하려고 아들 방에 들어갔다. 공부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아들 옆에 서있고, 아들은 앉아있는 채로 대화를 나눴다.


“뭐하냐?”

“코딩”

“코딩이 뭐냐?”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를 써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그런 거 집어치우고 차라리 공부해라!”

“……”


아빠는 코딩이 뭔지 잘 몰랐다. 쓸데없이 게임을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낭비를 하는 것처럼 말해버리자 아들은 더 이상 말없이 컴퓨터만 응시했다. 방 안에 침묵만 가득해졌다. 머쓱해진 아빠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이 부자의 대화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둘은 서로 마주보고 있지 않았다. 아들은 컴퓨터만 응시했고, 아빠는 아들 옆에 서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빠가 ‘코딩’을 모르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아빠가 자신의 눈높이로 아들이 하는 일을 하찮은 일로 판단해버린 것이 문제다. 아빠와 생각과는 달리 아들에게 ‘코딩’은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일이었다. 머리를 써야하는 작업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 정확히 모르면서 쓸데없는 일로 치부해버렸기 때문에 아들은 아빠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아빠와의 대화는 거기서 멈춰버렸다.


사춘기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가능한 아이의 눈높이에 서야 한다. 부모가 서서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 내려다 보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다. 마음의 눈높이도 아이에게 맞춰야 한다. 부모가 키를 낮추어 같은 눈높이로 아이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바라보자.


비교하지 않는다

“내가 네 나이 때는 이러지 않았다. 그때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형편이 안 돼서 못했는데……. 너는 필요한 거 다 해줘도 누굴 닮아서 공부를 안 하냐!”


“나는 이러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말은 아이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부모들의 전형적인 언어 패턴이다. 부모는 속이 터져서 하는 말이지만 아이에게는 이런 식의 말이 공감이 되지 않는다. 부모의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으니 부모의 말이 정말인지 알 수 없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부모의 잣대로 그 시절 자신과 비교를 하니 기분만 상할 뿐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청소년기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부모들이 있다. 이들은 풍족하게 지원받는 아이들이 문제없이 청소년기를 보내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부모 자신과 비교하거나, 다른 자녀와 비교하기도 한다. 비교당하는 아이는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기준에 못 미치는 쪽에 서게 된다. 자녀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사춘기를 ‘질풍노도(매우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의 시기라고 말한다. 뇌와 호르몬의 변화로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부모가 그들의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고 이끌려 할 때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사춘기 아이들이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친한 친구들끼리는 서로를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기 때문에 공통점을 발견한다. 비교하지 않으면 차이점보다는 공통점,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게 된다.



코로 하는 대화

아빠와 교감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세요.”

“회사에 나 아니면 안되는 일이 많아서요.”

“아빠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죠.”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주인공은 성공한 비즈니스맨, 남편, 아빠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자신의 아들이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주인공은 친아들이 가난한 아빠에게서 자라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친아들을 키운 가난한 아빠가 주인공에게 조언을 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자신이 친아들과 기른 아들 모두를 키우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믿고 두 아들을 양육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환경과 물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것보다 아빠와 함께 한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많은 아빠가 상대적으로 엄마보다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인지 아빠들은 아이와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소통이 안 되는 아빠는 큰소리로 아이를 제압하거나 체벌로 다스리기도 한다. 체벌을 할 때는 절대로 맨손으로 체벌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맨손 체벌을 훈육이 아닌 위협의 형태로 느끼기 때문이다. 체벌이 필요하다면 아이의 동의하에 회초리와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형태의 훈육은 회초리가 아닌 대화이다.


고등학생 동수는 영어로 진행된 학부모 설명회에 참석한 아빠께 통역을 해드리고 있었다. 통역 중간에 장난삼아 볼펜으로 아빠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웃으면서 말했다. “중학교 때 영어 해석 못한다고 아빠가 이렇게 볼펜으로 제 머리를 툭툭 쳤었는데, 아빠 기분이 어때요?”


아빠는 순간 기분이 욱했지만, 무심코 아들에게 했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들이 얼마나 기분이 상해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생각하니 미안했다.


부모는 아무리 화가 나고 감정조절이 안 되더라도 아이의 머리를 때리면 안 된다. 쓰다듬는 행위는 당연히 좋지만, 부정적인 감정으로 머리를 건드리면 아이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다.


평소 대화가 적은 아빠들은 대화를 하려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대화에 잘 응하지 않는다. 속마음을 말해보라고 하지만 아빠와의 친밀함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단 5분도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는다. 아빠는 돈만 벌어오는 기계인 뿐인가 서러운 생각이 들고, 가족 안에서 아빠의 위치에 대해서 외로움을 느낀다.


소통이 되지 않아서 힘든 사람은 아빠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고민이 많아진다. 아이들도 대화할 사람을 찾을 때 가깝지 않은 부모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어릴 적 아빠와의 정서적 교감이 적은 아이일수록 사춘기를 호되게 겪는다. 시간이 걸려도 부모가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거창한 것보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아빠의 음식은 아이와의 교감을 만들어준다. 내가 어릴 적, 아빠는 술은 드신 다음날 해장라면을 끓여 속을 달랬다. 라면을 끓이면 항상 옆에서 지켜보던 나에게 면을 덜어 주었다. 아빠는 얼큰한 국물만 드셨는데, 그게 무슨 라면인지도 모르고 나는 참 맛있게도 먹었다.


엄마가 집을 비워 아빠와 우리 형제들만 집에 남은 날이 있었다. 아빠는 어디서 돌판을 가져와 그 위에 삼겹살을 구워서 나와 오빠들 입에 넣어주셨다. 아빠와 함께 고기를 먹었던 행복한 기억을 여전히 특별하게 간직하고 있다.


아빠가 음식을 해주는 날은 마치 명절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들떠 있었다. 늘 엄마가 해주는 음식만 먹다가 아빠가 하는 요리를 먹는 게 신기했다. 평범한 라면과 삼겹살도 특별한 메뉴였다.


가끔 아빠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요리를 해주자. 음식을 통해 아이들은 아빠와 교감을 한다. 아빠의 요리는 엄마의 요리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들은 완벽하지 않은 아빠에게 인간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옆에서 도와주고 싶어 한다. 아빠들은 엄마와 달리 좀 더 참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빠가 요리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에 의미가 있다. 음식냄새를 맡고, 요리한 음식을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굳이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한 시간이 쌓여 갈수록 아빠와 아이의 간격은 가까워진다.


한 번의 요리로 아이와의 거리를 많이 좁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춘기 시기에는 아빠가 갑자기 다가가려고 하면 거부감을 느낀다. 아빠가 직접 해주는 요리가 아니어도 된다. 밖에 나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도 괜찮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에게 사춘기가 처음이듯, 아빠 역시 사춘기 아이 아빠라는 역할이 처음이다. 서툴고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쌓으면 아빠도 점점 역할에 맞게 변화한다. 시간의 양보다 질적으로 친밀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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