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리프

   
윤현주
ǻ
더클
   
13000
2015�� 04��



■ 책 소개

 

누구나 내 아이가 똑똑하길 바란다. 그리고 남들보다 잘 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엄마들의 욕심은 결국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엄마들의 욕심으로 아이들은 행복을 잊고 지낸다. 아이들의 행복은 단순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하고 싶은’ 일은 단순하다. 그게 그 또래의 정답이다. 그러나 엄마의 생각은 반대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일에 몰아세운다. 아이가 하고 싶은지 이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도 하라니까 하는 것뿐이다. 다른 생각을 키우지 않는다.

 

아이들의 변화가 가장 큰 시기는 사춘기 때다. 자녀 교육관련 도서도 대부분도 그 시기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시기가 있다. 바로 학교에 입학하기 전이다. 더 많이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맺는 시기다. 이때 집 안에서의 교육을 통해 아이 생각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 이 노력을 통한다면 사춘기 때 아이 스스로 고민하고, 길을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엄마가 원하는 똑똑한 선택을 하게 된다.

 

방법은 없으면서도 있다. 없다는 건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있다는 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학습법은 좋지만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길이라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엄마 스스로 또 다른 길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 저자 윤현주
저자 윤현주는 공부하고 싶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공부가 끝이라고 시작할 때, 아이와 함께 펜을 들었다. 엄마는 선생님이 되었고, 아이는 서울대에 갔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교육이 그 어떤 사교육보다 행복한 교육법이라고 말하는 두 아이의 엄마다. 현재 전북대평생교육원, 원광대평생교육원, 청아평생교육원, 지역문화센터, 환경청 독서경영, 35사단 군부대 독서프로그램, 완산시립도서관 독서코칭프로그램까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출강한다. 강의보다 더 시간을 쏟는 일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15년 동안 아이들과 마주보는 교육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국영수가 아니다. 스스로 행복하게 꿈을 좇도록 만드는 대화”라고 말한다. 두 아이를 키웠던 기초적인 방법, 독서와 기행을 통해 또 다른 ‘내 아이’를 키우고 있다. 엄마들에게 늘 강조한다. “엄마가 변하면, 아이도 변한다.” 아이들의 느린 걸음을 엄마들이 천천히 기다려 주길 바란다. 아이 안에 내재된 성장, ‘퀀텀리프’를 믿으면서 말이다.

 

■ 차례
프롤로그 - 함께 자라는 엄마

 

1.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2. 부모도 함께 공부해라
3. 엄마의 이야기로 아이 생각이 자란다
4. 스토리텔링으로 표현력 키우기
5. 말과 글로 생각에 옷을 입혀라
6. ‘환몽(幻夢)’이라도 지지해줘라
7. 삶은 ‘함께’ 가는 길이다
8. 화내는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9. 부모와 아이 마음을 공감 대화로 엮어라
10. 생각의 조각을 연결하기
11. 언어유희로 말랑한 뇌를 만들어라
12. 온몸으로 아이와 접속하는 방법
13. 아이는 배운 대로 자란다
14. 최고의 교육은 경험이다
15. 나만의 언어, 아이만의 언어
16. 마음의 눈으로 그림 읽기
17. 책으로 검색하는 아이
18. 엄마의 꿈과 아이의 꿈은 다르다
19. 엄마는 아이의 마중물이다
20. 자투리 시간도 놓치면 안 된다
21. ‘돈으로 산’ 책이 아닌 ‘함께 만드는’ 책
22. 가족과 함께 하는 독서

 

에필로그 - 퀀텀리프(Quantum Leap)
엄마에게

 




퀀텀리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처음 아이가 생긴 걸 알게 되면 대부분 엄마들은 눈 두 개, 귀 두 개, 코와 입이 제자리에 있길 바란다. 그리고 손가락, 발가락이 열 개이길 바란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 먼저다. 그러나 내 아이가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생각은 바뀐다. 내 아이만큼은 남들보다 똑똑해졌으면 하는 욕심으로 바뀐다.


엄마들은 여러 방법으로 태교를 시작한다. 태명을 지어서 아이의 이름을 시시때때로 불러주고, 태아에게 좋다는 음식을 골라서 먹기도 하고, 클래식을 듣기도 하며, 재미난 이야기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나도 처음 큰딸을 가졌을 때, 남부럽지 않은 태교를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사 먹을 돈이 없었고,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싶었지만 책 살 돈이 없었다.


내가 결혼할 당시 전주시 일대는 승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가전제품은 이미 220v로 판매를 하고 있었고, 내가 얻었던 첫 집은 승압 공사 전이어서 아직 110v를 사용하는 집이었다. 오디오라도 틀어주고 싶었지만 승압 공사 때문에 오디오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나는 빨래를 하면서, 빨래를 널면서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이를 위한 태교음악이라고 했지만 실은 내가 더 행복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당시 뱃속에서 아이가 얼마나 잘 노는지 배가 뒤틀렸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노래를 불러주면 마치 아이가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기라도 하듯이 몸을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태교음악은 이렇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책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아이에게 맞는 책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결국 내가 가진 책을 읽어주며 태교를 했다. 책을 읽어줄 때도 아이의 반응은 나타났다. 특히 뱃속의 태아와 마치 대화를 하듯이 이야기를 나눌 때면, 아이는 답이라도 하듯 뚜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시기에 깨달은 자녀 독서 교육법이 바로 ‘낭송’이었다. 소리를 내서 읽게 되면 많은 사람이 함께 책을 읽는 효과가 있고, 읽는 사람의 오감을 건드려주는 효과가 있다. 뱃속의 아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동화책을 사지 못해 내가 직접 자연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오늘은 바람이 불었어요. 검은 구름 친구들이 몰려오네요. 하늘을 손가락으로 찌르기만 해도 금방 뭐라도 쏟아질 듯 흐린 구름으로 가득해요. 어, 어, 정말이에요. 하늘에서 하얗고 차가운 동그라미 하나가 내게로 떨어졌어요. 코 위에 하나. 볼 위에 하나. 이게 뭘까? 손을 펴서 받았어요……”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대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보통의 엄마라면, 부족한 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다.


엄마표 창작동화를 계속 만들었다. 노트에 메모를 해두기도 했다. 메모한 이야기는 아이가 태어나서도 들려줬다. 전문 작가가 지은 것보다 엉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서 바람을 배우고, 비를 배우고, 햇살과 눈, 꽃과 색을 배웠다. 아이가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걸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누가 봐도 앞뒤가 멋지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아이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려 했다. 무엇보다 자연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었다. 아이가 쉽게 마주하고 알아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이야기가 됐을 때, 교육적 효과가 뛰어나다고 확신했다. 물론, 엄마와 교감하는 시간 자체가 더 중요하고 훌륭한 교육이다.


남들보다 없는 살림이었고 누군가보다 모든 게 부족하기만 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나름 신조라는 것도 생겨났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키워라.’가 내 아이를 키우는 교육비법 제 1조가 된 것이다. 부족한 일에 미안해하고, 슬퍼할 시간이 아까웠다. 내가 노력해서 다 같이 행복하면 될 일이었다. 아이의 행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어떻게든 남들에게 맞추려고 했을 테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건 내가 행복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행복에 초점을 키워야 한다. 이게 바로 태교의 근간이다.



스토리텔링으로 표현력 키우기

IMF가 터졌다. 건축 일을 하는 남편은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월급은 반으로 깎이고, 일했던 곳에서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책 한 권 사기도 어려워졌다. 한 권씩 사주던 책도 여의치 않게 되면서 책을 대신할 ‘꺼리’가 필요했다. 늘 하던 ‘이야기로 생각 키우기’가 부족해졌다. 구체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나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표현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나는 글, 문자가 아닌 ‘입’으로 아이를 위한 동화책을 만들었다.


‘표현력을 키우는 스토리텔링’ 기법은 이때부터 사용한 자녀 교육법 중 하나다. 스토리를 만들다보니 아이의 표현이나 관찰력을 키워주는 건 물론이고 내 말솜씨도 예쁘게 다져지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스토리는 이야기 말하기와는 다르다.


가장 많이 했던 방법 중 하나는 아이를 데리고 시장으로 구경 다니는 일이었다. 나가기 전 집에서 준비하는 모습, 시장으로 오고 가는 길의 모습, 시장에서 보게 되는 많은 것들. 그 자체가 아이에게는 교육이었고, 엄마와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고가는 장소가 되었다.


“엄마랑 오늘 시장에 가자.” 아이는 시장이라는 말만 나와도 “시장에 가면 아줌마도 있고, 김도 있고, 어묵도 있고…….” 이런 노래를 부르며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오늘은 날씨가 맑으니 하얀색 치마를 입을까?” “오늘은 경사진 길로 갈까? 아니면 계단으로 갈까?” 아무 것도 아닌 것부터 하나하나 질문을 했고, 선택을 하게 했다.


계절을 따지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갔다. 단어부터 이야기, 노래까지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교육 장소였다.


가을이었다. 아이는 밤과 도토리를 구분하지 못했다. 시장에서 바구니 가득 밤을 보고는 아직 정확하게 외우지 못한 <도토리> 노래 일부인 “떼굴 떼굴 떼굴 떼굴 도토리가 어디서 왔나.”를 반복해서 불렀다. 아주 작은 차이다. 도토리와 밤을 당장 구별하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도토리를 알려 주고 싶었다. 당시 자연관찰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시장에서 밤을 알려주긴 했으니, 직접 도토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말로 다르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고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친정 엄마는 도토리를 주워, 집에서 직접 묵을 만들어 드셨다. 때마침 도토리를 주우러 산에 간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같이 나섰다. 아이에게 도토리뿐만 아니라 도토리가 묵으로 완성되는 모습도 보여주고, 집에 올 때 도토리 다섯 알을 얻어왔다. 온종일 <도토리>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이에게 도토리를 눈앞에 펼쳐주고 작은 도토리로 공기놀이하는 걸 알려줬다. 아이는 이불 위에서 내내 도토리 공기놀이를 했다.


아이가 한 살 더 먹은 후에는 산에서 도토리를 욕심대로 많이 주워오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산에 아이를 데려가 도토리를 주우며, 나무 위에 있는 자연 속 친구들을 보여주었다. 도토리를 먹고 사는 청설모나 다람쥐 친구들을 위해 남겨 둬야 한다고 알려주고, 자연에서 자라게 될 도토리 씨앗 역할을 설명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에는 도토리나 상수리나무, 다람쥐를 책으로 찾아 읽게 만들었다.


엄마의 입말은 중요하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해까지 돕는 건 엄마의 말이다. 덧붙여서 글을 통한 이해까지 나아간다면, 아이의 머릿속에서 모든 게 더 명확해진다. 엄마의 쉬운 말과 교과서의 정확한 이야기는 공존해야 한다.



아이는 배운 대로 자란다

요즘 교육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사교육과 자기주도 학습의 팽팽한 맞대결이다. 사교육은 이미 공교육의 영역을 올라타다 못해 넘보면 안 되는 곳까지 넘어섰다. 자기주도 학습은 좋다는 걸 모두 인식하지만, 실제 방법의 부재와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해소할 뚜렷한 방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이 필요한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학습지가 맞고, 어떤 아이는 학원이 맞고, 어떤 아이는 과외가 맞듯이 공교육 이외 학습방법은 다양하다. 사교육 선생님을 통해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력을 얻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공교육의 범위는 광범위한데 비해 시간에 쫓기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깊이 있게 들어가는 심화학습이나, 연계학습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모든 아이에게 사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교과목 중 사교육을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영어, 수학이다.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어렵다고 생각하는 과목이다. 나도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대로 남들처럼 따라가는 건 내 방식이 아니었다. 나는 영어동화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외우고 반복하는 일반적인 학습은 집에서 함께 가능한 교육이다. 하지만 영어를 쉽게 마주하는 통로가 하나 필요했다.


아이에게 동화 테이프를 반복해서 듣게 했다. 한 문장씩 끊어서 듣고 따라 말하기, 듣고 따라 하기가 끝난 후엔 한 문장씩 녹음하기, 한 문장씩 녹음 후엔 문장 전체를 따라 하고 녹음하기, 테이프의 속도를 빠르게 하여 문장을 따라 말해보기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조리 동원했다.


싫어하거나 강제적인 방법이었다면 다시 고려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반복하는 학습에 즐거워했다. 그리고 영어자막이 나오는 비디오 활동도 병행했다. 아동용 영어동화는 문장도 쉽고 쪽수도 적어 활용이 쉽다.


습관의 결과물은 상상이상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받을 수만 있다면 더 빠른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실하고 꾸준하게 쌓은 학습 습관과는 확연히 다르다. 학습 습관은 단순히 공부를 위한 습관이 아니다. 아이가 시간을 관리하고, 중요한 것과 긴급한 것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만들어 준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고, 스스로 공부할 계획안을 만드는 힘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자기주도 학습이다. 틈틈이 독서를 하고, 메모를 하고,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말하고 공부할 시간과 놀 시간을 나누는 습관이 형성된다.


많은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흔들리는 것은 바로 이런 학습 습관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알고 있지만 어릴 때 그 힘을 키워주지 못해서다. 둘째를 키울 때 나도 그랬기 때문에 그 유혹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시기는 바로 이때다. 엄마의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동조성향’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아이의 정서에 맞는 교육의 한 기둥을 갖고 가는 것이다.


어떤 아이도 혼자 자라지 못한다. 갑자기 자라지도 않는다. 어떤 일을 아이 혼자 갑자기 잘 할 수는 없다. 배우면서 자라난다. 아이 교육이야말로 시나브로 쌓이고 쌓인다. 하얀 눈송이 한 알이 두터운 눈 이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고 지속적으로 내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아이를 향하는 꾸준한 마음이 큰 움직임과 큰 결과를 가져온다. 아이와의 사랑이 쌓이고 관계가 형성되고 아이가 안정감을 갖게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이 준비를 통해 아이는 스스로를 믿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어떤 일이든 도전하게 될 것이다.


‘자녀 거울 교육법’이 있다. 부모의 뒷모습은 곧 아이의 모습이다. 아이는 부모가 했던 행동과 말을 스펀지처럼 기억하고 따라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 전에 ‘윤 선생 영어학원’에 관리교사로 취직했다. 오전은 자원봉사로 영어수업을 진행했고 오후엔 영어 관리 교사 일을 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학원 파트타임 수업을 했다. 큰딸 덕에 동네에서 만들어진 아이들 영어 모둠 수업도 시작했을 때였다.


이전의 삶과는 다른 삶이었다. 금전적으로 부족했지만, 돈만 보고 살고 싶지 않았다.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틈나는 대로 공부를 하고 자격증 취득을 했다. 아이를 위해 영어를 공부했고, 단어의 뜻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한자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어서 독서와 역사 자격증까지 다양하게 공부했다. 자녀 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독서와 자녀교육을 강의하는 강사가 되었다.


나는 많은 학부모들을 만났다. 학부모 대부분은 자신이 없어서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낸다고 말한다. 자신 없는 나야말로 학원 보내는 엄마가 되었어야 맞다.


나는 학부모에게 묻는다. “어머님, 아이들 학원으로 보내면 그 사이에 뭐하세요?” 아이는 학원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엄마들은 찻집에서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거울 교육을 생각하면 이 상황은 ‘깨진 거울’이다. 깨져있는 거울을 보니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진심이 제 모습으로 전달되지 않고 왜곡된다.


몇몇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 하루를 보낸다. 좋은 학원정보를 공유하고, 학교 선생님 이야기도 하고 학교 친구들 이야기도 한다. 아이 교육에서 필요한 준비도 한다.


나는 다른 질문을 한다. “어머님의 지금 상태도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아이를 잘 바라봐주는 부분이요. 하지만 어머님 시간 모두 아이에게 맞춰있네요. 아이의 시간만 있고 어머님의 시간은 부족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런 어머님들의 대답은 일정하다. “그래도 저는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이런 경우는 아이가 삶의 목표다. 충분히 자기 뜻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개인은 개인의 삶을 영유해야 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개인은 개인의 삶을 영유해야 한다. 본인의 삶을 살고 싶은 순간이 올 가능성이 높다. 아이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면 개인의 삶에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고 아이가 행복한 방법은 없다. 이게 거울 교육이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는 마주보는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머님 자신의 시간이 버려지는 건 안 좋아요.” 시간의 활용은 공평하게 나누는 게 좋다. 아이에게 집중된 시간만큼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는 엄마를 보고 배운다. 엄마의 삶이 행복해야 하는 이유다.


엄마의 삶으로 보여주고 엄마의 삶으로 가르치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엄마표 교육이다. 엄마표 교육으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로 자라날 확률이 더 높다고 자신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독서

나는 ‘근무력증’이라는 병이 있다. 최악의 몸 상태일 때 둘째가 태어났다. 그래도 다행인 건 첫째 때보다는 책을 마음껏 읽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만큼은 한결 편했다. 진이에게는 아빠와 언니까지 나서서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다.


아이 아빠는 진이가 글자를 따라 빠르게 눈동자 굴리는 반응을 신기해했다. 아이 옆으로 책이 쌓일 때까지 읽어주고는 했다. 일을 쉬고 있던 때라 가능했다. 아빠는 일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 둘째 책 읽어주기 담당을 했다.


태교와 영아 교육에서 아빠의 참여는 중요하다. 누구나 태교와 영아 때 교육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대체로 태교와 영아 때의 교육 담당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엄마들의 생각은 다르다. 둘이 해야 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요즘 아빠들은 아이를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아빠들의 목소리는 중저음이다. 심장박동과 비슷한 음파를 지녔다. 엄마들의 높은 ‘솔’ 톤 소리보다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영아 때 아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 뇌파에 평온함을 전달한다. 나는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유아 시기 때는 여유 돈이 있을 때마다, 특별한 날마다 아이에게 책을 사주는 게 가장 현명하다. 영유아는 빨리 지나가는 성장시기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귀한 시간에 ‘돈이 없어서’라며 책 사는 일을 미룬다면 결국 아이의 기초를 제대로 쌓아주지 않는 꼴이 된다. 지금 돈이 없어서 돈 모아서 일 년 후에 책을 사주는 걸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미리 책을 사 주고 일 년 간 돈을 갚는 방법을 생각하면 좋겠다.


우리 집에 공부하러 오는 아이들은 나에게 책만 팔아도 부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책이 많은데 왜 계속 책을 사느냐고 물어본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꿈을 말해준다. “선생님에게 꿈이 있어. 선생님은 나중에 ‘독서힐링캠프장’을 만들고 싶어. 그곳에서 1박 2일 캠프를 진행하면서 놀이도 하고 토론도 할 거야. 물론 책을 통해서지. 자유롭게 책으로 놀고 읽을 수 있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거야. ‘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늙는 게 선생님 소망이야.”


책을 사는 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작은 사치’다. 아이들에게 고액 과외나 비싼 명문학원을 보낼 마음도 없었지만,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는 가정형편이었다. 이 감정을 환기시켜줄 지적인 사치는 바로 책이었다. 책 한 권으로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의 바람은 지금도 여전하다. 죽는 날까지 다달이 몇 권의 책을 꾸준히 사서 아이들과 읽는 일이다.


워킹맘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이는 계속해서 자라는데 이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해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다른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 중요한 건 ‘질’이지 ‘양’이 아니다. 돈으로 엄마의 자리를 메우려고 하지 말고, 집안에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라도 그 공간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공간이 책이 있는 공간이라면 더없이 좋다.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 그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라. 아이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엄마와 함께 책을 읽던 공간에 스스로 들어가 책을 읽도록 해 주는 게 더 좋다.


일하는 엄마들이 항상 나에게 물어본다. “그렇게 바쁜데 아이는 언제 키우고 집안일은 언제 하세요?” 아이와 함께 할 일이 있다면 집안일을 미루면 된다. 급한 집안일이 있다면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면 된다. 물론 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좋은 건 독서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집안일을 완벽히 하려고 하거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 아이에게만 시간 효율을 따지지 말고, 엄마 자신의 타임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을 모아 아이를 위해 쓴다면 ‘아이 키우랴, 일을 하야 바쁘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집안이 깨끗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모습은 아이에게 꼭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청소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거나 옆집아이와 비교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워킹맘들은 자기만족과 행복을 위해 아이를 방치하는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한 법이다. 엄마의 행복 에너지로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 스스로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엄마들은 이 부분을 가장 어려워한다. “일과 살림, 아이 돌보기에도 바쁜 시간에 자기계발이라니!” 하면서 뒷걸음친다.


모든 염려를 이해한다. 나 또한 일과 살림, 아이를 돌본 엄마다. 책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건 곧 아이에게 바람직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의 지식이 함께 자라나는 가장 쉬운 일이다.


아이를 위해 학원이나 좋은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아이와 책을 읽어라. 엄마 스로가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엄마표 학습법의 처음도 ‘독서’요, 끝도 ‘독서’라는 걸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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