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맘&베스트 맘

   
장영미
ǻ
벗나래
   
13500
2016�� 01��



■ 책 소개 

핵가족시대의 양육의 현실, 베이비 맘

 

어떤 엄마들은 똑소리 나게 아이를 잘 키워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 몰라 당황하고 힘들어하는 엄마들도 많다. 학력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정작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서툰 베이비 맘들이 많은 것이다.

 

아이는 적어도 취학 전까지 부모의 안전한 보호 속에서 일관성 있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야 한다. 그래야 바른 인성을 함양하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때 유아교육기관과 가정이 상호 교류하며 균형을 유지해야 일관성 있는 양육이 가능하다.

 

■ 저자 장영미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아동학을 전공하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유아교육 현장에서 15년 이상을 분투한 실전 자녀교육 전문가.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을 상대하고 두 자녀를 키우며 부모됨의 의미와 유아기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 부모와 교사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는 원장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부모교육과 교사교육을 비롯해 대화법, 인성교육을 테마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후학들을 위해 강의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한 여러 사례들을 담은 것으로, 아이의 미래는 낳고 키우고 가르치는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데 초점을 두고 글을 썼다. 건강하고 밝게 자녀를 키우려면 부모가 먼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메시지로 담았다.

 

■ 차례
들어가는 글 - 부모 역할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1장_철없는 베이비 맘이 아이를 망친다
1. 내 자식만 귀한 것이 아니다
아이 말만 듣지 마라 / 아이 앞에서 교사를 훈계하는 것은 절대 금물 / 아이들 싸움을 확대시키는 것은 피하라

 

2. 엄마의 잘못된 행동이 아이를 망친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라 / 기분 따라 행동하지 마라 / 부부 싸움을 표 내지 마라 / 자신의 감정부터 조절하라 /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

 

3. 자존감을 잃으면 아이는 무너진다 / 아이에게 수치심을 심어 주지 마라 / 아이의 자신감을 무너뜨리지 마라 / 아이의 의욕을 꺾지 마라 / 아이의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라

 

Tip 1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

 

4. 사랑과 관심은 부족하거나 과하면 안 된다
행동에 대한 반응이 아이의 정서를 결정한다 / 작은 약속들이 아이와의 신뢰감을 형성한다 / 아이는 지속적인 관심으로 크는 존재다 / 사랑에도 표현법이 중요하다 / ‘누가 키우느냐’보다 ‘어떻게 키우느냐’가 중요하다

 

Tip 2 아이에게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는 17가지 기술

 

2장 아무리 바빠도 육아는 가능하다
1.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의 책임감, 엄마에게 달려 있다 / 아침밥은 반드시 챙겨라 / 단체복을 입는 이유 / 부득이한 일이 아니라면 종일반에 맡기지 마라

 

2. 아이보다 다른 일이 우선인 엄마들
약속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이 된다 / 어린이집 가족 행사를 소홀히하지 마라 / 아이의 모든 것은 양육 환경이 결정한다

 

3. 직장과 육아에 지친 엄마들
정리 정돈 습관을 가르쳐라 / 낮잠을 재우지 말라는 엄마 / 미안함을 돈으로 해결하지 마라 / 현상을 보지 말고 원인을 파악하라 / 아이를 혼자 방치하지 마라

 

Tip 3 유아들의 자위행위에 대처하는 법

 

3장 베이비 맘에서 탈출하라
1.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춰라
자신에게 당당하라 / 책임감 있는 엄마가 돼라 /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는 게 책임감 /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라

 

2. 육아도 공부가 필요하다
아이의 욕구부터 파악하라 / 사랑하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 / 아이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엄마 / 아이와 제대로 소통하라

 

Tip 4 소통을 가로막는 나쁜 말버릇

 

3. 지혜로운 엄마로 거듭나라
일관성을 가져라 / 믿고 격려하라 / 절대 포기하지 마라 / 조부모라 해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

 

4장 베스트 맘으로 태어나라
1. 식습관 바로잡기
건강을 위협하는 편식 / 아침 식사 챙기기 / 식사 예절 가르치기

 

Tip 5 올바른 식사 예절
Tip 6 아이의 식습관을 고치는 법

 

2. 언어 습관 교육하기
말이 곧 인격이다 / 좋은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 아이에게 힘을 주는 말

 

3. 올바른 가정 문화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 부모와 함께한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 남을 돕는 가정 문화를 가꿔라 / 진정한 유산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남기는 것

 

나오는 글 - 자식 잘 키운 부모는 언제나 당당하다




베이비 맘&베스트 맘


철없는 베이비 맘이 아이를 망친다

내 자식만 귀한 것이 아니다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면 아이들만큼이나 전화벨 소리도 시끄럽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아침을 굶고 갔으니 간식 좀 많이 주라며 전화하고, 어떤 엄마는 늦게 일어나서 등원 차를 못 타겠다고 전화하고, 아이가 원복을 안 입고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겠다며 떼쓰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전화하는 엄마도 있다. 심지어는 등원 시간이 지나 각 반 교실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는 담임을 바꿔 달라는 부모도 있다. 또 아이가 차를 놓쳐서 걸어갔는데 잘 도착했느냐고 묻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혼내서 보냈는데 지금은 괜찮은지 확인해 달라는 엄마도 있다.


그러면 전화를 받다 말고 교실로 뛰어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 어제 친척 집에 갔다 와서 잠을 못 잤으니 오늘 낮잠 좀 많이 재워 달라고 부탁하는 엄마도 있고, 변비인지 대변을 못 봤으니 잘 관찰해 달라는 엄마도 있다. 어린이집은 수많은 엄마들의 요구도 많은 곳이다. 이러다 보니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보다 엄마들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다. 때로는 유독 자기 아이에게 예민하고 요구 조건이 많은 엄마들의 얘기를 들어주다 보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교사가 사랑과 관심을 갖고 지도하면 신기할 정도로 잘 따르고 적응한다. 예뻐하지 않을 수 없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학해 적응하면 울음으로 표현하던 것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가 친구와 잘 어울리고, 자신감이 없어 우물쭈물하던 아이가 교사의 칭찬 한마디에 용기를 내서 당당하게 자신을 내보인다. 이렇게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교사들은 보람과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엄마들은 어떨까? 어린이집에 처음 입학할 때는 욕심이 없어 보인다. 집에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아직 사회성이 부족하니까 또래들과 즐겁게 잘 어울리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들의 욕심은 점점 커져 간다.


옆집 아이가 인사를 잘하면 우리 아이도 인사를 잘하게 해 달라고 하고, 한글을 깨우치면 빨리 문장을 터득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또 편식을 하면 편식을 고쳐 줬으면 좋겠고, 그림을 못 그리면 그림을 잘 그리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엄마들의 다양한 요구를 듣다 보면 교사는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완벽한 멀티 플레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자식이 잘 크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욕심이 끝이 없다 보니 어린이집에 원하는 것도 많고, 조금이라도 섭섭하면 앞뒤 안 가리고 전화해서 교사들을 나무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초지종도 알아보지 않고 아이 말만 듣고 흥분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 아이가 없는 곳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 앞에서 교사를 야단치고 훈계한다면 아이를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교사의 권위가 제대로 설 수 없다.


사랑과 관심은 부족하거나 과하면 안 된다

아이는 지속적인 관심으로 크는 존재다

신학기 적응이 끝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이들의 발달과 연령에 맞게 야외활동을 하거나 견학을 간다. 야외활동은 교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해 생각을 확장하고 이해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자연을 직접 보고 체험함으로써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순리를 알아 가도록 해 준다. 이러한 단체생활은 질서와 양보, 협동과 배려, 나눔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일반적으로 엄마들은 가까운 곳으로 가는 야외활동에는 간식을, 멀리 가는 견학이나 소풍에는 도시락을 준비한다. 견학갈 때 필요한 준비물은 한 주 전에 가정통신문으로 알린다. 견학 준비물을 챙기려면 아이와 엄마는 바쁘다. 전날부터 엄마는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 손을 잡고 시장에 간다. 그리고 아이가 맛있게 먹을 도시락을 싸기 위해 갖가지 재료와 음료수, 과자, 과일 등을 산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더 바쁘다. 미리 사 놓을 수 없는 음식이라 야외활동 전날 직장이 끝나고 나서야 부랴부랴 준비한다. 야외활동 당일 아이들은 엄마가 준비해 준 간식과 도시락, 돗자리 등을 넣은 묵직한 가방을 메고 등원한다. 아이들의 얼굴은 들뜬 나머지 홍조까지 띤다. 교실에서 담임은 결석자 명단을 확인한 후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해 왔는지 확인한다. 행여나 도시락과 간식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만약 간식이나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은 아이가 있으면 비상이 걸린다. 사무실로 내려와 원에 있는 빈 도시락에 교사의 김밥을 나눠 싼다. 간식도 별도로 준비한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혜미야! 엄마가 지금 가져오셨네"라며 아이 가방에 넣어 준다.


교실에서 준비가 끝나면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에 올라탄다. 각 반별로 인원을 확인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과 컨디션까지 확인한다. 준비가 끝나면 안전 수칙을 이야기하고 야외활동지를 향해 출발한다. 현장에 도착하여 한 시간 정도 돌며 구경을 한다. 그리고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아 아이들을 원 대형으로 앉게 하고, 원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 돗자리를 깔아 준 다음 엄마가 싸 준 도시락과 간식을 꺼내 준다.


조그맣게 한입에 쏙 들어가게 예쁘게 만든 김밥, 큼지막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만 넣어서 싼 김밥, 조그맣게 만든 유부초밥 등 엄마가 준비해 준 도시락은 아이들의 점심시간을 즐겁고 풍족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눈에 띄는 몇몇 아이들의 도시락이 있다. 네 살 아이가 먹을 김밥을 너무 크게 만들어 속은 다 흘리며 먹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일반 도시락에 반찬과 밥만 싸 와서 혼자 기가 죽은 채 먹는 아이도 있다. 또 일회용 도시락 안에서 김밥이 뭉개져 꺼냈을 때 볼품없는 김밥을 먹는 아이도 있다.


김밥 한 번쯤이야 어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일들을 통해 필자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견학 때 신경을 써 주는 엄마는 평소에도 아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도 전혀 다르지 않다. 반대로 견학 갈 때 아이를 잘 챙기지 않는 엄마는 평소에도 아이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아이들을 키울 때는 야외활동이나 소풍 때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김밥과 간식을 준비하느라 아침 시간이 빠듯했다. 바쁘고 힘들어도 견학 때 만큼이라도 엄마의 사랑과 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 도시락을 직접 준비해 주었다. 그러고 나면 이때라도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다 자란 지금도 아이들은 늘 바쁜 엄마가 싫었지만 야외활동 도시락만큼은 직접 싸 줘서 좋았다고 말한다.


또 때가 지나서야 나의 힘겨운 노력이 우리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는 부모의 정성과 노력으로 크는 존재다. 사소한 엄마의 행동이 아이의 기를 살리기도 하고 주눅 들게도 한다는 것을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느낄 것이다.



베이비 맘에서 탈출하라

육아도 공부가 필요하다

이미 자녀를 다 키운 어른들은 요즘 아이 키우기가 참 편해졌다고 말씀하신다. 온갖 장난감, 편리한 육아 용품, 인터넷 검색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육아 정보, 국가에서 지원하는 양육비 등이 예전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엄마들도 할 말이 많다. 물질이 풍요로와진 것은 인정하지만 정신적인 힘겨움은 예전보다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예전 엄마 세대는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저절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주부로서 기본 역할도 생활 속에서 부모들이 가르쳐 주었을 뿐 아니라 주변에 보고 배울 어른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엄마들은 자라면서 어른들의 지혜를 보고 배울 기회가 적었다. 어쩌면 어른들이 가르쳐 줄 여력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부모들은 살기 위해 바쁘기도 했거니와 자식만큼은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부모처럼 힘들게 살지 않으려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생활의 지혜를 배울 기회가 없었고, 특히 엄마 역할을 배울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학교를 졸업해서 직장을 다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야 엄마 준비가 안 된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아무리 물질이 풍요롭고 정보가 넘쳐도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으니 힘들 수밖에 없다.


나도 처음 애를 낳고 키울 때는 모르는 게 많아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일은 어쩌면 공부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육아가 어려운 문제였지만 관심을 갖고 공부하며 해결책을 찾다 보니 지식과 지혜가 늘며 진짜 부모가 되어 갔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의 감정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안다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데 말이다. 이것이 바로 엄마들이 육아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이와 제대로 소통하라

내 직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고, 가끔 교사나 학부모들에게도 상담을 해주었다.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육아와 아동심리 등을 열심히 배우러 다녀서 자녀 키우는 문제로 고민할 것이란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 커서 대학생이 된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무렵에는 자주 신경전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아 긴장도 하고 이해해 주면서 넘어갔다. 하지만 딸의 잦은 짜증과 의견 충돌이 한계에 달하면서 언성이 높아지는 날이 점차 많아졌다. 딸이 나를 신뢰하지 않고 반항하는 것을 보면서 자존심도 상했다.


마음은 계속 괜찮은 엄마기도 싶은데, 딸에게 내뱉는 말투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여느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또한 학부모가 자녀와 대화 도중 큰소리를 내면 자녀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조언하는 내가 정작,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아 화도 나고 부끄러웠다.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원장에게 이것을 털어놓았더니 부모 교육 과정을 추천해줬다. 고민 끝에 부모 자녀 대화법 일 년 과정에 등록했다. 첫 교육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남들은 아이를 잘 키우는데 혼자만 힘들어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교육이 시작되어 발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문제로 온 것임을 알았다. 교육생 중에는 전업주부도 있었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엄마도 꽤 있었다.


하지만 자식만큼은 뜻대로 안 되는지 바쁜 시가을 내서 왔다며 한결같이 힘들어 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 엄마, 감당할 수 없는 아이 때문에 온 엄마,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자녀 때문에 매일 싸운다고 온 엄마, 부모와 말하기 싫다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이 엄마, 자녀와 소통할 줄 몰라서 배우러 온 엄마 등 다양한 자녀 문제를 가지고 온 엄마들이었다. 배우는 동안 왜 좀 더 빨리 공부할 생각을 못 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기며 교육생 모두가 열심히 들었다.


처음 강의를 들을 때는 대화 능력 하나로 자녀와의 갈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의아했고 놀라웠다. 교육에 참석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녀 탓인 줄로만 알았던 엄마들이 울기도 했고, 준비되지 않은 엄마였음을 알고 자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릴 때부터 아이와 따뜻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고 눈 맞춤을 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며 후회도 했다.


어릴 때는 대화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고, 학교에 들어가면서 서로 바빠서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아이 문제가 커져 지난날을 돌아보니 방법을 몰라 아이를 존중해 주는 말을 해준 적도 없이 그녕 키웠다고 했다. 또 아이를 어리게만 생각하여 엄마 자신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적이 없고 마음을 표현해 준 적도 없었다고 했다. 문제가 생겨 되돌아보니 아이 마음을 함께 느끼고 공감해 준 적도 없었던 것이다. 엄마로서 아이를 힘껏 안아 주고 수용해 준 적이 없으니, 지금 힘든 것이 당연하구나!라고 후회하며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이에게는 중요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소중한 존재로서 부모와 함께 부대끼며 부모에게서 사랑받고 수용받을 때 밝고 건강하게 성장한다. 또 부모 자신도 아이와 함께 성장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돈도 아니고 시간도 아니다. 눈을 마주치고 공감해 주며 격려하는 따뜻한 사랑이 담긴 부모의 말 한마디라는 것을 교육생들은 교육을 통해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딸아이와 다툼이 잦던 나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느껴져 어떤 강의보다 열심히 들었다. 교육생 모두가 부모로서 부족함을 느껴서인지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교육이 끝날 때쯤 교육생 중에는 갑자기 변한 엄마의 행동과 말투에 "왜 그러세요? 엄마 평소대로 하세요"라고 해서 당황한 엄마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엄마를 좋아했고, 무엇보다 자녀와 관계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고 했다. 나도 배우면서 많은 것을 얻었고 딸과의 관계도 더 좋아졌다. 또 학부모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계기가 생겼고 강의도 하게 되었다. 부모 자녀 대화법 수강은 내 삶이 또 한 번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베스트 맘으로 태어나라

올바른 가정 문화

부모와 함께한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월요일 아침에 어린이집 교실은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여느 때보다 시끄럽다. 등원한 아이들이 부모와 휴일을 보내고 온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때문이다. 웃음꽃이 피어 말하는 표정에서 신이 나고 의욕이 넘쳐 보여 저절로 귀가 기울여진다. 온 가족이 함께 목욕탕에 갔다 온 이야기, 산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온 이야기, 친척 집에 가서 용돈도 받고 놀다 온 이야기, 놀이동산 가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웠던 이야기, 집에서 아빠와 보낸 이야기를 하느라 아이들은 참새처럼 재잘거린다.


평일에는 술에 취해 들어온 아빠 모습을 흉내 내기도 하고, 부모가 부부 싸움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등 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주말을 지내고 온 월요일에는 목소리 크기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발표하는 시간이 되면 부모와 함께 보낸 시간을 자랑하고 싶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마음껏 펼쳐 놓는다. 상기된 얼굴로 부모와 보낸 시간을 기억하며 행복한 얼굴로 발표하는 아이들을 보면 듣고 있는 교사의 마음까지 즐겁다.


어린 연령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발표하는 주말 이야기에 교사와 친구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면 다음 아이들은 다 똑같이 발표한다. 가령 한 아이가 주말에 엄마, 아빠랑 찜질방에 가서 계란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즐겁게 지내다 왔다고 발표해서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교사가 맞장구를 쳐 주면 다음 아이도 똑같이 찜질방에 갔다 왔다고 이야기한다.


언어 구사력이 완전하지 않아 친구를 따라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부러운 마음에 똑같이 말하는 경우도 있다. 진짜 왔다 갔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후에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해 보면 간 적이 없다고 해서 또 한 번 웃는다. 이렇게 발표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언어발달이 몰라보게 좋아진다.


부모님과 함께 보고, 느끼며, 행동하는 다양한 경험은 아이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 같은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또래 관계나 적응력이 좋아지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밝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다. 어린이집에서도 야외활동과 견학을 자주 간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체 아이들이 함께 나가서 보고 느끼는 수업은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며 보내는 시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부모는 아이가 자랄 때만큼은 아이 중심이 되어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 어린이집 견학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지식을 심어 준다면 부모와 함께한 경험은 아이의 정신적/신체적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진정한 유산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남기는 것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늘 바쁘게 살았다. 결혼을 해서도 맞벌이하느라 바빴고,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고 바빴다. 일에 대한 책임감도 강했고, 아이를 키우며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는 목표가 있어서 열심히 일했다.


맡은 일과 역할만 하는데도 시간이 빠듯했다. 다들 이렇게 바쁘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분서주했다. 유아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어린이집 업무는 복잡하고 일이 많다. 교사들, 학부모, 아이들을 이끌어 줘야 하고, 기관 안팎을 살펴야 하고, 급식이며 간식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교육기관이 되려면 어린이집 환경은 물론 주변까지 신경 써야 하고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


또 가정일과 아이 키우는 일은 어떤 일보다도 많은 역할을 소화해 내야 한다. 어릴 때는 어린 대로 챙겨 주며 보살펴야 한다. 하루만 잠을 못 자도 감기에 걸려 병원에 다녀야 했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출근도 못 하게 발목을 잡으면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이렇게 가정일과 어린이집에 집중하다 보면 하루가 짧았다.


가끔 바쁜 틈을 벗어나고 싶어 여유를 부린다 싶으면 문제가 생겼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크고 어린이집 일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내겠구나 하며 생각을 접었다. 가끔은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할까?,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하고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내 뜻대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주변에서 알게 해줬다.


인생 선배들 말에 따르면, 20대 때는 세상일에 서툴러서 몸 따로 마음 따로여서 열심히 살아도 힘들고, 50대부터는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도 몸이 안 따라 줘서 바쁘게 사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하나일 수 있을 때, 그러니까 30대부터 50세 전후까지 열심히 살아야 당당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현실도 그랬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 바쁜 생활을 이겨 내며 아이들을 열심히 키웠다. 아이들도 남들처럼 많은 시간을 함께해 주지 못했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했다. 바쁜 시간 속에서도 두 아이 말에는 귀 기울여 주려 노력했고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처리하며 열심히 사는 부모 모습을 보여 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애들에게 열심히 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사실 할 필요도 없다. 이미 열심히 산 부모 뒷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알아서 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물려주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지금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육비를 국가에서 지원해 줘서 부모 부담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교육비 전액을 부모들이 부담하며 아이를 보냈다. 적지 않은 교육비여서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면 보내지 못하는 부모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풍족하게 키우는 요즘 아이들은 감사한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또 자식에게는 힘든 경험을 겪지 않게 하려는 부모들 덕분에 자신들이 얼마나 풍족하고 편한 삶을 사는지 모른다. 부모는 당연히 희생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듯하다. 감사한 마음이 생길 리 없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해하는 마음을 심어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함을 아는 사람은 능동적인 자세로 책임감 있게 삶을 열심히 개척해 나간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또한 가진 것, 누리는 것이 대해 감사하고, 보살펴 주는 사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유아기부터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그 무엇보다 값진 유산이 될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나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물질적 유산보다 정신적 유산을 물려주는 부모가 되세요. 아이가 자라고 있는 지금 육아에 집중해서 키운다면 더 소중한 걸 얻게 해주는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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