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바야흐로 평생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SBS 「영재발굴단」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공부법 전문가인 노규식 박사는 공부를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현대인의 공부는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학습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만난 학생과 직장인이 겪는 공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저자 역시 공부법에 대해 부단히 공부해왔다. 그 과정에서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동서양 인문과학자 7인의 공부법을 분석하게 되었다. 정약용부터 일론 머스크까지 그들이 일생동안 지속해왔던 공부의 실체를 통해 현대인들이 험난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 저자 노규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임의이자, 신경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연구강사와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청소년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주의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기 위해 캐나다 ADD센터에서 연수했으며, 전두엽 기능에 따른 학습법을 공부하기 위해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서 연수했다. 또한 소아 수면과 뇌파에 관한 연구를 위해 스탠퍼드대학병원 수면센터에서 연수했다.
현재 SBS 「영재발굴단」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뇌와 학습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공부법에 대한 강연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공부 잘하는 머리 10살이면 결정된다』『두뇌 맞춤형 학습법』『책 읽는 아이, 심리 읽는 엄마』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1장_ 현대인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사람 | 일류대를 나와도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의 뇌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섹시한 뇌’란 무엇인가 | 진짜 공부는 전두엽 실행 기능을 훈련시키는 공부다
공부 잘하는 뇌를 만드는 습관
창의력과 상상력도 공부를 통해 키울 수 있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공부법 | 상상력을 키우는 독서법은 따로 있다
학생의 공부와 직장인의 공부법, 어떻게 다른가
입시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 직장인의 공부 습관, 어떻게 달라야 하나
2장_ 인문과학자들의 자기만의 공부법
정약용의 메타인지 공부법
격물치지의 공부법이 바로 ‘메타인지’ 학습법 | 하나씩, 완벽하게 깨쳐가는 것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열쇠
정약용이 오늘날 학생들에게 공부법을 가르친다면 | 메타인지 독서법, SQ3R
아무리 책을 읽어도 공부가 안 되는 이유 |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자기계발법, 격물치지
칸트의 사고전환 공부법
대인관계에 꼭 필요한 ‘사고전환 능력’ | 사고전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계획 세우기
큰 계획을 잘게 쪼개면 실천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 잘게 쪼갠 계획의 실행력을 높이는 메모 습관
딱 10퍼센트만 미리 해놓기 훈련 | 도덕 교육이 기반 되어야 사고전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율곡 이이의 마인드세트 공부법
공부하려면 먼저 스스로를 경계하라 | 성장형 마인드세트를 키우는 공부법
공부할 때는 마음가짐만큼이나 환경이 중요하다 | 배우기 전에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파브르의 감정이입 공부법
관찰은 모든 업적의 시작이다 | 관찰할 때는 그 대상에게 감정이입해야 한다
창조적 공부에 있어서 관찰과 기록은 왜 중요한가 | 집중력은 관찰이 전제되어야 발휘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원리추론 공부법
‘인생의 질문’을 찾아낸 1만 권의 독서 | 왜 머스크는 ‘유추하기’를 버렸을까
혁신적 사고의 비결, 물리학적 원리추론 사고법 |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는 자기회복력
아인슈타인의 연상사고 공부법
우뇌형 인재의 창의적 사고법 | 상상을 통한 연상사고법
아인슈타인을 만든 유대인의 공부법 | 아인슈타인 식 브레인스토밍
벤저민 프랭클린의 실천전략 공부법
공부가 인생의 신념이었던 ‘미스터 아메리칸 드림’ | 프랭클린은 어떻게 시간관리와 실천의 대명사가 되었나
철저한 자기평가를 바탕으로 한 실천전략 | 둘레길형 인간과 등산형 인간
3장_ 공부법을 알고 공부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어떤 공부법이 나에게 맞는가
당신의 공부 유형은 ‘등산형’인가 ‘둘레길형’인가 | 자신에게 딱 맞는 인문과학자의 공부법 찾기
공부는 어떻게 계속 해나갈 수 있는가
공부하는 사람은 무엇으로 공부하는가 | 공부를 계속하기 위한 세 가지 질문
현대인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현대인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
얼마 전, 직장인을 대상으로 업무 능력 강화를 위한 강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강의 준비를 하느라고 자료를 찾아보던 중에 헤드헌터들이 요즘 지향하는 인재상에 대한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그 기준은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였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로 10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적합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아서 고용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애초에 직원들을 뽑을 때 급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에 관한 지식을 단시간에 습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학점과 각종 자격증 등 스펙을 쌓아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사수를 잘 만나 업무 인계 잘 받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 업무에 정통해지고 승진해서 간부가 되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이제는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사람
요즘은 40대만 돼도 인생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야 한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박물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시시각각 변신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스스로 새로운 모색에 나서야 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명예퇴직한 사람들 중에는 치킨집을 비롯한 음식점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상당수가 실패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회사를 다니다 적당한 때에 나와서 장사나 해야지라고 안이하게 삶을 계획하다가 낭패 보기 십상이다.
고등학교 때 혹은 대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만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워졌다. 바야흐로 평생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는 평생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일까?라는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여기서 공부란 무엇인가?를 먼저 정리하고 가자. 이때의 공부란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공부는 공부의 레벨 중 가장 아래 수준에 해당한다. 지금부터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공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공부다.
최근에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사람 뽑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은 오랫동안 직원을 채용해오면서 출신 학교, 각종 자격증, 인턴십 과정의 태도와 성과 등 다방면에서 검토하고 면접을 봤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더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일이 되도록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출신 학교는 평범하고 별다른 스펙이 없어도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이 있더라는 것이다.
일이 되게 만드는 데에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지식도 필요하고, 정보도 있어야 하며, 때로는 친화력과 리더십도 필요하다. 계획성과 결단력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능력도 한 가지 역량이 있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바로 공부다. 인지과학적 용어로는 학습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학습에는 계획하는 능력,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 기억하는 능력, 가설을 점검하는 능력, 집중력, 언어적 능력, 시각, 공간적 사고력이 모두 필요하다. 결국 일이 되게 만들려면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져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일류대를 나와도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이러한 학습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학습의 목적인 문제점을 찾아낸 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적절한 내용으로 바꿔 기억하고, 응용하고, 필요에 따라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은 주어진 질문에 가장 빠르고 가장 정확하게 답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반복 연습을 하지 않으면 수능에서도 결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가고 일류 직장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정작 공부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교육제도에 순응하면서 오랜 시간 노력해 어느 정도의 보상은 받았다. 그러나 정작 냉정한 세상에서 앞으로 맞닥뜨릴 숱한 변화와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능력은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는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가 믿을 건 사람뿐이지 않은가.
그래도 희망은 있다. 공부하는 능력은 아직 우리 뇌 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기도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꺼내서 갈고 닦으면 다시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제아무리 몸꽝이어도 열심히 운동하고 올바른 식사 습관을 유지하면 남부럽지 않은 몸짱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문과학자들의 자기만의 공부법
율곡 이이의 마인드세트 공부법
율곡은 배우기 전에 먼저 그 뜻을 세우라라고 했다. 성장형 마인드세트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무엇을 위한 공부인지 스스로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공자가 말했다.
"이제, 내가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지 않으면, 저희들은 무엇을 받들어 행해야 합니까?
공자가 답하길,
"사계절이 바뀌고 여러 사물이 태어나 자라는데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공자가 제자에게 말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대목이다. 공자뿐아니라 동서고금의 성현들도 말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해왔다. 우리나라 18대 명현 가운데 한 사람인 율곡 이이도 조선조 제왕학의 교본인 『성학집요』에서 말에 대한 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마땅히 말을 조심해야 한다. 이지러지고 흠이 난 구슬은 갈고 닦아서 오히려 반들반들하게 할 수 있지만, 말은 한번 잘못하면 건질 수 없고, 나를 위하여 혀를 붙잡아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말은 나 자신에게서 나오며 실수하기 쉽기 때문에 늘 엄하게 단속하여 제멋대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자와 율곡 모두 왜 이토록 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을까? 단순히 실언을 경계하라는 의미 같지는 않다. 그것은 바로 공부와 직결된다. 말을 극도로 조심하고, 매순간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주의한다는 것은 바로 철저하게 자신을 경계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자기경계법이다.
특히 율곡이 말을 경계한 것은 말에서부터 시작되는 습관과 태도를 경계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해석일 것이다. 말이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이 습관을 결정하고, 습관이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율곡의 『자경문』을 보면 이러한 가르침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공부를 하려면 먼저 스스로를 경계하라
율곡의 『자경문』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우리 삶의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입지(立志): 성인을 본보기로 삼고, 그만큼 큰 뜻을 가질 것.
2. 과언(寡言): 말을 줄여서 마음을 안정시킬 것.
3. 정심(定心): 잡념과 망상을 없애고, 계속 공부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할 것.
4. 근독(謹獨): 모든 악은 혼자 있을 때 마음에서 생겨나므로, 항상 경계하고 삼가는 마음을 가질 것.
5. 독서(讀書): 글을 읽는 까닭은 옳고 그름을 분별해서 일을 합당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 것.
6. 소제욕심(掃除慾心): 재물과 영화에 대한 욕심을 없애고, 일을 편리하게 해치워버리려는 마음을 없앨 것.
7. 진성(盡誠): 할 일은 정성을 다해서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딱 끊어버릴 것.
8. 정의지심(正義之心): 단 한 가지의 불의나 단 한 사람의 희생이라도 있다면, 천하를 얻는 것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질 것.
9. 감화(感化): 다른 사람을 선하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나의 성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길 것.
10. 수면(睡眠):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눕지 말 것.
11. 용공지효(用功之效) : 공부는 늦추어도 안 되고 성급하게 해서도 안 되고, 평생 꾸준히 해나갈 것.
이 글을 청소년이나 성인들에게 보여주면 정말 고리타분한 잔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삶과 공부에 대한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다. 첫 번째 항목인 입지를 보자. 무릇 공부를 하는 사람은 성인을 본받고 그 큰 뜻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항목들도 공부를 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강조하고 있다. 5항 독서부터 8항 정의지심까지는 성공을 추구할 때의 태도에 대해, 9항 감화부터 11항 용공지효는 평생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태도는 마인드세트와도 일맥상통한다. 마인드세트는 사물을 보는 방식, 마음가짐을 뜻한다. 우리말로 바꾼다면 습관이 된 태도 정도가 될 것이다. 특히 공부와 관련한 태도가 마인드세트와 깊은 연관이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캐럴 드웩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마인드세트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드웩 교수는 노력 자체를 칭찬받은 아이는 성장형 마인드세트를 갖춰서 차츰 여러 가지 능력을 계발하지만, 똑똑하다는 칭찬을 받은 아이는 현재에 안주하는 고착형 마인드세트를 갖게 되어 더 이상 노력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즉, 중단 없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에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는 고정적이고 한계를 규정짓는 고착형 마인드세트를 버리고, 자신을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는 성장형 마인드세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율곡의 『자경문』 중 11항 용공지효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다른 항목들도 마인드세트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절 하나하나가 결국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나쁜 습관을 경계해서 자신을 지켜내라는 내용으로, 결국 태도에 관한 가르침인 것이다. 율곡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평생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삶의 태도를 갖고 늘 경계를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똑같은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사람에 따라 성적도 다르고 일의 성과도 다르다. 이것은 공부에 대한, 일에 대한 마인드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억지로 시켜서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공부가 재미있을 리 없고, 성적을 올리기도 어렵다. 마감에 임박해서 어쩔 수 없이 야근하면서 어쨌든 해치워버리자고 생각하면 일이 재미있을 리 없고, 좋은 성과를 얻기도 어렵다.
나와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일하는데도 성적이 더 좋고 일에 대한 평가가 더 높다면, 대개는 그 사람이 나보다 머리가 좋거나 능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지능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15~2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요인은 무엇일까? 성공에 관련된 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것을 바로 마인드세트, 즉 태도라고 말한다.
배우기 전에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율곡은 공부의 쓸모를 생각하지 않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부 방식을 싫어했다고 한다. 과거시험에도 수차례 합격한 율곡이지만, 정치를 제대로 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는 지식을 쌓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율곡의 생각을 오늘날 우리의 삶에 비추어보면 답이 나온다. 요즘은 입시도 취업도 어렵다 보니, 늘 독서실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끼고 앉아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많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공부를 하는 것인지, 공부를 핑계로 시간을 때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공부가 도피의 수단인 경우도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이 안 된다고 대학원에 가는 이들이 종종 있다.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난 대학생 재윤이는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학사경고를 두 번 받고 귀국한 상황이었다. 학사경고를 받은 사연을 들어보니, 선배와 친구들이 학점 따기 쉽다고 해서 신청한 과목의 수업을 막상 들어보니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이유와 목표가 없으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 싶은 마음만 앞서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기본을 잊어버리고 판단을 잘못해 큰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젊은 날의 고생이야 훗날 좋은 경험과 자산이 된다고들 하지만, 잘못된 삶의 태도로 인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마련이다.
막연히 공부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배우기 전에 먼저 그 뜻을 세우라는 율곡의 말씀을 귀담아들어야 할 때이다. 우선 이 공부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스스로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구체적으로 올해의 목표, 이달의 목표, 이번 주의 목표, 오늘의 목표를 세워서 꾸준히 공부하는 태도를 키운다면 학창시절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공부법을 알고 공부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공부는 어떻게 계속해나갈 수 있는가
대학생이 되면 중고등학교 때처럼 엄마, 학교, 학원 선생님이 공부하라고 닦달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진정한 자기주도 학습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는 셈이고, 따라서 더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한 성인에게 공부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공부의 목표 설정 자체도 쉽지 않고, 학창시절에 공부하던 방식대로 하기도 어려우며, 공부를 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성인들에게는 공부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앞서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문과학자들은 어떻게 공부했는지 살펴보았다. 아울러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그러나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바로 실천하고 습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계속 실천해나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무엇으로 공부하는가
나에게 잘 맞는 공부법을 습관화하려면 공부하는 사람은 무엇으로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패러디한 것인데, 두 질문의 답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이 소설 속 미하일은 하느님에게 벌을 받아 세상에 온 천사다. 그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만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 첫 번째 질문은 사람의 마음속엔 무엇이 있는가이다. 소설속의 답은 사랑이다. 보편적으로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속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의 마음속에는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마음이 없이 시작했다면 그것은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게 아니라 흉내만 내는 자기기만이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동기는 학점, 취업이나 승진 등 다양할 수 있다. 그 동기가 분명한 만큼 마음속에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하게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잘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학습클리닉을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를 안 해서 날 찾아왔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도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다만 그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에 따라 공부를 더 열심히 하기도 하고 반대로 포기하기도 할 뿐이다.
소설 속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구두 수선 일을 하면서 얻게 된다. 자신을 구해준 시몬의 구둣가게에서 일하던 어느 날, 한 귀족이 1년 동안 신을 가죽장화를 주문한다. 튼튼하게 만들지 않으면 잡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미하일은 장화 대신 슬리퍼를 만든다. 시몬은 미하일에게 어쩌자고 이렇게 멍청한 짓을 했느냐고 다그치지만 미하일은 동요하지 않는다. 곧 귀족의 하인이 찾아와 주인어른이 돌아가던 중 마차에서 죽었으니 수의로 신길 슬리퍼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미하일은 두 번째 질문인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즉,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다. 학생 때는 공부 잘하는 친구나 선배의 공부법을 따라 하기도 하고, 소위 공신들의 공부법도 따라해 보지만 정작 자신의 두뇌에 맞는 방법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공부는 늘 어렵고 지루하고 머리 좋은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은 사람은 결국 무엇으로 사는가?이고, 그 답은 첫 번째 질문과 연관 있는 사랑으로 산다이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사람은 무엇으로 공부하는가?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바로 나는 공부를 잘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공부하게 된다. 이것을 자신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고, 자기 효능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 즉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실현된다고 생각할수록 공부는 더 하고 싶어진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실은 적이 있다. 미국의 직장인들에게 언제 가장 업무 동기가 높아지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엄청난 보너스도 동료들과의 유대도 아니었다. 바로 일이 잘될 때였다. 공부도 일처럼 잘될 때 가장 하고 싶어진다.
공부를 계속하기 위한 세 가지 질문
이 세 가지 질문을 어떻게 활용해야 공부를 계속하는 데 도움이 될까? 우선 나는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분명히 기억하자. 공부를 하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미룬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할 때 좌절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이는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이다. 우리 무의식은 이런 불쾌한 감정을 피하려고 오늘은 일단 미루고 핑계를 찾는다. 혹은 더 합리적인 이유를 대면서 포기하려고 할 수도 있다. 내일부터 하지 뭐, 다음 달부터 하자, 굳이 공부를 계속해야 할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공부가 잘 안되니까 미루게만 되는구나.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어!"라고 말이다.
그런데 공부를 이렇게 계속 미루면 결과가 더 나빠지고 자신에게 더 실망해서 공부에 대한 자신감, 자신에 대한 믿음 모두 다 없어져버린다. 그래서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는 순간에 해야 하는 말이 바로 "나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길 원해!"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자포자기나 무조건적인 자기합리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신이 역경을 극복해왔고 그에 대해 믿음이 있는 사람은 이런 식의 감정 조절을 수월하게 한다. 그러나 그런 경험과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현실에 쉽게 무릎을 꿇을 수 있다. 만일 스스로 좌절이나 역경에 약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하려고 했던 것보다 조금 양을 줄이거나 목표를 낮춰서 다시 시도해보자. 작은 성취의 경험들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턱대고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한다면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 최근 소아청소년 정신과에 찾아와서 "지금 우리 아이에게 적절한 공부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하고 묻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를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기관에서 지능검사나 신경인지기능검사, 주의력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를 잘 살펴본다면 각자의 두뇌 유형을 짐작 할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본다면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공부는 공부가 잘된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꾸준히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효율을 높이다 보면 공부가 잘된다는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 무조건 열성적으로 오래 앉아서 공부하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어떤 방법으로 하겠다는 전략부터 세우고, 그 전략의 목표를 설정하자. 2장에서 살펴본 공부법 중에서 한 가지만이라도 택해 그것을 습득하고 적용하겠다는 작은 목표를 함께 세우는 것이 좋다. 그것이 성공의 느낌을 자주 갖게 하고 공부가 잘된다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내게 맞는 공부법이란, 자기주도적 학습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런 공부법은 하루아침에 실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꾸준한 반복과 습관에 의해서 완성되는 것인데, 문제는 자신의 두뇌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되는대로 본인이 편하게 생각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해왔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두뇌 유형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공부법이 무엇인지 찾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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