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혁명

   
켄 로빈슨 외(역:정미나)
ǻ
21세기북스
   
18000
2015�� 12��





■ 책 소개


 


학교가 아이의 타고난 창의력을 죽인다!


 


세계적 명사들이 출연하는 TED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연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Schools Kill Creativity)의 켄 로빈슨 교수의 저서. TED에서 펼친 주장을 구체화하면서 이 시대 최대 쟁점인 교육제도의 혁신 방법에 대해 획기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소개한다.


 


저자 로빈슨 교수는 표준화라는 명목 아래 전세계적으로 행해지는 획일적 교육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엘리트 위주의 교육제도를 탈피해 어떤 아이라도 외면 받지 않는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안한다. 그동안 제도권에서 소외돼왔던 학생들을 돕기 위한 세계 곳곳의 움직임을 소개하고 대안교육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또한 국가 주도 교육의 틀 안에서도 탁월한 혁신을 이룩한 여러 학교를 예로 들면서, 법과 제도의 변화를 기다리기에 앞서 학교 현장에서 시작할 수 있는 교육의 풀뿌리 혁명을 촉구하고 있다. 그가 설명하는 민주학교가 일으키고 있는 바람, 거꾸로 교실의 실험성, 홈스쿨링의 장단점, 느린 교육 운동의 성과 등을 통해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전인교육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켄 로빈슨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 명예교수. 교육과 비즈니스에서 창의성 계발과 혁신, 인적자원 분야의 세계적인 선구자다.


 


세계 각국 정부가 국가 교육제도 개선에 관해 자문을 구하는 글로벌 교육 석학이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 비영리단체, 로열 발레단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여러 문화 단체와도 함께 일하고 있다.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로부터 ‘창의성과 혁신 분야의 세계 최고의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됐고, 비즈니스 부문의 ‘선구적 사상가 50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3년 교육과 예술 분야 리더로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엘리먼트(Element)』『엘리먼트를 찾아서(Finding Your Element)』를 비롯해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Out of Our Mind)』『학교에서의 예술(The Arts in Schools)』등이 있다.


 


sirkenrobinson.com
@SirKenRobinson
facebook.com / SirKenRobinson


 


루 애로니카
루 애로니카 Lou Aronica는 세 권의 소설을 펴냈으며,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컬처코드(The Culture Code)』 『엘리먼트』 『엘리먼트를 찾아서』등 여러 권의 논픽션 작품을 공동집필했다.


 


■ 역자 정미나
출판사 편집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이 경험을 토대로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는 『스캔들의 심리학』『패션 의상과 스타일의 모든 것』『와인 테이스팅 코스』『모던 러브』『내 인생을 빛나게 하는 뷰티풀 마인드』『매혹과 잔혹의 커피사』등이 있다.


 


■ 차례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들어가는 글·자정 1분 전


 


제1장 기본으로 돌아가라
표준화운동|교육을 통제하려는 논리|표준 향상시키기|표준화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외부효과|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제2장 어떻게 교육 모델이 탄생했는가
소외된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대중 교육이 등장한 이유|대중 교육의 산업적 목표|산업주의 교육 구조|학생을 틀에 맞추려는 의도|왜 획일성이 문제인가|실제적 비용을 누가 지불하는가|기계론과 유기체


 


제3장 변화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제도 내에서 혁신은 불가능한가|핀란드 교육 vs 미국 교육|복잡성 받아들이기|두 가지 프로젝트 이야기


 


제4장 아이는 타고난 학습자다
능력의 부족인가, 방법의 잘못인가|수많은 문제는 제도 때문이다|학교에 자유를|교육에 맞춤옷을|아이의 지능은 다양하다


 


제5장 교사는 일종의 예술가다
교사의 진정한 역할|지도의 힘|거꾸로 교실|창의성에 관하여|음악을 교육의 돌파구로|오락으로서의 지도|교사가 배워야 할 것들


 


제6장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커리큘럼의 목적|끊임없는 논쟁거리, 필수과목|어디에서부터 시작할까|과목이 아니라 학과의 개념으로|적절한 양식 찾기|느린 교육 운동|민주학교가 일으키는 바람|커리큘럼의 원칙


 


제7장 지긋지긋한 시험
사람을 표준화시키려는 교육|시험에 대한 반발|시험 산업의 높은 이윤|모든 시험의 어머니|시험 없는 평가 방법, 러닝 레코드|학습으로서의 평가|미래가 담긴 스냅숏


 


제8장 교장으로서의 신념
훌륭한 리더, 훌륭한 관리자|문화 바꾸기|교실 밖 현실세계|서열주의 타파와 혁신|성취의 근원


 


제9장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부모를 위한 두 가지 조언|학부모의 전문성을 학교에서 활용하기|과잉양육|가정과 학교의 관계|아이 맞춤형 학습, 홈스쿨링


 


제10장 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다
변화를 성공시키는 효과적인 방법|학교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획일성에서 창의성으로|다르게 하기|넘어야 할 장애물들|변화의 체계화|나부터 바뀌면 세상이 변화한다


 


나오는 글 - 모든 사람을 위한 혁명
옮긴이의 말 - 우리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있다

찾아보기




학교혁명


기본으로 돌아가라

표준화운동

개혁은 교육계에서 새로운 쟁점이 아니다. 교육이 지향하는 목적에 대해서나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현재는 논쟁의 양상이 과거와는 다르다.


현재는 표준화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세계 교육의 트렌드 부문에서 손꼽히는 논평가 파시 살베리는 이런 세계적 유행에 GERM(Gloval Education Reform Movement, germ은 세균이라는 뜻-옮긴이)이라는 기막힌 별명을 붙였다. 얼마나 많은 국가가 이 세균에 감염돼 있는가로 미루어 판단컨대, GERM은 확실히 감염성이 높은 듯하다. 과거에는 국가 교육정책이 주로 국내적 문제였는데 요즘에는 정부들이 각국의 교육제도를 국방정책만큼이나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고 있다.


요즘의 교육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높다. 1992년 빌 클린턴은 교육 대통령으로 통하고 싶다는 마음을 아예 대놓고 밝혔다. 조지 W.부시 역시 교육 개혁을 대통령 임기 초에 최우선 사항으로 삼았다. 2002년 1월 마틴 루터 킹 기념 주간의 전야에 부시는 교육이야말로 이 시대의 시민권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킹 박사의 뜻을 이어받아 제도화된 편협함을 극복해냈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은 모든 아이가 인생에서 성공할 기회를 공평하게 누리도록 해주는 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교육 개혁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중국은 국가 개조의 중심축으로서 교육의 대대적 혁신을 추진중이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는 정부의 쇄신전략에서 교육을 핵심에 두었다.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리든 세계 각지에서 이처럼 교육이 정부의 주요 어젠다로 떠올라 있다.


2000년 이후에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라는 비교 평가 테스트의 등장으로 표준화운동에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PISA는 수학, 읽기, 과학 부문의 표준화 평가를 통한 학업성취도를 바탕으로 삼는 것으로서 파리 소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관하고 있다. PISA는 3년마다 전세계 국가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참가국의 수는 2000년의 32개국에서 2012년에는 65개국으로 증가했고 테스트에 참가한 학생의 수도 2000년의 26만 5,000명에서 2배 가까이 늘어 51만 명에 이르렀다.


PISA의 정치적 영향력도 커졌다. 2001년에만 해도 그 결과에 대한 유럽 언론의 관심은 비교적 미온적이었다. 그러다 2013년 세계적으로 헤드라인 뉴스로 떠오르며 세계 도처의 정부에 동요를 일으켰다. 이제 교육부장관들은 서로 이두박근을 과시해 보이는 보디빌더들처럼 각국의 순위를 비교하면서 언론과 마찬가지로 이 순위를 학업성취도의 절대적 척도로 다루는 모양새다.


중국의 상하이는 2009년 처음 PISA에 참가하자마자 세 개의 전부문에 걸쳐 1위를 싹쓸이하면서 서구 국가들을 큰 충격에 몰아넣었다. 2012년에도 상하이가 또다시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그뒤를 이었다. 서구 언론은 아시아식 교육의 힘에 대해 너도나도 분석해대며 자국의 정치인들에게 표준을 높여 세계적 경쟁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교육부장관 안 덩컨은 이렇게 논평했다.


"2012년도 PISA 결과 미국의 성취도는 현재의 전반적 상황을 직접적이고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교육 침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교육계의 자만과 낮은 기대치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15세 학생들이 과거 학생들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 학생들이 근본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업성취도 상위권 국가들에 밀리면서 우리는 지금 제자리에서 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인식에 걸맞게도 오바마 행정부는 일명 정상을 향한 경주를 주요 교육 의제로 채택해 표준과 시험을 중심축으로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방 지원금을 지급하는 국가차원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이 이렇게 뜨거운 정치적 이슈로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대대적 인구 증가에 따라 지난 25년 사이에 기업 형태에 혁신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제조,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됐다. 정부들이 고학력의 노동력이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중대한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어느새 정부 정책은 혁신, 기업가 정신, 21세기형 기술에 대한 온갖 수사로 버무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정부가 교육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가 하면, 교육이 세계적으로 최대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만 해도 교육비가 2013년 기준으로 6,320억 달러에 달했다. 세계적으로는 그 수치가 자그마치 4조 달러를 넘어섰다.


두 번째는 문화적 이유다. 교육은 공동체가 고유의 가치와 전통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주된 수단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 교육이 외부 세력에 맞서 문화를 지키는 수단이 되거나 문화적 관용을 촉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교육의 내용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어느 정도는 교육의 문화적 의의 때문이다.


세 번째는 사회적 이유다. 공교육이 공공연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배경과 환경의 차별 없이 모든 학생에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으로 성공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공교육에는 정부에서 바라는 실질적 목표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태도와 행동을 장려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태도와 행동은 정치체제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교육이 정치적 쟁점화되는 마지막 네 번째 이유는 사적인 것이다. 실제로 교육의 공공정책 관련 문구를 보면 그것이 무슨 의식이라도 되듯,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성을 깨달아 만족스럽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등의 구절이 들어가 있기 일쑤이지 않는가.


표준화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표준화운동이 의도대로 잘돼가고 있다면 이쯤에서 더 할 말이 없을 테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3R을 예로 들어보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표준화운동은 기껏해야 부분적 성공에 그쳤다. 미국과 영국 같은 국가들은 읽기, 쓰기 연산 부문에서 표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려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하지만 목표 학과들의 시험 성적은 거의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2012년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자 가운데 17퍼센트가 유창하게 읽거나 쓰지 못하는데다 철자, 문법, 구두법의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성인의 50퍼센트 이상은 읽기와 쓰기에서 3등급에 못 미치기도 했다. 전미음악교육협회의 전 회장 폴R. 리먼은 2012년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국가교육성취도평가의 성과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부분에서 본질적 변화가 없었다. 2013년 3월에 교육부장관 안 덩컨이 의회에 경고한 바에 따르면 2014년에는 전국적으로 80퍼센트 이상의 학교가 낙오아동방지법에 따라 낙제 학교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기본 역량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학생들은 기본 교양 지식에서도 허덕거리고 있다. 2006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미국의 교양 지식 수준을 조사했는데, 18~24세의 청소년 21퍼센트가 지도에서 태평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놀랍게도 65퍼센트가 지도에서 영국의 위치를 몰랐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부끄러운 상황은 영국도 그다지 나을 것이 없다.


표준화운동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도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사회의 일꾼으로 키우는 것을 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률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5~24세의 인구는 6억 명 가까이 되고 그중 약 6,300만 명이 장기 실업 상태에 있다. 다시 말해 이 연령층의 전체 인구 가운데 13퍼센트 가량이 실업자라는 얘기이며,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유럽의 청년 실업률은 2008~2013년 가파르게 증가해 24퍼센트에 육박했다.


실업의 그림자는 모든 기대에 걸맞게 착실히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에게도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1950년과 1980년 사이에 대학 학위는 좋은 직장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대학 학위만 있으면 고용주들이 서로 면접을 보려고 줄을 섰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본질적 문제는 공급이 많아졌다는 데 있다. 학력은 일종의 화폐와 같아서 시장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예전에 대학 학위를 높이 쳐줬던 것은 비교적 취득자가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자들이 차고 넘치는 현재의 사회에서는 대학 학위가 더 이상 예전만큼 높은 차별성이 되어주지 못한다.


2008년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많은 대학 졸업자가 학위를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사용할 만한 직장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갓 졸업한 후에 선택 분야에 첫발을 내딛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취업 상태에 있거나 통상적으로 학사 학위가 필요 없는 일자리에서 불완전 취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수가 2008년 경기침체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불완전 취업자들이 들어가는 일자리의 질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현재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임금 일자리나 파트타임 일자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대학 졸업자들의 전망이 점점 악화되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량과 경제 분야에서 사실상 필요로 하는 역량 사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국가에서 수행돼야 할 업무가 산더미 같은 실정이지만 교육에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런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


표준화운동에서는 온갖 수사를 내세워 취업 능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늘어놓고 있음에도 정작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학습 과정이 아니라 학업 프로그램의 표준을 높이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


오리건대학교 총장이자 세계화 교육 및 온라인 교육 연구소 소장인 용자오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77년부터 2005년까지의 28년 동안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신생 기업이 새롭게 창출해낸 일자리는 300만 개가 넘었다. 새로운 일자리 가운데 상당수는 사라진 이전의 일자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역량이 요구됐지만 그런 역량들에 대해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조치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결국 그 업무는 관련 재능을 이미 단련한 경력자들이나 창의적이고 기업가적인 능력을 갖춘 적응력 뛰어난 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아주 다양한 재능, 역할, 직업에 의존한다. 전기 기사, 건축업자, 배관공, 요리사, 진료 보조자, 목수, 수리공, 기계공, 보안 직원 등등 학위가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 그 이 모든 일이 우리 각자의 삶의 질에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이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일에 즐겁게 임하며 크나큰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이 아주 많다. 그런데 학교에서 학문을 강조하느라 이런 직업의 역할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서 이런 직업은 학문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2류 직종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보통 그렇듯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간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학업을 일찌감치 접고 일자리를 찾거나 이런저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교육과정을 밟는다. 아이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교육 신분의 사다리에서 내려오는 셈이 된다. 이와 같은 학력적, 직업적 카스트제도는 교육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건전한 경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또 그런 사람들을 키워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능력에 의존한다. 2008년 IBM은 80개국 1,500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은 변화에 대한 적응성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성이었다.


졸업생 가운데는 다른 자질은 아주 뛰어나면서도 이 두 자질은 결여된 경우가 수두룩했다. 기업가들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능력을 교육 개혁가들이 주도한 전략에 따라 향상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표준화교육은 오늘날의 경제에서 의존도가 높은 창의성과 혁신을 꺾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표준화운동은 낮은 학업 성적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 물론 타당한 우려이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습 동기, 빈곤, 사회적 불리함, 가정환경, 학교의 열악한 시설과 기금, 시험과 평가에 대한 압박 등등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요소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고려할 사항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이 잘 갖춰진 부유한 지역의 학교들이라고 해서 학교생활에 불만스러워하고 학업 성적이 부진한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이 운명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몇몇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시켜주겠지만, 실제로 빈곤 지역의 여러 학교들이 지도와 학습에 대한 창의적 접근법을 통해 학업성취도를 혁신시켜왔다.


여러 조사와 실질적 경험을 통해 거듭 드러난 바에 따르면,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높여주는 결정적 요소는 학생 자신의 동기와 기대다. 학업성취도를 높일 최선의 방법은 지도의 질을 향상하고, 균형 잡힌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유익한 평가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치적 대응은 이와는 반대 방향을 향해왔다. 다시 말해 커리큘럼을 편협하게 짜고 교육 내용, 지도법, 평가를 최대한 표준화시켜왔지만 이런 대응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그 증거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표준화운동은 대부분 실패중이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한편 PISA 성적표라는 한정된 관점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현재 다른 어젠다로 주의를 돌려 표준화운동이 제도적으로 질식시켜온 역량과 태도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현재 시급히 요구되는 변화가 바로 이런 방향 선회다.


우리 아이들과 지역 공동체에 필요한 것은 현재와는 다른 종류의 교육이다. 표준화운동이 추진 중인 원칙과는 다른 원칙에 기초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본이란 특정 과목도, 특정 지도법이나 평가 전략도 아니다. 원래 역할에 충실한 교육의 근원적 목적을 가리킨다.


교육의 근원적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사고방식과 학교의 운영 방식을 과감히 변화시켜야 한다. 구식의 산업적 모델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원칙과 실천에 따르는 모델로 변화시켜야 한다. 사람은 신체나 외모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 능력과 개성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본적 진실을 이해해야만 교육제도가 왜 실패하고 있는지에 대해, 또한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해 헤아려볼 실마리가 생긴다. 그리고 그 기본적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혁신시켜야 한다. 우리에겐 산업적 모델보다 더 바람직한 상징 모델이 필요하다.



아이는 타고난 학습자다

능력의 부족인가, 방법의 잘못인가

아이들의 타고난 학습 능력은 얼마나 대단할까? 수가타 미트라는 1999년에 이 의문을 풀기위해 뉴델리 빈민가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벽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전원을 켜서 인터넷을 연결해놓은 다음 아이들이 이 컴퓨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봤다.


그곳 아이들은 모두 컴퓨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웹브라우저는 아이들이 알지도 못하는 언어인 영어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컴퓨터 다루는 법을 아주 금세 뚝딱 배우더니 자기들끼리 서로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자기들만의 음악을 녹음하고 능숙하게 인터넷 서핑을 즐겼다.


그의 실험은 아이들의 어마어마한 학습 능력을 새로이 조명해줬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처럼 타고난 학습자라면 학교에서 잘 따라오지 못하고 쩔쩔매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걸까? 학교 공부에 지루해하기만 하는 아이들은 왜 또 그렇게 많을까? 여러 면에서 볼 때 학교에 만연된 제도와 관습이 문제다.


전통적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앞쪽을 쳐다보는 동안 교사는 가르치고 설명하고 숙제를 내준다. 이런 학습 양식은 대체로 구두적이거나 수리적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주로 필기를 하거나 계산을 하거나 토론을 나누는 식이다. 배울 내용은 체계를 구성하는 커리큘럼은 여러 과목으로 짜여 있고, 대개 과목별로 가르치는 교사들이 다르다. 또한 시험을 자주 봐서 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과목별로 이해 속도에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지만 수업은 똑같은 시간 동안 똑같은 속도로 진도가 나가도록 짜여 있다. 개개인이 따라오든 따라오지 못하든 상관없이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일제 수업이 진행된다.


보통 40분 정도의 단위로 나뉜 수업 시간은 각각 다른 활동에 배정돼 매주 같은 시간표가 반복된다. 각각의 수업 시간 마지막마다 종소리 같은 신호가 울리면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교실에서 다른 선생님과 다음 활동으로 옮겨간다. 학교들이 으레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멀까? 주된 이유는 대중 교육의 토대를 이루는 두 개의 기둥 때문이다. 과거에 세워졌으나 현대에도 여전히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이 두 기둥은, 바로 학교의 조직적 문화와 지적 문화다.


교육은 학문 능력이라는 개념에 지배당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학문을 지적인 것과 동의어로, 또 학문적 성공을 교육적 성취의 동의어로 여긴다. 개념대로 제대로 따지면, 학문은 더 좁은 의미를 지닌다. 즉 실용적이거나 응용적이기보다는 주로 이론적이거나 학구적인 지적 노동을 가리킨다. 이 때문에 비실용적이거나 순전히 이론적으로 여겨지는 아이디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가리킬 때 종종 아카데믹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현재의 학업은 크게 세 요소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명제적 지식으로 통하는 지식, 이른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의 독립선언서가 776년에 서명됐던 사실이 이런 명제적 지식의 예에 해당된다. 두 번째 요소는 개념, 절차, 가정, 추측 등의 이론적 분석의 강조다. 세 번째 요소는 손재주, 신체적 기술, 눈과 손의 협응 능력, 도구의 사용 등이 수반되는 기술적이고 실용적이며 응용적인 공부보다는 주로 읽기, 쓰기, 수리가 수반되는 책상머리 공부의 강조다.


물론 학업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또한 이론은 삶의 어떤 분야에서든 실용과 관련된 지식을 제공할 수 있으며,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학문적 커리큘럼에서는 실용보다는 이론을 철저히 중요시한다. 학문적 공부는 두말할 것 없이 중요하며 모든 학생의 교육과정에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학문적 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모든 학생에게는 학문적 공부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인간의 지능은 학문적 능력 그 이상을 포괄한다. 예술, 스포츠, 기술, 비즈니스, 공학 등 그 분야에 재주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과 삶을 바칠 만한 수많은 작업에서의 모든 성취를 두루 아우른다. 우리 모두의 삶과 미래는 다양한 실용적 능력과 역량에 능통한 사람들에게 의존하며 영위되고 있다.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이런 다양한 실용적 능력과 역량을 모두 다 가르치길 기대한다면 무리겠지만, 적어도 교육 전반에서 이런 다양한 능력과 역량들에 대해 공평한 지위와 입지를 부여함으로써 여러 능력과 역량이 골고루 육성될 만한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인간 지능이 이처럼 포괄적임에도 우리 학교들은 어째서 지능의 특정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됐을까? 간략히 요점만 말하자면, 현재 우리의 학교제도를 떠받치는 조직적 의식과 지적 습관이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적절히 반영해주지 못하는 탓이다.


단지 이런 식의 제도에 잘 맞지 않을 뿐인데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거나, 자신이 별로 똑똑하지 못하다거나, 학습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실제로 학습 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일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학생들은 학습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학습 방법에 잘 맞지 않을 뿐이다.


시간표를 아이들 각자의 속도에 맞추기

사람마다 가장 좋은 학습법이 서로 다르듯 학습의 속도에서도 저마다 차이가 있다. 전체 학급 단위의 수업과 미리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이런 차이를 인정하고 조정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그 결과 일부 학생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또 낮은 학업성취도는 낮은 기대로 이어져서 학생의 전체 학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개개인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려면 학생들을 개개인으로서 수업에 참여시켜야 한다. 장애물 경주하듯 동시에 똑같은 방식으로 모두를 경쟁시킨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우게 하기

교육의 표준하와 현재 이뤄지는 교육의 양은 모든 연령의 사람들에 잘 맞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들이 놀이를 통해 배우는 가장 자연스러운 학습법과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여러 형태의 놀이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육체적, 사회적, 정서적, 지능적 발전의 측면에서 특별히 중요하다. 놀이의 중요성은 모든 문화에서 인정받아왔다. 그동안 인간과학 분야에서 폭넓게 연구되며 지지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계몽적인 학교들을 통해 실제로 증명돼왔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준화운동은 학교에서 놀이의 역할을 하찮게 취급하고 있다. 놀이를 공부와 시험 통과라는 중요한 본업을 방해하는 요소쯤으로 치부한다. 놀이의 추방은 표준화교육이 빚은 대비극 중 하나다.


"아이들은 본래부터 어른의 간섭 없이 혼자 힘으로 놀고 탐험하도록 태어난 존재다. 아이들이 성장하려면 자유가 필요하다. 자유가 없으면 괴로워한다. 자유롭게 놀고 싶은 충동은 기본적이고 생물학적인 충동이다."


이는 여러 심리학자, 철학자. 인류학자, 교육자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견해다. 그레이 박사의 말마따나 자유로운 놀이의 결핍은 음식, 공기, 물의 결핍처럼 육체를 죽이지는 않는다 해도 영혼을 죽이고 정신적 성장을 방해한다.


"자유로운 놀이는 아이들에게 학습 수단이다.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삶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요령을 배운다. 또한 놀이를 통해 자신이 자라는 문화에서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신체적, 지능적 기술을 연습하고 습득하기도 한다. 그 무엇을 해준다 해도 빼앗은 자유를 보상해줄 수는 없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많은 장난감을 사준다고 해도, 또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 시간을 아무리 많이 가져주거나 특별 훈련을 잔뜩 시켜준다 해도 다 소용없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놀이 속에서 스스로 터득하는 것들은 다른 식으로는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이다."


나는 그레이 박사의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아이들에게는 효과적이고 타고난 학습 능력이 있다. 아이들은 자기 생각대로 하게 내버려두면 우리가 해줄 수도 없고, 해줘서도 안 되는 식으로 여러 선택들을 탐험해 선택을 한다. 놀이는 학습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놀이는 호기심과 상상력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하지만 표준화운동은 학교에서 놀 기회를 아주 발 벗고 나서서 없애고 있다.


학교에서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상당수가 학교의 운영 방식이 자연스러운 학습의 리듬이나 전통과 충돌하면서 발생한다. 구두가 잘 맞지 않아 발이 아프면 구두를 닦거나 발을 탓하는 대신 그 구두를 벗고 다른 신을 신는다. 마찬가지로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제도 안의 사람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함께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를 주도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적절한 환경이 갖춰진다면 학습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바로 교사들이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