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의 비밀

   
김현수
ǻ
덴스토리
   
13500
2015�� 02��



■ 책 소개


마음을 놓치면 아이도 놓친다!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요즘 사춘기 설명서

 
중2가 되면 아이들은 왜 갑자기 변하는 걸까? 사춘기 자녀가 핸드폰을 끼고 사는가? 중학생이 되더니 통 말이 없고 뭘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짜증만 내는가? 무기력할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나자빠졌는가?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외로운 것이다.

 

부모가 자란 시대와 지금 우리 아이들의 시대는 다르다. 가령, 부모 세대에게 공부는 죽으나 사나 해야 할 일이었지만, 요즘 자녀 세대에겐 적성에 맞는 아이들이나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부모들이 20~30년 전의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판단한다. 그러니 부모들은 도대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받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들과 대화할 마음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저자는 부모가 사춘기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이해하기라고 말한다. 이해하기는 중2병을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작업이고, 사춘기 자녀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자녀를 이해하면 부모의 마음도 편해진다. 지금 당장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거나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해질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부모와 아이가 불필요하게 부딪치면서 부정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 일이 줄어든다. 이 책은 각 장마다 ‘부모가 점검해야 할 자기 점검 팁’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로하고, 힘나게 하는 필살기 대화법도 담고 있다.


■ 저자 김현수
서울 출생. 의사로서의 첫 발령지인 ‘소년교도소’에서 ‘문제행동은 심리적 구조 신호’라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의학을 지망했다.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한 이후 2001년 서울 봉천동에 ‘사는기쁨 신경정신과’와 지역주민상담센터 ‘빵과영혼’을 열었고, 이듬해에는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을 세워 지금까지 교장을 맡고 있다. 학업 중단, 가출, 비행,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청소년들의 어려움과 함께해왔다. 현장에서 다양한 아픈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가 힘든 것이 단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각성을 갖게 되어 부모교육 지원뿐 아니라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의 정부 기관과 시민모임과 함께 활동해오기도 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아픈 아이들이 늘어나는 교실에서 선생님도 아프다’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아이들도 행복하고 교사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모색해 오기도 하였다. 현재는 명지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장과 환자공감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는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으로 아픔을 함께했다. 지은 책으로 『학교폭력 우리 아이 지키기』『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공부상처』『교사상처』 등이 있다. 청소년과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청소년 보호 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서울시장 표창’ 등을 수상했다 
 
■ 차례
초대의 글 - 부모들은 똑똑한데 아이들은 왜 안 그럴까요?
프롤로그 - 자녀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이별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첫째 날
여는 이야기 마당
회자되는 중2병 이야기
작은 가족이 주는 외로움 - 요즘 아이들은 형제 없이 사춘기를 겪어내야 한다
정서적 외로움 - 마음을 놓치면 아이도 놓친다


둘째 날
자신감이 없을 때의 외로움 - 집에서는 ‘왕자’, 학교에서는 ‘엑스트라’
잘하지 못할 때의 외로움 - 15세의 위기, 벼락치기로 쫓아갈 수 없는 세상


셋째 날
변화된 몸이 주는 외로움 - 올라오는 성적 욕구,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나요?
적응 안 되는 몸이 주는 외로움 - “몸이 근질근질한데 어쩌라고요!”


넷째 날
존중받지 못할 때의 외로움 - “제발 나만의 영역을 존중해주세요”
세대 차이를 느낄 때의 외로움 - 최고와 최선에 대한 시각 차이


다섯째 날
마음을 나눌 대상이 없을 때의 외로움 - 관심은 Yes, 간섭은 NO!
소속감이 없을 때의 외로움 - “친구는 또 다른 나, 방해꾼이 아니에요”


여섯째 날
덜 자란 전두엽이 만드는 외로움 - 문제행동 뒤에는 호르몬이 있다
강연자의 조언 - 중2병은 잘못된 사회를 향한 아이들의 메시지입니다


일곱째 날
중2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하고 싶었던 한마디!
닫는 마당


에필로그 - 자녀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중2병의 비밀


정서적 외로움 - 마음을 놓치면 아이도 놓친다

했냐, 안 했냐? 대화법

어머니가 중학교 2학년 남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가 통 말이 없고, 뭘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짜증만 낸다고 합니다. 도무지 아이 속을 알 수가 없어 답답해서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아이는 부모님과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자신은 대답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답할 말이 없다고 합니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모와 대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나름의 내력들이 있습니다.


한참을 엄마가 이야기하게 두더니 드디어 그 남학생이 침묵을 깨고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물어보는 것은 뻔해요. “잘했니? 얼마나 했니? 다 했어?” 이런 것이 엄마의 대화예요. 이런 얘기를 유치원 때부터 했어요. “오늘 할 것은 뭐니?” “다 하고 놀아라.” “얼만큼 했니?” “언제까지 할 거니?” “왜 안 하고 있느냐?” “빨리 해라” “왜 꾸물대니?” “맞고 할래? 그냥 할래?” “아빠한테 일러야겠다.” 그 다음날 학교 갔다 오면 또 “잘했느냐? 혼나지 않았느냐?”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작되지요. “빨리 할 일 해라.” “계획대로 해라.” “왜 이것밖에 안 했느냐.” “꼭 말을 해야 하느냐.” “오늘은 다 할 때까지 안 재울 거다.” “정말 미치겠다.” “미리미리 해놓으면 안 되느냐? 나 같으면 다 해놓고도 남을 시간이다.” “안 하면 죽인다.” “너 같은 애는 처음 봤다.” “인간이 자기 할 일을 해야 밥값을 하는 거다.” “제대로 안 할 거면 하지 마라.” “앞으로 아무것도 해달라고 하지 마라.” 이런 말이 엄마가 하는 말의 반 이상이에요. 내가 무슨 엄마한테 뭔가를 해놓아야 하는 노예예요? 아니면 무슨 엄마가 빚 해결사 같아요. 나는 빚쟁이고. 이런 식의 이야기나 대화는 지겨워요. 우리 엄마가 나한테 말을 거는 것은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는 것이지 대화가 아니에요.”


아이의 어머니는 ‘이놈 봐라?’ 하면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렇지요. 어찌 보면 이것은 대화라기보다는 점검, 확인, 채근, 압박일 뿐이지요. 대화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런 식의 대화는 아이로서는 요구에 답하는 것밖에 없게 됩니다. 우리가 그런 상사 밑에서 6~7년 일한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아마 그 사이에 직장을 바꾸었을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부모와 이런 대화를 주로 해온 아이들에게는 기억나는 추억도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족 여행도 일기로, 숙제로 이어지고 여행가방 안에도 문제집은 챙겨 가야 했던 이 아이들에게 여행은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이 아니라 단지 숙제를 위한 행사였을 뿐입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그저 오랫동안 강제 노역에 시달려온 척박한 마음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족이 무슨 공장인가요? 해야 할 일로 가득 차고 무언가를 생산해내야 하는, 가족이 무슨 주인과 노예 관계인가요? 부모가 생각하는 조건을 만족시킬 때까지 아이들이 소외된 노동을 해야 하는, 이런 불만이 축적되면 아이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거부할 힘이 생겨나는 중학생이 되면서 이런 강박적 요구를 거부합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또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요? 아마 본인도 삶에 쫓기고 불안하고 자식들이 힘들게 살까봐 걱정되어서 그랬겠지요. 그리고 보고 배운 것도 그런 것이었겠지요. 그저 자식 공부만 시켜놓으면 알아서 살더라, 자녀를 보살핀다는 것은 공부할 수 있게 하고 공부시키는 것이지 그 외에 또 무슨 부모 노릇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정서라는 것을 미처 모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자라지 않았으니까요. 공부를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정서를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미국의 대상관계 정신분석이론가인 크리스토퍼 볼라스(Christopher Bollas)는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즉 정서적으로는 무감동하고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정상처럼 보이는 병(Normotic Illness)’이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속이 텅 빈, 과제만 해내면 다른 정서적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반영적 경청[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껴주면서 경청하는 것]이나 성찰[아이와 함께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 특히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영향, 주변 반응, 자신의 상태 등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 것]을 제공하지 않았던 양육의 결과로 빚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잘하지 못할 때의 외로움 - 15세의 위기, 벼락치기로 쫓아갈 수 없는 세상

노력하면 더 좋아질 거라는 자신감

꾸준히 나아지는 것, 이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노력의 미덕이지요. 하지만 이 미덕은 칭찬과 격려, 응원, 그리고 함께 견디어주는 마음, 신뢰라는 토양에서 자라나는 꽃입니다. 청소년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노력의 꽃과 열매는 평가목표와는 다른 마인드세트를 필요로 합니다. 어려운 과제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배우는 것 자체를 즐길 줄 아는 학습목표의 마인드세트를 가진 아이들은 이 꽃과 열매를 맺기가 조금 수월합니다.


힘든 것을 할 줄 알도록 돕는 것, 이런 것은 능력 중심의 마인드세트를 가진 부모나 선생님들, 사회 시스템에서는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변화와 가능성에 대한 태도가 자신감을 낳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잘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지금은 잘 못하지만 노력하면 나아질 것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지금 모르고 못하는 것에 좌절하지 않고 배우고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말합니다.


‘15세의 위기’는 자신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 길목에서 아이들은 전진하거나 후퇴합니다. 이때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배움 자체의 가치와 자신을 극복해보는 수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후퇴하게 됩니다. 중학교에 오면 많은 것이 바뀝니다. 학교 체제는 더 엄격하고 공격적입니다. 그야말로 적응하느냐 못 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중학교라는 환경이 요구하는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잘 따라감과 동시에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흥미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과 그러지 않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차이가 나타납니다. 노력을 강조하는 관점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더 적응을 잘하기 마련이지요. 반면 능력을 강조하는 아이들은 조금만 못하거나 혹은 친구들보다 뒤떨어지면 금세 의기소침해집니다. 특히 능력을 강조하는 아이들의 부모님들 중에는 과잉보호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수고를 지나치게 덜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능력, 아이들의 IQ, 아이들의 머리는 강조합니다. 아이들은 힘들여 이루어내는 성취감을 맛보지 못하지요.


획일화된 기준 안에서 능력 부족이라는 자신의 운명을 놓고 아이들은 화를 내고 뒷걸음질 치고 포기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수포자(수학 포기자), 영포자(영어 포기자)도 있고, 중포(중간고사 포기), 기포(기말고사 포기), 공포(공부 포기),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학포(학교 포기)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용어이지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너무 쉽게 포기한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쉬운 포기가 아닙니다. 사랑받지 못할 것을 감수하는 포기이므로 그것은 뼈아픈 포기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로 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도 기분 나빠서 얘기 안 하는 것이니까요.


한 어머니가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혼내기보다는 격려하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못했는데도 잘하고 있다고 하라는 건지요? 전 격려한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저는 다음과 같이 긴 답을 드렸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시대에 배울 수 있게 해주시는 부모님에 대해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배우도록 강요받고 배울 기회도 너무 많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세대의 학업 동기가 빈곤의 탈출이거나 계층 이동이었다면 지금 아이들에게는 그런 종류의 동기가 없습니다. 상당수 중산층 아이들에게는 자기실현이 중요한 동기입니다. 자신에게 재미있느냐 의미 있느냐가 동기가 되는 것입니다. 흥미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돕지 않으면서 인내심을 발휘하라고 하면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격려라고 하는 것은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갖도록 돕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자기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하지요. 칭찬과 격려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칭찬은 때로 누군가와 비교하며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격려는 주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존중받지 못할 때의 외로움 - “제발 나만의 영역을 존중해주세요”

좋은 금지와 나쁜 금지

“선생님, 그래도 옆집 이야기를 듣거나 다른 집을 보면 여전히 순종적인 아이들도 많은데 그건 또 왜 그럴까요?” “그럴 수 있지요. 부모님이 아이를 잘 받아주고 융통성 있게, 민감하게 아이와 리듬을 잘 맞추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요. 좀 섭섭한 말씀이 될 수도 있지만 아이를 잘 알고 그래서 믿고 그러면 엄격한 규칙이나 처벌을 적게 사용하니까, 아이도 부모에게 대들 것이 별로 없고 부모님도 마음이 불편할 일이 별로 없는 거지요. 부모 생각대로, 부모 기준대로 아이를 잡으려 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믿고 기다리고 또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따끔하게 말하고 그런 정도로 넘어가는 집들도 꽤 있는 거지요.”


“그 믿고 넘어가고 금지할 것은 금지하고 하는 선이, 그게 어려운 거 같아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청소년들이 부모의 금지에 대해 밀고 당기기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 일명 ‘밀당’이란 것을 하는 거지요. 전 세계 청소년들이 부모와 싸우는 일곱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무엇일 것 같은가요?” “귀가 시간이요.” “네, 맞습니다.” “이성 친구요.” “성적이요.” “용돈이요.” “네, 다들 금방금방 맞히시네요. 다 본인 문제들이라 쉽게 맞히시는 것 같아요(웃음).” “술, 담배 하지 마라는 것.” “교회 가라는 것.” “네, 맞아요. 꼭 교회에 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를 포함한 가족끼리의 외식이나 가족 여행, 가족들 간의 행사에 아이들이 빠지기 시작하지요.” “그럼 남은 한 가지는?” “게임이요.”


“아마 그것까지 넣으면 여덟 가지가 되겠네요. 그건 한국 아이들에게 유독 심각한 거 같고요, 보다 보편적으로는 외모와 의복에 관한 것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전 세계 청소년들이 부모와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는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외모와 의복에 한층 더 신경을 쓰고 이성 친구에 관심을 갖고 그러다 보니 용돈과 귀가 시간에 문제가 생기고 그러면서 가족들이 모이거나 함께하는 활동에 빠지기 시작하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 그렇게 나가다 보면 아이들과 어울려서 술, 담배와 가까워지기도 하는 문제인 거지요. 그럼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그거야, 미리 딱 정해놓으면 되지요.”


“네, 맞습니다. 근데 어떻게 정하실 건데요? 팁을 드리자면 부모님이 일방적으로 정하시기 말고 아이들과 상의해서, 형편을 이해시키면서 하시면 좋습니다. 검소하게 사는 부모님들이 아이가 100만 원짜리 가방을 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또 평생 입어보지 못했던 70~80만 원짜리 겉옷을 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이들도 제정신이 아니고, 그걸 애들한테 팔아먹겠다는 회사들도 정신이 나간 거예요. 진짜 그런 고가품들이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면 신문에 제발 좀 안 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부모님은 아예 사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사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못 사주시는 건가요? 혹 말씀은 그렇게 하시고 못 이기는 척 빚을 내서라도 사주고 계신가요? (웃음) 핸드폰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봤을 때는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좋은 것을 자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하지만 형편이 안 되고, 또 지금이 아니라 좀 기다렸다가 사자고 할 수는 있는 거지요. 근데 보통 ‘저런 걸 사다니 미쳤다, 한심하다. 머리에 든 것 없는 아이들만 저런 걸 찾는다’고 말씀하시지요. 이렇게 쏟아대니까 아이들이 반발할 뿐 아니라 중학생 단계의 아이들은 ‘사주기 싫은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부모가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고 느끼면서 섭섭하고 화가 쌓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래 하려고 했던 얘기로 돌아가면 밀당을 하면서 ‘좋은 금지’를 하게 되면 아이를, 아이의 자아를, 아이의 행동을 잘 보호하게 되는 거고요, ‘나쁜 금지’를 하게 되면 아이를 파괴하게 됩니다. 좋은 금지란 아이가 지킬 수 있는 것을 제시하면서 상의해서 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죠. 나쁜 금지란 아이가 지키기 어려운 것들을 제시하면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아이가 받아들이기 어렵죠. 그래놓고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합니다.


함께 정했든 아니든 약속이 안 지켜지면 바로 벌칙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전후 사정을 물어봐주세요. 아이가 지킬 마음이 있었는데 못 지킬 만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유가 합당하면 너그럽게 괜찮다고 해주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부모님을 신뢰하고 더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덜 자란 전두엽이 만드는 외로움 - 문제행동 뒤에는 호르몬이 있다

중학생 남자아이들이 불안정한 이유

뇌 발달의 남녀 차이도 중학생 시기가 되면 더 커집니다. 아마 이것은 남녀 뇌의 진화적 차이이기도 할 것입니다. 여학생들이 더 빨리 조숙해지고 현실적이면서 성숙해지는 것은 여성들의 뇌 발달이 남성보다 다소 빠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차이는 있지만 성숙도에 있어서는 개인 차이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 뇌 발달에서의 남녀 차이 10가지

첫째, 남자아이들의 뇌에 비하여 여자아이들의 뇌 활동이 15~20% 더 많은 편입니다. 여자아이들은 더 많은 뇌 연결망과 신경 중추를 활용합니다.

둘째, 남자아이들은 뇌의 활동을 차단하는 횟수가 여자아이들에 비해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남자아이들이 멍하게 지내는 시간이 더 깁니다.

셋째, 남자아이들은 활동적인 것에 더 자극을 받기 때문에 차분히 앉아서 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뇌 우반구의 공간에 대한 중추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발달해 있습니다.

넷째,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아이들의 분비가 많은 반면 옥시토신-세로토닌 등의 분비는 여자아이들에게 더 많습니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이 더 공격적이고, 덜 관계 중심적이며, 자기 조절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섯째, 여자아이들은 언어-감정 중추를 더 많이 활용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행동과 관련된 중추를 더 많이 활용합니다.

여섯째, 남자아이들은 해마-편도체를 통한 자극과 신경 회로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전두엽을 활성화시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일곱째, 남자아이들에 비해 여자아이들이 멀티태스킹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한 번에 여러 중추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남자아이들은 한 번에 제한된 중추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여덟째, 여자아이들에게 소근육 활동의 발달이 빨리 일어나 글쓰고 그림 그리는 활동들을 남자아이들에 비해서 더 일찍 잘할 수 있습니다.

아홉째, 남자아이들의 해마 활동성이 여자아이들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은 연관된 일들을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여자아이들은 주변 기억을 활용하여 더 잘 대처할 수도 있습니다.

열째, 남자아이들의 신경전달물질, 호르몬의 분비는 불규칙하고 높낮이의 변동이 큰 반면, 여자아이들의 신경전달문질이나 호르몬의 분비는 비교적 주기적이고 규칙적인 편입니다. 남자아이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더 많다는 것은 이런 호르몬 분비의 패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도움, 적절한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고 보면 날이 갈수록 여학생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학교 시스템 자체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주로 한 자리에 오래 앉아서 별 자극 없이 장시간의 집중을 요하는 학업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중2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하고 싶었던 한마디!

대한민국 중2들이 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 이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기대하지 마세요. 저는 그런 아들이 아닙니다.”

“신경질 좀 그만 내세요.”

“엄마도 좀 편히 사세요. 굶어 죽지 않아요. 걱정 마세요.”

“아빠가 술 줄이는 만큼 저는 성적을 올릴게요. ㅋㅋ”

“어디 가서 부모 교육 같은 것 좀 받으세요. 대화가 안 돼요. 요즘 세상이 어떤지 공부도 좀 하시고요.”

“친구들과 비교만 말아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사랑합니다. 알아요, 엄마 마음!”

“남들한테 내 자랑 그만하세요. 창피해 죽겠어요. 부담만 커져요.”

“요즘 애들은 왜 그러니? 맨날 그렇게 이야기하지 마세요. 저도 요즘 애들이거든요.”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한 힘그괜 대화법

“힘들지? 힘들지 않니? 힘들었지?”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힘들지? 힘들지 않니? 힘들었지?”라고 해보세요. 부모가 10대의 자녀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아이들은 ‘그래도 부모님이 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구나’라고 느낍니다. 이런 말은 아이들에게 온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아이의 마음을 열리게 하며 이해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

그래서 아이들이 힘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그래서 힘들구나, 그랬구나, 아~ 그렇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주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마음을 잡고 있던 염려와 두려움, 분노가 풀립니다. 마음을 이해받은 아이는 편안해집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해라는 선물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힘들었지?”라고 물은 뒤에 아이가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이해가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네가 문제다, 그 정도 가지고 힘들었다고 하느냐?”고 하면 안 됩니다. 아이는 다시 마음을 닫습니다. 다음부터는 “힘들었지?”라고 물어도 마음을 열고 대답을 하지 않게 됩니다. 어떤 상황이든 정말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그럴 수도 있고, 그랬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그렇게 해주셔야 합니다.


“괜찮아, 괜찮다, 이제 괜찮다”

이렇게 아이 마음을 이해한 뒤 아이에게 “괜찮아, 괜찮다, 이제는 괜찮아질 거다”라고 해주세요. 아이를 안심시켜주고 포용하고 격려하는 말을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아이는 안심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괜찮다”라는 말의 위력은 수없이 검증된 바 있지요. ‘오사카 밤의 교사’라는 미즈타니 오사무[“밤거리를 전전하는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 없다”라는 동료 교사의 말에 반발하여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야간고등학교로 전근한 일본의 고등학교 교사. 밤늦게 퇴근을 해도 방황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거리로 나가 이런 별명이 붙었다] 선생도 수많은 거리의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 했던 첫마디가 “괜찮다”였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이제는 괜찮다, 지금도 괜찮다”라고 해주는 것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게 하는 심리적 영양제 같은 것입니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