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

   
강현정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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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미디어
   
12800
2015�� 01��



책 소개


꿈을 찾을 때 물어야 할 10가지 질문!

내 아이의 행복한 진로를 고민하는 부모가 꼭 읽어야 할 책

 

거창고등학교는 명문대 진학 실적이 뛰어나, 입시철마다 언론에 소개되곤 한다. 사실 거창고의 장점은 인성 교육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자율 속에서 소명의식을 키워준다는 데 있다. 그 바탕이자 중심이 되는 철학에 직업선택의 십계(이하 직업십계명)’가 있다.

 

저자 강현정은 휴먼 다큐멘터리를 쓰듯 직업십계명을 3년간 취재했다. 전성은(전 거창고 교장)의 구술이 길잡이가 되었다. 그녀는 이 책을 마무리한 뒤, “거창고를 명예졸업한 기분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가치관이 변했고 이를 통해 사춘기 아이의 인성과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고백한다.

 

직업십계명의 정신은 한 거창고 졸업생의 글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건축가라면 그 다리는 무너지지 않고, 의사라면 사람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판사라면 판결을 믿을 수 있고, 기자라면 거짓을 전하지 않으며, 교사라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다.” 직업십계명은 세상이 정해놓은 외적인 기준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삶을 소신 있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저자

강현정

1971년생. 숙명여대 중문과 졸업. MBC와 SBS 등에서 방송 활동을 하다가 흔적이 남는 일을 하고 싶어 글 쓰는 일로 전향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골몰하다가 교육 전문 기자가 되었고, 이번 책까지 집필하게 되었다. 십 대 자녀 둘을 둔 엄마로서 바람직한 부모 역할에 실패했다고 느끼던 즈음 거창고 직업십계명을 만났다. 3년간의 체득 과정을 마치자, 부모는 ‘홀가분한 마음’, 자녀는 ‘꿈과 에너지’를 선물 받았다. 이 책이 인성과 공부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부모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란다.

 

전성은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부터 거창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2006년까지 41년간 거창고등학교를 비롯해 같은 재단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거창고 직업십계명을 정리한 장본인이며, 교육정책과 교사 교육에 관한 저술과 강연 등 우리 교육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 교육론’ 3부작인 왜 학교는 불행한가』『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가 있다.

 

차례

들어가며

 

1부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세요?

1. 세상에 나가기 전, 예방주사

2. 첫 번째 거창여행

3. 인생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4.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5. 생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

6. 거창고등학교의 교육

7. 거고 정신

8.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아

 

2부 직업선택의 십계, 그 속으로 들어간 제자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 다큐멘터리스트 박수용

2.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라 - 일본의 교수.시민운동가 장대영

3.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 초등교사 김순옥

4.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 화훼육종가 이점도

5.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해라 - 교사.시민운동가 이종진

6.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 문화재 복원가 성윤제

 

3부 내 삶에 들어온 직업선택의 십계

1. 휴대폰을 압수하던 날

2.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3. 어디까지 믿어줘야 하나

4. 자율이 있는 곳에 도덕적 성장도 따라온다

5.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기

6. 부모는 자식을 사랑할 의무만 있다

7. Half-believing people

8. 나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글을 맺으며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

직업선택의 십계(十戒)

하나,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둘,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셋,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넷,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다섯,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여섯,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일곱,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여덟,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아홉,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열,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직업선택의 십계는 전영창 교장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철학을 거창고 교사 전성은과 도재원이 열 가지 계명의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현재는 거창고 강당 뒤편에 아주 소박한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하나같이 어려운 이 10가지 과제들을 풀 수 있는가, 이런 의구심이 든다면 자신에게 솔직한 부모일 것이다. 직업선택의 십계는 법칙도 원칙도 아니다. 철학이자 질문이다. 거창고 졸업생들은 직업선택의 십계를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들여다보는 거울로 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세요?

어떤 사람들은 직업선택의 십계를 ‘좋은 직업을 찾아가기 위한 열 가지 조건’으로 착각하고 호기심을 가질지 모르겠다. 직업선택의 십계는 소위 말하는 진로와 적성 찾기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물론 삶에서 ‘어떤 일을 하고 살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분명한 삶의 원칙이 있다면 그 원칙에 맞춰 직업(일)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직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직업선택의 십계는 엄밀히 말해 삶의 원칙에 대한 이야기지 어떤 일을 해야 전도유망하다는 종류의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선택의 십계에 대해 언급하고 그것이 참으로 가치 있는 삶의 길이라고 인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직업선택의 십계는 그것에 맞게 살다간, 혹은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느낌으로 전해지는, 그리고 그 감동으로 실천해내는 가치관이다.


평범하고 독한 엄마, 길잡이별을 만나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길 바라세요?”라는 질문에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솔직한 대답은 이렇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는 안 컸으면 좋겠다, 돈만 많은 사람은 안 되었으면 좋겠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높은 자리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만 혼자 행복한 거 말고 모두가 함께 어울려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마음의 예방주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많은 선택과 마주할 때, 남들이 좋다고 유혹하는 편한 길이 아닌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내 마음에 흡족한 길을 선택하라는 지침이 있다면 참 좋겠다.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까?


유행은 순간이다</P>얼마 전 딸아이 학교에 간 적이 있다. 중학생인데 교실 뒤편 게시판에 커다랗게 ‘20년 후 유망직종 베스트10’이라는 글이 커다랗게 인쇄되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직업의 인기 순위가 굉장히 빠른 주기로 달라지고 있어서 지금 좋다는 일자리를 얻어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내 지인 중에도 대학을 두 번 다닌 사람이 있다.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십수 년 전 불어닥친 한의대 광풍에 휩쓸려 다시 한의대에 들어갔다. 한의대에 다시 들어갈 때는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대기업보다는 안정된 평생직장을 찾는다는 희망이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한의사가 되고 보니 이 직업도 그리 안정된 평생직장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내 아이의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는 진로교육은 어떤 것일까? 내가 모델로 삼기로 한 거창고의 진로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러나 전성은 선생의 대답은 이번에도 싱겁기 그지없었다. “노(no) 프로그램.” 전성은 선생의 대답인즉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망직업 베스트나 형식적인 직업 강의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선생은 진로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기의 재능과 소질과 관심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보다는 ‘관심’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자꾸 권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진로교육이라고 했다. 잔뜩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식상하게 들리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선생님, 정작 아이들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던데요.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대요.”


진로 찾기에 도움되는 경험이란

소질과 재능과 관심이 무엇인지 알려면 경험을 해봐야 한다. 우리 교육 실정을 비춰보면 중․고등학교만 가도 성적의 비중이 워낙 높아져 경험은 공부보다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경험의 시간을 따로 떼어놓는 것도 초등학교 때까지다. 그런데 경험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면 많은 학부모가 단순히 여행이나 각종 체험활동을 떠올린다. 그러나 관심을 찾기 위한 다양한 경험은 조금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학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체득하는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다.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 영역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거창고에는 예술제와 운동회가 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참여하며 어떤 종목에 참가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축제이자 운동회라는 점이 다르다. 잘하는 아이들만 뽑아서 하는 경우도 없다. 수준만 놓고 보자면 거창고의 운동회와 예술제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농구, 축구, 배구, 사진, 그림 등 서른여섯 종목이나 되는 예술제에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참여한다. 그것을 정하는 건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이다. 못하더라도 골고루 어떤 종목이든 꼭 참여하도록 정해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 아이들은 전령이라는 역할을 맡는다. 전령의 역할은 전체적인 관리와 조율, 진행이다.


잘하는 학생이든 못하는 학생이든 누구나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참여한다. 이런 활동이 주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보통은 단체 활동을 통해 협동심을 배우게 된다고 하는데, 직접 진행하고 집행하고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해결하고 심판도 보면서 얻게 되는 교육적 효과는 단지 협동심에 그치지 않는다.



직업선택의 십계, 그 속으로 들어간 제자들

전성은 선생의 소개로, 혹은 졸업생이 또 다른 졸업생을 소개해주는 일종의 릴레이 방식으로 거창고 졸업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 시대를 빛낸 위인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별이 아니라 오히려 내 집 앞을 비추는 작은 등불들에 가깝다. 만약 세상에 넘쳐나는 수많은 성공신화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들이 사는 삶의 방식이 답답하거나 시시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이들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직업십계명은 잘 먹고 잘 사는 길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삶의 길을 걷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서 이게 나의 삶이었지 생각하며 한 번씩 살짝 미소 짓게 만드는 길에 가깝다.


내가 만난 졸업생들 중에 어느 누구도 자신이 직업십계명대로 잘 살아왔노라 자신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직업십계명대로 살아내는 데 실패했노라 고백했다. 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성공한 사람들이다. 직업십계명의 기준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직업십계명의 삶에서 그들이 얻은 건 무엇일까.


월급이 적은 쪽으로 가라 - 다큐멘터리스트 박수용(거창고 30회 졸업)

박수용은 EBS한국교육방송 피디Producer로 입사해 20여 년간 자연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을 했고, 현재는 퇴사 후 시베리아호랑이 보호를 위한 국제조직인 Siberian Tiger Protection Society에서 본격적으로 시베리아 호랑이 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E. EBS에 재직하는 동안 한 민영방송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EBS는 규모나 처우에서 민영방송을 따라갈 수 없지만, 교육방송에서만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어온 곳이다. 박수용에게는 제2의 고향 같은 직장이다. 그런데 박수용은 얼마 후 똑같은 제안을 또다시 받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많이 흔들렸다. 고민이 깊어진 박수용은 고등학교 은사께 전화를 드려 마음을 털어놓았다.


“전덕애 선생님께 전화 드린 건 아마 제 마음을 붙잡아달라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거창고등학교, 특히 전덕애 선생님은 저에게 특별하거든요.”


전덕애 선생은 앞서 말했던 전영창 선생의 자제로 당시로서는 드물게 미국 유학까지 다녀오신 분이다. 대학에서도 교수 제의를 받았지만,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택했다. 하지만 전덕애 선생은 단 한 번도 그런 사실을 내세운 적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흔들리고 고민하던 박수용은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지 않았다. 결국 회사를 옮기고 말았다. 월급 때문도, 높은 직급 때문도 아니었다. 박수용의 마음을 흔든 가장 큰 이유는 호랑이였다. 물론 사람들은 그가 회사를 옮긴 것이 호랑이 때문인지 월급 때문인지 그 원인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결과만 본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지 못했다는 결과만을 얘기한다.


원칙에도 얽매이지 않는 사람

“저는 결국 회사를 옮겼어요. 옮겼다니까요.”

“….”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런 표현이 경망스럽지만 나는 “회사를 결국 옮겼다”는 박수용의 말에 속으로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직업십계명대로 사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리라는 기대가 꺾였기 때문이다. 마치 골문 앞에서 아깝게 골인에 실패한 축구경기를 관람하듯이, 안타까웠다.


‘아, 그냥 가지 말지. 그랬으면 이럴 때 “난 결국 지켜냈어요” 하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을 거 아냐? 그깟 호랑이가 뭐라고? 사람들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겠어? 다들 핑계라고 할 걸?’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성공의 조건은 돈이나 지위, 명예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속으로 아깝다고 생각한 것. 그것은 아집, 소신, 원칙주의, 이념, 스스로의 기대, 혹은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대단하다는 찬사 같은 것들이다. 그것은 ‘이타’를 가장하지만 이기심의 또 다른 얼굴이다. 박수용이라고 자기 신념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지켜냈다고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을까. 하지만 박수용은 소신을 지키는 것보다 호랑이를 관찰하고 촬영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호랑이를 찍는 일은 그에게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내 삶에 들어온 직업선택의 십계

엄마로서의 나는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 바른길과 빠른 길 사이에서 바른길을 선택하지 못한 적이 많다. 고백하자면 길을 몰라 고민한 게 아니라 가야 할 길과 가고 싶은 길 사이에서 갈등해왔다.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성공과 명예와 부에 가치를 두는 한 어쩌면 나는 영영 속도를 늦출 용기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의 삶을 놓고 내가 감히 속도를 높여도 되는 걸까. 부모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 한 사람의 엄마로서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은 어떤 모습일까. 거창고 직업십계명을 거울삼아 부모의 길을 모색해보려 한다. 성공이 주는 순간의 쾌감 대신에 마음 깊이 우러나는 참 행복의 가치를 발견하며 살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작은 것부터 자율을 연습해야

나는 부끄럼을 무릅쓰고 전성은 선생께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생님, 부모가 아이들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생의 대답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그건 제일 나쁜 방법인데?”

나는 아이들의 자율을 해치는 엄마가 되어버렸다.


내가 3년간 거창고를 드나드는 동안 놀란 일 중의 하나가 학생들의 복장이었다. 거창고에는 교복이 없다. 심지어 체육복조차 학생 자율에 맡긴다. 그런데 딱히 규칙이 없는데도 요란하게 입고 다니는 학생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교복이 없으면 멋 부리느라 바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본 학생들은 주로 운동복 차림이었다. 학교는 왜 학생들에게 복장의 자유를 허용했을까? 아마도 강요보다 자율의 힘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강요와 규제가 없어도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자율의 힘이다.


휴대폰을 뺏은 나는 자율을 주는 교육에 실패한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까.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지만 그럴 때는 얼른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물을 다시 떠 오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나는 아이들과 이 일을 의논해보기로 했다.

“얘들아, 잠깐 이쪽으로 와 봐.”

마지못해 끌려온 아이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았다. 나는 솔직하게 마음을 전했다. 미안하고 찝찝했던 그간의 사정을 다 전했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전성은 선생님께 휴대폰 압수한 얘기를 했다가 엄마가 혼났어. 선생님이 엄마한테 그게 제일 나쁜 방법이라고 하시더라. 엄마가 너무 찔렸던 거 있지? 이번엔 엄마가 결정을 잘 못 했던 것 같아.”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거 보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얘들아, 엄마 마음도 조금만 이해해주라. 휴대폰 문제는 정말 걱정이 되거든. 너희가 엄마였어도 같은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공부해야 하는데 휴대폰에서 계속 문자 왔다고 알람이 울리면 집중이 잘 안 되잖아. 그렇지 않니? 엄마도 마음속에서는 너희들 자율로 턱 맡기고 싶지만, 어른인 엄마도 그게 잘 안 되는데 너희도 심란하지 않겠어? 우리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내가 한 수 접고 들어가자 아이들도 마음이 풀리는 모양이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선심 쓰듯 휴대폰 계약을 해지하라고 제안했다.

“정말? 해지하라고? 괜찮겠어?”

때때로 아이들은 부모보다 훨씬 파격적이다. 통 크게 휴대폰 해지카드를 내민 아이 덕분에 엄마는 선심 쓸 기회를 잡았다.

“요즘 세상에 휴대폰 없으면 애들이랑 연락도 못 하고 곤란할 거 아냐? 완전히 없애는 건 어렵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해요?”

“엄마의 걱정은 너희가 온종일 휴대폰만 들고 있느라 공부에 집중 못 하는 거야. 그리고S NS에 틈틈이 셀카 찍어 올리는 게 걱정돼. 너희가 잘 몰라 그렇지 그건 아주 위험한 일에 노출될 수도 있거든. 그런 점만 달라지면 좋겠어.”

“그럼 SNS 탈퇴할게요.”

“친구들이랑 유일한 낙인데 지금 당장 탈퇴하고 엄마 몰래 나중에 또 가입하려고? 엄마는 그런 게 더 싫어. 차라리 너랑 나랑 SNS 친구 되는 건 어때?”

비로소 아이 표정이 밝아진다. 엄마가 웬일이냐는 듯 반색하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대신 집에 오면 휴대폰은 거실 휴대폰 바구니에 넣어두기! 어때? 집에 와서 공부하는 동안 휴대폰 때문에 방해되면 너무 소모적이잖아. 동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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