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사철 읽기혁명

   
도현신
ǻ
왕의서재
   
12800
2014�� 12��



■ 책 소개


쉽고 재미있는 고전 읽기의 끝판왕
역사와 철학을 드레싱한 재미있는 고전 문학

 

청소년들이 독서라는 행위를 하면서부터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질문 중 하나. 고전 문학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읽는 방법이 있을까? ‘한 권으로 읽는 세계 문학’부터 ‘동서양 고전 요약본’까지 어떻게든 청소년에게 책을 쉽게 읽게 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문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청소년이 읽기엔 부담스럽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동서양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을 쓰는 작가가 근거 있는 고전 읽기 방법을 들고 나왔다. 문·사·철 읽기 즉, 고전 문학을 역사, 철학과 함께 읽는 독서법이 그것이다. 시대를 넘나들며 읽힐 만한 가치가 높다는 뜻의 ‘고전’, 그중에서 고전 문학은 역사와 사회의 거울일뿐더러 당대를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는 작가의 생각과 의식의 총체이다. 따라서 오롯이 고전 문학을 오롯이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 책이 쓰일 당시의 역사와 사회 모습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알아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 저자 도현신
1980년 수원 출생으로 순천향대학교 국문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원래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역사에 많은 미련이 남아 독학으로 역사를 공부했다. 문학과 역사를 함께 공부하게 된 건 정말로 당연한 귀결이었다. 문학은 역사의 거울이고, 작가의 고뇌에 찬 현실 참여이며, 인간과 사회에 관한 철학적 질문인 까닭이다.

 

인문학은 여전히 보통 사람들에겐 벽으로 둘러싸인 상아탑 같은 인상이 강하지만, 사전에서는 문학ㆍ역사ㆍ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간단히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와 철학 같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 우리네 보통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 문학을 통한다면 인문학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까지 지은 책으로 『옛사람에게 전쟁을 묻다』 『한국사 악인열전』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왕가의 전인적 공부법』 『어메이징 한국사』 『어메이징 세계사』 『한국의 음식문화』 『장군 이순신』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중학생이 되기 전 고전 문학은 반드시 재미있게 된다

 

01 돈키호테
기사를 꿈꾸던 가난한 시골 귀족
좌충우돌, 사리분별을 못하는 돈키호테
세계를 지배했던 스페인의 영광, 그러나……
참된 용기는 계산하지 않는다
주제 의식 :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싸워라


02 전쟁과 평화
나폴레옹을 패망시킨 러시아 원정
혁명의 아들 나폴레옹, 압제자로 변신하다
전쟁의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병사들
나폴레옹의 오만함, 러시아의 거대함에 무너지고 말았다
주제 의식 : 유럽을 두 번이나 구해낸 러시아

 

03 작은 아씨들
체벌과 학교 교육
크로케를 하다 드러난 미국과 영국의 관계
건강할 때 미리 유언장을 써두는 에이미
여인의 장래와 결혼
주제 의식 : 여성을 위한 인생의 조언

 

04 갈매기의 꿈
높이 나는 것이 죄라는 갈매기의 법
진리를 깨닫는 데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예언자의 귀환
자기 자신을 우상화ㆍ절대화하지 마라
주제 의식 : 조나단이 말하고자 했던 진리는?

 

05 톰 소여의 모험
미국의 이상을 담은 청소년 소설
일확천금, 보물을 찾아서
지긋지긋한 교육은 그만!
용감하게 진실을 고백한 톰
주제 의식 :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과 모험

 

06 보물섬
보물을 찾아 나섰던 해적들의 비참한 최후
기묘한 매력을 지닌 해적 실버
용감한 소년 짐
주제 의식 : 그래도 보물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07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가난은 절대 낭만이 아니다
너무나 일찍 철이 든 제제
뽀르뚜가와의 만남
친아버지와 양아버지
가슴 아픈 뽀르뚜가와의 이별
주제 의식 :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산다

 

08 아낌없이 주는 나무
너무 짧아서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감동
소년과 나무, 인간과 자연의 상징
나이가 든 소년, 나무를 떠나 자신의 욕망을 따르다
노년을 앞두고 나무에게 돌아온 소년
주제 의식 : 사랑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09 크리스마스 캐럴
냉혹한 부자, 스크루지
자수성가한 사람이 죽어서 후회하는 유령이 되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알리는 세 유령의 방문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 태어난 스크루지
주제 의식 : 베풀면 행복해진다

 

10 어린 왕자 
비행사인 나와 어린 왕자의 만남
음주 대국 프랑스
모든 걸 돈으로만 보려는 어른들
권위를 가진 왕
서로 관계를 만든다는 건, 길드는 것
주제 의식 : 진실한 우정

 

11 대위의 딸
화려한 제국과 황실, 그러나 비참한 농민들
러시아인의 가정생활, 프랑스식 상류층과 러시아식 하류층
변방으로 파견된 표트르와 푸가초프의 난
가장 고귀한 가치는 용기
주제 의식 : 용기는 모든 미덕 중의 으뜸이라


12 안네의 일기  
10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유럽의 반(反)유대주의
유럽이야말로 ‘야만의 땅’이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히틀러가 잘못 알았다
주제 의식 : 최후까지 희망을 품다

 

13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피부색이 검다고 왜 놀림감이 되어야 할까?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미국의 흑인들
부당한 것에 굴복하지 말고 싸워라
주제 의식 : 톰의 목소리는 아직도 필요하다

 

14 걸리버 여행기
소설 속에 나타나는 신랄한 정치 풍자
비인간적이고 몰지각한 유럽 기독교도들
말을 할 수 있는 말들이 사는 휘이넘의 나라에 도착하다
유럽의 법률과 제도, 문명은 모두 죄악을 담고 있다
주제 의식 : 인간과 문명의 본질을 조롱한 책

 

15 15소년 표류기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스러운 소년들
소년들의 갈등, 어른들의 갈등이 반영되다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한 소설
주제 의식 : 서로 존중하며 협력하라

 

16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동양에 삼국지가 있다면 서양에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가 있다
너무나 잔인했던 그리스인들 >이성적인 그리스인? 피로 낭자한 복수의 연속
인과응보,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
주제 의식 : 모험의 끝은 무엇을 남겼는가?

 

17 그리스 로마 신화
부모를 몰아낸 자녀
인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신
신조차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어떻게 하면 영웅이 될까?
주제 의식 : 불멸에 관하여

 

18 장 발장
빵을 훔쳤다고 징역 4년을 선고받는 사회
장 발장을 구해 준 미리엘 신부의 온정
법과 질서는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주제 의식 : 시민의 자발적인 노력만이 민주주의를 살린다

 

19 우주 전쟁
 UFO와 외계인을 동경했던 어린 시절
화성인과 지구인, 과연 다른 종족일까?
가장 하찮은 것이 강력한 적을 물리치다
주제 의식 : 이 우주에 있는 것은 우리뿐일까?

 

20 노인과 바다
한 늙은 쿠바 어부의 이야기
어부, 물고기, 그리고 바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주제 의식 :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부정한 헤밍웨이

 




청소년 문사철 읽기혁명


머리말: 중학생이 되기 전 고전 문학은 반드시 재미있게 된다

청소년 시절 떠밀려 책장을 연 게 다이고, 재미없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 문학은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거창한 사회이론이나 철학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사람들은 누구나 한 사회의 일원이자 역사의 한 시점에 살고, 이 사회와 역사는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소설이란 특히 고전 문학이라고 손꼽히는 것들은 거의 다 그 소설이 쓰일 당시의 사람들과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역사 지식이 없거나 당시 사회상을 모르면 문학 작품이 절대 재밌게 읽힐 리 없다. 그러나 만약 그 반대라면 고전 문학은 180도 다르게 다가오게 되어 있다.


가령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라는 대하소설은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전쟁이라고는 영화로밖에 본 적 없는 청소년들이 재밌게 읽기란 실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사적 배경 지식이 조금만 있다면, 이 소설은 그 유명한 나폴레옹과 러시아와의 실제 전쟁을 그린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된다. 1800년대 초, 전제군주가 된 나폴레옹이 말 안 듣는 러시아를 벌주려고 쳐들어간 사건을 그리고 있다. 어렴풋이 외웠던 세계사 한 페이지면 충분하다.


문학의 힘은 이때 폭발한다. 문학은 이 단단하고 건조한 세계사 지식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문학이 바로 사람들이 그토록 재밌어하는 이야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 수많은 군인과 주민, 프랑스·영국 등 이웃 국가들이 등장해 크고 작은 사건들이 펼쳐지며 슬프거나 즐겁거나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이때 비로소 책 읽는 맛이 난다.


그럼 문사철에서 철은 뭘까? 철(哲)은 작가의 주제의식과 관계가 깊다. 소설을 쓴 작가 또한 당대를 산 장본인이다. 책 속에는 작가가 사회, 사람,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 즉 철학적 주제가 담겨 있다.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아보는 연습이 곧 사회를 맞닥뜨릴 청소년에게 성숙한 의식을 고취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 책의 목적은 하나다. 고전 문학·명작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한 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서점에 진열된 고전 문학들은 여전히 불친절하다. 필독서니까 대학입시를 위해 필요하니까 알아서 읽으라는 투다. 필자는 문사철 독서란 책 제목처럼 문학 작품에 담긴 역사와 철학을 함께 읽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원작 소설이 쓰인 사회·역사적 배경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작가가 대체 이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되새겼다.



돈키호테

기사를 꿈꾸던 가난한 시골 귀족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스페인 라만차 지방에 살던 50대 노인이다. 라만차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바로 남쪽 지역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기도 같은 곳이다. 날씨는 건조하고 더우며, 땅이 다소 척박해서 주민은 포도나 올리브 재배로 근근이 살아갔다. 주민은 대체로 가난한 편이었다. 돈키호테는 신분만 귀족일 뿐이지 집안 살림은 무척 가난해서, 재산이라고는 그저 작은 집 한 채와 늙은 말 한 마리를 가졌을 뿐이다. 부유한 귀족들처럼 호화로운 저택이나 풍성한 연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돈키호테에게 한 가지 즐거움이 있었으니, 바로 근근이 모아 둔 돈으로 기사 소설책을 있는 대로 사서 읽는 일이었다. 그 소설책은 기사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악당이나 거인 등을 무찌르고 정의를 지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기사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머리가 좀 이상해졌는지, 돈키호테는 방랑 기사가 되겠다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야 말았다.


전 재산을 기사 소설 구입에 투입하던 돈키호테는 어느 날, 마침내 방랑 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기사가 되자. 정의의 기사가 되어 내 명예를 드높이는 거야!"

돈키호테는 먼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갑옷을 찾았다. 갑옷은 녹이 슬고 곰팡이가 잔뜩 피었지만, 그는 갑옷을 정성 들여 닦았다. 두꺼운 마분지에 철사를 붙여 얼굴 가리개와 투구를 만들었고, 바싹 마른 초라한 말인 로시난테에 올라탔다.

"가만 있자, 그런데 아직 정식 기사가 아니군. 할 수 없지, 우선 만나는 다른 기사한테서 기사 작위를 임명해 달라고 부탁해 봐야지. 이제 남은 것은 아름다운 둘시네아 공주를 찾는 일뿐이다! 오, 둘시네아 공주여! 기다리시오! 이 용감한 기사 돈키호테가 가고 있다오!"


소설에 묘사된 작업들은 모두 중세 유럽의 기사들이 정식으로 장비를 착용하고 기사가 되는 과정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기사들은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자신보다 높은 귀족에게 기사 서임을 받아 정식 기사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정신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아름답고 품위 있는 귀부인을 찾아야 했다.


세르반테스는 왜 돈키호테의 모습을 빌려서 중세 기사들을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게 폄하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돈키호테가 출간되었을 당시인 17세기 초 유럽의 사회상을 알아야 한다. 17세기 들어 유럽에서는 약 1000년 동안 전쟁터에서 말을 달리며 활약했던 기사들이 몰락하고 있었다. 튼튼한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채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웠던 기사들은 17세기 들어 새로운 무기인 총과 대포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두꺼운 갑옷을 입어도 총에서 발사되는 총탄과 대포에서 발사되는 포탄은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럽의 각 나라에서는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더는 전쟁에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이제는 기사들 대신 총을 든 보병들이 전장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되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빌어 기사들이 이런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고리타분하고 멍청한 집단이라고 묘사했던 것이다.


세계를 지배했던 스페인의 영광, 그러나……

스페인은 1400년대 말부터 약 100년 동안 활발한 대외 정복을 펼쳤다.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하자, 가장 먼저 신대륙 개척과 정복에 나선 나라가 스페인이었다. 16세기는 스페인이 유럽과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으로 눈부시게 군림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16세기 말로 접어들자, 스페인의 전성기가 어느새 끝나가기 시작했다. 유럽과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끝도 없이 계속되자 자연히 전쟁을 치르기 위한 군사비가 계속 소모되었다. 당시 스페인은 금과 은이 풍부하게 산출되는 중남미를 식민지로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전쟁으로 계속 낭비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스페인 왕실은 16세기 말, 공식적인 파산 선고를 네 번이나 한다.


이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의 군사 기술도 발달하면서 무적함대라는 스페인 군대의 명성도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1588년, 칼레 해전에서 스페인이 자랑하던 무적함대는 영국 해군에 패배하고 말았다. 1590년에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네덜란드가 스페인 군대와 싸워 이기고 독립을 이루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두들겨 맞은 스페인은 비틀거리다가 더 큰 봉변을 당했다. 같은 나라였던 포르투갈이 독립을 요구하면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스페인은 비교적 약소국이었던 포르투갈과의 전쟁에서도 패배하고 어쩔 수 없이 포르투갈의 독립을 용인해야 했다. 이렇듯 16세기 말과 17세기에 들어서 스페인은 예전에 누렸던 정복국의 영광과 명성을 더는 지키지 못한 채 쇠퇴하고 있었다.


세르반테스는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의 승리와 영광에 대한 무모한 집착이 몰락해 가는 조국 스페인의 모습과 닮았다고 여겼던 것은 아닐까?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미국의 흑인들

16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초까지 약 300년 동안 백인 노예 상인들이 아프리카의 해안 지대를 누비며 흑인들을 잡아들였다. 백인들은 무려 4,000만 명이나 되는 흑인들을 노예선에 짐짝처럼 실어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고 갔다.


신대륙에 도착한 흑인들은 노예 경매 시장에 넘겨져 백인들에게 노예로 팔렸다. 노예가 된 흑인들이 주로 가는 곳은 선배 노예인 인디오들이 일했던 대농장과 광산이었다. 그들은 최소한의 숙식만 받고, 먹는 시간과 잠자리에 들 때를 제외하면 쉬지도 못하고 계속 중노동을 강요받았다.


힘든 노동 이외에도 흑인들을 괴롭고 슬프게 만든 일이 또 있었다. 바로 가족 사이의 생이별이 일상적으로 자행되었다는 사실이다. 흑인들은 농장에 살면서 자기들끼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러면 백인들은 흑인 가족들의 어린아이나 아버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백인에게 노예로 팔아넘겼다.


"낮에 엘리저가 울면서, 당신이 그 사람에게 톰을 팔든지 자기의 아이를 팔든지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면서 바보 같은 소리를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당신은 절대 노예를 팔 분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사실은 나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소. 그런데 사업이 잘 안 되어 많은 빚을 지게 되었소. 다른 방도를 찾으려 했으나 도저히 큰돈을 마련할 수 없었소. 그래서 그 아이와 톰을 팔기로 했소."

"그렇게 정직하고 충실하게 일을 잘하는 톰을 파신다고요? 그리고 자기 아이를 판다면 엘리저는 살지 못할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노예를 사고파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요? 엘리저가 보기 불편하다면, 당신은 내일 엘리저를 데리고 외출해 있으시오."

톰 앞에 있는 경매단 위에 아직 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딸린 흑인 여자가 세워졌다. 잠시 후에 값이 결정되자, 남자가 경매단 위로 올라가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려고 했다.

"엄마!"

울부짖는 아이를 또 다른 남자에게 끌려가는 어머니가 꼭 부둥켜안았다.

"부탁입니다. 저와 함께 가게 해 주십시오."

"너는 이쪽으로 와, 꼬마를 놔!"

남자는 어머니를 잡아끌고 가면서 호통쳤다.

"부탁입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더 힘껏 아이를 끌어안는 어머니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어머니의 등에서 채찍 소리가 났다. 결국 두 사람은 따로따로 찢어지듯이 끌려갔다.


백인은 흑인을 자신과 동등한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에게 흑인은 말하는 도구였다. 간혹 흑인을 동정하고 자비롭게 대해주는 백인 주인도 있었지만, 그들도 흑인을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처럼 여겨서 그랬던 것뿐이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이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낳은 새끼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팔지 않던가?


부당한 것에 굴복하지 말고 싸워라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에서는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팔려 와 학대와 수모를 당하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흑인 톰은 자신을 부당하게 학대하는 백인 주인에게 비굴하게 복종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맞선다.


레글리는 다가가 루시를 밀쳤다.

"너, 왜 꾸물거리는 거야? 톰! 게으름뱅이를 봐주지 마라. 채찍으로 이 여자를 때려라."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사람을 때린 적이 없습니다. 도저히 못 합니다."

레글리는 가죽 채찍으로 있는 힘껏 톰의 얼굴을 쳤다.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냐?"

"네, 못 합니다. 일이라면 아무리 괴로워도 하겠지만, 이것만은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톰은 피가 흐르는 얼굴을 닦았다.

자기 생각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말하는 톰의 태도에 레글리는 발끈해서, 마구 채찍을 휘둘렀다.

"이 녀석, 이런 게으름뱅이 여자도 때리지 못한다는 것이냐?"

"네, 그런 잔혹한 짓은 할 수 없습니다. 죽인다 해도 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나는 너의 주인이다! 1,200달러나 주고 너를 사왔다. 너의 몸도 영혼도 나의 것이다."

"아닙니다. 몸은 당신의 것인지 모르나, 영혼은 아닙니다. 내 영혼은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주인님이라고 해도 나의 영혼에 상처를 입힐 수는 없습니다."


노예를 억압하고 착취하던 백인들도 열성적인 기독교 신자였다. 그러나 백인들은 기독교 교리를 자기들 멋대로 해석했다. 19세기 당시 미국에서는 흑인은 노아의 둘째 아들이자 죄를 지은 함의 후손이고 백인은 셋째 아들이자 노아의 계승자인 야벳의 후손이니, 흑인이 백인의 종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가르쳤다. 또한 백인들은 창세기에 나온 "세상에 널리 퍼져 동물들을 지배하고 번성하라!"는 신의 말을 세계 각지를 마음대로 정복하고 지배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식민지 정복을 정당화했다.

반면 톰은 성경에서 힘이 아닌 사랑을 찾았다. 그는 모든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니, 서로 평등하며 누가 우월하고 미개한지 구분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인간의 영혼은 신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며, 모든 인간은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니 서로 평등하고 다른 사람을 노예로 삼거나 학대하거나 죽여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같은 종교에서 백인은 파괴와 지배를 발견했으나, 흑인은 사랑과 자비를 찾았다. 뱀이 마신 물은 독이 되지만, 소가 마신 물은 우유가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과연 이때의 백인과 흑인 중 누가 예수가 외친 사랑을 더 추구했던 것일까?



장 발장

빵을 훔쳤다고 징역 4년을 선고받는 사회

장 발장은 조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치 않았지만, 그의 가족은 항상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배고픔에 우는 조카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던 장 발장은 빵집에서 빵 하나를 훔쳤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체포된 그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보내졌다. 장 발장은 자신이 5년 동안이나 감옥에 있으면 그동안 조카들이 굶어 죽을 것 같았다. 조카들이 걱정된 그는 세 번이나 탈옥하려다 붙잡혀 결국 19년 동안이나 감옥에 갇혀 지내야 했다.


고작 빵을 훔쳤다는 이유만으로 5년이라는 긴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나온 후에도 사회의 배척을 받았다는 소설 속 설정이 너무 억울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는 빅토르 위고가 『장 발장』을 썼던 당시 프랑스의 모습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돈과 권력을 가진 상류층이 저지른 범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배고픔에 못 이겨 빵을 훔치면 5년 동안이나 감옥에 보내는 매우 불공정한 사회였다.


법과 질서는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미리엘 신부가 베푼 사랑에 감동한 장 발장은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했다. 공장 운영으로 많은 돈을 벌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고, 시장이 되어 시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베르 경감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과거에 장 발장이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미워하고 모함하여 감옥에 보내려고 했던 못된 경감이었다.


『장 발장』에서 자베르 경감은 철두철미한 경찰로 그려진다. 그는 절대 뇌물을 받거나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또한 범죄자에게 약간의 동정심이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범죄자로 의심되는 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가 범죄자라는 증거를 찾아내어 기어이 감옥으로 보내는 인물로 묘사된다.


자베르 경감이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네놈이 장 발장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았지. 내 눈은 기가 막히게 정확하단 말이야! 나를 속이려 들다니, 어림없지!"

팡틴느가 놀라 소리쳤다.

"아니, 시장님께 왜 그러는 거예요?"

자베르가 코웃음을 치며 장 발장의 턱을 손으로 들어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시장? 웃기고 있네. 시장은 무슨 시장이야? 이놈은 시장이 아니고 죄수인 장 발장이란 말이다. 전과자 장 발장!"

그러자 팡틴느는 너무 놀라 쓰러졌다. 의사가 달려들어 손을 써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팡틴느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베르, 당신이 팡틴느를 죽게 했소!"

팡틴느의 죽음에 분노한 장 발장이 소리쳤다.


어떤 사람들은 자베르 경감이 모범적이고 훌륭한 경찰이라고 칭찬할지도 모른다. 공적인 면에서 보면 그 말은 틀리지 않다. 자베르 경감은 범죄자와 결탁하거나, 뇌물을 받는 등의 비리와 부패는 전혀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자베르 경감은 단순히 엄격한 공무원이 아니었다. 그는 노예였다. 오로지 법과 규칙만 신봉하며, 그것에 어긋나는 사람들은 모두 악인으로 규정하여 감옥에 넣는 일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살던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나 기계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자베르 경감이 신봉했던 엄격한 법 집행은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오히려 팡틴느라는 가엾은 여인만 죽게 했다. 대신 그가 전과자라고 비웃던 장 발장이 무수한 빈민을 구했다. 자베르가 신봉하는 법이 아닌, 전과자 장 발장이 베푼 사랑이 사람들을 구한 것이다.


사람이 꽉 끼는 옷을 입으면 몸에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병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융통성 없는 각박한 법 아래서는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 소설가 이외수는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이념도 인간을 구할 수 없다. 이념에 집착하면 할수록 인간은 말살된다. 인간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에 대한 사랑뿐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소설 『장 발장』의 후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단순히 장 발장 개인의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당시 프랑스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까지 다룰 정도로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장 발장은 가엾게 죽은 여인 팡틴느의 딸 코제트를 거두어 자신의 양녀로 삼고 정성껏 돌본다. 어느덧 어른이 된 코제트는 부잣집 청년 마리우스와 사랑에 빠진다. 마리우스는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정치 노선의 차이 탓에 싸우고 헤어진 가정에서 자랐다. 마리우스를 키운 외할아버지는 매우 부자였다.


마리우스는 코제트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코제트가 자기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마리우스를 유혹하는 것이라고 오해했던 외할아버지 질 노르망이 반대한다. 실망에 빠져 우울해하던 마리우스는 공화당에 가담해, 국민을 억압하고 부패한 정치를 일삼던 정부에 맞서는 시위대에 합류한다.


"그래, 지금은 떠나 버린 여자를 생각하며 절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혁명의 대열에 뛰어들어 썩어 빠진 정부와 싸우다 장렬히 죽는 것이 청년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마리우스는 코제트를 잊으려는 듯 두 눈을 부릅뜬 채 뛰었다. 그리고 얼마 후, 코제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코제트

나는 내 조국 프랑스를 사랑하오. 난 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했소. 당신과 결혼하겠다는 맹세를 지키지 못했지만, 내 영혼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것이오. 용서하오, 내 죽어 당신의 품으로 가리다.


마리우스가 공화당에 가담해 반정부 시위대에 합류했던 시기는 1830년 7월 혁명 무렵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국민을 억압하던 샤를 10세의 부패한 왕정이 다시 집권하던 시기였다. 그의 통치 아래서 프랑스는 극소수 상류층을 제외한 대부분 국민이 지독한 가난과 실업에 시달렸다. 더욱이 왕의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는 자들은 모두 감옥에 끌려가거나 사형을 당하는 등 엄격한 처벌을 받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은 왕정을 극도로 혐오했고, 부패한 정치 체제를 무너뜨릴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소설 『장 발장』에서 마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1830년 7월 프랑스 국민은 부패한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 일제히 봉기를 일으켰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