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막노동꾼 중졸 아빠,
중졸 두 아들을 명문대에 보낸 비결은?
비싼 교재나 사교육 없이 아빠와의 공부만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중졸 삼부자의 감동 스토리. 중졸 삼부자의 다양한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터득한 수준별 공부법을 소개한다. 그뿐 아니라 공부를 잘하기 위해 부모와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저자 노태권 씨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공부에 타고난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았고, 아이들이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충분히 고민했으며, 그 고민의 결과를 성실하게 행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타고난 재능이 가장 필요 없는 영역이 공부일지도 모릅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노력 이외에 다른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요즘, 중졸 삼부자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격려와 용기가 되어 줄 것이다.
■ 저자 노태권
난독증으로 글자를 제대로 읽고 쓰지 못했던 나는 겨우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중졸 학력으로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평생 막노동꾼으로 전전하며 겨우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다가 마흔 세 살, 공부를 시작했다. 아내로부터 글쓰기와 읽기, 중학교 교과 과정을 배운 후 독학으로 수능 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수능 공부 5년째 되던 해, 두 아들이 게임중독과 아토피로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내 공부는 잠시 접은 채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아이들이 잘 따라 줬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린 결과 우리는 서로를 믿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첫째 동주는 서울대 경영학과 4년 장학생으로, 둘째 희주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수석 입학했다. 우리 ‘중졸 삼부자’의 이야기는 EBS <어느 아버지의 교과서&&와 SBS <생활의 달인: 공부의 신&& 편에 소개됐고, 그것을 계기로 책까지 쓰게 됐다. 공부가 우리 삼부자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공부하기에 늦는 나이는 없고,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은 따로 있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부모와 학생들도 어떠한 상황에서든 끝까지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차례
프롤로그
Part 1. 중졸 아빠의 수능 만점기
122시간 자는 남자 |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난독증 | 꿈꾸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 ‘하는’ 바보가 ‘척’하는 천재를 이긴다 | 수능공부 5년 만에 처음으로 만점을 받다 | 빵점 아빠의 컴백홈
Part 2. 중졸 형제의 서울대 합격기
결국 수능을 포기하다 |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않는 아이들 | 공부 워밍업 ‘8,000킬로미터 대장정’ | 2년 만에 마음을 연 아이들 | 작은 성공도 크게 누려라: 동주,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다 | 아빠, 저 서울대에 가고 싶어요 |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 시간이 중요하다: 희주, 공부 한 달만에 명문고에 합격하다 | 아토피와 게임중독을 이긴 공부중독 | 공부는 성격까지 변화시킨다 | 공부 성향을 파악하라 | 치명적이지 않다면 실패하라: 1년 6개월만의 연세대에 합격하다 | 서울대 경영학과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다: 서울대생처럼 공부하라 | 한양대 연극영화과 수석 합격하다: 꿈꾸는 것도 능력이다
Part 3. 중졸 삼부자의 수준별 공부법
기초체력과 뼈대 갖추기
많이 해야 잘한다: 란체스터 제곱의 법칙 | 전 과목을 하루에 공부하라: 포모도로 학습법 | 버리는 시간을 활용하라: 쪽 공부법
공부 원리와 개념 잡기
암기의 효율을 극대화하라: 기분이 좋아야 공부도 잘 된다 |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을 구별하라: 물류창고 복습법 | 오답 노트를 버려라: 그 자리에서 틀린 이유를 찾아라 | 배운 것을 확실히 소화하라: 메아리 강의 기억법 | 한 권으로 공부하라: 단권화 전략
나만의 공부법 찾기
자녀에게 맞는 장소 · 시간 · 방법을 찾아라: WWW 티칭 | 호기심을 자극하라: 3-3-3 학습법 | 피할 수 없다면 활용하라: 마시멜로 전환하기 | 공부를 게임처럼: 적절한 보상을 제시하라 | 선도과목으로 취약과목을 리드하라: 샌드위치 공부법
수능 100일 공부법
수능 1교시. 국어 영역: EBS 연계문제 중 취약하거나 틀린 문제에만 집중하라 | 수능 2교시. 수학 영역: 기존 유형이라도 제대로 알자 | 수능 3교시. 영어 영역: 어휘력과 독해력에 집중하라 | 수능 4교시. 사회탐구 영역: 분석을 잘해야 해결할 수 있다 | 수능 논술: 논술 경향을 파악하고 시사 이슈를 정리하라
에필로그
부록. 홈스쿨링 성공 멘토링
공부 자체가 목적이 되게 하라 |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라 | 아이가 공부를 주도하게 하라 | 간섭과 개입을 구분하라 | 성장 속도를 파악하라 | 정해진 시간만큼 공부하라 | 쉬는 시간과 공부 시간을 구분하라 | ‘오늘 하루만~’ 공부시켜라 | 텔레비전을 보게 하라 | 홈스쿨링에도 예습과 복습이 중요하다 | 아이의 단점을 이용하라 | ‘시간 도치법’으로 자신감을 키워라 | EBS를 최대한 활용하라
공부의 힘
중졸 아빠의 수능 만점기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난독증
난독증은, 간단히 말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증상이다. 그나마 요즘 시대에 태어난 난독증 환자들은 행복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난독증이라는 개념이 희박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난독증 환자라는 사실도 모른 채 학습 부진아나 저능아라고 불리며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다.
나는 부산 시청 공무원인 아버지의 첫째로 태어나, 장남이라는 특권에 걸맞는 특별한 애정과 기대 속에서 자랐다. 먹고살기가 빠듯했던 시절이라 미리 한글을 떼고 학교에 보내는 일이 많지 않을 때여서,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은 초등학교를 입학한 후에 알게 됐다.
하루는 받아쓰기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동요 <개나리>의 가사인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라 물고요를 받아쓰라고 하셨다. 하지만 단어를 떠올려 글을 쓰는 것이 서툴렀던 나는 단 한자도 적어 내지 못했다. 말을 더듬는 증상도 심했고, 같은 글자를 봐도 인지하는 것이 달라 엉뚱하게 읽기도 했다. 예를 들어 스파게티를 파스케티라고 읽는 식이었다. ㄱ과 ㄷ, ㅂ과 ㅍ 등 특정 자음을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숙제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졌다. 아버지께서는 장남이 중학교만은 졸업해야 한다며 여기저기 수소문해 그해 신설한 중학교에 간신히 입학시켰지만 그곳에서도 나는 학습 부진아였고, 부적응 학생이었다. 또 다시 글자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고등학교 입학시험에도 떨어지고 말았다.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학습장애를 진단받는다. 나처럼 난독증이나 난산증(계산 능력과 관련한 수학 학습장애의 한 형태), 단기기억상실증, ADHD 등으로 인해 학습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동주와 희주처럼 게임중독이나 정서 불안 등 환경적인 이유로 학습에 부진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에든 반드시 이유가 있다. 아이의 늦된 발달 상태에 조급해하거나 포기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비록 속도는 더디지만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학습장애를 장애가 아닌 능력으로 봤으면 한다. 보지 못하지만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도 있고, 자폐아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난독증을 앓지만 유난히 기억력이 좋은 아이들도 있다. 결핍을 능력으로 바꾼 아이들의 부모는 부족함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부족함 이면의 특별한 재능에 주목하고 발굴했다. 그리고 응원했다.
결핍이 있으면 그 빈자리는 또 다른 능력으로 채워진다. 만약 자녀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섣불리 좌절하지 말고 희망적으로 생각하자. 아이에게는 그것을 극복하거나 또 다른 재능으로 만들 힘이 분명히 있다. 부모는 그 힘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격려해야 한다.
빵점 아빠의 컴백홈
2006년, 동주는 중학교 3학년, 희주는 중학교 1학년 되던 해였다. 나를 찾아 온 아내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희주의 성적표를 건넸다. 이상하게 성적표가 2장이었다.
알고 보니 초등학교 때 성적이 좋았던 희주의 성적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곤두박질 쳤다. 혼날까 봐 걱정됐던 희주는 성적표가 이사하기 전에 살던 집에 발송됐다는 걸 알게 됐고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가 성적표를 몰래 갖고 와서 113등이었던 등수를 1등으로 고쳐 엄마에게 건넸다. 하지만 거짓말은 금방 들통 났다. 왜냐하면 이사한 집으로도 다시 성적표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감히 성적표를 빼돌릴 생각을 하다니….
그날 집에 갔지만 아이들은 없었다. 알고 보니 아빠가 올까 봐 PC방으로 도망간 것이었다. 아이들은 밤늦게 들어왔다. 그런데 아이들은 간만에 집에 들어온 아빠에게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인사도 하지 않았다. 나를 완전히 투명인간 취급했다. 버젓이 아빠가 보고 있는데도 컴퓨터게임 때문에 치고받고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엇나간 걸까?
가슴이 저렸다. 순전히 내 탓이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가 지혜롭게 아이들을 보살피지 못했고 가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나의 한은 해소됐지만 그때부터 아이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방황하며 마음을 잡지 못했던 내가 정작 아빠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을 외면한 것이었다.
희주를 붙잡고 우선은 공부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위해서는 그게 최선인 것 같았다. 자신감도 키우고,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면 예전처럼 돌아올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희주는 공부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내 말을 시원찮은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믿고 있는 아내가 아이를 설득했다. 엄마의 긴 설득에 아이는 귀찮은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공부하고 치른 기말고사에서 희주는 반에서 3등, 전교에서 49등을 했다. 성격이 급격하게 오르자 가장 놀란 것은 바로 희주였다. 나는 희주를 가르치면서도 내 공부도 병행하고 있던 터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수능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였다. 2006년 7월, 이번에는 첫째 동주의 성적표 위조 사건이 터졌다. 희주와 마찬가지로 성적이 좋을 줄 알았던 동주의 옷에서 원래 성적표를 발견한 것이었다. 동주는 성적표에 적혀져 있던 전교 5등이 아니었다. 367등이었다.
모든 것이 게임 때문이라고 생각한 나는 컴퓨터를 박살냈다. 식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이성을 잃은 나는 동주를 추궁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성적이 괜찮았던 동주는 게임에 빠져들면서 점점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떨어진 성적을 감추기 위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성적표를 조작했고, 알고 보니 둘째 희주도 형을 따라 성적표를 조작해 온 것이었다.
동주는 스스로도 게임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형을 따라 희주도 게임을 시작했다. 집과 학교, 어디에서도 안정을 찾을 수 없었던 아이들은 오랜 시간 거리를 헤매거나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고백을 들으면서 서서히 아이를 향한 분노는 자책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시험에서는 만점이었지만 아이들에게 나는 철저히 빵점짜리 아빠였다.
점점 어둠이 옅어지고 천천히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하면서 혼란스러웠던 마음도 정리가 됐다.
나는 충분히 변했고, 자신감도 찾았다! 아주 잠깐일 테니 내 꿈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가자!
그때는 아주 잠깐일 거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6년이나 될 줄은 알지 못했다.
중졸 형제의 서울대 합격기
치명적이지 않다면 실패하라: 1년 6개월만의 연세대에 합격하다
2009년 10월부터 동주는 수능 기출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우리는 최근 5년 동안의 문제들을 실전처럼 풀고 나서 한 문제, 한 문제 출제 의도를 꼼꼼히 따져 가며 공부했다. 동주는 실전 문제를 풀면서 정답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서 기본 개념을 다시 꼼꼼하게 확인했다. 오답은 물론 정답의 근거까지 확실하게 익혔다.
드디어 11월 결전의 날. 동주가 교문 밖으로 나왔다. 얼굴이 편해 보였다. 정시를 넣었던 연세대에서 먼저 선발 합격을 확인했다. 중졸인 동주가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지역 사화에서도 난리가 났다.
솔직히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는 동주가 연세대에 합격한 것에 만족한다면 더 이상 공부를 권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동주는 연세대 정시 등록을 포기했다. 애초 꿈꾸었던 서울대 입학을 위해서였다.
정시 모집을 위해 2010년 1월, 서울대 논술 시험을 치렀다. 주변 여기저기서 합격 여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졌지만 아쉽게도 동주는 불합격이었다. 다행히 동주는 생각보다 의기소침해 하지 않았다. 다만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다시 한 번 공부할게요. 도와주세요!"
서울대 경영학과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다: 서울대생처럼 공부하라!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다
동주의 2010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성적이 항상 오를 수만은 없었고 공부에 지치는 순간도 오기 마련이었다.
아토피가 심한 희주를 데리고 산에서 공부하는 동안, 성적이 계속 좋았던 동주는 다시 컴퓨터게임에 빠졌다. 자만으로 방심한 것이다. 게임과 채팅을 하느라 공부를 안 하는데 성적이 오를 리 없었다. 결국 석달 만에 친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은 형편없었다. 아내도 몸이 아파 일을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동주까지 저러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아빠한테 삼대가 중졸, 삼부자가 중졸, 노가다는 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아빠도 할아버지 말씀은 잘 안 들었던 아들이지만… 그 말씀은 들어드리고 싶어.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에서 아빠를 비웃었던 아저씨가 있어. 중학교만 졸업해서 자식을 어떻게 가르치냐고…. 나보고 미쳤다고 하더라. 동주야, 아빠 미친 사람으로 만들지마."
동주의 두 번째 수능, 희주의 첫 번째 수능
수능 당일, 동주와 희주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난생 처음 기도라는 것을 했따. 그동안 공부한 만큼만 결과가 나오면 될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다행히 동주는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이제는 논술을 준비해야 했다.
논술은 내가 봐 줄 수 없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원을 보내야만 했다. 문제는 학원비였다.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발을 동동거렸지만 벌이가 뻔한 형편에 돈이 있을 리 없었다. 가난한 아빠인 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진심을 다하면 하늘이 돕는다고 했던가. 어떤 일인지 10여 년 연락을 하지 못하고 지내던 초등학교 단짝 친구가 나를 만나러 춘천에 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보자마자 겨울인데도 홑겹인 내 옷을 가만히 쳐다봤다. 친구는 끝까지 마다하는 나에게 두툼한 겨울 점퍼를 사 주고, 비싼 밥을 먹였다. 미안함에 말없이 밥을 먹고 있는 내게 잠깐 기다리라고 나간 친구는 한참 후 돌아와 봉투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밥값을 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당을 나갔다.
집에 와서 아내와 함께 봉투를 열어 본 나는 한참을 울었다. 봉투에는 무려 5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우리 가족으로서는 당분간 생활비 걱정을 안 해도 될 만큼 큰돈이었다. 친구에게,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신에게 감사하며 겨우 동주를 논술 학원에 보낼 수 있었다.
1월 12일 논술 시험을 앞둔 우리는 서울로 올라갔다. 시험 전날이 되자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여관을 잡고 동주와 함께 예상 문제를 생각했다.
"동주야… 왠지 이번 논술에 이문열의 『금시조(서예에 천부적 소질을 지닌 고죽과 그의 스승 석담 사이의 서로 다른 예술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묘사하면서, 이를 통해 참된 예술이 무엇인지 밝히는 내용)』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번 논술에 그런 내용이 나올까요? 저는 과학과 관련된 지문이 나올 것 같은데…."
"과학은 우리가 지금까지 충분히 봐 왔잖아. 『금시조』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해보자."
마지막까지 동주와 정리하다가 겨우 눈을 붙였다. 일찍 일어나 서울대학교를 향하는데 그만 내가 눈길에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이다, 동주야. 걱정하지마. 아빠가 너 대신 액땜을 했으니까." 동주가 천천히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날 논술 시험에서 정말 좋은 예술(음악)은 무엇인가?라는, 『금시조』와 관련된 문제가 나온 것이다. 동주는 아직도 그때 시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진짜 아빠의 촉은 장난이 아니야!하며 신기해한다.
"합격이다! 아빠, 저 합격했어요!"
마침내 합격 통지를 받은 동주가 나를 보고 소리쳤다. 나는 아내와 아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뿐 아니라 동주가 한국장학재단 4년 전액 장학생에 선발되기 까지 했다. 동주는 아빠의 손에 장학증서를 건네주며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못난 아빠는 아들의 장학증서를 건네받으며 웃고, 또 웃었다.
중졸 삼부자의 수준별 공부법
전 과목을 하루에 공부하라; 포모도로 학습법
4년 4개월 동안 공부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있었던 동주가 당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동주가 모든 과목을 골고루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자기계발서에서 본 포모도로 테크닉을 나만의 방식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포모도로 학습법은 간단하다. 우선 25분으로 타이머를 맞춰 놓고 한 과목에 완벽히 집중하도록 한 후 5분간 휴식을 취한다. 쉴 때는 어떠한 행동을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5분 후 다시 25분간 공부에 집중한다. 그리고 4포모도로(100분)가 지나면 15~20분간 긴 휴식을 취한다.
포모도로 학습법은 일종의 심리학적 속임수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기도 모르게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승부욕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 방법을 직접 시켜 본 결과, 효과가 컸다. 그리고 스스로 집중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효율도 높았다.
처음에는 쓸데없이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 공부법을 활용했다. 앉아는 있지만 공부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시도한 것이다. 하루에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15분씩만 투자해도 1년이면 5,475분 즉, 91시간을 더 공부할 수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25분간 집중하도록 요구하지는 않았다. 공부 습관이 들지 않은 아이들에게 25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 동주의 포모도로는 10분으로 설정했다. 10분 공부하고 5분간 쉬게 한 것이다. 그리고 10분 동안 한 과목을 집중해서 보게 했다. 이를 천천히 늘려 한 포모도로를 30분까지 늘렸다.
포모도로 학습법은 버리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에 여러 과목을 한 번에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
보통 수험생이 하루에 몇 과목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한두 과목만 공부해도 버거울 수 있고 많이 해야 4~5과목 정도일 게다. 하지만 나는 하루에 전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이의 성취도와 능력을 고려해서 시간 안배를 적절히 해야 한다. 풀이 시간이 긴 수학을 1시간 이상 공부했다면 암기 과목은 30분 이내로 짧게 안배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여러 과목을 바꿔 가며 공부하면 지루함이 덜해 피로감도 더디 느낀다. 뇌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한 번에 쓸 수 있는 집중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국어나 영어를 공부하고 수학을 공부한다거나 사회탐구 영역 내에서도 국사를 공부하다가 한국지리를 공부하는 등 뇌의 다른 영역을 쓰는 과목을 안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뇌는 우뇌와 좌뇌를 골고루 쓸 때 성취도를 극대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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